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틀리는 우리말, 이렇게 고치자(1)
한문으로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지 않은 것은; 한자로
한문이란 한자(漢字)로 씌어진 글, 즉 문장을 뜻하므로 사람의 이름은 한자로 쓴다 고 해야 옳다. 한자와 한문이 잘 구별되지 못하는 예로 이력서 양식의 한자로 쓰도록 된 난에 한문이라고 표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옛부터 전해 오는 밥상 문화를; 예부터
오래 전이라는 뜻의 명사는 예이고 옛 사람, 옛 동산과 같이 관형사로 쓰일 때만 옛을 쓴다.
*사고 많은 곳; 잦은
도로 안내 표지로 과거에 사고 다발 지역이라고 써 붙였던 것을 좀 친근한 말로 고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정 기간 동안 사고 횟수가 많은 곳을 가리키므로 사고 잦은 곳이라고 써야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출발 시간은 여덟 시 정각입니다; 시각
시각이라는 말을 써야 할 자리에 시간이라는 말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어느 때로부터 어느 때까지의 사이를 가리키며, 시각은 시간대 위의 한 점이라 할 수 있는 순간을 가리키므로 (4),(5)의 경우는 모두 시각이라는 말을 써야 옳다.
*교복이 적어서 못 입는 학생들은; 작아서
작다와 적다, 크다와 많다가 혼동되어 쓰이는 경우이다.
*제가 박 미선이야. 우습게 생겼다. 등등으로 말해요; 쟤
저 아이의 줄임은 저 애이고, 이것을 더 줄이면 쟤가 된다.
*맞는다고 생각하시면 동그라미, 틀리다고 생각하시면 가위표로; 가새표로
×표는 가위 모양이기 때문에 가위표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표준말은 가새표이다. 가위는 표준말이지만, ×표는 가위표라 하지 않고 가새표를 표준말로 정하였다. 그러나 가새표를 표준말로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저의(희) 학교는 운동장이 좁아서; 우리
회사, 학교는 공공 집합체이므로 저의 회사, 저의 학교라는 말은 회사나 학교가 개인 소유물일 경우, 말하는 이가 손위의 듣는 이 앞에서 쓸 수 있다.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회사, 우리 학교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사전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당황했을
명사 당황에 -스럽다를 붙여 형용사를 파생시켰는데 허용되지 않는 형태이다.
*어둠 속을 날으는 일 역시 그만두게 되어; 나는
*그가 서 있는 곳은 낯설은 해변이었다.; 낯선
*손잡이를 앞 방향으로 밀은 상태에서; 민
날다, 낯설다, 밀다와 같은 단어는 학교 문법에서 불규칙 용언으로 다루지는 않으나 -는/-은과 같은 어미 앞에서 ㄹ 음운이 규칙적으로 탈락한다. 따라서 날다, 날고, 날아, 나는, 날면,…; 낯설다, 낯설고, 낯설어, 낯선, 낯설면,…; 밀다, 밀고, 밀어, 민, 미는, 밀면,… 과 같이 활용한다.
*재현이네 들려 부모님을 만나 보았다; 들러
*농축된 가스를 들여마셨을 때; 들이마셨을
기본형은 들리다, 들여마시다가 아니라 들르다, 들이마시다이므로 들러, 들이마셨을과 같이 활용한다.
*군것질을 삼가하고 불량 식품을 사 먹지 않는다; 삼가고
삼가다라는 동사의 형태를 삼가하다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많다. 삼가다는 삼가고, 삼가는, 삼가라, 삼가지,… 등으로 활용한다.
*또 일거리 가지고 갈려고?; 가려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할려고 해도; 공부하려고
가다, 공부하다는 가려고, 공부하려고로 활용한다.
*푸짐한 음식을 운동장 주변에 벌려 놓고; 벌여
벌이다와 벌리다를 혼동한 사례이다. 벌이다는 물건을 늘어놓다의 뜻이고, 벌리다는 두 사이를 넓게 하다의 뜻으로 팔을 벌리다처럼 쓰이므로 벌이다의 활용형인 벌여를 써야 한다.
*롯데 아몬드 통채로 먹겠습니다; 통째, 통짜로
나누지 않고 덩어리 물건으로라는 뜻의 부사로는 통째, 통짜로라는 말이 표준이다. 산 채로처럼 의존 명사 채가 쓰이는 경우와 구별된다.
*출석 회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과반수의
과반수란 말에 이미 반이 넘는다는 뜻이 있으므로 뒤에 이상이란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성원이 충족되었으므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하였으므로
성원(成員)이라는 말이 회의를 성립시키는 데 필요한 인원이 모였다는 뜻이므로 뒤에 충족되다라는 말을 덧붙이면 겹치기 말이 되어 어색하다. 이와 같이 필요없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겹치기 말이 되는 경우로 (27)(29)와 같은 사례들이 있다.
*참석한 연사들이 한 연사의 연설에 박수를 치고 있다; 하고
*문학 작품을 읽게 되면 감동을 느끼게 되고; 하게 되고
*그렇게도 모진 결심을 먹고 삼년 동안이나; 결심을 하고
*이혼 땐 부인에 재산 반 줘라; 에게
부사격 조사 -에는 모두 -에게로 고쳐야 한다. 앞에 붙은 체언이 [+사람]일 경우는 -에게를 써야 하고, [-사람]일 경우는 -에를 쓴다(엄밀히 말하면 [+동물]임). 그리고 -에는 -에게의 줄임으로 쓸 수 없다. 올바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람] 등록금을 은행원에게 냈다.[-사람] 등록금을 은행에 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있으시겠습니다.
위에서 계시겠습니다는 주어 말씀이에 대한 서술어이므로 높임의 호응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서술어 있다를 택하면 상대에게 존대하는 말로 있겠습니다가 되고, 이것을 다시 주체인 교장 선생님에 대해 간접 존대를 해 주면 있으시겠습니다로 쓰게 된다.
*시험지 네 장만 더 주세요; 넉
*곗돈이 세 달치나 밀렸어요; 석
뒤따르는 단위 명사에 따라 앞에 쓰이는 수관형사의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인데, 자주 틀리는 예로 너 말, 서 돈; 넉 되, 석 자 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의사, 약사에게 상의하십시오; 와
서술어 상의하다는 서로 의논한다는 뜻이므로 앞 체언에 붙은 부사격 조사는 -와를 써야 어울린다. 만일 조사 -에게를 쓴다면 뒤에 오는 서술어로는 문의하다와 같은 동사를 써야 어울릴 것이다.
*좋은 식단은 이렇게 실시합니다; 식단제는
주어 식단은과 서술어 실시합니다의 호응 관계가 어색하다. 주어를 식단제는으로 고치든지, 주어 식단은을 살린다면 서술어로는 차립니다와 같은 동사를 취해야 자연스럽다.
*이 종 때문에 귀가 멀었어요; 먹었어요
귀먹다로 써야 할 말을 눈멀다의 -멀다로 잘못 쓴 경우이다.
*학생들에게 벌을 세우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벌씌우는, 벌주는
벌을 당하다라는 뜻의 동사는 벌쓰다이고, 이 말의 사동사는 벌씌우다이다.
*맛있게 만들어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바랍니다.
바라겠습니다는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즐겨 쓰는 단골 말투이다. 바라겠습니다에서 -겠-이라는 형태소는 미래, 추측, 희망 등의 의미를 지닌 선어말 어미이다. 바라겠습니다는 바라다라는 낱말에 같은 의미를 지닌 -겠-을 겹쳐 썼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원하다라는 말에 -겠-을 붙여 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와 같다.
*다음 주 교통 지도 학급은 2학년 7반이 되겠습니다; 2학년 7반입니다.
되다라는 동사를 필요 없이 말꼬리에 덧붙이는 사례가 흔하다. 심지어는 1500원입니다. 하면 될 것을 1500원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참석하지 못한 회원께도 년회비를 갹출하기로 하였습니다; 연회비
ㄱ. 님 그림자; 임
ㄴ. 정든 님; 임
*나 류석우에게 박 진서의 존재가 뭐 그리 대단하길래; 유석우
년회비, 님, 류 석우 등은 맞춤법에 어긋난다. 제5절의 규정을 보면, 한자음 녀,뇨,뉴,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여,요,유,이로 적고(제10항), 랴,려,례,료,류,리는 야,여,예,요,유,이로(제11항), 그리고 라,래,로,뢰,루,르는 나,내,노,뇌,누,느로(제12항) 적도록 되어 있다. 님은 15세기 중세 국어에서는 님으로 적었으나 현대 국어에서는 임으로 적는다. 사람 이름 류 석우처럼 버들 유 자 유(柳)씨들이 류로 적고 있는데 이것도 제11항에 따라 유로 적어야 할 것이다.
*신순여(申順女); 신순녀
*신입생 환영회 야유회 때, 동구능으로 갔었던가?; 동구릉
신 순여, 동구능은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본음대로 신 순녀, 동구릉으로 적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고 있아오니 고객 여러분의; 있사오니
있사오니, 가겠사오니 따위는 있아오니, 가겠아오니라고 적더라도 발음이 같으니까 혼동을 일으키는 모양인데, 있사오니의 사는 낮춤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이므로 앞뒤의 음운 환경에 의해서 형태소가 바뀔 수 없다. 죽사오니를 죽아오니로 표기했을 경우를 보면, 형태소 사의 기능을 짐작할 수 있다.
*집들이, 돐, 백일, 개업식, 회갑 등의 행사를 치르실 수 있습니다; 돌
옛날 맞춤법에 주년(週年)을 나타낼 때는 돐이라고 쓰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행 맞춤법에서는 첫돌의 줄임인 돌도 돌, 주년(週年)을 나타내는 돌도 돌이라고 표기한다.
*일장기 새긴 셔츠, TV 방영이 왠 말; 웬
위는 TV 방영이 어찌 된 말이냐는 뜻이므로 웬을 써야 한다. 이것은 왜 그러느냐?의 왜에서 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자국
*이제부터 치킨도 베스트 후랭크라고 불러 주십시요; 주십시오.
*어서 오십시요; 오십시오.
============================================================================
322.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가을 들녘에 서서
홍 해 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녁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