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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속의 납함
2013년 12월 29일 09시 27분  조회:1815  추천:1  작성자: 옛날옛적
.소설. 그늘속의 납함 
Author:관리자 Date:1/31/2012 
(철령) 박병대
 
  이변이 일어났다. 대학입시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운동장의 돌멩이마냥, 길가의 풀마냥 어느 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하던 영철이가 이번 입시에서 693점이라는 높은 성적을 따냈다는것이다. 월고때 한번도 5등안에 못들던 영철이가 전교 으뜸은 물론이고 시의 장원까지 바라볼수 있게 되였으니 참으로 기적이 아닐수 없다. 학생들과 교원들은 처음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 하지만 입시참고답안과 채점기준에 따라 꼼꼼히 자기의 점수를 추측했으니 십여일후에 인터넷에 발표될 실제 성적과 오차가 생긴들 극상해야 2~3점일것이고 또 평소에 허풍이란 꼬물만큼도 없고 온종일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있는 영철이니 수분이 있을리 만무하였다.
 “눈먼 고양이가 쥐 잡은 셈이구나.”
 “거참, 벙어리같던 영철이가 뗑을 잡았으니 대입고시란 정말 복불복인거야.”
 온 학급이 단솥의 물마냥 펄펄 끓고 교정이 수림처럼 술렁거렸다.
소문을 듣고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담임 선옥선생이였다. 자기가 맡은 학급에서 봉황이 나왔으니 경사치고 이보다 더한 경사가 어디 있을가만은 품밖에 버려진 알에서 나왔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대학지망원서를 쓰는 날 선옥선생은 영철이를 사무실에 불러들이고 만면에 환한 해빛을 띄우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영철이, 축하한다. 나는 언녕 네가 기적을 일으킬줄 알았다… 이젠 지망원서를 쓸 일만 남았는데 맘속에 어떤 대학을 점찍어놨나?”
“아직은 뭐…” 
영철이가 어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선옥선생이 말했다.
“그만한 성적이면 북대나 청화도 문제없구나. 도전해보지 않겠니? 밑져야 본전인데.”
글쎄요.” 
“하늘이 꺼질가 겁내면 아무일도 못하는거야. 절호의 기회이니 결단을 내리라구… 어때? 신심 있지?”
  “……”
  꿀먹은 벙어리마냥 가타부타 말이 없던 영철이가 사무실을 나갈 때 선옥선생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무척 비굴하고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영철이가 자기의 속내를 빤히 꿰뚫어보는것 같아서였다.
“선옥선생, 성공을 축하하오.” 학년조장인 김선생의 말에 장난기 많은 력사선생이 한술 더 떠 부채질을 하였다.
“선생님, 오늘 시원히 한턱 내세요. 목구멍이 근질근질하네요.”
선옥선생은 동료들이 자기를 비꼬는것만 같아 얼굴에 모닥불을 뒤집어쓴듯 했다. 못먹을 음식을 먹은것처럼 속이 쓰려 견딜수 없는 그녀는 바람을 쏘이러 교정으로 나왔다. 파아란 하늘에서 유유히 헤염치는 흰구름은 그렇게도 자유롭건만 그녀는 영철이와 동사자한테 버림받은 느낌이였다. 내가 영철이한테 부은 심혈이 도대체 몇방울이나 되였던가? 걔가 이제 북경대나 청화대에 진학한다면 학교에선 물론이고 신문사며 TV 기자까지 몰려와서 비결을 내놓으라 성화댈텐데 어쩐단 말인가? 엉뚱한곳에서 떨어진 복아닌 “복”이 그녀를 자꾸만 괴롭혔다.
 20여년을 드팀없이 신성한 교단을 지키며 어느 학생한테도 그늘 한점 생길가 가슴 조이며 하루도 발편잠 한번 못자본 그녀는 내가 언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나 반성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본인만의 불찰이라고 인정하긴 싫었다. 소질교육이 입치례로 변해버린지 얼마인가? 지금 사회에선 명문대의 진학률로 학교의 순위를 따지고 해당교원의 실적을 평하지 않는가? 진학풍수를 꿈꾸며 학교간에 벌이는 우수생쟁탈전은 또 얼마나 치렬한가?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는데 명예와 실리를 추구하는 대환경에 맞서 싸운들 독불장군이 아니겠는가?
승벽심이 강한 선옥선생은 남의 “경험”을 본따 중점생을 정하고 교수의 심도와 난도를 거기에 초점 맞추고 시시각각 “작은 가마밥”까지 먹이고 대다수 학생들은 건성으로 대했었다. 그러니 권력자나 부자집 귀공자가 아니고 고시성적이 다섯손가락안에 못드는 영철이는 자연스레 괄호밖 신세로 되였었다. 수업시간에 그녀의 밝은 웃음과 눈동자는 단 일초도 영철이와 그 부류 학생들의 얼굴에 머문적이 없었다…
지망원서를 쓸 때 선옥선생은 영철이한테 진 “빚”을 약간이라도 갚고싶었지만 안해본 “굿”을 하자니 낯이 간지러웠다. 지망원서를 마감하는 날까지 영철이는 한번도 사무실에 낯을 내밀지 않았다. 마지막 10명이 낸 지망원서를 학급장이 거둬오자 그녀는 영철이의 지망원서부터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가 쓴 지망란에 있어야 할 청화대나 북경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웬 뚱단지같은 무명대학들만 그녀를 놀리는듯 줄서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그녀를 더욱 놀래운것은 지망원서안에 끼인 자그마한 쪽지였다. 그녀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쪽지를 펼쳐보았다.
“선생님, 본의 아닌 장난을 쳐 죄송합니다. 시험점수를 추산할 때 너무 우쭐대는 한 ‘중점생’의 코대를 꺾어놓으려고 한 거짓말이 일파만파 번질줄 몰랐습니다. 전날 저는 사무실에서 실상을 고할가 생각했지만 선생님의 지나친 관심에 그만 용기를 잃었습니다. 그늘에 시들며 순간만이라도 볕을 받고싶던 간절한 마음이 저지른 불찰을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이것이 저만의 소망이 아님을 알아주세요. 우리도 부모님께는 천금보다 귀한 자식이니깐요. 선생님의 옛모습이 그립습니다. 부디 부디.”
“뭐, 거짓성적이였다고? 볕을 받고싶어 그랬다고?”
 덴겁한 선옥선생의 손은 중풍환자같이 파르르 떨리였다. 쪽지안의 글자 한자한자가 그늘속 제자들의 납함이 되여 고막을 때렸다… 일장 악몽에서 깨여난 그녀는 명리의 포로가 되여 몇그루의 묘목만 보고 숲을 잊은 자신이 한없이 가증하고 참괴하였다. 죄악의 그늘은 만들수 없다. 빛을 모두에게 안겨주던 지난날로 돌아가자. 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였다. 창문으로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노을 어린 그녀의 볼을 천천히 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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