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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술은 "예술"
2017년 05월 01일 23시 34분  조회:6001  추천:0  작성자: 죽림

술과 예술의 놀라운 밀월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술은 ‘예술’
 

글ㅣ홍경한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프란츠 할스

 

미술사를 보면 술의 힘을 빌려 걸작을 만들어낸 예술가가 있는 반면 타고난 천재성을 술로 마셔버린 불행한 예술가들도 적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나 반 리즈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프란츠 할스(Frans, Hals), 드 호흐(Pieter de Hooch), 반 고흐(Vincent van Gogh),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oer),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 Gas),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등 숱하게 많은 예술가들은 술 자체를 화면에 담거나 취흥에 젖어 강한 인상을 심어 넣었으며 어느 경우엔 자신이 아예 그 쓰디 쓴 독주를 들어 술 속에 인생을 묻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가에게 있어 술이란 떨쳐버리기 어려운 매혹적인 요소이자 동시에 예술을 꽃피우는 발화점이었고 때론 묘약이 되거나 독이 되어 나타나곤 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예술가들이 술에 탐닉했을까. 왜 술은 그렇게 많은 그림들과 문학작품에서 주요 소재로 다뤄졌을까. 예술에 있어 술은 과연 독일까, 약일까? 장관 인선도 영 마음에 안 들고 비정이 판치는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여 유독 술 한 잔이 그리운 시대, 모처럼 술에 관한 이야기 좀 해보자.
   
예술가에게 ‘술’은 묘약인가 독약인가 
‘술, 영감을 불어넣는 묘약인가 파멸의 독약인가.’ 예술가와 술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스치는 질문의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은 술이 없으면 못 살 것이라는 편견이 강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마신다고들 여긴다. 이를 100%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딱히 틀린 생각이라고 단정하기도 곤란하다. 작금엔 예전과 달리 건강을 생각해 금주를 하는 예술가들도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작가들은 보통사람들의 경우보다 많은 술을 취하고 그것을 예술의 발로로 치부하는 경향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매일 술을 마신 후 다시 그 공병을 팔아 물감을 샀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술을 마셔야만 그림이 술술 풀린다고 하는 부류, 술을 너무 좋아해 그림 어디에서든 술병을 등장시킨다는 작가, 심지어 술이 없으면 아예 그림이나 글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없다는 사람들에 대한 후일담은 잘 알려져 있는 스토리 중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예술가들이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싶으면 농담 삼아 작가들을 만나려거든 수요일 밤 늦게 인사동에 나가면 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불과하지만 경험해 보면 이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작업실에 전리품처럼 늘어서있는 술병들이 많을수록 그의 작가적 기질도 눈여겨 봐야한다는 비과학적인 주장도 일견 타당성이 없지 않다. 이것만 봐도 역시 예술가들은 술을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어찌되었든 ‘늘 술에 절어 있는 예술가’라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이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니라는 얘기가 성립된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왜 그토록 쓰디 쓴 술을 찾았던 것일까. 답은 쉽다. 즉 이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만큼 이기기 위한, 견디기 위한 조건들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압박하는 경제적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창작의 고통은 늘 머리를 짓누르는 면류관과 같았다. 작가들은 이를 이기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술을 즐겼다. 다만 일반인들과 예술가의 차이라면 범인들이 숙취에 못 이겨 제대로 출근조차 못하는 신체적 무력함에서 그친다면 이와는 달리 예술가들 대부분은 술에서 빚어진 에너지를 창조력과 깊은 관계를 맺는데 활용했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술을 좋아했던(하는) 것은 술을 통해 현세를 잊고 예술적 영감의 세계로 비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술에 취하고 예술에 취한 사람들

지금도 심심찮게 들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술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생산해낸 예술가들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이지만 술이 있어야 비로소 그림을 그렸다는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은 술과 관련해 역대 가장 유명한 국내 작가이다. 최민식이 영화 <취화선>에서 호연했던 것처럼 실제의 그도 권위나 금전보다는 좋은 술과 인격적인 대우에 따라 그림을 그려주곤 했다. 장승업은 좋은 술을 실컷 마시고는 취흥이 도도한 가운데 기운 생동하는 명화들을 그려냈으며 일생의 대부분을 오직 술과 예술, 그리고 방랑으로 일관했다.

 

또한 훌륭한 작품을 600여점이나 남겼지만 일본으로 떠나보낸 아내와 아들을 잊지 못해 허구한 날 술병을 기울였던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의 비루한 삶은 우울증을 이기는 약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안쓰러운 경우로 남아 있으며 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 1913~1974)가 피난시절 그림을 판매한 돈을 모두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 작가들과의 술값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낭만적인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고 송혜수 증언) 이뿐이랴, 술에 취하면 시원시원한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장기였다는 예술적 감성이 뛰어났던 양수아(1920~1972)는 우리나라에 앵포르멜(Informel)을 전개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가난과 빨치산 화가라는 분홍글씨로 인해 살기 위해 술을 마셨다고 한다.

  

자주 마셔 잔의 밑바닥에 진주와 같이 아름다운 광택을 보여주는 펄 어니언이 가라앉은 우아한 칵테일의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영국의 궁정화가 ‘리차드 기브슨(Richard Gibson)을 비롯해 서양에선 지독한 외로움과 광기를 억누르기 위해 압생트를 즐겼던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늘 가난과 외로움에 쪼들렸던 화가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는 찬란한 노란색도 압생트에 들어있는 산토닌(santonin)이란 성분이 신경을 손상시켜 이른바 환각 증세를 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술에 의지하는 정도가 남달랐다. 흔들거리는 거리, 물결이 일듯 요동치는 독특한 화풍 뒤에도 그가 즐겨 마셨던 술 ‘압생트(Absinthe)’라는 싸구려 술이 존재한다. 평소 그림 한 점 변변하게 팔지 못하고 스스로 못생겼다는 자책에 시달리며 사창가를 드나들던 고단한 삶을 영위하던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한 잔의 술뿐이었고 19세기를 살다간 여러 가난한 작가들처럼 그에게도 이 ‘악마의 술’이라고 불렸던 독주는 현실도피를 위한 인기 있는 해방구였던 셈이다.

 

그 외에도 역사상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이 술에 심취해 예술을 논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2002년 출판된 프랑스의 젊은 소설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가 집필한 역동적인 저서 <알코올과 예술가(Se noyer dans l'alcool)>를 보면 보다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라크루아가 저술한 책에는 우리가 궁금해마지않던 알코올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소설가, 시인, 화가, 철학자들이 알코올과 예술가들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그들 간 유기적이고 신비로운 관계가 적나라하게 규명되어 있다. 특히 알코올과 예술과 술의 매우 끈적한 관계를 유추하게 함은 물론 그 취기의 경험이 예술가에게 미친 영향을 작가별 시대상과 작품의 특성들을 아울러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놓고 있다...

 

중국 최고의 고전 시인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당나라 사람인데 시풍은 매우 달랐다고 합니다.

 

이태백이라고도 불리는 이백(李白)은 주로 호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자연과 인생을 노래했다고 합니다.

 

두보(杜甫)는 신중한 태도로 나라에 대한 충성과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가족에 대한 애정을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두 사람은 모두 술을 좋아했다는 점입니다. 술에 취해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남겨질 정도로 이백이 술을 좋아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후세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백보다는 두보가 훨씬 더 술꾼이었다고 합니다. 시 속에 나타난 것만 보아도 1050여 수의 이백의 시 중에서 16%가 술을 언급한 것에 비해 두보는 1400여 수의 시중에서 21%가 술에 관한 것이라고 합니다.

 

술을 마시는 방법도 달랐다는데요.

 

이백은 술을 즐기면서 마셨지만 두보는 술에 원수진 사람처럼 마셨다고 합니다. 두보가 일단 술을 마시면 완전히 취할 때까지 2차, 3차를 가고 말에서 떨어져 다쳤을 때도 병 문안 온 친구와 술을 마셨다고 하니...

 

말년에 당뇨와 폐병으로 고생할 때도, '흰머리 몇 개 났다고 술을 버릴 수야 없지 않는가'하고 노래한 두보는 59세에 힘든 방랑 생활을 끝내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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