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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 시단의 奇花異石 - 한춘詩論
2015년 11월 21일 20시 18분  조회:4693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5년 11월 26일 08시 37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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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단의 기화이석(奇花異石)-한춘시론



윤윤진(길림대학교수, 문학평론가)










1. 서론
2. 본론
(1) 라선형 발전궤적으로 보는 한춘의 시세계
(2) 키워드로 읽는 한춘의 시세계
① 꽃
② 꿈
③ 밤
④ 별
(3) 전통적인 시쓰기에서 유리되는 한춘의 시
3. 결론
 
1.   서론
 
홍군식은 한춘회갑기념시집에 부치는 축시에서 “외로운 사자가/ 북중국의 한 모퉁이에서 날뛰고있다/불타는 설산을 가로지르면서/ 선지피를 삼키고있다”고 한춘을 격찬하고있다. 여기에서 외롭다는것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아는척을 하지 않는 시가창작을 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것은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선봉시, 모더니즘시들을 쓰면서 문단에서 외로운 탐구와 창조를 고집하였기때문일것이다. 80년대 중반이후, 우리 문단에 서구 각종 사조들의 류입과 함께 시가 령역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송가일변도의 시창작에서 다양한 시풍의 시가 나타났다는데도 있지만 한춘과 같이 서구 모던을 받아들여 우리 시단의 한 축을 구성한것 역시 무수한 변화중의 변화라고 해야 하는데 한춘에게 있어서 이 과정은 그리 순탄한것이 아니였다. 모던에는 바람이 재고 모던에는 인기척이 드물다. 그러므로 모던 그 자체에 몸 담그고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무척 고독하고 힘든 일일것이다. 미지의 령역을 탐구하는 모든 자가 그러하듯이 모던의 탐구자에게도 고독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 길은 “외딴 길/ 사각지대를/ 혼자 슬퍼하”기(<구절초>)때문일 것이다. 한춘은 이 과정을 “꽃잎은 잠못 이루고 뒤척이며/ 하나의 방정식을 풀고있다”고(<실면한 숙원>) 하고있으며 그것은 “기나긴 로정이였습니다”라고(<주소 없는 편지 (맺음시)>) 쓰고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오늘까지, 한춘은 우리 문단에서 부단한 변화를 꿈꾸면서 끊임없는 고독한 려행과 탐구를 계속했다. 오늘 우리가 볼수 있는 한춘의 문학세계는 이렇게 구축된것이며 부단한 탐구속에서 한춘은 우리 문단의 기산이봉으로 문학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2.   본론
 
(1) 라선형의 발전궤적으로 보는 한춘의 시세계
한춘의 문학탐구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춘 역시 신이 아니였다. 그의 탐구는 자아의식과 자아의식에 기댄 문학에 대한 지대한 갈망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러한 갈망은 또 “문화대혁명”시기의 자아상실과 송가문학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1979년부터 1982년 사이에 쓴 시들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화반성을 동반한 시들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단순하였던가?
오늘 아침 붉은 도마도를 먹어도
래일엔 당장 마음이 붉어질줄 알고
밤사이 거리를 <붉은 바다>로 만들었다
 
그때 우리는 어찌하여 그리도 어리석었던가?
모든 인사와 첫마디를 어록으로 대체하고
<충(忠)>자를 새겨 목에 걸어야 충성인줄 알고
하루 세때 <만수무강>을 축원하여 <기도>드렸다
 
그때 우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유치했던가?
꽃이란 꽃은 다 짓뭉개고
잠결에도 혹시나 <이교도>의 꿈을 꿀가봐
<잡귀신 쓸어내자>베개잇에 수놓았다
 
그때 우리는 어찌하여
<반란>의 기발 들고 마스고 짓부셨던가?
잡초 돋은 중화의 빈궁한 땅을 깔
<녀왕>이 룡좌에 앉을번하게 했던가!
 
-<그때 우리는 어찌하여>의 전문
 
“소용돌이치는 상흔(傷痕)의 쓰거운 키스자욱”이란 표제가 설명하듯이 이것은 1979년 <4인방>을 짓부신후, <문화대혁명>기간의 각종 비정상적인 삶을 반성한것이다. 후기 한춘의 시답지 않게 너무 직설적이고 시적인 상징이나 비유 같은것이 없어 시다운 맛이 없는 시라는 평도 가능하지만 여기에서 작가는 단도직입적으로 <문혁>시기 인간들의 단순함과 유치함을 개탄, 또는 통탄하고있다. <문혁>후, 중국 대지를 휩쓴 “반성문학”, 또는 “상처문학”과 궤를 같이하는것이지만 작가의 엄청난 회한의 정서를 표현하고있는데 우리 문단에서 이러한 “반성문학”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 시로 평가할만하다. 한춘의 반성은 이후에도 계속되는데 그 뒤에 쓴 <내 노래 정녕 내 목청으로 불렀던가>, <소원>, <인생(조시)>, <나의 답복>은 모두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 <문혁>시기 꼭두각시극에 놀아났던 인간들이 깨여났고 더 중요한것은 인간의 지성이 깨여난것이다. 무지와 몽매와 단연히 결별하고 “내 노래” “제 가진 목청으로” 불러야 하겠다는 한춘의 자각은 이로부터 닻을 올리고 멀고 긴 탐구의 고독한 려정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는 한춘 시탐구의 시발로 된다.
“한쪽엔 추억의 야초가 무성하고/ 한쪽엔 동경의 꽃들이 만발한(<나의 답복>)” 이률배반적인 한춘의 내면풍경과 그 탐구과정은 “피의 자취, 불같은 추구, 랭철한 사색(<나의 답복>)”으로 엮어져 있다. 당시 서구의 모더니즘에 모두 서먹하게 생각하던 시단에 “내 언어의 꽃잎들을 산산히 뿌려 하늘의 목메임을 확 터쳐주고싶”었던 작가의 시풍은 1983년을 전후한 <은방울꽃>, <감자꽃> 등 시가로부터 일변하여 한춘시는 발전단계에 들어선다. 그뒤 어려운 모더니즘 시가령역을 더듬어 <그리움>, <첫노래>, <기타소리>, <콩싹트는 밤>, <무궁화>, <적막>, <길 잃은 철새>, <황진이>, <밤잠 잃은 나그네>, <무지개는 뿌리 내릴 곳을 찾는다> 등 선봉, 모던 색채가 짙은 시들을 창작하여 우리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가운데는 <기타소리>와 같이 청각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전이시켜 기타소리를 형상화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십자길에 걸린 신호기는/ 울긋불긋한 극장 현수막/ 물빠진 사람의 포스터가/ 도심 복판을 휘젓고있”어 피카소의 그림을 련상시키는 <길 잃은 철새>와 같은 작품이 있으며 꿈같은 의식의 흐름을 형상화한 <꿈 이야기>와 같은 작품도 있고 리상의 성급한 비상때문에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내면풍경을 그린 <무지개는 뿌리내릴 곳을 찾는다>와 같은 작품이 있다.
1989년을 전후하여 2002년 이 시기는 한춘이 숙성한 시법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던 시기이며 한춘의 모더니즘시가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겠다. “그날 맨살의 상처를 소금으로 씻어야만 하나”란 시구와 같이 무거운 마음의 상처를 “주소 없는 편지”로 힘들게 치유하면서 한춘의 시탐구는 이 시기에도 계속되는데 역시 “제목 없는 악곡의 총장은 아직 태여나지 않았고” “기나긴 로정이였다.”(<주소 없는 편지-맺음시>)이 시기 한춘은 베일에 가린 력사의 밀사도 들여다보았고(<베일속의 밀사(秘史)>) 돌비석에 인생의 철리도 새겨놓으면서(<돌비석>) 10여년의 고독과(<10년 고독>) 50반생의 “미완성 돌쪼가니”를 “강광(强光)으로 비추”어 반추해보면서 무풍지대를 지나고(<무풍지대>) 불면증을 극복하면서(<불면증>) 탐구를 계속하여 우리 문단 모던문학의 고봉으로 힘겹게 톺아오른다. 그러나 이 역시 “종착역이 아니”라(<자화상>)“좋은 소식 나쁜 소식/ 짬뽕해서 절반절반// 한가위/ 여위진 달이/ 시름만 실어준다”. 이 시기에 그는 “기쁜 날은 아쉽도록 적고/ 슬픈 날은 지겹도록 많은/ 수부의 깨진 꿈들을 모아/ 다시 돛폭을 올리기까지” 힘들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만 했던 <홀로서기>를 비롯하여 고향무정을 그린 <은행나무>, 가슴 속에 깊이 박힌 실연의 아픔을 호소한 <겨울외출>, 마음의 허전함을 표현한 <풍경>과 <적막금강>, “로인, 편지, 제비꽃,갈대, 초생달, 비바람, 창문” 등등 물질들을 적치해놓아 수많은 이미지들을 련상시키는 <밤비는 멎고>와 같은 시들을 창작하여 우리 문단에 이채를 불어넣었다.
2002년 이후의 한춘의 시는 50여성상 힘겹게 걸어온 인생과 예술과 리상과 현실과 민족의 정체성 등등을 반추하면서 내면의 응어리를 풀고자 한다. 어찌 보면 걸어온 인생과 예술탐구에 쉼표를 찍고 더 높은 차원에서의 탐구와 도약을 위한 힘 고르기 또는 숨 고르기 같은것일지도 모른다. 뿐만아니라 이 시기 한춘의 시에는 <무제>, <들에도 함성이 있다>, <꽃상여 나간다>, <꽃씨의 죽음>, <도강(渡江)>, <무제> 등등 기이한 시들도 있다. 삶의 건너편인 죽음의 세계를 련상시키는 이러한 시들은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 인간과 인생과 관련된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해보려는 시도도 보여지는 시들로서 그 깊이에 있어서는 중국당대시단의 정민(鄭敏)의 시에 나타나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묘사나 탐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우리 시단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것으로서 신선한 바람과 충격을 준다. 죽음은 인생의 련속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에서 인생을 더 깊이 있게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때문에 우리 시단에서는 이 문제를 거의 론의하지 않고있는데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리해하는가 하는것은 인생의 가장 중차대한 문제인것만은 틀림없다. 모종 의미에서 말하면 이 문제에 대한 탐구, 이 문제에 대한 태연한 자세 그것이야말로 인생에 대한 가장 높은 차원의 탐구일지도 모르며 인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자세일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말하면 한춘의 시는 우리 시단에서 기화이석이요, 기산이봉이라고 할수 있다.
1979년 지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한춘의 탐구는 2002년에 이르면서 한 단락을 지으면서 하나의 큰 원을 그렸다. 그러나 이것은 제자리로의 회귀가 아니며 평면적인 회귀는 더욱 아니다. 한춘의 회귀는 립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럴 경우 이 회귀는 제자리로의 회귀가 아니라 라선형의 발전궤적을 이루고있는바 이것은 더 높은 차원에로의 승화이며 발전이며 전진이다. 이 발전궤적의 매 발자국마다에는 작가의 피타는 노력과 부단한 탐구가 깃들어 있으며 새로운 시적경지에로의 도달을 의미한다. 또 이 새로운 시적경지에의 도달은 다른 불만족을 불러일으켜 또다시 새로운 탐구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라선형의 발전궤적이 이루어진다.이리하여 야심찬 시의 세계, 시의 속성, 시의 근본, 시의 본질, 시의 비밀에 대한 한춘의 탐구는 라선형 발전궤적을 또렷이 그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2) 키워드로 읽는 한춘의 시세계
한춘의 시세계를 산책하노라면 우리는 기화이석이나 기산이봉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이러한 기화이석이나 기산이봉은 모두 자기적인 자태로 독자들을 매혹하며 신비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러나 한춘의 시는 되는대로 읽어서는 안된다. 모든 모더니즘시가 그러하듯이 사실 한춘의 시는 난해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한춘의 시를 읽으려면 상당한 상상력과 이미지즘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고있을뿐만아니라 다면적인 이미지나 시해석도 가능하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춘의 시를 해독할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사실 한춘의 시에도 그 해독법이 있다. 시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있는 키워드 몇개를 선정하여 그것이 내포하고있는 이미지를 통하여 시를 파악하는 방법이 그 해독법의 하나인데 아래에 한춘의 시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있는 꽃과, 별과, 밤과, 꿈 등등 사물을 통하여 한춘의 시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① 꽃
꽃은 서정시의 단골손님이다. 사정은 모더니즘시라고 해서 다를바 없고 한춘의 시도 례외가 아니다. 그런데 전통시에서 꽃은 흔히 님과 통하는것으로서 사랑하는 녀성과 관련되는것이 상례이며 꽃하면 자연히 녀성을 생각하게 되며 적어도 사랑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춘의 시에서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한춘의 시에는 꽃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백일홍>, <은방울꽃>, <감자꽃>, <무궁화1>, <무궁화2>, <민들레>, <채송화> 등은 모두 제목 자체가 꽃으로 되여있는 시들이며 제목 자체가 꽃과 관련되여있는 시들로는 <장미의 계절>, <나팔꽃 지는 저녁엔>, <꽃상여 나간다>, <꽃씨의 죽음>, <꽃의 최후진술> 등등이 있다. 꽃이 많이 나오는 시 몇구절을 적어보자.
 
……
송이송이 들꽃을 한아름 따다
꽃다발 만들어 머리에 쓰는 소녀
짙고 싱그러운 꽃향기에 취해
피여난 꽃들은 시들지 않는줄로 알았다
……
 
-<인생>(조시)중 <꽃밭만 있는 줄 알고>의 일부
 
꽃이 피면 꽃이 피는 길목으로
꽃만큼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꽃씨가 되여 달려올듯 달려올듯
무한한 상념끝에 보고픈 눈망울이여
……
 
-<그리움>의 첫련
 
늦겨울 이야기 그만하고
박꽃 같은 하얀 꽃들에
빨간 꿈들을 하나하나 얹어봐요
그처럼 경이로운 일은 없을거라요
……
모든 것이 기적일거라요
기적앞에선 심봉사도 눈을 뜬대요
스치는 바람 한점에도
목근꽃은 시력을 회복할거라요
안개 묻힌 배고동소리 들리지요
지는 꽃 지는 잎을 스쳐지나
한번 빨리 달려가보세요
모든 아픔을 털어버리고
한송이 꽃으로 배전에서 웃으라요
 
-<무궁화>의 일부
 
첫번째 시는 1979-1982년 사이 <문혁>시기의 무지와 맹종을 반성하면서 쓴 <인생>조시중의 일부이다. 이 세상에 꽃밭만 있고 꽃향기만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청춘의 꿈을 부풀렸던 시절, 이러한 단순함이 정치인들에게 리용당해 미증유의 비극을 불러왔던 시절, 시인은 그 시절을 침통하게 반성하면서 이<인생>조시를 쓰고있는데 여기에서 꽃은 꼭 꼬집어 이것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대체로 “평화”, “순진함”,“순결함”, “행복감”, “정의감” 등등 아무튼 플러스적인 상대이며 두번째 시는 <그리움>이란 타이틀로 춘하추동을 쓴 시중 봄을 노래한 시인데 첫줄의 꽃은 봄이 되면 계절에 따라 자연적으로 피여나는 자연상태의 꽃을 말하고 두번째 줄의 꽃은 해사한 웃음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서 그러한 웃음의 대명사로 쓰이고있으며 세번째 줄의 꽃은 꽃을 다시 꽃피울수 있는 꽃씨를 말하며 마지막 시는 <무궁화>를 례찬한 시인데 첫련의 꽃은 비유대상으로 박꽃과 하얀 꽃이며 마지막 련의 꽃은 행복한, 만족스런 웃음을 말한다.
시에서 꽃이 흔히 사랑이나 녀성, 나아가서는 녀성의 그 무엇을 상징함으로 하여 한춘도 꽃으로 사랑이나 녀성, 또는 이성지간의 이러저러한 감정, 지어는 불륜을 대체한 경우도 더러 있다.
 
빛과 사슬이 흘레질하고
피자욱 흥건한 장미꽃밭
사생아가 울음을 토한다
……
 
-<베일속의 밀사>의 일부
 
삼국사와 조선사를 읽고 감회에 젖어 썼다는 <베일속의 밀사>란 시다. 왕조내의 어지러운 이성관계,터부시하던 근친상간도 거리낌없이 감행하던 왕조의 밀사에 대해 한탄한 시인데 이 시에서 장미꽃은 남녀지간의 정사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꽃이 한춘의 시에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한춘의 시에서 꽃은 경우에 따라 여러가지 사물이나 이미지를 나타내는것이 이색적이다.
 
꽃 지면 의례 열매 맺는다고
꽃가지 붙들고 한숨짓지 말라건만
뼈 쏘는 상처도 아물면 그만이라고
상처자국 매만지며 눈물짓지 말라건만
떨어진 꽃잎을 손바닥에 받쳐들고
쩝쩝한 소금물로 상처를 씻은 나
기억의 무덤에 이왕지사 덜어놓고
마음의 터밭 두쪽으로 나누었다
한쪽엔 추억의 야초가 무성하고
한쪽엔 동경의 꽃들이 만발하다
그러면 나도 부러움 없는 백만장자
피의 자취, 불같은 추구, 랭철한 사색
 
-<나의 답복>의 일부
 
1979년부터 1982년 사이에 씌여진 시로서 “취중에서 깨”여나 “문혁”시기의 무지와 몽매를 질타하며 자기 머리로 랭철하게 사색하면서 다시는 맹종하지 않겠다는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시다. 1련의 꽃은 자연상태에서 피고 지는 꽃을 말하지만 사실은 꽃이 지면 열매가 맺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말하며 2련의 꽃은 지는 꽃잎을 말하지만 <문혁>시기의 “붉은 꽃”, 또는 그 시기에 잃어버린 이성을 말하며 3련의 꽃은 미래의 리상을 말한다. “추억의 야초가 무성한” 마음과 “동경의 꽃들이 만발한” 마음, 추연한 마음과 동경의 마음이 뒤섞여있는 내면풍경을 그려보인 시로서 이 시에서 꽃은 경우에 따라 여러가지 이미지를 나타내면서 시의 표현력을 높여주고있다.
이외에도 한춘의 시에서 꽃은 여러가지 사물을 지칭하거나 이미지를 나타내고있는데 <첫노래>중의 “꽃향”은 한가슴 가득 찬 시적욕구를 뜻하며 <외할머니> 중의 “할미꽃”은 할머니, 또는 할머니의 삶과 같은 수수하나 인정에 찬 한생을 말하며 <신라사람들이여>중의 “하얀 꽃”은 백의민족으로 대변되는 하얀 넋을 의미하며 <수로부인가>중의 “꽃”은 꽃보다 아름다운 웃음, 즉 아름다움, 또는 수로부인의 미색을 말하며 <꽃씨의 죽음>에 나오는 “꽃”은 생명을 지칭한다. 이처럼 일반시인들과는 달리 한춘의 시에서는 “꽃”이 여러가지 이미지를 나타내며 색다른 이미지와의 조합을 구성해 짙은 여운을 남겨주는것이 특징적이다.
 
② 꿈
한춘시에서 심심찮게 보여지는 다른 한 시어는 “꿈”이다. 한춘의 시에는 “꿈”이 유난히 많다. <꿈이야기>나 <어느 꿈이야기>, <꿈>은 직접 “꿈”을 쓰고 있을뿐만아니라 다른 시에서도 “꿈”이 많이 등장한다.“<이교도>의 꿈을 꿀가봐”(<그때 우리는 어찌하여>), “나는 황무지 개간자의 황홀한 꿈”(<나의 답복>5),“나와 함께 꿈과 함께”(<새싹>), “사나운 꿈들을 투레질해 털며”/“하나도 아니 헝클어지고 잘 풀린 꿈이”(<단풍은 가을의 전갈>), “주먹 같은 꿈들이 주런이 묻혀있다”(<감자꽃>), “밤 아닌 대낮에 꿈을 꾸어도 본다”(<도서정리>), “꾸다 꾸다 못다 꾼 꿈마저/ 접시꽃 떼울음으로 해몽하고”(<첫노래>), “빨간 꿈들을 하나하나 얹어봐요”(<무궁화>), “목 메여 합창하던 그날의 꿈”(<달>), “새 꿈이 란무하고”(<주소 없는 편지14>), “밤이면 별 하나 꿈 하나 사랑 하나를 끌어안고”(<주소 없는 편지(맺음시)>), “황홀한 꿈은 죽음이였다”(<베일속의 밀사>), “간밤 이슬꿈을 안고있다”(<시간>), “친구 죽음의 꿈을”/ “수부의 깨진 꿈들을 모아”(<홀로서기>), “거품처럼 날려간 꿈은”(<별빛연구>), “꿈 한번 가지고 싶은데”(<불면증>), “상봉의 꿈을 기도한다”(<담벽>), “꿈 한점 아쉬운데”(<알람시계>), “대롱이는 꿈의 혈서”(<심야독서>), “꿈 한부대 부려놓다”(<자화상>), “깨진 꿈 정리하니”(<1997년 가을>), “꽃 피우지 못한/ 꿈들의 잔해들이 모여”(<분리수거>), “녀왕보다 풍요한 꿈”(<보신각 종소리>), “겨우내 방목시킨 꿈”(<장미의 계절>) 등등은 모두 한춘의 시에 나오는 “꿈”이란 시어인데 여기에 “꿈자락”, “꿈속”, “꿈길”, “꿈마당”, “꿈둥지”, “꿈조각”, “해몽”,“몽중” 등등 “꿈” 관련시어들을 더하면 기수부지이다.
“꽃”이 한춘의 시에서 여러가지 이미지를 내포하고있었듯이 “꿈”도 여러가지 이미지를 나타내고있는데 어떤 “꿈”은 황홀한 리상이나 미래를 말하며 어떤 “꿈”은 “허황한 생각”, 또는 “이룰수 없는 환상”을 의미하며 어떤 “꿈”은 악몽, 나쁜 생각으로 해석되며 어떤 “꿈”은 잃어버린 기억, 또는 추억들로 풀이될수 있으며 어떤 “꿈” 은 풍요로움을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꿈”은 한춘의 시에서 여러가지 이미지로 표현되며 시에 몽롱성과 신비함을 더해준다. 그중에서도 “빨간 꿈들을 하나하나 얹어봐요”(<무궁화>), “은빛 푸른 반달은/ 내가 내건 꿈 둥지라”(<1997년 봄>), “겨우내 방목시킨 꿈”(<장미의 계절>)에 나오는 “꿈”들은 그 이미지 착상이나 작법에 있어서 창의성이 돋보이는바 무색의 “꿈”에 빨간칠을 하여 꿈이 색채를 가지게 된것도 그러하지만 빨간칠을 함으로써 그 꿈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여주고있으며 반달을 둥지로 표현함으로써 조각달을 둥지로 형상화하여 거기에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고있으며 “겨우내 방목시킨 꿈”의 경우는 “꿈”을 이인화하여 그것을 키우고 풍부하게 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고있다. 비범한 착상과 과감한 혁신을 동반한 시어를 창출한것으로서 이러한 시어창작은 한춘의 시 곳곳에서 심심찮게 찾아볼수 있는 대목이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로 한다.
 
모든 갈망은 시작
모든 시작은 긴데
모든 종말은 시작
희붐히 밝아오는 하늘을 휘휘 저으며 북국의 찬눈이 창문턱에 소복이 내려앉는 밤이면 별 하나 꿈 하나 사랑 하나를 끌어안고 창호지가 밝기만 기다린다
그 한 장을 번지지 말아요
그 밀서를 버리지 말아요
계절풍은 아직 서성대기만 함. 말라꽹이 나뭇가지만 당돌하니 서있음. 함께 호흡함. 함께 기다림. 함께 굳어버림. 제목 없는 악곡의 총장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음.
기나긴 로정이었습니다
 
-<주소 없는 편지(맺음시)>의 전문
 
“꿈”이 있어 시어 “꿈”으로 해석할수 있는 시다. 사실 이 시 전부가 “꿈”을 썼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다.인생을 굽어보면서 생활의 느낌을 정서화한 시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시탐구로 어려운 나날과 그 탐구의 어려움을 로출한 시다. 이 시는 그앞에 수록된 “이 세상 한 곳을 향해/ 찌그러진 수레를 몰고가는/ 사나이 그 이름을/ 한춘이라 불러라”란 <주소 없는 편지74>와 함께 읽을수 있는 시인데 여기에서 이 세상 한 곳을 향해 찌그러진 수레를 몰고가는 사나이가 바로 한춘 자신이다. 한춘은 모던의 세계에 진입하여 그 세계를 설파하고 시에서의 비상을 바라고 시를 썼다. 그러나 그 모던의 세계에 대한 리해와 그 모던의 시를 모던답게 쓴다는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말하자면 한춘은 모던의 세계에 집념하면서 거기에서 남과 구별되는 이색적인 시세계를 창출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아리송한 모던에 만족하지 않았다. 모던이란 배울수록 알수록 모를것이 더 많은 신비의 세계이다. 따라서 그는 모던의 피상에 만족하지 않고 더 깊은 모던의 세계에 빠져들어 가는것이다. 그래서 그의 탐구는 끝이 없이 계속되고 탐구자체가 시작으로 되여 “시작은 길고/ 모든 종말은 시작”으로 되면서 되풀이된다. 이 신비의 세계를 파헤치기 위해 시인은 북국의 찬 눈이 창문턱에 내려앉는 밤에도 “별 하나 꿈 하나 사랑 하나”를 끌어안고 밤을 지새운다. 그러나 이 “제목 없는 악곡의 총장은 아직 태여나지도 않았”다. 기나긴 로정이였지만 아직도 얼마를 더 가고 얼마를 더 탐구해야 할지 작가 자신도 모른다. 그래서 부치지 못할 편지를, “주소 없는 편지”를 쓰고 또 쓰는것이다.
 
③ 밤
“봄바람이 아픔을 몰고 와/ 꽃샘추위를 풀더니/ 간밤에 눈을 떴다/ 가지마다 환희를 토한다”(<새싹>),“자주빛 꽃마음 수줍은 웃음이/ 간밤의 이슬만큼 보고싶었다”(<감자꽃>), “뱀 같은 굽은 오솔길 드나들며/고왔다는 얼굴을 소모하다가/ 별빛 없는 그날 밤 우리 곁을 떠났구나// 눈물어린 새벽을 나에게 남겨두고/ 려명전의 긴긴 밤 혼자 걸어온 한생/ 한밤중 물처럼 불어나는 나의 욕심”(<외할머니>), “홰불인듯 기발인듯 붉은 진달래/ 간밤도 자정깊이 뻐꾹새 소리로/ 목터지게 목터지게 봄노래 부르더니…”(<뻐꾹새 그리고 진달래>), “밤 아닌 대낮에 꿈을 꾸어도 본다”(<도서정리>), “한밤이면 바튼 기침성화에…”(<수로부인가>),“기다리겠지 오늘 밤/ 잠못드는 마음이”(<기타소리>), “간밤 달무리 지더니/ 별들이 모던히도 바글거렸지”(<콩싹 트는 밤>), “지난밤의 몸살이 나아졌다나”(<적막>), “카텐에 비낀 밤 그림자”, “기도 아닌 밤 갈바람이 되여”(<밤잠 잃은 나그네>)… 이것은 한춘의 시에서 대충 찾아 적은것이다. 한춘의 시에는 “꽃”이나 “꿈”과 더불어 “밤”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 밤은 앞에서 이야기한 “꿈”과도 론리적으로 의미적으로 련결되며 뒤에서 이야기할 “별”과 련결되는 시어이다.
한춘의 시를 읽노라면 고요한 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사색의 나래를 펼치는 작가가 상상된다. 한춘에게 있어서 밤은 별을 바라보며 사색의 나래를 펼치는 자유자재의 공간이며 또 새로운 시적령역의 탐구로 담배연기를 날리는 공간이며 서정을 푸는 시적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꿈들이 이 공간에서 시적서정으로 엮어졌으며 많은 탐구는 이 공간에서 세상에 나오면서 해빛을 보았을것이다. “밤이면 별 하나 꿈 하나 사랑 하나를 끌어안고 창호지가 밝기를 기다린다”(<주소 없는 편지(맺음시)>)는 바로 이러한 사정을 단적으로 시사해 주는것이다.
그러나 한춘에게 있어서 “밤”은 상상과 창조의 공간만이 아니다. 한춘의 시에서 밤은 여러가지 이미지를 가지고있는바, 그것은 경우에 따라 또 고민의 공간이였고 고독의 연장이였고 회한의 계속이였을지도 모른다.
 
간밤 긴긴 동지밤
나를 찾는 전화는 없고
밤이 무거워
밤의 노예가 되여
진로로 서울의 나를
불면의 나락으로 내몰다
 
-<아침까지>의 일부
 
년중 밤이 가장 긴 동지날밤, 밤이 지긋지긋하여 지새우기도 힘겨운데 “나를 찾는 전화”도 없다. 그래서 홀로 이 버거운 밤을 지새우는 서정주인공, “밤의 노예가 되여” 술로 애처로운 마음을 달랜다. 이 시는 작가가 서울에서 창작한 작품으로 보인다. 서울은 우리의 꿈의 도시고 한국은 우리의 맘속의 고향이다. 많은 중국조선족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부풀은 코리안드림을 안고 고국땅을 밟았다. 한춘도 마찬가지였다. “풋풋한 꿈을 묶어”가지고 한춘, 이 “길 떠난 객현리의 행인”(<은행나무>)도 부푼 꿈을 안고 고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고국은 싸늘했고 고향도 무정이였다. 이 시기에 한춘은 <은행나무>, <무궁화>, <림진강>, <문신>, <창세기>, <서러운 별>, <객현리> 등 작품을 썼는데 이러한 시들에서 우리는 통일에 대한 갈망(<림진강>), 밀려드는 향수(<객현리>), 이국타향 나그네로서의 설음(<서러운 별>) 등등 정서를 포함해 디아스포라 정서를 다분히 읽을수 있다. 그러나 고국이고 고향이고 한춘이 생각하고있던 그런 랑만의 세계가 아니다. 고국이건 고향이건 거기에서 한춘은 여전히 나그네에 불과했고 이방인에 불과했다. 여기에서 밀려드는 서글픔, 여기에서 생기는 담담한 애수, 상기 시는 이러한 서정주인공의 정서를 잘 반영해 주고있다. 제목 <아침까지>가 말해주듯이 시인은 그리던 고국에서 그립던 고향 땅에서 년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날 밤을 술과 벗하며 불면의 밤을 새웠다. 1998-2002년 사이에 쓴 <서울을 떠나며>, <신심우도> 등등이 이러한 이방인의 서글픔과 설음을 적은 시로서 이러한 시들의 연장선상에서 읽을수 있는 시들이다.
이처럼 한춘의 시에서는 “밤”이 작가의 정서를 표출하는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되여 시의 표현력을 증강시키고있다.
 
④ 별
한춘시에는 또 꿈이나 밤과 밀접한 론리적관계를 가지고있는 별이 많이 등장한다. 밤이 있으니 별은 론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밤과 통하는 사물들이라 해야 하겠다. 밤이면 별이 보이고 밤이면 별이 반짝인다. 그러나 독자들은 낮에도 무수한 별이 있고 또 그것들이 반짝이고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낮이라 하여 별들이 없는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뿐이다. 태양빛에 가리여있을뿐이다. 그래서 낮과 별도 련결이 될수 있지만 별은 밤에만 보이기에 밤에만 있다는 고정적인 사고방식이 생긴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한다면 낮에도 별이 있고 또 보인다는것은 새로운 사고방식이고 모더니스트들의 사고방식이다. 낮에도 별이 보인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낮에도 확실히 별이 있기때문이다. 오히려 낮에 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어림석음과 무식을 설명해줄뿐이다. 모던의 시상은 여기로부터 시작된다.
한춘의 시속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 다른 사람의 시에도 그러하겠지만 한춘의 시에는 별이 각별히 많다. <나의 답복>과 <수로부인가>중의 “새별”; <그리움>, <기타소리>, <콩싹트는 밤>, <적막>, <단교>, <주소 없는 편지(맺음시)>, <겨울살이>, <겨울일기>, <류민도>, <잠겨진 대문>, <어느 꿈 이야기>, <함박눈이 내리는 날>중의 “별”; <감자꽃>, <무궁화>, <검객>, <별빛초옥>중의 “별무리”; <외할머니>, <환도산성>, <그리움>, <1997년 겨울>, <서울을 떠나며>, <씨앗>, <별빛초옥>, <별빛읽기>중의 “별빛”; 그리고 <귀촉도>중의 “별찌”, <눈먼 고집>중의 “푸른 별”, <어느 꿈 이야기>와 <나무읽기>중의 “별쪼각”, <길 잃은 감각>중의 “별 그림자” 등등 이외에도 더 있다. 그가운데서 1990년대 이후에 씌여진 시에서 “별무리”는 일반적인 별이 아니고 쏟아져내리는 별들, 무너져내리거나(<검객>) 산산히 부서져(<겨울일기>) 허물어져내리거나(<어느 꿈 이야기>) 내려앉음으로써 (<나무읽기>) 초기작품에 나오는 별 또는 별빛과는 분명 다른 시각에서 묘사되고있다. 분명 여기에는 작가가 추구하고있는 색다른 이미지가 있다.
 

열두시: 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빛난다
나의 가슴에 안기는
별 하나 별 하나
한시: 자꾸만 배고프다
별빛을 먹어도 배고프다
그래도 자꾸만 먹는 별빛

 
-<그리움>의 일부
 
이 시는 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다. 여기서 별은 작가가 추구하고있는 그 무엇이다. 리상일수도 있고 그 어떤 바람일수도 있고 그 어떤 생활일수도 있고 순진한 인격일수도 있으며 추구하는 예술일수도 있으며 기타 그 무엇일수도 있다. 사실 한춘의 시에서 별을 다양한 이미지를 띠고있는 대상물로서 그 이미지를 구태여 따져보려고 하는 그 자체가 문제일수 있다. 이것은 한춘의 시에서 별은 구체적인 해석을 거부한다는것을 말하며 몽롱한 그 무엇이라는것을 말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면 한춘의 시에서 별은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별은 별마다
찬 하늘 먼 곳에서
반짝이기만 하는것이 아님을
당신에게 믿을수 있도록
내가 언것입니다
불덩이 같이 몸뚱아리에
가시밭 생채기는 이야기 않습니다
호올로 외롭게 떠서
달래던 마음은 이야기 않습니다
무지개 하늘 다리 타고
구름밭 지나온 별입니다
당신의 입술에 내려
후더운 숨결을 듣고 싶습니다
초췌한 나의 모습을
몰라보아도 서럽지 않습니다
다만 허락하여 줄수 없을가요
미소에 담은 나의 한마디
사랑하는 이여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서러운 별> 전문
 
1989년부터 1992년 사이에 쓴 시다. 이 시기 표제에 한춘은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별로 솟았다/ 반디불로 떨어진 꽃잎이여/ 그날 맨살의 상처를/ 소금으로 씻어야만 하나”. 1989년-1992년 사이 한춘에게 무슨 마음의 큼직한 상처가 있었는지 이 시기 시들에는 그러한 마음의 상처를 힘들게 치유하고자 하는 시들이 많은데 우에서 인용한 <서러운 별>도 그러한 맥을 타고있음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수 있는 시다. <서러운 별> 바로 뒤에 나오는 <객현리>란 시로 미루어 볼 때, 이 시기 시인은 한국을 방문한것 같다. 그런데 고국은 그에게 생각처럼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고국에서 그는 언어는 통하나 마음은 장벽 같이 꽉 막혀 있다는것을 심심하게 느꼈고 외계천체에 온듯한 이질감과 고독감을 느꼈다. 그뒤 한국방문을 소재로 한 시들에서는 시인의 이러한 내면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나고있다. 뿐만아니다. 이 시기에 씌여진 <별빛연구>에서 작가는 걸어온 50여성상을 반추해보면서 회한에 쌓여있으며 “기상대 천기예보는/ 자꾸만 오보”만(<무풍대>)하는 현실에서 작가는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꿈 한번 가지고 싶”지만 그러한 꿈은 잡히지 않고있으며 “천당엔/ 뿌리의 자리가 없”었다. 당시의 이러한 내면 풍경과 결부하여 <서러운 별>을 볼 때, 분명 이 “별”은 작가 자신이다. 시의 1련은 별은 먼 하늘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가까이에도 있다고 하면서 자신을 별로 각인시킬 기반을 마련하고 2련에서는 불같은 마음으로 이 생을 살아오고 시적탐구를 지속해온 외로운 자신에게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는것을 력설하고있으며 3련에서는 자신이 바로 간난신고를 거쳐 떠오른 별로서 당신의 후더운 숨결을 듣고싶다고 하면서 4련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허락하여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시 흐름으로 보아 이 사랑은 성공적인 사랑이 아닌것 같다. 그래서 서정적주인공은 <별빛연구>에서 “강물에 빠진 별빛 그림자/ 거품처럼 날려간 꿈은/ 다시 돌아올수 없는 객손// 섬야 한밤중/ 별빛을 먹어도/ 허기증 못푸는 50대 사나이/ 허릿한 빛발에 날리는/ 아픔 몇자락 남겨두고/숨쉬는 법을 반추해본다” 라고 쓰고있는것이다. 아무튼 이 시에서 “별”은 서정적주인공을 지칭하는것으로서 한춘의 시에서 이색적인것이다.
 
(3) 전통적인 시 쓰기에서 유리되는 한춘의 시
 
한춘의 시에서 또 하나 이색적인것은 비상식, 비전통, 비론리적인 사물들의 조합으로 전통적인 시쓰기와의 결별이다. 전통적인 시쓰기에서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상식적으로나, 론리적으로 련결되여있다. 그런데 한춘의 허다한 시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상식이나 론리가 뒤틀리면서 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있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시에서 고양이가 등장한다고 하면 고양이와 상식적으로나 론리적으로 또는 의미적으로 통하는 생선이 등장하여 고양이와 생선과의 상식적인 론리가 성립된다. 현대파모더니즘은 그러한 따분한 표현을 거부한다.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상식적이기때문에 미감도 무디여진다는것이다. 그래서 모더니스트들이 고안해낸것이 생선대신에 사과를 등장시키는것이다. 만일 고양이와 생선이 동반한 전통적인 그림 대신 고양이와 사과를 한 평면에 그렸다고 할 때, 사정은 달라진다. 이 회화속에는 전통을 거부하는, 상식으로서는 해석이 안될지도 모르는 두가지 물체가 나란히 나타난다.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그 용의는 주도하다.혹시 여기에서 고양이와 생선보다 더 많은 더 무궁한 상상이나 련상이 떠오를지도 모르기때문이다. 이 생소함이 바로 낯설게하기이다. 문학에만 낯설게하기가 있는것이 아니다. 낯설게하기는 회화에도 있는데 문학의 낯설게하기는 회화에서 온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낯설게하기는 예술이다. 일반예술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이며 모더니즘, 특히는 아방가르드이래로 많은 예술가들이 추구해온 예술의 표현기법이다.
한춘의 시에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표현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이러한 표현법은 1989년 이후에 씌여진 시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이제 그가운데서 가장 정채롭다고 인정되는 시와 시구들을 보기로 한다.
 

비둘기와 악어의 격투끝에
마침내 창문과 벽을
가장 친한 원쑤로 만들었다
하늘과 땅 사이를 헤매다가
끝내는 한번쯤 만나야 하는
황홀한 꿈은 죽음이였다

 
-<베일 속의 밀사>의 일부
 
이 시는 앞에서 잠간 언급한 삼국사와 조선사를 읽고 썼다는 작품 <베일속의 밀사>의 일부이다. 시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고있는 비둘기와 악어가 격투했다는 표현도 그 착상자체가 절묘하다. 만일 비둘기와 강아지가 사투를 벌린다든지 동물세계에서 흔히 보게 되는 악어와 물을 건너가던 소나 노루가 사투를 벌린다면 상식으로 통하는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식으로는 거의 통하지 않는 두 동물체가 격투한다. 여기에서 중요한것은 격투이지 격투를 진행하는 동물체가 아니다. 력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자기들의 정치적권력과 경제적리익, 그리고 사리를 위해 사투를 벌려왔을가! 이 투쟁속에서는 고양이와 생선만이 사투를 벌리는것이 아니라 모든 정치, 경제 세력간에도 죽고사는 판가리싸움이 있었을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표현은 작가가 지칭하고있는 비둘기(평화를 지향하는 파일수도 있음)와 악어(강경파일수도 있음)가 그 무엇이든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며 베일속에 가리워진 력사상에는 이러한 투쟁, 지어는 어처구니 없는 투쟁이 있었을것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앞에서 말한것처럼 격투가 있었다는 력사사실이 중요한것으로서 그것을 어떤 동물체로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는것은 작가에게 달린것인데 이것은 작가가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든 력사상 그러한 격투가 실재했다는 력사의 진실속에서 이러한 표현법은 다시 질서가 잡히면서 독자들에게 안겨온다. 말하자면 한춘의 이러한 표현법은 표면적으로는 론리에 어긋나고 뒤틀리지만 내면적으로는 론리적인 질서가 잡혀있다는것이다. 여기에서 한춘은 비상식적으로 그러한 력사현실을 표현함으로써 력사사실 서술과 표현, 이 두 측면에서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있다. 또 이러한 표현으로 하여 한춘의 시는 전통적인 시쓰기와 결별하는 자기적인 시쓰기를 하고있는것이다.
이 시는 여기에서 끝나는것이 아니다. 비둘기와 악어, 이 두 동물체의 기이한 격투도 신선하지만 “마침내 창문과 벽을/ 가장 친한 원쑤로 만들었다”는 구절도 비범한 표현이다. “창문”과 “벽”, 이 사물, 상식적으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 두 물체가 “원쑤”로 된다는 표현법도 그러하지만 “가장 친한 원쑤”라는 표현도 충격적이다. 상식적으로 “친한”것은 친구이지 “원쑤”가 아니다. 반대로 “원쑤”는 적으로서 친할수가 없다. 론리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뒤틀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뒤죽박죽이 되고 뒤틀리는것은 상식적인 론리이다. 비상식에서는 이러한 론리가 성립되며 내면에서는 론리적인 질서가 잡힌다. 이것이 한춘이 자주 사용하고있는 력설적인 표현법인데 이러한 표현법에 의해 한춘의 시는 전통적인 시쓰기와 거리를 두고있다.
사실 한춘의 시에는 이러한 력설적인 비상식적인 표현법들이 아주 많은데 <폭풍경보>중의 “무겁게 텅 비여있는 유리컵”, <기타소리>중의 “하얀 꽃마차가 바퀴도 없이/ 산등성이를 한창 굴러간다”, <삼복독감>중의 “거룩한 인내가 있다면/ 얼고있는 해를 녹여볼텐데”, <겨울살이>중의 “별이 못된 반디불을/ 하나 둘 건져내고있다”, <낯선 대문>중의 “시인은 얼음등잔 켜들고”, <밤비는 멎고>중의 “초생달이 조금씩 살지고있다”, <실면한 숙원>중의 “꽃잎은 잠 못 이루고 뒤척이며”, <낡은 타악기>중의 “한줌의 한숨을 속으로 질러넣고”, <1997년 봄>중의 “은빛 푸른 반달은/ 내가 내건 꿈둥지라”, <류민도>중의 “별 없는 밤에/ 별 헤이는 법을 익혀”, <분리수거>중의 “눈부신 고통만 산적되는데”, <잠겨진 대문>중의 “꽃들이 수절을 하며”, <장미의 계절>중의 “겨우내 방목시킨 꿈”, <씨앗>중의 “눈부신 방황을 끝내고”, <죽은 사람들의 대화>중의 “흔드는 바람속에 걸려/ 흔들리지 않는다”, <고독한 길손>중의 “한여름의 성에꽃이/ 자꾸만 더위를 훔쳐내건만” 등등도 모두 류사한 표현으로 이러한 표현속에서 한춘의 시는 난해성을 증강하고있을뿐만아니라 저 미지의 시적경지를 향해 한걸음 다가서고있는것이다.
전통적인 시쓰기와의 리탈과 유리에 있어서 한춘시에서 사용되고있는 시어의 독특한 조합도 한몫을 하고있다. 한춘은 시창작에서 비상식, 비론리적인 표현으로 시의 표현력을 높이고있을뿐만아니라 시어의 독창적인 조합을 통해 시 표현력을 높이고있다.
 
꽃구름을 감아가는 바람
꽃가지에 올라앉은 바람
자주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는 은방울꽃
 
-<은방울꽃>의 일부
 
이 시는 1979-1982년 사이에 쓴 시로 이 시기의 <문혁>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모더니즘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알리는 시편의 하나이다. 말하자면 이 시는 한춘의 초기시의 시풍에서 벗어나 모더니즘으로 전환하던 시기의 시이며 한춘이 자기 시로,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한 바로 뒤에 씌여진 시다. 그만큼 한춘의 시창작에 중요한 위상에 있는 시며 한춘시 발전궤적을 더듬어 보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다. 한춘은 이 시를 비롯한 이 시기의 시들에서부터 모더니즘시를 다수 창작하면서 자기적인 창조와 고독의 길을 걸어간다.
이 시는 시어의 참신성으로 하여 또 주목받아야 할 시인데 시중의 “꽃가지에 올라앉은 바람”이나 “귀 기울이는 은방울꽃” 등등은 모두 시어조합의 참신함으로 마땅한 평가를 받아야 할것들이다. 한춘의 시에는 이러한 시어조합들이 굉장히 많은데 <감자꽃>중의 “주먹 같은 꿈”, <섬>중의 “우주의 거센 투레질”, <외할머니>중의 “고왔다는 얼굴을 소모하다가”, <뻐꾹새 그리고 진달래>중의 “해살을 부여잡고”, <첫노래>중의 “꽃향을 차곡차곡 접어놓았더니”, <기타소리>중의 “가볍게 한숨 쉬는 수풀”, <시간>중의 “간밤 이슬꿈을 안고있다”, <무몽계절>중의 “꽃들의 빛갈이 가장 추워진다” 등등, 이것은 모두 언어조합에서 한춘이 보여진 “낯설게하기”의 일종 표현인바 한춘의 시는 이러한 표현법에 의해 새 탐구의 길이 지속되며 전통시와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고있다.
마지막으로 한춘의 시 <황사바람>을 보기로 한다.
 
어느 일요일
오침에서 깨여나
발코니로 나가다
아빠트공지 록지에
노란 개미알들이 분주하다
시계의 초침은 다시
원초 출발지를 향해
거꾸로 돌고있다
땅따먹기 자리가 없어
애들은 울상이 되였는데
빈방에 전화소리만 극성이다
여기저기 날리는 꽃잎을 모아
꽃바구니 만들어놓는 순간
하늘에서 메모장이 날아왔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어보니
천서에 당돌한 두 글자
-죽음
 
-<황사바람>의 전문
 
주제가 너무 드러나 멋쩍고 한춘의 시답지 않지만 근자에 류행되고있는 생태주의 시각에서 읽을수 있는 시이기에 여기에 적었다. 하늘에서 날아온 천서의 경고, 우리들은 그 경고에 귀를 기울려야 마땅하지 않을가? 한춘의 이 시는 이러한 경고를 담고있다.
 
3. 결론
 

이상에서 우리는 한춘시 라선형 발전궤적을 비롯하여 그의 시에서 키워드 몇 개를 선정하여 그 이미지를 분석해보고 그 표현특징을 살펴보았다. 사실 한춘의 시는 이외에도 이미지적인 해석을 더 해야 마땅하며 또 그렇게 할 부분들이 더 있다. 이를테면 한춘의 시에 나오는 “무지개”는 색다른 이미지를 갖고있는데 여기에서 한춘은 이방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서글픈 정서를 읊고있다. 이국타향에서는 이방인으로, 고국에서는 외국인으로, 한춘은 이러한 디아스포라로 인해 나타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랭혹하다. 한춘의 마음의 선택이나 마음의 정서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춘은 망연자실한다. 뿌리내릴 곳이 없는것이다. 한춘의 시집 <무지개는 뿌리내릴 곳을 찾는다>중, 무지개는 한춘 자신일지도 모른다. 뿌리를 내려야 철저한 그 지역 인간으로 살아갈수 있으련만 이국에도 모국에도 뿌리내릴 곳은 없으며 지어는 “천당”에도 “뿌리의 자리가 없다.”(<뿌리내리기>) 시인으로서는 처연하지 않을수 없는데 인생의 저물녘에 접어든 시인은 그 어디엔가 뿌리를 내리고 만년의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이러한 측면에서 말하면 이 “무지개는 뿌리내릴 곳을 찾는다”는 상당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있다. 그런데 편폭상 이 모든것에 평을 주지 못 했고 한국이나 조선, 또는 집안을 유람하면서 쓴 시들에 대해서도 평을 주지 못했다. 이러한 아쉬움은 다음으로 미루고 한마디로 한춘의 시를 평한다면 그의 시는 전통시와의 유리와 색다른 시적탐구로 우리 문단의 기화이석으로 되여 이채를 뽐내고있다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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