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을 높이 올린 룡선은 동으로 동으로 내달렸다. 섬 근처 바다에서는 어부들이 그물을 늘이고 고기를 잡는 장면이 한눈에 안겨왔다. 김성일은 자기들도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신세로 된것만 같아 서글픈 생각을 금할수 없었다. 시작부터 순리롭지 못한 이번 사행길이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가? 김성일은 검푸른 바다물을 바라보며 구름처럼 일어나는 번뇌를 씻으려고 몸부림쳤다.
해상에서 5월의 마지막 하루를 보낸 룡선은 일본국의 본토와 가까운 일지도(一枝岛)에 이르러 부두에 정박했다. 사신들은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한테서 일본국의 수도에서 파한 선위사들이 이미 일지도에 와서 사신들을 기다린다는 소식을 들었던것이였다.
사신일행이 객관에 든 뒤였다. 하루는 그곳 령주가 입쌀을 가져온다는 기별이 왔다.
<<식량이 곧 떨어질판인데 마침 잘되였군.>>
<<식량을 가져왔으니 고맙다고 인사나 하고 받아야지.>>
황윤길과 허성은 령주를 찾아가려고 일어섰다.
<<황상사, 잠간 기가리시오. 일본국에서 파견한 선위사도 만나기전에 먼저 이곳 령주가 주는 쌀을 받는것은 례의상 부당한 일이요. 일본국의 선위사도 만나기전에 령주의 쌀을 받는다는것을 그들은 비렁뱅이의 처사로 보겠으니 잠시는 령주가 가져온 쌀을 받지 맙시다.>>
황윤길과 허성이 학봉선생의 말을 들어보니 그 말이 도리가 있는듯하였다. 그리하여 통신사들은 일지도의 령주를 만났으나 그가 주는 쌀은 받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일지도에 와서 조선통신사를 기다린다는 선위사는 코등도 보이지 않았다. 놈들은 조선사신을 떠볼양으로 근방에 와 있으면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모르쇠를 하고있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조선에서 가져온 식량도 거덜날 지경이라 모두들 조급증이 났다.
<<아무래도 우리가 선위사를 찾아가보아야 되겠소.>>
황윤길은 참다못해 김성일을 돌아보며 일어났다.
<손님을 마중하러 왔다는 자들이 손님이 문앞에 온것을 보고서도 모르쇠를 하면서 우리와 숨박꼭질을 하려하는데 우리가 자청으로 선위사를 찾아간다는것은 우리나라의 국체에 손상이 생기는 일이니 절대 그들을 찾아가면 되지 않소이다.>>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고있을 때가 아니오. 당장 선위사를 만나야겠소.>>
황윤길은 학봉선생의 타이름을 듣지 않고 수행인원을 파하여 선위사들과 만날것을 청했다.
그러나 3-4일이 지났는데도 선위사들은 머리도 내밀지 않았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식량이 완전히 거덜날판이였다. 조선국의 국서를 가지고 일본에 와서 하찮은 놈들한테 수모를 받을대로 받은 그들은 선위사를 만날 생각을 버리고 결연히 배에 올랐다.
바다를 건너 6월 16일에 일본 본토와 100리 상거한 계빈(堺滨)에 이른 사신 일행은 인접사(引接寺)에 들어가서 숙소를 정하였다.
어느 하루, 서해도의 한 령주가 인접사에 찾아와 례단을 바치였다. 황윤길 등 세사람은 례물보자기를 풀어헤쳐놓고 례물을 꺼내 수행인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과일 등속은 수행인원들과 같이 나눠먹었다.
김성일은 보자기를 접다가 깜짝 놀라 <<아!>>하고 비명을 질렀다. 보자기의 한구석에 <<조선사신래조(朝鲜时臣来朝)》라는 여섯글자가 적혀있었던것이였다.
( 래조란 무슨 뜻인가? 지방관들이 조정에 찾아왔다는것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저희나라와 동등한 국권을 가지고있는 조선 사신을 자기나라의 속국에서 온 사신같이 대하다니 말이 되는가?)
김성일은 생각할수록 분이 치밀어올랐고 보자기를 풀 떄 세심히 살피지 못했던 자신의 처사가 몹시 후회되였다.
<,< 김공, 왜 그렇게 놀라시오?>>
곁에 있던 황윤길이 김성일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놈들이 여기에다가 <래조>라는 문구를 써놓았으니 그 욕이 참으로 막대합니다.>>
김성일은 글이 쓰인 자리를 펼쳐보였다.
고 하인들에게 나누어주기에까지 이르렀으니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겠소?>>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젠 쏟아놓은 물이 아니오?>>
<<나는 처음부터 그 글을 보았지만 무지한 놈들이 함부로 한 짓이라 가만있었던것이요.>>
황윤길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허성의 꼴이 얄미워 김성일은 버럭 성을 내였다.
<<오랑캐들이 무지막지하다고 해서 우리 사신들도 무지해야 되겠소? 놈들은 <래조>라는 글을 일부러 써놓고 우리를 떠보려고 하는 수작인데 우리가 고스란히 참고있으면 되겠소? 례단을 당장 되돌려보내야 하겠소.>>
<<받은 과일은 하인들에게 나눠주어 이미 다 먹어버렸는데 어떻게 돌려보내겠소? 이미 이렇게 된바에는 모르는것처럼 하는게 상책이요.>>
허성은 그냥 제주장을 우겨댔다.
<<장에 가서 과일을 사다가 돌려보내면 욕됨을 씻을수가 있지않겠소?>>
김성일이 계속 도리를 따지며 설복하자 황윤길과 허성도 더는 딴 말이 없었다.
김성일은 그길로 하인을 데리고 장에 나가서 모자라는 과일 등속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례단을 령주가 처음 가져왔을 때와 꼭같이 포장한 뒤 서해도 령주에게 되돌려보내였다.
영문을 알아차린 서해도 령주는 수하사람을 보내여서 조선사신들에게 자기네가 조심하지 않아 잘못되였다고 사죄하였다.
<<이번에 우리는 한문을 잘 몰라서 그만 실수를 저질렀지 고의적으로 그렇게 쓴것은 절대 아니오니 량해하십시오. 이제 우리가 문구를 고쳐 써왔으니 량해하고 받아주십시오.>>
사신들은 쾌히 응낙하고 그 례단을 받아들였다.
며칠이 지나자 각지에서 보내온 례단이 수두룩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가운데 비전주(肥前州 ), 원구성(源久成 ) 등 령주가 보내온 례단에는 여전히 <<래조>>라는 문구가 그대로 적혀있었다.
《지난번에 상사의 태도가 엄정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났기에 이번에도 이런 굴욕을 당하였소. 문구가 잘못된 례단은 일률로 돌려보내기요>>
<<무얼 번번이 그렇게 시끄럽게 굴겠소? 우리의 뜻을 한번 표명했으면 되지 않았소. 이번에 받은 례단만은 돌려보내지 않겠소.>>
학봉선생의 말에 황윤길은 대뜸 짜증을 내였다. 하찮은 글자 하나를 가지고 미주알고주알 캐면서 시끄러운 문장을 자꾸 만드는 김성일의 처사에 황윤길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즉석에서 례단을 풀어헤치고 수행인원들과 같이 나누어가졌으며 가져온 주육은 나누어먹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할수 없다고 생각한 김성일은 자기앞에 차례진 례물에 손끝 한번 대지 않았고 자기의 시종들에게 차례진 례물도 황윤길에게 돌려주었으며 술이며 음식은 객관에 든 일본사람들에게 나눠주고말았다.
례의상으로 남의 례단을 받았으면 답례선물을 보내야 하였다.
<<래조>>라는 문구를 써가지고 례단을 보내온 두 령주에게 답례선물을 보낼 때였다.
<<내 이름은 써넣지 마오.>>
답례선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을 적을 때 김성일은 이렇게 말했다. 부사의 이름을 적어넣을수 없게 된 황윤길은 하는수 없어서 개인이름이 아닌 <<조선통신사>>라의 돛을 높이 올린 룡선은 동으로 동으로 내달렸다. 섬 근처 바다에서는 어부들이 그물을 늘이고 고기를 잡는 장면이 한눈에 안겨왔다. 김성일은 자기들도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신세로 된것만 같아 서글픈 생각을 금할수 없었다. 시작부터 순리롭지 못한 이번 사행길이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가? 김성일은 검푸른 바다물을 바라보며 구름처럼 일어나는 번뇌를 씻으려고 몸부림쳤다.
해상에서 5월의 마지막 하루를 보낸 룡선은 일본국의 본토와 가까운 일지도(一枝岛)에 이르러 부두에 정박했다. 사신들은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한테서 일본국의 수도에서 파한 선위사들이 이미 일지도에 와서 사신들을 기다린다는 소식을 들었던것이였다.
사신일행이 객관에 든 뒤였다. 하루는 그곳 령주가 입쌀을 가져온다는 기별이 왔다.
<<식량이 곧 떨어질판인데 마침 잘되였군.>>
<<식량을 가져왔으니 고맙다고 인사나 하고 받아야지.>>
황윤길과 허성은 령주를 찾아가려고 일어섰다.
<<황상사, 잠간 기가리시오. 일본국에서 파견한 선위사도 만나기전에 먼저 이곳 령주가 주는 쌀을 받는것은 례의상 부당한 일이요. 일본국의 선위사도 만나기전에 령주의 쌀을 받는다는것을 그들은 비렁뱅이의 처사로 보겠으니 잠시는 령주가 가져온 쌀을 받지 맙시다.>>
황윤길과 허성이 학봉선생의 말을 들어보니 그 말이 도리가 있는듯하였다. 그리하여 통신사들은 일지도의 령주를 만났으나 그가 주는 쌀은 받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일지도에 와서 조선통신사를 기다린다는 선위사는 코등도 보이지 않았다. 놈들은 조선사신을 떠볼양으로 근방에 와 있으면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모르쇠를 하고있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조선에서 가져온 식량도 거덜날 지경이라 모두들 조급증이 났다.
<<아무래도 우리가 선위사를 찾아가보아야 되겠소.>>
황윤길은 참다못해 김성일을 돌아보며 일어났다.
<손님을 마중하러 왔다는 자들이 손님이 문앞에 온것을 보고서도 모르쇠를 하면서 우리와 숨박꼭질을 하려하는데 우리가 자청으로 선위사를 찾아간다는것은 우리나라의 국체에 손상이 생기는 일이니 절대 그들을 찾아가면 되지 않소이다.>>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고있을 때가 아니오. 당장 선위사를 만나야겠소.>>
황윤길은 학봉선생의 타이름을 듣지 않고 수행인원을 파하여 선위사들과 만날것을 청했다.
그러나 3-4일이 지났는데도 선위사들은 머리도 내밀지 않았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식량이 완전히 거덜날판이였다. 조선국의 국서를 가지고 일본에 와서 하찮은 놈들한테 수모를 받을대로 받은 그들은 선위사를 만날 생각을 버리고 결연히 배에 올랐다.
바다를 건너 6월 16일에 일본 본토와 100리 상거한 계빈(堺滨)에 이른 사신 일행은 인접사(引接寺)에 들어가서 숙소를 정하였다.
어느 하루, 서해도의 한 령주가 인접사에 찾아와 례단을 바치였다. 황윤길 등 세사람은 례물보자기를 풀어헤쳐놓고 례물을 꺼내 수행인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과일 등속은 수행인원들과 같이 나눠먹었다.
김성일은 보자기를 접다가 깜짝 놀라 <<아!>>하고 비명을 질렀다. 보자기의 한구석에 <<조선사신래조(朝鲜时臣来朝)》라는 여섯글자가 적혀있었던것이였다.
( 래조란 무슨 뜻인가? 지방관들이 조정에 찾아왔다는것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저희나라와 동등한 국권을 가지고있는 조선 사신을 자기나라의 속국에서 온 사신같이 대하다니 말이 되는가?)
김성일은 생각할수록 분이 치밀어올랐고 보자기를 풀 떄 세심히 살피지 못했던 자신의 처사가 몹시 후회되였다.
<,< 김공, 왜 그렇게 놀라시오?>>
곁에 있던 황윤길이 김성일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놈들이 여기에다가 <래조>라는 문구를 써놓았으니 그 욕이 참으로 막대합니다.>>
김성일은 글이 쓰인 자리를 펼쳐보였다.
<<참 한심한 놈들이요. 그러나 오랑캐들이 한 짓을 어다 일일이 다 따지겠소.>>
황윤길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물렁팥죽같은 대답을 했다.
<<한몸을 욕되게 하는것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거늘 하물며 나라를 욕되게 함이리오. 나라를 욕되게 한 음식은 단연코 받을수 없는데 우리가 처음에 잘 살피지 못하고 하인들에게 나누어주기에까지 이르렀으니 이일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겠소?>>
전주(肥前州 ), 원구성(源久成 ) 등 령주가 보내온 례단에는 여전히 <<래조>>라는 문구가 그대로 적혀있었다.
《지난번에 상사의 태도가 엄정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났기에 이번에도 이런 굴욕을 당하였소. 문구가 잘못된 례단은 일률로 돌려보내기요>>
<<무얼 번번이 그렇게 시끄럽게 굴겠소? 우리의 뜻을 한번 표명했으면 되지 않았소. 이번에 받은 례단만은 돌려보내지 않겠소.>>
학봉선생의 말에 황윤길은 대뜸 짜증을 내였다. 하찮은 글자 하나를 가지고 미주알고주알 캐면서 시끄러운 문장을 자꾸 만드는 김성일의 처사에 황윤길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즉석에서 례단을 풀어헤치고 수행인원들과 같이 나누어가졌으며 가져온 주육은 나누어먹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할수 없다고 생각한 김성일은 자기앞에 차례진 례물에 손끝 한번 대지 않았고 자기의 시종들에게 차례진 례물도 황윤길에게 돌려주었으며 술이며 음식은 객관에 든 일본사람들에게 나눠주고말았다.
례의상으로 남의 례단을 받았으면 답례선물을 보내야 하였다.
<<래조>>라는 문구를 써가지고 례단을 보내온 두 령주에게 답례선물을 보낼 때였다.
<<내 이름은 써넣지 마오.>>
답례선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을 적을 때 김성일은 이렇게 말했다. 부사의 이름을 적어넣을수 없게 된 황윤길은 하는수 없어서 개인이름이 아닌 <<조선통신사>>라의 명의로 답례선물을 보내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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