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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성 정주 북교 류장(北郊 刘庄) 공공뻐스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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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 옥소 권섭
선생이 아침에 빗 씻을 때
천 번 빗질하여 기운 상쾌할 때
두 눈 맑고 밝고 마음은 씻은 듯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평소 글 읽을 때
여러 책 다 읽어 뜻 흡족할 때
향 한 줄기 피우고 꼿꼿이 앉으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저물녘 편안히 있을 때
편안히 가하며 글 외우고 읽을 때
고요한 가운데 천 번 휘두르고 만 번 요동치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초야에 이불을 펼 때
다리 펴고 몸 편해 마음도 평안할 때
어찌 또한 생각할 일이 전혀 없겠는가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한밤중 한창 꿈속에 있을 때
혼이 이미 표표하여 한만할 때
한 기운 허령하여 일에서 느낌이 있으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깊은 밤 잠에서 헤매일 때
하나같이 처음 열리던 혼돈 같을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를 못하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맑은 새벽 잠에서 깰 때
처마 밖에서 닭이 꼬끼오 울 때
이는 어떤 기틀이 반복되는 것이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일이 없지 않을 때
아침저녁으로 쉼 없이 늙어지고 죽음에 이르리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신발 안창을 끼고 각건을 쓸 때
빗줄기 하나 풀섭에 떨어질 때
온갖 꽃 다 피어나고 사방에서 구름 일어나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앉았다 누었다 더위를 식히고 있을 때
나무와 풀과 가마에 비가 쏟아질 때
벼락 치고 우레 울리며 천 번의 번개가 생기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의 뜻과 기운이 바르고 맑을 때
환한 달 높이 걸려 달빛이 쏟아질 때
국화는 노랗게 되고 단풍잎은 붉게 물드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이 흙집에서 화로를 안고 있을 때
얇은 이불 매운 추위에 눈발 어지러이 날릴 때
성한 기운은 땅 속에 잠겨 있으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고요히 네 계절이 변하여 갈 때
사람은 또한 그렇지 않아 하나의 이치로 같으니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 조선시대의 문인 옥소 권섭 선생은 안동 권씨 화천군파 문중에서
1671년(현종 12년)에 출생하여 1759년(영조 35년) 향년 89세로 사망했다.
당시 치열했던 예송(禮訟)논쟁은 8년이란 세월동안 서로 대립하면서 남인은 청남과 탁남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당되었다.
권섭 선생은 당시 원자책봉문제로 서로 대립했던 건저(建儲)와 기사환국정국에서 백부인 수암 권상하의 스승인 송시열과 외가 친척인 김수항이 정읍과 진도에서 사약을 받는 정치적 소용돌이속에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관직에 나가지 아니하였다.
권섭 선생은 청풍 황강과 제천 문암동을 오가며 많은 작품을 쓰셨다.
친필문집 50여권 속에 2,000편이 넘는 한시,
75수의 국문시조,
2편의 국문가사 <영삼별곡> ·<도통가>,
1편의 국문소설 <설저전>,
그 밖에 80점이 넘는 그림을 남겼다.
[출처] 선생은 시 읊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 옥소 권섭|작성자 정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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