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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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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속의 여우 / T․휴즈
2019년 02월 04일 20시 51분  조회:1551  추천:0  작성자: 강려
생각 속의 여우
T․휴즈
 
나는 이 한밤 순간의 숲을 상상한다.
무언가 살아 있다.
시계의 고독과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이 백지 옆에서.
 
창 밖엔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비록 어둠 속에서 깊어졌으나
더욱 가까워진 무엇인가
고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차갑고 검은 눈(雪)처럼 섬세하게,
한 마리 여우의 코가 잔가지와 잎을 건드린다.
두 눈이 하나의 동작을 대신한다, 그리고 또 그리고 지금,
 
흰 눈 속에 선명한 자국을 찍는다, 나무들 사이에서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절룩거리는 그림자가
그루터기 옆을 느릿느릿 지나간다 그리고
숲 속의 빈터를 대담하게 가로질러 나온 몸뚱아리의
움푹 둘어간 공동(空洞) 속에서, 눈 하나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초록 하나가,
휘황하게 골똘하게
제 일을 시작하고 있다
 
문득 여우의,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그게 어두운 머리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창에는 여전히 별이 보이지 않는다. 시계는 똑딱거리고
백지가 채워진다. (글이 쓰여진다)
 
 
*테드 휴즈(Ted Hughes, 1930~1998 : 영국의 시인.극작가.비평가). 시작법(한기찬 역,청하출판사,1993)
 
[감상] 여우의 움직임을 통해 시 창작 과정을 밝히고 있는 이 시에서 1연은 한밤중 화자인 나는 시상을 정리하기 위해 숲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 숲속에는 시인 이외 다른 무언가가 살아 있다. 방안에는 시계의 째깍거림 이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한 적막이다. 적막 가운데 화자는 백지를 펼쳐 놓고 그 위에 손을 올려 놓고 있다. 2연에서는 화자가 숲속 광경을 마음 속으로 상상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창문을 통해 별을 볼 수 없다고 하는 그는 별과 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 상상의 대상이 아니라, 보다 가까이에 있는 대상을 느낀다. 그것은 어둠 속에 보다 깊이, 보다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고독 속에서 시상은 떠오르는 법. 3연은 보다 가까이 있는 그것은 다름아닌 여우다. 여우는 코로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살며시 만진다. 여우의 코가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닿는 모습이, 흡사 어두운 밤에 눈이 살포시 내리는 것 같다고 한다. 시상이 매우 부드럽게 착상되는 순간이다. 여우는 두 눈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본다. “지금”이라는 말이 계속 반복된 것은 여우가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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