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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계시
2013년 12월 29일 10시 31분  조회:1541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생태수필                               다람쥐의 계시
                               박병대
   산가에 살면 산의 혜택을 입고 물가에 살면 물의 혜택을 입는다는 말이 조금도 그름이 없다. 료북의 명산 룡수산아래에 사는 나는 이 산과 깊은 인연을 맺고있다.
    구만리장공을 자유롭게 날다가 목이 마른 청룡  한마리가 은빛 파도 반짝이는  채하강의 맑은 물을 마음껏 마시고 혼곤히 잠들어 산으로 변했다는 아름다운 전설을 지닌 룡수산은 사시장철 나에게 즐거움만을 선사하고있다.
 4월이 기울 때부터 룡수산은 살구꽃, 배꽃, 아카시아꽃이 잇따라 하얗게 피여 온 산이 은빛단장을 한다. 베란다의 창문을 열면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이 그윽한 꽃향기를 날라와 코를 간지럽히면 나의 두 다리는 자석에 끌린 쇠덩이마냥 산으로 향해진다. 참새 종달새의 정다운 부름따라 산등성이에 올라가면 산우에는 유람객들로 붐빈다. 청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면서 록음짙은 유보도를 자유자재로 걷노라면 노란빛, 재빛의 다람쥐들이 길에 나와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있다.
      룡수산에는 다람쥐가 얼마나 많은지 이르는 곳마다 다람쥐의 세상이다. 사람들과 무척 친숙해진 다람쥐들은 우리가 가까이 가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가만히 앉아서 제 할짓을 하거나 사람들앞에서 새까만 눈을 뙤록거리며 한참동안 재롱을 부리다가는  숨박꼭질을 하자는듯 숲속으로 몸을 살짝 숨긴다. 눈이 내린 겨울에 다람쥐들은 먹이를 찾기가 어려운지 사람들한테 찾아와서 도움을 청한다. 고놈들은 애들이 까먹는 개암이나 과자등속을 보면 저도 좀 얻어먹겠다고 찍찍거리고 맴돌이친다. 게그맨 못지 않은 다람쥐들의 익살에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참지 못하던 사람들이 먹이를 조금씩 주면 다람쥐들은 날름날름 받아먹고나서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갑삭거리다가 다시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먹이를 좀 더 달라고 아양을 떨며 졸라댄다. 사람한테서 먹이를 넉넉히 얻은 다람쥐들은 먹다 남은것을 창고에 저장해두려고  제 보금자리에 물어다놓고나서 다시 찾아오군 한다.
    다람쥐들이 어느 때부터 사람들과 이렇게 친해졌는가? 손꼽아 보면 이제 십년도 될가말가한 시간이다. 이전에 나는 룡수산에서 다람쥐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때는 산속에 사는 다람쥐의 수도 많지 않았거니와 그보다도 다람쥐들이 사람을 만날가  두려워하여 인적기만 있으면 숲속에 자취를 감춰버렸기때문일것이다.
     옛날 룡수산에는 도라지, 더덕, 취나물 등 산나물도 많았고 다람쥐, 쪽제비, 토끼, 여우 등등의 야생동물들도 욱실거렸다 한다. 그러나 욕심많은 인간들이 산속의 안녕을 깨뜨리고 먹을만한 산나물은 뿌리도 남기지 않고 캐서 야생동물들의 먹이래원이 고갈된데다가 야생동물을 닥치는대로 포획하였기에 많은 동물은 멸종되거나 또는 멸종의 위기를 맞았다.   천행으로 목숨을 건진 야생동물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골안에 숨어서 비참한 삶을 살았을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아마 산짐승들은 우리 인간을 저주하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을지 모른다.
자연은 우리 인류와 야생동물을 키워준 포근한 보금자리이다. 엄격히 따진다면  야산과 초원의 원주인은 야생동물이지 우리 인류가 아니다. 인류는 마치  아메리카를 강점한 구라파식민주의자들이 토착민을 탄압하듯 평화롭게 살아가는 산야의 원주인들을 박해하고 몰아냈거나 잡아먹으며 멸종까지 시켰다. 인간은 우주 만물의 령장이라 자칭하면서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을  평화와 화합의 길로 이끈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독재만을 감행해왔었다. 그로인해 수십억년동안에 형성된 대지의 생태평형은 여지없이 파괴되였다. 실로 <<돌을 들어서 제 발등을 깐다>>는 속담과 같이 인류의 과욕는 자연계에 크나큰 피해를 입혔는데 그것은 또 고스란히 인류자체의 생존에까지 큰 위협을 자초하지 않았던가? 일년 사계절 새옷을 갈아입으며 인류와 야생동물에게 무궁무진한 <<재보>>을 제공하던 아름다운 산은 늙은 문둥이의 머리꼴로 변해 비만 오면 홍수가 범람하고 산사태가 일어나는것이 어디 한두곳이던가? 자연속에서 태여나 자연의 혜택을 받아오다가 다시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을 먹여주고 키워준 어머니-자연을 정복하겠다고  <<불효>>를 저지르던 사람들은 지난날에 저지른  수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후속조치를 대느라 바삐 서두르고있는데 천만 다행으로 그 효과가 바야흐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불행중 다행이다.
한달전에 나는 산에서 푸득거리는 꿩 한쌍을 보았다. 아마도 룡수산이 근년에 많이 변모하여 고향을 그리워하던 조상들의 마음을 헤아려 멀리 피난갔던 꿩들의 후손이 보금터를 찾아온 모양이다. 그리고 며칠전에는 산골짜기에서 길이가 2메터는 됨직한 뱀 한마리가 나와서 볕을 쪼이다가 적의를 품지 않은 사람들의 눈길을 감지하고나서 저으기 안심이 되는지 숲속으로 스르르 꼬리를 감추었다. 외계정보에 무딘 뱀은 <<랭전시대>>가 종식되였다는 소식을 뒤늦게 입수하고 그 허실을 친히 확인하려고 <<제1선>>에 시찰을 나온듯 하다. 이제 인간들의 의식전환이 동물세계에서 널리 홍보된다면 <<고향>>을 찾아오는 <<귀향민>>들은 줄을 설것이다. 보라, 저기 머리우에서 까치들이 나무꼭대기우를 빙빙 돌며 보금자리를 찾고 산토끼들이 이사짐을 싸느라 땀을 흘리고있지 않는가?
우리 인간은 하루 속히 지난날에 저지른 과오를 뼈저리게 뉘우치고 그들이 오는 길에 <<푸른 신호등>>을 켜고 <<프랑카트>>를 걸고 따뜻한 친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 인간은  대자연의 한 가족인 야생동물에게 지난 세월에 진 빚을 말끔히 청산하고 다함없는 사랑을 몰부어야 할것이다.
나는 이제 우리의 손길아래 룡수산과 모든 산들이 동화속의 꽃동산같이 아름답게 꾸려지고 인류와 야생동물간에 불신의 장벽이 봄눈같이 스르르 녹고 신뢰의 성이 구축되여 <<휴전상태>>가 <<평화체제>>로 탈바꿈하고  <<공동발전>>의 새시대를 활짝 열어갈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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