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봄에 대한 시를 한수 더 볼가. 엉? 무슨 봄에 대한 시가 그리 많으냐고. 그래 봄에 대한시가 많아. 그건 시인마다 봄에 대한 느낌이 다르기때문이야. 같은 느낌이라도다르게 표현하면 좋은 시가 되거든. 그럼 리건호시인님이 쓰신 [봄]이라는 시를 한번 읽어볼가
봄
리건호
한마리
두 마리
,,,,,,,,,,,,,
전기줄에 제비가 앉는다
하나
둘
까만 음표가 늘어간다
오르며 찌지굴
내리며 쪼조글
음표보고 부르는 종달새 노래
보리싹이 큰다
살구꽃이 핀다.
얼마나 재밋니.? 우리 이제부터 한개련씩 어떻게 쓰였는가 보자. 모두 네개련인데첫련은이렇게 썼어.
한 마리
두 마리
,,,,,,,
전기줄에 제비가 앉는다
여기서 우린 두가지를 알수있어. 한가지는 시인이 봄을 쓰는데 제비를 노래하는것으로써 봄을 노래하려 한다는것을 알수있고 다른 한가지는 이 련에 있는 줄임표에서 한두마리 제비가 아니라 많은 제비를 노래하려 한다는것을 알수있단 말이다. 첫련은 한마디로 말하면 제비가 전기줄에 많이 날아와 앉는다는것을 쓴거야. 시인이 무엇을 쓰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표현했을뿐이야. 시적으로 말하면 이런것을 계기라고 해. 이런 시적계기는 시마다 다 한개련씩 차지하고 있는건 아니야. 시는 일반적으로 계기가 있지뭐야.계기는 모두 첫련에 있는데 한줄이 될 때도 있고 한개단어가 될 때도 있는거야. 구체적인건 후에 말하자.
제2련은 이렇게 썼어.
하나
둘
까만 음표가 늘어간다
음표란게 뭐지. 제비야. 제비가 2련에 와서 음표가 돼버렸지 뭐야. 왜 제비를 음표로둔갑시켰지. 짝을 찾은거야. 어떻게 찾은거냐고? 전기줄이 여러갈래가 쭉쭉 뻗어간것은오선보와 비슷한거고 그 전기줄에 제비가 앉은건 도레미파 솔라시 하는 음표와 비슷한거야. 그러니까 전기줄에 앉은 제비를 음표라고 했지 뭐야. 야, 거 묘하다. 제비가 5선4간에 있는 음이 되였구나! 정말 근사하다.
오르며 찌지굴
내리며 쪼조글
음표 보고 부르는 종달새 노래
이것이 제3련이야. 2련에서는 전기줄에 앉은 제비를 음표라 하고 3련에서는 그 음표를보고 종달새가 [찌지굴] [쪼조글] 노래를 부른다고 했지 뭐야. 제비는 음표가 되구 종달새는 그 음표를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얼마나 묘하고 재밋니!
리진호시인은 묘돌이야. 어쩜 이보다 더 재미있을수가 있겠니.봄이면 종달새가 봄이왔다고 즐겁게 우는것을 보고 제비가 전기줄에 앉은것을 음표로 알고 노래한다는 상상이야말로 신비하고 독창적이재.
마지막 4련은 간단하면서도 참 잘 썼어.[보리싹이 큰다/살구꽃이 핀다] 하고 말이야. 화창한 봄날의 아름다움과 생기가 우리 눈앞에 한폭의 수채화로 확 안겨오잖아. 이젠 우리도 별로 봄같은 제목으로 시를 쓸것 같지. 돌아가 한번 써볼가. 정말 쓰자면 바쁠지도 모르겠지만 별로 쓸것만 같아.
10
봄이 오느라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리운것들이 많지. 그중에서도 제일 그리운것이 제비라고 할수있어. 폭발적인 새소식은 딴거야. 봄에 제비는 올 때 고작은 날개에다봄을 가득 싣고 와서 산과 들에다 부리우거든. 제비가 오면 나무잎들이 앞장 다투어 피여나고 꽃들이 앞장 다투어 피여나는거야. 제비야말로 천사지. 봄을 실어오는 천사란말이다. 그래서 봄이 오면 우리는 은근히 제비를 기다리게 되는거야.
아이들의 이런 심정을 표현한 시가 있어. 서덕출시인님이 쓰신 [봄편지]야. 어떻게썼는냐구? 한번 읽어볼가.
봄편지
서덕출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모두 여덟줄로 된 시야. 참새는 작아도 오장륙부가 다 있듯이 시는 짧아도 기승전결이 다 있어. 뭐? 기승전결? 듣지 못한 소린데. 그래 듣지 못한 소릴수도 있어. 이는옛사람들이 시를 분석해 보던 방법이야. 기승전결을 사전에다 이렇게 해석했더라. 시를짓는 격식인데 [시의 첫머리를 기, 이를 되받는것을 승, 중간에 뜻을 한번 바꾸는것을전, 전편을 거두어서 맺음을 결이라함] 이것이 기승전결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투철한해석이야. 이 방법으로 이시를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연못가에 새로핀
버들잎을 따서요
이 시의 첫련이야. 이 시에서 연못가의 새로 돋은 버들잎을 딴다는것이 시의 시작이지뭐야. 사전에서 말하는 첫머리이며 [기]에 속하는거야. 이것이 앞에서 우리가 말했던 시의 계기와 같은거야. 이 시에서 새로운 버들잎을 씁니다 하고 알려주는거란 말이다. 그럼 버들잎을 따서 뭘 할가 하는 의문이 들지 뭐야. 그것을 2련에 쓰게 마련돼 있는게 아니겠니? 그래 2련을 보자.
우표 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이것이 2련이야. 버들잎에다 우표를 붙여서 먼먼 남방으로 보낸다는거야. [기]를 받는것을 [승]이라고 했재. 2련이에서 버들잎을 편지로 만들어 강남으로 보낸대. 버들잎이편지로 돼버린거야. 버들잎이 편지로 되였다는것이 [기]를 받은 [승]이란거야. 쉽게 말하면 기는 쓰려는 사물이나 사실을 제시하는거고 승이란 그런 사물이나 사실을 한보 발전시키는거야. 버들잎을 발전시켜 편지라고 한것처럼 우리가 앞에서 말한대로 하면 상상으로 짝을 찾은거야. 버들잎의 짝이 편지가 된거야.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이 제3련이 [전]이란거야. [전]이란 중간에 뜻을 한번 바꾸는것을 [전]이라 했재.버들잎 편지를 보냈지. 편지를 보내면 받을 사람이 있어야 할거 아니야. 그 받는 사람이제비야. 편지던게 제비가 나왔으니까 내용이 바뀄지뭐야. 그래서 3련을 전이라고 해.
조선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마지막련이지. 이 마지막련이 [결]이란거야. 결은 총결인데 작자의 뜻이 있거든. 이시에서 작자의 뜻은 제비가 조선이 그리워다시 찾아온다는것을 통하여 제비도 조선을 그리워 하는데 조선사람으로서 어찌 조선을 그리워하지 않으랴 하는 애국주의 정신을 쓴거야. 결은 괘괄성이 있는거야. 일반적으로 결은 시의 전반 내용을 종합표현하는 작용을한다고 할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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