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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전의 토템시 연구
2015년 12월 05일 01시 46분  조회:5128  추천:0  작성자: 죽림
 

남영전의 토템시 연구

 

김 관 웅 (연변대학 교수)

 

시인 남영전

 

목록: 

1. 들어가는 말 

2. 토템의 개념과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에서 표현된 이미지들 

3.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들에 나타난 이미지들의 속성 

4. 나오는 말 

 

 

 

 

1. 들어가는 말 

 

남영전선생은 자기만 시의 령토를 개척하고 자기만의 시세계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창작개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토템시를 들고 우리 시단에 나타났다. 이에 우리 중국조선족 평론가들만이 아니라 한족을 비롯한 기타 민족의 평론가들도 남영전 선생이 이룩한 창작성취에 대해 충분하게 긍정하여 주었는데 본인도 이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토템시》라는 이 명칭에 대해 이의(異議)를 품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작년 연변대학에 있었던 국제학술토론회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열띤 쟁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를 테면 남영전교수의 토템시의 개념과 명칭에 대해 임윤덕교수가 이의(異議)를 편데 대해 일부 사람들은 반론을 제기하여 갑론을박으로 쟁론을 했지만 쟁명을 한 쌍방은 공동한 인식에는 이르지는 못했다. 

 

남영전 선생은 중국조선족시단의 비중 있는 시인으로서 중국조선족의 시문학발전사에 반드시 기록되여야 할 분이며 불원간에 이 문제가 중국조선족문학사 저술에서의 문제로 제기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남영전 선생의 이른바 토템시에 대한 정명(正名)은 반드시 조속히 진행되여야 한다.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의 명칭과 그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그 명칭을 어떻게 하는 것이 마땅한가? 필자도 이 문제에 대해 오래 동안 사고를 거듭해왔다. 이 글에서는 주로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라는 개념과 그 명칭에 대한 필자 개인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2. 토템과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에서 표현된 이미지들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의 본질을 알자면 우선 토템에 대한 개념을 똑똑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성 있는 백과전서 《브리태니카》에서는 토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토테미즘은 인간과 동식물 등 천연물 사이에 친연관계 혹은 신비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 신앙에 의해 형성된 복잡한 사상과 습속이다. 토템(totem)이라는 낱말은 오지브와어(아르강곤족 인디안인)의 오토테만(ototeman)에서 유래되였는데, 그 뜻은 형제자매사이의 혈친(血親)을 가리키는 것이다. 인류학가들의 사용법에 따르면 터테미즘이라는 이 단어는 최초에는 한 공동체와 토템의 관계만을 가리켰다. 동물이 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호우령(護佑靈), 친구 혹은 초자연적 힘의 원천으로 간주되지만 이런 것들은 토템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우연한 관계(례컨대 사람이 〈승냥이사람〉등으로 변형된다든가, 샤만의 몸에 동물의 령혼이 부착되여 동물의 초자연체를 가지게 되였다든가 등)도 토템이라고 할수 없다. 그러나 20세기 말에 이르러 〈개별적 토템〉이라는 이 낱말은 흔히 이러한 류형의 현상을 지칭하게 되였다. 뚜렷한 특점과 규정된 수량을 갖고 있는 씨족으로 획분되는 여러 씨족들은 각각 생명이 있거나 생명이 없는 하나의 종(種, 즉 토템)과 특수한 관계를 갖게 되는데, 이러한 씨족성원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의 성원으로서의 신분을 개변하지 못하며 동일한 지역의 주민들은 각각 부동한 토템씨족에 속하게 되였는바, 이러한 사회가 바로 토테미즘이 실행되는 사회이다. 토템은 무섭고 다루기 어려운 야수거나 식용식물 혹은 주요 식물인 경우가 많다. 토템은 흔히 원시적인 전설과 도덕규범과 련관성이 있으며 기본상에서는 반드시 기피하고 멀리해야 했다. 만일 접근하려면 반드시 엄격한 의식를 치러야했다. 한 토템공동체의 성원들의 신분은 세습되여 종신적이였으며 성원 자녀들 사이의 혈친으로 결합하거나 선택하여 통혼하거나 모두 특수한 규정이 있었다. 토템, 금기와 외혼제 

이 삼자는 서로 혼합되여 뒤섞일 수밖에 없었다. 목전까지는 그 어느 사회도 완전히 토테미즘에 부합되는 리상적인 토템제도를 구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지 않은 공동체는 많은토템제도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不列顚百科全書》, 17권, 154쪽, 〈圖騰制度〉, 中國大百科全書出版社, 1999년판. 

 

 

여기에서 우리는 토템은 원시시대의 씨족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던 자연대상물 혹은 인공대상물임을 알 수 있다. 

 

첫째, 토템은 그 종류는 아주 많다. 이를테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란다족은 400종이 넘는 동식물을 토템으로 삼지만, 아프리카의 뇨로족이나 바히마족은 소만을 토템으로 삼는데, 각 씨족은 붉은 소, 젖소 등 소의 특정형이나 소 몸의 부분 즉 혀, 창자, 심장, 등을 토템으로 삼는다. 또 각 씨족이 한 토템 또는 여러 토템을 갖는 경우가 있다. 멜라네시아 에서는 각 씨족이 새, 나무, 포유동물, 물고기의 일종을 토템으로 삼는다. 동식물외에 해, 달, 구름, 눈, 비, 불, 물, 계절 등 자연물이나 자연현상도 토템이 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토템으로 삼는 곳도 많다. 이를테면 인도 비엘족의 토템은 식물이 19종, 동물이 17종, 물건(단도, 깨진 병, 촌락, 가시 붙은 막대, 팔찌, 발고리, 빵조각 등)이다. 그 밖에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서는 잠, 설사, 구터, 성교, 여러 가지정신상태 등도 토템으로 삼는 례가 있다. 

 

둘째, 토템은 원시단계에 처해있는 씨족공동체 등 인간공동체와 결부된다. 개인토템도 있지만 그것은 수호령이라고 하고 토템은 일반적으로 원시적 인간공동체로서의 씨족이나 부족 등과 관련된다. 

 

셋째, 집단의 이름을 그 토템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를 테면 오지브와 족에는학, 곰, 담비, 메기, 아비(새의 일종) 등으로 부르는 다섯 개의 주요 씨족이 있다. 그러나 토템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도 많다. 

 

넷째, 집단토템의 경우 같은 토템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결혼하지 않는데, 토템집단이 외혼단위가 된다. 

 

다섯째, 흔히 토템과 인간 집단이 맺어진 유래가 담긴 신화를 가지는데 토템은 그 집단의 조상이라든가, 토템과 집단이 공통조상으로 친족관계를 가진다던가, 집단의 조상과 토템이 긴밀한 관계였다는 것 등이다. 

 

여섯째, 토템과 집단의 강한 결부는 신앙과 의례에 의해 정서적, 신비적으로 나타난다. 

 

일곱째, 자기의 토템을 표시하는 표지, 또는 도안이나 조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인디안 원시씨족이나 부족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템폴(totem pole, 圖騰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면 조선민족에게도 토템이 있었을까? 대답은 긍정적이다. 남영전 선생은 긍정파일 뿐더러 조선민족의 42개의 토템을 詩化하였다. 남영전의 시집《원융(圓融)》에 수록된 순서대로 라렬하면 다음과 같다. 

 

달, 곰, 단수, 학, 흙, 물, 사슴, 범, 백마, 숫사자, 황소, 양, 백조, 수리개, 뻐꾹새, 수탉, 까마귀, 까치, 거북, 고래, 개구리, 산, 불, 태양, 별, 구름, 번개, 비, 바다, 산호, 돌, 개, 돼지, 두꺼비, 흰 토끼, 제비, 나비, 대, 룡, 봉황새, 흰 비둘기 등이다. 

 

상술한 《토템》은 대부분 조선민족의 신화, 전설, 민담 등에서 나타난 자연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런 것들을 토템이라고 단정하려면 많은 문헌자료나 고고학적인 자료를 동원하여 증명해야 한다. 신화, 전설, 민담 등에 나타나는 자연대상이나 자연현상이라고 해서 모두 토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민족도 원시시대의 씨족, 부족, 부족련맹 사회 등 원시공동체사회를 거쳐 왔던것만은 분명하며 필연적으로 수많은 토템들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민족은 적어도 2천여 년 전에 원시시대에서 문명사회로 들어선 민족이기에 2천여 년 전의 조선민족의 선민들이 신앙했던 토템들이 구경 어떤 것들이였겠는가에 대해서는 후세의 문헌자료거나 고고학적 발굴 자료에 의해서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흔히 토템과 인간 집단이 맺어진 유래가 담긴 신화를 가지는데 토템은 그 집단의 조상이라든가, 토템과 집단이 공통조상으로 친족관계를 가진다던가, 집단의 조상과 토템이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원시시대의 사람들은 인정했기에 문헌신화를 통해 조선민족의 선민들의 토템을 추축해낼 수 있다. 이를 테면 단군신화에서 나오는 곰과 범은 곰 토템씨족이나 부족 혹은 범 토템씨족이나 부족일 가능성이 아주 많다. 물론 이것을 확증할 자료는 크게 없으나, 특히 동북아세아와 시베리아 등지에 널리 분포되여 있는 곰 토템 숭배와 결부시켜 볼 때, 적어도 곰을 조선민족 력사 중의 어느 한 시기, 어느 한 부족의 토템으로 보아도 별로 무리는 없을 것이다. 옛 문헌들에 조선민족의 선민(先民)중의 한 갈래였던 예(濊)족이 범을 숭배했다는 기록도 있으니 범도 역시 조선민족 력사 중의 어느 한 시기, 어느 한 

부족의 토템으로 보아도 별로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의 동명왕 전설에서 나오는 해나 백조나 신라의 박혁거세전설에서 나오는 닭이나 백마나 석탈해의 전설에서 나오는 까치나 가야국 수로왕 전설에서 나오는 거북 등도 토템일 가능이 있으나 확증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이를 테면 현존하고 있는 조선민족의 가장 오랜 문헌신화는 단군신화이다. 이 신화에는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하늘을 표상하는 인격화된 천신(天神)-제석(帝釋), 제석(帝釋)의 아들 환인(桓因), 하백, 수사, 운사(雲師) 등 세 신(神)그리고 이 신들이 하늘에 내린 아사달이라는 산, 그 산꼭대기에 있는 신단수, 그 밑에서 살고 있는 곰과 범 등이다. 그러면 이상의 이미지들이 다 토템인가? 다 토템일 수도 있고 다 토템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곰을 포함한 이상의 이미지들이 다 토템일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할 뿐이지 꼭 찍어서 단정할 수는 없다. 또 다 아니라고 가정할 수는 있지만 또 꼭 찍어서 다 아니라고 단정할 수 도 없다. 

 

이런 론리는 김수로왕 전설에서도 통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섯 부락의 부락장과 부락민들 그리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신, 그 신의 말대로 올랐다는 구지봉(龜旨峯), 신(神)을 맞이하느라고 불렀다는 《구지가(龜旨歌)》에서 나오는 거북,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여섯 상자에 담긴 알 등이다. 남영전 선생은 거북을 가야 여섯 부락의 토템 혹은 그중 어느 부락의 토템으로 추정한 것 같은데, 그럴 가능도 있고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토템이라고 확정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오히려 후자의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북은 옛날 조선을 포함한 동북아세아 여러 원시부족들 사이에서 귀복점(龜卜占)을 칠 때 사용하는 도구로 사용되였지 꼭 토템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귀복점을 치면서 그 점괘를 거북의 껍데기에 부호를 새겨놓은 갑골문(甲骨文)으로부터 한자(漢字)가 생겨났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조선족이나 중국한족을 비롯한 기타 소수민족의 선민 혹은 기타 세계 각지의 많은 민족들의 선민들이나 지금도 원시적 단계에 처해있는 원시씨족이나 부족들 중에 거북이 토템으로 숭앙을 받았거나 받고 있을 가능성도 절대 부정할수는 없다. 

 

돼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돼지는 조선민족의 선민들이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꼭 올렸던 가장 중요한 제물로서 고구려 유리왕시대의 완도산성과 결부된 전설에 의하면 제물로 쓰려던 돼지가 도망쳐서 쫓아간 곳이 지금의 완도산성 터였고 그 돼지 인해 유리왕이 완도산성에 도읍을 옮기게 되였다고 전한다. 이와 류사한 전설은 고려궁성의 택지전설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아서는 돼지는 분명히 고대 조선민족의 신화나 전설 속에서 중요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돼지가 꼭 고구려인들이나 고려인들의 토템이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숫사자, 양, 두꺼비, 매, 흰 비둘기, 흰 토끼, 고래 같은 동물이나 불, 구름, 비, 바다, 산호 등 자연대상이나 자연현상을 조선민족의 토템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더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흰 토끼나 두꺼비는 고구려시대의 우화 《거북과 토끼의 이야기》(일명 구토(龜兎)설화라고도 함)나 조선왕조시대의 《토끼전》,《두껍전》같은 소설에 등장하기는 해도 그것이 조선민족의 토템이였다고 증명할 만 한 자료는 없다. 주지하다시피 이 두 이야기는 모두 불경설화의 영향 하에 산생된 조선고대설화나 소설로서 자연생태적인 부동한 특점 때문에 불경(佛經)이야기 중의 동물주인공들이 바뀐데 불과하지 토끼, 두꺼비 이 두 동물이 토템이여서 우화나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며 문헌상에서도 토끼, 두꺼비 같은 동물이 일찍 토템이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다. 숫사자, 양 같은 동물은 조선민족의 선민들이 일찍 삶을 영위했던 조선반도나 동부아세아의 자연생태의 특점으로 보아서 더욱조선민족선민들의 토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점에 대해 남영전선생도 많은 고민을 했음은 많은 사고를 거듭했음은 본인의 다음과 

같은 술회에서 나타난다. 

 

《나는 조선족시인으로 이전에는 토템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아주 적었다. 다만 조선민족의 토템물은 곰 하나뿐인가 여겼었다. 그러나 여려해 동안 조선민족 신화 등 상관 자료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가운데서 조선민족은 여러 부동한 토템씨족이나 가족이 장구한 력사과정에서 융합되여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러므로 력사의 각도에서 볼 때 토템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었을 것이다.》 남영전 《원융(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

년, 2쪽. 

 

 

맞는 말이다. 조선민족의 장구한 력사과정에서 조선민족의 원시 선민들이 숭배했던 토템은 아주 많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것은 토템이고 어느 것은 토템이 아니라고 오늘날에는 누구도 똑 부러지게 대답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남영전선생은 자기의 이른바 《토템시》들에 등장한 《토템》들을 조선민족에게만 속하는 토템이 아니라 중화민족의 토템물과 불가분리적인 혈연적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내가 쓴 이러한 토템시들은 조선민족에게 속할 뿐만 아니라 역시 중화민족에게 속하며 또한 세계 기타 민족에게 속한다.》 남영전《원융(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2-3

쪽. 

 

 

역시 일부는 맞는 말이다. 그것은 토템은 조선민족과 중화민족 그리고 세계의 기타 여러민족들과도 중복성, 공통성을 보일 가능성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조선민족의 건국신화들에서 보면 건국주(建國主)들은 대부분 자기를 《태양의 아들》이라고 자칭하였으니 태양은 조선민족의 토템이였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 그러나 이러한 태양숭배는 세계적으로 아주 광범위하게 분포되여 있다. 태양만이 아니라 달, 땅, 물, 산, 구름바람, 비, 자연대상이나 자연현상에서 추출된 토템만이 아니라 단수, 대, 풀, 꽃 등 식물토템이나 곰, 범, 말, 소, 양, 새, 개 등 동물 토템도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토템일 가능성이 십분 많다. 

 

그러나 부동한 씨족이나 부족들이 동일한 토템을 선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부여한 의미, 즉 상징적 의미는 같거나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다를 가능성이 더욱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테면 남영전 선생이 《개》에 대해 부여한 상징적 의미는 적어도 조선민족과 아주 가깝게 살아온 만족(滿族)에게서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승냥이에 대해 조선민족들은 흔히 나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원고(遠古)시대의 흉노족은 자기의 조상으로까지 생각하였다. 그리고 조선민족의 선민들은 곰을 시조모로 인정하기까지 하였으나 곰을 숭상하지 않는 부족들이나 민족들에서는 곰을 미련하고 우둔한 대상으로 폄하하였다. 지금도 조선민족은 아직도 곰이라면 우직하지만 사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중국의 한족들의 욕설에서 구웅(狗熊)이라면 아주 비겁하고 더러운 폄의(貶義)를 갖는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매 하나의 토템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에는 전 인류적인 보편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민족적, 지역적 특수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토템의 상징적 의미는 부동한 력사발전단계에서 부동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토템시에서의 의미부여가 민족을 초월하여 전 인류적인 공동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토템은 문화부호로서 흔히 강렬한 민족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남영전선생이 선택하여 시창작의 재료로 삼은 곰, 범, 백학, 닭, 황소, 제비, 개, 두꺼비, 거북, 룡, 흰 비둘기 등 동물들과 신단수, 대 같은 식물들, 그리고 태양, 달, 바다, 구름, 번개, 불, 물, 흙, 돌, 산호 등 자연대상들이 모두 조선민족의 토템이였다, 혹은 모두 아니였다고 증명할 방도가 없다.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재연될 수 있지만 

력사는 다시 재연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템인지 토템이 아닌지를 명징(明徵)하게 증명할 수 없는 대상들을 시적 소재로 한 42수의 시를 몽땅 토템시라고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토템과 비토템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하에서 주관적으로 토템이라고 단정하여 쓴 시들을 토템시라고 타이틀을 단다는 것은 과학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남영전선생의 토템시를 영물시(詠物詩)라고 인정한 임윤덕 교수의 견해는 일리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통 시문학에서의 영물시는 대개 하나의 자연물상(自然物象)을 이미지화 하는데, 이 점은 남영전의 토템시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영물시는 바로 이미지시이며 영물시 창작은 각종 물상들에 시인의 정감과 사상을 부여하는 이미지화 작업이다. 

 

 

3.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들에 나타난 이미지들의 속성 

 

그러면 남영전선생이 조선민족의 《토템》들을 시로 만든 이른바 《토템시》들에서의 이미지에는 어떤 상징적 의미들이 부여되여 있는가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의 저명한 시론가 문덕수선생은 상징을 《개인(個人) 상징》, 《전래(傳來) 상징》《문화권(文化圈) 상징》, 《원형(原型) 상징》으로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 《개인 상징》은 한편의 시작품에 있는 상징이나 또는 한 특정한 시인 시인에게 있어서 계속적으로 쓰이고 있는 상징 또는 사인 상징이다 문덕수 《시론》, 시문학사, 2002년 195쪽. 

둘째, 《전래 상징》이란 시인이나 작가가 어떤 고전문헌에서 찾아 내여 창작활동에 차용한 상징이다. 문덕수 《시론》, 시문학사, 2002년 198쪽. 

 

셋째, 《문화권 상징》이란 어떤 공동체나 종교 단체 혹은 기타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상징이다 문덕수 《시론》, 시문학사, 2002년 198쪽. 

《원형상징》이란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아무런 교류관계가 없어도 인류 전체나 대부분에게 어떤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의미를 가진 이미지가 원형상징이다》 문덕수 《시론》, 시문학사, 2002년 200쪽. 

 

문덕수선생의 이 이미지가 가지는 상징성의 네가지 류형에 관한 분류에 좇아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를 살펴볼 것 같으면 가장 많은 것이 《전래의 상징》,《문화권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미지들을 소재로 한 것이며 일부 《문화권(文化圈)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남영전의 《개인 상징》은 흔히《전래의 상징》이나《문화권 상징》속에 용해되여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전래의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미지를 시적인 대상으로 삼은 것을 보기로 하자. 례컨대 《곰》,《신단수(神檀樹》,《사슴(鹿)》,《범》,《백마》,《백조》,《뻐꾸기》,《수탉》,《거북》,《개구리》,《흰 토끼》,《흰 비둘기》등 시들이 담고 있는 《전래의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볼 수 있다. 특히 《곰》,《신단수(神檀樹》에서 보여 지는 상징적 의미는 기본상 조선민족의 시조로 불리는 단군을 기술한 일연의 《삼국유사》중에서 온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두 수의 시가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짙은 민족적 특색을 띠고 있다. 

 

둘째, 《문화권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미지를 시적인 대상으로 삼은 것을 보기로하자. 이를테면 《황소》, 《까마귀》,《룡》등 을 그 실례로들 수 있다. 룡은 동아시아문화권에서 보편성을 띤 상징부호로서 그 의미도 비슷하다. 물론 조선민족의 신화나 전설,민담에서도 룡은 중요한 이미지로서 등장하기는 하지만 중국의 한족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룡의 후손이라고 한다. 까마귀도 마찬가지인데, 신라의 고대설화에서 까마귀는 하늘의 뜻을 지상에 전달해 주는 령특한 새로 등장하고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태양의 복판에 세발 달린 까마귀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아서 역시 천상계(天上界)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새임이 분명하다. 까마귀는 중국 동북부 만족(滿族)의 설화에서도 까마귀는 흉조가 아닌 길조로 등장한다. 

 

셋째, 전 인류적인 《원형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미지를 시적인 대상으로 삼은 것을 보기로 하자. 이를테면《흙(土)》,《물(水》, 《태양》, 《구름》, 《별》등을 그 실례로 들 수 있다. 

 

土爲孕育萬物負載萬物之神靈 

 

土可松可硬 

有形也無形 

土以自身無邊無際之軀 

以石爲骨 

以水爲脉 

于冥冥的天宇下 

壘起床丘嶺與山脈 

營造湖泊與大海 

孕育生靈 

孕育萬物 

孕育一切人間之夢 

孕育一切家園 

 

對待生靈 

對待萬物 

土最沈黙 

沈黙得沒有任何聲響 

沈黙得只愿聽 

-남영전《흙(土)》앞부분 

 

모든 사물의 아래에 있는 땅과 흙은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생령을 낳아 기르고,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받쳐주고, 균형을 잡아주고 뿌리를 내린 식물은 뿌리를 만들어주고, 새는 공중에서 날게 해주고 대지에 닿은 자동차는 달리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몸이 쭈그러지면 그것을 받아들여 묻어주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땅은 유기물이건 무기물이건, 그 우에 있는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 에너지다. 그러면서도 흘과 대지는 한마디 말도 없이 루루 수십 억년 마냥 침묵으로 일관한다. 남영전의 죽음과 삶을 다 받들어주는 땅은 위대한 사랑을 가진 어머니인 대지라는 원형적 상징의 발견이요 창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형적 상징은 전 인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영전의 《토(土)》과 똑 같은 땅과 흙이라는 이 원시적 이미지를 시적인 소재로 삼은 경우는 아주 많다. 이를테면 한국 황송문의 수필 《흙의 침묵》이나 조정권 시《땅의 고마움》역시 원시적 이미지를 소재로 하여 창작한 문학작품들이다. 

 

숲속에 나무나 풀, 또는 징그러운 짐승 

심지어는 공중의 새와 빌딩 

자동차조차도 

땅이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내가 달고 다니는 무거운 머리통이나 

장딴지의 힘줄도 실은 땅이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다. 

땅이 인간의 사지에 균형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이 평범한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오래 잊고 살았다. 

내가 죽어 부끄러운 알몸과 쭈그러진 가죽과 상처자국이 드러날 때 

그것들을 안 보이게 가려줄 저 땅의 고마움 

- 조정권 《땅의 고마움》 

 

흙과 대지라는 이 원시적 이미지와 늘 대응을 이루는 다른 한 원시적 이미지는 하늘이다. 땅과 하늘의 상호 련관, 상호 교감, 상호 작용을 소재로 한 시들속에는 연변의 녀류시인 천애옥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대지가 

하늘 품에 

새로이 태여나다 

 

축축한 이슬 향기로 

선경(仙境)의 

꿈을 열어 

 

상사의 

은하수를 건너 

운우 속을 거닐다. 

 

아프도록 눈부신 

분홍빛 

미소(微小)로 태여나다 

 

대지가 

하늘 품에 

새로이 죽어가다 

 

내리 쏟는 

창살 끝에 

나스스르르 

녹아내려 

 

슬프도록 아름다운 

무아몽중 

까만 재로 

죽어가다 

-천애옥 《도(道)》 

 

서로 대응되고 서로 련관되고 상호 작용하는 하늘과 땅은 원시적 이미지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아버지(혹은 남자)인 하늘, 어머니(혹은 녀자) 땅 그리고 양과 음의 결합으로 인한 생과 사, 죽음과 재생 등 보편적인 인간 상황에 대한 인간의 전형적인 반응의 집적(集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를 집단 무의식속에서 형성된 원시적 이미지인 하늘과 대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지상의 생명계통의 생성과 사멸의 운동과정을 보여준 시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생명의 창조자인 아버지 하늘과 위대한 사랑을 가진 어머니 땅이라는 원시적 이미지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천부지모(天父地母)의 관념은 원시적 이미지의 원형상징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세계의 부동한 문화권에서도 동일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 인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시는 다중(多重)적 상징의미를 가졌으니 다른 뜻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아주 많으나, 이는 본론과 관계가 별로 없으니 략한다. 

 

남영전의 《물》도 민족이나 문화권을 초월하는 전 인류적인 원시적 이미지를 소재로 한 시로서 원형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다가도 안 보이고 크다가도 작은 신령 

 

물은 어디라 없이 다 있어도 

날개 없고 발이 없고 

형색조차 없습니다. 

없는 날개 가장 큰 날개이고 

없는 발이 가장 큰 발입니다. 

없는 형상 가장 자유로운 형상이고 

없는 빛갈 가장 현란한 빛깔입니다. 

대지 우에 모래밭에 크나큰 사막에 

하늘 우에 산마루에 깊다란 협곡에 

안개 되고 구름 되고 

내 물 되고 강이 되고 

호수 되고 바다 되고 

뿌리에 줄기에 입속에 

꽃과 열매에 파고들어 

인간과 자연을 낳아 기르는 

인간의 시원입니다. 

만상의 시원입니다. 

-남영전 《물》앞부분 

 

남영전의 《물》은 흙과 대지와 함께 모든 생령의 시원이고 모든 것을 창조하는 《모든 생명 모든 령혼의 온갖 문을 여닫는 신령》이라는 이 원형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시이다. 남영전의 시에서 《태양》역시 원시적 이미지인 태양을 소재로 하여 거기에다 문화권상징과 원형상징의 의미를 유기적으로 융합시켰다. 

 

祖先的白色之門鑲在遙遠的太陽上 

 

祖先的白色靈光 

正悄悄捕捉黑色的鬼魅黑色的邪惡 

祖先的白色溫馨 

正緩緩融化重疊的雪山堆積的怨恨 

祖先的白色慈祥 

正輕輕撫摸可愛的子孫寂寞的心靈 

于時于曠野于莽林 

冥冥里复蘇暈厥的精靈 

冥冥里誕生吉祥的部落 

-남영전 《태양》앞부분 

 

태양은 대지와 마찬가지로 원시적 이미지들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태양에 대한 숭배는 곧 광명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갈망과 그로 인한 광명숭배와 통하는바 태양숭배는 범세계적 것이고 전 인류적인 것이다. 그러나 태양의 빛갈을 흰 빛으로 감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조선민족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백색숭배는 고대 동이족(東夷族)의 보편적인 색상(色尙)심리임을 감안할 때 이 시는 조선민족의 전래상징의 의미도 포함되여 있지만 동시에 문화권상징과 원형상징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는 비교인류학이나 정신분석학이나 신화원형비평에서 원형(archetypes) 또는 원형 상징(archetypal sybols)이라고도 한다. 신화원형비평의 개척자 칼 융은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원형(archetypes)이라고 고쳐 불렀지만 필자는 이 글에서 계속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image)라는 용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중국에서는 칼 융의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라는 용어를 원시의상(原始意象)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카를 융의 견해를 중심으로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의 특성을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는 인류조상들의 장구한 반복적인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원시 조상들은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반복하고, 그러한 반복으로 그 경험은 류형이된다. 그 류형이 갖는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 원형(archetypes, 한어에서는 原型이라고 번역했음)이 된다. 

 

둘째,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 즉 원형은 집단무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융은 프로이트의 개인무의식(personal unconscious) 외에 집단 무의식의 존재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그의 정신분석학의 한 특성을 부여해 준다. 개인 무의식은 개인의 생활에서 잊혀지고 억눌리고 잠재의식으로 지각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집단무의식은 개인의 생활을 초월한 보편적인 상황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이 모여서 형성된 것이다. 즉 《집단 무의식은 력사적 시기, 혹은 사회적 혹은 종족적인 집단에 관계없이 원형 시대 이후, 초월적인 어떤 힘에 대한 공포와 위협, 그리고 갈등, 남녀 관계, 어린이들과 부모와의 관계, 애증, 생과 사, 명암의 원초적인 힘, 기타 등등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상황에 대한 인간의 전형적인 반응의 집적(集積)이다.》 

 

원시적 이미지는 이러한 집단무의식속에서 형성될 뿐만 아니라 집단무의식을 통해서 계승발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형은 개인이나 어떤 집단 그리고 력사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보편적인 원초적 심상이다. 

 

셋째,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융은 《원형 또는 원초적 이미지는 아마도 그 자체의 본능적 표상 혹은 본능의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본능은 개인의 특유한 본능이라기보다 집단적 무의식 속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원형은 집단적 무의식 속에 본래부터 천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의경험이전부터 선재하는 것이고 개인의 삶과 죽음에 영향 받지 않는 것이다. 원형이 본능적이고 선험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원형이 창조된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형이상학적 문제이다. 원형은 창조되지 않고 처음부터 영원한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원형의 계승은 새가 둥우리를 짓고, 뱀장어가 버뮤다 가는 길을 발견하며, 연어가 자기의 태여난 곳을 되돌아오는 길을 아는, 선천적 습관이 유전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유전되는 것이다. 

 

넷째,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이고, 의식의 령역 속으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지각될 수 있는 원형은 이미지나 관념으로서 신화, 꿈, 은유나 상징의 형태로 시에 표현되였을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란 원형 상징이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아무런 교류관계가 없어도 인류 전체나 대부분에게 어떤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의미를 가진 이미지가 원형상징이다. 휠라이트는 원형상징으로 아버지인 하늘, 어머니인 대지 그리고 광명, 피, 상하, 바퀴축 등을 들고, 이것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것들에 대한 반응과 사고가 다양하지만, 그러나 인간이 갖는 육체적 유사성, 심리적 구조가 갖는 유사성 때문에 보편적 

공통성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들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어떤 이미지들인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남영전선생은 《나는 18년 동안 42수의 조선민족토템시들을 썼다》 남영전 《원융(圓融)》, 고 했는데, 이 이른바 《토템》이라고 하는 이미지들의 속성을 아래의 도표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민족상징에 속하는 이미지 

문화권상징에 속하는 이미지 

원형상징에 속하는 이미지 

곰 

룡 

흙 

신단수 

봉황 

물 

학 

나비 

태양 

사슴 

대 

산 

범 

개 

돌 

백마 

제비 

구름 

까마귀 

황소 

비 

거북 

양 

별 

까치 

숫사자 

번개 

개구리 

수리개 

바다 

백조 

뻐꾹새 

불 

돼지 

수탉 

 

 

 

이상의 도표를 통해 남영전선생의 이른바 《토템시》들에서 민족상징에 속하는 이미지, 문화권상징에 속하는 이미지, 원형상징에 속하는 이미지 이 류형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민족상징에 속하는 이미지와 문화권상징에 속하는 이미지들은 원형상징에 속하는 카를 융의 정의한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들이라고 할 수 없으나 많은 부분은 신화나 전설 같은 조선민족의 가장 오랜 문학장르들에서 나타났던 이미지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셋은 흔히 상호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서로 교차되고 서로 융합되여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남영전 선생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나는 18년 동안의 시간을 들여 42수의 조선민족의 토템시를 썼는데, 그러는 중에서 조선민족의 토템물과 중화민족의 토템물은 불가분리적인 친근한 혈연관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세계 기타 민족의 토템물과도 혈연관계가 없는 것이 아님을 놀랍고도 기쁘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남영전 《원융(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2쪽. 

 

 

남영전선생의 이 말은 맞는 말이다. 그 원인은 조선민족의 형성도 단순히 현재의 조선반도와만 관련되여 있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넓은 지역과 관계되며 따라서 민족형성의 장구한 력사적 행정속에서 중화민족에 속하는 많은 민족들과 많은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룡(龍)이라는 이 중화민족의 상징적 이미지는 고조선의 단군신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동명왕전설에서부터는 등장하며 삼국시기를 거쳐 조선시기에 걸쳐 조선민족의 많은 신화와 전설에서 나타나는 이는 문화적 교류로 인한 것이라고 사료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토템속에는 당연히 원시적 이미지가 포함되여 있기 마련이며, 그런 원시적 이미지들은 전 인류적인 공동성을 띠는 것이 때문일 것이다. 

 

카를 융의 신화원형리론에 따르면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라고 할 수 있는 것들로는 아마 해, 달, 흙, 물, 나무, 산 같은 것뿐이다. 이런 자연대상들은 민족을 초월해서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속에 침전되여 있는 남아있는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인지도 모른다. 물론 카를 융의 집단무의식에 바탕을 둔 신화원형리론도 불가험증(不可驗證)이라는 맹점을 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카를 융의 리론은 그런대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실정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 

 

카를 융의 리론에 따르면 원형(原型)은 《원고시대로부터 이미 존재해온 보편적 이미지》 주립원 주편 《당대 서방 문예리론》, 화동사범대학출판사, 1997년, 167쪽. 로서 인류의 최원시 단계에 형성된 것이다. 원형은 일종 《종족의 기억》으로서 보존되여 매개 개체로서의 인간들이 선천적으로 획득하게 된 이미지와 패턴이라는 것이다. 동상서, 

167쪽. 

 

 

《원형은 인류의 장기적인 심리 침전(沈澱)중에서 직접 감지되지 못하는 집단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다. 잠재적인 무의식이 창작과정에 진입하지만 그것들은 또 외부화(外化)해야 하는 까닭에 최초에는 〈원시적 이미지〉로 드러나게 되며 원고(遠古)시대에는 신화적 형상으로 표현되고 그 다음에는 부동한 시대에 예술을 통하여 무의식가운데서 살아나서 예술적 형상으로 전변되였다.》 동상서, 168쪽. 

 

 

우에서 언급했지만 남영전 선생이 시적인 대상으로 삼은 것은 대부분 조선민족의 신화에서 추출한 이미지로서 똑 부러지게 몽땅 《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라고 하기는어려우나 그것에 가까운 것이 아주 많다. 때문에 필자는 남영전선생의 시들을 대체적으로원시적 이미지(primordial image) 혹은 가장 원초적인 신화나 전설 같은 조선민족문화의 원형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소재로 하여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기 노력한 이미지시라고 본다. 

이런 리유로 필자는 남영전선생의 근 20년간의 시적인 추구를 토템시라고 이름지어줄 것이 아니라 원형시 혹은 적지 않게 원시적 이미지를 소재로 한 시라고 부르면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총적으로 남영전의 시는 이미지시다. 그런데 남영전선생은 의식적으로 원시적 이미지를 선택하여 민족정신의 원형을 표현하기 위해 힘을 쓴 시인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물론 남영전 선생이 선택한 42개의 이미지들이 모두 원시적 이미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중 일부는 분명히 원시적 이미지리고 단정할 수 있다. 

 

 

4. 결론 

 

결론을 내린다면 남영전선생의 시는 이미지시다. 그런데 남영전선생은 동양 고대의 영물시나 서양 현대의 이미지즘시들과는 달리 의식적으로 조선민족의 신화전설이나 고전문헌에서 추출한, 카를 융의 정의한 원시적 이미지나 또는 가장 원초적인 이미지를 선택하여 조선민족정신의 원형(原型)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시다. 

 

물론 남영전 선생이 선택한 42개의 이미지들이 모두 카를 융의 정의한 원시적 이미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중 일부는 분명히 원시적 이미지라고 단정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또 룡 같은 문화권상징에 속하는 이미지도 원시적 이미지(原始意象)라고 부른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카를 융의 원시적 이미지의 외연을 좀 더 넓혀 편의적으로 남영전선생의 오히려 원시이미지(한어로는 原始意象詩)라고 하는 편이 더 합당할 것 같다. 이는적어도 토템시라고 하기 보다는 리론적 맹점이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시이미지(한어로는 原始意象詩)라고 고친다고 하여 완전히 명(名)과 실(實)이 부합되는 것은 아님을 부언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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