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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초여름 아침 詩 한컷] - 졸업
2016년 05월 19일 08시 03분  조회:4309  추천:0  작성자: 죽림

KTX 말고 옛 기차를 타라고 하시네요. 장난감과 시집과 안짱다리 고양이를 데리고 가라고 하시네요.

 

나이가 많아도 입학이 되는 곳이라네요. 이곳에서 주셨던 가르침과 똑같은 가르침을 주시네요. 호그와트로 가겠다고 한 것은 물론 저 자신이지만 선생님도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각종 생존 마법을 익히라고 하시면서, 거기서도 흑마술을 잘 막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시다니요.

좋은 선생님들은 호흡과 행동과 말이 일치하는 신공을 갖고 있지요. 마치 들숨과 날숨에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것처럼요. 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계시는 김사인 선생님도 그러하지요. 공부를 처음 배우는 학생처럼 살그머니 쥔 손을 양쪽 무릎 근처에 하나씩 놓고 이야기를 골똘히 들으시죠. 학자금, 보증금, 알바, 난처함에는 한숨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큰 숨을 들이쉬고는 한동안 가만히 계시죠. 그때 알았지요. 김사인 선생님이 불사조기사단의 수장 덤블도어 선생님이라는 것을요. 빛의 속도로 호그와트를 오갈 때마다 쓰는 마법.

뜬금없다고요? 대학생들 입에서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세상이지만요. 시집 속에서 터득한 안짱다리 고양이를 돌보는 비법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걸 보면, 덤블도어 선생님은 생각보다 멋지게 퍼져 있다는 게 증명되는 셈이지요. 그 수가 얼마만큼이냐고요? 글쎄요. 아마 투명 망토만큼요!

/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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