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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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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협,「문심조룡」중에서 댓글:  조회:939  추천:0  2019-03-09
유협,「문심조룡」중에서   유협은 유가적인 문학관에 입각하여 을 저술하였다. 유가(儒) 불가(佛) 도가(道) 사상의 조화를 꾀하던 당시의 사조를 고려해볼 때, 유협이 불가와 도가의 사유방식에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문(文)에 비중을 두고 심(心)의 활동을 논의한 문심조룡의 내용은 인류의 문화와 언어문자의 효용성을 적극적으로 긍정한 유가의 문학관을 골격으로 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서술체계면에서는 불가의 인명학(因明學)(일종의 논리학)의 영향을 받았고, 사유방식에 있어서는 도가의 현상과 본질에 대한 논의를 기본으로 하는 본말(本末)사상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절에서 고적들을 정리하는 소외된 지식인의 신분으로 유협은 중국고대문학 이론을 집대성한 문심조룡을 완성한다. 유협은 스스로 지은 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길은 막막했다. 어떻게 하면 이 저술을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당시 유명한 문인인 심약(沈約)을 떠올린다. 그러나 심약은 신분과 지위가 높은 사족이라서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유협은 자기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을 짊어지고 심약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도로 변에서 그를 기다렸다. 심약이 외출할 때 책을 파는 행상인으로 위장하여 문심조룡을 그에게 바쳤다. 심약은 문심조룡을 읽고 "문학의 이치를 깊이 터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문심조룡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502년경)   42~43쪽.   문채(文采: 감지가 가능한 사물의 형상, 소리, 빛깔 등)의 효용은 대단하다. 그것이 천지와 더불어 생겨난 것은 어째서인가? 하늘은 검은 빛과 땅의 누런 빛이 섞여 있고 땅은 모지고 하늘은 둥글게 형체가 나뉘어 있다. 해와 달은 고리모양의 옥을 겹쳐 놓은 듯이 하늘에 매달려 있는 형상으로 드리워져 있으며 산과 내는 그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땅의 모습을 널리 장식하고 있으니, 이것이 자연적인 이치에 따라 본래적으로 형성된 천지자연의 문채인 것이다. 위로는 해와 달과 별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아래로는 산천이 아름다운 무늬를 지니고 있음을 살필 수 있으니, 이에 따라 높고 낮은 위치가 정해짐으로써 우주를 통솔하는 두 가지 요소(二元: 天 地)가 생기게 된 것이다. 단지 사람만이 여기에 천지와 나란히 참여하여 마음과 정신을 모았으니 이 셋을 '삼재(三才: 天, 地, 人)' 라고 부른다.   사람은 천지만물의 정화며 천지의 핵심이다. 마음에 느낌이 생기면 언어로 확립되고 언어가 확립되면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이다. 널리 만물을 살펴보면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두 아름다운 무늬를 지니고 있다. 용과 봉황은 그림같은 아름다운 무늬로 상서로움을 나타내고 범이나 표범도 아름다운 문채로 자태를 이루고 있다. 구름과 놀의 오묘한 빛깔은 그림 그리는 사람의 능란한 색상을 능가하고 꽃으로 장식된 풀과 나무는 비단 짜는 사람의 솜씨를 기다릴 것이 없다(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러한 것들이 어찌 외부에거 가한 장식이겠는가.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숲 속의 바람소리가 울려 퍼지면 조화롭기가 피리와 거문고의 곡조 같고, 냇물이 바윗돌에 부딪혀 이루어지는 울림은 옥경쇠와 종고소리와 같은 화음을 이룬다. 즉 형체가 확립되면 형체에 따른 아름다운 무늬가 이루어지고 소리가 나면 조화로운 음이 이루어진다. 아무런 의식이 없는 사물도 풍부한 외적인 장식을 지니고 있는데 심정을 지닌 인간이 어찌 문채가 없겠는가.  69~70쪽.   작품 전체의 구조적인 질서와 예술기교 유협은 편에서 "반드시 나타내려는 사상과 감정으로 정신을 삼고, 글에 인용될 내용들을 골격으로 삼으며, 미적인 언어문자 표현을 피부로 삼고, 성률을 소리로 삼는다. 그런 연후에 채색을 베풀듯 문장의 수사를 다듬고, 조화로운 운율의 아름다움을 도모하여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려서 체제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적절한 형식표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상적인 문예작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품의 구조적인 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무수한 생각들을 일치되게 정리하여 여러 가지 논리가 번잡하게 섞여 있어도 의미가 뒤집히는 착오가 없고, 갖가지 말을 늘어놓아도 실이 꼬인 것 같은 어지러움은 없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무들이 해를 향해 가지를 뻗는 것처럼 명확하게도 하고, 해가 지면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함축적이게도 하여, 수미가 긴밀하면서도 표리가 일체화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문장의 이치를 총괄하고 시작과 끝을 통일시키며, 어떤 것을 쓰고 말 것인지에 대해 확정하고, 문장의 각 부분을 통합시키고 작품 전체를 종합하여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하는 '부회(附會)'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문장을 통괄하는 실마리를 잃어버리면 의미가 혼란스럽게 되고, 내용의 맥락이 통하지 않으면 작품이 반신불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131~132쪽.   작품의 감화력(風) 먼저 풍에 관해 보자면 편에서 유협은 '풍(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경'에는 육의가 있는데 '풍'이 그 첫머리를 차지한다. 풍이란 사람을 감화시키는 본원적인 힘이며, 작가의 사상과 감정 및 기질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다. 그러므로 절실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풍'에서 시작해야 한다. '풍'을 잘 이해하는 작가는 감정을 분명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풍'이 요구되는 것은 사람의 형체 안에는 기운(생명력)이 있어야 함과 같다. 작가의 사상과 감정과 기질이 예리하고 명쾌하면 작품의 '풍'도 뚜렷해지는 것이다. 작품에 나타난 사고가 원활하지 못하고 삭막하여 기운(생명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는 작품에 '풍'이 없다는 증거다. (중략) 종합적으로 말해서 '기'는 작가의 생명력으로부터 발산되어 작품에 생명력과 기세를 불어넣게 되므로 작품의 '풍'과 '기'는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기'를 떠나서는 작품의 '풍'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작품의 '풍'은 작가의 의기(意氣)와 격정이 작품으로 외면화한 것이며, 이로부터 말미암는 작품의 독창성과 강렬한 감동력까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 때 '풍'은 개성적인 풍격을 결정하는 주관적인 요건인 작가의 내면적인 특질이 작품을 통해 이상적으로 표현될 때 나타나는 창작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풍'은 감정을 표현하는 이상적인 문예작품이 구비해야 할 요건이 되는 것이다. 152~154쪽.   중국문학 전공자가 보는 의 중요성 지금으로부터 1500년 이상 시공의 차이를 지닌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의 문학현상에 적용이 가능한 다량의 보편적인 문학관점과 이론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 필자가 문심조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중국 고대문학의 구체적인 현상 및 전개와 변화의 상황을 문학이라는 각도에 초점을 맞추어 이처럼 체계적으로 전달해준 책은 없다는 점도 필자가 문심조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서 은 역사적인 가치와 보편적인 가치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므로 중국문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물론 문학의 본질을 고찰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서적이다.  177쪽.   문예의 핵심 -감정과 언어문자 표현 분이나 눈썹그리개는 얼굴을 꾸미는 것이나 예쁜 눈과 입의 모습은 고운 자태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화려한 수식으로 말을 꾸미지만 수식의 화려함은 타고난 감정에 근본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감정은 수식의 경선이며 언어문자의 표현은 마음의 이치를 나타내는 위선이니, 경선이 바로 잡힌 후에야 위선이 이루어지며 마음의 이치가 정해진 후에야 언어문자의 표현이 유창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미적인 언어문자의 표현을 이루는 근본인 것이다. 221쪽.   작가 수양론 이런 까닭에 문학적인 구상을 연마하는 데 있어서는 고요하고 빈 마음의 상태를 가장 귀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끗이 하고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 학문을 쌓아서 지식의 보물을 모으고 이치를 헤아려서 재기를 풍부하게 하고, 이전 것들을 연구하여 환히 알도록 힘쓰고, 생각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좇아 말을 질서 있게 배열한다. 그런 다음에 오묘한 도리를 깨닫는 주체인 마음으로 하여금 성률(리듬감)에 따라 문자를 선택하게 하고 독특한 견해를 지닌 장인처럼 구상 속의 형상인 의상(意象)을 따라 창작을 진행시킨다. 이것이 문학적인 구상을 다루는 으뜸가는 방법이며 작품 기획의 중요한 단서라 하겠다. 마음의 생각과 언어는 정신활동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뜻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면 이치가 명백해지고 감정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면 정신이 피곤해지고 기운이 쇠해지니 이것이 바로 사람의 타고난 감정의 법칙인 것이다. 239~240쪽.  
7    문심조룡(文心雕龍) 2 댓글:  조회:847  추천:0  2019-03-09
문심조룡(文心雕龍) 2     작품의 이상적인 스타일(풍격) 연출을 위한 객관적인 요건     풍(風)에 관한 서술 시경에는 육의가 있는데 풍이 그 첫머리를 차지한다. 풍이란 사람을 감화시키는 본원적인 힘이며, 작가의 사상과 감정 및 기질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다. 그러므로 절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풍에서 시작해야 한다. 풍을 잘 이해하는 작가는 감정을 분명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풍이 요구되는 것은 사람의 형체안에는 기운이 있어야 함과 같다. 작가의 사상과 감정과 기질이 예리하고 명쾌하면 작품의 품도 뚜렷해지는 것이다. 작품에 나타난 사고가 원활하지 못하고 삭막하여 기운이 결려되어 있다면 이는 작품에 풍이 없다는 증거이다.  -   생명력의 중요성 위문제 조비는 "문장은 작가의 재기를 문장구성의 주된 요인으로 삼아 이루어지는데 재기의 뚜렷함이나 불분명함은 타고난 바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억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공융에 대해 "타소난 재기가 지극히 훌륭하다" 라고 평론하였고, 서간에 대해서는 "때때로 제(齊)나라의 완만한 기질(개성)이 보인다" 라고 하였으며, 유정에 대해서는 "빼어난 재기를 지니고 있다" 라고 하였다.   유정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용은 아주 뛰어나다. 그는 비범한 재기를 지니고 있어서 그 문장의 개성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이는 모두 타고만 기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정은 "문장 체제의 기세에는 분명히 강약이 있다. 만일 하고자 하는 말을 이미 다했는데도 여전히 기세가 남아 있다면, 이는 천하제일의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고 보통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유정이 말한 것은 대부분 문자의 기세의 의미도 포함한다. 그런데 문장이란 기세에 죄우되며 강건과 부드러운 것이 있어서, 반드시 장대한 말이나 의기가 강개한 경우가 아니어도 역시 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골(骨)에 관한 서술 신중히 언어문자를 활용하여 배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골을 중시해야 한다. 작품의 골을 이루는 데 숙달된 작가는 언어의 선택을 적절하고 허술함이 없이 할 수 있다. 작품의 언어문자 표현에 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람의 형체에 그것을 지탱하는 뼈대가 있어야 함과 같다. 작품의 언어문자 표현에 짜임새사 이루어지고 계통이 서면 작품의 골이 완성되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이 빈약하고 수식이 과도하여 번잡하고 체계가 없다면 이는 작품의 골이 결여되어 있다는 증거다.   -                                                                                                 화려한 꿩이 갖가지 색들의 깃털을 두루 갖추고 있으나 백보밖에 날지 못하는 것은 살은 쪘으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가 아름다운 깃털을 잦추지는 못했으나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것은 골격이 강건하고 그 기운이 맹렬하기 때문이다. 문장의 재능과 역량도 이와 유사하다. 만일 풍과 골이 있으나 문채가 없다면 문학의 영역에 야생조류들만 있는 것과 같을 것이고, 문채는 있으나 풍과 골이 없다면 문학의 숲에서 도망 다니는 꿩과 같을 것이다. 오직 빛나는 문패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높이 날아오를 수 있어야 문장에서 봉황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화려한 수사가 풍부하다 해도 작품에 풍과 골이 살아 움직이지 않으면 화려한 수사도 힘을 잃고 운율의 아름다움도 무력해진다.     -   그러므로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의 구조를 정돈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기를 충실해야 하며 표현이 강건하면서도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작품은 참신한 면모를 지니게 되는 것이니 작품에서의 풍과 골의 작용은 새의 날개에 비유될 수 있다.   글의 짜임이 서로 뒤바뀔 수 없을 만큼 적절하고 운율이 확실한 조화를 이루어 막힘이 없는 것은 풍골의 힘이다. 사마상여가 지은 는 위기가 구름을 타고 노니는 듯하다고 일컬어지며 문채 또한 풍부하여 문장의 모범이 되었는데 이는 그 작품이 주는 감동의 힘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옛날에 반욱의 은 경전을 모방하여 지은 것이었는데, 무수한 문인들이 그 작품을 보고 붓을 거둔 것은 그 작품의 표현력(骨力)이 지극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   빛나는 소리는 높이 울리고 그 큰 감화력은 멀리까지 미치게 된다. 높은 뜻과 뚜렷한 언어문자 표현으로 그 장엄한 호령을 울려 퍼지게 한다.  -   내용은 반드시 명백해야 하고 논리는 정확해야 하며, 그 기세는 왕성해야 하고 언어문자 표현은 단호해야 한다. 이것이 격문을 짓는 요점이다.   -   그러므로 직책의 임무는 마치 매가 새들을 공격하는 것과도 같으니 그러한 기세를 연마하여 붓끝에서는 감화의 바람도 일어나고 종이 위에는 서리가 맺힐 정도로 싸늘함이 배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권력과 신분의 강압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세가 문장 가운데 흐르도록 해야 하며 선을 저버리고 악을 좇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하도록 방임하지 않는 고리가 문장의 밖까지 진동하게 해야 한다. 붓은 칼날보다 예리하고 먹은 진한 독술을 머금은 듯하다.  -     이상적인 감상법과 감상의 즐거움   독자 감상활동의 과정 문장을 짓는 사람은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을 글로써 나타내며 문장을 보는 이는 문장을 통해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의 세계로 돌아간다. 마치 적은 물줄기를 거쳐 물의 근원에 이르듯 비록 감추어진 작가의 의도라도 이런 경로를 통해 반드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시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작가의 얼굴을 보지는 못해도 그의 글을 통해서 그 마음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독자의 식견과 관조 어찌 이미 이루어진 작품이 이해하기 힘들 만큼 깊은 것이겠는가? 우리의 식견과 관조가 얕은 것이 걱정이다. 뜻이 산이나 물에 있으면 거문고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하물며 사람의 감정이 붓끝에 실려 형상화되면 어떻게 숨길 수가 있겠는가? 때문에 마음이 이치를 헤아리는 것은 눈으로 형체를 빛추는 것에 비유된다. 밝은 눈으로 보면 형체가 구분되지 않음이 없고 예민한 마음으로 살피면 이해되지 않는 이치가 없다.   독자 반응의주관성과 다양성 강개한 사람은 격앙된 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마음이 넓고 온전한 사람은 세밀하고 함축적인 작품을 보고 기뻐하며, 천박한 화려함을 선호하는 사람은 기려한 글을 대하여 마음이 설레고,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괴이한 것을 듣게 되면 놀라워한다.                                                                                                         -   작품 이해의 어려움 문장변화의 이치는 다함이 없으니 이러한 변화를 알아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된다. 빛나는 옥이 때로는 돌과 혼동되기도 하고 푸른빛의 작은 돌이 때로는 옥과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정밀한 사람의 글은 요약적이지만 재능이 없는 사람의 글도 역시 간략하다. 박식한 사람의 글은 풍족하지만 번잡한 사람의 글도 잡다하다. 논리적인 사람의 글은 명철하지만 천박한 사람의 글도 노골적이다. 심오한 사람의 글은 은밀한 데가 있지만 괴이한 사람의 글도 역시 왜곡되어 감추어진 듯하다.               -   독자의 편벽된 기호 사람들의 미에 대한 기호는 편벽되어 있어서 전면적인 감상력을 갖추지 못한다. 자기의 기호에 맞으면 감탄하고 읊조리지만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으면 보기를 멈추고 방치해버린다. 각자 편벽된 이해력을 가지고 만 갈래로 변하는 문학을 헤아리려 한다. 이것은 이른바 동쪽을 향하여 바라보면 서쪽 담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지양해야 할 감상태도 문학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비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문학작품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독자를 만난다는 것도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작품을 이해하는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예로부터 작품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이들은 동시대의 것은 천시하고 옛 것을 생각했다. 이것은 말하는 바 항상 목전의 것은 믿지 않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음을 쏟는다는 것이다. 옛날 한비자의 이 처음 나오고 사마상여의 가 처음 지어졌을 때 진시황과 한 무제는 그들과 같은 때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그러나 같은 시대의 사람임이 드러나자 한비자는 옥에 갇히고 사마상여는 냉대를 받았다. 어찌 동시대인을 천시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반고와 부의는 문장을 짓는 데 있어 실력이 비슷했지만 반고는 부의를 조소하여 이르기를, "붓을 잡으면 스스로 쉴 줄을 모른다"고 했다. 진사왕이 문학적인 재기를 논한 글에서도 공장을 심히 배격하고 경례하는 글의 윤색을 청한 것을 계기로 그의 글이 아름다운 말이라고 감탄했고, 계서는 남의 글을 비판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괴변가인 전파와 비교되었으니 조식의 평가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위문제 조비가 문인들 간에 서로 경시한다고 한 것은 헛된 말이 아닌 것이다.   군경은 말재주가 있다고 여기고 문장을 잘못 논하여 말하길, "사마천이 저작을 할 때 동방삭에게 의논을 하였다"고 하였다. 때문에 환담 같은 사람들이 서로 돌아보면서 비웃었다. 그는 사실 지식이 없는 미천한 사람으로 경솔히 말하여 비난을 받았다. 하물며 문인이 망령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놓고 볼 때 영명한 식견을 가지고도 옛것만을 귀히 여기고 동시대의 것을 천시한 대표자로는 진시황과 한무제를 들 수 있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를 올리고 남을 경멸한 대표자는 반고와 진사왕 조식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문학에 별로 재간이 없으면서 거짓된 것에 미혹되어 진실을 왜곡시킨 대표자는 노호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작의 말로가 간장 항아리의 덮개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 고인의 말이 지나친 탄식만은 아니다.                                                                     -   독자의 예술소양 천개의 곡조를 다룬 후에야 음악을 알게 되고 천개의 칼을 본 후에야 명검을 알게 된다. 때문에 편견 없는 감상법을 위해서는 우선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한다. 높은 산을 보고 나면 작은 언덕의 형체를 알게 되고 큰 바다를 보고 나면 도랑의 물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작품을 감상할 때 그 비중을 다루는 면에서 사심을 넣지 말고 애증에 편벽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저울처럼 공평하게 이치를 평가할 수 있고 거울처럼 맑게 작품의 표현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의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 살펴야 할 것들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여섯 가지의 관찰점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작품의 주제와 체제의 일치 여부를 살핀다. 둘째 어휘사용의 적절성을 살핀다. 셋째 작품에 나타난 전통의 계승과 변혁의 문제를 살핀다. 넷째 새로움의 추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살핀다. 다섯째 전고나 성어의 사용이 적절한가 살핀다. 여섯째 사용된 어휘의 성률이 조화로운지를 살핀다. 이러한 방법이 취해지면 작품의 우열은 드러나게 된다.   감상의 즐거움 오직 깊은 식견에 의해서 작품의 심오함을 관조할 수 있는 사람만이 문학작품에서 심적인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봄 누대의 놀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음악이나 음식이나 나그네의 발을 멈추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난은 나라 안에서 가장 향기가 좋은 꽃이지만 그 묘한 향기가 사람의 몸에 베어들때 비로소 향기를 떨친다. 문학서적도 또한  나라의 꽃이지만 그 풍성함이 잘 음미될 때만 아름다움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바르게 감상하고 비평하고픈 사람들은 이 점을 분명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   문학창작의 기교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사용하는 시기를 교묘하게 포착하면 작품의 뜻과 감정의 여운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작품 어휘의 기세가 함께 모여든다. 눈으로 보면 비단에 수가 놓여 있는 듯하고 귀로 들으면 관현악을 듣는 듯 하며 이를 음미하면 풍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이를 감상하노라면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출처: 문심조룡, 2005 지은이/ 김민나 펴낸이/ 심만수 펴낸곳/ 살림출판사 * 채란타이핑
6    문심조룡(文心雕龍) 1 댓글:  조회:1049  추천:0  2019-03-09
문심조룡(文心雕龍) 1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활용     문예창작에 있어서 언어문자는 작가 내면의 감정이나 사고를 구체화하여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언어문자가 문예언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감상이 가능한 작품의 표현구조를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문예작품이 창작되어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감상하게 하기 위해서는 언어문자로 작가 내면의 정서 및 사상을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표현과정을 통해 달성되는 미적 효과는 문예 매개체인 언어문자를 예술적으로 활요안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협은 편에서 "예로부터 문장이란 아름답게 다듬어 꾸미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 라고 말함으로써 문예언어의 본질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유협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편에서 작가의 문예구상 및 표현의 과정을 논의할 때 삼(麻)을 베틀에서 공들여 제작하면 뚜렷한 문채를 지니는 삼베가 되는 것을 비유로 들어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가공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에 의하면 유협이 말하는 '조욕'이라는 단어는 편에서 말하는 "언어문자를 수식하여 글을 완성한다"는 '건언수가(建言修辭)'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에서 말하는 '조욕'이라는 자체가 본래 지니고 있는 미적인 속성을 예술적으로 활용하여 문예언어의 미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어문자의 속성: 형(形) 음(音) 의(義)   어떤 방식으로 언어문자를 구성해야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문예언어를 다듬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바로 에서 말하는 '조욕'의 문제-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활용론으로 직결된다. 문예의 형식미를 창출해내는 방법과 기교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어문자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유협음 언어문자의 분질적인 특성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물론 유협이 파악하고 있는 언어문자는 중국의 한자를 말한다.   편에서 양웅의 말을 인용하여 언어는 마음의 소리며 문자는 마음의 그림이라고 하였다. 편에서는 언어라는 것은 문장 구성의 관건이며 정서와 사상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기구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편에서는 마음은 음성이 되어 언어로 나타나고 언어는 다시 문자가 되어 형체를 드러낸다. 글을 읊조릴 때는 궁(宮) 상(商)등의 음률(音律)이 이어지고 눈으로 글을 대할 때는 자형(自形)으로 문자표현의 효과 여부가 귀결된다. 그러므로 언어문자의 소리와 형상이 적절하고도 뚜렷하게 드러나면 먹의 문채가 약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협은 언어와 문자의 다른 점도 인정하고 있다. 즉 문자는 시각에 호소하는 부호이므로 '마음의 그림(心畵)'이라고 하였고, 언어는 청각에 호소하는 소리이므로 '마음의 소리(心聲)'라고 하였다. 유협이 의 전편을 통해 논의 하고 있는 '문(文: 운문)과 '필(筆: 산문)은 선진시대 이후의 서면(書面) 언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협이 언어와 문자를 구별하여 논하는 목적은 중국문자가 지니고 있는 형상적인 아름다움과 음성적인 아름다움의 속성을 돌출시키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창작과정에서 언어문자를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작가의 감정과 사고를 담은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다. 언어문자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언어문자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드러내는(表意)' 속성 때문이다. 유협은 언어문자의 형상과 소리의 미적 속성과 더불어 의미를 드러매는 표의의 속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편에서 중국문자의 변화과정을 논의할 때 문자의 훈고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 "문자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흥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다르게 쓰인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편에서 말하는 형문(形文), 성문(聲文), 정문(情文)은 중국의 언어문자의 속성인 형, 음, 의를 기본으로 하여 발전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유협은 한자의 형, 음, 의의 미적 속성을 최대로 발휘한 변려문이 극성했던 남조의 제나라와 양나라 시기에 살았으므로 중국 언어문자의 미적 속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기교까지 탐구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유협은 문예창작에 있어서 형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네 가지 표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상한 글자를 피한다, 연이어져 나오는 동일한 변의 글자를 생략한다, 중복을 조절한다, 단순한 글자와 복잡한 글자를 조화롭게 배치한다.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매우 드물게 보는 글자나 이해하기 힘든 글자를 대하게 되면 "스승이 없이는 그 단어를 해석할 수 없고, 박한한 자가 아니면 그 논리를 종합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편에서도 "구절이 청신하고 빼어나려면 문자를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상한 글자의 사용은 문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체의 괴이함으로 작품 전체적인 화면을 망쳐버림으로꺼 시각적인 미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유협은 "글자를 엮어 한 편의 문장을 지을 때는" 반드시 "이상한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작품의 구절 속에 동일한 변방의 글자가 계속해서 출현하면 화면을 지루하고 단조롭게 하여 독자로 하여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므로 이 역시 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예언어에 있어서 '조화로운 리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리듬(운율)형식의 중요성도 설명하고 있다. 즉 "옥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낭랑한 소리"와 같은 청각적인 미감을 통해 작품의 '여운의 미'와 '감동' 을 이끌어내는 '조화로운 리듬'의 의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숲 속의 바람소리가 울려 퍼지면 조화롭기가 거문고의 곡조와 같고, 냇물이 바윗돌에 부딪혀 이루어지는 울림은 옥경쇠와 종고소리와 같은 화음을 이루는 것" 처럼 "소리가 나면 조화로운 음률을 이루는 것" 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았다.  신사편에서도 "읊조리는 가운데 주옥과 같은 소리가 나온다"고 말하고 있으며, 편에서도 "글을 읊조릴 때는 궁, 상 등의 음률이 이어진다" 라고 말하고 있다.           작품 전체의 구조적인 질서와 예술기교   유협은 편에서 "반드시 나타내려는 사상과 감정으로 정신을 삼고, 글에 인용될 내용들을 골격으로 삼으며, 미적인 언어문자 표현을 피부로 삼고, 성률을 소리로 삼는다. 그런 연후에 채색을 베풀듯 문장의 수사를 다듬고, 조화로운 운율의 아름다움을 도모하여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려서 체제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적절한 형식표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상적인 문예작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품의 구조적인 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들이 해를 향해 가지를 뻗는 것처럼 명확하게도 하고, 해가 지면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함축적이기게도 하여, 수미가 긴밀하면서도 표리가 일체화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문장의 이치를 총괄하고 시작과 끝을 통일시키며, 어떤 것을 쓰고 말 것인지에 대해 확정하고, 문장의 각 부분을 통합시키고 작품 전체를 종합하여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하는 '부회' 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문장을 통괄하는 실마리를 잃어버리면 의미가 혼란스럽게 되고, 내용의 맥락이 통하지 않으면 작품이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구조의 전체적인 미적 효과를 위해 부분적으로 잘된 부분을 희생시킬 줄 아는 것이 바로 창작상의 기본 원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을 저작한 주관적인 동기와 목적 저작을 통해 정신생명의 불후를 추구(천고에 이름을 드날리고자 한 유협)   우주는 매우 넓으며 일반인과 인재가 두루 섞여 있다. 많은 사람중에서 뛰어날 수 있는 길은 지혜와 슬기뿐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사람의 생명도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명성과 업적을 남기는 길은 창작뿐이다. 사람의 용모는 천지를 본보기로 했고 천부적인 품성은 오행의 움직임을 따랐으며 눈과 귀는 해와 달을 닮았고 목소리와 호흡은 바람에 비유된다. 사람이 만물 가운데 가장 뛰어나게 된 것은 그 심령 때문이다. 신체는 초목과 같이 약하나 명성은 금석보다 견고하다. 그러므로 군자가 세상을 살아갈 때에 덕을 세우고 말을 남기려는 것이 어찌 변론을 즐겨서겠는가.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일곱 살 때 비단 같은 채색구름을 보고 올라가 그것을 따는 꿈을 꾸었다. 삼십이 넘은 어느 날 밤에는 붉은 칠을 한 예기를 들고 공자를 따라 남쪽으로 가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잠을 깨고는 무척 기뻐했다. 위대한 성인을 만나기란 어려운 것인데 이 하찮은 자의 꿈에 나타나신 것이 아닌가. 인류 역사상 공자처럼 위대한 인물은 없는 것이다.                                                                                                    -   인생은 유한하지만 지혜만은 무한하다. 만물의 현상을 따르기는 어려우나 본성에 의지한다면 용이하다. 홀로 산수에 거하면서 문학의 의의를 곰곰이 생각한다. 문장이 과연 마음을 싣는 것이라면 나의 마음도 기탁할 곳을 얻으리라.                                                                                                    -   참으로 신묘하다. 타고난 지성을 지닌 성인은 만물의 깊고 밝은 이치를 주관한다. 깊은 이치를 문장으로 표현하고 탁월한 재기는 문장의 아름다운 언어표현을 이룬다. 하늘에 달려 있는 해와 달처럼 밝게 현상을 관찰하니 그 언어표현은 산과 바다만큼이나 풍부하다. 육체는 백 년이 되면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그 마음은 천 년이 지나도록 남는다.                                                                                                     -   대중들은 무리지어 살면서 복잡한 가운데 개성이 드러나지 못할까 걱정하고 군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과 덕망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꺼린다. 오직 재기가 뛰어난 사람만이 빛나는 문장을 남기어 그 이름을 드날리고 해와 달처럼 뚜렷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아! 그 자신과 그가 처했던 시대와는 위배되었으나 그 뜻은 만물의 이치와 더불어 펼쳐졌으니, 그 마음은 만고에 드러나고 그 품은 뜻은 천년이 넘도록 전해지리라. 금이나 돌이 썩는다 해도 그 명성이 사라지겠는다.                                                                                                     -   문장의 용도란 경전의 작용을 측면에서 보좌하는 것이며 다섯 종류의 예의법칙은 그 힘으로 완성되고 여섯 부분의 행정기구도 그것에 의해서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시대로부터 멀어져가면서 문학의 체제가 흐트러지고 작가들은 신기함을 즐기며 실속 없이 들뜬 표현을 귀히 여기게 되었으니, 이는 마치 자연적인 장식을 갖추고 있는 새의 날개에다 물감을 칠하고 가죽 띠나 수건에다 무늬를 수놓은 것과 같은 것으로 본질에서 더욱 벗어나 문자언어의 오용이 심해진 것이다. 상서에서 말을 논할 때는 요점 파악을 귀하게 여겼고 공자가 교훈을 펼 때는 이단의 학설을 미워했다. 상서의 말과 공자의 교훈이 내용은 달라도 그들 내용의 요점은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동기에서 붓을 들고 먹을 갈아서 문장을 논하기 시작한 것이다.                                                                                                     -       사람은 본래 일곱 가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외계의 사물에 감응이 발생하게 되는데 감응이 있게 되면 그 마음의 뜻을 읊조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인류 문화의 기원은 태극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신비한 이치에 대한 깊은 통찰은 중의 괘상(卦象)을 가지고 최초로 삼는다. 복희가 먼저 팔괘를 그리고 공자가 끝으로 십익을 저술했다. 그 중에 건괘와 곤괘는 공자가 특별히 문언이라 이름 하여 해석했다. 즉 언어에 나타난 아름다운 수식은 천지의 핵심인 사람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새의 발자국을 보고 글자를 만든 창힐의 문자가 노끈 매듭에 의한 의사전달을 대신하게 됨으로써 문자이 존재가 마침내 분명해졌다.                                                                                                      -      출처: 문심조룡, 2005 지은이/ 김민나 펴낸이/ 심만수 펴낸곳/ 살림출판사 * 채란타이핑   
5    <문심조룡> 깊이 읽기 댓글:  조회:944  추천:0  2019-03-09
깊이 읽기     작가의 문예구상과 상상력    문심조룡에서는 성인이 경전을 탄생시킨 '마음의 작용(用心)' 을 문예창작을 위한 심적인 활동의 표준양식으로 삼고, '신사론(神思論)' 이라는 문예구상론을 통해 더욱 심도있게 작가의 창작을 위한 '마음의 작용'을 다루고 있다.   외부 사물에 대한 감동과 표현 욕구의 발생   문심조룡에 의하면 문예창작활동은 작가가 외부 사물에 대해 미감을 경험하고 - '감(感)',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창작 욕구가 일어나는 것- '흥(興)' 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작충동은 작가와 외부 사물간이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편에서 "감정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면 사물에 의해 감정이 일어나게 된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협은 창작을 위한 미적 체험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작가가 미를 감상하는 능력과 미를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적체험을 위한 최적의 마음상태   유협은 편에서 '고요하고 청정한 마음의 상태(虛靜)"과 '집중력' 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가 미를 감상하는 능력과 미적 체험을 위한 최적의 마음상태를 구비하고 있다고 하여도 창작충동을 촉발하는 객관적인 사물을 떠나서는 미적 체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적 체험의 진행과정   그렇다면 작가의 외부 사물에 대한 미적 체험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유협은 편의 "감정이 무언가를 선물하듯 사물에게로 향하면 사물은 이에 답하는 듯이 감흥을 선사한다" 는 구절을 통해 작가와 사물간의 상호작용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작가의 외부 사물에 대한 미적 체험은 '반응' 이 아닌 '감응' 이라는 의미이다. 문심조룡에 의하면 작가에게 감응을 일으키는 대상은 주로 계절에 따라 자연경관의 다양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의미하는 '물색(物色)' 임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을 동반한 문예구상과 과정   문예창작을 위한 심적인 활동은 작가가 언어문자로 예술형상을 창조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유 활동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창조를 위한 상상활동이 필수적이다. 작가는 감각기관을 통하여 외부의 사물에 감응하게 되고, 이로부터 사물에 대한 인상과 감정을 얻게 된다. 이러한 인상과 감정이 그것을 예술화하는 과정에서 생동감 있게 표현되고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작가의 창작활동에서 상상력이란 창조를 생명으로 하는 예술을 예술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근원이다.   상상 사유의 특징   편의 첫 단락에서 " 옛 사람이 이르기를 ' 몸은 강이나 바닷가에 있어도 마음은 높은 궁궐에 있다' 고 했는데 이것이 상상력을 말한 것이다" 라고 하였다. 유협은 문예구상에 있어서 상상력의 범위는 참으로 요원하기 때문에 조용히 생각을 모으면 천 년의 세월도 접할 수 있고 천천히 얼굴을 움직이면 만 리를 내다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글을 읊조리는 가운데 주옥같은 소리가 나오며 생각을 모으는 가운데 눈앞에는 바람과 구름의 변화 많은 모습이 펼펴지기도 하는데 이 모든 현상들이 바로 상상력이 극에 달한 것이라고 하였다. 시청각적인 미감은 외부의 사물을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상상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시각과 청각의 미적 체험을 의미하는 것이다. 편에서 유협은 문예 상상활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작가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음향에 대한 미감을 '내청(內聽)' 이라고 하면서 사람이 외부의 음향을 귀로 직접 듣는 '외청(外聽)' 과 구별하고 있다. 음향에 대한 감각을 내외로 구분하는 이치에 근거하여 본다면 상상 속에서 전개되는 형상에 대한 미감은 '내시(內視)'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활동의 원인인 외부 사물에 대한 감동과 연상은 모두 작가의 감성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루어지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예적인 상상을 유도하는 조관적인 조건 - 작가의 사고와 기질   지(志)는 작가의 사상과 의식이라고 할 수 있고, 기(氣)는 작가의 개성적인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志)는 작가마다 각기 다름 개성적인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는 작가의 개성적인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마다 각기 다른 개성적인 기질이 밖으로 표현되면 재기(才氣)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개성적인 기질은 그 안에 재능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志)와 기(氣)는 본질적으로 작가가 문예 상상활동을 통해 창조해내는 문예형상의 개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편에서 유협은 "기질이 사고에 열매를 맺게 하고 사고는 언어표현을 결정짓는다" 고 말하고 있다. 신(마음: 神)은 작가의 문예창작활동의 핵심이며, 문예형상을 창조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그 활동은 반드시 작가의 사상의식과 재능의 발휘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기(志氣)' 가 '신(神:마음)' 을 통솔하는 관건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문예적인 상상활동에 있어서의 영감의 문제   양기(養氣) 편에서도 "문예구상에는 예리함과 둔함이 있고 영감이 도래하는 시기에는 통할 때와 막힐 때가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문예구상의 트임과 막힘 속도의 느림과 빠름은 영감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영감이란 문예구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돌연히 나타나는 독창적인 사고의 흐름을 말한다. 영감으로부터 촉발된 사고의 흐름이 창작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상상을 포함한 문예구상 활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영감은 신사(神思)와 동일한 개념은 아닌 것이다. 영감은 예술구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우연히 출현하여 신사 활동을 원할하게 해주는 사고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유협은 물색 편에서 "사물에는 한결같은 모습이 있으나 사고에는 일정한 법칙이 없기 때문에 때로는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깊은 표현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깊게 생각할수록 하고자 하는 표현과 더욱 멀어지기만 할 때도 있다" 면서 왕래가 일정치 않은 영감의 내재적인 규율을 말하고 있다.    
4    ◈ 마음과 언어의 예술적 만남, 문심조룡(文心雕龍) 댓글:  조회:997  추천:0  2019-02-25
◈ 마음과 언어의 예술적 만남, 문심조룡(文心雕龍)     해설자 ; 김 민나(서울여자대학교 동양어문학부 교수)   목차     1. 언어-마음의 소리, 문자-마음의 그림  2. 예술정신이 충만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 유협  3. 문학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 - 감정과 예술적인 언어표현  4. 작가의 창작활동  5. 작품의 이상적인 스타일  6. 독자의 감상 활동  7. 본질적인 차원에서 문학예술을 탐구한 동양의 문예학 고전  8. 더 생각해볼 문제들  9. 추천할 만한 텍스트 언어-마음의 소리, 문자-마음의 그림    언어는 마음의 소리이며 문자는 마음의 그림이다.『문심조룡(文心雕龍)』의 작가 유협(劉勰)은 『문심조룡』의 「서기」편에서 양웅(揚雄)이라는 고대 작가의 말을 인용하여 언어문자와 마음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문심조룡』의 서문에 해당하는 「서지(序志)」편에서는 『문심조룡』이라는 책이름(書名)이 갖는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문심(文心)'은 문학창작이나 문학 감상 또는 문학비평 등의 활동을 하는 인간마음의 전체적인 움직임, 다시 말해서 언어를 매개체로 하는 예술 활동을 위한 인간의 정신과 감정 및 영감의 작용을 말한다.    '조룡(雕龍)'은 문학은 언어예술이고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미적인 가치라는 것에 근거한 상징적인 용어로서 용을 조각하듯 문학을 구상하고 창작하는 전 과정은 세심한 주의력과 기교 등이 요구됨을 말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문심조룡』이라는 책이름을 오늘날의 용어로 재해석해 본다면 '문학 활동에 있어서의 마음의 작용과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표현' 정도가 되겠다. 이제 간단한 해제를 통해 이 책의 주제는 다 밝혀진 셈이다.   유협은 이러한 그의 기본 논지를 단지 추상적인 이론으로 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 고대의 문학현상을 시대 순으로 고찰하여, 구체적이고도 풍부한 실례를 바탕으로 객관성 있게 전개해 나갔다.    『문심조룡』은 그 구체적인 실례들을 통해서는 중국 고대문학 현상의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문학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양대 지주인 '문학 활동에 있어서의 마음의 작용'과 '언어문자의 예술적 표현'에 관한 이론의 전개를 통해서는 시공을 초월하여 이 책의 요지를 파악하고 활용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술정신이 충만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 유협      『문심조룡』은 중국 진시황의 진나라가 건국되기 이전인 기원전 12~13세기경에서 『삼국지』의 배경이 된 삼국 시대를 조금 지난 서기 6세기 무렵까지의 문학 현상을 시대 순으로 관찰하고 연구하여 이론으로 집대성시킨 중국 고대의 문학이론서이다.    역사적인 저작 연대는 501~502년 사이로 추정되며, 작가는 5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살았던 유협(劉勰)이라는 사람이다. 중국의 미학자인 종백화(宗白華)는 그의 『미학과 의경』이라는 책에서 이 시기의 시대적인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 말엽에서 위진ㆍ육조 시대-중국의 4세기에서 6세기-는 정치적으로는 가장 혼란스럽고 사회적으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대였다.    그러나 오히려 정신사(精神史)적으로는 최고의 자유와 해방을 구가하고 지혜와 열정이 가장 풍부하고 농후했던 시기였다. 때문에 예술정신 역시 가장 풍요로웠던 시대였다.   작가 유협은 당시 소외된 지식인의 신분으로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던 정림사(定林寺)라는 절에서 중국의 고적들을 정리하는 일을 하였다.    중국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문심조룡』 저작에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유협은 가난하여 결혼도 하지 못했으며 일생 고적을 정리하고 문서를 살피는 낮은 관직에 종사하였다.    당시 유협은 문장실력을 인정받아서 유명한 승려들의 비문을 쓰기도 하였다. 『문심조룡』을 제외한 유협의 저작 중 『멸혹론(滅惑論)』과 「양건안왕조염산석성사석상비(梁建安王造剡山石城寺石像碑)」 한 편이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유협은 역대의 문학 활동에 대한 반성과 사색을 통하여 기존의 문학이론서들과는 차별화 된 종합적인 문예이론서를 창작해냄으로써 후대의 문학연구에 보탬이 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랐다. 안타깝게도 유협은 생전에 『문심조룡』으로 인한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국 고대 문학이론의 집대성이자 동양의 문예학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심조룡』을 완성함으로써 비록 사후이기는 하지만 후대의 문학연구에 대대적인 기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불후의 명성도 얻게 된다.   육조(六朝)1) 시대의 지식인들은 개인보다는 단체가 우선이었던 이전 가치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감정과 삶의 가치를 긍정하고 중시하게 되었다.    감상활동의 주체가 되는 '정신', '뜻', '감정' 등 개인의 내면적인 가치를 중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의 형식 자체, 외적인 모습, 언어 문자 표현 자체, 언어 문자의 수식적인 아름다움이나 외적으로 드러나는 여러 장식들(采)의 미적인 특질도 중시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인물의 아름다움이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때 모두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도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언어문자 표현이 아름다운 작품을 선호했다.    이에 문인들은 문예 활동의 매개체인 언어문자에 대한 반성과 고찰을 하였으며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작품의 예술적인 형식미를 다각도에서 추구하게 되었다.   개성과 예술의 형식미에 대한 자각으로 인해 문학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문예 관념이 성숙해졌다.    이에 따라 선진 시대 이후로 축적되어 온 문학유산과 당대의 저작들에 대한 비평과 반성이 이루어졌다.    유협은 이전의 창작 성과와 문학 평론들을 총괄하고, 여기에 나름의 창조적인 견해들을 더하여 이를 체계화함으로써 마침내 비교적 완전한 체계를 갖춘 문예 이론서인 『문심조룡』을 완성한다.   문학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 - 감정과 예술적인 언어표현    유협은 문학 활동에 있어서 감정과 예술적인 언어표현을 중추로 하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자와 작품과 독자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은 정감이 일어나면 그것을 언어 문자로 표현하며 작품을 보는 이는 언어 문자의 표현 형태를 통해서 작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의 세계로 들어간다.   작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작자는 자신의 감정을 예술적인 언어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품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작품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인 언어 표현의 형태이며 이러한 예술적인 표현 형태는 내적으로 작자의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의 형식을 이루는 언어 표현과 작품의 내용을 이루는 감정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이상적인 문예 작품으로서의 특성을 연출하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독자는 우선적으로 작품의 언어 표현을 접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작자의 감정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예술적인 언어 표현은 문예작품의 미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영역이고 감정은 문학 활동(창작과 감상) 자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심조룡』의 문예이론은 감정과 예술적인 언어 표현이라는 양대 요소를 중심으로 작자의 창작 활동과 독자의 감상 활동 및 작품의 이상적인 스타일에 관한 논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작가의 창작활동    유협은 외부의 현상에 감동을 받고 창작의 충동을 느끼고 상상력을 통해 문예구상을 이루고 이를 언어 문자로 표현해내는 과정을 창작을 하는 작가가 겪게 되는 심리 역정(歷程)이라고 보았다.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이 있고 그 풍경들은 나름대로의 특수한 모습들을 지닌다. 감정은 풍경에 따라 변화하고 언어문자의 표현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생겨난다.   작자는 외계의 사물에 대한 미적 경험을 통해(感物) 창작 충동을 느끼게 된다(興情). 작자는 외계현상에 대해 미적 경험을 하고 창작충동을 느끼게 되면 상상력을 통한 구상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문학의 구상에 있어서 상상력의 범위는 참으로 크다. 그러므로 조용히 생각을 모으면 천 년의 삶도 접할 수 있고, 천천히 얼굴을 움직이면 만 리도 내다볼 수 있다. 글을 읊조리는 중에 주옥같은 소리가 나오고 눈앞에는 바람과 구름의 변화 많은 모습이 펼쳐진다. 이는 모두 상상력의 극치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창작 구상에 있어서 상상이 필요한 궁극적인 목적은 문학적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데 있다.   생각이 진행되는 이치란 오묘한 것이라서 정신과 외계사물이 서로 만나 노닐게 한다. 정신은 마음에 있고 의지와 기질이 그것을 통제하는 관건이 된다.    외적인 사물이 눈과 귀를 통해 정신과 접촉될 때 언어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표현수단이 잘 소통되면 표현하고자 했던 사물의 모습은 숨김없이 나타날 것이며 관건이 막히면 정신은 가슴속으로 숨게 된다. 상상 사유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상상 사유를 통해서 창조되는 문학적 이미지는 작자가 접했던 사물자체가 아니며 작자 감정의 단순한 투영도 아니다.    상상 사유의 이치가 오묘한 것은 실제적인 사물이 작자의 마음속에서 문학적 이미지로 전환되어 작가의 감정과 대상의 특징을 예술적으로 융화시킨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상상 사유 활동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협은 그것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작자가 취해야 할 마음의 상태와 수양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예구상력을 훈련하는 데 있어서는 잡념이 없는 고요한 심경이 중요하다. 신체를 깨끗이 하고 정신을 맑게 하여 배움을 쌓아 지식의 보고들을 모으고, 이치를 헤아려 타고난 재능을 풍부히 가꾸고 이전 것들을 연구하여 환히 알도록 하며 생각의 흐름을 질서 있게 배열하도록 훈련한다.   문학은 작자의 구상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다. 작자가 현실생활 가운데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언어 문자로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의 잠재적인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    정신이 맑고 기운이 충만하고 심정이 차분하게 안정된 상태가 되어야 작자는 창조적인 상상 활동을 전개시킬 수 있고, 이를 적절한 언어 문자로 표현해냄으로써 문예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작자의 문예수양문제는 작자의 창작 활동을 논의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유협은 말하고 있다.   작품의 이상적인 스타일    유협은 작자에게 창작 충동을 느끼게 한 감정이 작품의 내용을 이루며 이를 형상화시킨 언어 문자의 표현 자체가 작품의 형식을 이룬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미적인 언어 표현이 결여된 작품이나 참다운 내용이 없이 화려한 수식만을 구사한 작품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유협은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 지니게 되는 스타일의 특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의 이상적인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유협은 작품이 이상적인 스타일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 할 내용적인 면과 형식적인 면에서의 요건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풍(風)'이라는 것으로서 작자 개인의 감정과 생명력이 작품에 녹아들어 정취를 이룰 때 작품이 지니게 되는 감동력, 둘째, '골(骨)'이라는 것으로서 작자의 언어 문자의 활용 능력에서 비롯되는 어휘의 적절한 배치와 작품 구성의 치밀성, 셋째, '채(采)'로서 미적인 언어표현을 가리킨다.    유협은 이 세 가지 요건이 구비된 작품이야말로 이상적인 스타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중에 어느 하나가 결여되어도 완전한 작품의 스타일을 이루어낼 수 없음을 「풍골(風骨)」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꿩이 비록 찬란한 외양을 갖추고 있어도 백 걸음의 거리밖에 날지 못하는 것은 살이 쪘어도 힘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에 반해서 매는 화려한 외양은 갖추고 있지 못하나 한번 날개 쳐서 높은 하늘을 나는 것은 골격이 굳세고 기운이 세기 때문이다. 작품의 생명력에도 이와 같은 것이 적용된다.    감동시키는 힘과 구성의 치밀함을 갖추고 있어도 미적인 언어표현이 결여되면 그것은 문학의 수풀에 매 떼가 모여드는 것과 같으며, 언어표현은 화려하나 감동시키는 힘과 치밀한 구성이 결여되면 이는 문학의 동산에 꿩이 도망쳐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외양도 아름다우면서 높이 날 수도 있는 작품이라야 문학에 있어서 봉황이 되는 것이다.   작품의 '풍'과 '골'은 높이 나는 새의 날갯짓과 같이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작품으로 하여금 생명력을 지니게 하는 요소이며, 작품의 '채'는 미적인 언어 표현으로 작품의 형식미를 이루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사실 유협이 논의하고 있는 작품의 '풍', '골', '채'는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는 문예 작품이 지니게 되는 독창성과 외재적인 형식미와 미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유협은 문예 작품이 지니게 되는 이러한 이상적인 특성들은 결과적으로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발휘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협은 곳곳에서 작품의 내용을 이루는 작자의 감정과 작품의 형식을 구성하는 언어표현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미적인 언어표현, 감동을 주는 내용, 치밀한 구성이 어우러져 각 작품의 미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낼 때 각 작품은 나름의 이상적인 스타일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의 스타일에 대한 유협의 견해이다.   독자의 감상 활동    유협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객관성이 있으므로 감상 활동을 통해 그것을 파악하고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로부터 감상의 기쁨을 얻는 이상적인 감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관건은 바로 독자의 감상 능력에 있다고 보았다.    때문에 유협은 광범위한 학식과 풍부한 감상 경험 등 독자의 예술수양을 강조하고 있다.   천 개의 곡조를 다룬 후에야 명곡을 알게 되고 천 개의 칼을 본 후에야 명검을 알게 된다.    때문에 편견 없는 감상법을 위해서는 우선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한다. 높은 산을 보고 나면 작은 언덕의 형체를 알게 되고 큰 바다를 보고 나면 도랑의 물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작품을 감상할 때 그 비중을 다루는 면에서 사심을 넣지 말고 애증에 편벽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 후에야 저울처럼 공평하게 이치를 평할 수 있고 거울처럼 맑게 작품의 어휘사용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의 감상활동에 있어서 유협이 말하는 "문학작품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 즉 지음(知音)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작품의 독창적인 면모와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해하여 느끼는 것임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날 굴원이 말하기를 "문사의 지나친 꾸밈도 없고 내용도 충실한데 사람들은 나의 독창적인 면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독창적인 면을 보아내는 것은 올바른 감상을 하는 것 즉 '지음'뿐이다.   예술 작품은 개인 창작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 가운데는 반드시 나름의 독창적인 특성이 있다. 독창적인 특성이 없는 작품은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기 힘들다.    성공적이지 못한 작품 즉 유협이 「여사(麗辭)」편에서 말했듯이 "작품의 기세에 새로움이 없고 어휘사용에도 독창성이 없이 대구만을 늘어놓은 글"은 읽는 이들의 "졸음만을 부를 뿐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예술 감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예술영역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예가 있어야 비로소 감상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작품의 예술적 성취와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전문적인 예술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유협이 논한 독자의 감상활동은 독자가 작품에 대해 임의적인 느낌을 갖는 활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함으로써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연출해내는 예술 가치를 보아내고 이를 통해 감상의 기쁨을 향유하게 되는, 객관적인 심미적 판단까지를 포함시킨 수준 높은 감상 활동을 가리킨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문학예술을 탐구한 동양의 문예학 고전    중국 근대 문학의 거장인 루쉰(魯迅)은 일찍이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필적할 동양 문예학의 고전으로 『문심조룡(文心雕龍)』을 들고 있다.    『문심조룡』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예학의 기본 범주는 바로 문학 활동에 있어서의 마음의 작용과 언어 문자의 예술적 표현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유협은 작자와 작품과 독자가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문예 활동을 문학의 차원에서 논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차원 더 높여 전 우주자연의 질서와 그 질서 속의 일환으로 형성된 인간의 문화와 관련지어 논했다.   유협은 문학을 언어문자로 이루어진 문화의 한 형태로서 파악했다. 즉 유협은 문학의 제반현상을 논함에 있어 역사와 문화의 전체성을 함께 고려했다.    우주와 사회문화 현상 속에서 우주만물의 현상 - 『문심조룡』에서는 이를 '도지문(道之文)'으로 표현하고 있다 —,    사회문화의 현상 — 『문심조룡』에서는 이를 '인문(人文)'으로 표현하고 있다 —,    문예미학의 세계 — 『문심조룡』에서는 이를 인간의 정서와 감정에 비중을 두어 '정문(情文)'이라 표현하고 있다 —,    이 삼자가 기본적으로 공통되는 하나의 질서 — 『문심조룡』에서는 이를 '도(道)'라 표현하고 있다 — 속에 통합되어 서로 간에 긴밀한 연계를 맺으며, 나름의 질서를 유지해간다고 파악하였다.   그러므로 문학의 문제를 중국 고대의 사상과 문화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계시켜 우주론 본체론의 차원까지 끌어올림으로써 하나의 광대한 사상의 시야로 문학의 본질을 파악해 보려 했던 것이다.    유협의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문예 탐구는 『문심조룡』에 나타난 내용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즉 유협의 『문심조룡』은 당시의 문학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반성적인 고찰을 통해 그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 보다 보편적인 내용의 문학이론을 전개했다는 데 그 탁월성을 나타내고 있다.   『문심조룡』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학의 문제들을 한 지면을 통해 상세히 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문심조룡』이라는 서적 자체의 체제가 워낙 방대하고 논의하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문심조룡』이라는 책이름에 함축되어 있는 핵심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문심조룡』의 주요내용을 간략하게 개괄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서양의 논리와 이론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 중국 고대의 '문학 이론'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쯤으로 고리타분하게 여기게 되고, 사용된 언어가 한자(漢字)라는 것 자체로부터 뭔가 개화되지 않은 수구적인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러한 편견을 벗어버리고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문심조룡』안에서 문학 현상의 제반 문제에 대한 주옥같은 내용들을 많이 섭렵하기를 권하고 싶다.   현대의 문학이론서들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주제들이 이미 『문심조룡』안에서 언급되고 있음도 알게 될 것이며 방대한 체계로 다양한 주제의 이론을 전개하면서도 확실한 이론의 골격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국 문학 이론이 논리적일까 하는 의문이 있는 독자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중국 고대의 문학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 중국 문학은 물론 어느 시대 어느 문학 현상의 연구에나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내용의 문학이론을 섭취하는 데는 더할 수 없는 보고(寶庫)가 될 것이다.     더 생각해볼 문제들    1. 근대화 이전까지 거의 절대적인 중시를 받아왔던 동양 고전의 가치를 오늘날에 부활시키는 일은 가능한가?   '동양적인 것'은 곧 구태의연하며 전근대적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고전 텍스트 자체의 역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 동양 문예학 고전의 현대적 활용은 가능한가?   고전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오늘날에 되살려 문학 활동에 풍성한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소개할 필요가 있다.   3. 『문심조룡』이 오늘날에 와서 동양 문예학의 집대성으로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창작과 감상을 포함한 문학활동 전반에 대한 보편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문심조룡』은 역사적인 가치와 보편적인 가치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므로 중국 문학의 역사는 물론,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추천할 만한 텍스트    1. 『문심조룡ㆍ동양 문예학의 집대성』, 유협 지음, 김민나 옮김, 살림출판사, 2005. 2. 『문심조룡』, 유협 지음, 최신호 역주, 현암사, 1975.      각주    1) 위(魏)나라 촉(蜀)나라 오(吳)나라가 대립했던 삼국시대에서 시작되는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시기에 중국의 남방을 중심으로 건국되었던 여섯 왕조인 오(吳)나라, 진(晉)나라, 송(宋)나라, 제(齊)나라, 양(梁)나라, 진(陳)나라를 말함. 진나라는 서진과 동진으로 나뉘어 진다. 건강(建康)-현재의 남경-으로 수도를 옮긴 동진 시대부터 건강을 중심으로 건립된 송나라, 제나라, 양나라, 진나라를 남조(南朝)라고 말하기도 한다. -----------------------------------------     창작에 있어서의 언어란 마음의 소리이며, 문자란 마음의 그림이다. 그래서 문심조룡(文心雕龍)이란 창작론의 요약으로 마음과 문장의 예술적 만남을 서술한 책이다.                                    - bhjang3  
3    [공유] 상상력의 도야(陶冶) 댓글:  조회:851  추천:0  2019-02-02
출처 김용식 문학서재 | 김용식 원문 http://blog.naver.com/blackhole68/20107133124 상상력의 도야(陶冶)   고인(故人)의 말에 '몸은 해변을 거닐면서도 마음은 영화(榮華)를 꿈꾼다.'라 하였다. 이것은 상상력의 작용을 이르는 말이다. 문학의 구상(構想)에 있어서 상상력의 작용은 실로 원대한 것이다. 조용히 응려(凝慮)하면 상상은 천 년이란 먼 시간에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고요히 마음을 움직이면 만리의 공간도 꿰뚫어볼 수 있다. 작가가 음영(吟詠)하는 사이에서 주옥(珠玉)의 묘성(妙聲)을 나타낼 수도 있고, 바로 눈썹 앞에서 풍운의 빛을 말았다 펼쳤다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상상력이 작용하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상상력의 작용은 미묘한 것이어서 인간의 정신과 외적 사상(外的事象)과의 상호 작용에서 만나게 된다. 정신이 도사리고 있는 흉중(胸中)의 관건을 장악하는 것이 의지라면, 외적 사상이 이목(耳目)에 촉발(觸發)될 때 가장 긴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언어다. 언어가 그 기능을 다하면 외적 사상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의지의 관건이 잠겨 버리면 정신은 흉중에서 숨어 버린다.   그러므로 문장의 상상력을 도야하는 데 필요한 것은 허정(虛靜)이다. 오장(五臟)을 씻고 정신을 맑게 하며, 학문을 쌓고 지성을 기르며, 이지(理智)를 작용시켜 재능을 풍부히 하고, 견식(見識)을 연마하여 관조(觀照)의 힘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경지에 도달되면 다시 수사법을 수련해야 한다. 이런 연후에 비로소 작가로서의 완전한 숙련이 생겨 성률(聲律)을 좇아 붓을 휘두르게 되고, 거장의 창의적 의상(意想)을 따라서 작품을 써 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대개 문장도(文章道)의 기본이 되고 창작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대개 상상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만 갈래의 가능성이 다투어 나타난다. 작가의 허구 속에 구상(具象)의 표준이 드러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속에서 창작은 이뤄져 가는 것이다. 산에 오르면 감정은 산에 가득 차고 바다를 바라보면 상념은 바다에 넘쳐 흐르는데, 재능의 다소에 따라 작가는 풍운과 함께 천공(天空)을 치닫는 것이다. 바야흐로 붓을 들어 언어를 선택하려고 할 때 그 의기는 충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완성해 놓고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의 절반도 표현이 안 된다. 체(體)를 붙잡아서 언어로 정착시켜 보려고 하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구상(構想)은 사고에서 생겨나고 언어는 구상에서 생겨난 셈이어서 삼자(三者)의 접촉이 밀접되면 상호의 관계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 되지만, 반대로 그 사이가 성기게 되면 삼자의 사이에는 천 리의 간격이 나타난다.   그러나 도리는 흉중에 있는 법인데 혹자(惑者)는 이것을 찾아 세계의 끝까지 헤매거나, 지척에 의미를 두고 산하(山河) 저쪽에서 사고를 찾으려고 하는 결함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정시켜 술법(術法)을 양성하고, 쓸데없는 고심(苦心)을 그치고, 잘 음미하여 적절한 표현에 마음을 모아 수고로운 감정에 머리를 쓸 필요는 없다. -     최신호(崔信浩) 옮김 [출처] [공유] 상상력의 도야(陶冶)|작성자 옥토끼  
2    [스크랩] 문심조룡 (文心造龍)에서의 문학 창작 원리 댓글:  조회:1133  추천:0  2018-11-12
   문학적 사색을 잉태하게 하는 것은 허심과 고요함이다. ............또한 , 인간은 학식을 축적함으로써 보물을 저장해야 하고 사물의 이치를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재능과 학문을 풍부하게 해야 하며, 경험을 연구함으로써 철저한 관찰을 수행애야 하고, 그것들을 문학적 사잭에 잘 조화시킴으로써 아름다운 언어를 이끌어 내야 한다. .......... 상상력이 작동하게 되면 모든 가능한 전망들이 그 앞에 열린다.   -유협       가져온 곳 :  카페 >고운글 | 글쓴이 : 영부인| 원글보기      
1    [공유] 문심조룡 창작론 요약 댓글:  조회:1785  추천:0  2018-10-14
출처 문심조룡 창작론 요약 by 은목서 창작론 제26장 신사(神事) 신사란 ꡔ장자ꡕ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의 의미는 ‘몸은 비록 초야에 묻혀 있지만 마음은 벼슬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유협은 神事를 ‘창작구상에 있어서의 상상활동’이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상상력을 통해 정신은 외부의 사물들과 접촉할 수 있게 되며 사람의 의지와 성격은 마음속에 거주하는 정신의 활동작용을 다스린다. 문학적 표현을 얻기 위한 문학적 사색은 虛心과 고요함에서 비롯되는데, 시인은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신묘한 영감에 위탁함으로써 聲律에 조화되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또한 경험과 결합한 이 직관적 통찰력을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독특한 장인적 기술에 조화시킴으로써 한 편의 글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상상력을 통해 정신은 외부의 사물들과 접촉할 수 있으며 정신의 활동을 통해 현상세계는 분명해지고 그럼으로써 다양한 정서적 상황에 감응하게 된다. 따라서 상상력은 강렬한 감정 활동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문학적 표현을 얻기 위해서 작가는 학식을 축적하고 사물의 이치를 깊이 통찰하며 철저한 관찰과 탁월한 언어운용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유협의 창작론은 이론에 기초하고 있지만 정신과 물질의 관계에 있어서는 다분히 정신의 작용을 강조하는 유심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27장 체성(體性) 이 장은 창작개성과 작품의 풍격 관계를 논하고 있는 부분이다. 體性의 體는 문학작품의 모양새를, 性은 작가의 재능이나 개성을 가리킨다. 감정의 움직임으로 언어가 형성되고 이성이 발동함으로 문장이 구현된다. 이 모든 것들은 性情으로부터 조성되고 관습과 풍습에 의해 도야되는 것이기에 문학작품은 시대와 사회, 그리고 작가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모든 문학작품들의 귀결점[風格]을 여덟 가지 유형으로 개괄할 수 있다. ①고전적인 우아함: 경서의 정신에 바탕을 둔 것으로 유가들의 정신적 지향과 일치하는 것 ②깊고 은밀함: 문채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문장에 법도가 있는 것으로 도가의 학설에 바탕한 것 ③간결함: 자구를 절약하고 분석을 치밀하게 한 것 ④밝고 분명함: 문장의 의미가 명확하여 의미가 잘 통하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것 ⑤복잡하고 화려함: 비유가 많고 문채가 풍부한 것 ⑥壯麗함: 작품의 규모가 웅대하며 문채가 특출난 것 ⑦새롭고 기발함: 혁신적인 새로움을 추구하되 위험하고도 괴이한 길로 빠지기 쉬운 것 ⑧시류적인 가벼움: 문장은 화려하나 유약하여 힘을 결여한 것으로 시류에 영합한 것. 풍격은 학식과 재능에 달려 있는데 처음에 기질로부터 조성되는 것으로서 기질은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충실하게 하고, 사상과 감정은 언어와 문장을 확립하게 한다. 이 여덟 가지의 풍격은 서로 다르지만 일정한 원칙 아래 통합할 수 있고 각자의 성격과 기질에 맞추어, 모방을 통한 훈련에 의해 그 변화의 법칙을 철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서로 보완하여 일을 잘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제28장 풍골(風骨) 풍이란 사람을 감화시키는 본원적인 힘이며, 작가의 사상과 감정의 기세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 풍을 형성하는 뼈대가 골이다. 풍이 문장의 생기를 말한다면 골은 내용의 건실함을 의미한다. 문채와 풍과 골을 새에 비유한다면, 그것들은 각각 깃털, 골력, 기세에 해당한다. 문장에서 풍과 골은 날아가는 새의 양 날개에 비유할 수 있다. 제29장 통변(通變) 문장의 體裁(명칭이나 창작규범 등)는 일정하지만 문장의 변화는 무궁하다. 통변의 개념은 ꡔ주역ꡕ의 “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유통하고, 유통하면 영구히 계속된다”는 구절에서 연유한 것으로, 通은 문학전통의 계승을 말하고 變은 문학창작의 혁신과 창조를 가리킨다. 문학적 향취가 약화되거나 문학이 경박함․기괴함에 빠지는 것은 고대의 모범들, 즉 문학 전통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변화란 반드시 通과 變이 섞여있는 것으로, 어떤 것이 계승되고 어떤 것이 변화되었는가 하는 점이 바로 전통과 새로움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유협은 고금의 문학발전의 규율을 완전히 알아야 문학창조의 혁신과 창조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는 점, 문학의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경전이 문학적 모범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제30장 정세(定勢) 문장의 體制(시문의 양식)란 사상과 감정에 의해 확정되는 것으로 체제에 의해 형성된 것을 가리켜 문장의 기세라고 한다. 문장에 능통한 사람은 각종 문장의 체세들의 효과를 파악하고 그것을 종합하는 데 능숙하다. 이 장에서 22종의 문체가 지니는 풍격의 특징을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협은 정세를 문체의 풍격과 유사한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27장 「체성」편에서는 풍격의 주관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작가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적인 풍격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서 이 장에서는 풍격의 객관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문체 풍격을 중심으로 논술하고 있는 것이 그 차이라고 하겠다. 제31장 정채(情采) 情은 사상과 감정 등 情理를 가리키고, 采는 문장의 아름다움[文采]을 말한다. 문채를 구성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다섯 가지의 색채와 음률과 성정이 그 구성 요소이다. 유창한 문장은 정리가 확정된 뒤에라야 가능한 것으로 문장은 진지한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기에 도리에 맞는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문채가 내용을 덮어 버리거나 방대한 사례들이 감정을 가려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진지한 감정을 도리에 맞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다시 말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소박하지 않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문채에 정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32장 용재(鎔裁) 鎔은 금속을 제련한다는 뜻으로 문장 내용의 정련을, 裁는 의복을 재단한다는 뜻으로 문장의 언어를 고쳐 다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용재란 문장의 내용과 사용된 말을 다듬는 것을 말한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에 걸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첫째는 情理에 근거해서 체제를 결정하는 일, 둘째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된 사례들을 선별하는 일, 셋째는 중요한 문제들을 충분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강력한 언어의 형식을 창조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 언어의 선택이나 문장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산만하고 복잡한 언어표현으로는 훌륭한 문장을 성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제33장 성률(聲律) 성률의 기원은 사람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의 목소리는 오음과 부합하며 그 근원을  혈액의 순환에 둔다. 따라서 문학 언어의 성률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작가의 정리에 조화롭게 배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의 적절한 운용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 하겠다. 성률을 고를 때에는 맑고 분명하게, 즉 자연스럽게 운용해야 하며 음운은 계획적으로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4장 장구(章句) 사상과 감정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을 章을 나눈다고 하고 언어를 안배하는 일을 가리켜 句를 만든다고 한다. 章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총괄하여 그것을 채택된 표현양식 안에서 함축하는 것을 말하고, 句란 글자를 엮어서 서로 구별되는 의미의 단위를 구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단어가 모여 구가 되고 구가 모여 장이 되고 장이 쌓여 편을 이루는 것으로 각 요소의 구성이 명백하고 긴밀하여 일관성이 있을 때 글은 광채를 발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구의 안배는 문장의 사상과 감정을 배합하는 것이기에 그 내용을 표현하는 데 적절해야 하며 사고와 문장의 질서가 분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세의 변화에 맞추어서 章句를 운용하고 조사나 음운의 사용에 있어서도 그 기능을 절실하게 사용함으로써 문장의 글귀를 더욱 엄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제35장 여사(麗辭) 여사는 對偶를 말한다. 대우란 중국 문학의 전통적인 표현수법으로 표현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내용의 깊이를 더해 주고 문장을 간결하게 구성하는 데 편리한 방법으로 객관적 사물의 대응관계와 모순관계의 자연적인 반영이다. 대우에는 言對, 事對, 反對, 正對 등 네 종류가 있다. 언대란 두 개의 구를 병렬하되 사례를 인용하지 않는 것이고, 사대란 人事와 관련된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며, 반대란 이치가 서로 상반되는 주제를 동일한 취지로 결합한 것이고, 정대란 사실 그 자체는 동일하지 않으나 거기에 담긴 내용은 동일한 것을 함께 결합한 것을 말한다.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대우의 형식으로 엮기만 하면 되니까 언대란 비교적 손쉬운 것이고, 한 인간의 학문을 드러내야 하니까 사대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이며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안에 감추어진 것이 같지 않은 사례들을 통하여 동일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니까 반대는 그 수준이 높은 것이고, 두 개의 구절 모두에 전달하려는 동일한 내용이 담겨 있으니 정대란 그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36장 비흥(比興) 比란 자신의 의도를 명백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적절한 형상을 빌려 비유하는 것을 말하고 興이란 모종의 숨겨진 의미를 사물에 의탁하여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지칭한다. 비와 흥은 모두 托物寓情이라는 성격을 지니며 외물의 형상[이미지]을 차용하여 내면 세계의 예술적 사유과정과 성률을 표현하는 것이다. 시인은 비흥을 운용함에 있어 한편으로는 사물의 용모를 모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물의 본질적인 의미를 취함으로써 사물과 자기의 사상 감정을 원활하게 융합하고 사물의 본질적 특성을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제37장 과식(夸飾) 신묘한 도리[道]는 묘사하기가 어려운 것이라서 아무리 정교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의 극진한 부분까지는 설명할 수 없다. 구체적인 사물[器]은 묘사하기 쉬운 것이어서 활력 있는 표현을 사용하면 능히 그것의 진정한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이는 道와 器의 본질적 속성이기 때문에 소리나 형상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말과 글로써 표현하고자 할 경우 언제나 과장의 수법이 사용돼 왔다.  만일 문장의 수식을 강화[夸飾]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다면 강렬한 심정의 울림을 줄 수 있겠지만 사물의 이치에 위배되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 언어와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허위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담고자 하는 의미를 확대하되 지나치지 않고 과장된 표현을 쓰되 결점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협은 사물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과식이 요구되고 이것이 예술적 감응력에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한편 과식을 운용할 때에는 절제가 필수적이며 사물의 본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과식의 운용 원칙을 기술하고 있다. 제38장 사류(事類) 이 장은 작품 창작에 있어 典故 문제를 논술하고 있다. 사류란 숨겨진 뜻을 증명하기 위하여 인용된 것들로서, 일반적인 원리들을 명백히하기 위하여 옛 격언을 인용하고, 어떤 의미를 증명하기 위하여 관련된 사례들을 인용하는 것이다. 사례를 인용하는 것은 어떤 요점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례들이 비록 그 자체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나 큰 효과를 가져오게 한다. 따라서 이들을 적절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재능과 박학한 학식이 필수적인 것이다. 제39장 연자(練字) 연자는 문자 창작시의 문자 선택을 뜻한다. 문자는 形과 音과 義의 세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다. 연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끝까지 내용에 중점을 두고 기발한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며 피해야 할 경우는 다음의 네 가지이다. 첫째 괴이한 글자는 피할 것, 둘째 같은 변의 글자를 되도록 적게 쓸 것, 셋째 같은 글자가 거듭 나오지 않게 주의할 것, 넷째 글자 모양이 단조로운 것과 복잡한 것을 적당하게 조절할 것 등이다. 제40장 은수(隱秀) 隱이란 글의 이면에 함축돼 있는 것으로서 표면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말하며, 秀란 작품 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을 말한다. 隱은 문면에 드러난 의미와 드러나지 않은 의미의 복잡미묘함을 통해 그 섬세함을 획득하고, 秀는 한 작품 안에서 여타 다른 부분들과 비교되는 특출함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획득한다. 隱의 특질은 문장의 이면에 잠재된 의미에 있는 것이어서, 그것은 마치 신비한 소리가 옆에서 전해 오는 것 같고 숨겨진 문채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과 같다. 隱은 함축으로서 독자 스스로 체득하는 것이다. 대체로 하나의 문집 안에서 우수한 작품은 전체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으며, 한 작품 안에서 아주 두드러진 부분은 백분의 이도 되지 않는다. 秀는 사상과 감정과 언어상의 표현이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지 힘들인 노력만으로 추구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모호한 생각만으로 심오함을 드러내려 하는 경우는 심오[어려운 말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그 내용이 지나치게 깊은 것]할 수 있는 있어도 함축[맛을 보면 볼수록 맛이 나는 것]적일 수는 없다.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 작품은 아름답다고 할 수는 있어도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41장 지하(指瑕) 瑕란 옥에 붙어 있는 붉은 반점으로서 결점을 비유한 말이다. 이 장은 작가 지망생들이 본받지 말아야 할 것을 지적한 장이다. 본받지 말아야 할 것으로 유협은 다음의 여섯 가지 항목을 들고 있다. 첫째, 말의 사용이나 용법이 부당하거나 유교적 도리에 어긋나는 결함, 둘째 비교의 대상이 온당치 못한 결함, 셋째 말이 애매한 결함, 넷째 음률상의 금기를 범하는 결함, 다섯째 남의 글귀를 표절하는 결함, 여섯째 주석을 잘못 다는 결함 등이 그것이다. 제42장 양기(養氣) 양기는 사람의 정신력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은 마음속의 답답함과 괴로움을 풀어버리기 위한 것이니 마땅히 여유 속에서 서두르지 않는 가운데 감정에 순응해야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문학적 사색이란 날카로울 때도 있고 둔할 때도 있고 열릴 때도 있고 막힐 때도 있기 때문에 마음을 여유롭게 하여 자신의 재능이 예리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지체함이 없이 정력적으로 써야 한다. 제43장 부회(附會) 부회란 한 편의 문학작품이 지니는 언어와 사고의 두 측면에 관한 총괄적인 견해를 뜻한다. 작품의 모든 요소들을 통일시키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원리를 마련하고, 포함시켜야 할 것과 제외시켜야 할 것을 결정함에 있어서 그 조건을 명확히하여 작품의 서로 이질적인 여러 부분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바로 부회다. 다시 말해 부회란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를 일관성 있게 조직하는 기술이다.  유협은 “내용이 형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부회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주제를 중심으로 글의 여러 부분을 긴밀하게 구성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제44장 총술(總術) 「총술」편은 창작론의 서언에 해당되는 장으로서 문학창작 방법에 관한 총론이다. 문학에는 文과 筆이 있는데 운율이 있는 것을 文이라 하고 없는 것을 筆이라 한다. 문과 필에는 모두 文采가 있는데 문채란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한 것이다. 유협은 六經이 내용이 정확하고 심원하다는 이유에서 불멸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문장을 짓기 위해서는 경전을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글을 짓는 것은 창작의 기교와 열정, 그리고 시기가 합할 때 하나의 극치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훌륭한 문장을 짓기 위해서는 창작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파악과 치밀한 작업 과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     문학평론  제45장 시서(時序) 문학의 변천은 세상사의 추이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그것의 성쇠는 시대적 여건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유협은 정치적 정황, 학술적인 풍토, 문학작품의 계승과 발전, 군주, 시대 풍속, 뛰어난 천재 등을 문학의 변화와 발전의 주요 요인으로 파악하였다. 제46장 물색(物色) 물색이란 만물의 색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의 감정은 경물에 따라 변화하고, 그러한 감정에서 유래되어 문장이 생겨난다. 정과 경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경물의 정황을 적절하고도 생생하게 묘사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물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이는 정과 경이 하나로 일체화된 것을 말한다. 만물에 대한 언어 표현을 보는 것은 경물의 면모 그 자체를 보는 것과 같기에, 우리는 그러한 언어들을 통해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사계의 변화는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그러나 시인의 창작 욕구를 유발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마음의 한가로움과 고요함이다. 자연의 경물은 지극히 복잡한 것이지만 언어 사용에서 중요한 것은 간결함이다.  제47장 재략(才略) 이 장은 작가론이다. 유협의 작가론에서 특기할 점은 文氣라는 관점에서 개별 작가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氣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접근하는 것은 유협의 새로운 제창으로 氣를 작품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작품의 정서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정서가 격앙되었을 때 기세가 나타나고 기세는 情理에 닿아있다는 점에서 사상과 감정을 창작 방법의 준거로 보고 있는 유협의 시각이 재삼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48장 지음(知音) 한 작가의 작품이 갖는 진정한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며, 그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나는 것은 千載一遇라 할 만하다. 작품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먼저 많이, 그리고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그런 이후에 다음의 여섯 가지 사항을 검토한다면 작품의 우열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작품의 전체적인 체제의 안배를 볼 것, 둘째 문장이나 말의 배치를 볼 것, 셋째 작품에서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변화의 추구를 볼 것, 넷째 표현 수법상의 정아함과 기이함을 살필 것, 다섯째 事類의 운용-작품의 내용이 풍부하고 충실한가에 대해 살필 것, 여섯째 聲律을 살필 것.   제49장 정기(程器) 程은 작가의 인품을 말하고 器는 才幹을 말한다. 여기서의 재간이란 도덕적인 품질과 정치적 식견 등의 내적인 수양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정기는 문학창작의 내적인 토대가 되는 작가의 전면적인 수양의 정도를 가리킨다. 군자는 재주와 덕망을 길러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충실히 하고 문채를 드러내어 외면의 아름다움을 과시해야 한다. 이 장에서 주목할 것은 정치적 능력과 문학적 재능이 결합되는 것을 유협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요약  제50장 서지(序志) 은 작품에서 마음의 작용을 말한다. 文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마음의 아름다움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은 나무에 용의 문양을 새긴다는 뜻으로 문장의 자연스러운 수식을 강조한 것이다. ꡔ문심조룡ꡕ의 저술 목적은 첫째, 덕을 세우고 말을 확립하여 그 명성을 금석처럼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성인의 사상을 부연․찬미하고 그 근본을 바로잡고 분명히하여 형식주의의 폐단을 바로 잡기 위해서이며, 셋째 선철의 가르침을 기술하고 후생들에게 유익함을 주기 위해서이다.  자료 2 문심조룡(文心雕龍) 1~7   1) 미(美)를 추구하는 본능과 문학예술의 탄생   문채(文采, 감지가 가능한 사물의 형상, 소리, 빛깔 등)의 효용은 대단하다. 그것이 천지와더불어 생겨난 것은 어째서인가? 하늘의 검은 빛과 땅의 누런 빛이 섞여 있고 땅은 모지고하늘은 둥글게 형체가 나뉘어 있다. 해와 달은 고리모양의 옥을 겹쳐 놓은 듯이 하늘에 매달려 있는 형상으로 드리워져 있으며 산과 내는 그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땅의 모습을 널리 장식하고 있으니 이것이 본래적으로 형성된 천지자연의 문채인 것이다. 위로는 해와 달과 별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아래로는 산천이 아름다운 무늬를 지니고 있음을 살필 수 있으니 이에 따라 높고 낮은 위치가 정해짐으로써 우주를 통솔하는두 가지 요소가(혹은 天地) 생기게 된 것이다. 단지 사람만이 여기에 천지와 나란히 참여하여 마음과 정신을 모았으니 이 셋을 삼재(三才)라고 부른다. 사람은 천지만물의 정화이며 천지의 핵심이다. 마음에 느낌이 생기면 언어로 확립되고 언어가 확립되면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널리 만물을 살펴보면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두 아름다운 무늬를 지니고 있다. 용과 봉황은 그림 같은 아름다운 무늬로 상서로움을 나타내고 범이나 표범도 아름다운 문채로 자태를 이루고 있다. 구름과 놀의 오묘한 빛깔은 그림 그리는 사람의 능란한 색상을 뛰어넘고꽃으로 장식된 풀과 나무는 비단 짜는 사람의 솜씨를 기다릴 것이 없다.(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러한 것들이 어찌 외부에서 가한 장식이겠는가.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숲속의 바람소리가 울려 퍼지면 조화롭기가 피리와 거문고의 곡조 같고 냇물이 바윗돌에부딪쳐 이루어지는 울림은 옥경쇠와 종고(중국 고대의 악기) 소리와 같은 화음을 이룬다. 즉 형체가 확립되면 형체에 따른 아름다운 무늬가 이루어지고 소리가 나면 조화로운 음이이루어진다. 아무런 의식이 없는 사물도 풍부한 외적인 장식을 지니고 있는데 심정을 지닌 인간이 어찌 문채가 없겠는가. -원도(原道)편-   사람은 본래 일곱 가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외계의 사물에 감응이 발생하게 되는데 감응이 있게 되면 그 마음의 뜻을 읊조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명시(明詩)편-     2) 문예의 창조적인 변화와 발전의 규율   문예의 규율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그 성과를 날로 새롭게 한다.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지속되고 전통을 지속함으로써 결핍을 면하게 된다. 시기를 맞이하면 반드시과감해야 하고 기회를 탔을 때는 겁내지 말아야 한다. 당대를 바라보아 특이한 표현들을창작해내고 이전 것을 참조하여 문예활동의 법칙을 정한다.   문장을 이루는 문학양식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으나 표현의 기교에는 정해진 규율이 없다. 어떻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힐 수 있는가. 대체로 시(詩), 부(賦), 서(書), 기(紀) 등의 문학양식은 각 개념에 따르는 창작규율이 일정한데, 이것이 곧 문학에는 일정한 양식이 있다는것이다. 그러나 언어표현과 문장의 기세에 이르러서는 일정한 법칙에 따르면서도 변화를구해야 오래 전해질 수 있으니 이것이 곧 표현기교에는 뚜렷한 규칙이 없다는 말이다. 문학양식의 개념과 창작규율은 일정하니 문학의 체계는 반드시 선례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문예에 있어 변화를 추구하는 데는 일정한 법식이 없으므로 그 방법은 반드시 작가 자신의 새로운 착상을 참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문학의 무궁한 길을 달리고 마르지 않는샘의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레박의 줄이 짧으면 갈증을 느끼게 되고 발이 피곤하면 갈 길을 포기하게 된다. 이는 문예창작의 이치가 다했기 때문이 아니고 창조적인변화를 이루는 통변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을 논하는 본보기로 초목에 비유하자면 뿌리와 줄기가 흙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공통적인 본성이나 그 향기나 맛 등은 태양을 쪼이는 데 따라 각기 달라 각각 다른품종을 이루는 것이다. -통변(通變)편-     3) 문예창작을 위한 방법을 강조함   문예의 깊이를 분석해보기 전에는 창작의 재능에 통달했는지 분별할 수가 없다. 창작의재능에 통달하려면 반드시 방법을 아는 것에 기본을 두어야 한다. 문예의 각 영역을 두루살피어 각각의 법식과 예증을 판별하지 않고서야 어찌 감정의 근원을 알아내어 문예의 영역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4) 작품의 진실한 내용만이 감동을 줄 수 있음   진지한 작가는 심정의 표현을 위해 언어문자를 사용하지만 경박한 작가는 화려한 언어표현을 위해 감정을 조작한다. -장표(章表)편-   슬픔을 애도하는 표현의 기본적인 체제는 감정은 아픈 심정을 위주로 하고 언어문자의 표현은 애석함을 다한다. 가엾어 하는 마음이 있어 이를 언어문자로 표현하면 감정과 표현이 서로 합당하나 언어문자의 표현을 위해 마음을 조절하려 한다면 그 체제는 과장되게 된다. 과장된 체제로 언어문자의 표현이 이루어지면 비록 글이 화려해도 슬픔을 자아내지 못하게 된다. 반드시 감정이 슬픔으로 향하고 언어문자의 표현은 눈물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애조(哀弔)편-     5) 지나친 수식이 실질을 가리는 것을 경계함   체제를 제대로 운용하는 데 이르지도 못했으면서 붓을 움직여 문사를 경박한 태도로 구사하여, 산만하게 언어문자를 엮어 놓고 억지로 뜻을 짜맞추어 교묘함을 이루고자 헛되이언어문자의 화려한 표현을 구사한다면 이는 사실 앞에서는 무기력해지며 설사 이치에 맞은 것이 있다 해도 경박한 언어표현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옛날 진(秦)나라의 공녀가 진(晉)나라로 시집을 갈 때 화려한 옷을 입은 시녀를 딸려 보냈더니 진나라 사람은 시녀를 귀히 여기고 공녀를 천대했다. 또 초나라 상인들이 정나라 사람에게 구슬을 파는데 향기 짙은 계수나무 곽에 넣었더니 정나라 사람은 곽만을 사고 구슬을 돌려보냈다. 만일 지나치게 화려한 언어문자의 수식이 이치를 넘어서고 말단이 본질을 능가한다면 이는 진나라 공녀나 초나라 구슬의 비유가 여기에도 다시금 적용될 것이다. -의대(議對)편-     6) 수식을 구사하는 이상적인 방법   체제를 설정하여 그 체제에 합당한 이치를 정하고 수식의 근본을 살펴 마음을 표현한다. 표현하려는 심정이 결정된 후에 음률을 결합시키고 체제에 합당한 이치가 정해진 후에 수식을 가하여 아름다운 표현을 구사함으로써, 아름다운 수식이 표현하려는 내용의 본질을없애지 않고 번다함이 표현하려는 마음을 매몰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붉은 색 남색의 정색을 빛내고 빨간색 자주색 등의 간색을 버려야(즉 본질을 잃지 않는 수사를 구사해야) 비로소 문장의 수식을 잘하여 ‘문질을 겸비한 군자’(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작품)라 할 수 있다. -정채(情采)-     7) 작품의 내용은 하나의 통일체   반드시 감정과 뜻으로 정신을 삼고 사건이나 전고 등의 실질적인 뜻으로 뼈대를 삼으며아름다운 수사를 피부로 하고 미적인 음률로 소리의 기세를 삼는다. -부회(附會)편-   문심조룡(文心雕龍) 8~14   8) 미적 체험을 위한 최적의 마음 상태   문학적 구상을 연마하는 데 있어서는 고요하고 빈 마음의 상태를 가장 귀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끗이 하고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 -신사(神思)편-     9) 자연경물에 대한 감동이 창작충동을 일으킴   계절의 순환과 흐리고 맑은 날씨의 변화에 따라 마음에 근심이 서리기도 하고 기분이 편안해지기도 하니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동요되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따뜻한 기운이 싹트면 개미가 활동을 시작하고 가을이 되면 개똥벌레가 먹이를 모은다. 하찮은 벌레도 기후의 변화를 느끼니, 사계절의 변화가 만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깊다. 지혜로운 심령은 아름다운 옥보다 빼어나고 맑은 기질은 꽃의 열매보다 뛰어난 사람이 자연현상과 만나 감정에 동요를 느끼면 누군들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새해가 되어 봄이 시작되면 기쁘고 즐거운 감정이 넘치고, 더욱 기운 가득한 여름이 되면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해진다. 하늘이 높고 공기가 맑은 가을이 되면 어둡고 가라앉은 심정이 깊어만 지고, 진눈깨비 끝없이 흩날리는 겨울이 오면 엄숙한 사념에 깊이빠진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풍경이 있고 그 풍경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모습들을 지닌다. 감정은 풍경에 따라 변화하고 언어문자 표현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드러난다. 낙엽 하나에도 마음속에 생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풀벌레 소리만으로도 마음을 끌기에 족하다. 하물며 맑은 바람이 불고, 밝은 달이 떠 있는 아름다운 밤과 맑은 날 볼 수 있는 새벽녘의 정취를 맞는다면 과연 어떠하겠는가? -물색(物色)편-     10) 인간사의 다양한 일들이 창작충동을 일으킴   태강(太康)이 덕을 잃었을 때 다섯 형제가 모두 원망하는 노래를 불렀다. 초나라에 이르면시가 풍자와 원망을 담게 되었으니 는 풍자하는 작품이다. -명시(明詩)편-   한나라의 무제가 태산에서 천지에 제사를 지낼 때 시종인 곽선이 급사하여 무제는 그의죽음을 슬퍼하여 시를 지었다. 가의는 폄적당하는 신세가 되어 상수가를 떠돌다가 분한마음이 생겨 를 지었다. -애조(哀弔)편-   옛날에 공자는 제왕의 도가 사라짐을 슬퍼하고 문화가 실추됨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여 조용히 기거할 때는 봉황이 나타나지 않음을 한탄하고 길거리를 다닐 때에는 기린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눈물을 흘렸다. 이에 악관(樂官)에게 나아가 의 아송(雅頌) 음악을 바로잡고 노나라 역사로서 를 편찬했다. -사전(史傳)편-   경통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기를 좋아하였으나 문치(文治)가잘 이루어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의 생애를 직접 저술한 는 고통을 겪은 조개가 진주를 뱉어놓은 것에 비유될 수있다. -재략(才略)편-     11) 상상력과 문예구상   옛 사람이 이르기를 “몸은 강이나 바닷가에 있어도 마음은 높은 궁전에 있다”고 했다. 상상력에 대해 말한 것이다.   문예구상에 있어서 상상력의 범위는 참으로 요원하다. 그러므로 조용히 생각을 모으면 천년의 세월도 접할 수 있고 천천히 얼굴을 움직이면 만 리를 내다볼 수도 있다. 글을 읊조리는 가운데 주옥같은 소리가 나오며 생각을 모으는 가운데 눈앞에는 바람과 구름의 변화많은 모습이 펼쳐진다. 이는 모두 상상사유의 이치가 극에 달한 것이 아니겠는가.   산에 오르면 감정은 산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고, 바다를 바라보면 생각이 바다에 대한 것으로 넘쳐흐른다. -신사(神思)편-   이런 까닭으로 의 시인들은 자연에 감동하면 끝없이 연상을 펼치곤 하였다. 그들은모든 현상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보고들은 것들을 깊이 음미하고 즐겼던 것이다. -물색(物色)-     12) 작가 내면의 문예형상과 창조를 위한 문예구상의 과정   그러므로 문예구상의 이치는 오묘하여 정신과 외적인 사물이 서로 만나 노닐게 한다. 정신이 살고 있는 마음의 관건을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의지와 기질이며 외적인 사물이 눈과귀를 통해 정신과 접촉될 때 언어는 그것을 표현하는 기구가 되는 것이다. 표현기구가 잘소통되면 사물의 모습은 숨김없이 나타날 것이며 의지와 기질의 관건이 막히면 정신은 마음속에 숨게 된다.   상상활동이 시작되면 수많은 생각들이 다투어 생겨나게 되므로 제대로 체계가 잡히지 않은 구상에 구체적인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직 형태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형식에 언어문자 표현을 조각해 간다.   상상력의 움직임은 자기 재능 역량의 정도에 달려 있으므로 마치 바람과 구름과 함께 달리듯이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붓을 잡고 글을 쓰려고 할 때의 기세는 막상 글을 쓸 때보다 배가 넘게 충전한다. 그러나 문장이 완성된 후에는 처음 쓰려고 했던 내용의 반도 표현되지 않으니 어떻게 된 일인가? 구상은 상상에 의지하므로 쉽게 독특하고 신기해지지만 언어표현은 구체적인 사고에서생겨나고 언어는 구상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이 세 가지가 긴밀하게 접촉되면 서로의 관계는 틈이 없게 되지만 소활한 곳이 있으면 세 가지의 사이에는 천 리의 간격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떤 이치는 마음속에 있는데 그것을 바깥에서 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뜻은 눈앞에 있는데 산과 내로 갈라져 있는 듯 멀리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신사(神思)편-     13) 예측불허인 영감의 출현   사물에는 한결같은 모습이 있으나 사고에는 일정한 법칙이 없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깊은 표현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깊게 생각할수록 하고자 하는 표현과 더욱멀어지기만 할 때도 있다. -물색(物色)편-   부여받은 재기가 같지 않으므로 생각의 실마리도 각기 다르다. -부회(附會)편-   여덟 가지 풍격의 기본유형이 변천을 거듭하여 온 것에 대해 살펴보자면, 훌륭한 창작의성과는 학문을 쌓음으로써 이루어지고 내면에 잠재해 있는 재능은 선천적인 기질에서 말미암는다. 기질이 사고의 열매를 맺게 하고 사고는 언어표현을 결정하므로 아름다운 문예작품을 창작함에 있어서 자각의 개성과 감정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체성(體性)편-   구상이 민첩한 작가는 마음속에 창작의 요점을 잡고 있어서, 예민한 감각이 구상을 앞질러 글을 쓸 기회를 만나면 곧 바로 결단을 내린다.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속에 여러 생각들이 들어차서 의심되는 것을 거듭 살피고 깊게 사고한 후에 마침내 결정을 내린다. 기회포착에 민감하므로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하고, 구상하면서 고려하는 것이 많아 장시간을 소비해야 작품을 이룬다. 어렵고 쉬운 차이는 있어도 모두 넓은 학식과 오랜 수련을 기초로 하고 있다. 학식은 천박한데 공연히 시간을 늦추기만 하거나 재능도 없으면서 속도만 내는 것, 이렇게 하여 훌륭한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아직 들어본 일이 없다. -신사(神思)편-     14) 작가 수양론   이런 까닭에 문학적인 구상을 연마하는데 있어서는 고요하고 빈 마음의 상태 -虛靜-를 가장 귀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끗이 하고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 학문을 쌓아서 지식의 보물을 모으고 이치를 헤아려서 재기를 풍부하게 하고, 이전 것들을 연구하여 환히알도록 힘쓰고, 생각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좇아 말을 질서 있게 배열한다. 그런 다음에 오묘한 도리를 깨닫는 주체인 마음으로 하여금 성률(리듬감)에 따라 문자를 선택하게 하고독특한 견해를 지닌 구상 속의 형상인 의상(意象)을 따라 창작을 진행시킨다. 이것이 문학적인 구상을 다루는 으뜸가는 방법이며 작품 기획의 중요한 단서라 하겠다. -신사(神思)편-   마음의 생각과 언어는 정신활동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뜻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면이치가 명백해지고 감정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면 정신이 피곤해지고 기운이 쇠해지니 이것이 바로 사람의 타고난 감정의 법칙인 것이다.   젊은이는 식견이 짧지만 사고의 활동이 왕성하며, 나이 든 사람들은 분별력은 강하지만기운이 쇠약하다. 사고의 활동이 왕성한 사람의 생각은 민첩하고 재치가 있어 피로를 느끼지 않으나, 기운이 쇠약한 삶은 주도면밀하게 생각하면 정신이 손상된다. 이는 일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일반적인 자질을 가지고 나이의 많고 적음에 비추어 본 대략적인 상황이다.   만약 정열을 지나치게 소모한다면 자연스런 기운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원고를 들고 목숨을 재촉하게 되며 붓을 들고 본성을 해치게 된다. 이것이 어찌 성현이 본래 바라는 것이겠으며 문학 창작의 바른 도리겠는가.   육체적으로 부여받은 생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혜의 활용(사고의 작용)에는 끝이 없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재능이 오리의 다리처럼 짧은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다리가 긴 학처럼 재능이 풍부한 자를 흠모하여 애써 문학적인 표현력을 연마하고 생각을 짜낸다. 그 결과 내적으로는 정력과 기운이 마치 바닷물이 바다 밑에서 새는 것과 같이 소진되고, 외적으로는 우산(牛山)의 초목이 모두 잘리고 짓밟힌 것과 같이 정신과 사고에 손상을 입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근심과 두려움이 겹쳐서 질병을 자초하게 되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문학적인 구상을 전개하는 사고의 속도에는 빠름과 더딤이 있고, 사고의 흐름에도 흐름이자연스럽게 통하는 시기가 있고 막히는 시기가 있다. 머리 감을 때조차 몸을 구부리면 심장의 위치가 바뀌어 정상적인 감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고 하는데 정신이 혼미할때 계속 생각에 몰두하면 더욱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그러므로 문학적인 구상을 전개할때는 정신의 조절에 힘써야 한다. 마음을 맑고 평화롭게 유지해야 하며 기운이 조화롭고막힘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마음이 어수선하면 즉시 생각을 멈추어 마음이 답답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장의 구상이 무르익으면 붓을 들어 감정을 풀어내지만, 구상의 흐름이순조롭지 못할 때는 붓을 내려놓고 마음을 쉬어야 한다. -양기(養氣)편-   마음을 잡고서 창작의 방법을 단련하고자 할 때에는 지나친 고심은 불필요하며, 창작의규칙을 장악하는 데에 굳이 마음을 수고롭게 할 것은 없는 것이다. -신사(神思)편-   학문적인 성과는 근면에 달려 있으므로 게으르지 않아야 성과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송곳을 가지고 자신이 넓적다리를 찌르며 자신을 독려하는 사람도 있었고 곰의 쓸개를 맛보면서 힘든 노력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문학의 창작에 마음을 두는 것은 마음에 맺혀있는 것을 풀어 써내려 하는 것이므로 차분하게 마음의 움직임을 따르면서 침착한 가운데영감이 모아지는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여유로운 산책은 피로를 푸는 좋은 방법이며 담소는 권태를 치유하는 특효약이다. 항상유유자적한 가운데서 예리한 재능을 단련해내고 창작을 할 때에도 항상 남아 있는 기력이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학 창작을 위한 구상이 새로 간 칼날처럼 예리하여 소를잡을 때 뼈에서 발라낸 고기의 결에 한 점 머뭇거림이 없듯이 사고의 흐름에 막힘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록 도교에서 말하는 효과 만능의 호흡법과 같은 온전한 기술은 아니라 할지라도 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양기(養氣)편-   문학창작은 학식에 의해서 지탱되고 창작의 능력은 천부적인 것이다. 재능은 인간의 내면에서 솟아나고 학식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완성된다. 작가 가운데는 넘칠 정도로 학식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재능이 결핍된 사람이 있고, 재능은 풍부하면서도 학식이 빈약한사람도 있다. 학식이 빈약한 사람은 묘사할 사실을 찾는 것이 힘들고, 재능이 결핍된 사람은 타당한 감정표현을 하는데 힘겨워한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내재한 것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의 차이인 것이다. 그러므로 창작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학적인 구상이 언어문자로 표현될 때 재능은 주역이 되고 학식은 보좌역이 된다. 주역과 보좌역이 호흡을 같이할때는 수식의 아름다움이 성공적으로 드러나지만 재능과 학식이 편협하게 되면 비록 형식표현이 아름답다 할지라도 성공작은 못되는 것이다. -사류(事類)편-   감정이 움직여 말로 형상화되고 이성이 발로되어 문장으로 표현되니, 이는 은밀한 것을따라 명료한 것에 이르고, 안에 있는 것에서 말미암아 바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작가의 재능에는 평범함과 우수함이 있고 기질에는 강건함과 유약함이 있으며, 학문에는천박함과 심오함이 있고 습관에는 고상함과 비속함이 있다. 이는 모두 작가의 선천적인본성과 감정에 의해 용해되고, 후천적인 학습에 의해 응고된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문단의 세계는 구름처럼 변화하고 문학의 정원은 물결처럼 다채롭다. 그러므로 언어표현과 논리의 평범함과 우수함은 작가의 재능을 뒤집을 수 없으며, 기풍과취향의 강건함과 유약함이 어찌 작가의 기질과 다를 수 있겠는가. 작품에 인용된 자료들의 내용이 천박하거나 심오한 것이 작가의 학문과 동떨어진 예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체제와 격식의 고상함과 비속함은 작가의 창작 습관과 반대되는 경우가 드물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따르게 되니, 그 차이는 서로의 얼굴이 다르듯이 다양하다. -체성(體性)편-   창작의 구성단계에는 반드시 두 가지 근심거리가 있게 된다. 생각의 이치가 막혀 있는 사람은 내용의 빈약함을 고민하고, 언어표현이 넘쳐나는 사람은 표현이 번잡해지는 것을 근심한다. 식견을 넓히는 것이 작품의 빈약한 내용을 보충하는 양식이 되고 논리의 일관성이 표현의 번잡함을 방지하는 약이 된다. 식견이 넓으면서도 논리에 일관성이 있으면 창작의 구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사(神思)편-   문심조룡(文心雕龍) 15~16   15) 작품 전체의 구조적인 질서   부회(附會)란 무엇인가? 문장의 이치를 총괄하고, 시작과 끝을 통일시키며, 어떤 것을 쓰고 말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고, 문장의 각 부분을 통합시키고 작품 전체를 종합하여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마치 건물을 지을 때 기초와 구조에 주의해야 하고 옷을 마름질한 후에 바느질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재능 있는 아동이 문장을 배울 때는 반드시 문장의 체제를 바르게 하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나타내려는 사상과 감정으로 정신을 삼고, 글에 인용될 내용들을 골격으로 삼으며, 미적인 언어문자 표현을 피부로 삼고, 성률을 소리로 삼는다. 그런 연후에 채색을 베풀 듯 문장의 수사를 다듬고, 조화로운 운율의 아름다움을 도모하여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려서 체제의 균형을 잡는다. 이것이 문학적인 구상의 원칙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장에는 종류도 많고 갈래도 많다. 지류를 정리하려면 본류에 근거해야 하고지엽적인 것을 정돈하려면 근간을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언어문자를 배치하고 뜻을 안배하는데 있어서는 작품 전체의 원칙으로 이들을 총괄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무수한 길을 달리다가도 결국은 모두 같은 길로 돌아오게 하고 수많은 생각을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하게 해준다. 다양한 문장의 논리가 번잡하다 해도 본말이 전도되는 모순이없도록 해주며 비록 다양한 언어표현이 넘쳐나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준다. 나무들이 해를 향해 가지를 뻗는 것처럼 명확하게도 하고, 해가 지면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함축적이게도 하여, 수미가 긴밀한 연계로 일관되게 하면서도 표리가 일체화되도록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부회의 방법이다.   화가가 인물의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느라 얼굴 전체적인 모습을 바꿔버린다거나, 사수가작은 부분만을 겨냥하다가 벽마저도 못 쏘게 되는 것처럼, 지엽적인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다보면 전체적인 통일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일척(一尺)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촌(一寸)에 구애되지 말아야 하고, 일심(一尋, 八尺)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일척에 구애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 전체적인 미적효과를 위해 부분적으로 잘된 부분은 희생시킬 줄 아는 것이 바로 창작상의 기본원리인 것이다.   문학표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에는 정해진 법칙이 없고 작가의 생각 역시 복잡다단하다. 너무 간략히 하면 의미가 고립되고, 지나치게 번잡하면 말에 조리가 없어진다. 급하게 쓴것은 오류가 많게 되고, 지나치게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써도 문장에 해가 미친다. 또한사람마다 부여받은 재기가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 또한 같지 않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단번에 써내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모아서 단편적인 것을 쌓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번에 써내려가는 사람은 별로 없고, 단편적인 것들을 쌓아가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문장을 통괄하는 실마리를 잃어버리면 언어문자 표현의 맛도 반드시 혼란스럽게되고, 내용의 맥락이 통하지 않으면 문학의 체제도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다.   문장 전체의 구조적인 원리에 대한 깊은 인식이 있어야 문장의 각 부분들을 조화롭고도자연스럽게 결집시킬 수 있다. 이는 마치 나무의 아교질이나 돌에 붙어 있는 옥처럼 자발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네 필의 말은 각기 힘이 다르지만 여섯 줄의 고삐는 거문고의 줄처럼 가지런해서 나란히 달릴 때면 수레바퀴의 살들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문장을 짓는 방법도 이와 같다. 가고 멈추는 것은 마음에 달렸으며 느리고 빠른 것은손에 달려 있으므로 한결같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삐를 조절해야 한다.   그러므로 말을 잘 가져다 붙이는(附辭) 사람은 뜻이 전혀 다른데도 간담(肝膽)처럼 밀접한관계를 가진 것으로 만들고, 뜻을 모으는(會意)데 졸렬한 사람은 긴밀히 연결된 것도 남북처럼 멀게 느껴지게 만들어 버린다. 한 장(章)을 고치는 것이 새로 한 편을 짓는 것보다 어렵고, 글자를 바꾸는 일이 구절을 바꾸는 것보다 힘드니, 이것은 이미 증명되었던 것이다. 옛날 장탕이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작성했을 때 재차 거부되었고, 우송이 기초한 임금에게 보고하는 글도 몇 번이고 반환되었다. 이는 모두 이치와 내용이 분명하지 않고 문자표현과 주제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관이 원고를 고치고 종회가 글자를 바꾸었을 때, 한나라 문제가 특이한 글이라고 감탄하고 진나라 경제가 좋은 작품이라고 칭찬한 것은 곧 이치가 통하고 내용이 분명하며, 사고가 민첩하고 언어문자 표현이 타당했기때문이다. 이것을 통해 볼 때, ‘부회’를 잘하고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알게 된다.   붓을 놓고 문장을 매듭짓는 것은 예컨대 배를 타고 노를 짓는 것과 같고, 언어문자를 안배하여 맥락이 통하게 논리를 구성하는 것은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기세로 일관될 수 있으면 기탁한 뜻이 깊어져 여운의 미가 오래도록남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시작은 뛰어난데 그 뒤의 구절이 초라해져 버리면 결말의 기세가 막힐 것이고 여운의 미도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에서 “볼기에 살이 없으면 그 행보가 힘들어진다.”라고 한 뜻이다. 수미가 서로 상관되도록 하는 것만이 부회의본질적인 작용이다. 이렇게 되기만 하면 부회의 작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게 된다.   정리하여 보자.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는 작품에 계통을 세우는 어려움은 감정의 변화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와 잎이 잘 정돈되게 하여야 한다. 작품의 이치와 작품의 묘미가 서로 부합하면 서로 동떨어진 갈래들도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음악의 조화로움 같이 마음의 소리인 문장도 능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부회(附會)편-     16) ‘용재(鎔裁)’의 방법으로 작품 내용과 형식의 알맞은 조화를 도모하기   작품의 전체적인 구상이 이루어지면 그 가운데 수사도 더불어 진행된다. 작가의 기질에따라 강건함이나 유연함으로 기본적인 구상을 설립하고 전통과 창작성을 살려서 시기에적절하게 대응해가는 것이다. 기본적인 체제가 정해지고 나면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하고, 또 시기에 따르는 것에는 일정한 법칙이 없으므로 언어문자 표현이 번잡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작품의 내용을 정제하는 ‘용법(鎔法)’과 표현의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재법(裁法)’에 있다. 즉 작품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작품의 표현을 적절하게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장의 구상을 바르게 정리하는 것을 ‘용법’이라 하고 군더더기의 말을 제거하는 것을 ‘재법’이라 한다. ‘제법’에 의해서 잡초처럼 우거진 불필요한 표현들을 제거하고 ‘용법’에 의해서 으뜸 되는 큰 줄기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비유하자면 대목에는 먹줄로 가름새를 치고 도끼로 쓸데없는 부분을 쪼개내는 것과 같다. 쌍 엄지발가락이나 육손이는 천성적으로 불필요한 여분이 생겨난 것이며, 혹이나 사마귀도 신체 형태에 있어서 불필요한 여분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논지가 중복된다면 그것은 쌍 엄지발가락과 같은 내용상의 기형이며 동일한 표현이 중복된다면 혹처럼 표현상의 군더더기가 될 것이다.   문예구상을 막 전개해 갈 때는 언어문자 표현이 번잡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저울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의 안배에 있어서 균형을 잃기가 쉽다. 그러므로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먼저 다음의 세 가지 규칙을 세워야 한다. 먼저 표현하고자 하는 심정에 입각해서 체제를 정해야 한다. 다음은 내용에 합당한 사례들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요점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언어문자 표현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한 다음에 구체적인 서술로 살을 붙이고 언어문자 표현을 다듬어가는 것이다. 먹줄로 줄을 놓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버리기 때문에 수미가 원만하게 합쳐지고 일관된 조리를 지니게 되며 전체적인 질서에 계통이 서게 된다. 만약 작가가 이러한 규칙을 지키지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언어문자 표현을 해나간다면 불필요한 부분들이 생겨나서 군더더기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세 가지 기준이 정해지면 다음에는 자구(字句)를 검토해야 한다. 자구에 깎아내릴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작품에 결점이 있다는 증거며, 한 자도 깎아낼 것이 없게 될 때 작품은정밀한 표현을 이룬 것이 된다. 작품에는 세밀한 논리와 요긴한 표현만으로 극히 간략하게 압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자유로운 심정을 유창한 표현에 담아낸 풍부한 표현의 글도있다. 그러나 간략한 표현이냐 풍부한 표현이냐 하는 것은 작가의 개성에 달린 것이다. 길게 하자면 두 개의 구절도 하나의 작품으로 늘일 수 있고 줄이자면 하나의 작품도 두 개의 구절로 축약할 수 있다. 생각이 풍부한 사람은 부연을 잘하고 논리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은 축약을 잘한다. 축약을 잘하는 사람의 언어문자 표현은 글자를 간단히 줄인다 해도 의미가줄어들지 않으며, 부연을 잘하는 사람의 언어문자 표현은 다양한 언어문자 표현을 구사해도 의미가 잘 드러난다. 자구를 깎아내면 의미도 사라지는 경우는 문장력이 부족한 것이지 요점을 파악한 것이 아니며, 다양한 언어문자 표현을 구사한다고 하면서 표현이 중복되는 것은 쓸모없는 표현들이 잡초처럼 무성한 것이지 풍부하고 다양한 언어문자 표현을 이룬 것이 아니다. -용재(鎔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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