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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산문시와 이야기시
2018년 08월 22일 23시 12분  조회:4137  추천:0  작성자: 죽림
산문시·이야기시란 무엇인가 
  /김영철



1. 산문시와 이야기시의 장르적 배경 
1)장르사회학적 배경 
산문시와 이야기시는 시의 하위장르이긴 하나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문시는 정형시, 자유시와 함께 시형식과 관련된 장르개념임에 비해 이야기시는 서경시, 서정시와 함께 시내용에 관련된 장르개념이다. 시에서 이야기를 담는 형식은 정형시일 수도 있고 산문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양자는 장르의 혼합현상 또는 탈장르 현상이라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산문시는 산문과 시의 혼합장르이다. 시를 운문의 개념으로 확장해 볼 때 산문(prose)과 운문(verse)이라는 서로 상반된 양식이 결합된 것이다. 또한 이야기시(narrative poem)도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서사양식과 시양식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장르의 혼합 및 탈장르 현상은 현대에 들어와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원시종합예술에서 미분화 상태로 남아 있던 장르의 혼거현상이 다시 재현되고 있음이 흥미롭다. 이러한 장르의 혼거 및 상호침투현상은 분명 그 배경이 있을 터인데 그것은 현대의 사회변화 및 장르의 인식변화와 밀접히 관련된다. 주지하다시피 현대는 다양화, 다원화의 시대이다. 사회구조나 체제도 복잡해졌고 그 속에서의 삶의 방식과 사고 영역도 다양성을 띠고 있다. 특히 현대를 산문의 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구조변화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토의와 분석의 기능을 산문이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산문요소와 이야기 요소의 개입은 역기능과 순기능의 이원적 결과를 낳는다. 시를 언어의 경제학으로 일컫는 바 언어의 긴축과 조직의 긴밀함에 의해 정서의 응결과 인상의 집약적 표출을 얻는 것이 시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야기 요소의 개입과 산문화는 풀어짐과 흩어짐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시의 긴장미학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시의 참장르를 서정시로 본다면 이 역기능은 더욱 뚜렷해진다. 서정시는 본질적으로 주관적 경험이나 내적 세계를 드러내는 자기표현의 장르이고 순간의 서정과 인상을 표출함에 그 특징이 있다. 또한 길이에 있어서 짧은 短詩(short poem)를 지향한다. 이에 비해 이야기시와 산문시는 화소의 개입과 산문화에 의해 장형화되기 일쑤이고 이야기시의 주장르인 서사시의 경우 과거의 객관적 체험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현함에 그 특징이 있다. 결국 시에서 話素의 개입과 산문화는 시의 서정적 본질을 해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 예술이라는 성역에 머무를 수 없는 것이고 사회변화에 일정한 대응관계를 갖는 것이라면 시에서의 화소의 개입과 산문화 경향은 현대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현대 사회변화를 내적 체험의 주관적 표출이나 언어의 긴축과 구조의 긴밀함만으로 수용해 내기가 힘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토의적 기능이나 분석적 기능이 요구될수록 시의 산문화나 서술화는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 현대시에서 산문시와 이야기시가 증폭되는 현상은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돼야 한다. 

한편 장르의 인식변화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여지는데 많은 장르론자들이 지적하듯이 현대는 탈장르 및 초장르의 시대로 특징지워진다. 르네 웰렉은 현대에 와서 많은 장르상의 轉移가 일어나고, 따라서 장르 역사가 중단된 것처럼 느낄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층의 급격한 확대와 다양화로 장르 역시 증가일로에 있으며 문학의 신속한 보급 체계로 장르도 수명이 짧아졌거나 훨씬 신속하게 변형되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는 10년마다 새로운 문학세대가 생겨나고 장르의 교체도 그에 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 헤르나디는 이러한 장르의 교체 및 변동양상을 집약하는 개념으로 超장르(beyond genr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2) 결국 산문시와 이야기시는 현대에 들어 심화되는 이러한 장르의 교체 및 상호작용 현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2)장르類와 장르鍾 
이야기시(narrative poem)는 서사시(epic), 담시(ballad),단편서사시 등의 하위종을 갖고 있고, 산문시는 자유시(free verse) 및 시적 산문(poetic prose)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시와 산문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하위장르와 인접장르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또한 우리의 산문시와 이야기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르의 기본형(gattung)과 변형(art)의 개념, 그리고 역사적 장르(historical genre)개념이 전제돼야 한다. 슈타이거나 플레밍은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장르원형을 기본형이라 했고, 개별언어권의 문화, 종족, 언어의 편차에 의해 파생되는 개별적 장르를 변형이라고 했다.3) 가령 우리의 향가나 시조, 가사나 판소리는 우리문학에만 존재했던 고유장르이고 변형장르이다. 또한 토도로프는 역사적 장르개념을 도입한 바 있는데 이는 그것이 주종을 이루었거나 이후 단절되었다 하더라도 당대에 엄연히 실존했던 장르를 지칭한다.4) 역사주의 입장에서 당대에 존재했던 장르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러한 변형장르와 역사적 장르개념의 수용은 우리문학의 장르형성과 변동 그리고 장르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령 서사시의 경우 이러한 장르개념의 도입은 한국 서사시의 이해에 좀더 유연한 시각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산문시의 장르적 특성 
1)산문시의 장르 개념 
산문시(prose poem)는 형식적 제약은 물론 운율의 배려없이 산문형식으로 제작된 시이다. 따라서 행연의 구분도 없고 운율적 요소도 없다. 파운드는 이를 “산문형식으로 표현된 시적 내용”이라고 정의 내렸다.5) 즉 형식은 산문이지만 표현된 내용은 시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산문시가 산문과 시의 복합어인 만큼 양자의 성격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므로 파운드는 이를 산문형식과 시적 내용의 결합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아무튼 산문시도 시인만큼 당연히 시로서의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즉 시가 지닌 언어의 내적 특징인 은유, 상징, 이미저리 등의 표현기법이나 시적 언어(poetic diction)가 선택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언어 진술의 외적 특징이 불규칙적인 리듬과 산문적 형태로 되어 있는 시이다. 

아으 밤이 오면 밤마다 별을 모두 불러 내려, 하나씩의 인간마다 하나씩의 별을, 하나의 짐승, 하나씩의 꽃, 하나씩의 벌레에도 하나씩의 별을 짝지워 서로 닮아 하나의 넋 오래이게, 슬픔도 쇠잔함도 죽음도 그만이게, 억울함도 분노도, 피흘림도 그만이게, 산이여 너 오래 지켜 마음 앓는 사람, 온 한 밤새워 잠못 이룬다. 
─ 박두진, <금강산·외금강> 

이 시는 산문적 형태와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되어 있지만 거기에는 상징과 은유, 그리고 시적 언어가 선택되어 있다. 이 시에서 별은 화해의 상징적 의미로 쓰이고 있고, 산을 의인화시켜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산문시는 시로서의 기본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2)산문시와 자유시 
산문시가 자유시와 구분되는 점은 주로 형태의 운율적 내지 시각적인 밀도에 있다. 산문시는 자유시에 비해 운율성이 희박하고 시각적인 면에서도 정연성이 배제된다. 다시 말해 자유시는 시각적으로 행연의 구별이 분명하게 드러남에 비해서 산문시는 문장의 연결방식이 행연이 아닌 단락(paragraph)에 의존하고 있어 산만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이 자유시와 산문시는 양자가 다 시적 성격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단지 문장연결 방식이 행과 연에 있느냐, 아니면 단락에 있느냐에 의해서 구별되는 것이다. 따라서 산문시는 넓은 의미의 자유시에 포함된다. 

특히 자유시에서 시행과 연의 변형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인데, 이는 음수율, 음보율에서의 해방은 가져왔지만 행연상에서는 일정한 제약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칸에 의하면 시행이란 ‘사상과 형식의 동시적 정지’ 즉 “목소리의 정지와 의미의 정지로 나타날 때의 가장 짧은 조각”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것은 한 시행 안에서의 律格休止가 어떠한 상호관계에 의존하는가 하는 문제로서 오늘날 자유시의 핵심적인 과제이기도 하다.6) 자유시에서는 율격휴지와 통사휴지가 일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시의 경우 그 양자의 일탈이 자유시의 특징으로 나타나 行間걸림(enjambment) 현상이 두드러진다. 행간걸림은 말들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면서 동시에, 통사론적으로 연관되는 뒤의 말과 유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7) 어찌했든 자유시에서는 이와 같은 시행처리상의 제약이 있다. 그러나 산문시는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난다. 의미전개가 시행이 아니라 단락에 의존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3)산문시와 시적 산문 
플레밍거는 산문시 개념이 성경에서부터 포크너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무책임하게 사용되어 왔지만, 그것은 고도로 의식적인 어떤 형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산문시가 타장르와 구별되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길이가 비교적 짧고 요약적이라는 점에서 시적 산문과 다르다. 
행구분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자유시와 다르다. 
내재율(inner rhyme, metrical runs)과 이미지를 지닌다는 점에서 산문(prose passage)과 다르다.8) 

이와 같이 그는 산문시를 시적 산문, 자유시, 산문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시적 산문(poetic prose)은 시적 내용을 담고는 있어도 산문에 속하는 글의 형태를 지칭한다. 따라서 시의 본질적 요소인 상징이나 이미지가 배제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이에 해당되는데, 특히 발단 부분의 메밀꽃밭의 밤풍경 묘사는 시적 정서와 분위기가 주조음을 이룬다. 그러나 <메밀꽃 필 무렵>은 어디까지나 소설 즉 산문인 것이다. 플레밍거는 산문시의 특성으로서 시행구분을 초월한 단락성, 상징과 이미지 등의 표현성을 강조하고 있다.9) 

그런데 이러한 산문시 장르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 엘리어트가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는 산문시라는 용어 자체를 배척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와 산문 사이의 구별은 뚜렷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적 내용이란 통상적으로 운문으로 표현되는 종류의 것이니까 마땅히 운문으로 표현해야 할 종류의 것이거나 그 어느 쪽일 것이다. 만약 후자라면 산문시는 배척된다. 또 전자라면 어떤 것은 산문으로도 운문으로도 표현할 수 있거나 또는 무엇이든지 산문으로나 운문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에 불과하다.10) 

이와 같이 그는 시적 내용은 운문에 담으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산문에 담는 특별한 이유와 효용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나 효용도 없고 시와 산문과의 구별도 모호하므로 산문시의 존재는 무의미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분석적이고 토의적 기능이 강조되는 현대정신, 곧 산문정신이 시에 반영됨으로써 산문시는 오히려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4)산문시의 전개 
시에서 산문체 양식의 도입은 낭만주의 시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낭만주의는 인습, 도덕, 규율에 대한 도전이었고 법칙, 규범, 통일, 조화를 중시하는 고전주의를 반대하였다. 그대신 인간의 본능과 개성, 다양성을 긍정적인 가치로 받아 들였다. 이렇게 해서 자발적 흐름이 강조되었고 서정이나 감정을 산문체를 통해서 자유분방하게 흘러 넘치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산문시가 하나의 시장르로 인식된 것은 프랑스 상징주의에서였다. 그 첫 성과가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1869)이다. 보들레르는 포우의 영향을 받아 이 시집을 상재했고, 여기서 산문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이후 말라르메, 랭보, 끌로델 등의 프랑스 상징파 시인과 러시아의 투르게네프 등에 의해서 활발하게 창작되었다. 동양에서는 소동파의 <적벽부>, 歐陽永叔의 <秋聲賦>, 도연명의 <귀거래사>, 한무제의 <추풍사>, 굴원의 <어부사>가 대표적인 것이다. 

우리의 산문시는 1910년대 러시아 산문시와 프랑스 상징주의가 수용되면서 정착되었다. 산문시가 우리 문단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10년 8월 《소년》지에 실린 네모에프스키의 <사랑>(홍명희 역)이었고, 그 후에 콜로렝코의 <奇火>(《학지광》, 1914년 12월), 투르게네프의 <乞食>(《학지광》, 1915년 2월) 등이 소개되었다. ‘산문시’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투르게네프의 <걸식>에서였다. 창작시로는 김억의 <나의 마음>(《학지광》, 1915년 2월)이 효시가 되었고 《학지광》 5월호 (1915년 5월)에 발표된 김억의 <밤과 나>는 비교적 수준높은 산문시였다. 이러한 초기의 작업을 통해 1919년 주요한의 <눈>, <불놀이> 같은 산문시가 창작되었고 이후 산문시 창작은 꾸준히 지속되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상의 <오감도>, 정지용의 <백록담>이 나왔고 1950년대에도 김구용 등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창작되었다. 

3. 이야기시의 장르적 특성 
1)이야기시의 장르 개념 
이야기시(narrative poem)는 ‘이야기를 말하는 시’로서11) 敍述詩, 說話詩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그 하위 種으로서 敍事詩(epic)와 譚詩(ballad) 등을 포괄한다. 야콥슨이나 바흐친과 같은 구조언어학자나 기호론자들은 시를 근본적으로 談論구조로 보고 있다. 그들은 시적 화자를 통한 청자와의 말건냄이라는 담론구조 속에서 메시지의 전달과 의미의 형성, 창출과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물론 내용에 해당되는 이야기와 전달방식으로서의 대화형식은 구분되는 것이지만 내면의 주관적 표출이라는 독백형식을 취하는 서정시의 본질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야기시는 어떤 구체적 사건이나 사실을 독자라고 하는 청중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는 점에서 독백형식에서 벗어난다. 아울러 전달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담론구조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이야기시는 화자 ─ 메시지 ─ 청자라는 담론구조의 틀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다. 파울러는 《현대비평용어 사전》에서 ‘서사체’(narrative)를 일련의 사실이나 사건을 차례로 열거하는 것과, 이러한 사실이나 사건들 사이에 모종의 관계를 설정하는 양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다시 이 서사체를 내용의 문제와 수사의 문제로 나누어 전자를 소재의 적절한 결합 및 암시된 연관관계의 박진성과 연결시키고, 후자를 그 서사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청중(독자)에게 제시되는가라는 문제와 관련짓고 있다.12) 다시 말해 서사체는 사건의 열거와 사건들 사이의 관계설정, 그리고 이들의 제시방법을 중시하는 양식이다. 이야기시는 바로 이 서사체 양식을 취하는 장르이다. 따라서 이야기시는 전달내용으로서의 이야기와 아울러 전달방법이나 태도로서의 이야기 방식도 함께 아우르는 장르 개념이다. 

말리네는 이야기시를 스토리를 가진 시로 규정하고 그 중에서도 긴 내용의 이야기를 가진 시를 서사시라 하고, 짧고 간결한 내용의 이야기를 가진 시를 담시(ballad)라고 하였다. 결국 말리네는 길이의 길고 짧음에 의해 이야기시를 서사시와 담시로 나누고 있으나 서사시와 담시의 구분은 전달방식이나 태도 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단징거는 담시를 서사시가 아니라 서정시의 하위 장르로 규정하고 있는데13) 서사시와 담시는 다같이 이야기시이긴 하지만 서사와 서정의 상이한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시는 서사체 양식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서사시의 범주에 넣지만 사실 서정시도 이야기시에 포함될 수 있다. 오세영은 이야기시와 서사시의 장르개념에서 양자가 등가적 개념이 아니라 집합적 개념으로 구분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야기가 서사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고 하고 서사시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을 따로 설정하고 있다.14) 따라서 모든 서사시는 이야기시지만 모든 이야기시는 서사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야기시에 서사시와 서정시를 포함시키고 다시 서정시 속에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서 담시와 송가(ode) 등을 들고 있다.15) 그러니까 결국 담시와 송가는 서정서술시가 되는 것이다. 

2)장시와 단시의 장르 개념 
이야기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드가 구분한 바 장시 (long poem)와 단시(short poem)의 개념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리드는 시를 장시와 단시로 나누고, 장시가 여러 개 혹은 다수의 정서를 기교에 의해 결합한, 복잡한 이야기를 포함하는 일련의 긴 시로 규정하였다. 또 단시는 단일하고 단순한 정서적 태도를 구현한 시로서 연속적인 영감이나 기분을 직접 표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를 요약하여 장시는 개념이 형태를 통어하는 시이며, 단시는 거꾸로 형태가 개념을 통어하는 시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시계열에 이야기시, 서사시, 담시, 송가, 철학시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16) 

이야기시에서 장시개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야기 요소의 개입으로 인해 이야기시가 장형화된다는 점에 있다. 리드도 장시의 핵심요소로서 이야기와 관념을 들고 있다. 서정시는 서정적 순간의 감정이나 파편적 체험을 표현한다. 한 순간의 재현이기에 서정시는 내적 경험의 순간적 통일성에 의존한다. 따라서 서정시에는 서사적 시간이나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시는 시인의 확고한 주관과 가치관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 사회적 사건이 개입된다. 이로 인해 시의 길이가 구속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야기시는 장시라는 점에서 단형을 지향하는 순수서정시와는 일정한 거리를 갖는다. 결국 시의 산문화(산문시) 특히 서술화(이야기시)는 필연적으로 시의 장형화를 지향하게 된다. 

그런데 장시는 그것이 단지 형식에서만 긴 것이 그 특징이 아니라 완결된 형식을 통해서 역사현실에 대한 시인의 의식을 드러낸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 리드는 장시를 논하면서 그것이 그 시대의 어떤 열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장시화 현상은 문학이 현실의 전체성에 상응하는 통일성을 획득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17) 따라서 이야기시는 역사, 사회적 사건을 개입시키고 그것을 시인의 의도된 통일성 아래 재구성함으로써 현실의 전체성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1930년대 시에서의 리얼리즘의 확보를 위해 시도된 단편 서사시 장르의 선택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돼야 할 것이다. 

3)서사시의 장르 개념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의 양식적 특징을 성격과 행위를 모방한다는 점에 두고 있다. 성격과 행위의 모방은 서사시로 하여금 이야기시로서의 성격을 갖도록 조건지워진다. 성격과 행위는 의당 인물을 전제하는 것이고 그 인물이 펼치는 사건과 행동양식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사시는 이야기시로서 주제와 플롯이 있고 이 플롯은 인물의 성격, 그리고 사건전개와 배경을 갖는 구성양식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서사시는 이야기시로되 원래 영웅시(heroic epic)라고 불릴 정도로 장중한 운문으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긴 이야기시(long narrative poem)였다. 본래의 서사시는 호머의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에서 보듯이 국가와 민족,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위대한 인물의 행위를 중심으로 하여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장시였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 신화적인 영웅호걸이나 집단적 운명의 성쇠를 그리지 않아도 객관적인 사건을 서술한 장시면 다 서사시라 부르게 되었다. 서사시는 원래의 기능을 근대에 들어 소설에 이양함으로써 그 영역이 크게 축소되었지만 원래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카이저가 서사시와 소설을 구별하여 서사시가 장중한 톤으로 개인적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본 것도 서사시의 고유기능이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개성과 개인의 세계가 중시되는 추이에 따라 집단성의 가치관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서사시의 변화도 일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서사시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는다. 첫째 강한 설화성 (narrativeness)이다. 역사와 신화, 그리고 영웅적 인물의 행적을 서술하는 만큼 설화성은 필연적인 것이다. 서정시의 특질이 표현성 (expressiveness)에 있다면 서사시는 설화성에 있는 것이다. 어원적으로 볼 때도 서사시는 ‘말’이라는 의미를 갖는 희랍어 epos에서 온 것이었다. 서사시는 하나의 이야기, 즉 전체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둘째 서술대상의 방대성과 초월성이다. 서사시의 주인공은 민족적 또는 인류적으로 위대한 인물이거나 신이다. 또한 배경 역시 세계적이고 때로는 초현실적이다. 세째, 집단성과 역사성이다. 서사시는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한 민족이나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대표적 영웅의 목소리이다. 따라서 그것은 개인이 아니라 민족이나 민중을 향한 외침이다. 역사성은 서사시가 다루는 주된 대상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나온다. 네째, 장엄한 문체와 숭고미의 지향이다. 서사시의 문체는 儀式的이면서 장엄하고 화려한 문체적 특징을 갖는다. 일상적인 말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하고 영웅적 주제와 서사시적 구조의 장대함과 형식성에 비례하는 의식적인 문체로 서술된다. 다섯째, 뚜렷하고 견고한 원근법을 드러낸다. 이는 서사시가 역사와 인물에 대한 객관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18)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허드슨은 서사시를 객관시(objective poem)라고 부른 바 있다. 여섯째, 서정시의 시구가 독립될 수 없음에 비해 서사시의 시구는 독립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서사시는 많은 에피소드를 동원한 삽화적 구성(episodic plot)을 갖고 있다. 쉴러도 부분의 독립성은 서사시의 주된 특질이라고 했다. 부분적 작품이 모여 전체를 이루지만 그 부분이 독립될 수 있는 것이 서사시인 것이다. 그밖에 서사시의 장르적 특성으로서 장형성, 과거성, 그리고 내면적 자아보다 외부현실의 서술에 초점을 두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4)담시의 장르 개념 
발라드는 음악적 측면과 문학적 측면으로 나누어 구분되는데 보통 전자는 민요로, 후자는 譚詩로 번역된다. 먼저 음악적 발라드는 이야기를 담아 구전되는 노래이다. 다시 말해 민요에서 서사적인 민요를 지칭하는 것이다. 플레밍거는 민요를 서술민요(narrative folk song)와 비서술민요(non-narrative folk song)로 나누고 전자에 서사민요(oral epic)와 발라드를 포함시키고, 후자에는 서정민요(lyric folk song), 노동요, 유희요, 동요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19) 이러한 민요가 설화체 시의 한 특수한 형식으로 자리잡게 되는데, 15세기경 영국에서 음유시인들이 등장하여 4행으로 간단하게 구성된 연 안에 고도로 잘 구성된 이야기를 담아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민간 발라드(folk ballad)에서 문학적 발라드(literay ballad)가 파생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학적 발라드는 대체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거나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세태와 관련된 삽화로 시작해서 동작과 대화를 통하여 이야기를 발설하는데 자신의 개인적 태도나 감정은 배제함이 원칙이다. 또한 심리적 묘사가 거의 없으며 의미는 직접적으로 묘사된 행위를 통해, 또는 사건의 맥락에 대한 언급을 통해 파악된다.20) 이와 같이 담시는 전설, 구비 등을 민중적 가락으로 노래해온 전승배경을 갖고 있는 짧은 형식의 이야기시이다. 그런데 앞에서 논의한대로 단징거는 담시를 서정시 장르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담시는 서정서술시라는 것이다. 리치는 담시의 특징을 쩖 내용이나 문체가 민중의 감수성에 알맞음 쩗 단순한 사건에 촛점을 맞춤 쩘 대화와 행위로 사건이 진술되고 묘사는 생략됨 쩙 객관적 서술 쩚 비극적 사랑과 비교훈적 내용 쩛 극적 장면 및 극적 구성 쩞 강한 충격과 경탄의 표출 등을 들고 있다21). 이 중에서 쩚쩛쩞은 서정시적 요소로 간주된다. 이와 같이 담시는 서정성이 강한 서술시인 것이다. 따라서 담시는 단형의 서정서술시로 규정할 수 있다. 

5)단편 서사시 
단편 서사시는 1930년대를 전후하여 프로문학 진영에서 시도한 실험적 장르이다. 임화가 창작에 처음 시도하고 김팔봉이 이론적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단편 서사시는 한국시단에 자생한 일종의 역사적 장르로 볼 수 있다. 물론 일본의 NAPF에서도 논의된 바 있어 결코 독창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어도 임화를 비롯하여 박세영, 백철, 김해강, 박아지 등 일련의 프로시인들에 의해 본격화되었고 이후에 백석, 이용악 및 김상훈 등에 의해서 계승되었다. 

김팔봉은 단편서사를 소설과 시양식의 혼합양식으로 보았다. 사건적 소재의 취재에서 소설 양식을 그리고 그것의 압축적, 인상적 표현에서 시양식을 끌어들인 것이다. 결국 시에 이야기를 끌어들이되 시적인 표현방식으로 나타내는 것이 단편서사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편서사시를 전체성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지향의 소설과, 개성을 바탕으로 한 서정시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적 장르로 규정한 견해는 시사적이다.22) 특히 임화의 단편 서사시는 등장인물을 설정하여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담론구조를 구축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그 구성은 소설에서와 같은 플롯에 의존하기보다 전체적으로 고무와 찬양, 권고, 애원 등이 주조를 이루는 주관주의적 표현방식을 택함으로써 시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허구적 인물의 고백적 진술 역시 서정시의 특성에 부합된다. 

단편서사시는 엄격히 말해서 서사시로 보기가 어렵다. 앞에서 논의한 바 서사시 조건에 부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태여 서사시로 본다면 프라이가 제시한 소서사시(epyllion)에 가깝다. 프라이는 서정시가 주제의 관심밀도가 높아져 소형의 서사시로 확대된 것을 소서사시라고 하였다.23) 그러나 단편서사시는 일종의 서술시로서 서정성이 강한 서정서술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단편서사시는 1930년대 한국시단에 풍미한 실험적 역사적 장르로서 시에서의 리얼리즘의 확보와 소설에로의 양식적 확산이라는 문학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1) Rene Wellek 《Theory of Literature》 (Penguin Books, 1968) pp.232``~235. 
2) Paul Hernadi 《Beyond Genre》 (Cornell Univ. Press, 1972) p.8. 
3) E.Staiger 《Grundbegriffe der Poetik》 (Zurich, 1963) W.Flemming 《Das Pwblem Von Dichtungsgattung und Art》 (Studium Generale XⅡ, 1959) pp38~60. 
4) T. Todorov, 《Fantasic》 (Cornell Univ. Press, 1975) pp.13~15.5) T.S Eliot 《Literary Essays of Ezra Pound》 p.12. 
6) J.Huret 《Enquete sur L'evolution Litteraire》 (Charpentier, 1891) pp.394~396. 
7) 한계전, 《한국현대시론 연구》 pp.26~27.8) A.Preminger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 pp.664~665. 
9) A.Preminger, 앞의 책 p.665. 
10) T.S Eliot 《selected Essays 》 p.84.11) L.Maline, 《Prose & Poetry of English》 p.86. 
12) R. Fowler, 《A Dictionary of Modern Critical Terms》(1973), 김윤식 역(일지사), p. 136.13) M.K Danzinger, 《An Introduction to Literary Criticism》(Boston, 1968) p.71 
14) 오세영, 《문학연구방법론》(시와 시학사, 1993) p. 102. 그가 제시한 충분조건은 서사적 탐색, 민족적 율격, 영웅의 등장, 민족적 신화나 역사, 삽화적 구성, 공포와 연민의 정서, 세계의 객관적 대면 등이다. 
15) 오세영, 같은 책, pp. 100~103.16) H.Read,《Collected Essays on Criticism》 (London, 1952) pp.57~60. 
17) 장부일, 《근대 장시연구》(서울대 박사논문, 1992. 2) p.2.18) Emil Staiger, 《Grundbegriffe der Poetik》 p.110. 
19) A.Preminger,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 p. 283.20) R. Fowler, 《A Dictionary of Modern Critical Terms》 김윤식 역, p.136. 
21) Maria Leach, 《Standard Dictionary of Folklore, Mythology and Legend》 vol 2(New York, 1950) p.97. 22) 정재찬, 《1920~30년대 한국 경향시의 서사지향성 연구》 (서울대 석사논문, 1987) p.108. 
23) N. Frye, 《Anatomy of Criticism》, 임철규 역 (한길사, 1988)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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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와 쉬운시 / 김현 





해방 직후의 시의 혼란은 내용과 형식을 별개의 것으로 이해하는 시인들 자신에 의해 초래된 혼란이다. 시에서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인들은 시의 형식에 대해서 운위하는 것을 사치스러운 문학 취향으로 치부해버리고, 시에서 형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시인들은 시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용은 무정부주의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린다. 그때 남는 것은 정치적 구호나 저항의 제스처, 그리고 순수하다고 알려져 온 토속어들뿐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서 내용 편중이라고 할 때의 내용이나. 형식 위주라고 할 때의 형식은 내용과 형식이 아니라, 소재와 말에 지나지 않는다. 시는 소재와 말을 결합하였을 때 생겨나는 조직체이다. 결국 내용 위주의 시와 형식 위주의 시는 시를 버리고 소재와 말만 찾아낸 셈이며, 그것은 한국시의 혼란을 크게 자극한다. 



그 혼란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 창작면에서 극복되기 시작한 것은 김춘수와 김수영의 시적 탐구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그 두 시인의 대립된 탐구를 통해 시는 내용이나 형식의 어느 한편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내용이 형식을 위해 봉사하고 형식이 그 내용을 위해 사용되는 그런 조직체라는 것이 밝혀진다. 내용은 소재 이상의 것이며 형식은 말 이상의 것이다. 그 때 중요시될 것은 시인이 소재나 말을 대하는 태도이다. 시를 내용과 형식이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시인과 사물 - 대상과의 거리 관계에서 찾게 된 것은 그 두 시인의 큰 공헌이다. 



김수영은 대상을 자신과 가능하면 가깝게 느끼도록 애를 씀으로써 시인을 시속에 크게 자리잡게 만들며 감춘수는 대상을 가능하면 자신에게서 떼어냄으로써 대상을 전면에 내세우려 한다. 



여하튼 그 두 시인에게 중요한 것은 시인과 대상과의 긴장 관계이다. 긴장은 대립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그 대립은 그러나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대립의 양태가 그 시초에서 올바르게 들리지는 않다는 진술이다. 그 대립은 정직한 세계 인식이거나 허위적인 제스처다. 그것이 정직할 때 긴장은 고조되며 그것이 언어로 조직될 때 한 편의 뛰어난 시가 얻어진다. 그것이 허위일 때 시는 재치나 저항의 제스처에 지나지 않게 된다. 



70년대 들어서면서 갑작스럽게 유행되기 시작한 산문시는 그 대립을 정직하게 조립하려는 젊은 시인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대립을 정직하게 드러내려 할 때 상투적인 틀과 어휘들이 그대로 쓰일 수는 없다. 아주 짧은 시를 시도하는 젊은 시인들의 노력과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방향에서 이해되어야 할 산문시 시도는 상투적인 어휘 거부, 다시말해서 대립을 대립답게 드러내려는 노력의 정직성이라는 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산문시는 산문이 아니라 시이다. 산문시가 시이어야 한다는 진술은 그것이 풀어 쓴 시가 아니라 산문으로 쓴 시라는 뜻이다. 산문시가 풀어 쓴 시가 되는 순간에 산문시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를 잃는다. 동시에 그것은 투르게네프의 것이 그러하듯 반드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시적 향취를 풍기는(!) 콩트를 산문시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문시는 시의 해체를 통해 역설적으로 시를 구제하는 시이다. 갑작스럽게 유행되기 시작하면서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산문시들 중에는 시의 운율 구조에 대한 탐구를 포기한 연후에 아무렇게나 씌어진 것들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것이지만 산문시는 시를 해체하므로써 오히려 시를 구제한다. 운율 구조에 대한 정밀한 탐구 끝에 씌어지는 산문시와 애당초의 감상적인 줄거리로 콩트를 쓰겠다는 태도 밑에 제작되는 산문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산문시의 시도가 확실한 의미를 띨 수 있으려면, 시인과 대상과의 대립을 정직하게 그리고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 또 시의 운율 조직에 대한 탐구를 방기하지 않은 채 씌어지는 산문시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산문시는 시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씌어지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쉽게 대상을 파악하려는 태도를 견제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산문시에서처럼 시인의 세계에 대한 태도의 안이성과 시와의 싸움의치열성 여부가 쉽게 드러나는 것은 없다. 쉽게 쓴다는 것이 시의 목적이 된다면, 시는 어쩔 수 없이 가장 쉽고 이해가 빠른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어버릴 것이다. 다시 말해 시를 배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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