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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은 사촌지간이다...
2017년 10월 11일 02시 25분  조회:2061  추천:0  작성자: 죽림


MC 에셔의 약력: 이름은 Maurits Cornelis Escher로 보통 엠씨 에셔(M.C. Escher)로 통합니다. 네덜란드 사람으로 1898에서 1972까지 살았던 사람이요. 통상 이 사람 작품은 5개의 시간대로 구분하는데 초기 2기간은 정물이나 풍경에 치중한 반면 후기에는 기묘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예를 들어 초공간의 분할이나 시각적 파라독스 혹은 지그소우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작품에 많은 시간을 들였고. 그의 작품은 석판화(lithograph)라는 미술기법으로 표현된 게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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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님들께 보일 작품은 바로 이 '지그소우 퍼즐'을 주제로 한 작품들입니다. 보통 테슬레이션(tessellation)이라고 불르고요. 요즘과 같이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한 시대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작품들이지만 1930, 40년대에 오로지 자와 연필 그외 작도에 필요한 몇몇 기구만 가지고 이 작품들을 도안했다고 상상해보면 그 정성에 놀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환상적인 아이디어에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되고요 ^ ^. 


첫번째 작품은 '변형 I'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테슬레이션 시리즈 중에서 상당히 초기것인데 짐작하시다시피 '변형 II'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좌우로 너무 길어 이 자리에 올리기 힘드니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지중해의 한 동네를 묘사한 것과 같은 모습이 좌측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집들이 점점 기하학적인 무늬로 변하다가 종래에는 한 사람의 모습(중국인이나 베트남인 같아 보이오)으로 '변형'을 하게됩니다. 직접 두꺼운 종이위에 이 모습을 전사해서 퍼즐로 만들어 보아도 재밌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Metamorphosis I (1937)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하늘과 바다'라는 작품입니다. 어떤 과정으로 물밑의 물고기가 하늘에서 날아가는 기러기로 되는 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고요. 이 두 작품은 똑같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I은 좌우대칭의 모습이고 II는 좌우비대칭의 모습으로 작가의 면밀한 도안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Sky and Water I & II (1938)



네 번째 작품 역시 같은 구성인데 이번엔 가장 밑의 무늬가 올라갈수록 두 가지 서로다른 형태로 변형하게 됩니다. 하나는 집을 구성하는 블럭이 되고 나머지는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구요. 





Cycle (1938)



다섯번째는 'Verbam'이라는 작품으로 화면상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가운데 Verbam이라고 써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구요. 제가 갖고있는 책으로 쌔운 스캔은 더 선명하게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작품에 가는 선들이 많아 므와레의 압박이 심합니다. 그래서 그냥 밑에 그림으로 만족하기 바라옵니다. 이 작품은 위의 주제의 총정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부터 시작해서 가장자리의 여섯 부분으로 이동해 가면서 총 여섯가지의 패턴으로 변하게 되는 거요. 새, 물고기, 개구리가 각각 흰색과 검은 색의 무늬로 되어 여섯 면과 만나게 되는 거요.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겠구요. 





Verbam (1942)



여섯번 째 작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디자인 학도를 꿈꾸며 미술공부를 하던 시절 이 작품을 보고 수없이 따라 빼끼던 작품이었습니다. 잘 보시면 선인장과 술병, 술잔 그리고 뻣뻣한 재질의 종이(혹은 오래된 탓에 수분을 살짝 머금고 있는 종이라고 봐도 좋소)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우측 상단 책 등 너무나 잘 그린 한 폭의 정물데생이라고 생각한 탓이었구요. 하지만 당시엔 이 작품이 가지는 진짜 의미를 몰랐었습니다. 2차원의 스케치북에 빼곡히 있는 도마뱀 무늬가 3차원상을 가지는 실제 도마뱀으로 변형되는, 그리고 다시 2차원상으로 되돌아가는 끝없는 저 순환을 보시기 바랍나다 (다시 보니 악어에 더 가깝넹^ ^). 





Reptiles (1943) 


이번 주제는 ‘공간왜곡’입니다. 에셔는 수학적인 분할을 통해 왜곡된 공간을 많이 작품에 반영하였습니다. 

1. 손에 든 반사된 구 


보통의 미술가들도 자신의 자화상정도는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에셔는 독특하게도 자신의 모습을 손에 들고 있는 금속구에 비친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실제로 이렇게 구를 들고 몇 시간씩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또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왜곡된 형태로 그린다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그림은 먼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스케치한 뒤 캠버스를 볼록한 형태로 표현되도록 분할한 뒤 거기에 자신의 모습을 그린, 면밀하게 3D 기하학적으로 디자인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비교적 초기작중 명작에 속하는 것이구요. 





Hand with Reflecting Sphere (1935)



2. 발코니


이 작품은 지난 번에도 올렸던 것으로 마치 볼록렌즈가 중심에 있는 평면거울에 비친 상을 사진으로 찍은 듯한 작품입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찍은 사진을 그대로 빼껴 그린 게 아니라 평면을 모눈종이 그리듯이 수많은 선으로 분할한 뒤 중앙의 곡선을 디자인하여 거기에 보통의 그림을 그리듯이 그린 것입니다. 





Balcony (1945)



3. 세 개의 공 I


아마도 그래픽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님들은 이런 작품 정도는 쉽게 컴퓨터 상에서 쌔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만든 1945년이라면 그게 그다지 쉽지 않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온전한 형태의 원을 그린 후에 잘게 원을 분할하여 입체적인 효과를 나타내었이 (가장 위의 공). 그 다음은 원을 약간 잘라낸 형태의 도형을 만들고 다시 분할하여 이번엔 한 부분이 잘려나간 형태의 입체적인 구를 표현한 것이 (두번째 세번째 공). 말이야 이렇게 쉽다만 실제로 이걸 펜, 자, 컴파스같은 원시(?)적인 도구로 작도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Three Spheres I (1945)



4. 세 개의 공 II


이번엔 세 개의 공을 그리되 첫번째는 투명한 유리구슬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모습이 반사된 금속구라고 보면 되겠고 세번째는 이도 저도 아닌 구슬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미술공부하던 시절 저 세번째 공이라도 빼껴볼려고 안달을 하던 때가 아련히 생각이 나는군요. 





Three Spheres II (1946)



5. 이슬방울 


나뭇잎 위에 떨어진 이슬방울입니다. 위에 올린 반사된 구와 일맥상통하나 반사된 형상(창문으로 보이오만)과 투영된 잎맥까지 표현한 작품입니다.





Dewdrop (1948)



6. 물결이 있는 표면 


쓸쓸한 겨울밤, 달과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비친 물웅덩이에 물방울이 두 방울 떨어진 모습을 포착한 듯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스케치가 있습니다. 먼저 나뭇가지와 달을 정상적으로 그린 뒤 두 개의 타원을 겹쳐 그리고 그 아웃라인에 맞게 나뭇가지를 표현한 것이구요. 기회가 되면 그 스케치들도 올리겠습니다. 





Rippled Surface (1950)



7. 화랑 


에셔 자신의 작품이 걸려있는 한 화랑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잘 보면 위에 소개한 “세 개의 구 I”도 보일 것입니다. 위에 소개한 작품들과는 또 다르게 전체적인 구도가 가운데를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비틀린 왜곡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Gallery (1956)
 
 
 

 

미술가 에셔의 작품과 수학

네덜란드의 미술가 에셔(Escher)는 미술에 문외한이 필자가 그림만 보고 누구의 작품인지 판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술가 중의 하나이다. 에셔는 반복되는 기하학적 패턴을 이용하여 대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테셀레이션' 작품을 많이 남겼다. 테셀레이션이란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평면이나 공간을 빈틈이나 겹쳐지는 부분 없이 채우는 것을 말한다.

테셀레이션(tessellation)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라는 단어는 4를 뜻하는 그리스어 'tesseres'에서 유래했는데,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정사각형을 붙여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정삼각형이나 정육각형 등 다양한 모양을 반복적으로 배치해서도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 테셀레이션의 예로는 욕실의 타일, 보도블록, 조각보, 전통 문양 등을 들 수 있는데, 테셀레이션이라는 생소한 용어 대신 '쪽매맞춤'이라는 정감 넘치는 순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에는 '옮기기', '돌리기', '뒤집기'라는 새로운 내용 요소가 포함되었다. 이는 각각 '평행이동', '회전이동', '반사'라는 수학 용어에 대응되는 일상적인 표현으로, 테셀레이션의 기초가 된다. 평행이동(옮기기)은 도형을 일정한 거리만큼 움직이는 것이고, 회전이동(돌리기)은 한 점을 중심으로 도형을 회전시키는 것이며, 반사(뒤집기)는 거울에 반사된 것처럼 모양을 뒤집는 것이다.

조개껍질과 불가사리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에셔의 그림은 회전이동을 이용하여 면을 채운 테셀레이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에셔의 작품 ‘도마뱀’에는 도마뱀이 2차원 평면에서 나와 3차원 입체로 옮겨갔다가 다시 2차원 평면으로 되돌아가는 순환 과정이 표현되어 있으며, 그 배경은 개구리 모양으로 채워진 테셀레이션으로 되어 있다.

에셔의 테셀레이션과 도마뱀

▲ 에셔의 테셀레이션(左)과 도마뱀(右)  ⓒ

에셔의 천국과 지옥

▲ 에셔의 천국과 지옥  ⓒ

에셔의 그림에서는 부분이 전체를 닮으면서 자기 유사성을 갖는 프랙탈(fractal)의 아이디어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천국과 지옥’에는 검은색 박쥐와 흰 천사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면서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프랙탈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흰색을 위주로 보느냐 검은색을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느낌이 달라진다. 전문적인 수학을 배우지 않은 에셔가 다분히 수학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것을 보면, 미술과 수학의 상상력은 상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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