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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야행
2018년 09월 10일 20시 30분  조회:3337  추천:0  작성자: 죽림

야행

                    /윤동주

정각! 마음이 아픈데 있어 고약을 붙이고
시들은 다리를 끄을고 떠나는 현장


-기적이 들리잖게 운다.
사랑스런 녀인이 타박타박 땅을 굴려 쫓기에
하도 무서워 상가교를 기여넘다.
-이제로부터 등산철도
이윽고 사색의 포풀러턴넬로 들어간다
시라는것을 반추하다 마땅히 반추하여야 한다.
- 저녁 연기가 노을로 된 이후
휘바람 부는 햇귀뚜라미의
노래는 마디마디 끊어져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늬는 노래 배울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나보다
- 늬는 다리 가는 쬐꼬만 보헤미안
내사 보리밭 동리에 어머니도 누나도 있다.

그네는 노래 부를줄 몰라
오늘밤도 그윽한 한숨으로 보내리니....

 

                                      1937년 7월 26일

(이 시는 1937년7월26일 씌여진것으로 제2습작시집에 실려있다.
이시에는 식민지 청년의 내적인 고뇌,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시대적 짐을 지지 못하고 가는 자아에 자기 가학적 고통의 세계가 드러난다.)








새로 발굴된 이 시들은 1934-1939년
즉 18세로부터 25세 사이에 룡정 은진학교와 광명학교,
평양숭실중학교와 연희전문학교 등을 다니며
시인의 꿈을 키우며 썼던 문학습작기의 작품들로 추정됩니다.
많이 읽고 즐거운 시간 되길 바랍니다.

1. 창구멍

바람부는 새벽에 장터가시는
우리압바 뒷자취 보고싶어서
춤을 발려 뚫려논 작은 창구멍
아롱아롱 아츰해 빛어옵니다

눈나리는 저녁에 나무 팔려간
우리압바 오시나 기다리다가
이끝으로 뚫려논 작은 창구멍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2. 가슴 2

늦은 가을 스트램이
숲에 쌔워 공포에 떨고
우슴웃는 흰달생각이
도망가오

3. 개

이 개 더럽잔니
아-니 이웃집 덜정수개가
오날 어승렁어승렁 우리집으로 오더니
우리 집 바두기의 미구멍에다 코를 대고
씩씩 내를 맛겠지 더러운줄도 모르고
보기숭해서 막차며 욕해 쫓았더니
꼬리를 휘휘 저으며
너희들보다 어떻겠느냐 하는 상으로
뛰여가겠지요 나-참

4. 울적

처음 피워본 담배맛은
아츰까지 목안에서 간질간질 타
어제밤에 하도 울적하기에
가만히 한 대 피워보았더니

5. 야행

정각! 마음에 아픈데 있어 고약을 붙이고
시들은 다리를 끄을고 떠나는 현장
-기적이 들리잖게 운다
사랑스런 녀인이 타박타박 땅을 굴려 쫓기에
하도 무서워 상가교(上架橋)를 기여넘다.
-이제로부터 등산철도
이윽고 사색의 포푸라텐넬로 들어간다
시라는 것을 반추하다 마땅히 반추하여야 한다.
-저녁연기가 놀로 된 이후
휘파람 부는 해 귀뚤램이의
노래는 마디마디 끊어져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늬는 노래배울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나보다
-늬는 다리 가는 쬐꼬만 보헤미언
내사 보리밭동리에 어머니도 
누나도 있다
그네는 노래부를줄 몰라
오늘밤도 그윽한 한숨으로 보내리니....

6. 비ㅅ뒤

《어-얼마나 반가운 비냐》
할아버지의 즐거움

가물듯엇든 곡식 자라는 소리
할아버지 담바 빠는 소리와 같다

비ㅅ뒤의 해ㅅ살은 
풀잎에 아름답기도 하다.

7. 어머니

어머니
젖을 빨려 이 마음을 달래여 주시오.
이 밤이 자꾸 설혀 지나이다

이 아이는 턱에 수염자리 잡히도록
무엇을 먹고 살았나이까?
오늘도 한주먹이
입에 그대로 물려있나이다

어머니
부서진 랍인형도 쓰러진지
벌써 오랩니다
철비가 후우주군히 내리는 이 밤을
주먹이나 빨면서 새우릿가?
어머니! 그 어진 손으로
이 울음을 달래여주시오

8. 가로수

가로수, 단촐한 그늘밑에
구두술같은 혀바닥으로
무심히 구두술을 핥는 시름
때는 오정 싸이렌
어데로 갈것이냐?
ㅁㅁ그늘은 맴돌고
따라 사나이도 맴돌고
 
 
===========================///

尹東柱 童詩의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張貞姬*
 

<한국어초록>
본고는 윤동주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화자의 욕망에 관한 연구이다.
살펴보면, 놀이 모티프는 그의 동시 절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형태로 다양하게 변주되
고 있다. 화자의 놀이 상황이 직접 표출된 시로는, 「조개껍질」, 「빗자루」, 「해비」, 「굴뚝」,
「참새」, 「반딧불」, 「호주머니」, 「둘 다」, 「만돌이」, 「못 자는 밤」 등을 들 수 있다.
본고는 윤동주 동시의 놀이 모티프와 화자의 욕망을 (1)내면의 지도와 식민 주체의
욕망, (2)주체의 자기 인식과 해학적 동심, (3)따뜻한 동심의 상상력과 원형적 상상 공간
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윤동주 동시의 첫 작품이기도 한 「조개껍데기」에는 소꿉놀이의
행동을 통해 상실된 관계의 회복을 희구하는 화자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다. 「오줌싸개
지도」에서는 화자의 욕망이 식민지 주체의 국토 상실 의식을 보여 주는 심층적 지도로
나타나는데, ‘오줌’을 재료로 한 ‘그림 그리기’라는 놀이 형태와 결합되고 있다. 또, 「전봇
대」에서 화자는 전봇대를 놀이 공간으로 변용시켜 돌을 겨누어 맞춤으로써 시험에 억압
된 욕망을 해소하고 있다.
윤동주 동시는 놀이 모티프와 연계하여 따뜻하고 해학적인 동심이 표출시키는 주된
특징을 보여 준다. 윤동주는 놀이라고 하는 아동의 실생활 체험과 심리적 변화를 민감
하게 포착하여 동시 창작에 원용하였으며, 이는 동시 형성의 핵심적 원리인 동심(童心)
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주제어 : 윤동주, 놀이 모티프, 화자의 욕망, 오줌싸개 지도, 만돌이
* 고려대학교
146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Ⅰ. 들어가며
본고는 윤동주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그 가운데 투사된 화자의
욕망에 관해 살펴보고자 하는 연구이다.
현재까지 발굴된 자료에 의하면 윤동주의 본격 동시 작품은 대략 37편
정도로 파악된다. 이 편수는 윤동주가 ‘동요’라는 장르명칭을 최초로 붙
이고 있는 1935년의 「조개껍질」부터 해서 1938년 5월 창작하여 1939년
3월 소년에 발표된 동시 「산울림」까지 이루어진 동시의 성취를 헤아려
본 것이다. 그러나 보다 넓은 의미의 동시 범주에서 볼 때 윤동주의 동시
는 43편까지 수용이 가능하다.1) 이러한 수치는 윤동주 시 전체 가운데
3분지 1에 이르는 적지 않은 분량이다. 무엇보다 9년에 불과한 그의 전체
창작 활동 기간 가운데 4년(1935~38)에 걸쳐 매우 집중적으로 동시 창작

 

1) 윤동주 동시의 분류에 대해서는 부가적 설명이 필요하다.
① 언급한 바와 같이 윤동주의 본격 동시는 대략 37편 정도이지만, 일반적으로 동시
분류에서 제외되고 있는 「비둘기」(1936), 「가슴1」(1936), 「빨래」(1936), 「새로운 길」
(1938), 「눈감고 간다」(1941), 「못 자는 밤」(1941) 등의 작품도 넓은 의미에서 동시
범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홍장학의 정본 윤동주 전집(문학과 지성사, 2004)
에서 동시로 분류한 「황혼이 바다가 되어」, 「야행」과 같은 작품은 시어의 운용 및
주제의 형상화 측면에서 동시로 보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② 연구자의 견해에 따라 1934년 12월 24일에 쓴 「내일은 없다」가 최초의 동시로
파악되기도 한다. 홍장학의 정본 윤동주 전집에서도 「내일은 없다」부터 윤동주의
동시로 분류하고 있다. 「내일은 없다」와 「조개껍질」은 모두 윤동주의 자필시고집인
나의 習作期의 詩 아닌 詩에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윤동주는 「조개껍질」부터는
분명히 ‘童謠’라고 장르명이 표기해 두고 있다. 그 바로 앞에 수록된 「내일은 없다」는
따로 장르명을 표기하지 않았다. 「내일은 없다」에는 ‘어린 마음이 물은’이라고 부제가
달려 있다. 내일 내일 하고 찾던 화자가 자고 보니 오늘이더라는 1연과 2연의 대비적
내용과 구조는 내일에 가보고 싶은 동심적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지만, 3연의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하는 데서 지나친 조숙성과 운명의식을 노출시켜 아동의 동심과 멀어
졌다. 동시문학의 잠재적 독자인 어린이를 파악하여 동심의 시선으로 창작한 본격
동시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시 습작에서 본격 동요․동시로 이행해 가는 단계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철․김용희 등 한국 아동문학 학계에서
는 대체로 「조개껍질」이 윤동주의 최초 동시라는 데 견해의 일치를 보인다.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47

 

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동시 장르에 대한 윤동주의 자각과 본격 장르
의식을 예증해 주고 있다.
윤동주 동시의 연구를 보면, ‘세계의 모습을 여러 위상에 밝히려는 탐
구활동의 일부’로 파악하여 윤동주의 동시가 그의 시세계를 확장해 나가
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 김흥규의 초기 지적이 있다.2) 이후
김수복은 역사주의적 접근법으로 윤동주의 동시에 나타난 민족적 어린
이의 현실과 비극적 동심 세계를 다루었는데,3) 이후 윤동주의 시 세계를
저항시로 귀결시킨 ‘의도된 오류’를 시인하면서 윤동주 시 연구의 한
시론으로 윤동주 시에 나타난 상징적 체계와 원형적 패턴을 고찰하기도
했다.4)
한편, 이재철은 시인 윤동주를 최초로 아동문학가가의 한 사람으로
분류하며 그의 아동문학사적 위치를 정립하고 있다. 먼저 윤동주의 동시
를 ‘유아기로의 퇴행’, ‘심리적 퇴행에서 오는 현실 생활의 파탄’으로
규정한 김열규의 견해5)가 근본적으로 동시에 대한 개념의 혼란에서 비
롯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6) 고형진은 윤동주 동시에 나타난 ‘첩어’와
화법상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구어체 어조’의 활용에 주목하면서 그의

 

2) 김흥규, 「윤동주론」, 창작과 비평 33호, 1974.
3) 김수복, 「윤동주 연구」, 단국대학교대학원 석사논문, 1979.
, 「윤동주의 동시 연구」, 한국아동문학연구, 일지사, 1980.
4) 김수복, 「윤동주 시의 원형상징 연구」, 국문학논집 12집, 1985.
5) 김열규, 「윤동주론」, 국어국문학 27집, 1964.
6) 이재철은 이 글에서 ‘동시’와 ‘아동시’의 구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흔히 동시를
‘아동이 쓴 시’, ‘어른이 어린이에게 읽히게 하기 위해 쓴 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동이 쓴 시는 ‘아동시’이지 동시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동시의 주된
독자가 어린이인 것은 틀림없지만 어른에게까지 감동을 주는 동시가 많다는 점에서
동심의 시선이 결코 심리적 퇴행은 아니며 오히려 윤동주가 “내적 고통의 상처를 童心
으로 감싸려는 노력을 기울일 뿐 아니라 현실적 아픔을 잊고자 동심의 공간 안에 순수
의 세계를 복원시키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재철, 「한국아동문학가연구(3)」, 단국대 국문학논집 15집, 1984.
148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동시 창작 기법을 분석하여 기법적 측면의 연구 영역을 넓혔다.7)
본고가 연구하고자 하는 윤동주의 놀이 모티프에 대해 처음 주목한
이는 최명표이다. 그는 윤동주 동시에 줄곧 등장하는 모티프의 변주에
초점을 겨누면서 그의 동시 세계가 상실당한 고향을 되찾으려는 ‘고향
모티프’를 기반으로 삼아 고향에 대비되는 ‘도시 모티프’, 고향집을 구성
하는 ‘식구 모티프’, 식구와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 모티프’로 변주되고
있다고 파악하였다.8) 최근에 제출된 김용희의 연구는, 윤동주 동시의
정체성을 ‘동요시’ 개념으로 파악하면서 윤동주의 동시가 지니는 한국
동시문학사적 의미를 논의하였다.9)
그밖에 본고가 검토한 연구로는 김효중10)․윤삼현11)․박종은12)․곽
춘옥13)이 있다. 이 가운데 윤동주 동시의 이미지 활용법에 대해 주목한
김효중의 연구는 윤동주 동시에 대한 방법론적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어
주목을 끈다. 윤동주의 동시에 전래동요가 수용된 양상을 살피는 박종은
의 연구는 경북 지방의 구전 동요 「꿩서방」과 윤동주의 「무얼 먹고 사나」
의 유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7) 고형진, 「윤동주의 동시 연구」, 어문학연구 5집, 1997.
8) 최명표, 「윤동주론 -원시적 평화의 훼절과 심리적 대응」, 아동문학평론 27권 1~3호,
1992.
9) 김용희는 윤동주가 동요, 동시를 발표하던 시기를 새로운 시적 성찰을 거쳐 시적
속성을 띤 시적 동요, 즉 동요시가 촉발된 시기로 파악하고, 이러한 새로운 시형을
촉발시킨 정지용, 강소천, 박영종(목월)의 계보 위에서 윤동주의 동시문학사적 위치를
부여한다. 또한, 윤동주의 동요시가 해방 이후 한국 동시문학에 형태의 자유로운 변이
와 사유의 깊이에 대한 시적 충동을 불러 일으켰으며, 1950년대 최계락 등의 형상
동시 출현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용희, 「윤동주 동요시의 한국 동시문학사적 의미」, 아동문학평론 35권 3호, 2010.
10) 김효중, 「윤동주의 동시세계」, 국어국문학 108호, 1992.
11) 윤삼현, 「윤동주 시에 나타난 동심적 세계관」, 현대문학이론연구 27집, 2006.
12) 박종은, 「전래동요의 관점에서 본 윤동주의 시세계」, 한국문학연구 4집, 1995.
13) 곽춘옥, 「윤동주의 동시에 관한 고찰」, 청람어문학, 1989.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49

 

이상의 연구사 검토를 통해 본고가 도출한 몇 가지의 의미 있는 사실은
첫째, 윤동주의 동시가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원형이 된다는
것이요, 둘째, 1930년대 중반 윤동주의 동시가 놓여 있는 한국 동시문학
사인 위상이요, 셋째, 식민지 민족 현실의 자각 아래 이루어진 윤동주
동시의 현실 인식의 제고, 넷째로는 창작 기법 상으로 두드러지는 윤동주
동시의 반복적 패턴과 어조, 언어의 운용 및 이미지의 활용이 동심적
표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상황에서 ‘시인 윤동주 시 읽기’는 여전히 계속되어야 할 이유
를 묻고 있다.14) 특히 최근 윤동주 동시의 원형적 동심상이 그의 시 전편
에 흐르는 시 세계의 특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동시에 대한 본격
적인 연구가 진척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백 편에 이르는 윤동주의 일반 시 연구에 비해 그의 동시를 조명하려는
본격 연구가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본고는 그 동안 주목되지 못했던 윤동주 동시의 놀이모티프에 대한
연구이다. 아동 생활의 원초적 경험이 되는 ‘놀이’의 관점을 통해 윤동주
동시에 나타난 놀이 세계의 심층적 의미망을 탐색해 보려는 데 그 연구
목적이 있다. 먼저, 놀이모티프의 유형과 그 특징을 살펴보고 놀이 세계
에 투영된 시적 화자의 욕망을 분석해 볼 것이다.

 

14) 최동호는 ‘오늘의 상황에서 윤동주 시읽기’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를 첫째, 윤동주
가 지향한 인간적 자기 완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점, 둘째, 그가 지닌 역
사의식과 그 방향성에 대한 감각이 미래의 세대가 지녀야 할 중요한 시대적 감각이
라는 점, 셋째, 윤동주가 사랑하고 갈고 닦은 순도 높은 우리 모국어라는 점의 세 가
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최동호, 「오늘의 상황에서 윤동주 시읽기」, 육필 원고 대
조 윤동주전집, 서정시학, 2010, 241-242쪽.
150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Ⅱ. 윤동주 동시의 놀이 모티프 유형과 그 특성
‘놀이’의 관점으로 윤동주의 동시 세계의 특성을 해명해 보려는 이
방법론은 기왕의 ‘저항시인’, ‘민족시인’, ‘순절시인’으로서 고정된 윤동
주 이미지와는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놀이는 그
자체로 아동의 일상이며 동경 세계이다. 소박․단순하며 직관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동심은 매우 천진하고 자율적이기 때문에, 어른의 강제된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윤동주 시
해석이 주된 준거 역할을 해왔던 ‘저항시’ 담론을 넘어, 그의 동시 세계의
분석은 아동의 관점에 의한 동심의 시각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다.
윤동주의 동시는 전반적으로 아동의 생활을 밑바탕에 두고 있으며,
정적인 내향화(內向化)보다는 동적인 외향화(外向化)의 길을 추구한다.
그가 남긴 일반 시편에 비해서 볼 때는 밝고 낙천적이며 해학적인 경향을
보여 준다. 궁극적으로 윤동주의 동시 세계는 부정의 현실을 극복하는
긍정의 동심 세계로 나아가며, 그것은 곧 강한 빛 지향의 이미지로 표출
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윤동주 동시의 이러한 특징적 경향들은
무엇보다 어린이의 눈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동심(童心)을 중요한 창작
원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그러한 세계로 인도하는 매개적 역할로 작용
하고 있는 것이 그의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이다.
놀이 모티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동시를 예로 들더라도, 「조개껍
질」, 「빗자루」, 「해비」, 「굴뚝」, 「참새」, 「반딧불」, 「호주머니」, 「둘 다」,
「만돌이」, 「못 자는 밤」 등 다수에 이른다.
「조개껍질」에서 화자는 언니가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데기를 장난
감 삼아 굴리며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빗자루」에서는 누나하고 가위로
종이 오리기를 하며 저고리도 만들고 큰 총도 만든다. 이 일로 그만 방바
닥이 어지러워져 화자는 어머니한테 빗자루로 볼기짝을 맞게 된다. 「굴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51

 

뚝」에서는 산골짝 아이들이 모여 감자를 구워 먹는 구수한 장면을 그려
보여 준다. 「둘 다」는 바다를 향해 돌을 던지기, 하늘을 향해 침 뱉기
등, 천진한 어린 화자의 혼자놀이가 나타나며, 「만돌이」에서는 전봇대를
겨누고 그것을 몇 개까지 맞추나 스스로 내기를 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자연으로 확장된 놀이 공간으로는 「반딧불」과 「해비」가 대표적인데, 「반
딧불」에서는 숲 속으로 달 조각을 주우러 가는 아이들의 흥겨운 행렬이
묘사되며, 「해비」에 이르면 하늘다리(무지개)를 놓아 동무들을 불러 모아
함께 춤을 추는 한 바탕 축제로 이어지게 된다.
윤동주 동시를 살펴보면 그 절반 이상의 편수에서 직․간접적인 놀이
모티프가 변주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의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
를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 - 윤동주의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의 분석 도표15)
순번 창작 연도 제목 놀이 모티프 공간 구성 도구 시간
1 1935. 12. 조개껍질 소꿉놀이 바닷가 1 조개 낮
2 1936. 1. 6. 고향집    
3 1936. 1. 6. 병아리 말놀이 마당 2 낮
4 1936 오줌싸개지도 지도그리기 담요 위 1 오줌 낮
5 1936 창구멍 창구멍내기 집안 1 손가락 새벽
6 1936 기와장 내외    
7 1936. 9. 9 빗자루 종이놀이 집안 3 종이,가위 전날~아침
8 1936. 9. 9. 해비 하늘다리축제 들 다수 춤 비그친 낮
9 1936. 10. 초 비행기    
10 1936. 10. 23. 가을밤 오줌 싸기 마루 1 오줌 가을밤
11 1936. 가을 굴뚝 감자 구워먹기 산골 다수 감자 낮
12 1936.10. 무얼 먹구 사나    
13 1936. 10 봄    
14 1936. 12 참새 말(글씨) 놀이 앞마당 1 낮

 

15) 본고는 윤동주의 본격 동시 37편 외에 넓은 의미의 동시 범주로 볼 수 있는 6편의
시(순번 38~43)를 포함하여 43편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52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15 1936 개1 눈밭에서 뛰기 앞마당 1 겨울/낮
16 1936 편지 편지놀이 집 1 편지봉투 겨울/낮
17 1936. 12. 초 버선본 버선본 만들기 집안 1  
18 1936.12. 이불    
19 1936 사과 사과 나눠먹기  다수 사과  
20 1936 눈    
21 1936 닭2    
22 1936. 겨울 겨울    
23 1936 호주머니 손놀이 주머니속 1 손 겨울/낮
24 1937 거짓부리 거짓놀이 집마당 1 겨울 밤/낮
25 1937 둘 다
돌던지기/
침뱉기
 1 돌, 침  
26 1937 반딧불 줍기놀이 숲 다수 그믐밤
27 1937. 3 밤    
28 1937.3.10. 할아버지    
29 1937 만돌이
전봇대맞추기
공차기
거리 1 돌 낮
30 1937 개2 개후쫓기 마당 1 낮
31 1937 나무    
32 1937 비뒤    
33 1938. 5 산울림 메아리 산골 1 낮
34 1938 해빛 바람 문풍지 뚫기 집안 1 손가락 새벽
35 1938 해바라기 얼굴    
36 1938 애기의 새벽    
37 1938 귀뚜라미와 나와 비밀놀이 잔디밭 1 달밝은밤
38 1936 빨래 귓속이야기 빨래줄 1 낮/7월
39 1936. 3. 25 가슴 1    
40 1936. 2. 10 비둘기    
41 1938 새로운 길    
42 1941. 5. 31 눈감고 간다    
43 1941 못 자는 밤 셈놀이  집 1 별밤
본고가 동시로 분류한 43편의 동시 가운데 놀이 모티프가 나타난 것은
4편으로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난감이 풍족하지 않았던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53

 

시대였던 만큼 놀이의 도구가 되는 것들은 주로 침․오줌․주먹 같은
신체의 일부, 길거리의 돌멩이, 빗자루․종이․버선본 같은 생활 속 소품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놀이의 도구는 친자연적이며, 때로는 숲 속에 떨
어진 달 조각을 줍는다는 「반디불」에서와 같이 천체적 상상력으로 확장
되기도 한다. 놀이 구성원을 보면, 매우 내성적인 성향을 보여 주는데
대부분 혼자 놀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2인 이상이 참여한 경우는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윤동주 동시의 놀이 모티프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언어와 감각 놀이 유형으로, 주로 말놀이나 글씨 쓰기, 숫자 놀이,
신체의 일부를 활용한 놀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청각적 체험에 의한
‘메아리 듣기’가 나타나는 「산울림」,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손감각을
즐기는 「호주머니」, 밤하늘의 별을 세는 「못 자는 밤」, 의성어와 의태어
활용을 통해 놀이의 실감을 높이는 「병아리」․「참새」․「거짓부리」 등의
시편을 들 수 있다.
둘째, 경험적 생활 놀이 유형으로, 대체로 집안이나 마당, 거리 위에서
이루어지는 아동 화자의 행동을 통해 나타나며, 집안의 식구들과의 관
계 속에서 생생하게 체험되는 특징을 보인다. 윤동주 동시에 있어 가장
분포도가 높은 놀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조개껍데기를 굴리며 소꿉
놀이를 하는 「조개껍질」, 장날 새벽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혼자 방안에
남아 창에 구멍 내기 놀이를 하는 「창구멍」․「햇빛 바람」, 하늘과 바다,
또는 전봇대를 대상으로 침 뱉기나 돌을 던져 맞추기 놀이를 하는 「둘
다」․「만돌이」, 누나와의 종이 오리기 놀이와 그로 인한 소동이 해학적
으로 그려진 「빗자루」, 국토에 대한 열망을 지도 그리기로 나타낸 「오줌
싸개 지도」 등의 시편이 여기에 속한다.
154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셋째, 자연 공동체 놀이 유형으로, 산이나 들을 배경으로 하는 자연
놀이나 다수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이루는 특징을 보여준다. 동네 아
이들이 모여 감자 구워먹기를 하는 「굴뚝」, 숲속으로 열을 지어 달 조각
을 주우러 가는 「반디불」, 비가 온 뒤 무지개가 뜬 들판에서 춤을 추는
「해비」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윤동주 전체 동시에서 볼 때, 공동체적
놀이 성격이 크게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암울한 시공간 가
운데 빛을 지향하는 동심적 화자의 동경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
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Ⅳ. 놀이 모티프에 나타난 화자의 욕망 분석
1. 내면의 지도와 식민 주체의 욕망

 

놀이는 아동의 총체적 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놀이’는 곧
아동의 생활 자체이면서 그 자신의 감추어진 욕망의 실현 과정이기도
하다. 윤동주는 놀이 모티프를 그의 동시에 적극적으로 채용함으로써
관념적 대상으로서의 아동이 아니라 구체적 아동의 현실적 감각을 형상
화하였다. 「조개껍질」은 윤동주가 평양의 숭실학교에 재학 중인 1935년
12월에 쓴 작품으로 최초의 본격 동시이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데기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잃은 조개껍대기
한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조개껍질-바닷물 듣고 싶어」 전문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55

 

4연 12행으로 이루어진 이 동시는 잃어버린 관계의 회복을 간절히 희
구하는 화자의 욕망을 소꿉놀이 속에 투사시키고 있다. 놀이에 열중한
화자의 상상 공간은 넓은 바닷가 모래밭으로 펼쳐진다. 그곳에서 언니는
“아롱아롱”한 조개껍데기를 주워 왔다. 그러나 그 조개껍데기는 “짝 잃
은 조개껍데기”로 표현된다. 나머지 한쪽을 잃어버린 조개껍데기의 형상
은 파괴된 공간에 대한 자각과 운명적 결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
기에 조개껍데기를 “데굴데굴 굴리며” 노는 소꿉놀이의 행동은 “짝 잃은
조개껍데기”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원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의
무의식적 발현이 되고 있다.
윤동주 동시에는 화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언니’, ‘누나’, ‘어머니’, ‘고
향’, ‘고향집’, ‘아빠’, ‘아버지’ 시어가 자주 출현한다. 아동의 시기에 가
족이라는 공간은 각별히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서
성숙으로 나아가는 성장기의 과정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족이
라는 공동체는 더욱 불가결한 정신적 지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린 화자가 느끼는 엄마 아빠의 부재 의식은 성인이 받아들이는 깊이와
비견되지 못한다.

 

바람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우리 아빠 뒷자취 보구 싶어서
침을 발라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아롱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끝으로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창구멍」(1936년) 전문

 


156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손가락에 침 발라
쏘--ㄱ,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ㄱ,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빤짝.
손가락에 침 발라
쏘--ㄱ,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ㄱ,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해빛․바람」(1938년) 전문

 

이 두 시편은 시상 전개로 보아 「창구멍」을 후에 「해빛․바람」으로
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첫 번째 동시의 ‘창구멍’이라는 제목을
버리고 개작된 동시에서 ‘해빛․바람’으로 붙인 것이 눈길을 끈다. 「창구
멍」에서는 유난히 뚫려 있는 ‘창구멍’이라는 어휘가 강조된 데 비해, 「해
빛․바람」에서는 ‘창구멍’이라는 어휘가 종적을 감추고 “쏘--ㄱ, 쏙, 쏙”
하고 창구멍을 내는 화자의 행동이 동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2년 사이에
윤동주의 동시 창작 기법이 이만큼 달라질 수 있었던 데는 동시를 완성하
기 위한 윤동주 자신의 정려한 열의가 바탕이 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
다. 비록 기다리는 대상이 ‘아빠’에서 ‘엄마’로 바뀌었지만, 두 편의 동시
가 형상화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와 그 성취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는 점에서 두 시는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57

 

즉,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는 화자의 행위는 「창구멍」보다는 「해빛․바
람」이라는 동시에서 보다 더 놀이답게 그려진다. 손가락에 침을 발라
뚫는 ‘창구멍’이나 ‘문풍지’는 어린 화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놀이 공간이
다. 저를 남겨 놓고 혼자 장에 가시는 엄마 아빠에 대한 야속함과 그리움
이라는 화자의 복합적 심리는 구멍을 뚫는 행위로 표출된다. 즉, 이 동시
에서 창이나 문풍지의 ‘구멍 뚫기’ 행위는 그리움을 감추려는 화자의
은폐 심리와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적극적 표현이 역설적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쏘-ㄱ, 쏙, 쏙” 하고 몇 차례나 이어지는 반복적인 연속 행동은
이미 소리의 맛을 즐기는 놀이로 발전되었음을 보여 준다. 처음에는 주저
하듯 “쏘-ㄱ” 머뭇거리며 뚫다가 이내 급한 마음에 “쏙, 쏙” 거침없이
뚫어버리는 화자의 행동을 통해 심리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놀이는 카타르시스의 정화 작용으로 갈등과 긴장
을 해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는 ‘fort/da’(없다/있다) 놀이가 어린이에게
대상의 사라짐과 되돌아옴을 상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사라진 엄마에 대한 불안을 이 놀이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16) 이 동시에서 화자가 뚫어 놓은 소통의 구멍 역시 엄마와 아빠의
부재를 확인하는 ‘없다/있다’의 놀이 유형으로 변주된다. 두 시편의 구도
는 모두 ‘가고/옴’이라는 이원적 순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이 같은 동일
구조의 반복은 기다리고 있는 어린 화자의 마음이 갈 때나 올 때나 변하
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을 형식미를 통해 구현해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침 발라 뚫어 놓은 구멍에서 “아롱아롱 아침해”, “햇빛이 반짝” 비친다는
표현에서 엄마 아빠의 부재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밝은 동심의 화자를
확인하게 된다.
윤동주의 동시 「오줌싸개 지도」는 피식민지 주체의 국토에 대한 억압

 

16) 프로이드, 쾌락 원칙을 넘어서, 박찬부 역, 민음사, 1997.
158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된 욕망을 ‘지도 그리기’라는 놀이 세계로 구현하고자 한다. 먼저, 1936년
작 윤동주의 동시 「오줌싸개 지도」의 창작과 퇴고 과정을 통해 욕망의
표층과 심층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
빠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간밤에 내 동생
오줌 싸서 그린 지도
우에 큰 것은
꿈에 본 만주 땅
그 아래
길고도 가는 건 우리 땅
-「오줌싸개 지도」(퇴고 전)

 


[나]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서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어머님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벌러 간 아버지 계신
만주땅 지돈가
-「오줌싸개 지도」(퇴고 후)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59

 

오늘날 윤동주의 동시 「오줌싸개 지도」는 [가]와 [나]유형이 함께 유통
되고 있다.17) 윤동주의 자필 시고집인 나의 習作期의 詩 아닌 詩에
보면, [가]의 내용이 윤동주가 처음 창작하여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위에 파란색 잉크로 1연의 일부 어휘를 바꾸고, 2연의 내용
전부를 두 줄로 긋고 [나]와같이 퇴고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윤동주는
[나]와 같이 퇴고한 내용을 카톨릭소년 1937년 1월호에 발표할 때 다시
조금 손을 보게 된다.18)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신문․잡지에 발표된
윤동주의 동시 가운데 이 「오줌싸개 지도」만이 유일하게 첫 시고(詩稿)
내용의 절반 이상을 퇴고하였다는 것이다. [가]에 담겨 있던 “우리 땅”에
대한 국토 의식은 상당 부분 탈색되고, [나]에서는 “어머님 계신”, “아버
님 계신” 육친적 현실 공간으로 변용된다. 아마도 [가]의 원고 형태로는
일제 강점기에 작품 발표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윤동주 어머니가 당시 생존해 있었다는 전기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나]의 “꿈에 가 본 어머님 계신/ 별나라 지도”가 [가]에서 서술된
“우리 땅”의 암시적 상징일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
서 우리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의 지도가 “별나라”라는 추상
적 관념 지도 밑에 억눌려 있는 화자의 무의식적 욕망 지도라는 점이다.
‘오줌 싸기’는 우리 몸속에서 이루어지는 배뇨 행위의 자연스런 현상이
다. 신체의 내부 기관은 곧 욕망의 원천으로써, 그 욕망이 분출되기 위해
서는 출구가 필요하다. 수잔나 밀라에 의하면, 놀이는 반드시 출구를 찾

 

17) 가령,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시(한국명작동시선정위원회 엮음, 예림
당, 2005)에서는 [가]를 수록하였으며, 정본 윤동주 전집(홍장학 엮음, 문학과 지성
사, 2004) 역시 [가]를 수록했다. 그 뒤, 육필 원고 대조 윤동주전집(최동호 엮음,
서정시학, 2010)은 [나]를 수록하였다.
18) 카톨릭 소년 1937년 1월호에 실린 작품의 원본을 보면 ‘어머님’, ‘아버지’를 ‘엄마’,
‘아빠’로 바꾸고, 1연의 시행을 7․7․7․7로 “빨래줄에 걸어논 / 요에다 그린지도 /
지난밤에 내동생 / 오줌쏴 그린지도”와 같이 맞추고 있다.
160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아야 하며 그것은 물줄기의 속성과 같다. 만일 놀이가 억제된다면 알려지
지 않은 코스 즉, 지하로 흐를 것이며, 적합하지 않은 곳에서 분출될
수밖에 없다.19) 동시 「오줌싸개 지도」에서 화자는 놀이와 욕망을 유기적
으로 결합시켜 식민지 주체의 국토 상실 의식을 오줌 지도라는 심층에
환원시켜 놓고 있다. “우리”로 표현된 화자의 언표는 곧 영토의 회복을
갈망하는 식민 주체의 강한 저항의 몸짓에 다름 아닐 것이다.

 

2. 주체의 자기 인식과 해학적 동심

 

앞마당을 백로지인 것처럼
참새들이 글씨 공부하지요
짹, 짹, 입으론 부르면서,
두 발로는 글씨 공부하지요.
하루종일 글씨 공부하여도
짹 자 한 자밖에 더 못 쓰는 걸
-「참새」(1936. 12) 전문

 

「참새」는 윤동주의 미완성․삭제 시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시인
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 동시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윤동주의 대표
동시 가운데 한 편으로 꼽히고 있다.20) 여기서 참새는 시적 화자의 객관
적 상관물로 활용되고 있다. 입으로는 “짹 짹” 부르면서 두 발로는 그것

 

19) 수잔나 밀라, 놀이의 심리, 형설출판사, 1986, 26쪽.
20) 2010년 6월 27일, 중국 연길에서 연변작가협회,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 한국청소년
운동연합은 ‘윤동주 옥사 6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고, 연길시 연길공원 동시동네
에 윤동주 시비를 제막했다. 이 시비에 새겨진 윤동주의 동시가 「참새」이다.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61

 

을 받아쓰는 “글씨 공부”를 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을 펼친다. 반복되는
“짹”의 청각적 자질은 이 동시의 밝고 경쾌한 느낌을 발산시킨다. “공부”
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하루 종일 해도 “짹 자 한 자”밖에 못 쓴다는
해학적인 정경이 결부되어 참새의 글씨공부는 사실상 놀이에 가깝게 그
려지고 있다. “하루 종일”이라는 시간의 길이와 “짹 자 한 자”라는 어휘
공간이 반어적으로 결합되어 표출되는 동심의 성격은 매우 해학적이다.
백로지를 펼친 듯한 하얀 앞마당은 참새들의 놀이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앞마당을 백로지인 것처럼” 펼쳐놓고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
복하는 참새의 모습을 ‘글씨 공부’와 연계시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참
새의 글씨 공부는 “짹 자 한 자”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이 때 “짹”한 자가 참새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자기 정체성을 상기시켜
준다는 사실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긴 식민지
상황에서 부지런히 제 소리를 받아쓰는 참새의 행위는 곧 우리말과 글
을 연습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모습에 다름 아닌 것이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거나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이라고 묘사되었던 부정성이 그의
동시 「참새」에서는 부단한 자기 이름의 확인과 긍정으로 전환되어 나
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동시는 하루 종일 “짹 한 자”밖에
못 쓰는 참새의 글씨 공부라는 해학적 동심의 이면에 강한 저항 의식을
결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요-리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렇게 베면 큰 총 되지.
누나하고 나하구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162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누나 하나 나 하나
볼기짝을 때렸소
땅바닥이 어지럽다고-
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더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빗자루」(1936. 9. 9) 전문

 

카톨릭소년 1936년 12월호에 발표된 「빗자루」에서는 누나와 가위로
종이를 쏠면서 노는 놀이 공간이 묘사되어 있다. 종이와 가위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요-리조리 베면 저고리도 되고 이-렇
게 베면 큰 총”도 되는 종이 놀이는 의식주의 일상에서 전쟁까지 표현
가능 영역이 넓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이이들의 상상 세계는 쉽사리 용인
되지 못한다. “방바닥이 어지럽다”는 하나의 이유로 누나와 함께 어머니
한테 볼기짝을 얻어맞게 된다. 상황의 전이는 다음 연에서 이루어진다.
볼기짝은 어머니한테 얻어맞았으면서 화자의 분풀이가 “고놈의 빗자루”
로 전가되어 어머니를 골탕먹이게 된다.
여기서 ‘빗자루’는 아이들의 종이 놀이를 알아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심미적 등가물로 인 어 종이 놀이를 계속 하고 싶은 아이들의 세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 “괘씸하여 벽장 속에” 빗자루를 숨기는 행위는
아이들이 놀이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
은 욕망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 역시 빗자루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63

 

를 숨긴 화자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하고 빗자루를 찾아 야단인 익살스런
상황이 연출된다. 이제 누나와 화자의 종이 놀이는, 빗자루를 매개로 하
는 화자와 어머니의 감추기-찾기 놀이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해학적 동심 세계는 「빗자루」 외에도, 「둘 다」, 「사과」, 「닭2」,
「호주머니」, 「거짓부리」, 「만돌이」, 「참새」, 「할아버지」, 「개2」 등 다수의
시편에서 발견되는 전반적 특징이다. 또한 이들 동시가 발산하는 해학적
웃음이 놀이적 요소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제 그다지 우연적인
것이 못된다. 「둘 다」에는 끝없는 세계로 표현되는 바다와 하늘을 향해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 화자의 행동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화자가
받은 수신호는 “바다는 벙글/ 하늘은 잠잠”일 뿐이다. “벙글”이라는 것은
파도치는 형상에서 유추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옇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가 갑북갑북.
-「호주머니」 전문

 

불과 28글자로 이루어진 매우 짧은 단시(短詩) 형태를 띠는 이 동시는
호주머니와 주먹 두개가 만들어 내는 해학적인 동심의 세계를 그린다.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불룩해지는 포만감을 느끼고 있
다. 1연의 “옇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가 2연에서 “주먹 두 개”로
꽉 차도록 매개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겨울”이라는 추위이다.
이 때 호주머니는 주먹 두 개가 리듬에 맞춰 갑북거리는 놀이 공간으로
164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변주되어 나타난다. 궁핍한 현실 속에서도 이 동시가 퍽 따뜻한 정감으로
그려지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불룩해진 바지 양쪽의 호주머니는 신체
의 양쪽에 달려 있는 폐와 같은 형태를 보이는데, 두 주먹이 “갑북갑북”
움직거리는 모양은 호흡에 맞춰 박자를 맞추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윤동주 동시 「만돌이」는 전봇대를 겨냥하여 돌을 던져 맞추는
놀이 공간의 묘사와 화자의 억눌린 심리를 결합시켜 해학적 동심 세계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전봇대 있는 데서
돌재기 다섯 개를 주웠습니다.
전봇대를 겨누고
돌 첫 개를 뿌렸습니다.
--딱--
두 개째 뿌렸습니다.
--아뿔싸--
세 개재 뿌렸습니다.
--딱--
네 개째 뿌렸습니다.
--아뿔싸--
다섯 개째 뿌렸습니다.
--딱--
-「만돌이」(1937. 3 추정) 부분

 

학교에서 돌아오던 만돌이는 전봇대 앞에서 돌 다섯 개를 줍는다. 내일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65

 

있을 시험에서 얼마의 점수를 받을지 전봇대를 빌어 점쳐 보려는 것이다.
시험에 억눌려 있는 이대로의 심리로는 마음 놓고 공을 차러 놀러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전봇대를 겨누고 차례차례 돌을 맞춰 나가면서 화자의
심리는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된다. ‘-딱-’과 ‘-아뿔사-’가 교대로 반복되
는 것은 ‘돌’을 매개로 전봇대와 만돌이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
을 잘 보여 준다. 만돌이는 다섯 개의 돌 가운데 세 개를 맞추고 “허양
육십 점”이라고 자신의 예상 점수를 매긴다. 절반의 점수는 넘은 셈이니,
일단 심리적 위로를 찾은 셈이다.
이 동시에서 만돌이가 겨누고 있는 ‘전봇대’라는 존재는 공연히 애꿎
은 과녁이 된 것이 아니다. 일단 학교를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전봇대는 제공한다. 그리고 거리의 한 지점 위에 돌출하여 서 있는 팔루
스(Phallus, 남근상) 형태로 그것은 위압적인 욕망 기호를 이루고 있다.
그 전봇대를 놀이 공간으로 변용시켜 돌을 겨누는 만돌이의 행위는 아
동의 생활에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학교사회와 시험에 대한 일종의 풍자
행위이기도 하다. 이렇듯 윤동주의 동시는 놀이 모티프를 변주하여 화
자의 해학적 동심을 묘파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어린 화자의 억압되
어 있는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데로 나아가는 중요한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3. 따뜻한 동심의 상상력과 원형적 상상 공간
이와 같은 윤동주 동시의 놀이 모티프는 대체적으로 강한 빛 지향성과
밝고 따뜻한 정조를 추구하고 있다.
놀이 모티프가 변주되고 있는 윤동주의 동시는 대부분 대낮이거나 아
침, 이른 새벽이 시간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밤인 경우는 「귀뚜라미와
나와」, 「못 자는 밤」, 「반디불」, 「가을밤」 등 5편 정도로 나타나지만, 이들
166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동시류에서조차 빛 지향성을 보인다. 그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반딧
불」에서는 아이들이 숲 속으로 달 조각을 찾으러 가고, 「못 자는 밤」에서
화자가 밤하늘의 별을 세는 셈놀이를 통해 빛을 호명하고 있다. 「귀뚜라
미와 나와」에서도 화자는 귀뚜라미와 둘만 알자고 그들만의 비밀 공간을
만든다.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는 마지막 행 속에는, 아무에게도 들
키지 않을 그들만의 비밀놀이가 매우 밝고 떳떳한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계절 감각이 부각되는 시편은 5편 정도인데, 「개1」․「편지」․「호주머
니」․「거짓부리」의 4편이 모두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흰색의 ‘눈’
을 핵심 심상으로 취하거나 따뜻한 정조를 지향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개1」은 눈밭에서 뛰어노는 개의 모습을, 「편지」는 편지 봉투에 눈을
한 줌 넣어 누나에게 마음의 전송을 하는 화자의 모습을, 「호주머니」에서
는 곤궁한 빈 주머니 속에서 느껴보는 따뜻한 체감을 보여 주고 있다.
윤동주는 그의 시 「돌아와 보는 밤」에서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
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延長이옵기에ㅡ” 하고 빛의 차단 의식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동시에서는 보다 의식적으로 어둠보다는 빛의
공간 창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먼저, 「반딧불」을 보자.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반디불」(1937년 초 추정) 전문

 

이 동시는 반딧불이라는 작은 곤충의 세계를 천체의 상상력으로 확장
해서 펼치고 있다. 하늘의 그믐달이 숲에 떨어져 반딧불이 되었다는 동심
적 발상은 숲의 이미지를 신화적 공간으로 만든다. 예나 지금이나 숲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 공간이 된다. ‘보물찾기’, ‘줍기’, ‘캐기’, ‘뽑기’
등, 온갖 탐색 놀이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반딧불」의 화자는 첫 행부
터 참여 의식을 고조시키는데, “가자, 가자, 가자” 동사의 반복은 역동적
인 움직임을 유발시키며, 글씨의 모형에서도 팔을 휘저으며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행렬을 연상시킨다.
달빛이 없는 그믐밤이기 때문에 숲으로 가서 “달 조각”을 줍자는 아이
들의 놀이 발상은 강한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이 시에서 “부서진
달 조각=반딧불”은 잡는 대상이 아니라 줍는 대상이다. “잡는다”는 강
제된 침략의 과정을 동반하지만, “줍는다”는 자연의 질서에 따라 스스로
떨어진 것을 거두어들인다는 순응적 비폭력성을 상징한다. “부서진 달
조각”을 줍는 행위는 암울한 현실에 의해 부서져 버린 한 가닥 빛을 밝은
동심으로 건져 올리겠다는 은유적 표현이라 하겠다.

 


하늘 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오나.
다 같이 춤을 추자.
해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해비」부분

 

「해비」는 “해”와 “비”라는 얼핏 상충되는 이미지를 “하늘다리=무지개”
로 결합시켜 이어놓는다. 하늘다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놀이 공간은
동무들과 함께 모여 춤을 추고 해님도 즐거워 웃는 축제 한마당을 이룬
다. 춤을 출 수 없는 식민지 현실이었기 때문에, 화자가 펼치는 비온
뒤의 하늘 풍경은 “하늘 다리”, “알롱알롱 무지개”와 같은 왜곡된 천상
세계로 그려진다. 「해비」는 「반딧불」과 아울러, 동무들을 초대하여 이루
는 공동체적 놀이 공간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동시이다. 그럼에도 이
동시가 극적으로 이상화된 공간 속에서 현실과 유리된 공허감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상적인 경험으로부터 분리되며 온갖 상상
과 가상의 요소로 가득찬 내면의 욕망을 투사시켜 현실을 왜곡시키는
것 또한 놀이의 한 측면이라고 할 때, 이 「해비」가 묘사하고 있는 빛으로
충만한 원형적 상상공간 속에서 우리는 식민지 현실을 견뎌 나가야 하는
어린이의 굴절된 현실의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

 

Ⅴ. 맺음말
이상으로 본고는 윤동주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그 심층에 깔려
있는 화자의 욕망에 대한 탐색을 1)내면의 지도와 식민 주체의 욕망,

 

2)주체의 자기 인식과 해학적 동심, 3)따뜻한 동심의 상상력과 원형적
상상 공간으로 살펴보았다.
尹東柱 童詩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와 話者의 慾望 169

 

그에 따라, 「조개껍데기」는 소꼽놀이의 행동을 통해 잃어버린 관계의
회복을 희구하는 화자의 욕망이 투사된 것으로, 「오줌싸개 지도」는 놀이
와 욕망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식민지 주체의 국토 상실 의식이 ‘오줌
지도’라는 심층에 투사되어 나타난 것으로, 「전봇대」는 권위적이고 위압
적인 전봇대를 놀이 공간으로 변용시켜 돌을 겨누는 화자의 행위를 시험
에 억압된 화자의 욕망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윤동주 동시는 놀이적 요소와 연계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그로
인해 따뜻하고 해학적인 동심이 표출되는 것이 특징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동시에 나타난 놀이 모티프는 승부의 개념보다는 조화롭고 평화로
운 원융의 세계를 지향하는 중요한 특징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대개
의 놀이는 ‘내기’, ‘시합’, ‘승부’의 개념으로 타자에 대한 굴복 심리를
전제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윤동주 동시의 놀이 공간은 타자에 대한 승부
개념보다는 화자의 억눌려 있는 심리를 보상 받고 억압된 자아를 해방시
킴으로써 거기서 내적인 쾌감을 맛보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동주가 이처럼 아동의 실생활 체험과 심리적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
하여 동시 창작에 적극적으로 원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가 동시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동심의 원리를 체득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
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의 동시에
나타난 놀이 체험이 단순한 유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야 했던 당시 아동의 심리 변화와 욕망의 지도를 체현시켜
놓았다는 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170 Journal of Korean Culture 19

 

[참고문헌]
기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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