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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징검다리는 어디?...
2015년 12월 31일 03시 06분  조회:3980  추천:0  작성자: 죽림

 

   <의식-무의식-언어의
           징검다리와 하이퍼링크

 

                                                  손 해 일(시인, 문학평론가) 

 

 

 지난달 시문학 5월호에는 의미 있는 특집과 풍성한 읽을거리가 넘쳤다. 새로운 서정시 찾기를 주제로 한 박재릉-김용오 시인의 대담, ‘서정의 생산조건을 찾아’ 라는 문덕수 선생의 탁견을 비롯해, 심상운, 오남구, 김규화 시인의 하이퍼시 작품 기획특집, 하이퍼이론에 근접한 김은자 시인의 유니크한 소시집 등이 괄목할 만하다.

그중 하이퍼시(하이퍼텍스트시) 기회특집은 지금까지 우리시의 대종을 이뤘던 서정위주의 전통시를 지양하고, 디지털 첨단문명시대에 걸 맞는 현대시의 미래를 선도할 시금석이 되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시문학 4월호의 하이퍼텍스트시 특집 대담의 후속편으로 심상운, 오남구, 김규화 세 시인이 각기 5편씩의 실험적 하이퍼시 작품을 선보여 주목된다. 이미 디지털시대의 생활 문화적 환경이나 의식구조 변화는 물론이요, 그 핵심인 디지털이론과 하이퍼텍스트, 의의 등에 대해서는 여러 지면과 이론서 등에 소개되고 있으나 정작 이에 입각한 시작품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문자위주의 종이시 하이퍼텍스트라는 한계로 인해 문자, 부호, 음성, 동영상 등 디지털 전자미디어의 하이퍼텍스트적 속성 모두를 다 활용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시대적 특성과 이슈를 에콜화하고 하이퍼시라는 슬로건아래 실제 작품창작을 시도하는 자체가 선구적인 일이다. 이토록 시대 상황이 급변함에도 여전히 전통적 서정시 또는 관념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진부함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하이퍼시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기본적인 글쓰기의 원리는 같다 할지라도 하이퍼시가 음소, 단어, 문장, 의미 단락 간 마디마디에 해체와 단절을 거치고 이를 취사, 선택, 가공해 복합적으로 재구성하는 하이퍼적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낡고 구식인 구조물 하나를 헐 때 일단 해체작업을 거친 후 쓸 만한 자재와 파편들을 수습한 후 설계와 재구성을 거쳐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과 비유할 수도 있다. 하이퍼시라는 이름이 아직 낯선데다 실험단계이긴 하지만 전자미디어의 하이퍼텍스트적 첨단기능활용은 물론이요, 상상, 공상, 환상을 망라하고,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가상현실도 넘나드는 첨단 글쓰기라는 점에서 재미와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하이퍼시는 얼핏 초현실주의 슈르시, 의식의 흐름을 좇는 자동기술법, 극단적 포스트모더니즘시, 해체시 등과도 맥락이 닿아 있지만 특히 디지털사고와 하이퍼텍스트적 속성을 기본틀로 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하이퍼텍스트시는 문자, 동영상, 이미지, 시적 상상력 등이 쌍방향 또는 방사형 네트워크로 가지를 치고 얽히고 설켜 복합구성을 이룬다. 또한 크고 작은 마디인 시어와 행과 연, 의미단락 등 기본 유니트(unit)들이 거미망처럼 하이퍼링크(hyper link)로 연결돼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을 이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시읽는 재미나 정서적으로도 사실적 묘사나 쭈욱- 이어진 다리보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묘미가 더 크지 않은가.

 그러나 하이퍼시가 비논리적, 비선조적이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첨단 글쓰기라 해도 이를 어느 정도 조정하는 하이퍼링크적 기능이 없다면 현대시의 ‘낯설게하기’를 넘어 난삽한 글쓰기나 시인 개인의 극히 편향되고 혼란스런 의식의 나열에 그치고 말 것이다. 기거너는 달 작으로는 죽이진 아무리 복잡한 시대라 하더라도 인간의 기본욕구는 혼돈과 무질서보다는 정서적 안정과 예술적 즐거움을 선호할 것이다. 이미 수 십 년 전에 선보인 이상시인의 난해한 문제작들이 호사가들의 지적 호기심과 분석 텍스트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일반 독자대중들의 애송시는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독자를 먼저 의식하고 첨단을 리드한다는 하이퍼시가 수위 조절없이 의욕이 지나쳐 난해시로 편향될 경우 오히려 독자들의 외면을 자초할 위험이 크다. 이런 조정장치의 하나인 소위 ‘하이퍼링크’에서, 비행기가 장시간 비행후 돌발적인 동체착륙의 위험과 충격을 피하고, 활주로 연착륙으로 승객을 안착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전제아래 먼저 오남구(본명 오진현)시인의 작품부터 살펴본다. 오남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관념시, 디지털시 등 새로운 글쓰기를 모색해오며 최근엔 이를 반영한 시집 <<빈자리x>>를 상재해 주목받고 있다. 오남구의 주장을 요약하면 ‘빈자리x’는 관념이나 정서가 배제된 시텍스트의 텅빈 공간을 의미하며, 텍스트는 시인이 쓰지만 개입을 최소화해 의미를 독자가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독자는 막연한 독자대중이 아니라 1960년대의 수용미학과 독자반응비평이론 중 볼프강 이저(Wolfgang Iser)의 소위 내포독자(implied reader)를 지향하는 듯하다. 이저의 주장은 독서행위자체가 텍스트와 독자와의 역동적인 상호작용 및 공동창작이라는 점에서 독자의 참여와 역할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오진현의 <대남문> <핑크글자> <잃어버린 봄을 찾습니다> <입춘시> <깍궁> 5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싹이 트려나, 배낭을 벗어 놓고 양지 볕에 앉아 몸이 근질근질하다. 긴다리로 떼지 어 서있는 계곡의 진달래며 철쭉 싹이 트려나, 아른아른 기척 없이 날아든 작은 새, 까맣게 잠이 든 앙상한 가지 부리를 부비어 흔들다가, 새싹에 대고 내 어머니의 맑 은 목소리 깍궁! 소리치고 포르르 다른 가지로 날아간다. 또 한 마리 뒤따라 깍궁! 하 고 포르~ 포르~ 포르르 ~ 포르~ 앞을 서거니 뒤를 서거니 두 마리 작은 새 깍궁! 깍 궁! 소리치고 새싹의 잠을 깨우며 날아다닌다. 싹이 트려나, 진달래 철쭉의 앙상한 가 지들이 꽃샘바람에 흔들리어 이~잉~잉 울어댄다. 일시에 아가야 깍궁! 깍궁! 계곡에서 일어나는 맑은 목소리 환청이 돈다.

--- 오남구 < 깍궁 > 전문

 

 

 이 시의 화자는 늦겨울 산행중에 대지가 혼곤한 잠속에서 새싹을 피우려 기지개켜는 듯한 초봄의 정경을 의식과 무의식간 상상으로 넘나들고 있다. 소재나 정서는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기법은 매끄러운 언어구사와 하이퍼텍스트적 구성이다. 한국인이라면 깍궁놀이 하던 모성에의 추억과 그리움이 애잔할 것이다. 엄마가 사랑스런 갓난애와 눈을 맞추고 깜짝 숨었다 깍궁! 하고 다시 나타나면 까르르르~ 아이의 천진한 웃음이 폭발되는 전통적 사랑놀이요, 육아법이다.

엄마나 아이 둘다 실존재이지만 갓난애 입장에서는 깍궁하는 엄마는 현실이요, 잠시 안보이는 엄마는 부재의 가상현실이기에 느닷없는 재출현에 그토록 자지러질 것이다. 배낭을 벗고 양지에 앉은 화자 자신도 싹이 트려는 듯 몸이 근질근질하고, 산곡을 넘나드는 작은 새와 진달래, 철쭉과의 정겨운 수작이 새싹들의 겨울잠을 일깨우는 깍궁놀이로 들린다.

이 시의 연상 고리는 양지에 앉은 화자--계곡의 진달래, 철쭉-- 작은 새의 재재거림--어머니의 깍궁! ---새싹을 어르는 작은 새들의 깍궁! --이에 화답하는 진달래 철쭉들의 잉잉거림 등 엄마와 새들의 깍궁을 회상하는 리드미칼한 환청 하머니이다. 그리고 시상의 각 유니티들을 매끄럽게 하는 하이퍼링크로 ‘깍궁!’ ‘ 포르~포르르~’ ‘이~잉~잉’ 같은 의성어들이 유려한 테크닉을 보여주고 있다.

 

 

햇빛은 무색이다가도 단풍나무에 가 닿으면 단풍잎이 된다/ 노랑은 노랑금빛 빨강은 빨강금빛/ 갠지스강가에 쌓아놓은 나무더미에 빨간 불꽃을 당긴다/ 빨간 불꽃에 금빛 영 혼이 하루종일 번쩍이며 탄다/ 아무 말 없이 타는 시체 위로 허공에 고루 숨어 사는 햇 빛이/ 모조리 몰리어간다. 타다닥 탁탁 단풍무더기/ 햇빛은 단풍을 좋아해, 단풍에 닿자 마자 크게 웃어/ 마릴린 몬로는 입을 약간 벌리고 금빛 머리칼을 / 신사의 가슴에 올려 놓는다 <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포스터를 보는 18살 소녀도 크게 웃어/ 학교가 끝 나면 곧바로 동방극장엘 갔지 내친구와 몰래/ 웃음소리가 크게 퍼지고 먼 마을로 간 마 릴린 몬로가 /타는 단풍속으로 들어와 앉는다 , 햇빛이 심지를 돋운다

--- 김규화 < 햇빛과 단풍 > 전문

 

 

 시문학 발행인이며 왕성한 창작으로 수 십 년의 시력을 지닌 김규화 시인이 뒤늦게 하이퍼시에 경도되면서 시적변신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하이퍼텍스트시에 대한 김규화 시인의 인식은 시문학 4월호의 심상운-김규화의 대담 “하이퍼텍스트 지향의 동인지”에서 엿볼 수 있다. 위에 인용한 <햇빛과 단풍>외에도 <산속 > <물얼굴> <거인들 > <과일장수 여인>등에서 하이퍼텍스트시의 실험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인용 시에서는 햇빛과 단풍을 매개로 한 자유연상과 의식. 무의식의 가지치기, 청소년 시절 추억 등이 행간에 배어 있다. 시상전개의 각 유니트와 연상단락의 하이퍼링크적 징검다리로 동서양과 현재, 과거를 넘나들고 있다. '무색인 햇빛이 단풍잎이 되는 것을 시작으로 --노랑 빨강 금빛--갠지스강 나무더미-- 빨간 불꽃--금빛 영혼 --타는 시체--단풍무더기 --단풍에 웃는 햇빛으로 확산된다. 이어서 -- 마릴린 몬로의 금빛 머리칼--<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영화 포스터 보는 18살소녀--친구와 몰래 간 동방극장으로 증폭되고 --단풍속으로 돌아와 앉는 마릴린 몬로--심지 돋는 햇빛'으로 제자리를 찾는다.

여기서 하이퍼링크적 연결고리는 햇빛과 단풍의 교호작용을 통해 마치 끝말잇기 놀이하듯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미지군이며, 이것이 매끄러운 시읽기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독자로서는 이런 하이퍼시에서 의미나 결론을 애써 찾기보다는 파노라마 경관 감상하듯 화자의 자유분방한 공상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즐기며 음미할 일이다.

 

 

그의 방 우측 벽에 걸려 있는 첫 번째 그림-검은 철제 의자위에 사람 대신 활활 불타 는 붉은 꽃 한 다발이 앉아있고, 그 밑엔 “ 죽은 뱀의 영혼은 발가숭이로 꿈틀거리며 꽃 밭의 환한 햇빛속으로 들어 갔을까? 라는 글이 붙어있다. 나는 그 글 밑에 ” 영하 10도 의 겨울 밤 시멘트 도로 바닥에 귤장수가 떨어 뜨리고 간 노란 색종이 같은 귤의 꿈을 보았느냐?고 쓴다. 그는 그밑에 “ 시인들은 밤마다 죽은 언어가 새로 태어나는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고? ”라고 또 쓴다. --2연 생략--

 

그때 그의 두 번째 그림 속에서 나온 파랑 공, 초록 공, 노랑 공, 빨강 공, 하양 공이 거실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점점 부풀어 식탁이 되고 놀이터가 되고, 침대가 되고, 의 자가 되고, 남자 여자 어른 아이들과 들판을 통통통통 신나게 튀어가고, 마을 언 덕에 봄빛이 눈부신 한낮 하늘을 나는 마차가 되어 지붕 위를 둥둥 떠간다. 나는 찬란한 햇빛속에서 공이 터지는 환상에 전율한다.

---심상운 < 미완성의 시-- 그림 감상하기> 1연, 3연

 

 

 심상운 시인은 최근 몇 년 논란의 초점이었던 탈관념시, 디지털시에 대한 명쾌한 해설과 이론적 배경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촉구해 왔다. 그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시문학 4월호에서는 김규화 시인과의 ‘하이퍼텍스트 지향의 동인지’ 라는 대담을 통해 하이퍼시론을 피력하고 이를 토대로 창작과 동인활동을 시도함으로써 우리 현대시의 물꼬를 틀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문학 5월호에는 하이퍼시 특집으로 <바람소리> < 북한산의 레몬 향기> <이미지 여행> <구멍가게집 여자> < 미완성의 시>도 선보이고 있다. 심시인이 수십년 동안 추구해온 토속적 서정과 이미지 위주의 모더니즘에서 벗어나 디지털리즘과 전자미디어의 하이퍼텍스트적 특성에 주목하고 동인 에콜로 변신을 시도하는 노력을 높이 살만하다.

 인용한 <미완성의 시--그림감상하기>에는 하이퍼시에 대한 그의 애착과 기법적인 특성이 나타나 있다. 하이퍼시가 방사성 자유연상, 공상적 의식의 흐름 따라가기이면서 말하기 보다는 보여주기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그림감상하기’라는 부제를 달고, 실험단계라 <미완성의 시>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 추측된다. 일반 독자입장에서는 난해하고 생경한 이 시에서 어떤 특정한 의미나 순서, 상식적 질서, 교훈을 찾으러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디지털적 하이퍼시의 특성을 따라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추상화 감상의 요점이 그림 자체의 감흥을 중시하고 사실에 입각해 무엇을 그렸는지, 무슨 의미인지는 부차적인 사항인 것과 같다. 실제로 지금 이 시공간에도 미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차원적 상황들이 앞뒤 없이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천지만물의 존재나 사건, 사물들이 불가측, 불연속적이어서 어찌 보면 뒤죽박죽이지만 나름대로 혼돈 속에 우주순행의 질서가 있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 시는 그의 방에 걸린 다섯 개의 그림 중 첫 번째 그림 감상을 시작으로 자유연상과 분방한 의식, 무의식의 흐름을 환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시 첫 연의 골격은 첫 그림: 검은 철제의자위에 불타는 붉은 꽃다발--그 글 밑에 그와 내가 주고받는 컴퓨터 댓글 형식으로 -- “ 꽃밭의 햇빛 속으로 들어 간 죽은 뱀의 영혼” ”영하 10도의 겨울밤 시멘트 도로 위 귤의 꿈“ ” 죽은 언어가 새로 태어나는 나라로 시인의 여행“ 등 다소 난해한 글귀들이 화답한다.

 다섯 개의 그림 감상도 차례대로가 아니라 1.3.5.4.2로 비순서적이며 세 번째 그림을 지나 다섯 번째 그림으로 가자 네 번째 그림에서 태평양의 물이 흘러내리고 동시 다발적으로 두 번째 그림에서 나온 색색공이 굴러다니다 식탁 , 놀이터, 침대, 의자가 되고, 남자, 여자, 아이들이 뛰고, 하늘을 나는 마차가 되어 지붕 위를 뜬다. 나는 찬란한 햇빛 속에서 공이 터지는 환상에 전율한다. 난해한 암호풀이 하듯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골똘히 캐기보다는 디지털매체의 그림 감상이나 댓글달기처럼 비선형적, 비순조적으로 독자 나름대로 상상하거나 언어이전의 언어로 작자가 보여주는 대로 그저 따라가 볼 일이다. 이시에서의 하이퍼링크는 ·의식의 흐름을 매개로 시공간 순서없이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이미지의 집합적 덩이들이다.

 

 이상에서 필자 나름의 독법으로 세시인의 하이퍼시를 읽었지만, 작가의 의도와 달리 추상화감상처럼 개개 독자들에 따라 천차만별인 시읽기의 무정부상태가 불가피 한듯하다. 이 점이 하이퍼시의 묘미라 할 수 있고, 살펴본 세 시인의 작품도 각기 개성이 보인다. 아직 실험단계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하이퍼링크에서도 오남구 시인은 매끄러운 언어구사를, 김규화 시인은 의식의 흐름과 링크의 완성도 여부를, 심상운 시인은 이미지 마디간의 집합적 결합을 중시하는 듯하다. 수용미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시 텍스트 제공자인 시인과는 별도로 이를 수용하는 독자태도에 따라 한스 야우스의 ‘현실독자’, 리퍼테르의 ‘초독자’, 스탠리

 피쉬의 ‘정통독자’, 조나단 컬러의 ‘이상적 독자’, 볼프강 이저의 ‘내포독자’, 움베르트 에코의 ‘모범독자’ 등으로 분류될 만큼 독자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된다. 독자는 작품의 주제나 내용뿐 아니라 형식과 이미지 등에서도 즐거움을 향유한다. 특히 오랫동안 전통을 답습해온 재래시의 진부함에 질린 독자에게는 첨단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고, 미학적 제약을 벗어난 하이퍼텍스트시의 정서적 해방감과 자유분방함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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