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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주 아르헨티나 문학 거장 - 보르헤스
2016년 11월 07일 22시 31분  조회:2738  추천:0  작성자: 죽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축복의 시

 

                      -  마리아 에스떼르 바스께스에게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 내리지 말기를.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신은 빛을 여읜 눈을
이 장서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
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


낮은 무한한 장서를 헛되이
눈에 선사하네.
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한 원고들같이
까다로운 책들을.


(그리스 신화에서) 샘물과 정원 사이에서
어느 한 왕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갔네.
높고도 깊은 눈먼 도서관 구석구석을
나도 정처 없이 헤매이네.


백과사전, 아틀라스, 동방,
서구, 세기, 왕조,
상징, 우주, 우주론을
벽들이 하릴없이 선사하네.


도서관에서 으레
낙원을 연상했던 내가,
천천히 나의 그림자에 싸여, 더듬거리는 지팡이로
텅 빈 어스름을 탐문하네.


우연이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필시 이를 지배하리니.
어떤 이가 또다른 희뿌연 오후에
이미 수많은 책과 어둠을 얻었지.


느릿한 복도를 헤매일 때
막연하고 성스러운 공포로 나는,
똑같은 나날, 똑같은 걸음걸음을 옮겼을
이미 죽고 없는 그라고 느낀다.


여럿인 나, 하나의 그림자인 나,
둘 중 누가 이 시를 쓰는 것일까?
저주가 같을지면
나를 부르는 이름이 무엇이 중요하랴?


그루삭이든 보르헤스이든,
나는 이 정겨운 세상이
꿈과 망각을 닮아 모호하고 창백한 재로
일그러져 꺼져 가는 것을 바라본다.
 

 

보르헤스의 시집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에 들어있는 '축복의 시'이다.
그의 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의 소설처럼. 보르헤스의 '픽션들' 역시 재미있다...

남미문학을 세계문학으로 이끈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의 시선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그는 '픽션들' 등 소설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문학적 출발점은 시다. 그의 내면이 담긴 이번 시집은 그의 문학과 삶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마시라/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높고도 깊은 눈 넌 도서관 구석구석을/나도 정처없이 헤매네' ('축복의 시') 보르헤스 스스로 손꼽는 이 시는 그가 거의 시력을 상실했던 국립도서관장 재임 시절 쓴 것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책의 바다에서 단 한줄의 글도 읽을 수 없는 극한적 불행을 그는 축복이라는 아이러니로 노래한다. 물리적 세계는 그에게서 사라졌지만 세계의 불행하고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는 심안은 더욱 밝아진 것인지 모른다.



거리 

/보르헤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들은 
어느덧 내 영혼의 고갱이라네, 
분주함과 황막함에 넌덜머리 나는 
격정의 거리들이 아니라 
나무와 석양으올 온화해진 
아라발의 감미로운 거리 
불후의 광대무변에 질려 
대평원 그리고 참으로 광할한 하늘이 자아내는 
가없는 경관으로 감히 치닫지 못하는 
소박한 집들이 있는 
자애로운 나무들마저 무심한 한층 외곽의 거리들 
이런 모든 거리들은 영혼을 탐하는 이들에겐 
행복의 약속이라네 
숱한 삶이 집안에만 은거하길 거부하며 
거리의 보호 아래 형제애를 나누고 
우리네 희망이 부풀려진 영웅적 의지로 
거리를 떠다니기에 
깃발처럼 거리가 
사방으로 펼쳐지네 
우뚝 솟은 내 시에서 
그 깃발이 하늘을 펄럭이기를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의 첫 시집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의 권두시다. 보르헤스는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시의 꿈을 키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다양한 공간, 예컨대 거리·잡화점·점방·담벼락·오두막·광장·길모퉁이를 사랑했다. 그 거리는 그의 영혼의 “고갱이”(중심)였고 “행복의 약속”이었다. 이런 점에서 시인은 공간에 의미의 꽃을 심는 자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송가 1960

                           보르헤스

내 운명이라는 이 꿈을 주관하는 

명확한 우연이나 은밀한 법칙이 바라네. 

물방울인 내가 강물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순간인 내가 연속적 시간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진솔한 대화가 

신들이 사랑하는 의식과 어둠, 

또한 시의 고상함에 호소하기를. 

영광과 굴욕이 교차하는 

다사다난했던 일백오십년을 품에 보듬는 

아, 필연적이고 달콤한 조국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민음사, 우석균 옮김)  

어제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봤는데, 특별히 한 팀을 응원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심정적으로는 아르헨티나가 이기기를 바랬다. 독일에 비해 아르헨티나에 더 친밀감을 느끼거나 해서는 아니었고 남미의 다른 강호 브라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라도 올라가 남미와 유럽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좀더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이나 내 심정적인 응원과는 달리 아르헨티나의 참패로 끝났다.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응원하긴 했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왠지 독일이 이길 것 같다는 예감을 갖기는 했었다. 잉글랜드를 대파한 독일의 기세가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에 대패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좀 측은해  보이는 김에, 보르헤스의 시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를 꺼내 읽어 보았다. 개인적으로 네루다의 시보다는 보르헤스의 시들를 더 좋아한다. 네루다는 초현실주의적 경향도 보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그는 서정시인이고 낭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반면 보르헤스는 엘리엇과 같이 매우 주지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아무래도 번역된 서정시 보다는 번역된 주지주의 시가 더 이해하기 쉬워서 인지도 모르겠다.  

송가 1960 이라는 제목의 위의 시는 아마도 아르헨티나 건국 150주년을 기념한 시인 것 같다. 시집에 별다른 배경 설명은 없지만 금년(2010)이 아르헨티나 건국 200주년이기에 당연히 1960년은 150 주년이었을 테고, "다사다난했던 일백오십년"은 아르헨티나의 건국후 150년 역사를 말하는 것이리라. 결국 아르헨티나는 1810년에 건국된 셈인데, 이 시기는 나폴레옹에 의해 스페인이 정복되고 남미 지역에 대한 스페인의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된 이후의 일이다. 인접국인 칠레도 금년이 독립 200주년인 것을 보면 그 시기에 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일제히 독립을 쟁취한 것 같다. 

보르헤스가 말했듯이 길지 않은 역사 동안 많은 아르헨티나에는 영광과 굴욕이 있었을 것이다. 페론주의-군사 쿠데타의 반복으로 상징되는 굴곡많은 정치사를 배경으로 아르헨티나는 호소력을 가진 문화들을 창출해 냈다. 보르헤스의 문학이 그렇고, 탱고 음악이 그렇고 종속이론에서 최근의 라클라우까지 이어지는 사회과학도 그렇다. 아르헨티나는 단순히 축구만을 잘하는 나라는 아닌 것이다.  

 

" 물방울인 내가 강물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순간인 내가 연속적 시간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 

개인과 역사에 대한 참으로 멋진 메타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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