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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하고 녀석이 코방구 뀌는것같은 소리를 냈다.
“웃었어? 네가 지금 웃었어”
최형사는 단단히 화가나서 녀석을 노려 보았다.
생각같아서는 녀석에게 귀싸대기를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이마빡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십대의 미성년자였다.
또PC에서 일어난 사건이였다.
가해자는 곁자리 또래 아이의 머리에 뜨거운 라면을 끼얹었다. 그리고도 성차지 않아 라면 포크로 아이의 얼굴을 훑었다. 피해자의 얼굴에는 상처자국이 이마로 부터 볼을 거쳐 턱밑까지 쌍줄기 레루처럼 그어져 있었다. 눈을 다치지 않은것만도 다행이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아이들은PC방에 온종일 붙박혀 있다가 점심때가 되면 라면을 끓여먹곤 하는데 자신은 눅거리를 먹고있는데 곁의 애가 비싼 “오뚜기” 라면을 먹기에 아니꼬운 생각이 발동해 싸움을 걸었고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것이였다.
“네같은 놈은 ‘오뚜기’라면이 아니라 콩밥 먹어야 돼”
취조실을 나오는데 흠!하고 애가 또 코방구를 끼였다.
최형사의 인내심은 그야말로 극에 달했다. 취조실을 나오며 그의 손은 줄창 이마를 벅벅 긁어 대고 있었다.
**
퇴근길, 아들애를 맞으러 차를 몰고 유치원을 향해 달리면서도 최형사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었다.
“요즘의 애들이란 참”
최형사의 탄식이 차창 한자락에 하얗게 서려들었다.
와이퍼(刮水器)버튼을 눌렀다.
흔들 흔들 부지런한 손길처럼 좌우로 오가며 와이퍼가 차창을 닦는다.
요즘의 아이들이 이 우왕좌왕하는 와이퍼 같다고 최형사는 생각했다.
유치원 문가에서 배웅하는 선생님에게 배꼽인사를 올리고 나서 아들애가 덤벙이며 뒤좌석에 뛰여 올랐다.
“오늘 재밌었어 아들”
최형사는 아들애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안해와 갈라지고 부양권을 넘겨 받은뒤 엄마 노릇까지 맡아하는 최형사다.
아들애는 아무말도 없이 아비를 향해 눈만 깜박이였다. 커다랗게 쌍겹진 눈시울을 자꾸만 깜박인다.
백미러로 아들애의 기색을 살피던 최형사는 뒤로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눈에 티라도 들었나. 왜 자꾸 눈을 깜박 거려?
“아니요.”
아들애는 시들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또 눈을 깜박인다.
***
“틱장애입니다.”
일요일, 요행 시간을 내여 아들애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최형사에게 의사가 말했다.
아들애의 눈 끔벅임 증상이 심했다. 처음에는 그 거동이 앙증맞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기승스레 눈시울을 끔벅거렸다. 잘 때를 빼고는 온 종일 마치 눈첩첩이처럼 눈시울을 끔벅거리는것였다. 유치원 선생도 아이가 웬지 자꾸 눈을 슴벅인다고 귀뜸을 주었다. 그래서 급기야 병원을 찾은것이다.
“틱이라니요?”
최경형사는 무슨 말인지 오리무중에 빠져 의사의 입매만 바라 보았다.
“틱 (Tic) . 비정상적인 움직임,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을 말합니다.”
“중한 병인지요?”
최형사가 다잡아 물었다. 놀래는 최를 안정 시키련듯 중년의 녀의사가 미소를 지었다.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정신 및 행동 장애로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그 증상들을 보면 얼굴을 찡그린다더거나 입맛을 다신다더거나 코를 킁킁거린다더거나 눈을 깜빡인다던거나, 목에서 '흠' 하는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형사의 뇌리로 하나의 형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의사가 설명을 이었다.
“틱장애는 스트레스나 긴장, 신경전달물질 이상 등이 주원인입니다. 보통 긴장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면 일어나지요.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같은것을 자주 하는데 그렇게 어떤 상황에 흥분하는 상태에서 증상이 악화됩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보면 흔히 심리적인 영향도 크게 작용할것이라 생각됩니다.
긴장감에 안색이 구겨지는 최에게 의사가 말했다.
“그렇게 심한 병은 아니니 너무 근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이나 야단을 치는 경우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도 합니다.
요즘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경우 상당수가 이런 저런 틱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에 틱을 가지고 있었다는 집계가 있습니다. 심리조절능력이 낮은 아이들은 생각밖에 스트레스가 많아 틱환자가 많습니다.”
간단한 약처방을 떼주면서 의사가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틱 장애가 생기는 주요 원인은 흔히 어른들로 인해 인기된 경우가 많답니다. 어른들이 문젭니다”
처방전을 받아드는 최형사의 손이 강심장의 형사답지않게 저으기 떨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아이는 뒤좌석에서 그냥 눈만 슴벅거리고 있고 최형사는 말을 잃고있었다.
밤의 풍경을 담고 달리는 차창은 하나의 스크린인양 어제의 화면을 불러냈다.
이마를 긁고 있는 소년
“손 내려! 너 그 손 내리지 못해”
투명한 고음이 귀청을 찢는다.
소리의 임자는 아이의 이모다. 이모는 때때로 그렇게 사이렌 소리같은 고음을 지르며 자그만 일에도 아이를 신칙했고 그럴수록 당황한 아이의 손은 버릇처럼 이마로 올라간다. 주체하지 못하고 자꾸 이마를 긁적거린다.
“어디 니 맘대로 해봐.”
아이의 손을 잡아떼던 이모가 아이의 얼굴에 입을 바찍 갖다대고 감때 사납게 소리 지른다.
아이의 손이 더욱 빨리 움직인다.
미구에 아이의 이마에 선명한 손자국이 생기고 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 미친놈아, 내가 무슨 죄를 만나서 지 어미가 버리고 달아난 조카를 거두고 이런 신세가 됐노”
이모가 울음 섞인 소리로 악청을 지른다.
빵! 빵!
곁을 스치는 차의 경적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그제야 최형사는 소스라쳐 깨면서 핸들을 단단히 부여 잡았다.
백미러로 아들애를 건너다 보았다. 비쩍 마른 아들애는 언제보나 피기없는 얼굴에 심드렁함을 애가 좋아하는 변형금강 가면처럼 쓰고 있다.
무뚝뚝하던 말투를 고쳐 교환수처럼 상냥한 소리를 내며 물었다.
“아들 랠이 생일인데 젤 큰 소원이 뭐야? 뭐 사줄가? 변형금강 인형 사줄가? 아님 놀이동산 갈가? 아니면 피자 먹고 싶어? 아빠가 사줄게.”
아이가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촉촉히 젖은 눈시울을 슴벅거리면서 힘아리 없이 중얼거렸다.
“엄만 언제 와? 이번 생일엔 엄마가 왔음 좋겠어”
칙- 차가 급정거를 했다.
최형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문을 열고 올랐다.
아들애를 꼭 껴안아 주었다.
****
PC방 사건에 대한 취조는 생각밖에 길게 이어졌다. 일을 저지른 가해자의 보호자를 불렀지만 며칠 지나도 오는 이가 없다.
드디여 애가 열쇠를 잃은 문처럼 봉하고만 있던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리혼한뒤 해외로, 내지로 싹 다 가버리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전번달 그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운명했다고 했다. 거두어 줄 사람이 없어 그동안 PC방에서 먹고자면서 나날을 보냈다는 아이다.
처음 아이의 계집애같이 가는 목소리를 들으며 최형사의 손이 자주 이마로 올라갔다.
점심시간이 되였다.
최형사가 아이에게 무언가 내밀었다.
“오뚜기” 라면이였다.
흠! 하고 아이의 입으로부터 신음같은 소리가 새여 나왔다.
“장백산”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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