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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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바위와 물의 대화(외1수) 댓글:  조회:1255  추천:1  2013-01-07
바위와 물의 대화(외1수) 김인덕 ―물님, 빈몸으로 어디로 그리 급히 가시오? ―바위님, 바깥세상이 하도 보고싶어서   밤새 풀숲 헤치며 단숨에 달려왔다오.     ―물님, 하루해도 긴데 잠시 쉬였다 감이 어떠하오?   ―바위님, 안될 말씀이오.   고개너머 함께 갈 친구들이 날 기다린다오.     ―물님, 난 당신이 참 부럽구려.   나도 매일 떠날 생각에 오금이 저리다만   여태껏 단 한치도 드텨보지 못했다오.     ―바위님, 난 되려 당신이 부러울뿐이오.   한번 떠나면 영영 돌아 못 올 걸음 아니겠소.   바다에 닿으면 내 몸은 짠 눈물로 채워질거요.        동해바다에서     은은한 솔파도소리 가슴 후련하다   새 한마리 쪽빛 가르며   커다란 깃 쫘악 펴고   엎어질듯 맨발바람에 달려온다     옥구슬처럼 부서지는 격한 포옹   찝찔한 기습키스에   뒤안길의 소년이 바람처럼 나타나   바다에 풍덩 한몸 맡긴다     숨 막힐듯 깊숙이 껴안아주는 바다   락엽처럼 이리저리 내 몸 굴리며   키득키득 겨드랑이까지 간지르며   타향살이에 찌든 몸 어루 쓸어준다     해안선따라 걷고 걷노라니   아쉬운듯 솟구쳐 옷깃 부여잡고   한발 물러서면 지꿎게 다가와   내 발목을 요리조리 감돌아치누나     감성이 무뎌진 초로의 나그네   이제야, 알겠구나   바다물, 네가 바로   어릴적 물장구 치던 내 고향 시내물임을     한몸 던져 고향에 데려달라는 네 애원성   낱낱이 가려듣겠구나   그래, 가야지 네 손목 꼬옥 잡고   나 또한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30    금돌이의 죽음 댓글:  조회:2327  추천:3  2012-12-04
금돌이의 죽음 —김인덕   금돌이는 우리 집에서 5년간 애지중지 기르던 애완견의 이름이다. 우리 부부의 장중보옥이나 다름없는 금돌이는 우리가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안아달라고 갖은 요란을 떨었고 안아주면 얼굴이고 입이고 사정없이 핥아댔다. 저녁이면 침대에 뛰여올라 중간위치에 잠자리를 잡는데 어린애나 다름없었다. 금돌이는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재작년 겨울의 어느날, 나는 금돌이를 데리고 모아산으로 갔다가 큰 봉변을 당할번했다. 모아산등산길에서 덩치가 큰 개를 만났는데 그 개가 금돌이를 보더니 으르렁거리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급해난 나는 금돌이를 잽싸게 품에 안았다. 헌데 눈에 달이 오른 그 개가 몸을 솟구치더니 금돌이를 문다는것이 나의 솜옷을 물어뜯었다. 개가 밀치는 충격에 나는 나무단처럼 나동그라지고 솜옷은 길게 찢어졌다. 다행이 주인이 급히 달려왔기에 액운은 면하게 되였다. 그런데 우리의 가족이나 다름없던 금돌이가 작년 섣달그믐날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린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금돌이를 데리고 동네산책을 나갔다. 8시쯤되였을가. 명대아빠트단지 여기저기서 폭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폭죽소리를 몹시 싫어하는 금돌이의 성질을 아는지라 나는 부랴부랴 금돌이를 불러 집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부근에 거의 다다를 무렵 대포소리처럼 굉장히 큰 폭죽폭발음에 화들짝 놀란 금돌이가 정신없이 내뛰였다. 금돌이의 이름을 목청껏 불렀어도 금돌이는 멈춰서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폭죽소리에 목소리를 가려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혼비백산해 경황이 없었는지 금돌이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양력설을 쇠려고 우리 집에 모였던 친척들까지 합세하여 8명이서 2시간동안 명대아빠트구역을 참빗질하듯 훑었지만 우리는 끝내 금돌이를 찾지 못했다. 다들 맥없이 집에 돌아온후 냄새로 길을 확인하는 개의 습성으로 보아 금돌이가 화약냄새가 짙어 집을 찾지 못하는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돌이가 사라진지 일주일째 되는 날 새벽 2시경, 금돌이가 앞발로 문을 긁는 나지막한 소리에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라 할것 없이 벌떡 잠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문을 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기쁨도 잠시였다. 금돌이의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너무 야윈 나머지 배가 등짝에 붙었고 온몸은 먼지를 뒤집어써 흰털이 한올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끔찍한것은 다른 개에게 물렸는지 아니면 폭죽파편에 맞았는지 눈알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있었다. 게다가 뇌막염에 걸린 금돌이는 동물병원에 입원하여 일주일간 점적주사를 맞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우리 부부는 애석한 나머지 돈 2백원을 팔아가며 언 땅을 파고 모아산에 금돌이를 묻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해마다 양력설부터 보름까지 폭죽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폭죽은 생산, 보관, 류통, 판매, 소비 등 모든 단계에서 위험요소를 내재하고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화약이 폭발하면 여러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폭죽은 소비단계단에서 가장 많은 사고를 유발한다. 2011년, 음력설기간만 해도 전국적으로 폭죽으로 인한 화재가 3224건에 발생했는데 출동차량은 44871차, 출동소방인원은 26만인차에 달했다고 한다. 2010년, 음력설기간에는 전국적으로 폭죽으로 인한 상망사고가 1626건 발생하였는데 그중 11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폭죽으로 인한 대기오염도 만만치 않는데 지구온난화에 부치질하고있는 격이다.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면서 숲이 건조해진 탓에 산불이 일어나는가 하면 홍수가 지속되여 산사태가 일어나 대형참사로 이어지며 또한 쓰나미가 발생하여 해안지역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폭죽이 터질 때의 소음도 절대 간과할수 없다. 온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폭죽소리에 잠을 설치는것은 약과고 폭죽의 굉장한 폭발음에 고혈압환자가 기겁해 쓰러지고 임신부가 화들짝 놀라 류산하는 등 끔찍한 사고가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우리 지역에서도 폭죽으로 인한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에서 실제적조치를 강구할 때가 되였다고 생각한다. 대형폭죽은 아예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북경, 상해 등 대도시를 본떠 폭죽을 터치우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거나 아예 향항의 경험을 도입하는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향항에서는 일찍 1967년에 개인이 사사로이 시구역에서 폭죽을 터치우는것을 전면 금지했다. 반면 전통적인 풍속의 명맥을 유지하고 명절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1982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음력초이튿날 빅토리아항구에서 대형불꽃놀이를 가동하고있는데 갈수록 시민들의 명절년례행사로 각광받고있다. 금돌이가 죽은후로 우리 가정에서는 여태껏 한번도 폭죽을 산적도 터뜨린적도 없다. 물론 올해에도 폭죽과 멀리할것임은 분명하다.
29    생태관광과 사회주의새농촌건설 댓글:  조회:2328  추천:3  2012-12-04
 생태관광과 사회주의새농촌건설   김인덕   관광산업은 자연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성장산업이자 무공해산업의 하나로서 정보통신, 국제무역에 이어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산업의 하나이다. 국내에서도 국민소득이 날로 증가하면서 자연관광, 문화관광, 민속관광, 홍색관광, 도시관광 등 다양한 관광붐의 뒤를 이어 생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이미지의 생태관광붐이 일고있다. 생태관관의 개념은 최초로 환경보호자들이 미국 북부의 조류번식지인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운동을 펼치면서 내놓은것이다. 개발업자들의 무절제한 개발을 저지시키고 조류관찰 같은 생태관광이 지역경제를 부흥시키고 생태계보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리념의 관광인것이다. 더 이상 지역주민의 희생만으로는 자연을 지킬수 없다는 사실이 점차 인식되고있으며 또 지역주민에게만 보전의 의무를 떠맡기는것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라는데 관광학자들의 공동한 견해이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생태관광은 천연열대림을 광범위하게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이를 지키려는 관리자의 노력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부득불 열대림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죽여야 했던 원주민 사이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이로 미루어보아 생태관광의 개념에는 두개 층차의 함의가 포함된다. 지역주민(공급자)립장 혹은 관광객(수요자)립장에서 보았을 때 다소 상이한 정의가 가능하다. 관광객의 립장에서 볼 때 생태관광을 통해 환경교육을 접수하며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생태관광지의 자연과 문화를 보전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역주민의 립장에서 볼 때 지역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적발전을 꾀하되 환경보전의 가치와 필요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것이다. 생태관광은 수요중심의 개발이 아닌 공급중심의 개발을 의미하며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목표가 통합적으로 달성되여야 함을 의미한다. 즉 생태관광 대상지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자원에 대한 권한 위임”을 통해 자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동시에 생태관광을 통해 경제리익을 얻는 상황을 의미한다. 현재 연변주내에는 “민속촌”을 비롯한 여러가지 생태관광시설들이 날로 많아지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관광은 주체 확정이 모호하다. 우리 주변의 생태관광시설들을 훓어보면 투자자가 태반이 한두명 개인들로 공급자의 주체는 당지 주민이 아니다. 따라서 생태관광에서 얻는 수익에는 지역주민들의 몫이 없으며 따라서 지역주민들도 지역환경보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돌려세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태관광과 사회주의 새농촌건설을 긴밀히 결부시키는것이다. 즉 향촌의 농가를 주체로 한 농촌생태관광을 추진하는것이다. 농촌지역의 생태관광은 발생하는 리익이 적더라도 대규모 기반시설투자보다는 소규모투자에 의한 낮은 수준의 개발방식을 채택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례를 들면 주말농장방식을 도입하여 도시인들에게 밭을 도급주어 주말이면 온 가족이 농촌에 내려와 진정한 의미의 농촌생활을 체험케 하는 주말농장이나 연변의 독특한 생태농업을 기반으로 “양봉생태농업관광”, “인삼생태농업관광”, “검정귀버섯생태농업관광” 등 생태농업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것이다. 투자가 적고 조작이 간편하고 실효성이 높은것이 농업생태관광의 우세이고 특점이다. 농업생태관광은 거세지고있는 유해먹거리에 대한 론란을 자연스럽게 불식시켜주고 도시생활에 찌든 도시인들의 “도피처”를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무궁한 매력을 갖고있는것으로 무한한 발전잠재력과 성공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관건은 농호들을 인도하여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것이다. 농업생태관광은 도시인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과 색다른 체험공간을 제공해주며 도시인들은 민박, 시골식사, 농산물구입 등을 통해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하면서 농촌의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관광의 붐에 편승하여 생태관광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을 확산시켜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고있는 생태관광시장을 확대한다면 사회주의새농촌건설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게 될것이다.  
28    유기견잡감 댓글:  조회:2533  추천:1  2012-11-30
 유기견잡감   김인덕   생활이 유족해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날로 늘어나고있다. 현대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인간간의 련계가 훨씬 원활해진 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소통은 날로 단절되고있는 실정에서 개개인은 인간본연의 사회성을 보상받기 위해 애완견을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기르는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유기견을 정서적안정을 위한 진정제적 존재자로 생각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거리에서 유기견을 심심찮게 만날수 있게 되였다. 유기(遗弃)는 말 그대로 내다 버린다는 뜻이다. 물론 유기견중에는 주인의 실수로 잃어버린 애완견도 있겠지만 그 수자는 어디까지나 미미하다. 거리에서 떠도는 유기견을 한눈에 가려볼수 있다. 덕지덕지 때가 묻어 행색이 초라한데다 겨릅대처럼 빼빼 마르고 다리나 혹은 눈에 장애가 있는것이 공통한 특징이라 하겠다. 유기견은 낯선 사람을 만나서도 애교를 잘 부리는데 그것은 이미 인간의 사랑에 길들여져 주인의 때 묻은 손길을 잊지 못하고 사랑을 갈구하기때문인것으로 해석된다. 때로는 길바닥에서 대굴대굴 구을기도 하고 흰배를 드러내놓고 네 다리를 강동거리기도 하는데 음식물을 얻고저 하는 유기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한때는 주인의 손끝에서 애지중지 호강을 부리다가 한날한시에 버림받은 유기견들의 처지가 십분 처절하다. 하지만 갈 길이 바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유기견에 맞닥뜨릴 때마다 염병에라도 걸릴가봐 멀찌감치 피해가기가 일쑤이다. 모스크바에도 유기견이 많은데 우리 고장의 유기견과는 달리 덩치가 큰것이 특징이다. 같은 유기견이지만 모스크바 유기견과 우리 지방의 유기견의 처지는 크게 다르다. 모스크바 교외 인적이 드문 공장지대에서 사는 유기견들은 먹이를 찾아 인간처럼 지하철을 타고 도심으로 출근한다. 그들은 벤치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음식을 구걸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음식의 반을 덜어준다. 이런 유기견들은 추우면 정거장 걸상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다가도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도심에서 사는 개들도 유유자적한 생활을 누린다. 동네 로파들이 매일 어김없이 유기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데 먹이를 다투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리는 법도 없다. 로씨야인들의 동물사랑은 유별나다. 하루는 같은 려관에서 투숙하고있는 월남인들이 명절을 맞아 돼지를 잡으려고 돼지의 목에 바줄을 걸어 가로수에 매여놓았는데 지나가던 로씨야로파가 다가와 돼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하는것이였다. 돼지의 운명이 너무나 가엾다고 넋두리하는 로파의 거동을 리해하지 못하기는 월남인들이나 우리들이나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우리의 선조들도 동물을 퍽 사랑해왔다. 조선 태종때 가난한 젊은 선비가 있었다. 한번은 한양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의 대문을 두드려 하루밤을 묵을것을 부탁했다. 선비의 옷차림을 본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단박에 거절하였다. 피로에 지친 선비는 잠시 쉴 료량으로 그 집 담벼락에 기대고 앉았다. 그런데 부자집 아이가 큰 진주알을 가지고 노는게 아닌가. 아이가 진주를 땅에 떨어뜨리자 거위가 그것을 냉큼 삼켜버렸다. 아이는 거위가 삼킨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진주를 찾더니 선비를 빤히 쳐다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집주인이 달려나와 다짜고짜 진주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리고는 선비의 몸을 마구 뒤졌다. 선비의 몸에서 진주가 나오지 않자, 주인은 머슴을 시켜 선비를 묵으라고 했다.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래일 관가에 데리고 간다는것이였다. 윤희는 아무 말 없이 묶이면서 주인에게 거위의 발을 묶어 자기 곁에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별 미친놈 다 보겠군.” 하며 주인은 거위의 발을 묶어 선비의 곁에 두었다. 다음날 아침 주인이 나오자, 선비는 거위가 눈 똥을 가리키며 헤쳐보라고 했다.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 똥을 헤쳐보니 진주가 나왔다. 깜짝 놀란 주인이 백배사죄를 했다. “왜 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까?” “만일 내가 어제 주인장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면 주인장은 아마도 가엾은 거위를 죽여 배를 갈랐겠지요. 불쌍한 거위를 죽이느니 제가 잠시 루명을 쓰는게 더 낫지 않습니까?” 2년전 한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날부터인가 직장의 마당에서 유기견이 떠돌고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여윌 대신 배가 항상 뚱뚱 불러있었다. 자초지종을 알고보니 직장의 마음씨 고운 선배가 유기견에게 굴을 지어주고 매일 음식을 날라준다는것이였다. 그 선배는 유기견이 다른 사람들이 음식물을 너무 많이 가져다주어 비만이 온것이라 생각하고 굴옆에 “음식물을 함부로 갖다 주지 마세요.”라는 글을 적어놓기까지 했다. 후에 그 유기견이 임신한것을 알고는 집에 데려다가 보살폈는데 얼마후에 새끼 세마리를 낳았다. 동물들은 인간 먼저 지구라는 커다란 공간에서 자유롭게 저마다 삶의 공간을 차지한채 살아왔다. 하지만 인류가 나타나고 개발이라는 명목이 생기면서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그 생존마저 위협받고있다. 이제 우리는 자연속에서 모든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갈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여가생활이 풍부해지면서 우리 주에서도 여러가지 민간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있는데 주급민간단체만도 500여개를 웃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보호민간단체는 아직 한개도 없는줄로 안다. 애완견이 늘어날수록 유기견이 정비례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도 이젠 먹고 살만하게 되였으니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유기견보호소를 세움으로써 유기견의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27    조선족과 진달래 댓글:  조회:2761  추천:2  2012-11-30
조선족과 진달래   김인덕   조선족은 진달래에 대해 각별한 정감과 애정을 지니고있다. 중국에서 진달래는 조선족을 상징하는 꽃이며 조선족의 대명사이며 조선족은 “진달래민족”으로도 통한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화(州花)로 진달래가 지정된것도 물이 곬을 따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조선족의 진달래에 대한 애정은 화끈하다기보다는 우리의 정감 속에, 생활 속에 스며들어 무소불재, 무처불유(無所不在, 無處不有)의 경지에 이르렀다. 진달래는 장백산과 함께 연변의 명물이다. 진달래 피는 계절이면 연변의 산촌마다 앞문을 열어도 진달래요, 뒤문을 열어도 진달래라, 연변은 진달래의 고향이 되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다. 조선족녀성에게 치마저고리가 가장 잘 어울리듯이 진달래는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낸 장백산맥의 가장 기려한 복식이다. 산봉우리에 오롯하게 피어나면 수집은 처녀의 얼굴이요, 봉우리 가장자리에 피면 운치가 돋보이는 기운이요, 산의 가슴에 피면 봄바람에 부푸는 소녀의 산뜻한 저고리이며, 산기슭에 피면 꽃을 수놓은 화려한 치마자락이다. 고중할바는 없지만 우리네 선조들이 쪽박 차고 남부녀대하여 두만강을 건넌 때도 진달래 피는 계절이었으리라. 그네들이 기름이 자르르 도는 이 땅에 개간의 첫 보습을 박고 씨앗을 뿌릴제 폐부깊이 감돌아치는 진달래 향기와 억- 막혀오는 환희로움에 전률했으리. 진달래 피는 샘물터에서 목을 축이며 분홍빛 래일을 설계했으리. 진달래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넉넉히 담은 정감의 꽃이다. 장미의 랑만도, 튤립의 화려함도, 올리브의 깊은 사색도 지니지 않은 수수한 꽃이다. 진달래는 랑만을 외면한 꽃이다. 진달래는 덜먹총각의 나무지게에 얹혀왔다가 처녀의 손에 쥐여지지 못한채 총각에 집 창턱에 속절없이 피였다가 고스란히 지고 마는 못난 꽃이다. 진달래는 너무 흔하다보니 사고파는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고대광실보다는 봄 해빛이 조으는 초가집의 창턱이 훨씬 어울린다. 진달래는 화려함도 갖추지 못한 꽃이다. 가지가 많아 지저분한 느낌이 들고 가지는 연한 갈색으로 우아하지 못하며 덕지덕지한 바늘조각으로 고귀하지 못하다. 또 꽃은 수효가 너무 많고 꽃잎은 작아서 조촐한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다. 하지만 진달래는 남다른데가 있다. 진달래는 겉볼안 같은 우리 민족의 성격과 흡사한 꽃이다. 진달래는 기나긴 동북의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새봄을 맞아 흥에 겨워 멋에 겨워 한껏 피여나는 꽃이다. 우리 민족은 진달래 꽃철이면 모여앉아 “진달래 꽃전” 놀이를 하였다.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씻어서 곱게 빻은 찹쌀가루를 버무려 한입에 먹을수 있게 둥글납작하게 만들어 먹는것이 “진달래꽃전”이다. 화전놀이의 참뜻은 부지깽이도 심으면 살아난다는 봄이 되었으니 모두 일손 맞춰 어거리 대풍을 약속하자는 화합의 잔치라 하겠다. 어수선했던 겨울의 삭 거름을 진달래 꽃불에 활활 불사르고 논밭 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을 품앗이로 시작한다. 들쥐대신 나타나는 종달새의 우짖음에 취해 흥겨운 밭전놀이도 잊지 않았다. 진달래는 자기의 키를 훨씬 넘는 오기와 굴강함을 지녔으며 독립과 자유를 위해 서슴없이 자신을 불사르는 불사조의 신념을 갖춘 꽃이다. 진달래는 시간을 거슬러 지난세기 30년대, 할아버지가 항일의 굳센 신념을 안고 진달래 피는 “아리랑 산” 언덕길로 멀어져가던 진한 감동이며 그 자국마다 장한 뜻이 어려 새봄에 유난히 붉게 피여나는 꽃이다. 풀뿌리로 보리고개를 달래면서도 쌀을 구하러온 항일전사에게 마지막 쌀 한자루를 넘겨주던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꽃이다. 어디 그뿐이랴. 장백산 고요한 밀영앞, 진달래 비낀 계곡의 물에 서슬 푸르게 총칼을 갈던 젊은 항일전사의 굳은 의지이며 허술한 밀영에서도 스스로 나슬나슬 피여나는 녀전사의 아름다운 청춘이며 코신을 거꾸로 신고 적을 유인했다는 녀전사의 지혜로움이 서린 꽃이다. 진달래는 중국의 항일전쟁에 자식을 보낸 우리 민족 녀성들의 생생불식(生生不息)의 꽃이다. 14년(1931-1945) 중국항전시기 10만 조선족 열혈남아들 이 침략자를 몰아내는 성전에 떨쳐나섰다. 연안에서 태항산까지 장강이북에서 해남도까지 불사조마냥 광활한 중국대지를 주름잡으면서 침략자를 무찔렀다. 또 10만 조선족청년들이 민주와 자유를 위해 중국해방전쟁에 뛰여들었다. 진달래는 쓰러진 렬사를 가리는 꽃이며 적탄에 구멍난 용사의 가슴에서 흐르는 피로 물든 꽃이다. 하기에 중국의 저명한 시인 하경지는 이렇게 읊조리지 않았던가. “산기슭마다 진달래가 붉게 피여있고 마을마다 열사비가 솟아있네.” 우리 민족은 얼마나 많은 고난의 령길과 설음과 한(恨)의 고개를 넘어왔는지 진달래의 뿌리를 캐보면 너무나 잘 알것 같다. 험난한 세상의 고달품을 감내하여 가슴속깊이 감추느라 설음이 한이 되여 뿌리마다 얼키고 설키였으리. 그래서 화사하게 피여난 진달래는 더욱 값진것이요, 더더욱 눈물겨운것이리라. 진달래 꽃 웃음속에는 민족의 수난사가 깃들어있고 희로애락의 절창이 담겨져있고 미래에 대한 지향이 깔려있다. 진달래는 미래 지향의 꽃임에 틀림없다. 진달래는 짧은 한생 일월을 다투어 잎 먼저 꽃을 피우는 강한 개성과 저력을 지닌 꽃이다.  이제 진달래는 단순한 꽃의 의미를 벗어나 민족정신의 늪에 앙금된 색 바래지 않는 얼이며 세새대대 지키고 가꾸어가야 할 민족문화의 정수이다.  
26    비물세론란 댓글:  조회:2728  추천:4  2012-11-27
비물세는 비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가 잦아진데다 건물 신축이나 도로 건설 등 도시화 진척이 가속화되면서 불투수(不透水)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하수도시설 등을 증설하는 비용을 원인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세금을 말한다.  비물세는 1990년대에 독일에서 처음 도입한뒤 북유럽, 미국 등에서 도입하였으며 현재 여러 나라들에서 비물세 도입을 두고 론란을 거듭하고있다. 비물세론란에 대해서는 잠시 담론을 접어두고 비물세를 도입한 국가들에서는 시민들의 비물재활용, 불투수면적에 대한 감소 등을 유도해 하수도로 류입되는 비물량을 줄임으로써 저지대침수피해를 적지 않게 감소시키는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 지역의 도시들도 도시면적의 근 절반가량이 땅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지역인데다 가상이변으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내 저지대침수피해가 심심찮게 발생하고있다.  저지대침수피해를 막고저 일부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인행도블록을 침수블록으로 대체하고 인행도나 정차장을 줄여 나무를 심고 옥상을 화원으로 개조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있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저지대침수피해에 대해 외면하고있는 실정이다.  저지대침수피해를 불러오는 주범중의 하나가 불투수면적의 지속족인 확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도시들을 둘러보면 해마다 광장이 늘어나면서 도시주민들의 레저, 운동, 휴식의 좋은 장소로 되고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일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이니 우리 지역의 광장들이 자기의 기능을 착실하게 리행하고있는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광장들은 콩크리트를 매립하여 만든 넓은 빈터일뿐 나무 한그루 찾아볼수 없어 허전한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다.  우리 지역은 온대대륙성기후로 여름에 무덥고 겨울에 춥다. 비록 우리의 광장들은 인성을 고려하여 광장 곳곳에 시민들이 휴식할수 있는 걸상들이 비치되여있지만 정착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 땡볕을 막을수 있는 나무 한그루조차 찾아 볼수 없고 콩크리트가 발산하는 열기로 인해 걸상을 리용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여름날 한낮이나 겨우내내 광장을 리용하는 시민은 흔치 않다. 단 여름날 저녁이면 시민들이 모여들어 레저, 운동, 휴식의 한때를 보내고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광장을 건설할 때 우리 지역의 기후특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저지대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광장의 “주역”을 콩크리트부터 “나무”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수림은 충족한 산소와 음이온을 방출하기에 지구의 페라고 말한다. 모스크바는 세계적으로도 삼림속의 도시로 명망이 높다. 모스크바는 록화면적이 시구역면적의 40%를 점하며 시구역에 11개 자연삼림구, 89개의 대규모공원, 1400여개의 소규모공원이 있다. 내가 머물고있던 모스크바 부다이스끼 려관앞에도 무변광대한 수림이 있었다. 수림이 어찌나 큰지 12층 옥상에 올라서도 수림의 끝을 볼수 없다. 다만 밤이면 수림너머 도시의 불빛이 우련히 안겨올뿐이다. 하루는 승용차로 이 수림의 주위를 한바퀴 드라이브했는데 메터기가 정확히 45킬레메터를 기록했다. 한번은 한 려관의 허씨가 어느날 오후에 이 수림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이튿날 아침에야 려관에 들어온적이 있다.  모스크바의 땅값은 촌토촌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무를 찍어 광장을 건설하거나 길을 넓히거나 대규모로 아빠트단지를 건설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들이 토지를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할줄 몰라서도 아니고 도시를 경영할줄 몰라서도 아니다. 한 려관에 있던 로씨야친구가 중국 심수, 상해를 유람하고나서 중국의 대도시의 발전을 두고 혀를 끌끌 차면서도 자신은 콩크리트 숲이 우거진 그런 삭막한 도시에서 살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도시가 그 어떤 조형물이나 표지성건물로 장식되는것도 좋지만 도시에 활력을 불러넣어주고 도시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것은 그래도 수목이다. 땅으로 회귀본능을 가진 도시인들이 손바닥만한 공지에다 자류지를 가꾸는것처럼 우리의 도시들도 공터마다 나무를 심고 또 심어야 할줄로 안다. 큼직한 빈터에는 광장보다 조선족들의 정서에 많는 살구꽃거리, 복숭아거리 혹은 단풍나무거리를 조성하여 도시인들의 정서적인 삶을 가꾸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5    화풍 댓글:  조회:996  추천:33  2010-07-12
화풍  김인덕까닭 모르고 돌아누었던 하늘이 아직 어설픈 웃음으로 얼굴을 돌리는 새각시의 풋풋함이다 가난한 아이 돈 들고 신바람나듯 아물아물 아지랑이 흔들며 언덕너머 꽃나무 희롱하는 꽃나무 한무리 수림속 막바지 송골송골 솟는 옹달샘 순한 사슴의 눈에 이슬 맺혀서 결이 고운 바람의 입술에 파르르 떨리는 열두폭 소녀의 가슴 가야 할 길이 먼 내가 지금 고향의 뒤동산에 멍하니 앉아서 눈이 즐겁다 마음마저 즐겁다 
24    화장터로 가는 길 (김인덕) 댓글:  조회:905  추천:27  2010-07-12
 화장터로 가는 길 김인덕간밤에 부친의 부고를 받았다 밖에서는 깃털 같은 눈이 소리없이 내리고있었다 출근길에도 계속 눈이 내린다 오늘은 화장터가 출근길이다 세상을 푹 덮은 정갱이 치는 눈이 거리의 소음을 낱낱이 집어삼키고 희부연 혼돈속으로 꿀결처럼 어슴푸레한 흰옷 입은 사람들이 미궁의 흰 나락으로 미끌듯이 끊임없이 빨려들어가고있다 화장터로 접어드는 갈림목에서 앙상하게 마른 겨울나무가 밤새 내린 눈에 눌리여 맥없이 부러진다 화장터 올리막 눈길을 톺던 차는 쇠잔한 로인네가 마지막숨을 톺듯 얼굴이 벌개지도록 부르릉거리다가 공전의 휘파람소리를 아츠랗게 내다가 체념하듯 맥없이 숨을 거둔다 몽환속에 빠져 뻐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찬바람에 숨이 꺽 막힌다 길 건너 만신창이 된 옥수수줄기가 아픔으로 찢긴 꺼칠꺼칠해진 빈 몸으로 발중간에 있는 봉분을 마주해 미친년처럼 주절주절댄다 눈발은 점점 굵어지고 머리에 앉는 눈을 터는 순간 눈인지 비듬인지 하얗게 내 몸에서 떨어져간다 인생은 출근길이 화장터로 가는 길이다 
23    풀꽃 댓글:  조회:772  추천:27  2010-07-01
  이끼 돋은 돌담을 돌아 가래 끓는 고택을 지나면 풀덩굴속에서 얼굴을 빠금히 내밀고 지나가는 그림자를 따라나서는 흐려진 눈길 집요하다 어구구 허리야 아이구 다리야 안 아픈데 없어 벌써 죽어야지 봉순이 엄마 같은 풀꽃 밟히면서 환희로운 신음이 여름 오후의 해볕처럼 길다 먼 훗날 연기가 사라진 마을 귀신이 드나들법한 고택에서 아직도 봉순이 엄마는 노을로 저녁을 끓이고있었다
22    폭죽 댓글:  조회:704  추천:33  2010-07-01
  폭죽 가슴은 까맣게 타들고 얼굴은 벌겋게 독을 쓴다 아서라 성난자의 염통을 지르지 마라 사노라면 누구나 가슴에 화약통 하나쯤 지니고 산다
21    저승으로 가는 길 댓글:  조회:842  추천:29  2010-06-18
  아무래도 떠나가는 길을 남들이 채 깨여나지 않은 일출무렵에 조용히 떠나갔으면 좋겠다 저승으로 가는 길은 자기에게만 의미있는것을 간단한 리별모임은 없어도 두억시니 같은 흉측한 저승사자보다 이쁜 저승사자가 마중나왔으면 좋겠다 손길이 따스한 가슴 큰 녀자사자와 이슬 맺힌 풀밭길로 나란히 손잡고 다시 돌아올듯이 따나갔으면 좋겠다 이승에서 가시밭길에 그만치 몸이 찟기고 마음이 아팠으니 저승 가는 길은 풍경이 똑같아 따분하더라도 돌멩이 하나 거칠것 없는 잔디길이였으면 좋겠다 다시는 맡을수 없는 풀내음 가슴이 미여지도록 들이키면서 저기 송백이 우중충한 천길나락 무서운 동굴에 이르기까지 오래도록 오래도록 걸어가고싶다
20    장백산 제비 댓글:  조회:614  추천:17  2010-06-18
  하늘과 땅 사이 유령처럼 오락가락하는 저 무리 누구 누구의 혼이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저 상상봉에 떠도는가 바위에 돋은 말라붙은 이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작은 발톱으로 벼랑을 감싸고 후려치는 폭풍우에 맞서 천만년 터전 지킨 장백산 제비야 억겁의 세월 작은 부리로 땅을 쪼아 천만년 마르지 않는 천지를 내고 작은 날개의 파닥임으로 천지의 물어 끌어냈나니 천장만장 쏟아지며 지동치는 폭포의 울부짖음은 작은 가슴들의 환희로움이 아니런가 이른아침 맑은 새벽이슬로 샛별눈 닦더니 점점이 모여서 함께 뭉쳐서 구름우에 솟구치는 제비떼 무엇이 그리 정다와서 천만년 싫도록 서로서로 이름을 불러왔건만 오늘도 헤여져서 못살아 그리워서 못살아 어서 오라 어서 가자 피타는 목마름이냐
19    오늘같이 좋은 날에는 댓글:  조회:700  추천:27  2010-06-08
  오늘같이 좋은 날에는 한마리 새가 되여 고향의 앞뜰로 날아가리라 어릴적 훌쩍 뛰여넘던 시내물도 그저 지나치지 못하리 풀숲에 몸을 숨긴 작은 꽃을 하롱하롱 희롱하는 시내물의 기막힌 사랑을 어이 모르랴 그 환희로움의 딱총에 맞아 팔딱팔딱 놀란 새가슴이 되여 창공에 벅차오르다 돌처럼 떨어진대도 한이 있을가 시내물이 감도는 버드나무숲 바람에 나붓기는 꽁지를 흔들며 해살처럼 버드나무숲을 샅샅이 누벼 잃어버렸던 동년의 발자욱을 살펴보리라 뜨거운 숨결로 봉긋한 첫사랑의 언덕에서 혼자라는 슬픔이 어둠에 깔릴 때까지 높뛰는 가슴을 움켜쥐고 노을처럼 얼굴을 붉히리 오늘같이 좋은 날에는 한마리 새가 되여 고향의 앞뜰로 날아가리라 먼 겨울 새내물이 흰 장삼에 모습을 감출 때까지 당신의 조용한 목소리를 가려들으며 고향을 지키는 한마리의 새가 되리라
18    새벽에 우는 새 댓글:  조회:920  추천:28  2010-06-08
  새벽에만 삐울삐울 우는 새 잠을 못이겨 볼수 없는 새 나무 잎새에 조그만 몸 숨기고 울음을 울음으로만 울지 않는 새 꽁지에 나붓기는 바람에 옮겨앉으며 가라앉은 새벽공기를 저울질하는 새 기어이 꿈을 흐트러놓고 추억에 밭에 뾰족한 부리를 들이대는 새 나그네의 아픔을 쪼아먹으며 울컥울컥 토하는 피를 즐기는 새 락엽지는 가을이 가고 맨몸의 나무가 서면 어디론가 몸을 숨긴 아, 그래서 또다시 그리운 새
17    [시] 산은 (김인덕) 댓글:  조회:859  추천:27  2010-05-25
  산 은 김인덕  산을 키를 솟구지 않는다 키를 비기려는 안개와 높이를 다투지 않는다 산은 어깨를 낮추지 않는다 버거운 자기의 무게에도 자기만큼의 무게를 더 얹고 산다 산은 정에 헤프지 않다 굳이 허리를 굽혀 흐르는 물에 입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산은 돌아눕지 않는다 바람의 시달림과 태양의 음모에도 결코 얼굴을 돌리는 법이 없다 산은 늘 한결같이 앉은 키가 선 키고 선 키가 앉은 키다  
16    사스레나무 댓글:  조회:817  추천:26  2010-05-24
        사스레나무 더 높이 오를수 없는 곳까지 와서 숨을 고르기조차 힘든 곳에 와서 자작나무는 사스레나무라는 세 이름으로 다시 태여났다 악착같이 벌어온 이름처럼 앙상하고 구부정한 로인네들 루루천년 삶의 무게만큼 한쪽 어깨는 휘였다 한 그루터기 여러개의 줄기 옛풍속을 오롯이 고집한 순정 종이장처럼 벗겨진 회갈색껍질엔 위태롭지만 끈기 있는 옛말이 적혀있다. 어느 봄날 소풍놀이 장백산에 올랐던 만병초 사스레나무의 뿌리를 끌어안고 성결한 흰 꽃을 피웠다
15    비가 내리면 댓글:  조회:695  추천:14  2010-05-24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대지는 환희로 전률한다 알몸으로 부푸는 풍만한 들은 구석구석 땀구멍까지 활짝 열고 무겁게 압박하는 대기의 숨결을 만끽하고 탱탱한 열두 가야금줄 메운 산봉우리 젖가슴은 작은 손놀림에도 벅찬 선률을 토한다 하늘의 뜨거운 사랑을 한껏 받으며 오르가즘을 즐기는 대 지 비가 그치면 대지는 흐트러진 머리결을 가다듬고 물오를 가슴을 내밀어 만물에 젖줄을 물린다
14    바람 댓글:  조회:718  추천:15  2010-05-24
    바 람 밤이면 밤마다 칠흑같은 머리를 풀내음나는 두손으로 정히 다듬고 허위허위 떼구름을 걷어냅니다 구름에 초승달 미끌어가면 회심의 미소를 짓는 당신 머리우에 흐려진 별들을 도글도글 닦고 또 닦습니다 이젠 밤이 깊어 일손을 놓는줄 알았더니 버거운 빨래를 온몸으로 감아 다듬고 푸새하는 당신 먼동이 트는 이른새벽 하얀 빨래를 이고 귀가할 때까지 흰 회벽의 창호지가 바람을 안고 울고울었습니다.  
13    려비 댓글:  조회:687  추천:13  2010-05-24
  려비 천당으로 가는 길에 려비에 보태라고 엄마가 애지중지하던 금반지를 엄마의 시신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천당으로 가는 길에 평생 못 타본 비행기를  탈지 아니면 마중나온 아버지의 수레에 앉아 갈지 알수는 없지만 엄마의 손에서 금반지를 빼여 비누물에 말끔히 씻어 다시 끼워드릴 때 어쩌다 아들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갈적 차표 한장 달랑 쥐여주던 서글펐던 한이 꾸역꾸역 밀려온다 한줌의 재가 되여 돌아온 엄마의 골회함안에는 어느새 누가 빼갔는지 금반지가 보이지 않는다 홑옷을 입고 떠난 엄마가 려비 한푼 없이 추운 겨울길은 정처없이 헤맬것이 정말 근심스럽다 어느 고마운 사람이 금반지를 소중히 간직했다가 천당으로 가는 역사에까지 가서 엄마에게 차표 한장 끊어주었으면 정말 고맙겠다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에게 한번만은 빚지고싶다  
12    단풍 댓글:  조회:673  추천:12  2010-05-24
  단풍 파랗게 사는줄 알았는데 빨갛게 노랗게 물들었네 파랗게 살았다고 말하는데 빨갛게 노랗게 물들었네 가지가 될것이라 믿었는데 빨갛게 노랗게 락엽 됐네 노란 한숨이 나딩굴고 빨간 피멍이 울음 울고 빨갛게 파랗게 만나서 어느새 까만 진토 한몸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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