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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소리 있는 그림, 그림은 소리 없는 詩
2016년 04월 16일 21시 13분  조회:3666  추천:0  작성자: 죽림
산수화가 발달한 중국과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좋은 그림을 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찬사를 보냅니다. 그림을 보고 느낀 감상을 시로 써서 그림의 여백이나 별지에 부치기도 합니다. 이를 제화시라고 합니다. 조선 초의 시인이자 학자인 성간(成侃)은 강희안의 그림을 보고 ‘시는 소리 있는 그림이요,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니, 예로부터 시와 그림은 일치되어 있어서, 그 경중을 조그만 차이로도 가를 수 없네(詩爲有聲畵 畵乃無聲詩 古來詩畵爲一致輕重未可分毫釐)’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는 신숙주를 비롯해 무려 23명의 제화시와 찬문이 별지로 붙어있습니다. 안평대군이 당대 최고의 문사들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제화시를 쓰게 했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시적 감성 키우고 시인은 이미지의 문법 익히고

겸재 정선은 그의 절친이자 당대 최고의 시인 이병연과 ‘시화상간(詩畵相看)’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와 그림을 바꿔 보며 감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화가는 시적 감성을 키우고, 시인은 이미지의 문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겸재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시화상간을 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동양에서는 시와 그림을 동일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는 송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소식의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라는 말에서 비롯됐습니다. 소식이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의 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말한 데서 유래합니다. 이 말은 문인화가 산수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문인화는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르입니다. 지금도 이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시와 그림, 시와 사진을 엮어서 ‘시화집’으로 책을 냅니다. 또 잡지를 보면 앞 부분에 ‘포토포엠’이라던가 ‘시가 있는 풍경’ 같이 서로 감성이 통하는 시와 사진을 짝지어 연재하기도 합니다.

상고대. 2015

시사지 월간중앙에도 시와 사진을 엮은 ‘포토포엠’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시인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시를 쓰게 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2월 시인 이원규에게 필자가 찍은 덕유산 상고대 사진을 보냈습니다<사진1>. 추사의 <세한도>를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고사목에 핀 하얀 서리꽃에서 선비의 꼿꼿한 절개가 느껴지는 사진입니다. 그는 상고대를 ‘정신의 흰 뼈’ ‘영혼의 희디 흰 밥’으로 표현했습니다. 참 멋드러진 표현입니다. 현대판 ‘시화상간’이 아닐까요.

사진은 시와 그림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미술의 한 분야로 취급하지만 창작 과정을 보면 시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좋은 시는 압축되고 정제된 언어로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시를 읽으면 시가 묘사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영화 <윤동주>가 개봉돼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의 시 ‘자화상’의 한 구절을 옮겨 볼까요.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시각적인 표현입니다. 우물 속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잔잔한 물은 거울이 돼 하늘을 비춥니다. 달이 있고, 구름이 흐릅니다. 그리고 우물을 들여다 보는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를 읽으면 우물을 들여다보며 고뇌하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는 거울이나 물그림자 등 ‘반영’을 소재로 즐겨 다루는 사진의 형식과 많이 닮았습니다.

어떤 대상을 존재론적으로,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묘사하는 방식도 서로 비슷합니다. 다음은 김춘수의 시 ‘꽃’의 일부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수분과 섬유질, 그리고 색소로 이루어진 ‘물질(몸짓)’이 시인과의 교감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의 ‘꽃’으로 다가옵니다. 꽃에 대한 존재론적인 인식입니다. 사진의 정신 역시 피사체와의 대화이자 교감입니다. 이를 통해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담습니다. 사진도 시 ‘꽃’과 같이 피사체에 자기만의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입니다.

부화. 2014

무엇보다도 시와 사진을 가깝게 연결시키는 것은 수사법입니다. 사진은 대상을 보고 느끼는 연상작용을 통해 의미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연상이란 하나의 관념이 다른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푸른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자유’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장미’를 보고 ‘유혹’을 느끼거나 하는 겁니다. 이때 두 관념 사이에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는 희박하지만 감성적으로 연결되는 이미지입니다. 자유나 유혹은 원관념 새와 장미가 불러온 마음의 상 즉 ‘심상’입니다. 그리고 비교되는 두 가지 대상의 개념이 서로 거리가 멀수록 비유법이 신선해집니다. 문학에서는 이를 직유법·은유법·의인법·제유법 등으로 표현합니다.

|사진과 시의 창작 과정 닮아

사진의 표현형식 역시 바로 이 연상작용에 있습니다. 이미지의 비유를 통해 이야기를 담고, 메시지를 전합니다. 감상자들은 한꺼풀 가려진 이미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진 속에 숨겨진 비유의 뜻을 풀게 되면 희열을 느낍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비유가 풍부한 시를 많이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경북 예천에서 회룡포가 내려다 보이는 산정에 올랐습니다. 신새벽입니다. 마을을 감아 도는 곡성천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구름바다가 됐습니다. 운해를 뚫고 나온 가로등 불빛이 마치 알의 형상을 닮았습니다<사진2>. 나는 이 사진에 ‘부화(孵化)’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연은 거대한 인큐베이터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넉넉하게 품습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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