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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시문학
2015년 08월 22일 20시 24분  조회:5408  추천:0  작성자: 죽림
 
호세 마르띠 초상화 호르헤 아르체의 유화

호세 마르띠 초상화 호르헤 아르체의 유화

(1) 선구자들
시가 중심이 된 모데르니스모의 선구자로는 마누엘 곤살레스 쁘라다(Manuel González Prada), 호세 마르띠, 마누엘 구띠에레스 나헤라(Manuel Gutiérrez Nájera), 훌리안 델 까살(Julián del Casal), 호세 아순시온 실바(José Asunción Silva) 등을 들 수 있다. 페루의 곤살레스 쁘라다(1848.-1918.)는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사회악, 고통 그리고 존재의 부조리 등을 노래했으며 시형식에 있어서 자유로운 운율과 외국의 시형식을 빌어왔다.

호세 마르띠(1853.-95.)는 독립전쟁에서 전사하여 쿠바 독립의 아버지로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모든 장르의 문학을 썼다. 특히 그가 남긴 편지, 에세이, 연설, 일기, 신문기사 등은 그를 모데르니스모 산문의 진정한 창시자로 간주하게 한다. 그의 시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스마엘리요(Ismaelillo)』, 『간결한 시(Versos sencillos)』 그리고 『자유로운 시(Versos libres)』 등 세 권의 시집에 담겨 있다.

구띠에레스 나헤라(1859.-95.)는 멕시코 모데르니스모의 창시자로서 주로 죽음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의 시를 썼으며 이미지, 메타포, 비교법 등의 수사법에서 독창성을 보여준다. 훌리안 델 까살(1863.-93.)은 마르띠와 마찬가지로 쿠바의 시인이지만 정치적인 주제도 마다하지 않았던 마르띠와는 정반대로 순수한 '상아탑'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시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이국취향적 시를 즐겨 썼으며 완벽하게 자유로운 시 형식을 택하였다. 아순시온 실바(1865.-96.)는 평생을 죽음의 강박관념 아래 살았던 콜롬비아 시인이다. 때문에 그의 시에는 죽음과 연관된 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며 즐겨 회상하는 유년시절은 잃어버린 낙원을 상징한다. 그는 전통적인 시 형식을 거부하고 매력적인 음악성을 추구하였다.

루벤 다리오 초상

루벤 다리오 초상

(2) 루벤 다리오(1867.-1916.)
니카라과 출신의 루벤 다리오는 진정으로 모데르니스모 시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13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15세가 되던 해에 엘살바도르에서 만난 프란시스꼬 가비디아를 통해 프랑스 낭만주의와 고답파 시인들을 알게 되어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초기 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시인은 깜뽀아모르(Campoamor), 소리야(Zorrilla), 베께르(Béquer) 등 스페인 낭만주의 시인들과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였다.

그는 1898년 아르헨티나의 『라 나시온(La Nación)』의 특파원으로 스페인에 가서 모데르니스모 운동을 출발시키며 가장 널리 알려진 중남미 작가가 되었다. 시와 산문이 실려 있는 『푸름(Azul)』(1888.)은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주면서 모데르니스모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 된다.

1896년에 나온 『세속 산문집과 다른 시 모음(Prosas profanas y otros poemas)』는 이 시운동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시집이다. 그의 시어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섬세하고 관능적인 언어, 귀족주의, 혁신적인 운율, 음악성, 비정치성, 이국정취, 고전 찬양 등을 들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아 상아탑 속에 갇힌 모데르니스모 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회성과 동떨어진 이러한 시적 성향은 흔히 백조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오 백조여! 오 신성한 새여! 그 옛날 고운 헬레나가
은총을 받아 레다의 푸르름으로부터 나와
아름다움의 불멸의 여왕이 되었다면
너의 하얀 날개 아래 새로운 시가
빛과 조화의 영광 안에 품고 있구나
이상을 구현하는 영원하고 순수한 헬레나를.1)

한편 『삶과 희망의 찬가(Cantos de vida y esperanza)』(1905.)는 이전의 수사적 경향보다는 더 내밀하고 심오한 차원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여기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강박관념, 종교적인 주제, 형이상학적 고뇌가 드러나 있다. 또한 이전의 코스모폴리턴적 시각에서 벗어나, 「루스벨트에게 보내는 편지」, 「스페인에서의 시라노」, 「돈키호테에 바치는 연도」 등의 시에서 볼 수 있듯이, 스페인어를 쓰는 아메리카 인으로서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시인은 미국의 자유주의 시인이었던 월트 휘트먼의 목소리를 빌어 미국 제국주의를 고발한다.

루스벨트, 당신은 무서운 포수와
사나운 사냥꾼이 되야 하리,
우리를 그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는2)

이러한 의식은 후에 나온 시집, 『아르헨티나 찬가와 다른 시 모음(Canto a la Argentina y otros poemas)』(1914.)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즉 시인은 스스로를 아메리카의 시인이라면서 가우초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을의 시와 다른 시 모음(Poema del otoño y otros poemas)』(1910.)에서 보듯이 후기시에서 사랑과 같은 인간적인 주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루벤 다리오가 이후 스페인어권 문학에 남긴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대하며 특히 20세기 중반의 풍요로운 시 전통과 붐소설의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3) 루벤 다리오 이후
멕시코의 아마도 네르보는 스페인에서 루벤 다리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시인이다. 특히 그의 동반자였던 아나 마리아 다이예스의 죽음을 노래한 『움직이지 않는 연인(La amada inmvil)』(1912.)은 오늘날 보기에는 다소 센티멘털리즘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시집이다. 이 밖에도 「작은 목소리로(En voz baja)」, 「고즈넉함(Serenidad)」 등의 시는 시인의 정신적인 위기와 종교 체험을 반영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훌리오 에레라 이 레이시그(Julio Herrera y Reissig, 1875.-1910.)는 훌리안 델 까살과 마찬가지로 환멸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를 썼다. 특히 비인간적인 도시생활과 대비되는 농촌의 평화로운 삶과 순수했던 과거를 애상적으로 그린다.

『산의 엑스타시스(Los éxtasis de la montaña)』, 『바스크 소네트(Sonetos vascos)』, 『스핑크스의 탑(La torre de las esfinges)』 등의 시집이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레오뽈도 루고네스(Leopoldo Lugones, 1874.-1942.)는 모데르니스모 시운동의 후기에 속하면서 아방가르드 시의 선구자로 꼽히는 시인이다. 독학을 했으나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스도교 신자이면서 다양한 사상을 섭취했다. 미학적으로도 서정시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미학적 실험을 하였다. 초기에는 상징주의로 출발해 신고전주의를 받아들였으며 다시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황금 산(Las montañas del oro)』, 『정원의 황혼(Los crepúsculos del jardín)』, 『메마른 강의 로만세(Romances delRío Seco)』 등의 시집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의 이해, 2000. 8. 15., 학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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