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 경청 - "길 하나 보인다..."
2015년 12월 28일 19시 20분  조회:3836  추천:0  작성자: 죽림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역설
모든 건 덧없이 녹아내리니

기사 이미지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원문 The only emperor is the emperor of ice-cream)

- 월리스 스티븐스(1879~1955), ‘아이스크림 황제’ 중에서


이 한 줄은 시 ‘아이스크림 황제(The Emperor of Ice-cream)’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필자가 오랫동안 매료됐던 구절이다. 미국 시를 한 차원 올려놨다는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도 자신의 시 중에서 이 시를 가장 선호했다고 한다.

 
 
 이 시의 정황, 부엌에선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고, 침실엔 시체가 누워 있다. 죽은 여자는 자신이 화려하게 수놓았던 시트로 얼굴이 덮여 있으나 딱딱한 발이 시트 밖으로 삐져나온다. 그것이 얼마나 차갑고 무감각한지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우리 앞에 놓인 죽음은 그 무엇으로 가릴 수도, 장식될 수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나 순간 녹아버린다는 점에서 우리 삶과 닮아 있다. 얼음 디저트라는 점에서는 시체의 차가움을 은유한다.
시인은 달콤한 기쁨을 주다 덧없이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야말로 절대적인 황제라 한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덧없고 덧없다. 그중 최고로 덧없는 모습은 아이스크림의 거품이다. 뭉게구름 같은 그것이 덧없음의 황제 아이스크림 황제다. 이 허무주의적 진실을 이렇게 한 줄로 꿰뚫어 요약하다니, 이 구절이야말로 시의 엑스터시로서 우리를 녹아내리게 하는 아름다움 아닌가. 

  최정례 시인


DA 300

 
[전문]

아이스크림 황제

                                 월리스 스티븐스
                                        /최정례 졸역

여송연 굵게 마는 자를 불러라
근육질의 사내로, 그리고 그로 하여금
부엌의 컵에 욕정적인 응유를 휘젓게 하라
계집들은 늘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빈둥거리게 하라 그리고 남자애들은
달지난 신문에 꽃을 싸서 가져오게 하라
실재로 하여금 최후의 모습이 되게 하라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유리 손잡이가 세 개나 떨어져 나간
전나무 경대에서 그녀가 한때
부채꼬리딱새를 수놓았던 그 시트를 꺼내라
그녀의 얼굴이 잘 덮이도록 펼쳐라
만약 굳어버린 발이 삐져나온다면, 그건
그녀가 얼마나 차가운지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이기 위한 거다
램프로 하여금 빛줄기를 첨부하게 하라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

 
경청
       - 김정수(1963~ )

 
기사 이미지








누군가에 더러운 것

누군가에겐 일용할 양식

구르는 재주 없어도

굴리는 재주 있다고

DA 300

 


쇠똥구리 지나간 자리

길 하나

보인다


더러운 배설물이 쇠똥구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다. 내게 없는 재주를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 세계는 이렇듯 배리(背理)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압이 새를 공중에 뜨게 하고, 무거운 물체가 물 위에서 더 큰 부력을 얻는다. 그러니 큰 배가 덜 흔들리는 것이다. 가로막는 산이 있으니 산을 넘는다. 끝장났다고 생각할 때 새 날이 가깝다. 반대 극을 가진 자석이 쇠를 끌어당긴다. (어려운 말이지만)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다.”(바울). 배리의 담론을 경청할 때, “길 하나/ 보인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나를 흔들 시 한 줄] 최정례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03 <어머니> 시모음 2015-06-17 0 5193
602 <냉이> 시모음 2015-06-17 0 4308
601 <아버지> 시모음 2015-06-17 0 4637
600 칭키스칸 되다 2015-06-17 0 3753
599 다시 이육사를 읽다.... 2015-06-17 0 4442
598 애송시 6 2015-06-16 0 5946
597 애송시 5 2015-06-16 0 5395
596 애송시 4 2015-06-16 0 4517
595 애송시 3 2015-06-16 0 4820
594 애송시 2 2015-06-16 0 5711
593 애송시 1 2015-06-16 0 9789
592 꽃, 상징사전 2015-06-16 0 4350
591 시와 방언 2015-06-15 1 4288
590 "ㄱ" 시모음 2015-06-15 0 6719
589 "ㄴ" 시모음 2015-06-15 0 5967
588 "ㄷ" 시모음 2015-06-15 0 5819
587 "ㄹ" 시모음 2015-06-15 0 3846
586 "ㅁ" 시모음 2015-06-15 0 5493
585 "ㅂ" 시모음 2015-06-15 0 7326
584 "ㅅ" 시모음 2015-06-15 0 8586
583 "ㅇ" 시모음 2015-06-15 0 9894
582 "ㅈ" 시모음 2015-06-15 0 6174
581 "ㅎ" 시모음 2015-06-15 0 5572
580 "ㅌ" 시모음 2015-06-15 0 3824
579 "ㅊ" 시모음 2015-06-15 0 5296
578 "ㅋ" 시모음 2015-06-15 0 4382
577 김용택 시 2015-06-15 0 4338
576 짧은 시 모음 2015-06-15 1 18108
575 오늘도 시공부하기 2015-06-15 0 4686
574 시공부하기 2015-06-15 0 5307
573 시제목이 긴 인상적인 시, 그리고 그 외 시 2015-06-15 0 4172
572 "ㅍ" 시모음, 그 외 시... 2015-06-15 0 5155
571 <성묘> 시모음 2015-06-14 0 3543
570 시조쓰기 외우기 추고하기 2015-06-14 0 4088
569 墨梅의 香氣 2015-06-12 0 4058
568 1월 ~ 12월 詩 2015-06-12 0 4041
567 현대시조의 길 2015-06-12 0 3702
566 시적 기법 2015-06-12 0 3973
565 민중시에 대하여 2015-06-12 0 3758
564 시의 현실 참여 2015-06-12 0 3516
‹처음  이전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