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은 아이들
봄날의 교정은 말 그대로 생기가 흘러넘쳤다. 운동장은 어느새 파아란 새싹들이 고운 잔디를 펼치고 있었고 버드나무에도 봄아씨가 한창 록색물감을 열심히 칠하고있었다.
애들의 몸에도 어느덧 봄날의 생각들이 여기저기에서 뾰족뾰족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저어기 봄아씨가 아지랑이를 몰고 사뿐사뿐 춤을 추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따르릉- 따르릉->>
상학종소리가 귀맛좋게 봄날의 꿈을 부른다. 운동장은 다시금 들끊기 시작한다. 교실안에만 꽁꽁 갖혀있던 애들이 신나게 모든 두려움을 깡그리 버린채 즐겁게 뛰논다. 영수네 반급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즐기는 놀음에 정신이 팔려 하냥 즐겁기만 하였다. 하지만 영수는 아무말도 없이 그늘진 구석쪽에 웅크리고 앉아 파아란 하늘만 멍하니 쳐다본다. 어느새 제비 한마리가 영수의 시야에 끼여들었다. 영수는 자유롭게 날아예는 제비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을 띄웠다. 그리고 제비가 시야를 벗어날때까지 머리를 돌려가며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얘, 영수야 넌 뭘하고있어? 어서 이리와서 놀음이나 놀렴. >>
딱친구 철남이가 싱글거리며 영수에게로 다가왔다. 영수는 빙그레 웃으며 일어섰다.
<< 야, 철남아 이제 어문시간에 배운 <고향>말이야, 너는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 고 말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 아, <고향>말이지. 그래 고향을 사랑하겠다는 생각이 전보다 많이 생겼어.>>
철남이는 시원한 그늘쪽으로 영수를 끌었다.
<< 얘, 영수야 네 고향은 어디지?>>
문득 철남이가 물어왔다.
<<나도 잘 몰라. 구경 내고향이 어딘지…>>
영수는 끝말도 채 맺지 못하고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살며시 기울였다.
<<철남아, 그럼 네 고향은 어디니? >>
<<응, 나도 잘모르겠다. 여하튼 무슨 촌이라고 하던데.>>
철남이는 머리를 극적이며 어딘가 쑥스러운 기색이 였다.
<<글쎄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니? 자기의 고향도 잘 모르니! 나는 오늘 어문시간에 참으로 얼굴이 뜨겁더구나. 선생님이 나더러 고향에 대해 말해보라고 시킬가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다행히도 …>>
영수는 어딘가 슬픔의 기색이 소리없이 피여오르고 있었다.
<<야, 영수야 담임선생님께 제기하여 주제 반회를 하는것이 어떻니? >>
철남이는 토끼눈을 해가지고 영수의 대답을 기다리고있었다.
<<좋다! 어서가서 선생님께 제기하자구나!>>
영수와 철남이는 신심에 넘치는 걸음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마침 담임선생님께서 혼자 계시고 있었다.
<<선생님, 요구하나 제기하려고 합니다.>> 영수가 무작정 주제로 들어갔다.
<<네? 무슨 요구인지 말해보세요.>>
어제나 인자한 담임선생님이여서 항상 편하였다.
영수는 철남이에게 슬쩍 눈치를 하였다.
<< 선생님, 오늘 <고향>을 배우고나니 어쩐지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여직 자기의 고향도 잘 모르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
철남이는 끝말도 채 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애들의 깨끗한 얘기 앞에서 선생님은 저으기 기쁜 기색이였다.
<< 참말 좋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고향잊지 않으려고 찾아온 동무들이 너무도 대견스럽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고향을 잊는다는것은 너무도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 반회시간에 <고향> 을 주제로 활동을 하면 어떨가요?>>
영수와 철남이는 너무도 기뻐서 어린애처럼 퐁퐁 뛰였습니다.
활동은 영수와 철남이가 집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자기의 고향에 대하여 말해보라고 하니 거의 한명도 없었다. 다른 애들도 실상은 자기의 고향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몇몇 도시애들이 알고 있을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저 고향이라는 단어 외에는 아무런 감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철남이가 엄숙한 어조로
<<우리 한번 자기의 고향을 찾아보는것이 어떻습니까?! 오늘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들과 자기의 고향을 알아와야 하겠습니다. >>
애들은 서로 쳐다볼뿐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이때 옆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큰 박수를 보냈다. 애들도 그제야 손바닥이 아플정도로 박수를 쳐댔다.
<<철남학생의 생각이 참 좋습니다. 우리는 어데서 살든 언제나 고향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주는 부모님들과 함께 자기의 고향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
애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큰 박수를 보냈다. 모두들의 얼굴은 그처럼 행복할리가 없었다.
이튿날 애들은 모두 부모님들과 함께 고향으로 향하는 렬차에 몸을 싫었다. 영수와 철남이도 부모님들과 함께 고향길에 올랐다. 담임선생님도 고향길에 몸을 맡겼던것이다. 고향으로 향하는 그 심정은 정말 말로서의 형용이 안되였다. 영수네 고향은 구차한 산골이였다. 이젠 몇호밖에 남지않은 그런 편벽한 농촌이였다. 하지만 영수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더우기 자랑스러웠던것이다. 영수는 부모님들과 함께 고향의 산을 오르면서 시원한 공기도 들이켜가며 즐거움과 자랑을 마음속깊이에 심고 있었다.
철남이네도 고향이 더 말할나위도 없는 편벽한 산골이였다. 산 골짜기에 자리잡은 오붓한 농촌이였다. 철남이는 고향의 산과 물을 실컷 맛보면서 잊지 못할 추억들의 차곡차곡 접어두었다. 고향의 품에 안겨보는 그 야릇함에 철남이의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아쉬운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는 철남이는 눈물까지 훔치였다.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지나가고 등교하게 되였다.
애들은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담임선생님도 즐거운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모두들의 얼굴에는 전혀 볼수없었던 아름다움이 흐르고있었다.
<<자, 이제부턴 한동무씩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모두 고향으로 다녀왔지요? >>
애들은 모두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몇몇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애들은 어딘가 좀 슬픈기색이였다. 자랑찬 모습으로 앉아있는 애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은 저으기 행복하기만 하였다.
<<어느 동무 먼저 이야기 해보겠습니까?>>
영수는 엉뎅이를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 철남학생, 머저 이야기 해보세요!>>
철남이는 자랑찬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저의 고향은 매우 편벽한 농촌이였습니다. 지금은 거의 이사를 가고 몇호밖에 남지 않은 그런 산골이였습니다. 이번의 활동을 통하여 너무도 많은것을 깨닫게 되였습니다. 전에는 고향이 농촌이라면 부끄러워서 그냥 거짓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마 이번엔 절실히 느끼게 되였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움보다도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열심히 공부를 하여 고향마을을 더 아름답게 가꾸려는 생각이 절절합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고향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여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저으기 격동되여 철남이는 손까지 저어가며 속생각을 시원스레 털어놓았습니다.
박수갈채가 교실이 떠나갈듯이 울렸습니다.
<< 이번에는 영수학생이 말해보세요.. 아까부터 마악 급해하던데요!>>
영수는 름름한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동무들, 저는 이번에 너무도 큰 수확을 가져왔습니다. 실상 자기의 고향도 모르고 살아온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직접 고향을 찾아 고향의 산도 오르고 물도 실컷 마이면서 고향정을 한껏 느꼈습니다. 자신이 태여난 곳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은 점점 커갔습니다. 여직 고향을 잊고 살아온 자신이 얼마나 죄스러운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만약 선생님의 이런 고마운 활동이 없었더라면 아마 우리는 영원히 고향을 잊고 사는 그런 인간이 되였을것입니다. 선생님, 참 고맙습니다. 동무들, 고향을 사랑합시다! 고향을 위하여 열심히 공부도 합시다!>>
영수는 어느새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또 한번의 우렁우렁한 박수갈채가 교실을 흔들었다.
<<선생님,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마씀해보세요.>>
애들의 한결같은 요구앞에서 선생님은 조용히 일어섰다.
<<동무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번에 철남학생과 영수학생의 건의가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같은 이런 훌륭한 장소가 없을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에 선생님도 3년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찾아보았습니다. 고향은 우리가 태여난 너무도 성스러운 곳입니다. 무릇 어데서 살든 사람은 언제나 고향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고향을 잊는다는것은 어찌보면 고향의 죄인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항상 고향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언제든 고향을 위하여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장한 생각을 키워야합니다. 고항만큼 너그럽고 인자한 존재가 더 없을것입니다. 고향을 위하여 자신을 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는것이 진정 고향에 대한 가장 깨끗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무들, 고향을 위하여 열심히 공부도 하고 몸도 단련합시다!>>
선생님의 너무도 깨끗한 마음앞에서 학생들은 맘껏 미역을 감는듯한 느낌이 였습니다. 이번에는 애들이 모두 일어서서 선생님께 가장 깨끗한 인사를 올리면서 고마움의 박수갈채를 오래도록 보냈습니다.
교실안은 다시금 생기가 흘러넘쳤습니다. 고향을 아끼듯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관심하려는 눈빛이 어느덧 교실의 구석구석을 꼬옥 채우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