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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사랑시"
2018년 09월 17일 00시 11분  조회:3363  추천:0  작성자: 죽림

윤동주의 사랑시

 


▲ 시인의 연희전문 졸업사진

 

 

◇ 성서반의 그녀

 

연희전문에서 윤동주는 2년 후배인 정병욱과 깊은 교분을 나누게 된다. 그때로부터 졸업하기까지 두 사람은 기숙사 생활과 하숙 생활을 줄곧 함께 한다. 시인이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인 1941년 9월, 그들은 북아현동으로 하숙을 옮기게 되는데, 이를 두고 정병욱은 「잊지못할 윤동주의 일들」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실은 이 북아현동에는 동주형의 아버님 친구로서 전에 교사를 하다가 전직을 하여 실업계에 투신하고 있는 지사 한 분이 살고 계셨다. 동주 형은 그분을 매우 존경했고 가끔 그분 댁을 찾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분의 따님이 이화여전 문과의 같은 졸업반이었고, 줄곧 협성 교회와 케이블 목사 부인이 지도하는 바이블 클라스(성서반)에도 같이 참석하고 있었다.”

 


▲ 연희전문학교 졸업반 시절, 후배 정병욱과 함께

 

이 협성교회는 주일마다 그들이 다니던 연희전문학교와 이화여자전문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교회를 말한다. 이들은 이화여전 음악관에 있는 소강당을 교회당으로 쓰고 있었고, 예배가 끝나면 곧 이어서 케이블 목사의 부인이 지도하는 영어 성서반에 참석하였다고 한다.

 

“동주 형은 물론 나이 어린 나에게 그 여자에 대한 심정을 토로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여자에 대한 감정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만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중략] 매일 같이 기차역에서 차를 기다리고 같은 차로 통학했으며, 교회와 바이블 클라스에서 서로 건너다보는 정도에서 그쳤지마는 오가는 눈길에서 서로 마음만을 주고 받았는지 모를 일이라 하겠다.”

 


▲ 누가 그녀일까? 연희전문, 이화여전 성서연구반(뒷줄 우측 첫 번째가 윤동주)

 

협성교회와 성서반을 함께 다니고, 그녀를 위해 하숙을 옮긴 만큼 ‘성서반의 그녀’는 아마 1939년경 만남이 이루어지고 1941년 말까지 인연이 이어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니 「사랑의 전당(1938. 6. 19)」, 「코스모스(1938. 9. 20)」, 「소년(1939)」 등에서 보이던 “한낱 벙어리”와도 같았던 풋풋한 첫 사랑, “옛 소녀”인 ‘순이’와는 별도의 인물인 셈이다.

 

이 시대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시인의 수줍은 성격 탓도 있겠지만, 눈길을 주고 받는 정도가 기록할 만한 사랑이 되는 이유는, 이는 그 시대 교양 있는 청춘 남녀의 일반적인 사랑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연희전문의 경우에조차 광복 후인 1946년 “연희대학교”로 개칭,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면서 비로소 한국 최초로 남녀공학을 실시하게 된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이성과의 깊이 있는 만남과 교제가 거의 불가능하였던 그 시대에 함께 차를 기다리고 탄다는 것은 조련치 않은 기연(奇緣)과도 같은 것이었고, 눈길이 마주쳤다 하면 오늘날의 하룻밤 정사보다도 불꽃 튀는 일이었다고 할 수가 있다.

 

 

◇ 「달같이」 커 가는 욕망

 

시인이 정병욱과 함께 이화여전 구내 협성교회에 다니며 영어 성서반에 참석한 것은 1939년 3월 이후의 일이다. 그에 앞서 일찍 시인은 “귀또리 울음에도 수집어지는”, 언제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왔는지조차 모르는 “고풍(古風) 한 풍습이 어린” 사랑을 한 바가 있다. 그러한 사랑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득하고, 소년처럼 순수하며, 눈 내리는 정물(靜物)과도 같이 플라토닉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인은 색다른 사랑을 경험한다.

 

달같이

윤동주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 나간다.

(1939.9)

 

 

남녀의 연정은 그것이 아무리 멋진 낭만과 순수함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혹은 예의범절과 혼인이라는 복잡한 수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이성과 육체라는 지향점을 향해 내달리는 법이다. 이는 인간은 지능체(智能體)에 앞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식과 지성을 지닌 영적인 존재이지만, 결국 ‘몸’이라는 유기적인 물체를 숙주(宿主)로 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인간은 몸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인간의 몸은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 봄이 오면 움이 트고 꽃이 피며, 수술과 암술의 화분이 옮겨지면서 가을에는 열매를 맺듯이 육체의 욕망과 그 흐름은 인간의 의지로서는 거역하기 힘든 자연의 기운이요, 힘이다. 또한, 인간의 몸은 모든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쉽게 마사지고 쇠락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번식을 통해서만이 종(種)의 보존과 영속(永續)이 가능해진다.

 

그러면서도 인간만큼 지능체로서의 ‘자유 의지’를 내세우고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외적인 법칙에 도전하는 존재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과 지어 ‘신’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절대자 앞에서도 굴복할 줄을 모른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이성의 몸을 갈망하고, 생식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적 본능에서도 자유롭고자 한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사랑’이라는 정신적 가치이며, ‘혼인’이라는 사회적 장치이다. 동물적 본능을 절제하고 은폐하면서 만들어진 문명적 장치인 셈이다. 그래서 남녀의 연정은 문명적 가치 체계와 사회적 질서 속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몸을 향해 나아가기까지, 문명적 존재로서의 남녀는 가슴 가득히 숨가쁜 ‘사랑’이라는 에너지를 장전시켜야만 한다. 인간의 자유 의지와 정신력을 대표하는 ‘머리’와 인간의 본능과 자연 속성을 대표하는 ‘몸’ 사이에는 완충지대인 정감의 세계 즉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여 줄 때, 머리는 몸의 행위를 동물적 충동이 아닌 정감의 연장선으로 보고, 인간 문명의 규범에 알맞은 것으로 정당시하기 때문이다.

 




▲ 시인의 자필 서명

 

그런 의미에서, 1939년 23세의 나젊은 시인 동주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는 비유 자체가 참신하다. 달이 초생달에서 반월을 거쳐 만월로 커 가는 과정이 연륜을 그리는 것과도 같다니. 연륜이란, 말 그대로 나무 줄기가 해마다 하나의 동심원을 그리는 것으로서, 그 해 모든 계절의 바람과 온도와 습도를 기록한다.

 

오고간 모든 빗방울과 눈송이의 무게, 스쳐 지난 햇볕과 별빛, 새들의 우짖음과 들짐승들의 나지막한 탄식 그리고 숲의 소란스러움들이 고스란히 기록된 세월의 흔적인 것이다. 연륜처럼 피어나는 사랑 또한, 젊은 날의 모든 고민과 즐거움, 애틋함과 처절함, 그녀의 눈빛 하나와 미소 한 점, 떨리는 눈초리와 조신한 손놀림, 잠 못 이루던 밤의 그리움과 대낮의 울렁거림 그 모든 것의 기록인 셈이다.

 

이제 그러한 것들이 시인의 가슴 속에서 뻐근히 차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시인의 마음이, 가슴이, 사랑이 구체적인 형체를 얻고 있다. 못 견디게 숨막히는 정감이 몸의 내부에서 육체처럼, 욕망처럼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랑은 달같이 외로운 것이다. 가득 차올랐으나 그 넘치는 에너지와 빛을 해소할 길이 없는 외로움인 것이다.

 

모든 외로움은 단절에서 온다. 흘러 넘쳐 상대에게 다가가고자 하나, 상대와 하나가 되고자 하나, 그 갈구와 욕망이 차단될 때 외로움은 우리를 엄습한다. 이제 시인의 사랑은 몸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 「태초의 아침」과 꽃

 

시인은 기독교 가문에서 태어나 유아 세례를 받은 모태 신앙의 소유자이다. 그가 다닌 용정의 은진중학교, 평양의 숭실중학교, 서울의 연희전문학교 등은 모두 기독계 계열의 학교들이었고, 광명중학 시절에는 주일학교의 교회 반사(班師)를 맡는 등 독실한 신자였다.

 

그러나 동생 윤일주의 회억(「윤동주의 생애」)에 의하면 시인은 “연희전문 1,2학년 때까지 여름방학에 하기 성경학교 등을 돕기도 하였으나, 3학년 때부터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덜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가 그의 시야가 넓어지면서 신앙의 회의가 들었던 때인지 모른다”고 한다.

 


▲ 연희전문 1학년 여름방학 “하기 아동성경학교” 선생 시절

 

무엇이 시인의 신앙을 흔든 것이었을까? 그것은 몸이었고 욕망의 깨어남이었으리라. 많은 종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는 그 교리에 있어서 금욕주의적인 면이 있다. 쉬운 예의 하나로, 『성경』 신약 「마태복음」 5장 28절에서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고 가르치고 있다. 말하자면 상상적 욕망마저도 금기시되고 있는 것이다. 몸이 한없이 부푸는 젊은 날, 이 얼마나 가혹한 시련이었을까?

 

태초의 아침

윤동주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빨--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毒)은 어린 꽃과 함께

(1940년 5월)

 

이 시는 해석하기가 조금은 조심스럽다. ‘꽃’과 ‘뱀’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사람마다의 이해가 다를 것이고, 자칫 시인의 본뜻과도 어긋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는 『성경』 구약 「창세기」의 내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우주를 창조하던 태초(太初), 그 여섯째 날에 하나님은 인간을 만든다땅의 티끌을 모아 형체를 만들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 만든 최초의 인간이 아담이고 그가 잠든 사이 갈빗대 하나를 뽑아 만든 인간이 최초의 여자인 이브이다하나님은 이들을 갖가지 아름다운 나무가 자라 맛있는 과일이 맺히는 에덴 동쪽의 동산에 두어 그 곳을 관리하게 하였다.

 

그 동산의 중앙에는 그 과일을 먹으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있었다이에 하나님은 “그것을 먹으면 네가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고 아담에게 엄포를 놓는다헌데 하나님이 창조한 동물 중 가장 교활한 뱀이 이브를 꼬셨다“너희가 그것을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분별하게 될” 것을 하나님이 염려하여 만들어낸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우며 탐스러운지라이브는 곧 그 선악과를 따서 먹고 아담에게도 준다그 과일을 먹기 전 아담과 이브는 다 같이 벌거벗고 있음에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나선악과를 먹자마자 그들은 심봉사 심청을 재회하듯이 눈이 번쩍 밝아져 자기들이 벌거벗은 것을 알게 되었다급기야 그들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치마를 만들어 부끄러운 곳을 가리게 된다빗나간 얘기지만그렇게 보면 옷은 온전히 인간의 창조물인 셈이다.

 


▲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유혹과 타락」(1808)

 

뒤늦게 이를 발견한 하나님은 뱀은 평생을 배로 기어다니도록 벌 하고아담과 이브는 모든 것이 스스로 무르익는 풍요로운 에덴 동산에서 쫓아낸다그로부터 남자는 땀 흘려 경작하여야만 먹고 살수 있게 되었고 여자는 잉태의 고생을 더하게 된다.

 

인간은 태초부터 죄를 짓고 비로소 인류로 태어났다는 이러한 “원죄의식(原罪意識)”은 오랫동안 기독교적 가치관이 되었고그 죄를 참회하며 사는 것이 신자의 도리요그 죄를 사하여 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었다고 하겠다.

 

다시 이 시를 살펴본다면왜서 꽃은 “봄날 아침도 아니고여름가을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피어난 것일까뜻인즉 그것은 아직 계절이 시작되기 이전인그보다는 인류 문명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태초의 아침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바꾸어 말하면 태생적으로 꽃은 이미 피어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음이다.

 

문학적으로 꽃은 여성을 상징하며초경이나 초야(初夜)를 상징하기도 한다그 외에도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인 유추에 의하면 ‘꽃’은 여성 성기를‘뱀’은 남성 성기를 상징하기도 한다인간이 만들어지기 이전인 “그 전날 밤에그 전날 밤에” 이미 이 “모든 것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남성과 여성이 몸과 몸의 만남으로 결합될 수 밖에 없는결합되어 인류라는 ‘종’을 보존하고 번식하며 엮일 수밖에 없는 ‘죄업’은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결정된 것인 셈이다.

 

▲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미완성작 「아담과 이브」(1917-1918년)

 

동물은 단세포에서 다세포로다시 어류와 양서류파충류를 거쳐 포유류영장류 등 여러 종으로 나눈다그 가운데서 가장 복잡하고 ‘고급’스러우며 정치(精緻)한 존재인 인간은 진화의 단계를 보여 준다 하기보다는 무()에서 유()단순함에서 다양함으로 나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대변할 뿐이다그리고 풍요로움과 생명에 대한 지향은 자연과 우주 운행의 미덕인 셈이다.

 

문제는 번식과 성장을 통한 모든 생명의 존재와 발전은 욕망을 그 원동력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을 움직이는 힘, 그리고 그 기운의 바탕에는 욕망이 동반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뱀과 함께”하고 있다. 뱀이라는 욕망의 부추김과 꼬심이 없이는 끊임없이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랑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창세기」에서처럼, 욕망을 상징하는 뱀의 꼬심이 없었더라면 우리 인간은 부끄러움을 깨닫지 못하는 동물적 존재에 그쳤을 것이고, 생식을 위한 동물적 본능 외의 사랑을 느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선악에 눈을 떴다는 것은 스스로 욕망을 자각하였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자신 내부의 욕망을 깨닫고 그로부터 수치심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하여 한철뿐인 번식만을 위한 동물의 사랑 방식과 ‘시도 때도 없는’ 인간의 치정 행각은 욕망을 자각하고 하지 않음의 차이라 하겠다.

 

마찬가지로 요염스럽게도 “빨--간 꽃”, 그에는 욕망이라는 ‘독’이 내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욕망은 그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온갖 죄악으로 세상을 오염시킬 위험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 내재된 그 욕망의 죄를 읽고, 수치심으로 시인은 그처럼 괴로워했던 것이 아닐까? 다행히도 그로부터 일년 뒤인 1941년 5월 31일, 시인은 「또 태초(太初)의 아침」에서, 성장통을 멈추고 한걸음 나아간다.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밝아// 이브가 해산 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이는 앞의 시와 같은 맥락의 시로서, 몸의 욕망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부끄러움을 깨닫는 죄를 짓고, 의연히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여야만이 인간은 사랑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에 이르러 시인은 이미 남녀의 사랑만이 아닌, 식민지 시대에 적응하며 사는 지성으로서의 부끄러움과 부끄러운 채로 자신의 창작과 삶을 통해 세상에 항거하겠다는 사회적 의지로 넘어서고 있다.

 

“사랑은 뱀과 함께/ 독(毒)은 어린 꽃과 함께”라는 숨막히는 욕망의 변증법은 젊은 날 모든 이의 삶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사랑의 명제이기도 한 것이다.

 

 

◇ 에필로그, ‘동주 형님’과 ‘동주 오빠’

 

 

...그때 함께 산책을 하던 친구들은 시인을 ‘윤동주 시인’도, ‘윤동주 선생’도 아닌 ‘동주 형님’이라 부르곤 하였다. 그만큼 시인은 젊어서 세상을 하직하였고, 우리 또한 어린 나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연변과는 너무나도 가까운 시인이었다.

 


▲ 시인의 시작 노트: 『나의 습작기의 詩 아닌 詩』, 『窓』,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그 분이 지난 번 「윤동주의 사랑시」 2탄의 교정을 보고 나서 이런 메일을 보내 주었다. “동주 오빠가 고백을 그때그때 못 한 덕분에 시를 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ㅋㅋ”


...부족한 나의 글이 시인의 아름다움과 고결함에 욕되지 않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연재를 마친다.

 

 

◇ 시인

 


▲ 용정시 인근 동산에 자리한 윤동주 묘소

 

시인은 1917년 12월 30일 이민 4세로 중국 용정시 명동촌에서 태어나, 평양 숭실중학교(1935.9.1-1936.2), 용정 광명학원 중학부(1936.3-1938.2.17), 서울 연희전문학교 문과(1938.4.9-1941.12.27)를 거쳐 일본 도쿄 릿쿄대학 문학부 영문과 선과(1942.4-6), 교토 도시샤 대학 영문학과 선과(1942.10.1-1943.7)를 다녔다.

 

은진중학 당시인 1937년 8월에는 100부 한정판으로 발행된 백석 시집 『사슴』을 필사하여 소장하고, 9월에는 『영랑시집』을 정독한다. 1939년 연희전문 당시에는 릴케, 발레리, 지드 등의 작품을 탐독하며, 프랑스어를 독습하기도 하였다. 1941년에는 서정주의 『화사집』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1938년 4월 9일, 시인은 서울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다. 외솔 최현배 선생에게서 조선어를 배우고 이양하 교수에게서 영시를 배운다. 1939년 3월에 새로 연희전문에 입학한 정병욱과 알게 되어 친해지며, 함께 이화여전 구내 협성교회에 다니며 영어 성서반에 참석한다.

 

1941년 5월, 정병욱과 함께 기숙사에서 나와 종로구 누상동 9번지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기 시작하고, 9월에는 요시찰인 김송에 대한 일본 경찰의 주목이 심해지자 그곳을 나와 북아현동의 전문적인 하숙집으로 들어간다.

 

시인은 1941년 12월 27일, 전시 학제 단축으로 3개월 앞당겨 연희전문학교 4학년을 졸업한다. 졸업 기념으로 19편의 작품을 모아 자선시집(自選詩集)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출간하려 했으나, 한글 발표가 금지되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한 주변의 만류로 자필본만 남긴다.

 

1943년 7월 14일,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학과 재학 중 귀향을 앞두고 일제 경찰에 검거되었고, 1944년 3월 31일 교토 지방재판소에서 독립운동 죄목으로 2년형을 언도 받는다. 그 후 큐슈 후쿠오카 형무소 수감 중 의문의 주사를 자주 맞고, 1945년 2월 16일에 29세를 일기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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