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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살 창창한 이 아침, 詩 한컷]- 아니오
2016년 04월 15일 07시 01분  조회:4273  추천:0  작성자: 죽림

아니오
 
 
 
                                   문병란
 
가난은 불편할 뿐이고
결코 부끄럽지 않다
이 말의 당위성은 무엇인가.
 
부질없는 목숨 굶주려도 죽어도
정신이 살아 굽히지 않은 그 마음
부끄럽지 않은 그 죽음 무엇인가.
 
희미론 마음 희미론 하늘
칼날 앞에 떨리는 모가지
아니오 아니오
마지막 외치는 단심 무엇일까.
 
그대 철창에 갇히고
쇠사슬에 꽁꽁 묶이고
무릎엔 낭자한 피꽃
육신 산산 조각이 나도
성삼문의 부릅뜬 눈
아니오 아니오
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마지막 토해낸 피울음 무엇일까.
 
칼날 앞에 육신 무너지고
찢긴 가슴 찢긴 하늘
마지막 숨결은 가늘어도
모질게 앙다문 입술
 
님이여, 마지막 남긴
오직 한 마디 말은
아니오 아니오
한 생애 목숨은 하나뿐이고
결코 죽음은 부끄럽지 않다.
 
아니오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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