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역사
실존주의 사상의 성격
논점
┗ 방법론적 논점
┗ 내용상의 논점
┗ 존재론
┗ 인간 실존의 방식
사회적·역사적 기획
실존주의(existentialism)
실존주의 인물인 키에르 케고르,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사르트르
주로 20세기의 철학운동으로 대표자는 독일의 마르틴 하이데거와 카를 야스퍼스, 프랑스의 가브리엘 마르셀, 장 폴 사르트르, 모리스 메를로 퐁티, 스페인의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러시아의 니콜라이 베르댜예프, 이탈리아의 니콜라 아바냐노 등이다. 그러나 실존주의의 주요특징은 이미 19세기에 프리드리히 니체와 쇠렌 키에르케고르에게서 나타났다. 에트문트 후설과 G. W. F. 헤겔은 실존주의자는 아니지만 실존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역사
인간 자신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몽테뉴와 파스칼의 저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르셀이나 사르트르 등에서 나타나는 인간 자신의 정신적 내면으로 후퇴하는 자세는 이미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볼 수 있다. 실존이 이성으로 환원불가능하다는 테제는 독일 관념론 철학자 F. W. J. 셸링의 헤겔 논박에서 볼 수 있다. 빌헬름 딜타이는 인간은 자연적 사물의 인식과는 다른 절차를 통해서 특수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딜타이는 '이해'를 인간 과학의 고유한 방법으로 보았다.
19세기의 낭만주의 성향의 낙관주의는 인간 운명이 무한한 힘(이성·절대자·마음 등)에 의해 확실히 보장되어 있고 불가항력의 진보를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이러한 낙관주의는 더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
실존주의는 모든 인간 현실의 불안정과 위험을 강조하고 인간은 '세계에 던져져 있다'는 점과 인간의 자유는 그것을 공허하게 만들 수 있는 한계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고통·타락·질병·죽음 등과 같이 19세기 낙관주의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실존의 부정적 측면들이 인간 현실의 본질적 특징이 되었다.
그리하여 19세기에 이런 부정적 현실을 강조한 사상가들은 실존주의의 선구자가 되었다.
키에르케고르는 헤겔의 필연주의에 반대하여 실존을 가능성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불안은 '가능적인 것에 대한 감정'이다. 불안은 인간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아무리 조심해도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느낌이다. 한편 절망은 가능성에서 유일한 치유책을 발견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가능성 없이 머물러 있다면 공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노동과 생산의 관계'에 의해 구성된다고 주장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관계가 갖는 소외된 성격을 강조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적 소유가 인간을 목적에서 수단으로 인격에서 비인격적 과정의 도구로 만든다. 니체는 '운명애'(amor fati)를 '인간의 위대함을 위한 정식'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자유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과 지금까지 존재해온 것을 바라는 데 있으며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바랄 수 없다는 듯이 그것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데 있다.
현대의 실존주의는 이들의 사상을 이어받아 일관된 방식으로 결합했다.
모든 형태의 실존주의에 공통되는 점은 가능성에 기초하여 미래를 기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능성들 가운데서 선택한다는 것은 위험을 내포한다. 가장 심각한 위험은 인간이 비본래성 내지 소외로 하락하고 인격에서 사물로 타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존주의는 실존의 개별성과 반복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때로는 타인과의 공존을 소외로 여기기도 한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 L'Être et le néant〉에서 "타자는 나의 가능성의 숨겨진 죽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실존주의에서 공존은 익명이 아니고 인격적 의사소통에 기초한 것으로 인간의 진정한 실존을 조건짓는다. 실존주의는 현대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문학에서는 프란츠 카프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 등이 실존주의 경향을 보였다. 예술에서는 초현실주의와 표현주의를 실존주의와 유사한 경향으로 볼 수 있다. 또 실존주의는 야스퍼스와 루트비히 빈스방거를 통해 정신병리학에도 침투했다.
신학에서는 카를 바르트, 파울 틸리히, 루돌프 불트만 등이 실존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실존주의 사상의 성격
실존주의의 기본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존은 항상 특수하고 개별적이다. 둘째, 실존은 주로 실존의 존재양식에 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실존은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셋째,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이 다양한 가능성에 직면하며 인간은 이 가능성들 가운데서 선택하고 이 선택에 몸을 맡겨야 한다. 넷째, 이 가능성들은 인간과 다른 사물 및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에 실존은 항상 세계내존재이다. 즉 실존은 선택을 제한·제약하는 구체적 상황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현존재(Dasein)라 불린다(→ 형이상학).
이상의 주장들로 인해 실존주의는 첫째, 인간을 절대적이거나 무한한 실체의 현현으로 보는 견해와 대립하며 의식·정신·이성·이데아 등을 강조하는 관념론 대부분의 형태에 반대한다. 둘째, 인간을 주어진 완성된 실재로 보고 이 실재의 요소를 분석해야만 인간을 인식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학설과도 대립한다. 그래서 실존주의는 외적 사실의 실재성을 강조하는 객관주의나 과학주의의 모든 형태에 반대한다. 셋째, 모든 형태의 필연주의와 대립한다. 넷째, 유아론이나 인식론적 관념론(인식대상은 정신적인 것이다)과 대립한다. 실존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로서 항상 자기자신을 넘어서는 초월이기 때문이다.
실존주의는 이와 같은 토대에서 출발하지만 그 방향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실존(existence)과 관련해 존재(being)의 초월성을 강조하고 이 초월성이 실존의 기초 또는 기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유신론적 형태를 취할 수도 있고, 인간 실존은 절대적 자유로서 자신을 기투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급진적 무신론의 형태를 띨 수도 있으며 인간 실존의 유한성, 즉 기투와 선택의 가능성에 내재한 한계를 강조함으로써 인문주의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신학).
실존주의는 이렇게 여러 방향을 취하면서 실존의 여러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첫째, 인간 상황의 문제적 성격인데, 이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다양한 가능성에 직면하며 선택하고 기투할 수 있다. 둘째, 이런 인간 상황의 현상 특히 부정적 현상으로서, 이를테면 사물·타인과의 관계에 매달려 있는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관심이나 선입견, 죽음·고통 등 넘을 수 없는 '한계상황'으로 인한 '난파', 상황의 반복에서 오는 권태 등이다. 셋째, 실존에 내재하는 상호주관성으로서, 이것은 나와 너(타인 또는 신) 사이의 인격적 관계일 수도 있고, 익명의 군중과 개별 자아 사이의 비인격적 관계일 수도 있다. 넷째, 존재의 일반적 의미에 관한 학설인 존재론이다. 다섯째, 실존적 분석의 치료적 가치로서, 실존적 분석은 일상생활에서 빠지기 쉬운 미혹과 타락에서 인간 실존을 해방하고 실존이 그 본래성을 향하도록 한다.
논점
방법론적 논점
실존주의자들이 실존 해석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해석자와 해석되는 것, 존재 문제와 존재 자체 사이의 관계가 직접적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 2가지 항은 실존 속에서 일치한다. 왜냐하면 '존재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인간은 이 물음을 자신에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자신의 존재에서 출발하지 않고서는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공통적 배경에서 출발하면서도 실존주의 사상가들은 각기 실존 해석의 독자적 방법을 발전시켰다. 하이데거는 후설의 현상학을 이용한다.
하이데거에서 현상은 단순한 가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현현이다. 현상학은 존재의 구조를 드러낼 수 있으며 따라서 존재론이다. 다만 이때의 존재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는 존재, 곧 인간이다.
야스퍼스는 실존의 합리적 해명방법을 채택한다. 그에 따르면 실존은 존재에 대한 추구로서 인간의 합리적 자기이해 노력 또는 의사소통 노력이다. 그의 방법은 실존과 이성이 인간 존재의 두 기둥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이성은 가능적 실존이다. 사르트르에서 철학의 방법은 실존적 정신분석 즉 인간 실존을 구성하는 '근본 기투'에 관한 분석이다. 마르셀에 따르면 철학의 방법은 존재의 신비 대한 인식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서 객관적·합리적 분석이나 증명을 통해서는 존재를 발견할 수 없다. 아바냐노와 메를로 퐁티 등의 인문주의적 실존주의는 실존을 구성하는 구조 즉 인간을 다른 존재와 연결해주는 관계를 과학을 비롯한 모든 이용가능한 기술을 사용하여 분석하고 규정한다.
내용상의 논점
존재론과 인간 실존의 방식은 모두 실존주의의 관심사이다.
존재론
실존주의적 존재론의 근본 특징은 실존의 본성에 대한 연구에서 가능성에 우위를 둔다는 것이다.
이때 가능성은 모순의 부재라는 순수 논리적 의미도 아니고 현실성이 될 운명에 처해 있는 잠재성이라는 형이상학적 의미도 아니며 인간 실존의 구조인 존재적·객관적 가능성의 의미이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특유한 양상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하이데거와 사르트르의 주장은 이런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주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은 그 존재 및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본성을 갖지 않으며 이 양식이란 곧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하이데거는 "현존재는 항상 그 자신의 가능성이다"라고 말한다. 가능성으로서 인간 실존은 미래의 선취·예기·기투이다. 미래는 근본적인 시간의 차원이며 현재와 과거는 부차적이다. 또한 가능성으로서의 실존은 초월이기도 하다. 초월한다는 것은 그 자신을 넘어서 세계의 다른 존재(사물과 타인)로 총체로서의 세계로 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실존주의자에 따르면 이 다른 실재의 존재는 인간 실존의 존재와는 다른 양상을 가진다.
즉 실존에 고유한 양상은 가능성인 데 반해 존재에 고유한 양상은 현실성 또는 사실성이다. 그결과 가능성으로서의 실존은 존재의 무(無), 사실의 모든 현실성에 대한 부정으로 나타난다. 하이데거는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Was ist Metaphysik?〉(1929)에서 "인간 실존은 무의 한가운데 머무르지 않고서는 존재와 관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존주의자들에게 '무'란 사실의 현실성에 대한 부정으로서 가능적 실존이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가능적인 것은 그 자신(itself)이 '되기에는' 대자(For-itself)가 결여된 '어떤 것'으로 그것은 객체가 되기에는 주체가 결여된 것이며 결여로서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했다.
실존을 무로 환원하는 것은 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첫째, 사르트르, 카뮈, 무신론적 실존주의처럼 의미의 결여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즉 실존과 모든 기투의 부조리로 나아갈 수 있다. 둘째, 후기 하이데거, 야스퍼스, 신학적 실존주의처럼 실존을 구성하는 가능성을 넘어서 실존과 존재 사이의 더욱 직접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방향에서 존재는 실존 속에서 언어적·신앙적·신비적 종교 등을 통해 그 자신을 드러낸다.
인간 실존의 방식
실존주의는 때로 인간의 운명을 인간 자신이 맡는다는 의미에서 인문주의 성향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 실존에 대해 존재의 우위를 강조하는 조류도 있다. 이 2가지 관점의 차이는 자유의 문제를 푸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항상 일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인간을 구성하는 가능성은 이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에서는 상황이 인간의 선택을 결정한다. 반대로 사르트르에서는 선택이 상황을 결정한다. 이처럼 실존주의는 운명 개념과 급진적 자유 개념 사이에서 동요한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의 결정론적 관점에서는 과거가 미래를 결정하며 사르트르의 자유론적 관점에서 과거의 의미는 현재의 기투에 의존한다. 그러나 운명론적 관점에서도 인간에게 선택의 여지는 있다(자유의지). 이때의 선택이란 자신의 무를 이해하느냐 않느냐 사이의 선택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이 실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가능성(그 표지는 죽음)을 이해할 때 '진정한 실존'을 달성한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인간에게 제공된 유일한 선택은 상황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 사이의 선택이다.
이처럼 실존주의적 존재론은 존재와 무 사이를 동요하면서 무를 존재에 관한 유일한 계시로 여긴다. 무신론적 실존주의에서 인간은 "신이 되려고 분투하는"(사르트르) 자이다. 우주론적·신학적 실존주의에서는 존재가 인간을 무로부터 되찾기 위해 다소 신비적인 방식으로 개입한다.
사회적·역사적 기획
인문주의적 실존주의는 인간이 역사에서 가질 수 있는 어느 정도 적극적이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인정해왔다. 예를 들어 메를로 퐁티는 인간이 사회 변혁을 위해 효과적으로 행동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향해 나아갔다. 실존주의는 인간은 자연·사회와 원초적이고 제거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일치한다.
〈변증법적 이성 비판 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1960)에서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옹호했던 '기투' 개념을 수정하고 마르크스가 이해한 변증법 개념을 이용하여 실존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종합하려 했다. 실존을 구성하는 기투는 전에 사르트르가 주장했듯이 자의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객관적 가능성의 제약을 받는다.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처럼 이 객관적 가능성을 '실존의 물질적 조건'과 동일시한다. 물론 기투는 어디까지나 유일무이한 의식을 가진 특수한 개인의 기투이다. 그러나 이 의식은 총체화하려고 노력하는 즉 점차 포괄적인 인간 집단을 구성하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의식이다. 변증법적 이성은 바로 이런 총체화 증대의 과정이다. 나아가 변증법적 이성은 역사의 진정한 주역이 되며 역사에 참여하는 개인의 내적 자유와 동일시된다. 사르트르는 이처럼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태도에서 역사의 절대적인 변증법적 필연성(물론 이 필연성은 개인들에 의해 내면화하고 체험됨)을 옹호하는 태도로 옮겨갔다.
실존주의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철학과 현대 문화 전반에 개념적 도구를 제공해왔다. 이 도구의 성격과 사용 기술은 아직도 해명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도구란 '문제성'·'기회'·'조건'·'선택'·'자유'·'기투'와 같은 용어들을 말한다. 이런 도구는 인식론·윤리학·미학·교육·정치학 등의 분야에서 실존의 해석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시대
현대
유형
개념용어
분야
문학/현대문학
요약 19세기 합리주의적 관념론이나 실증주의에 반대하여,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주체적 존재성을 강조하는 철학 및 문예상의 사조.
내용
본질 탐구의 철학, 즉 합리주의 철학을 반대하고, 개개의 단독자인 현실적 인간 즉 현실의 자각적 존재로서 실존(existence, existenz)의 구조를 인식·해명하려고 하는 철학사상, 그리고 이 사상과 깊이 관련되거나 바탕으로 한 문학사조. 마르크스주의 쪽에서는 반진보적 철학으로도 보나, 이념의 철학이나 사물의 철학이 아닌 인간의 철학(에마뉘엘 무니에), 또는 체계적·과학적 합리주의에 대한 반역 철학(로베르 캠벨) 등으로도 본다.
야스퍼스(Jaspers, K.)가 1931년에 처음 ‘실존철학’(≪현대의 정신적 상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2차 대전 직후 사르트르(Sartre, J.P.)가 ‘실존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 계보는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나 근대에 와서는 키에르케골(Kierkeggard, S.A.)과 니체(Nietzsche, F.W.)를 선구자로 본다.
그리고 그후 후설(Husserl, E.)의 현상학의 영향을 받은 독일의 하이데거(Heidegger, M.)와 야스퍼스에 이르러 실존철학으로서의 명확한 형태를 갖춘다. 이것이 제2차 대전 후 프랑스의 마르셀(Marcel, G.)과 사르트르에 의한 실존주의 사상운동으로 발전한다.
실존주의 선언이라고 볼 수 있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1946, 한국어 역 : 사상계 통권 13호, 1954, 方坤 역, 新楊社, 1958)에서, 사르트르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야스퍼스, 마르셀)와 무신론적 실존주의(하이데거, 사르트르)로 나눈다.
전자는 신 앞에 단독자인 종교적 실존, 후자는 신과 관계없는 양심적인 윤리적 실존(하이데거)과 신을 부정하는 자유로운 행동적 실존(사르트르)으로 양분되나, 이 모두의 공통점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existence Precede Eessence.)는 것이다.
신이나 본질이 선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본래적 자기를 자기 스스로 계속 만들어 갈 수밖에 없음이 실존주의의 제1원리다. 즉, 허무와 자유 속에서의 자기 부정과 자기 초월의 반복을 통해서 자각적인 주체성이 창조된다. 주체적 결단에 의한 새로운 자기 존재의 선택과 비약은 자유를 근거로 한 자기 기투(企投)다.
여기서 실존은 역사적·사회적 조건에 규제되는 “세계-내-존재”(In-der-Welt-sein)이며, 고뇌·죄책(罪責)·죽음 등의 한계상황(Grenzsituation)에 직면한다.
실존주의는 실존을 현존재(마르셀은 “수육적(受肉的) 존재”라고 함.)로써 그 주체성·자유·초월·결단·상황·성실 등의 기본 성격을 파악하려고 한다.
2차 대전 직후 실존주의 사상운동을 전개한 사르트르는 ≪르 탕 모데르느 Les Temps Modernes≫(1945)의 창간사에서, 현대인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만을 고집하여 현실적 조건 바깥으로 추상화하려고 하는 분석정신과, 개인을 계급·국가 등 전체에 종속시켜 그 전체관을 절대화하려고 하는 총합정신의 양극간에 걸려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현대의 불안은 그 양극의 어느 쪽에도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이율배반적 분열에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무한 가능성을 지닌 중심이라고 본다. 인간의 실존을 이와 같이 강조하는 실존주의 사상운동이 전개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본주의제도이건 사회주의제도이건 간에 근대의 기계문명과 메카니즘적 조직 속에서 인간이 개성을 잃고 평균화·기계화·집단화되어, 20세기 후반에 와서 인간의 교환 가능성과 인간의 타유화(他有化), 즉 소외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난 점, 둘째는 1차·2차 대전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진보라는 일체의 낙관론이 황폐화된 점이다.
실존주의 철학사상은 동시에 문학사상으로도 발전한 바, 사르트르를 비롯하여 앙드레 말로(Malraux, A.), 메를로-퐁티(Merleau-Ponty, M.), 보부아르(Beauvoir, S.), 카뮈(Camus, A.), 즈네(Genet, J.), 생텍쥐페리(Saint-Exupery, A.) 등을 대표적 작가로 볼 수 있고, 소급해서 오스트리아의 카프카(Kafka, F.)를 추가할 수 있다.
≪정복자≫(1928, 趙洪植 역, 세계문학전집 전기 26권, 正音社, 1965)·≪인간조건≫(1933, 趙洪植 역, 세계문학전집 전기 26권, 正音社, 1965)의 작가 말로는 신 없는 허망의 세계에서 행동과 모험으로, 나아가서는 예술적 창조로 자기 구원을 찾는다.
≪구토 嘔吐≫(1938, 梁秉植 역, 正音社, 1955, 方坤 역, 불란서문학전집 6권, 신태양사, 1959), ≪벽≫(1939, 鄭明煥 역, 세계문학전집 29권, 1959)의 작가인 사르트르는 선험적 의미의 폐기로 해방된 실존을 상황 속에 구속(engagement, 사회참여)함으로써 불안과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인간혁명과 사회적 혁명의 총체적 실천을 기도한다.
≪이방인≫(1942, 方坤 역, 正音社, 1966), ≪페스트≫(1947, 방곤 역, 正音社, 1966)의 작가 카뮈(Camus, A.)는 세계의 부조리(absurde) 속에서 인생의 무의미에 직면하는 반항을 강조한다.
여기에 카프카의 ≪변신≫(1916, 鄭庚錫 역, 一志社, 1958)과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1931) 등을 포함한 실존주의 문학은 한국의 전후 실존주의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존주의 철학은 박치우(朴致祐)의 <불안의 철학자 하이데거 1∼8>(조선일보, 1935.11.3.∼11.12.)에서 소개되고 있다. 문학은 2차대전 후, 특히 1950년 전후부터 한국에 본격 도입된다.
사르트르의 <불란서인이 본 미국 작가>(新文學, 1946.11.), 전창식(田昌植) 역의 <벽>(新天地, 1948.10.), 양주동의 평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新思潮, 1949.5.), 김명원(金明遠) 역, 카뮈의 <흑사병>(黑死病, 新京鄕, 1950.7.) 등이 도입 초기에 발표된다.
6·25 한국전쟁으로 뜸하다가, 휴전 전후부터 커밋트 렌스 의 <알베르 까뮈론>(사상계 통권8, 1953),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사상계 통권13, 1954), 양병식(梁秉植)의 <사르트르의 문학적 위치>(연합신문, 1953.1.13.∼15.), 정하은(鄭賀恩)의 <문학 이전>(현대문학, 1956.3.∼4.), 안병욱(安秉煜)의 <실존주의 계보>(사상계 통권 21, 1955) 등 1953년 이후 약 10년간 20여 편의 실존주의 관련 논문이 주로 ≪사상계≫지를 통해서 발표된다.
안병욱·김붕구(金鵬九)·조가경(曺街京) 등이 가장 주요 활동을 했고, 그 내용도 실존주의에 대한 개념은 물론, 실존철학과 동양사상(박종홍), 실존주의와 기독교(金夏泰), 실존철학과 사회과학(조가경), 실존주의와 정신분석학(李東植), 마르크스주의 교리와 실존적 휴머니즘(김붕구), 휴머니즘과 실존주의(이환, 문학예술, 1956.7) 등 인접 사상과의 관련된 문제점에까지 미쳐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개 및 논의는 실존주의 문학작품의 번역·발표와 동시 진행된다. 앞서의 언급 외에 카뮈의 ≪전락≫(朴光善 역, 日新社, 1958)·≪반항적 인간≫(申梂澈 역, 日新社, 1958)·≪시지프스의 신화≫(일신사, 1958)·사르트르의 희곡 ≪파리떼≫(김붕구 역, 新楊社, 1958), 카뮈의 ≪카뮈 단편집≫(方坤 외 역, 신양사, 1958)·≪오해≫(鄭秉熙 역, 신양사, 1960) 등이 있다.
이 무렵 ≪불란서문학전집≫(신태양사, 1959)과 ≪세계문학전집≫(정음사)·≪카뮈·사르트르집≫(김붕구 역, 乙酉文化社, 1965) 등은 실존주의 문학 도입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논저로는 로베르 드 류뻬의 ≪카뮈의 사상과 문학≫(김붕구 역, 신양사, 1958), R.M. 알베레스의 ≪사르트르의 문학과 사상≫(정명환 역, 신양사, 1958)과 ≪20세기의 지적 모험≫(방곤 역, 일신사, 1958),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방곤 역, 신양사, 1958), 김붕구의 ≪새 불문학산고≫(民潮社, 1964) 등이 있다.
1950년대의 실존주의 열기는 한국전쟁(6.25)과 관련이 깊다. 전쟁의 폐허와 죽음의 체험은 공동체와 기존의 가치관이 붕괴되어 고립된 개체의 실존 문제로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황폐화된 허무의 상황을 반영하고, 이에 대응되는 사상으로서 실존주의가 안성맞춤으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프랑스의 실존주의 사상운동이 인간과 세계가 폐허화된 2차 대전 직후에 일어난 것과 유사성을 지닌다.
김붕구· 정하은 등이 저쪽 이론에 무게를 둔 논의라면, 고석규(高錫圭)의 ≪여백의 존재성≫(지평, 1990)에 수록된 논문, 이어령(李御寧)의 ≪저항의 문학≫(耕知社, 1959), 유종호(柳宗鎬)의 ≪비순수의 선언≫(신구문화사, 1962) 등은 실존주의라는 당시의 문학적·지적 상황과 이쪽 현실(한국 전쟁, 폐허와 죽음)의 체험에서 출발한 것이다.
실존주의 작품 해석을 중심으로, 김동리(金東里)의 <본격작품의 풍작기>(조선일보, 1959.1.9.)를 계기로 김우종(金宇鍾)·이어령의 반격을 받은 논전은 결국 ‘실존문학’ ‘극한상황’ ‘실존성’ 등의 표현 문제로 귀착된 실존주의 소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김우종, <중간소설을 비평함>, 조선일보, 1959.1.23., 이어령, <영원한 모순-김동리씨에게 묻는다> 경향신문, 1959.2.9.∼10.).
전후문학은 수용된 실존주의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죽음 및 폐허의 체험, 즉 영향과 자생의 실존주의 문학인 바, 시와 소설에서 구체화된다.
전봉건(全鳳健)의 기호화된 죽음의 응시는 자신의 참전 체험이고(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 1957), 김춘수(金春洙)의 허무 속의 존재 조명은 허무주의를 초극하려는 생의 가능성 추구다(시집 ≪꽃의 소묘≫, 1959, 시집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1959).
신동집(申瞳集)의 훼손된 인간 회복의 휴머니즘(시집 ≪서정의 유형≫, 1954), 김남조(金南祚)의 생명 응시와 긍정(시집 ≪목숨≫, 1953), 홍윤숙(洪允淑)의 방황과 불안(시집 ≪麗史詩集≫, 1962) 등은 전후 실존주의 시의 성과다.
소설에서 곽학송(郭鶴松)은 죽음을 기다리는 수동적·가치 중립적 존재의 부조리 또는 모순(<철로>, 1954)을, 오상원(吳尙源)은 전쟁을 통해 죽음이 일상화되는 조건의 분석(<유예>, 1955)을, 손창섭(孫昌涉)은 소외된 잉여인간 내지 불구자적(不具者的) 아웃사이더의 존재조건 탐구(<잉여인간>, 1958)를, 하근찬(河瑾燦)은 전쟁이 부자(父子) 2대에까지 미친 역사적 비극상과 휴머니티(<수난2대>, 1957)를 각각 보여준다.
전후의 실존주의 문학은 리얼리즘·모더니즘·휴머니즘 등과 얽혀 복잡성을 띠고 있다. 첫째, 실존주의의 인간관계 단위는 개체(개인)인 단독자이며, 리얼리즘의 그것은 개체를 초월하는 어떤 객관적인 법칙의 힘이나, 전후의 실존주의는 객관적 묘사(현실과 존재 사이의 억압 양상)와 현실참여로 리얼리즘의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둘째, 실존주의의 허무주의와 모더니즘의 회의주의, 실존주의의 출발점인 실존과 모더니즘의 자아, 그리고 저항과 부정 등에서 전후의 실존주의는 모더니즘과도 밀착되어 있다(특히 시에서).
셋째, 전후의 실존주의는 사르트르의 휴머니즘을 수용하면서 전쟁 및 허무의 체험과 극복을 위한 휴머니즘과 앙가주망(engagement)의 방향을 취한다. 현실참여론은 역사의식, 비판과 고발, 민중의식 등과 어울려 1960년대의 리얼리즘론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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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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