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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할머니의 소망
2013년 12월 29일 09시 35분  조회:2268  추천:1  작성자: 옛날옛적
편소설             공할머니의 소망
박병대
     이른 아침, 날이 채 밝기도전에 꿈나라에서 헤여난 공씨댁할머니는 침대우에 누워서 눈을 지그시 감고있었으나 잠은 천리밖으로 달아나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4시를 알리는 괘종소리가 땡땡 울리자 침대에서 부시시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찬물에 세수를 대충 했다. 거울에서 구겨진 종이같이 쪼글쪼글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빠진 앞이사이로 <<후유->>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공할머니는 이 3년동안에 머리칼이 새하얗게 세여 일흔세살치고는 자신이 너무 늙어보인다는것을 생각하니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이제 며칠만  견뎌내면 할미로서 자신이 해야할 의무를 마치게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다. 세상에 둘도없이 소중한 손자애의 전도가 이 사흘에 달렸으니 오늘부터는 좀 더 정성껏 기도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주방의 서쪽벽에 놓인 벽장문을 열었다. 벽장선반의 맨 웃층에는 쌀과 물을 담아놓은 공기 둘과 향 한봉지가 놓여있었다. 할머니는 물공기를 가져다 수도물에 깨끗이 씻은 뒤 찬물을  떠다가 원래자리에 조심스레 올려놓고나서 향가치 3대를 봉지에서 뽑아 가쯘히 한 뒤 가스판곁 창문턱우에 있는 성냥갑에서 성냥 한가치를 꺼내 향에 불을 붙여가지고 쌀이 담겨있는 공기에 꽂았다. 그녀는 경건한 마음으로 신당앞에 다가서서 두손을 모아 신령님께 절을 올리고나서 들릴가말가한 낮은 소리로 소원을 말했다.
<<령험하신 천지신령님, 오늘은 우리집안의 3대독자 명석이가 대학시험을 치는 날입니더..신령님께서 보우해서 손자놈이 장원급제하게 해주시소. 제발제발 비나이다.>> 말을 마친 할머니는 신당앞에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 묵묵히 서있다가 다시 두손을 모아 공손히 절을 올리고나서 향불을 끄고 몸을 돌렸다.
랭장고에서 살얼음이 약간 낀 소고기덩이를 꺼내 도마우에 놓고 잘게 썰고난 그녀는 미나리며 햇배추와 상추잎이며 표고버섯등을 가져다 수도물에 깨끗히 씻었다. 손자애가 평소에 즐겨 먹는  감자볶음도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광주리안에 들어있는 감자 두알을 꺼내서 껍질을 깎은 뒤 채칼질을 하였다. 쌀을 한공기 퍼다가 물에 세번 씻고나서 전기밥솥에 안치고 그 웃층에는 엊저녁에 불궈놓은 찹쌀을 시루에 안쳤다.
.     아침준비를 마치고 벽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다섯시밖에 되지 않았다. 반찬을 너무 일찍 장만했다가 식어버리면 어쩌누 하고 생각한 그녀는 침실로 돌아와서 침대머리에 놓여있는 <<토정비결>>책을 펼치였다. 3년동안 할머니는 그 책을 얼마나 번져보았는지 책가위에는 보풀이 일었다. 해마다 설에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할머니는 아들이며 딸, 손자,  외손들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계산하여 <<토정비결>>에서 알맞는 페지를 찾아보고나서 어느 때는 무슨  일에 조심하고 어느 달에는 외출을 금하라느니 아무 성을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느니 하는 내용을 자손들에게 알려주군 하였었다. <<토정비결>>을 보니 올해 손자 명석이는 대운이 터서 륙칠월에 경사를 맞는다는것이였다. 사회인도 아닌 학생 그것도 고중3학년학생에게 경사란 대학록취를 내놓고 무엇이 있겠는가? 할머니는 누가 책의 그 페지를 찢어가기라도할가봐 가위를 덮은 뒤 베개밑에 밀어넣고는 저도몰래 씽긋 웃었다. 하루도 아니고 꼬박 3년동안 매달 초하루날과 보름날아침에 신령님께 한번도 거르지 않고 꼭꼭 정성을 드렸는데  정성이 지극하면 돌에도 꽃이 핀다지 않았던가?
공할머니는 원래 이 도시에서 90여리 떨어진 조선족마을에 살았었다. 3년전에 명석이가 시에 있는 고중에 입학하자 손자놈의 밥을 해주려고 시내에 와서 52평방짜리 세집을 잡았다. 10년전에 명석이가 소학교3학년에 올라갈 무렵 위장결혼을 하고 한국남자를 따라 출국한 며느리는 첫두해는 가끔 전화도 쳐오고 돈도 좀 부쳐오더니 그 뒤로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줄곳 소식이 없었다. 3년이 지나자 아들녀석도 농사짓기가 지겹었는지 외로움에 지쳤는지 로무를 신청하여 출국하였고 손녀가 심양에 있는 사범학교에 입학하여 집에는 늙은 량주와 손자애만 남아있었다. 두 늙은이는 명석이를 쥐면 깨여질가 불면 날아갈가 금지옥엽같이 애지중지하면서 아비어미없이 자라는 손자애가 혹시 애들한테 업신당하지나 않을가 무척 신경을 썼다. 명석이가 5학년에 올라갈 때 마을의 학생수가 너무 적다는 리유로 농촌소학교를 현성에 있는 중심소학교와 합병해버리자 이 동네 애들은 마을뻐스를 타고 현성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였다. 공할머니 량주는 날마다 손자애에게 점심밥을 싸주고 용돈도 넉넉히 쥐여주며 아침에 애를 뻐스에 태워주고  저녁이면 뻐스역에 나가서 손주애를 맞이하군하였다. 5년이 지나자 키가 한메터칠십이 넘게 자란 명석이는 초중을 졸업하고 시에 있는 고중에 입학하였는데 입시성적이 기준선에 조금 못미쳐서 자비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남들보다 9천원이란 학비를 더 냈었다.
(내가 하루세끼 정성들여 해준 밥도 맛이 없다고 고양이 밥먹듯하는 우리 명석이가 식당밥을 먹어낼가? 학교식당의 음식은 맛이 없다면서 밖에 나가 사먹는 애들이 어디 한둘인가? 우리 석이는 이 할미가 없이는 안되지, 안되구말구.) 명석이가 입학통지서를 가져오자 공할머니는 새로운 근심이 태산같았다. 공할머니는 울며 겨자먹기로 일년에 5천 4백원씩 내고 학교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세내였었다. 할머니는 봄에 령감을 저세상으로 보냈으니 어디에 가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손자곁에 있으면서 끼니를 해주고 애를 돌보면 늘그막의 외로움도 덜고  사는 보람도 있을것 같아서 시내로 왔었다.
할머니가 탁상시계를 보니 여섯시가 되였다. 옆방의 미닫이문을 살짝 열고 침대우를 보니 명석이는 아직도 꿈나라속을 헤매고있었다.
<<석아, 해가 열닷발이나 올랐구나. 얼른 일나 세수하고 밥묵어야재?..
할머니는 명석이가 일어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방안으로 들어와서 자는 애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지그시 뜨고 탁상시계쪽으로 눈길을 던지던 명석이가 짜증을 버럭냈다.
<<할매는 뭐할라고 하마 일나서 이렇게 부산을 피워요?  잠도 못자게.씨.>>
<<뭐? 하마라구? 여섯시가 넘었는데 이젠 일나서 세수도 하고 밥을 묵어야재? 늦으면 우짤라고…>>
할머니의 말은 들은둥만둥 명석이는 다시 보료속으로 미꾸라지같이 파고들어갔다.
<<애구, 이래가지고도 시험을 잘 쳐내겠나? 호_>>
할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나서 명석이의 바지 뒤주머니를 가만히 만져보았다. 주머니안에는 보리알이 몇알 들어있었다. 애들이 시험장에 들어가기전에 애 몰래 호주머니에 보리알을 몇개 넣어놓으면 운수가 좋아서 애가 시험을 잘 치게된다는 이웃집할머니의 말을 명심한 공할머니는 엊저녁에 명석이가 굳잠이 들었을 때 바지뒤주머니에 보리알을 넣어주는것도 잊지 않았었다. 할머니로서는  도울수 있는 일은 다한 셈이였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전기밥가마의  웃층 시루에 찐 찹쌀밥을 퍼서 비닐봉지에 넣고 아구리를 단단히 맨 뒤 도마우에 놓고 밀가루반죽을 미는 밀대로 콩콩 방망이질을 하였다. 떡판도 돌절구도 없는 상황에서 적은 량의 찰떡을 치는데는 이보다 나은 방법이 없었다. 떡이 다 되자 그녀는 이마에서 송골송골 돋아나는 땀방울을 앞치마자락으로 쓱 닦고나서 비닐봉지안에 들어있는 찰떡을 꺼내서 식탁우에 펴놓고 엊저녁에 볶아서 약절구에 찧어놓은 콩가루고물을 골고루 쳤다. 아직까지 김이 모락모락 피여오르는 찰떡은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애먼저 떡맛을 보면 부정을 탈가봐 두려워서 칼로 썰어놓은 떡을 접시에 몽땅 담아놓았다.
<<우리 석이가 이 찰떡을 먹고나면 대학교에 찰떡같이 붙고말고…>>
공할머니는 입속말로 중얼거리면서 밥상을 닦고 수저를 가져다놓은 뒤 생나물반찬부터 상우에 차려놓았다. 이제 명석이가 일어난 뒤 복음채만 만들면 그만이였다.
<<따르릉 따르릉…>>
침실에 놓인 전화기의 벨이 세차게 울렸다. 공할머니는 물묻은 손을 행주치마에 쓱쓱 닦고나서 침실로 엉거주춤 달려가서 수화기를 들고 물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우리 석이 일어났어? 전화받으라고 해!>>
<<그래, 이제 금방 세수할라 갔는데 이제 불러오마.>>
공할머니는 수화기를 놓고나서 옆방으로 가서 손자애의 몸을 흔들어깨웠다.
<<석아, 네 애비한테서 전화왔다. 얼른 가 받아봐래이.>>
공할머니는 한달에 한번도 올가말가한 아들의 전화인데 에미한테 인사말은 한마디도 없이 제 새끼부터 찾는 아들의 소행이  무척 고까왔다. 그렇다고 이국에서 뼈빠지게 고생하는 아들한테 성을 낼수도 없는 처지였다. 명석이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는것을 제 애비가 알면 할매가 애도 제때 깨우지 않고 뭘 했는가고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아들한테 거짓말을 꾸며대지 않을수 없었다.
명석이는 빤쯔바람으로 할머니 방에 달려와서 잠기가 채 가시지 않은 소리로 물었다.
<<아부지, 무슨 일이 있어요? >>
<<음, 오늘이 대학입시하는 날이라지? 준비가 다 됐나? 이번에 네가 대학에 붙으면 내 고급헨드폰도 사주고 북경구경할 돈도 대줄께. 덤비지 말고 시험이나 잘쳐….>>
<<예.아부진 걱정말아요.>>
주방에서 밥상을 차리던 공할머니는 명석이가 자신있게 말하는것을 보고 가슴속에 쌓였던 근심걱정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평소에 학부형회의에 가면 일자무식인 공할머니는 늘 꿔온 보리자루같이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회의가 끝나면 서리맞은 풀이 되여 교실문을 나오군 했었다. 반주임선생은  공부를 잘하는 몇몇 애들과 진보가 빠른 애들에 대해서는 칭찬이 자자했지만 명석이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명석이는 집에 돌아가서 몇시까지 공부하는가요? 수업시간에 종종 책상에 머리방아를 찧군하던데 제때에 잠을 자게 하세요. 명석이가 전자유희청에 자주 다닌다던데 잘 타일러주세요. 요즘 명석이의 학습성적은 말이 아닙니다. >>
공할머니가 반주임선생님한테서 듣는 말은 고작 이 몇마디뿐이였다.
<<평시에 공부 잘하던 애들도 시험에서 미역국을 먹기도 하고 공부를 잘 못하던 애도  좋은 대학에 가는수가 있다니깐, 대학시험도 운수노름이랑깨.>> 공할머니는 저녁산보를 나갔다가 아빠트앞 정자에 모여있는 몇몇 학부모들이 주고받는 말을 귀요기하면서  손자놈의 운수를 은근히 믿고있었다. (우리 석이는 워낙 머리가 좋은 애라 대학시험은 그대로 칠거야, 이제 석이가 대학교에 붙고나면  동네에서 잔치도 크게 벌리고 덩실덩실 춤을 춰야지. 어디 두고보라구.) 그는 어서 대학입시가 끝나고 록취통지서를 받을날을 은근히 기다리고있었다.
전화를 받고나서  잠이 천리밖에 달아난  명석이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수를 하고 방안에 와서 옷을 입었다.
할머니는 볶음채를 몇가지 장만해서 상우에 올려놓고 밥을 한공기 듬뿍 떠서 밥상우에 가져다놓았다.
밥상앞에 앉아서 수저를 들고 이 반찬 저 반찬을 뒤적거리며 밥을 생살씹듯하던 명석이의 얼굴이 구름낀 하늘같이 찌푸둥해졌다.
<<와 반찬이 입에 맞지 않냐? 고내기 밥묵는것처럼 고래 묵고서야 시험을 어떻게 치나? 입맛이 안땡개도 억지로 많이 묵어라.>>
<<됐어.>>
할머니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손자놈은 짜증을 버럭 내면서 수저를 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찰떡이나 맥개 묵고 가그래이.>> 할머니는 애원하듯 말했으나 손자놈은 들은척도 하지 않고 문을 덜컥 닫고 밖을 나갔다. 할머니는 애원에 찬 눈길로 손자놈의 뒤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자놈의 그 황소같은 고집을 이겨낼수 없었던것이였다.
여덟시가 조금 지나자 학교대문밖은 인파로 밀리였다. 대학응시생들이며 그들을 바래주러 나온 학부모와 친척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채 서성거리며 저마다 자기집 애들에게 시험칠 때 주의할점들을 말해주고있었다. 할머니는 손자애가 시험장근방에 오지 말라고 명령하듯 했지만 집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속이 울렁거려서 손자놈이 간 뒤 설거지를 대강 해놓고   학교문앞으로 찾아왔었다.
<<할매는 뭐할라고 이까지 왔어? 얼른 집에 돌아가지 않구…>>
사람들속에서 서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한 명석이가 다가와서 못마땅한듯 짜증을 냈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지켜야 니가 시험을 잘칠거 아이?>>
할머니는 호물입을 놀리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십여분이 지나자 싸이렌소리가 울렸다. 응시생들은 대문을 지키는 공안원에게 수험증을 내보이면서 교문안으로 들어갔다. 애들을 보내고난 학부모들은 강한 해볕을 피하느라 나무그늘아래 둘씩셋씩 모여앉아 한담도 하고 더러는 중간에 신문지를 펴놓고 트럼프를 치기도하였다. 공씨댁할머니는 그들새에 끼여앉아 남들이 하는 말을 귀동냥하면서  손자애가 복습한  문제만 시험에 나올것을 맘속으로 빌었다. 한시간쯤 지나자 할머니는 돌아가서 점심밥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석이가 아침에 밥을 먹는둥마는둥했으니 시험을 치고나면 배가 얼마나  고플가?
할머니는  큰길에 나서자 걸음을 다그쳤다. 허리가 꼬부랑하고 혈압이 높고 심장병이 있어서 가끔 고생을 하지만 아직까지 힘은 있었다. 세집근처에 있는 채소시장에 들린 그녀는 한근에 1원5십전하는 수박 하나와 복숭아 두근을 사가지고 집으로 동동걸음을 쳤다. 할머니는 아침에 먹다남은 반찬은 랭장고안에 넣어두고 점심에 무슨 반찬을 해야 명석이가 맛나게 먹을수 있을가 하는것을 생각하며 정성들여 점심반찬을 마련했다. 이제 40분만 지나면 응시생들이 대문으로 밀물같이 나오겠기에 할머니는 부랴부랴 학교로 잰걸음을 놀리였다. 숨이 가쁘고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손자애가 시험장을 나오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려보노라니 전신에서 힘이 솟았다. 10여분이 지나자 시험장을 나오는 학생들이 하나둘 보이더니 싸이렌소리가 울리자   수험생들이 대문밖으로 우루르 몰려나왔다. 공할머니는 대문에서 7~8메터 떨어진곳에 서서 발돋움을 하면서 명석이의 귀여운 얼굴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명석이는 할머니와 숨박꼭질을 하려는지 다른 애들이 거의 다 나왔는데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할머니의 심장은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우리 석이 나오는거 못봤수? >> 
할머니는 아는 사람들을 찾아 다급히 물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명석이가 나오는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석이가 시험장에서 무슨 사고를 치지나 않았노?) 할머니는 콩콩 뛰는 가슴을 달래며 마지막애가 대문밖을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명석이할매, 여기서 뭘하세요?>>
뒤늦게 시험장을 나오던 진철이란 애가 그녀를 보고 허리를 굽석이며 말했다.
<<우리 석이 나오는거 못봤냐? >>
<<명석이는 한시간전에 벌써 시험장을 나갔는데요. >>
<<엉? 뭐라구? 우리 석이가 왜 그래 일찍 나갔냐? 엉?>>
<<저는 모르겠어요. 석이가 집에 가지 않았던가요?>>
<<안왔는데, 그럼 우리 석이가 어데 갔누? 우리 석이가 으이…>>
낯빛이 금새 백지장같이 된 공할머니는 뒤말을 잇지 못하고 <<으,윽>>하더니 그만 밑둥잘린 나무같이 맥없이 푹 쓰러지고말았다. 혈압이 급격히 올라 뇌출혈이 생겼던것이다. 공할머니는 그렇게도 바라던 손자애의 대학입학소식도 듣지 못한채 영영 쓰러지고말았다.
 
                                        200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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