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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 5) ""이건 누구의 주먹입니까?"
2015년 12월 21일 10시 18분  조회:1461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5.“이건 누구의 주먹입니까”
 
이해 가을이 되자 정원에 심어놓은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은 향기를 물씬 풍기였다.리항복은 이제 며칠만 더 기다리면 감이  무르익어서 집안식구들이 감을 실컨 먹어보겠다며 기뻐하였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이였다.리항복댁의 하인이 항복의 어머니에게 아뢰였다.
“마님,담장너머에 있는 감을 권대감네 하인들이 많이 따갔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권대감네 하인들이 따갔다구?” 리항복의 어머니는 하인을 따라 정원에 나가보았다.담장동쪽으로 뻗어간 감나무 기지는 해볕을 잘받아서  감이 더 굵고 많이 달려있었는데 누가 어느때 따갔는지 가지에 감이 듬성듬성하게 달려있었다.최씨부인은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최씨부인은 려염집의 아낙네처럼 담담어 욕질을 퍼붓거나 이웃집에 찾아가서 시비를 따질수가 없었다. 담넘어 사는 이웃집이 누구인가? 그 이웃집은 바로 조정에서 우의정을 맡고있는 권철(权澈)정승의 댁이다. 최씨부인의 남편인 리몽량도 조정에서 정승 다음으로 가는 참찬이란 높은 벼슬에 있다지만 권정승에 비하면 지체가 한층 낮은 편이였다. 그런데다가 이웃으로 지내는 지체높은 두 량반댁에서 하찮은 감 한광주리를 가지고 옴니암니 시비를 따진다면  체면이 서지 않은지라 리항복의 어머니는 랭가슴만 끙끙 알았다.
이때 밖에 나가 애들과 놀다가 대문을 열고 집에 돌아온 항복이가 정원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것을 보고 궁금해서 무슨 일이 생겼는가고 물었다. 하인의 말을 듣고 감나무를 쳐다보던 리항복의 눈에는 불이 번쩍 일었다.
“대감이면 남의 과일을 빼앗아먹어도 됩니까? 소자가 그댁을 찾아가서 시비곡직을 따지겠어요.”
“ 그까짓 사소한 일을 가지고 애들이 나서면 아니된다.”  항복의 어머니가 아들을 말리였다. 집안으로 들어온 항복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정승댁이면 대순가? 지체가 높을수록 모범을 보여야지. 내 기어코 도리를 따지고 말테다.)
이튿날 항복이가 권대감댁 대문앞을 지나다가 용기를 내고 대문안으로 들어갔다. 권철대감의 하인들은 이웃집인 리참찬댁의 귀공자가 울안으로 들어오는것을 보고 그애가 어른들의 심부름을 하러 왔으려니 생각하고 왜 왔느냐고 묻지 않고 내버려뒀다.
항복이가 권대감이 거처하는 사랑방앞으로 가니 젊은이의 글읽는 소리가 랑랑하였다. 권대감의 아들인 권률(权栗)이 학문을 연찬하느라 집에서 열심히 경서를 소리내여   읽고있었다. 
항복이는 사랑방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사랑방의 창호지로 주먹을 불쑥 내밀었다.
“아저씨, 이게 누구 주먹입니까?”
책을 읽느라 도정신하고있던 권률은 어린 아이의 웨침과 함께 창호지를 뚫고들어온 작은 주먹을 보고 흠칫 놀랐다가 이내 진정하고나서 되물었다.
“그것이 네 주먹이지 누구 주먹이겠느냐? 뚱단지같이 그런건 왜 묻는거냐?”
“이 주먹이 저의 주먹이지 아저씨의 주먹이 아닌것은 분명하지요?”
“아무렴, 네 팔에 달린 주먹이 내 주먹으로 될수야 있겠느냐?” 권률은 이웃집의 어린애가 왜 어른앞에 당돌한 물음을 제기할가 하고 잠시 생각을 굴렸다.
“아저씨, 우리집에서 심은 감나무가지가 아저씨네 담장으로 넘어왔는데 그 감이 우리집의 감입니까 아니면 아저씨네  감입니까?”
“거야 물론 너희집의 감이지 우리집의 감이 될수야 있겠느냐?” 소년이 주먹을 내민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린 권률은 당장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하인들을 불러놓고 엄히 훈계하고나서 하인들에게 장에 가서 감을 사오게 한 뒤 감광주리를 들고 리참찬댁을 찾아가 사과하게 하였다. 물론 리참찬댁에서  그들이 배상하는 감을 받을리 만무하였다
.(자상이는 참 담량도 크고 똑똑한 애로구나.) 권률은 맘속으로 이웃집아이를 칭찬하였다.
서당을 다니기도 전에 천자문을 익히고 동몽선습이며 명심보감 등을 배우고 당시며 한시를 많이 익힌 항복이는 필체도 남달리 훌륭했고 자체로  시도 지을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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