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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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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전체 [ 43 ]

4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댓글:  조회:11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네번째 노래(8)       (8) 밤마다, 내 날개폭을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잠그고, 나는 팔머1)의 기억을 떠올렸다--- 밤마다, 그의 금발, 그의 달걀형 얼굴, 그의 위엄 어린 표정이 여전히 내 상상력에 찍혀 있었다--- 지울 수 없이---- 특히 그의 금발 머리가. 그러니 치워라, 머리카락이 없는,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반들거리는 이 머리를. 그는 열네 살이었고, 나는 그보다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저 침울한 목소리는 침묵하라. 이 목소리가 왜 나와서 나를 고발하는가? 그러나 말하는 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의 혀를 사용하여 내 생각을 내보내면서, 나는 내 입술이 움직이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 나 자신임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내 젊은 날의 이력을 이야기하며,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회한을 느끼며---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나 자신이다. 말을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내가 암시하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지난날에 가졌던 친구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했으며--- 또다시 그 여섯 글자의 철자를 한 자 한 자 짚어 말하고 싶지 않다. 아니다, 아니다. 내가 한 살이 더 많다고 되풀이하는 것도 역시 쓸데없는 짓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여튼 되풀이하자. 그러나 고통스러운 중얼거림으로; 내가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그렇더라고, 내 체력의 우위는 오히려 인생의 거친 오솔길을 헤쳐나가며 나에게 몸을 의탁한 자를 부축하는 동기였지. 눈에 띄게 더 약한 존재를 학대하는 동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내가 지난날에 가졌던 친구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 체력의 우위는--- 밤마다--- 특히 그의 금발이, 대머리를 본 적이 있는 인간은 하나둘이 아니다. 노화, 질병, 고뇌는(이들 셋이 함께든 따로 따로든) 이 부정적인 현상을 만족스럽게 설명한다. 어느 학자에게 내가 그 현상에 관해 묻는다면, 적어도 그가 내게 해줄 대답이 이와 같다. 노화, 질병, 고뇌. 그러나 내가 모르지 않는바(나도 역시 학자다), 어느 날 내가 한 여자의 가슴을 찌르려고 단검을 들어올리는 순간, 그가 내 손을 저지한 까닭으로, 내가 강철 팔로 그의 머리칼을 잡아쥐고 하도 빠르게 그를 허공에 내돌린 나머지, 그 머리칼이 내 손에 남고, 그의 육체가 원심력으로 내던져 떡갈나무의 둥치에 처박히고--- 나는 어느 날 그의 머리칼이 내 손에 남은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나도 역시 학자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했다. 나는 어느 날 내가 수치스러운 것을 자행했으며, 그때 그의 육체가 원심력으로 내던져졌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열네 살이었다. 정신착란이 발작하는 가운데, 내가 성유물처럼 오래 간직해온 피 흐르는 물건을 가슴에 끌어안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갈 때, 나를 쫓는 어린아이들--- 돌팔매질을 하며 나를 쫓는 어린아이들과 늙은 여자들은 비통한 신음소리를 내 지른다. "저걸 봐라, 팔머의 머리칼이다." 치워라, 그러니 치워라. 거북이의 등딱지처럼 반들거리는 대머리를--- 피 흐르는 물건을. 그러나 말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의 달걀형 얼굴, 그의 위엄 어린 표정.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늙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 그런데 나는 사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 했던가?---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강철 팔로, 이 충격이, 이 충격이 그를 죽였는가? 그의 뼈가 나무에 부딪쳐 부러졌는가--- 돌이킬 수 없이? 이것이 그를 죽였는가, 한 장사의 힘에서 태어난 이 충격이? 그는 생명을 보전했는가. 그의 뼈가 돌이킬 수 없이 부러졌어도---- 돌이킬 수 없이? 이 충격이 그를 죽였는가? 나는 감긴 내 두 눈이 목격하지 못한 그 일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 사실---- 특히 그의 금발, 사실, 나는 그때부터 용서할 줄 모르는 앙심을 품고, 밤마다, 영광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육층 방에서, 한밤의 고요한 시간에, 작업대에 엎드려 있다가, 무엇의 탓이라고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낮은 소리를 감지할 때. 그는 명상과 먼지 낀 수고(手稿)로 무거워진 머리를 사방팔방으로 돌리지만, 어느 것도, 손에 잡힌 어떤 징후도, 그에게는 확실하게 들리지만, 그리도 희미하게 들리는 원인을 밝혀주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제 촛불의 연기가 주위의 공기를 가로질러 천정으로 날아오르며, 벽에 박힌 못에 걸린 종이 한 장을 거의 감지할 수도 없이 떨리게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육층에서, 영광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무엇의 탓이라고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낮은 소리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내 귀에 속삭이는 구성진 목소리 하나를 듣는다: "말도로르!" 그러나 제 착각을 끝내기 전까지는, 한 마리 모기의 날갯소리를 듣고 있다고----작업대에 엎드려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비단 침대에 누워 있는 게 무슨 대수인가? 나는 냉정한 마음으로 날카롭게 직시한다. 비록 장밋빛 도미노와 가장무도회의 시간이지만, 내가 눈을 뜨고 있음을. 전혀---- 오! 아니다, 전혀! 어떤 죽음의 목소리가 이런 천사 같은 억양으로 고통에 찬 우아함을, 그리도 떨면서 내 이름의 철자를 들려주지 않았다! 한 마리 모기의 날갯소리---- 그 목소리는 얼마나 친절한가---- 그는 그럼 나를 용서했는가? 그의 육체는 떡갈나무 둥치에 처박혔다---- "말도로르!"       1) 팔머: 원문의 표기는 Falmer. 연구자들은 이 이름에 의거해, 로트레아몽이 소개하는 이상형 가운 하나인 이 인ㅁ눌을 영국계로 추론한다.   네번째 노래 끝  
4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2) 댓글:  조회:14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2)           네번째 노래(7)       (7) 자연법칙의 잠재적이거나 가시적인 기능에서 비정상적인 일탈을 목격하게 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저마다 자기 생애의 갖가지 단계를 찬찬히 뜯어보는 창의적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단 하나의 단계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주장하는 바의 증거를 제공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단계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른 상황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정도로 놀라지 않고는 떠올릴 수 없는 기억이 있을 터라, 제일 먼저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자면, 어떤 날, 자신이 관찰과 경험에 의해 제공된 기지의 관념을 확실하게 넘어선 것처럼 보였거나 실제로 넘어섰던 어떤 현상의 목격자가 되었던 기억이 그것인데, 예를 들자면 두꺼비 비 같은 것으로, 그 마술적인 광경이 처음에는 학자들에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겠는데, 다른 어떤 날, 자신의 영혼이 심리학의 탐구적인 시선 앞에서, 이성의 착란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착란은 덜 흥미롭기는커녕 한결 더 흥미롭다). 적어도 내 과장된 언어에서 생겨난 명백한 졸작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몇몇 냉담한 사람들에게 까다롭지 않은 말로 하자면, 이례적이면서 꽤 자주 매우 심각한 상태를 드러내보이는데, 그 상태는 양식이 상상력에 허용한 경계가 때로는 그 두 힘1) 사이에 체결된 덧없는 계약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의지의 강력한 압력에 의해, 그러나 또한 대부분의 경우는 효과적인 협력의 부재에 위해 무너졌음을 나타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들자. 아무쪼록 주의깊은 절도를 반려로 삼기만 한다면, 그 적절함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나는 두 개의 예를 제시한다. 분노의 열광이 오만의 병. 나는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내가 문장을 지나치게 빠르게 전개하면서, 꺾어내는 문학의 몇몇 아름다움에 대해 막연하고 하물며 잘못되기도 한 관념을 품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아아! 내가 내 추론과 비교를 천천히 그리고 대단히 장려하게 펼쳐내어(그러나 누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겠는가?).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내 공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경악을 더 잘 이해시키고 싶었던 것은, 어느 여름날 저녁, 태양이 수평선에 기울어졌다 싶을 무렵에, 다리 끝과 팔 끝 부분에 달린 넓적한 오리 물갈퀴를 놀리며, 비례적으로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만큼 길고 뾰쪽한 등지느러미를 단, 근육도 튼튼한 인간 존재가 바다 위에서 헤엄을 치는 것을 보았을 때인데, 수많은 물고기떼가 (나는 이 행렬에서, 다른 여러 수중 주민들 가운데, 전기가오리, 그린란드아나르다 고래와 쭈굴감팽을 보았다). 최대치의 감탄을 매우 과시적으로 드러내며 그 인간을 뒤따르고 있었다. 이따금 그가 잠수를 하면, 그의 점착성 육체가 이백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거의 즉시에 다시 나타나곤 했다. 쇠물돼지들은, 내 의견이지만 훌륭한 헤엄 선수라는 명성을 훔쳐오지 못한 것들이라. 이 신종 양서류을 멀리서 겨우 따를 수 있었다. 독자가 내 서술에 어리석은 맹신이라는 해로운 장애물보다는 깊은 신뢰라는 최상의 도움을 바친다면, 그에게 후회할 이유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는바, 이신뢰는 시적 신비를, 내가 책임지고 밝혀야 할 독자 자신의 의견에 따르면 수가 너무 적다는 이 신비를, 비밀스러운 공감의 힘으로 조목조목 검토할 터이며, 그때마다 수중식물의 자극성 냄새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그런 기회가, 오늘날에는 기회가 뜬금없이 나타나는 만큼, 나타날 터이고, 물갈퀴 조류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제 것으로 삼은 괴물 하나가 담겨 있는 이 장절에 서늘한 북풍이 그 냄새를 옮겨올 터이다. 여기서 누가 제 것으로 삼았다고 말하는가? 인간은, 다양하고 복잡한 그 본성에 의해, 여전히 경계를 확장할 방법을 모르지 않는다는 점을 익히 알아야 할 것이나, 물속에서는 해마처럼 살고, 대기의 상층부를 가로지르기로는 흰꼬리독수리와 같으며, 지하에서는 두더지, 쥐며느리와 같고, 유충의 숭고함과 같다. 더 간결하거나 덜 간결한(그러나 덜 보다는 더) 인간의 형태를 놓고, 내가 머리를 짜내 생각해보았자, 최고로 든든한 위안의 범주란 게 이 정도이기게, 나는 아주 먼 거리에서 그 인간 존재가, 가장 장대한 가마우지도 결코 그럴 수 없을 만큼, 파도의 수면에서 사지를 놀려 헤엄치는 것을 보고, 아마도 그 팔과 다리 끝에 일어난 새로운 변화는 어떤 알지 못한 범죄의 속죄징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머리를 썩여가며 연민의 우울한 알약을 미리 제조할 필요는 없었다. 두 팔로는 쓰디쓴 파도를 번갈아 후려치고, 그사이에 두 다리로는 돌고래의 나선형 어금니들이 지닌 힘과 맞먹는 힘으로 층층의 물을 후방으로 밀어내는 이 사내가 형벌로 그 이상한 형태를 둘러썼다기보다는 자진해서 그걸 제것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중에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진실은 다음과 같이 단순하다. 이 유동하는 원소 속에서 삶을 연장하다보니, 여러 바위투성이 대륙에서 스스로 망명한 이 인간 존재 속에, 중요하지만 본질적이지 않은 변화가 느낄 수도 없이 서서히 일어난 것이고, 그게 내눈에 띄었던 것이고, 그 물건이 처음 나타났던 순간부터, 자못 당황한 시선이 그 기이한 형태에 따라 물고기라고 여겼던 것인데(차마 말하기 어려운 경솔함 때문인데, 그게 빗나갈 경우 심리학자들이 신중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온다.) 그 형태는 아직 박물학자들의 분류체계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내가 비록 너무 불확실한 조건에서 상상한 다음의 가정 쪽으로 기울려는 허용 가능한 의도를 품은 것은 아닐지라도, 아무튼 저 학자들의 사후 저작에는 기록되리라고 본다. 사실, 이 양서인간은(양서인간이 존재하고, 그 반대를 주장할 수는 없으므로). 물고기들과 고래들을 별도로 친다면, 오직 나에게만 보였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몇몇 농부들이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당황하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멈춰 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인데, 그들은 자기들의 눈에는 온갖 종류의 측정 가능하고 일정한 양의 물고기떼밖에 보이지 않는 바다의 한 곳을 왜 내 두 눈이, 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인내심으로, 끊임없이 응시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헛되이 애를 쓰면서, 커다란 제 입구멍을 필경 고래만큼 크게 벌렸다. "그걸 보고 자기들은 미소를 짓지만, 하나 나처럼 창백해지지는 않는데". 그들은 정취 넘치는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길, "자기들은 바보가 아니기에, 정확히 내가 물고기들의 목가적인 선회 이동은 보지 않고, 내 시선이 훨씬 더 앞쪽에 막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나와 관련된 것을 말하자면, 그 강력한 입들의 주목할 만한 크기를 향해 내 눈을 기계적으로 돌리고, 혼자 속으로, 우주 전체에서 산만큼이나, 아니 적어도 곶벼랑만큼이나 (청하옵건대, 찬양하시라. 어느 구석 한 뼘 땅도 놓치지 않는 유보표현의 섬세함을) 거대한 펠리컨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에는, 어떤 맹금의 부리나 어떤 야수의 턱뼈도 이 벌어진, 그러나 너무나 음울한 이 분화구들 하나하나를 결코 능가할 수도, 심지어 이에 맞설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은유의 호의적인 사용법에 많은 여지를 남겨둔다 하더라도(이 수사법은, 선입관이나 잘못된 사고나, 실은 그게 그거지만, 그런 것에 물든 자들이 흔히 애써 머릿속에 그리는 것 이상으로, 무한을 향한 인간의 갈망에 훨씬 더 많는 도움을 준다). 농부들의 우스꽝스러운 입이 향유고래 세 마리를 삼킬 만큼 넓게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우리의 생각을 더 줄이자. 진지해지자, 그리하여 이제 갓 태어난 세 마리 아기 코끼리로 만족하자. 단 한 번 팔을 휘저어, 양서인간은 자기 뒤에 일 킬로미터의 거품 이는 물이랑을 남겼다. 다시 물속에 잠기기 전, 앞으로 뻗은 팔이 공중에 떠 있는 매우 짧은 순간에, 일시 벌어졌다가 피막의 형태를 지닌 피부의 움추림 덕택에 다시 합해진, 그의 손가락들이 허공으로 높이 솟구쳐 별을 붙잡는 것만 같았다. 내가 바위 위에 서서, 두 손을 갈매기처럼 모아, 소리치자. 게와 갯가제들이 가장 은밀한 바위틈의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오, 그대, 수영으로 군함조의 긴 날개의 비상을 이기는 자여, 인류가 그 내면의 생각을 충실하게, 말로 바꾸어 힘차게 내 던지는 저 울림도 거대한 목소리의 의미를 자네가 아직도 이해한다면, 그 빠른 행보를 잠시 중단하고, 자네가 밟아온 진실한 이력의 고비를 나에게 간략하게 말해주게. 그러나 자네에게 경고하건대, 내게 우정과 존경심을자아내게 하는 것이 자네의 대담한 의도라면, 내게 말을 던질 필요가 없네. 그런 감정이야 상어처럼 우아하고 힘차게 그 굽힐 줄 모르는 일직선의 순례를 완수하는 자네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내가 자네에게 느꼈던 것." 한줄기 한숨소리가 내 뼈를 얼어붙게 하고, 내 발바닥을 올려놓은 바위를 흔들며(그런 절망의 울부짖음을 내 귀에 전하는 음파의 거친 침입으로 나 자신이 흔들린 것이 아닌, 이상). 지구의 내장에까지 들렸으며, 물고기들이 눈사태의 굉음을 내며 파도 아래도 잠겨들었다. 양서인간은 감히 너무 가까이 해안까지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제 목소리가 내 고막까지 또렷하게 도달한다는 것은 확인하자. 해초에 덮인 제 상체를 울부짖는 물결 위로 띄운 정도로, 물갈퀴가 달린 사지의 움직임을 줄였다. 나는 그가 지고한 명령을 받들어, 방황하는 한 무더기 기억들을 소환하려는 듯, 머리를 숙이는 것을 보았다. 이 성스러운 고문서적 작업을 하는 그를 나는 감히 방해할 수 없었다. 과거 속에 잠겨들어간 그는 한 덩이 암초와 방불했다. 그는 마침내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네는 적이 없지 않다네, 수많은 발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동물들의 호감을 끌어모으기는커녕 놈들에게 십중팔구 질투심 어린 분노나 유발하는 강력한 자극제일 뿐이지. 그래서 나는 이 토충이 강렬하기 그지없는 증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도 놀라지 않을 것이네. 나는 자네에게 내 출생지를 감추겠네. 그거야 내 이야기와 별 상관이 없지만, 내 가족을 생각하면 다시 솟아오르는 부끄러움은 내 의무와 상관이 있지.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신이여, 그분들을 용서하소서!) 일 년을 기다린 후, 하늘이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준 걸 알았다네. 두 쌍둥이. 내 형과 내가 태어났지. 그런 만큼 서로 사랑하는 것이 더욱 당연하지. 내 이야기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야. 둘 중에 내가 더 아름답고 더 영리해서, 형은 나에게 증오를 품고, 제 감정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지. 이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의 가장 큰 부분을 내게 쏟아부었고, 나도 성실하고 변함없는 우애로, 같은 혈육에서 출생한 자에게 격분할 권리가 없는 한 영혼을 달래려고 노력했다네. 그런데 내 형은 제 분노의 한계를 모르고, 전혀 엉터리도 없는 중상으로, 우리 공동 부모의 마음에서 내가 미더움을 잃게 했지. 나는 십오 년 동안 지하토굴에서 먹을 것이라고는 유충과 흙탕물밖에는 없이 살지 않았겠나. 이 부당한 장기 유폐에서 내가 체험했던 전대미문의 고통을 세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네. 이따금, 하루의 어느 시간에, 형리 셋이 하나씩, 차례로 돌아가며, 갑자기 들이닥치곤 했다네. 집게와 장도리와 가지가지 고문도구를 들고 말일세. 고통이 내게서 뽑아낸 비명이 그들의 완고함을 흔들지 못했고, 내가 흘린 대량의 피가 그들을 미소짓게 했지. 오, 내 형이여, 나는 너를 용서한다. 내 모든 고통의 제일 원인인 너를! 눈먼 광분이 끝에 가서라도 제 자신의 눈을 뜨게 할 수 있겠는가! 영원한 감옥에서 나는 많은 성찰을 했다네. 인류에 대한 내 전반적인 증오가 어떤 것이었을지. 자네는 짐작하겠지 점차적인 쇠약, 육체와 정신의 고립이 아직 이성을 완전히 잃게 하지는 않아서, 내가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들한테 원한을 품을 정도는 되었지. 나를 노예로 삼은 그 삼중 질곡을 말이야. 나는 꾀를 써서 내 자유를 되찾지 않았겠나! 비록 내 동류들이라고 불리긴 하나, 이날까지 나와 닮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대륙의 주민들에게 진저리가 나서(그들이 내가 자기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면, 왜 나에게 고통을 주었겠는가?). 만일 바다가 숙명적으로 살아온 생애보다 앞선 생애의 먼 기억을 내게 보여준다면, 죽음을 끌어안으리라는 결심을 단단히 굳히고, 나는 해안의 자갈밭을 향해 달려갔지. 자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있겠는가? 내 부모의 집에서 도망친 그날 이후, 바다와 그 수정 동굴에서 살게 된 것을,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한탄하지는 않는다네. 섭리는, 자네가 보다시피, 내게 백조의 기관을 일부 마련해주었지. 물고기들과는 평화롭게 살아서, 너석들은 내가 자기들의 군주라도 되는 듯이, 필요한 양식을 구해주지. 자네가 불쾌하게 여기지만 않는다면, 내가 한번 특별히 약정된 휘파람을 불어보겠네. 그럼 녀석들이 어떻게 다시 나타나는지 보게 될 걸세." 그가 예고한 일이 일어났다. 그는 자기 신하들의 행렬에 둘러싸여, 그 왕자의 위엄이 어린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몇초 후에 그가 내 육안에서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망원경을 통해서는, 그와 수평선의 마지막 변을 여전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헤엄을 치고, 다른 손으로는 단단한 땅에 접근한 데서 오는 두려운 긴장으로 핏발이 선 두 눈을 닦았다. 나를 기쁘게 하려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나는 깍아지른 절벽에 그 고자질쟁이 도구를 집어던졌다. 망원경은 이 바위 저 바위에 부딪쳐 튀어올랐으며, 그 흩어진 조각들을 삼킨 것은 파도였다. 마지막 표현과 마지막 작별이 그와 같았으니, 그로써 나는 고결하고 불운한 한 지성 앞에, 마치 꿈속에서처럼, 인사를 하였더라! 그렇지만, 그 여름 날 밤에, 일어난 일에서, 모든것이 사실이었다.       1) 다시 말해서 양식과 상상력  
4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1) 댓글:  조회:10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1)           네번째 노래(6)       (6) 나는 절벽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루종일 사막을 가로질러 타조를 쫓았으나 붙잡지 못한 사람은 먹을 것을 먹고 눈을 감을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 내 글을 읽은 자가 그사람이라면, 어떤 수면이 나를 짖누르고 있는지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폭풍이 그 손바닥으로 배 한 척을 바다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 수직으로 눌렀을 때, 전체 선원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피곤과 온갖 종류의 박탈로 기진하여 뗏목 위에 남아 있다면, 파도가 인간의 생애보다 더 길어진 시간 동안 그를 표류물처럼 흔들어댄다면, 그런데 깨어진 배 밑바닥의 떠돌고 있는 이 비탄의 해역에 프리깃함 한 척이 항적을 그리다가 난바다 위로 제 앙상한 해골을 끌고 가는 그 불행한 사람을 보고 하마터면 늦을 뻔한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내 생각에 이 조난자는 내 감각이 졸음기가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훨씬 더 잘 짐작하리라. 동물자기1)와 클로로포름은, 그것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을 때, 가끔 이런 가면증 강직과 동일한 상태를 낳을 수 있다. 이 상태는 죽음과는 아무런 닮은 점도 없다. 닮았다고 말하면 큰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꿈속으로 들어가, 참을성 없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독서에 굶주려, 임신한 암컷 때문에 서로 다투는 머리 큰 향유 고래떼처럼, 울부짖지 않게 하자. 나는 꿈을 꾸었으니, 내가 어느 돼지의 몸에 들어갔는데, 빠져나오는 일이 쉽지 않아, 순전히 진흙투성이인 늪 속에서 내 털가죽을 굴렸다. 보상과 같은 것이었을까? 내가 원하던바, 나는 더이상 인류에 속하지 않았다! 나는 이와 같은 해석을 받아들이고, 더할 나위 없이 심오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렇지만 나는 섭리의 편에서 베푼 이 각별한 호의에 어울릴 만한 어떤 미덕의 행위를 수행했는지 열심히 탐구했다. 화강암의 복부에 무서울 정도로 달라붙어, 죽은 물질과 살아 있는 살의 이 환원 불가능한 혼합물 위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수가 두 차례나 지나가는 동안, 그렇게 납작 몸을 붙이던 여러 단계를 기억 속에 되새기고 난 지금, 이 전략이 십중팔구는 신의 정의에 의해 내게 떨어진 형벌일 뿐이었다고 단언하는 것이 필경 쓸모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내적 필요성이나 그 악취 풍기는 기쁨의 원인을 누가 알겠는가! 변신은 내가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완전한 행복의 높고 고결한 메아리로밖에는 결코 내 눈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내 내가 돼지가 되는 그날이 왔구나! 나는 나무껍질에 내 이빨을 시험하였다. 돼지 주둥이를, 나는 기쁨에 겨워 바라보았다. 신성의 가장 작은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내 영혼을 이 형언할 수 없는 쾌락의 극단적인 높이까지 끌어올렸다. 따라서 내게 귀를 기울이고, 얼굴을 붉히지 말라. 아름다움의 무궁무진한 캐리커처들아, 더할 수 없이 경멸스러운 너희 영혼의 우스꽝스러운 당나귀 울음을 진지하게 여기는 자들아. 전능한 힘이 그로테스크한 거대한 일반법칙을 분명코 넘어서지 못하는 뛰어난 광대놀음의 희귀한 순간에, 왜 인간이라 불리는, 붉은 산호와 재질이 닮은, 기이한 미생물 존재들을 어느 날 한 행성에 살게 하고는, 그것을 놀라자빠질 기쁨으로 삼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아. 물론 뼈와 지방인 너희가 얼굴 붉히는 것은 옳다만, 그러나 내게 귀를 기울여라. 나는 너희의 지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지성이 너희에게 내보이는 혐오감 때문에 너희는 지성에게 피를 쏟게 할 것이다. 그런 것은 잊어버려라. 그리고 일관성을 지켜라--- 자, 이제 구속은 없다. 나는 죽이고 싶을 때 죽였다.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기조차 했고, 아무도 나를 막지 않았다. 나는 종족을 평온하게 남겨두고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인간의 법률이 복수를 하겠다고 내내 나를 쫓아왔다. 그러나 내 양심은 내게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았다. 하루 동안, 나는 내 새로운 동류들과 싸웠으며, 땅에는 응고된 피가 수없이 널판처럼 흩어져 있었다. 내가 제일 강자였으며, 나는 모든 승리를 거머쥐었다. 쓰라린 상처가 내 몸을 덮었으나, 나는 그걸 모르는 척했다. 지상의 동물들이 나에게서 멀어졌으며, 나는 찬란한 권위 속에 홀로 남아 있었다. 내 광포함으로 생명이 전멸한 그 지방을 멀리 떠나, 다른 지방에 도착하여 내 살인과 살육의 습속을 삼으려고, 강을 헤엄쳐 건너간 뒤에, 내가 그 꽃 핀 강변을 걸어가려 했을 때, 내 놀라움은 무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두 발이 마비되었으며, 어떤 움직임도 이 강요된 부동의 진실을 밝혀주려 하지 않았다. 내 길을 계속 나아가려는 초자연적인 노력 한가운데서, 나는 그때 정신이 들었으며, 내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섭리는 이렇게 꿈에서라도 내 숭고한 계획이 성취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닌 방식으로, 나에게 이해시켰다. 내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온 것이 나에게는 매우 큰 고통이어서 밤이면 밤마다 나는 아직도 울고 있다. 내 시트는 물에 담가졌던 것처럼 줄곧 젖어 있어서, 나는 날마다 시트를 갈게 한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나를 찾아오라. 너희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내 주장의 그럴듯함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 진실 자체를 검증할 것이다. 아름다운 별빛 아래서, 절벽 위에서 보낸 그날 밤 이후, 얼마나 여러번 나는 이 돼지떼 저 돼지떼에 섞어들어가, 내 깨어진 변신을 하나의 권리로 반환하려 하지 않았던가! 이 영광스러운 추억을 떠날 때가 되었다. 추억은 지나간 자리에 영원한 회한의 창백한 은하수밖에는 남기지 않는다.       1) 최면술을 실시했을 때 시술자로부터 피술자에게 흐른다고 생각되는 액체, 또는 힘. 에서 중요한 요소로 나온다. 뒤카스는 보들레르가 번역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을 통해 이 말을 알게 됐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4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0) 댓글:  조회:11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0)     네번째 노래(5)       (5) 내 방의 벽에 도대체 어떤 망령이 제 딱딱한 실루엣의 몽환적 투영을 유레없이 강력하게 그리는 것이냐? 내가 이 착란의 소리 없는 질문을 가슴에 품을 때, 이와 같이 문체의 간결함이 이루어짐은 형식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서다. 네가 누구든, 너를 지켜라. 내 너에게 무시무시한 고발의 투석기를 몰아갈 테니. 그 두 눈은 네 것이 아니다--- 어디서 그걸 탈취했느냐? 어느 날, 나는 내 앞으로 지나가는 금발의 여인을 보았는데, 네 눈과 똑같은 눈을 가졌더구나. 그 여자에게서 너는 두 눈을 빼앗았다. 네 아름다움을 믿게 하려는 속셈이 보인다마는, 아무도 속지 않으며, 나라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속지는 않는다. 타자의 살을 먹기 좋아하고 추격의 유용성을 옹호하는 자들이며, 아칸소주의 파노코코1) 잎을 스치는 해골들처럼 아름다운 맹금류 한 무리 전체가 순종하고 공인된 하인들처럼 네 이마를 둘러싸고 파닥거린다. 그런데 이마인가? 그렇다고 믿기에는 여러 번 머뭇거리지 않기 어렵다. 그 이마란 것이 매우 낮은지라, 있는지 없는지 싶은 그 존재에 대한 수적으로 매우 빈약한 그 증거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너에게 이마가 없기에, 너는 몽환적인 춤의 흐릿하게 비친 상징처럼 벽에다 네 요추의 열띤 흔들림을 데려올 것이다. 도대체 누가 네 머리가죽을 벗겼느냐? 그게 한 인간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 네가 그를 스무 해 동안, 한 감옥에 가두었더니. 그가 달아나 제 앙심에 알맞은 복수를 준비한지라. 그는 제 할 일을 한 것이며, 나는 그를 칭찬하긴 했으나. 다만, 오직 다만 한 가지, 그는 충분히 가혹하지 않았다. 이제 너는 적어도(이 점에 미리 주목하자), 머리칼의 명백한 결여로, 포로로 잡힌 아메리칸인디언을 닮았다. 동물들에게서 제거된 뇌수조차도 결국은 다시 돋아난다는 것을 생리학자들이 발견하였으니 네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은, 내가 방금 깨달은 사소한 것에 따르면 거대한 쾌락이 없는 것은 아닌 단순한 사실 확인에 머물러, 가장 대담한 추론으로도 네 자유에 대한 소망의 경계에까지는 못 미치고, 그와 반대로, 매우 의심스러운 그 중립성을 가동하여, 어디까지나 네 머리를 덮고 있는 피부의 일시적 상실밖에는 네게 가능한 것이 없음을 한결 거대한 불행의 전조처럼 여기는(또는 최소한 희망하는) 데에 근거를 둔다. 나는 네가 내 말을 이해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네가 우연의 허락을 얻어, 터무니없지만 때로는 이치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 어떤 기적에 의해, 네 적의 세심한 감사가 제 승리의 감동스러운 기념물로 간직해온 그 귀중한 두피를 되찾는다면, 부분적이거나 전체적인 체온 저하에 대한 너의 정당한, 그러나 약간 과장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만큼 당연히 너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네 머리에 줄곧 얹어두는 것이 너에게 허락될(내가 그걸 부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터) 쓰개머리에 의해서, 기초적인 예의의 가장 단순한 규칙들을 어긴다는 항상 불쾌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네 뇌수의 다양한 부분을, 특히 겨울철에, 대기와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하고 유일하기도 한 기회를, 비록 갑작스럽긴 하지만 운좋게 나타날 기회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 확률법칙을 수학적 관점에서만 검토했어도(그런데, 주저하다시피 이 법칙은 유추에 의해 지성의 다른 분야에도 쉽사리 옮겨 적용할 수 있다) 거의 절대적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아울러 이해했기를 희망한다. 네가 내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는 게 진실이 아니냐? 네가 내 말을 더욱 깊이 새겨듣더라도, 네 슬픔이 그 붉은 콧구멍 내부에서 멀어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주 불편부당하고, 응당 너를 증오해야 하는 만큼 증오하지도 않는 만큼(내 말이 틀렸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라). 네 뜻이야 어떻든, 우월한 힘에 밀린 것처럼, 너는 내 연설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너만큼 사악하지 않다. 왜 너의 재능이 내 재능 앞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겠느냐--- 사실, 나는 너만큼 사악하지 않다! 네가 방금 이 산허리에 세워진 도시에 시선을 한 번 던졌다. 그런데 지금 내가 무얼 보고 있는가? ---- 주민들이 모두 죽어버렸구나! 나는 다른 사람만큼 자존심을 지녔으며, 아마도 더 지닌다는 것은 그만큼 더 악덕이다. 좋다. 들어보라--- 들어보라,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흐르는 해저 조류 속에서 상어의 모습으로 반세기를 살아왔던 기억을 떠올리는 한 사내의 고백이 너에게 아주 생생하게 흥미로워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면 말이다. 쓰라린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너에게 불러일으키는 혐오감을 내비치려는 그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고 들어보라. 내가 네 발끝에 미덕의 가면을 벗어던져,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네 눈에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가면을 한 번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며(그렇긴하지만, 이 말로 변명이 된다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네가 내 용모를 찬찬히 살펴본다면, 너는 내가 패덕이라는 점에서는 너의 무시무시한 적수가 아니라, 너를 존경하는 제자인 것을 알아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와 악덕의 종려수관을 다투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이 그러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먼저 나와 겨루어야 할 터인데, 그게 쉽지 않고--- 들어보라, 네가 안개의 허약한 응결이 아니라면(너는 어딘가 네 몸을 감추니, 나는 그 몸을 만날 수 없다). 어느 날 아침, 장미색 연꽃을 꺾으려고 호수에 몸을 기울인 어린 소녀를 보았는데, 그애가 조숙한 경험으로 발을 확고하게 딛고 물에 몸을 숙였을 때, 그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정말이지 내 편에서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에, 그 애는 바위 근처에서 조수가 일으키는 소용돌이처럼 비틀거렸고, 그애의 다리가 휘청거렸으니, 보기에 경이로운 사건이자 내가 너와 이야기하는 것만큼의 진실성으로 이룩된 현상으로, 그애는 호수의 바닥에까지 떨어졌다. 기묘한 결말로, 그애는 더 이상 어떤 수련도 꺾지 않았다. 그애는 물밑에서 무엇을 할까?--- 나는 알아보지 않았다. 필경, 해방의 기치 아래 정렬되는 그애의 의지는 부패와 악착스러운 싸움을 벌이리라! 그러나 너, 내 스승, 네 시선을 맞고, 이 도시 저 도시의 주민들이, 코끼리의 발꿈치에 부서지는 개미 둥지처럼, 일시에 파멸한다. 나는 그 증명의 한 예를 방금 목격하지 않았던가? 보라 --- 산은 더이상 즐거워하지 않는다--- 산은 늙은이처럼 고립되었다. 집들은 존재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더는 존재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는 네가 똑같이 말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낮은 목소리로 단언하더라도, 이것은 역설이 아니다. 벌써, 시체들이 발산하는 냄새가 나에게까지 왔다. 너는 맡지 못하느냐? 저 맹금들을 보라. 거창한 식사를 시작하려고 우리가 멀리 떠나기를 기다린다. 그 끊임없는 구름떼가 지평선 네 구석에서 몰려온다. 아아! 놈들은 벌써 와 있다. 그 맹렬한 날개가. 범죄를 서두르라고 너를 재촉하기라도 하듯이, 네 위에 나선형 건축물을 그리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너의 후각은 가장 미미한 악취도 맡지 못하는가? 사기꾼이란 게 별다른 것이 아니다--- 너의 다리를 안고 싶지만, 내 팔은 투명한 안개만 그러잡는다. 나로서는, 그것에 진지한 감탄의 표지를 가장 많이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유령은 나를 조롱한다. 놈은 저 자신의 육체를 찾도록 나를 돕는다. 내가 놈에게 제자리에 있으라고 신호를 하면, 놈도 내게 똑같은 신호를 보내고--- 비밀이 밝혀졌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건대, 내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큰 세목과 가장 작은 세목이. 이런 세목들은, 예를 들어, 금발 여인에게서 갈취한 두 눈처럼, 다시 마음 속에 떠올릴 가치가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다름없고!--- 그러니까 나도 내 머리가죽이 벗겨졌음을 떠올리지 않았던가? 그가 나 같은 존재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우정을 나에게 당당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인간 존재가 느끼는 고통의 모습을 목격하려고, 내가 그를 감옥에 가두었던 것이 고작 오 년간이지만(하마터면 정확한 연수를 잊을 뻔했다). 내 시선이 허공에 도는 행성들에게까지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르는 체했기에, 내가 기억능력을 지니지 못했다고 그가 주장하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리라. 네가 해야 할 남은 일은, 돌맹이의 도움을 얻어, 이 거울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리는 것--- 일시적 기억상실의 악몽이 내 상상력 속에 거처를 마련하는 일은 처음이 아니어서, 그때마다 확고한 광학법칙에 의해, 나 자신의 상을 잘못 보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구나!       1) 파노코코는 흑단의 일종으로 미국 중남부 서부의 아칸소주가 아니라 남미의 가이아나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9) 댓글:  조회:11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9)           네번째 노래(4)       (4) 나는 더럽다. 이(虱)들이 나를 물어뜯는다. 돼지들이 나를 보고는 토한다. 문둥이의 딱지와 욕창이 누런 고름 범벅인 내 피부를 비늘처럼 덮고 있다. 나는 강에 흐르는 물도 구름의 이슬도 알지 못한다. 내 목덜미에서는 산형화서(繖形花序)의 꽃가루를 지닌 거대한 버섯이 퇴비 더미라도 만난 듯 돋아난다. 볼썽없는 가구 위에 앉은 채로, 나는 4세기 전부터 수족을 움직이지 않았다. 내 두발은 땅에 뿌리를 박아 복부까지 더러운 기생식물이 가득 돋아난 일종의 다년생식물이 된 꼴이지만, 그렇다고 식물에서 파생한 것도 아니고 더는 인간의 육체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심장은 고동친다. 그러나 어떻게 고동치겠는가, 내 시체(감히 육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의 부패와 발산이 풍부하게 영양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내 왼쪽 겨드랑이 아래서는 두꺼비 가족이 거주하여,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고물거리며 나를 간지럼 태운다. 한 녀석이 거기서 빠져나와 당신의 귓속에 들어와 그 주둥이로 긁어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라. 녀석이 이어서 당신의 뇌수 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리라. 내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는, 카멜레온이 한 마리 있어서 굶어죽지 않으려고 두꺼비 녀석을 끊임없이 사냥한다. 저마다 살아야 한다. 그러나 한편이 다른 편의 농간을 완전히 주저앉히면, 양쪽 녀석들은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내 양 옆구리를 덮고 있는 맛있는 지방을 빨아댄다. 나야 길이 들었다. 악독한 독사 한 년이 내 음경을 삼키고는 대신 들어앉았다. 그년이 나를 고자로 만들었다. 그 더러운 년이. 오! 내가 마비된 팔로 나를 지킬 수만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러기는커녕 두 팔이 장작으로 바뀌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간에, 피가 그 붉은 색을 데려오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는 자라지 않는 작은 고슴도치 두 마리가 내 고환을 빼내 개한테 던졌으며, 개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 겉껍질은 정성스럽게 씻어서, 놈들이 그 속에 터를 잡았다. 항문은 게 한 마리가 막아버렸다. 내 신체 무력에 용기를 얻어, 놈이 그 집게발가락으로 입구를 지키며 나를 몹시 아프게 하는구나! 두 마리 해파리가 어긋한 적 없는 기대에 곧장 끌려, 바다를 건너왔다. 그년들이 인간의 엉덩이를 구성하는 살덩어리 두 개를 찬찬히 살펴보고는, 그 불룩한 윤곽에 들러붙어 그칠 줄 모르는 압력으로 하도 짓이겨대는 바람에 두 덩어리 살이 사라지고, 점착성의 왕국에서 온, 색깔도, 모양도, 잔인성도 똑같은 두 마리 괴물만 남았다. 내 척추 기둥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시라. 그건 한 자루 칼이니까. 그렇다. 그렇다--- 나는 그거야 걱정하지 않는다. 당신의 의문은 당연하다. 그것이 어떻게 내 허리에 수직으로 박혀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게 아주 또렷하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분명 꿈에 불과한 것을 추억으로 여기기를 결심하고 말한다면, 내가 창조주를 정복하는 그날까지 병고를 안고 부동성을 지키며 살려고 서원했음을 안 인간이 있어서, 그가 발끝으로, 그렇다고 내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지는 않게, 내 뒤로 다가왔음을 알아두시라. 길지 않은 한순간, 나는 아무것도 더는 느끼지 못했다. 이 날카로운 단검이 축제에 쓸 황소의 두 어깨 사이에 자루까지 박혔으며, 그 골격이 지진처럼 전율했다. 칼날이 몸에 아주 강력하게 달라붙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그 검을 빼낼 수 없었다. 격투기 장사, 기계공, 철학자, 의사 들이 차례차례 지극히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인간이 저지른 악이 이제는 풀릴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들의 타고난 무지의 깊이를 용서하고, 눈꺼풀로 그들에게 인사했다. 나그네여, 내 옆을 지나가거든, 간청하건대, 내게 추호라도 위안의 말을 던지지 마라. 그대가 내 용기를 허물어뜨릴지도 모른다. 스스로 맞이하는 순교의 불길에 내 굽힐 줄 모르는 투지를 다시 덥히도록 나를 놔두라. 가거라--- 내가 너에게 어떤 동정심도 불어넣지 않기를 증오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기이하고, 그 행업은 물에 꽂힌 몽둥이가 부러진 것처럼 보이듯 설명이 불가능하다. 네가 보는 내 모습 그대로, 나는 살인자 군단의 선두에 서서 하늘의 성벽까지 소풍을 하고, 돌와와 이 자세를 다시 취하고, 복수의 고결한 계획을 새로이 궁리할 수 있다. 잘 가라, 네 발걸음을 더는 붙잡지 않을 터이니, 네 앎을 쌓고 너를 보존하기 위하여, 필경 내가 선하게 태어났음에도 나를 반항으로 이끌었던 저 숙명적인 팔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라! 너는 네가 본 것을 네 아들에게 이야기하겠거니와, 아이의 손을 잡고 별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를, 울새의 둥지와 주의 신전을 찬양하게 하라. 너는 아이가 아버지의 충고를 그리도 유순하게 따르는 것을 보고 놀랄 것이며, 그래서 한줄기 미소로 아이에게 상을 줄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자기를 감시하는 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녀석에게 눈길을 던지면, 너는 미덕에 침을 뱉고 있는 녀석을 볼 것이다. 인간 종족의 후손인 그 녀석이 너를 속였지만, 더는 속이지 못할 것이다. 너는 앞으로 녀석이 무엇이 될지 알게 되리라. 오, 불행한 아버지여, 네 노년의 발걸음에 길동무로 삼기 위해. 준비하라. 조숙한 범죄자의 목을 자를 저 지울 수 없는 단두대를, 그리고 너에게 무덤으로 인도하는 길을 보여줄 저 고통을.
3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8) 댓글:  조회:10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8)           네번째 노래(3)       (3) 교수대 하나가 땅 위에 솟아 있고, 지면에서 일 미터 높이에, 팔이 뒤로 묶인 한 인간이 제 머리칼에 매달려 있다. 두 다리는 자유롭게 풀려 있는데, 그 고통을 증가시키기 위함이며, 그 팔의 묶임과 반대되는 것이면 무엇이 됐건 더 많이 욕망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마의 피부는 매달림의 무게에 하도 많이 늘어나서, 자연스러운 표정의 부재상황에 처한 그의 얼굴은 종유석의 딱딱한 응고를 닮았다. 사흘 전부터, 그는 이 고문을 견디고 있었다. 그는 소리질렀다: "누가 내 팔을 풀어줄 것인가? 누가 내 머리칼을 풀어줄 것인가? 내 머리에서 머리칼의 뿌리를 더욱더 뽑아낼 뿐인 흔들림으로 나는 찢어지는구나. 나를 잠 못들게 하는 중요한 이유는 목마름과 배고픔이 아니다. 내 삶의 그 연명을 한 시간의 경계 밖으로 밀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날카로운 돌조각으로 내 목구멍을 갈라줄 사람 누구 없는가!" 말 한마디마다 격렬한 울부짖음이 앞서고 뒤따랐다. 나는 몸을 숨기고 있던 덤불에서 뛰쳐나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꼭두각시, 아니 비곗덩어리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반대편에서 술 취한 두 여인이 춤을 추며 내달았다. 한 여인은 자루 하나와 납끈을 단 채찍 두 개를, 다른 여인은 역청이 가득 담긴 통 하나와 귀얄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더 늙은 여인의 반백 머리카락이 찌어져 너덜거리는 돛폭처럼 바람에 흩날렸으며, 다른 여인의 두 발목을 서로 엇갈리며 배의 뒤전 갑판에 부려놓은 참치가 꼬리라도 치듯 퍼덕이는 소리를 냈다. 그녀들의 두 눈이 어찌나 검고 어찌나 강렬한 불꽃으로 이글거리는지 나는 처음에 그 두 여인이 나와 같은 종족에 속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들의 그렇게도 이기적으로 냉정하게 웃고 있었고, 그녀들의 낯짝이 그만큼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기에 나는 인간 종족의 가장 추악한 견본을 내 눈앞에 두고 있음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덤불 뒤에 다시 몸을 숨기고, 둥지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있는 아칸토포루스 세라토코르니스1)처럼,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들은 밀물의 속력으로 다가왔으며, 땅에 귀를 대보니,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가 그녀들의 발걸음이 서정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내게 알려주었다. 그 두 마리 오랑우탄 암컷들은 교수대 밑에 도착해서는, 몇 초 동안 공기의 냄새를 맡더니, 그 장소에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음을 알아차리자, 자기들의 경험에서 나온 바의 참으로 주목할 만한 분량의 경악을 그 기괴한 몸짓으로 나타냈다. 그녀들의 소원과 맞아떨어지는 죽음이 결말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들은 소시지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지 알기 위해 수고롭게 고개를 쳐들지도 않았다. 한 여자가 말했다: "당신이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이야? 목숨이 끈질기기도 하네, 내 사랑하는 남편아." 성당에서 두 성가대원이 시편의 창구를 번갈아 노래할 때처럼, 두번째 여자가 화답했다: "너는 그러니까 죽고 싶지 않구나. 오, 내 귀여운 아들아? 네가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보나마나 무슨 주술일 텐데) 독수리들이 덤벼들지 못하게 했는지 말해라. 하긴 네 몸뚱이가 이렇게도 앙상해졌으니! 산들바람에도 그게 등불처럼 흔들리는구나." 그녀들은 저마다 귀얄을 들고 매달린 자의 몸뚱이에 칠을 하고--- 저마다의 채찍을 들고 팔을 처들어--- 나는 흑인과 맞붙어 싸우며 그의 머리칼을 감으려고 악몽에서 자주 보는 헛고생을 할 때처럼, 금속날이 피부의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대신, 역청 덕택에, 뼈의 방해가 마땅히 허락할 수 있는 만큼의 깊은 고랑이 파인 살의 안쪽까지 얼마나 정확하고 힘차게 파고드는지 감탄하며 바라보았다(나처럼 하지 않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다). 과도하게 호기심을 끌긴하지만, 기대해도 좋을 만큼 심히 우스운 것은 아닌 이 구경거리에서, 나는 쾌락을 찾고 싶은 유혹을 자제했다. 그렇긴 하나, 미리 내린 좋은 결단에도 불구하고, 이 여인들의 힘을, 그 팔의 근육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굴이나 아랫배처럼 가장 예민한 부분을 어김없이 후려갈기는 그녀들의 교묘한 솜씨는 내가 총체적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야망에 들뜨지 않고서야 내 입에서 언급될 리 없으리라!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맞붙여, 특히 수평 방향으로 다물고(그러나 이것이 이런 압력을 낳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임을 누구라도 모르지 않지만), 내가 기꺼이 눈물과 수수께끼로 부풀어오른 침묵을 지키지 않는 한, 침묵의 고통스러운 실현이 내 말을 감추는 것만큼 훌륭하게, 그뿐 아니라 훨씬 더 훌륭하게 메마른 장골과 건장한 관절을 작동시키는 격정에 따라 일어난 불길한 결과들을 (능란함의 가장 기초적인 법칙을 어기지 않고는 원칙적으로 실수의 가정적 가능성을 명백하게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기에 하는 말이지만) 감추기에는 무력할 터이나, 공정한 관찰자와 노련한 모럴리스트의 관점에 서지 않을지라도(다소간 기만적인 이런 양보를 내가, 적어도 전적으로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상당히 중요하다), 의심이 이 점에서는 그 뿌리를 뻗어나갈 능력도 없으려니와, 그게 초자연적인 권능의 수중에 있다고는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기에 하는 말인데, 영양섭취와 독물의 결여라는 동시적 조건을 채워주는 수액의 부족으로, 아마도 갑작스럽게는 아니겠지만, 틀림없이 죽어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글을 읽지 마시라, 나는 내 의견의 소심한 성격만을 등장시킨다. 그렇긴 하나, 내가 이론의 여지없는 권리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다! 물론, 내 의도는 서로 이해하는 더 단순한 방법이 있다는 주장, 확실성의 기준이 빛나는 이 주장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방법을 오직 두세 마디 말로, 그러나 천 마디 말보다 더 가치가 있는 말로 번역하자면, 토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리라.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일반 대중이 흔히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토론한다는 말은 문법적인 말이며, 많은 사람들은 내가 방금 종이 위에 눕혀놓은 것을, 두꺼운 증거 자료집도 없이, 반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본능이 어떤 희귀한 통찰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더욱 신중해지거나, 허풍의 연안을 따라가는 어떤 대담함으로 판단을 내려, 이 점에서는 내 말을 믿으시라, 그 판단이 달리 보이게 될 때는, 사태가 현저히 달라진다. 돌이킬 수 없는 한심하고 그만큼 운명적으로 흥미진진한 (자신의 최근 추억을 상세히 검토했다는 조건에서는, 누구라도 이 점을 확인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으리라) 이런 시시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괜찮은 방법은, 완전하게, 아니면 더 훌륭하게 균형잡힌 능력들을 구비하고 있다면, 우둔함의 저울대가 이성의 고결하고 멋진 속성들이 실려 있는 저울접시보다 훨씬 더 무겁지만 않다면, 더 분명하게 말할 요량으로 (이는 지금까지 내가 오직 간결할 뿐이었기에 하는 말인데, 몇몇 사람들은 내 문장의 길이 때문에 이 말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나, 상상에 불과한 이 길이가 분석의 메스를 들고 진리의 덧없은 출현을 그 최후의 보루까지 추격하겠다는 목적으로 가득차 있는 이상 내 문장은 간결하다) 다시 말해서, 지성이 결점보다 충분히 우세하여 그 결점의 무게 아래서 습관과 천성과 교육에 의해 부분적으로 질식되지 않았다면, 괜찮은 방법은, 내가 이 말을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반복하는 것은, 반복 덕택에, 거의 언제나 이건 거짓이 아니다. 서로 이해되지 않는 것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지만, 꼬리를 내리고 (다만 내가 꼬리 하나를 가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 장절 가운데 시멘트로 굳혀놓은 그 드라마틱한 주제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내 작업에 다시 착수하기 전에 물 한 컵을 마시는 것이 이롭겠다. 그렇게 끝내기보다는 차라리 두 잔을 마시는 편이 더 좋다. 이와 같이, 숲을 가로질러 도망친 노예를 추격하는 중에, 적절한 시기에, 추격대원들은 저마다 총을 칡넝쿨에 걸어두고, 울창한 숲 그늘에 함께 모여, 갈증을 해소하고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다. 그러나 휴식은 몇 초에 지나지 않으며, 추격은 악착같이 계속되고 사냥의 함성은 울려퍼지기를 늦추지 않는다. 그런데, 산소가 이런저런 발화점을 갖춘 성냥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자만하지 않고 지니고 있는 바의 속성에 의해 인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문체로 다시 되돌아오려는, 내가 보여주는 바의 열의에 의해 내 의무의 완수가 인지될 것이다. 암컷들은 채찍을 움켜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피곤이 그것을 손에서 떨어뜨리자, 두 시간 가까이 실시하였던 체조작업을 현명하게 끝마치고, 미래를 대비한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닌 기쁨에 달떠서 돌아갔다. 나는 얼어붙은 눈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 사내쪽으로 가서(그가 피를 많이 잃어서 기진한 탓에 말을 할 수 없었고,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얼굴과 하복부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이 내 소견이었던 터라), 그의 팔을 풀어준 다음 그의 머리칼을 가위로 잘랐다. 그가 내게 하는 말인즉 자기 어머니가 어느 날 저녁 자기를 침실로 불러서 옷을 벗고, 자기와 함께 한 침대에서 같이 밤을 보내자고 명령했으며, 어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어머니라는 것이 자기 앞에 옷을 홀딱 벗으며, 그러는 사이에 가장 음란한 동작을 엮어넣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물러났다. 게다가 그 끈질긴 거부로 그는 제 아내의 분노를 샀는데, 아내 편에서는 남편을 끌어들여 늙은 여자의 육욕에 몸을 빌려주게 하는 일에 성공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의 기대에 설레고 있었다. 그녀들은 공모하여, 어느 인적 없는 지역에 미리 준비해둔 교수대에 그를 매달고, 모든 재앙과 모든 위협 앞에 벌거벗겨, 서서히 죽어가게 버려두리라고 결심했다. 그녀들의 마침내 그 교활한 형벌을 선택하는 데 이르기까지는 뛰어넘을 수 없는 난관으로 점철된, 아주 오래 익힌 여러 가지 궁리가 없지 않았으나, 나의 개입에 따른 뜻밖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 형기가 종료를 맞을 수 없었다. 더할 수 없이 강렬한 감사의 기색이 표정 하나하나에 밑줄을 그었으며, 그 속내 이야기에는 가장 하찮은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다. 나는 사내를 가장 가까운 초가집 농가로 옮겼는데, 그가 곧 기절한 때문이었으며, 나는 농부들에게 내 지갑을 맡겨 그 부상자를 돌보게 하고, 자신들의 친아들을 대하듯 그 불우한 사내에게 끈끈한 동정의 표시를 아낌없이 베풀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야 그들을 떠났다. 이번에는 내가 그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문으로 다가가 오솔길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일백 미터 정도를 간 다음, 나는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농가로 들어와 그들의 순박한 집주인들에게 말을 걸어, 이렇게 외치지 않았던가. "아니요 아니요, 그 때문에 내가 놀랐다고는 생각지 마시오!"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떠났지만, 발바닥이 안전하게 땅에 붙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이제 늑대는 어느 봄날 아내와 어머니의 얽힌 손이 세운 교수대 아래로, 제 매혹된 상상력이 허망한 식사를 찾아 길을 밟게 했을 때처럼 지나가지는 않는다. 늑대는 지평선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이 검은 머리칼을 보고는, 제 관성저항을 부추기는 일 없이 비교 불가능한 속력으로 도망치는구나! 동물이 어찌 그걸 헤아리지 못할 것인가. 인간이란 것들 자신이 말할 수도 없는 지경까지 이성의 제국을 내팽개치고, 그 폐위된 여왕의 자리에 잔혹한 복수밖에는 남겨주지 않은 판에!       1) 딱정벌레과의 초시류에 속하는 긴 더듬이와 가시 달린 흉갑을 가진 곤충. 인도와 적도 아프리카에 산다.  
3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7) 댓글:  조회:9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7)           네번째 노래(2)       (2) 바오바브 나무로 오인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더 나아가선 불가능하지도 않은 두 개의 기둥이 골짜기에 두 개의 핀보다 더 크게 보였다. 사실은, 두 개의 거대한 탑이었다. 비록 두 그루 바오바브나무가 첫눈에 두 개의 핀과 닮지 않았으며, 두 개의 탑과도 닮지 않았지만, 조심성의 실을 능란하게 사용하면, 오류를 저지른다는 두려움이 없이 단언할 수 있는 바(이런 단언에 다 한 조각의 두려움이라도 따라붙으면, 비록 동일한 명사가, 가볍게라도 혼동 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뚜렷하게 구별된 성질들을 나타내는 이 두 가지 영혼현상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이상 단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바오바브나무가 기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런 건축학적인--- 혹은 이런 기하적인 형태들 간의--- 혹은 양쪽 모두의--- 혹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형태들 간의---- 아니, 차라리 크고 육중한 형태들 간의 비교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나는 방금 기둥과 바오바브라는 실사(實辭)에 적합한 부가어를 발견하였으며, 그 반대를 말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밤이라면 촛불이 타오르는 동안, 낮이라면 햇빛이 비치는 동안, 이 페이지들을 훑어보겠다는 매우 칭찬할 만한 결심을 한 자들에게 이 점을 말하며 내게 오만이 섞인 기쁨이 없는 것은 아님을 알아주시라. 그리고 또한, 어떤 상위의 권력이, 지극히 명백하게 정확한 용어로, 저마다 벌받지 않고 확실하게 맛볼 수 있었던 정당한 비교를, 혼돈의 심연 속에, 내던지라고 우리에게 명령할 때에도, 그럴 때에도, 특히 그럴 때에, 다음과 같은 기본 공리를 시선에서 놓치지 않는다면, 세월로, 책으로, 동류들과의 접촉으로, 저마다 타고나 신속한 개화로 발전하게 될 성향으로 층층이 쌓인 습관들이, 몇몇 사람들은 경멸하고 많은 사람들은 찬양하는 한 수사학 문채(文彩)의 범죄적(상위 권력의 관점에 한순간 스스로 들어설 때, 범죄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씻을 수 없는 재범의 낙인을 인간 정신에 찍을 것이다. 만일 독자가 이 문장을 너무 길다고 여긴다면, 내 사과를 받아들여 마땅하나, 내 쪽에 비굴한 태도를 기대하지는 말지어다. 나는 내 과오를 인정할 수는 있으나. 내 비겁함으로 그 과오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는 없다. 내 추론은 때때로 바보광대의 방울과 상충하고, 결국 그로테스크할 뿐인 것의 심각한 외양과 상충할 것이지만(비록, 어떤 철학자들에 따르면, 삶 그 자체가 코믹한 드라마이거나 드라마틱한 코미디이기에, 광대와 우울증환자를 구별하기 상당히 어렵다 할지라도). 너무나 까다로운 노동에서 놓여나 이따금 휴식을 취하기 위해, 파리들을, 심지어 코뿔소들을 죽이는 것이 누구에게나 허락된다. 파리들을 죽이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가장 신속한 방법이 있으니 다음과 같다: 손의 무지와 식지 사이에 그것들을 놓고 으깬다. 이 주제를 철저하게 다루어온 대부분의 저작자들은 많은 경우 그것들의 머리를 자르는 편이 더 낫다는 점을 신빙성 높게 계산해 내었다. 나를 두고 근본적으로 경박한 주제를 다루듯이 핀을 언급하였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선입관을 버리고 가장 거대한 효과가 종종 가장 사소한 원인에서 나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리라. 그리고 이 종잇장의 틀에서 더 멀리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이 절을 시작하면서 부터 짓고 있는 문학의 역작 단편은, 그것이 화학이나 내과병리학의 난삽한 질문에 근거를 두었더라면, 필경 그 맛이 더 낫게 평가되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게다가, 모든 맛은 자연 속에 있으며, 또한 첫 대목에서 내가 그토록 정당하게 기둥을 핀에 비교할 때에(물론 나는 그것 때문에 어느 날 비난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시선이 대상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상이 망막에 그만큼 더 축소되어 비친다는 이미 증명된 공학법칙에 토대를 두었다.   이와 같이 농담에 기우는 우리의 정신경향이 한심한 기지의 적발이라고 여기는 것도, 대부분의 경우, 장본인의 머릿속에서는, 중요한 진실, 엄숙하게 선포된 진실일 따름이다.! 오! 당나귀가 무화과를 먹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저 정신나간 철학자여! 내가 지어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옛 책들이 이렇듯 인간적 고결함의 고의적이고 수치스러운 포기를 지극히 장황한 세목으로 이야기하였다. 나로 말하면, 웃을 줄을 모른다. 나는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여러 번 그러려고 애는 써보았지만, 웃는 것을 배우기는 어렵다. 아니, 오히려, 이런 추악함에 대한 혐오감이 내 성격의 본질적 특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나는 가장 심한 어떤 사건의 목격자가 되었다. 무화과가 당나귀를 먹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네, 그렇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입의 어떤 부분도 움직이지 않았다. 울고 싶은 욕구가 하도 강하게 나를 점령해서, 내 눈은 한 방울 눈물을 떨어뜨렸다. "자연이여! 자연이여!" 나는 흐느끼며 소리질렀다. "매가 참새를 찢고, 무화과가 당나귀를 먹고, 촌충이 인간을 삼키는구나!" 더 멀리 나아갈 결심을 하지 않고, 나는 내가 파리를 죽이는 방식에 대해 말을 하였는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했지, 했잖아? 그렇더라도 내가 코뿔소의 파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이구나! 몇몇 친구들이 그 반대를 주장하더라도, 나는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칭찬과 아첨이 두 개의 거대한 걸림돌임을 나는 상기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내 양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나는 코뿔소에 대한 이런 논술이 인내와 냉정의 한계 너머로 나를 이끌고 나갈 것이며, 그와 관련하여, 아마도 현세대의 기를 꺽을 것임을 (그렇더라도, 대담함을 잃지 말고 틀림없이 말을 하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에 뒤이어 코뿔소를 말하지 않다니! 적어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갈음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미리 숙고된 것은 아닌 이 누락을 즉석에서 언급했어야 하는 바(그런데 나는 그러지 않았구나!), 인간의 뇌엽에 깃들어 있는 저 설명할 수 없는 현실적 모순을 철저히 연구해온 사람들이라면 이 누락에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위대하고 단순한 지성에게 무가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의 가장 사소한 현상도, 그 안에 신비가 있다면, 현자에게는, 무궁무진한 성찰의 재료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무화과를 먹는 당나귀나 당나귀를 먹는 무화과를 본다면(이 두 상황은 시에서가 아니라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 어김없이 그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기 위해 이삼 분 생각한 뒤에, 미덕의 오솔길을 버리고 수탉처럼 웃기 시작하리라! 다만, 수탉들이 인간을 흉내내서 고통스럽게 찌푸린 얼굴을 하려고 저들의 부리를 일부러 벌리는지는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내가 조류에게서 찌푸린 얼굴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류에게도 같은 이름을 가진 것! 수탉은 무능하다기보다는 오만하기에 제 본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놈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면 놈들은 저항한다. 수탉은 앵무새가 아니니, 무지하고 용서할 수 없는 제 약점 앞에서 어찌 넋을 잃겠는가! 오! 끔찍한 풍성의 타락! 인간은 웃을 때 얼마나 염소를 닮았는가! 이마의 고요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물고기의 큼직한 두 눈이 들어서는데, 그게(통탄한 일이 아닌가?)--- 그게---- 등대처럼 빛나기 시작하니! 우스꽝스러운 명제들을 장엄하게 진술하는 일이 종종 내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게 입을 크게 벌려야 할 결정적으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내가 웃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당신들은 내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이 터무니없는 설명을 받아들이지만, 그때에는, 우울한 웃음이어야 할 것이다. 웃으시라, 그러나 동시에 우시라. 당신이 눈으로 울 수 없다면, 입으로 우시라.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오줌을 싸시라. 그러나 뒤쪽이 갈라진 웃음이 그 내부에 지니고 있는 메마름을 눅이기 위해서는 어떤 액체이건 액체가 여기에 필요하다고 나는 경고한다. 나로 말하면, 자신의 성격과 닮지 않은 성격을 보고 왈가왈부할 것을 언제든지 찾아내는 작자들의 괴상한 닭 울음소리와 괴팍한 소 울음소리에 당황하는 일이 없을 터인데, 이는 그 성격도 신이 최초의 원형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여러 골격들을 지배하기 위해 창조한 무수한 지적 변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까지, 시는 잘못된 길을 걸었다. 하늘에까지 솟아오르거나 땅바닥에까지 기어가면서도, 시는 자신의 존재 원리를 알아보지 못했으며, 신사들에게, 이유가 없지 않은 조롱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시는 겸손하지 않았다--- 불완전한 존재 속에 존재해야 할 이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 나로서는 내 자질을 보여주고 싶지만, 내 악덕을 감출 만큼 충분히 위선적인 부류가 아니다! 웃음, 악, 오만, 광기가 감수성과 정의에의 사랑 사이에 차례차례 나타날 것이며, 인간을 경악케 하는 일에 모범이 되어 복무할 것이다. 저마다 거기서 자신을, 앞으로 그렇게 되어야 할 자신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 상상력이 생각해낸 이 단순한 이상은, 그러나, 시가 지금까지 발견해온 가장 웅대하고 가장 거룩한 모든 것을 능가하리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가지가지 내 악덕을 이 페이지들에 퍼뜨릴 때, 사람들은 내가 그 사이에서 빛나게 하는 미덕을 오직 더 잘 믿을 따름이며, 내가 그 미덕에 걸어놓을 후광이 그리도 높아, 미래의 가장 위대한 천재들이 나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위선은 내 처소에서 여지없이 쫒겨날 것이다. 내 노래에는 일반통념을 이렇듯 경멸할 만한 힘의 압도적인 증거가 있으리라. 그가 노래하는 것은 오직 저 자신을 위해서지 제 동류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제 영감의 척도를 인간의 저울에 맡기지 않는다. 폭풍처럼 자유로운 자, 그는 어느 날 제 무시무시한 의지의 길들일 수 없는 해안에 좌초하였더라! 그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 자신이 아니라면! 그는 자신의 초자연적인 투쟁중에, 인간과 창조주를 우세하게 공격할 것이니, 황새치가 제 검을 고래의 뱃속에 꽂을 때와 같으리라. 웃음이라는 가치없는 캥거루와 캐리커처라는 대담무쌍한 이(虱)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자는 제 자식들과 뼈만 남은 내 손에 저주를 받으리라!--- 두 개의 거대한 탑이 골짜기에 보인다. 나는 첫 대목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을 둘로 곱하면, 넷을 얻을 텐데--- 그러나 나는 이 연산의 필요성을 별로 높게 보지 않았다. 나는 얼굴에 열기를 띠고 내 길을 계속 가며, 끊임없이 소리쳤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이 연산의 필요성을 별로 높게 보지 않는다!" 나는 쇠사슬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이미 들었다. 누구든지, 이 장소를 자나갈 때, 탑에 둘을 곱하여 넷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지 말기를!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치 어머니라도 되는 듯이 인류를 사랑한다고, 내가 아홉 달 동안 내 향기로운 태중에 인류를 품었다고 의심하니, 피승수의 두 단위가 서 있는 이 골짜기를 내가 다시 지나가지 않는 까닭이 그것이다.  
3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6) 댓글:  조회:13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6)     네번째 노래(1)       (1) 네번째 노래를 시작하려는 자는 한 인간이거나 한 개 돌이거나 한 그루 나무다. 발이 개구리를 밟고 미끄러졌을 때는,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손으로 인간의 육체를 겨우 스치기만 해도, 손가락의 피부는 망치질로 깨뜨리는 운모덩어리의 비늘처럼 갈라지며, 한 시간 전에 죽은 상어의 심장이 갑판 위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으로 팔딱거리듯이, 접촉 이후 오랫동안 우리의 내장도 아래부터 위까지 구석구석 꿈틀거린다. 그 정도로 인간은 저자신의 동류들에게 공포을 부르는 것! 내가 이런 주장을 할 때, 어쩌면 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인간의 기이한 성격에 대한 기나긴 명상으로 부어오른 눈보다 더 호된 병이 있음을 나는 인정하고, 그러리라고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병을 찾고 있건마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남보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나 내가 이 탐색에 성공하리라고 누가 감히 장담할 것인가? 어떤 거짓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것인가! 텐데라의 옛 신전이 나일강 좌안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말벌들이 무수한 밀집부대가 벽면 수로와 코니스를 점령하고 있다. 검은 머리타래가 빽빽하게 흘러가는 물결처럼 열주를 에워싸고 날아다닌다. 추운 회랑의 유일한 주민인 그들은 현관의 입구를 대대로 물려받은 권리인 양 지킨다. 나는 그 금속성 날개의 붕붕거림을 극해의 해빙기에 서로서로 급하게 떠밀어대는 얼음덩이들의 부단한 충격음에 비교한다. 그러나 섭리가 이 땅 위에 옥좌를 마련해준 자의 행실을 생각할 때면, 내 고통의 세 지느러미가 그보다 더 큰 소래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한밤에 혜성 하나가 하늘 한 귀퉁이에, 팔십 년간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날 때, 지상의 주민들과 귀뚜라미들에게 그 빛나면서도 안개와 같은 꼬리를 보여준다. 필경, 혜성에게는 그 긴 여행에 대한 자각이 없다. 나는 그와 같지 않다. 메마르고 침울한 지평선의 톱니들이 내 혼의 밑바닥을 배경 삼아 힘차게 솟아오르는 동안, 침대 머리에 팔을 괸 나는 연민의 몽상에 빨려들어가며 인간들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삭풍으로 두 쪽이 난 선원도, 야간당직을 마친 후에는 제 해먹으로 서둘러 다시 돌아가건만, 이 위로가 왜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는가! 내가, 자의적이긴 하지만, 내 동류들과 똑같이 비천하게 전락했다는 생각이, 그리고 한 행성의 딱딱한 껍질에 한데 묶인 우리의 신세에 대해, 타락한 우리 혼의 본질에 대해 불평을 내뱉을 권리마저 내가 남보다 더 적게 지녔다는 생각이, 대장간의 못처럼 나를 파고든다. 갱내의 가스폭발로 한 가족이 몰살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가족이 겪은 단말마의 고통은 일순간에 지나지 않았으니, 파편의 잔해와 유독가스에 휩싸여 거의 즉사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나는 현무암처럼 내내 존재하는구나! 삶의 한중간에서도, 삶이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천사들은 한결같은데, 내가 한결같지 않은 지는 오래전이 아닌가! 인간과 나는 산호섬의 환초에 둘린 호수처럼, 자기 지성에 갇힌 우리는, 상호 힘을 합쳐 우연과 불운에 맞서 우리를 지키기는커녕, 마치 대검의 끝으로 서로 상처를 입히거나 한 것처럼, 증오로 몸을 떨며 반대 방향으로 난 두 길을 택해 서로 갈라서는구나! 서로서로 자신이 상대방에게 불러일으키는 모욕감을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상호존중의 동기에 추동된다면, 우리가 서둘러 자신의 적을 잘못 이끌지는 않을 텐데, 저마다 제 입장을 지키고 있으면, 평화를 선언해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모르지 않는다. 그래, 좋다! 인간에 맞선 내 전쟁은 영원할 것이니, 각기 상대방에게서 저 자신의 타락을 인지하기 때문이며--- 양자는 철천의 원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참담한 승리를 거두건, 굴복하건, 싸움은 아름다우리라. 나 홀로 인류에 맞섰으나, 나는 나무나 철로 만든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 땅에서 추출한 광물층을 발로 걷어찰 것이다. 하프의 강력하고 천사 같은 음향이 내 손가락 아래서 무시무시한 부적으로 변할 것이다. 여러 차례의 매복 작전에서, 인간, 이 지고한 원숭이는 벌써 그 반암의 창으로 내 가슴을 찔렀다. 병사라면 누구나 아무리 영광스러운 상처라도 제 상처를 보이지 않는 법. 이 무서운 전쟁은 두 진영에, 서로 파괴하려고 집요하게 덤비는 두 친구에게 고통을 던지리라. 이 무슨 참극인가!  
3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5) 댓글:  조회:14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5)           세번째 노래(5)       (5) 악덕의 기장(旗章)인 붉은 등이 가로막대 끝에 매달려, 육중하고 벌레 먹은 문 위에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채찍을 맞으며 제 골조를 흔들고 있었다. 인간의 허벅지 냄새가 나는 더러운 회랑 하나가 안마당으로 나 있고, 제 날갯죽지보다 더 마른 수탉들과 암탉들이 그 마당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안마당의 울타리 노릇을 하며 서편에 서 있는 담장에는 서로 다른 출입구들이 인색하게 뚫려 쇠창살 쪽문으로 닫혀 있었다. 이끼가 그 안채를 덮고 있다. 아마도 한때 수도원이었을 안채는 지금 건물의 나머지 부분과 함께, 날마다 방문객들에게 약속한 금품의 대가로 질 내부를 보여주는 그 모든 여자들의 숙소로 쓰이고 있었다. 나는 허리띠처럼 파인 도랑의 흙탕물 속에 교각을 잠근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나는 들판에서 높이 솟은 그 겉면에서부터 노후로 기울어진 그 건물과 내부 구조의 가장 미세한 세부까지 음미했다. 이따금 쪽문의 쇠창살이 마치 쇠의 본성을 왜곡하는 어떤 손의 상향 추진력을 따르기나 하는 듯이 저절로 철커덕거리며 위로 올라가곤 했다. 한 사내가 반쯤 트인 그 출입구로 머리를 내보이더니, 비늘같은 석고가 떨어져 쌓이는 양 어깨를 내밀고, 이 고역스러운 몸뽑기 작업에서, 거미줄이 뒤덮인 몸뚱이를 뒤따르게 했다. 아직도 한쪽 다리가 철창의 비틀림에 얽혀 있는데, 땅을 무겁게 짓누르는 각종 오물 위에 제 손을 말굽처럼 올려놓으며, 제 본디 자세를 그는 이렇게 다시 찾아, 온 세대가 줄줄이 부침하는 것을 보아왔던 비눗물의 흔들거리는 물통으로 다가와 손을 적시고는, 뒤미처 가능한 한 가장 빨리 이 변두리 골목길에서 멀리 벗어나 시내 중심가로 맑은 공기를 마시러 갔다. 손님이 나가자, 발가벗은 한 여자가 같은 식으로 몸을 밖으로 옮기고는 같은 물통을 향해 갔다. 그때, 정액 냄새에 이끌린 수탉들과 암탉들이 안마당의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떼를 짓고 달려나와, 그녀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 몸뚱이 표면을 두엄처럼 짓밟으며 부풀어오른 질의 연한 음순을 피가 날 때까지 부리질로 찢어냈다. 수탉들과 암탉들은 포식한 목구멍으로 되돌아가 안마당의 풀을 파헤쳤다. 청결하게 된 여자는 다시 일어나, 악몽을 꾸고 깨어났을 때처럼, 상처에 뒤덮인 몸을 떨었다. 그녀는 다리를 씻으려고 가져온 걸레를 떨어뜨리고, 공동의 물통이 더는 필요 없어서, 소굴에서 나오던 식으로 다시 소굴로 돌아가 다음 번 단골손님을 기다렸다. 그 광경을 보고, 나도 그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내가 다리에서 내려서려는데, 한 교각의 윗돌장식에 히브리문자로 된 이런 명문(銘文)이 눈에 띄었다: "이 다리를 지나는 그대, 그곳에 들어가지 마시라. 거기는 범죄가 악덕과 동거한다. 어느 날, 운명의 문을 넘어간 젊은이를 그의 친구들이 기다렸으나 헛일이었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 잠시 후, 내가 쪽문 앞에 이르러 보니, 그 쇠창살에는 굳건한 빗장 몇 개가 단단하게 엇물려 있었다. 나는 이 여과기 너머로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빛을 줄이면서 금방 지평선으로 사라지려는 햇살의 덕택으로, 어두운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이윽고 분별할 수 있었다. 맨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원뿔을 하나하나 줄줄이 끼워 만든 금빛 몽둥이였다. 그 몽둥이가 움직였다! 방안에서 걸어다녔다! 그 진동이 어찌나 강한지 마룻바닥이 흔들렸다. 몽둥이는 그 양끝으로 벽에 큼직한 구멍을 파고 있었으니, 포위당한 도시의 성문을 들이박는 파성추(破城錐)를 보는 듯했다. 그 노력은 소용이 없었다. 벽은 각지게 자른 돌로 지어져서, 그놈이 벽면을 쳐댈 때마다, 그 강철 날이 구부러지면서 탄력 있는 공처럼 튕겨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몽둥이가 그렇다고 나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곧 그놈이 뱀장어처럼 쉽게 몸을 말았다가 다시 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키가 어른만큼 컸으나, 몸을 곧추세운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그놈은 그러려고 애썼으나. 쪽문의 창살 앞에 한쪽 끝을 드러내곤 했다. 놈은 격렬하게 튀어올랐다가 다시 바닥에 떨어지곤 해서, 장애물을 뚫을 수 없었다. 그놈을 더욱더 찬찬히 살피다보니, 그게 한 오라기 머리카락이 아닌가! 그놈은 자기를 감옥처럼 둘러싼 물질과 대판 싸움을 벌인 다음, 그 방안에 있는 침대로 가서 뿌리는 양탄자에 내려놓고 꼭대기는 침대머리에 걸치는 모양으로 기대 앉았다. 얼마간 침묵이 흐르고, 그동안 끊어졌다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놈이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다: "주인은 이 방에 나를 두고 잊어버렸어. 나를 찾으로 오지 않았지. 그는 내가 지금 기대앉은 이 침대에서 일어나, 그 향수 뿌린 머리를 빗으면서, 내가 그전에 바닥에 떨어진 건 생각지도 못했지. 그렇지만, 주인이 나를 주웠더라도, 나는 그 단순하고 당연한 행위가 놀랍다고 여기지는 않았을 거야. 한 여자의 팔에 안긴 뒤에, 이 답답한 방에 나를 버리다니. 그런데 어떤 여자지! 시트는 그들의 따뜻한 감촉으로 아직도 촉촉하고, 그 흐트러진 자락에 사랑하며 보낸 하룻밤의 흔적을 담고 있고----"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 자연 전체가 그 정결함에 싸여 잠들어 있는 동안, 그는 음탕하고 불결한 포옹에 싸여 타락한 여자와 짝짓기를 했지. 습관이 된 뻔뻔함으로 경멸을 받아 마땅한 빰, 물기가 시들어버린 그 뺨이 자신의 고결한 얼굴에 닿도록 내맡길 지경으로 그는 몸을 낮추었지. 주인은 얼굴을 붉히지 않았으나, 나는 주인 때문에 얼굴을 붉혔지. 주인은 그따위 하룻밤 아내와 함께 자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꼈을 것이 틀림없어. 여자는 필경 이 손님의 위엄 어린 풍채에 놀라 비할 데 없는 쾌락을 느끼고, 미친 듯이 그 목을 끌어안았지."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나는 그동안에, 육체의 쾌락으로 평시와 다른 그의 열기와 비례해서 더욱 수가 늘어가는 독종(毒腫)이 그 치명적인 독즙으로 내 모근을 휘감고, 그 흡관으로 내 생명의 모태 자양을 빨아들이는 것을 느꼈지. 그들이 무분별한 몸부림에 빠져 점점 무아지경이 될수록, 나는 내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지. 육욕이 광란의 절정에 이른 순간, 나는 내 모근이 총알에 상처를 입은 병사처럼 폭삭 무너지는 것을 알았지. 생명의 횃불이 내 안에서 꺼지자, 나는 그 저명한 머리에서 죽은 가지처럼 떨어져나왔어. 나는 바닥에 떨어졌지, 담력도 없이, 기력도 없이, 활기도 없이, 다만 내가 소속되었던 그이에 대한 깊은 연민과 함께, 다만 그의 의도적인 미망에 대한 영원한 고통과 함께!--- "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주인이 하다못해 그 혼으로 처녀의 순결한 젖가슴을 안기만 했더라도 여자가 한결 그에게 어울려 타락도 한결 줄어들었으련만. 숱한 남자들이 먼지투성이 발꿈치로 밟고 지나간 나머지 진흙에 덮인 그 이마에, 주인이 그 입술로 입을 맞추다니!---- 그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 콧구멍으로 저 습한 두 겨드랑이에 발산하는 냄새를 마시다니!--- 겨드랑이 막이 수치심으로 움찔하고, 콧구멍 편에서도 이 더러운 호흡에 반발하는 것을 보았지. 그러나 그도 여자도 겨드랑이의 엄숙한 경고에, 콧구멍의 침울하고 창백한 반발에 아무런 주의도 하지 않았더라고. 여자는 팔을 더 높이 쳐들었고, 그는 더 강한 기세로 자기 얼굴을 그 오목한 곳에 파묻더라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모독의 공범이 되고 말았어. 어쩔 수 없이 그 듣도 보도 못한 요분질의 목격자가 되어, 깊이를 모를 심연으로 가지가지 성질이 분리된 두 존재의 억지 결합을 구경하고 말았어. ---"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중인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그 여자의 냄새를 맡는 데도 물리자, 그는 그 근육을 한 점 한 점 떠내고 싶어했으나, 그게 여자였던 만큼, 너그럽게 봐주고, 그 대신 자기와 동성인 존재를 괴롭히기로 했던 거야. 주인은 그런 여자들 가운데 하나와 잠시 태평한 시간을 보내려고 찾아온 젊은이를 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 불러내 자기 눈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 와서 서라고 엄명을 내렸어. 나는 오래전부터 바닥에 누워 있었지. 타오르는 내 모근을 딛고 일어설 힘이 없어서,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는 말이야. 내가 아는 것은, 그 젊은이가 그의 손닿는 위치에 오자마자 그의 너덜거리는 살점들이 침대 발치에 떨어져 내 옆으로 굴러왔다는 거야. 그 살점들은 네 주인의 손톱이 청년의 두 어깨에서 자기들을 떼어냈다고 작은 소리로 말하더군. 젊은이는 자기보다 더 거대한 힘과 맞붙어 내내 싸움을 벌였던 그 몇 시간 끝에, 침대에서 일어나 장엄하게 물러났지. 그는 문자 그대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껍질이 벗겨져서, 뒤집힌 채 가죽을 끌고 방바닥의 타일을 가로질렀지. 그는 혼자 생각한 거야. 제 성격이 선심으로 가득하다고, 제 동류들도 자기처럼 착하다고 기꺼이 믿는다고, 그 때문에 자기를 가까이 부른 품위 있는 낯선 남자의 요청에 동의했던 것이라고, 그런데 결코, 정말로 결코, 한 망나니에게 고문을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이런 망나니에게. 라고 그는 잠시 쉬고 나서 덧붙였지. 마침내 그는 쪽문을 향해 나아갔고, 문은 살가죽이 벗겨진 이 몸뚱이를 보고 불쌍해서 땅바닥까지 갈라지더군. 외투로밖에는 쓸 수 없더라도, 여전히 쓸모가 있는 제 살가죽을 버리지 않고, 그는 이 우범지대에서 사라지려고 애썼지. 일단 방에서 멀어지고나니, 그가 입구의 문에 닿을 힘이 있는지 어쩐지 나는 볼 수 없었지만, 오! 수탉들과 암탉들이,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존경심을 품고, 피로 젖은 땅 위에 난 그 긴 핏자국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그때, 자신의 위엄과 명의(名義)를 더 많이 생각했어야 할 자는 피곤한 팔꿈치를 짚고 고통스럽게 다시 일어섰지. 홀로, 침울하게, 진저리를 내며, 흉한 모습으로!---- 그는 천천히 옷을 입었어. 수도원의 지하묘지에 수세기 전부터 파묻혀 있던 수녀들이, 이 끔찍한 밤에 동굴 위의 작은 방에서 서로 부딪치며 울리는 그 소음들에 소스라치며 깨어 일어나서, 손에 손을 잡고 그를 싸고돌며 죽음의 원무를 추더군. 그가 옛 광휘의 쪼가리들을 찾아 모으며, 침으로 손을 씻고는, 이내 그 손을 다시 머리칼로 훔치는 동안(하룻밤을 고스란히 악덕과 범죄로 보낸 뒤이니, 손을 전혀 씻지 않는 것보다는 침으로라도 씻는 편이 더 나았다). 수녀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비통한 기를 읊조렸는데, 그때 누군가가 무덤으로 내려갔지. 사실 그 젊은이는 신력의 손길이 자신에게 가한 그 고문을 이기고 살아날 수 없어서, 수녀들이 노래하는 동안 그의 단말마는 끝났지----" 나는 교각의 명문(銘文)을 떠올리고는, 종적이 사라진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사춘기 몽상가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담장은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갈라졌고, 수녀들은 자기 에메랄드 옷 속에 그때까지 감추고 있던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말없이 무덤의 덮개 아래 다시 눕더군. 그는 나를 여기 남겨두고 천상의 처소로 떠났지. 그건 옳지 않아. 다른 머리카락들은 그의 머리에 남아 있는데, 나는 이 음울한 방에, 굳어진 피와 마른 살점들이 넝마로 덮인 마룻바닥에 누워 있다니. 이 방은 그가 들어온 이후 저주를 받아, 아무도 들어오지 않건만, 나는 여기 갇힌 신세네. 그러니 끝장이 난 거지! 나는 이제 천사 군단이 밀집대형을 지어 행진하는 것도, 천체들이 화음의 정원에서 산책하는 것도 더는 볼 수 없으리. 그래, 좋다, 자---- 나는 체념으로 내 불행을 견딜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인간들에게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잊지 않고 말할 거야. 나는 인간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쓸모없는 옷가지처럼 벗어던져도 괜찮다고 말할 거야. 그들은 내 주인의 견본이니까. 나는 그들에게 죄악의 음경을 빨라고 권할 거야. 어떤 분이 벌써 그렇게 했으니까---- " 머리칼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그런데 바로 그때 천둥이 치고, 한줄기 인광(燐光)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엉겁결에 나도 모를 어떤 경고 본능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 쪽문에서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하나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 나에게는 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이 필연적인 정지의 시간을 통해, 소용돌이치는 사이클론이 고래 일가를 들어올리듯이 감정의 물너울이 그의 가슴을 들어올렸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날 수치를 모르는 한 여인의 유방과의 쓰라린 접촉으로 더럽혀진, 거룩한 가슴이여! 망각의 한순간에, 방탕이라는 개에게, 성격의 허약함이라는 낙지에게, 사적인 비열함이라는 상어에게, 도덕의 결여라는 보아뱀에게, 우매함이라는 괴물 달팽이에게 넘겨진, 왕의 영혼이여! 머리카락과 그 주인은 오래 헤어졌다 만난 두 친구처럼 서로 꼬옥 껴안았다. 창조주는 제 재판정에 다시 출두한 피고인이 되어 말을 이었다: 머리카락이 자기를 유폐했던 일에 대해 겸허하게 그를 용서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 주인이 신중하게, 경박하지 않게 행동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눈꺼풀을 비춰주던 창백한 마지막 햇살이 산의 협곡에서 물러났다. 그에게 몸을 돌리자, 나는 그가 수의처럼 접히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폴싹대지 마라! 입을 다물어라--- 입을 다물어라---- 누가 듣기라도 하면! 너를 다른 머리카락 사이에 다시 넣어주겠다. 그런데 이제 태양이 지평선에 잠들었으니, 파렴치한 늙은이와 다정한 머리카락, 너희 둘은 모두 창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기어가라. 그동한 밤이수도원 위에 제 그림자를 펼치고, 들판에 길게 찍힌 너희 은밀한 발자국을 덮는다--- 그때 이(虱)가 한 곶벼랑 뒤에서 갑자기 나오더니 발톱을 곧추세우며 나에게 말했다:"너는 그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나 나는 그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물러나 다리 위에 도착했다. 나는 원래의 명문을 지우고, 그걸 다음과 같은 말로 바꾸었다. "제 가슴속에 이런 비밀을 단검처럼 간직해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처음으로 저 무시무시한 성탑에 들어갔을 때, 목격했던 바를 결코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나는 이 글자들을 새기는 데 썼던 창칼을 다리난간 너머로 던지고, 유년시대에 머물러 있는 창조주의 성격에 대해 간략한 성찰을 하다보니, 그가 앞으로도, 오호라! 오랜 시간에 걸쳐, 때로는 잔혹한 행태로, 때로는 거대한 악덕에서 생겨난 궤양의 더러운 구경거리로, 인류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 틀림없기에(영원은 길다), 이런 존재를 적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취한 사람처럼 두 눈을 감고, 거리의 미궁을 가로질러, 슬픈 마음으로,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세번째 노래 끝  
3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4) 댓글:  조회:13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4)           세번째 노래(4)       (4) 봄날이었다 새들은 지저귀며 찬가를 퍼뜨리고, 인간들은 저들의 서로 다른 과제에 지쳐 피로의 성스러움에 잠겼다. 삼라만상이 자기 운명에 전념했다: 나무가, 행성이, 상어가, 삼라만상이, 창조주만 예외로! 그는 찢어진 옷을 입고 길바닥에 너부러져 있다. 그의 아랫입술은 잠에 취한 밧줄처럼 늘어져 있고, 그의 이빨은 닦이지 않았고, 그 머리칼의 금빛 물결에는 먼지가 섞여 있었다. 무거운 졸음에 마비되고, 자갈에 부딪쳐 으깨진 그의 몸은 다시 일어서려고 헛된 노력을 했다. 그의 힘이 그를 버렸으니, 그는 거기 누워 있다. 지렁이처럼 허약하게, 나무껍질처럼 무감각하게, 그 어깨의 성마른 꿈틀거림으로 패인 자국을 포도주가 쏟아져 가득 채웠다. 돼지 주둥이의 우둔이 제 보호용 날개로 그를 감싸며, 그에게 연정의 시선을 던졌다. 근육이 풀린 그의 다리는 두 개의 눈먼 돛대처럼 땅을 쓸었다. 두 콧구멍에서는 피가 흘렀다. 넘어지면서, 그의 얼굴이 어느 말뚝에 부딪쳤던 것---- 그는 취했다! 무시무시하게 취했다! 밤새 피 세 통을 채우는데, 나는 여기서 그 말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지고한 주정뱅이가 제 체면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인간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대들은 알았던가, 창조주가 ---- 취했다는 것을! 난장판 주연의 술잔에 더렵혀진 저 입술에 자비를! 지나가던 고슴도치가 그의 등에 바늘을 찌르고 말했다: "이게 네 몫이다. 태양이 행정의 중간에 와 있다. 그러면 내가 갈고리부리 도가머리앵무새를 부르는지 마는지 보게 될 것이다." 지나가던 청딱따구리와 부엉이가 그의 배에 부리를 완전히 쳐박고 말했다: "이게 네 몫이다. 너는 이 땅에 무엇하러 왔느냐? 동물들에게 이 침울한 코미디를 보여주려고? 하나 두더지도 화식조도 홍학도 네 흉내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내 너에게 단언한다." 지나가던 당나귀가 그의 관자놀이를 한번 걷어차고 말했다: "이게 네 몫이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긴 귀를 달아주었느냐? 하다못해 귀뚜라미까지 나를 무시하지 않는 놈이 없다. " 지나가던 두더지가 그의 이마에 침을 뱉고 말했다: "이게 네 몫이다. 네가 나한테 큰 눈을 달아주어, 지금 보이는 몰골 그대로 너를 알아볼 수만 있었다면, 네가 아무의 눈에 띄지 않게, 미나리아제비와 물망초와 동백꽃을 비 내리듯 뿌려, 네 사지의 아름다움을 감쪽같이 감춰주었으련만." 지나가던 사자가 그 왕자다운 얼굴을 기울이며 말했다. "나로 말하면, 비록 그의 위광이 우리 눈에 잠시 이지러진 듯하지만, 나는 그를 존경한다. 네놈들이 거만을 떨어대도, 그가 잠든 사이에 그를 공격하였으니, 모두 비겁자들일 뿐이다. 네놈들이 그에게 아낌없이 쏟아붓는 그 욕설 말인데, 만일 너희들이 그의 처지에 놓여, 지나가는 무리들에게서 그런 욕설을 들었다면, 퍽이나 즐겁겠느냐?" 지나가던 인간이 개꼴난 창조주 앞에 멈춰 서서, 사면발이와 독사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사흘 동안 그 고귀한 얼굴에 똥을 누었더라! 이런 모욕이라니, 인간에게 화가 있으라. 이는 그가 적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흙과 피와 포도주의 뒤범벅 속에 무방비로, 거의 생기도 없이 늘어져 있는 적을!--- 그러자 지고한 신은 이 모든 저속한 모욕을 받고는 깨어나, 안간힘을 쓰고 다시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는 몸으로 돌 하나를 찾아가, 폐병환자의 두 고환처럼 두 팔을 늘어뜨리고 주저앉아, 자기에게 속한 자연 전체에 불꽃이 없는 멀건 시선을 던졌다. 오, 인간들이여, 너희는 무서운 아이들이지만, 내 너희에게 간청하건대, 이 위대한 존재를 너그럽게 봐주자. 이 존재는 그 불결한 음료의 기운을 아직 가라앉히지 못했으며, 몸을 똑바로 가눌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아서, 떠돌이처럼 앉아 있던 바위 위에 다시 무겁게 넘어졌다. 저 지나가는 걸인을 주목하라. 그는 회교 수도승이 굶주린 팔을 내뻗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적선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긍휼을 비는 그 손에 빵 한 조각을 던졌다. 창조주는 그에게 고갯짓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 너희는 우주의 고삐를 내내 한결같이 잡는다는 것이 어떻게 어려운 일이 되는지 결코 알지 못하리라! 이따금 피가 머리로 솟아오르는데, 허무에서부터 최후의 혜성을 새로운 종류의 정신들과 함께 끌어내는 일에 몰두할 때 그렇다. 지성도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흔들리다보면 패배자처럼 물러나, 생애에 한번은 너희가 목격했던 바의 혼미 속에 떨어질 수 있느니라!  
3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3) 댓글:  조회:13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3)           세번째 노래(3)       (3) 트랑달은 자기 마음대로 없어지는 사내의 손을, 줄곧 사람의 형상이 쫓아오는데, 줄곧 앞으로 피해 달아나는 사내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았다. 방랑의 유태인은 지상의 지배권이 악어 종족에 속하기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달아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트랑달은 골짜기 위에 서서, 한 손을 제 눈앞으로 내밀어 햇살을 모으고 있었으며, 그동안 다른 손은 수직으로 뻗치어 움직이지 않은 팔 끝에서 허공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우정의 조각상, 그는 바다처럼 신비로운 눈으로, 징 박힌 지팡이에 의지해 산허리의 비탈를 기어오르는 여행자의 각반을 바라본다. 땅이 그의 발밑에서 꺼지는 것만 같아, 눈물과 감정을 참으려야 참을 수 없을 것이다.    
3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2) 댓글:  조회:9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2)           세번째 노래(2)       (2) 여기 미친 여자가 춤추고 지나가면서, 막연히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다. 아이들이 티티새라도 쫓듯이 돌을 던지며 그녀를 쫓아간다. 그녀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그들을 쫒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길을 간다. 그녀는 길을 가다 구두 한 짝이 벗겨졌으나 알아채지 못한다. 거미의 긴 다리가 그녀의 목덜미를 돌아다니지만, 그것은 그녀의 머리카락일 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녀의 얼굴은 더는 사람의 얼굴 같지 않으며, 그녀는 하이에나처럼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문장의 쪼가리들을 내뱉는데, 그것들을 꿰맞춘다 해도 분명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옷은 뼈가 앙상하고 진흙투성이가 된 그녀의 두 다리를 둘러싸고 어지럽고 급격한 동작을 실행한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 자신도, 그 파괴된 지성의 안개 너머로 떠오르는 그녀의 청춘도, 그녀의 환상과 지난날의 행복도, 의식되지 않는 능력들의 회오리바람에 미루나무 잎처럼 휩쓸려 나아간다. 그녀는 그 최초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잃었으며, 그녀의 발걸음은 비천하고, 그녀의 숨결에서는 화주 냄새가 난다. 인간들이 이 지상에서 행복하다면, 놀라야 하는 것은 바로 그때이리라. 그녀는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으며, 불평을 늘어놓기에는 너무 오만해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이 말을 걸어올 수 없도록 그녀 자신이 금지하였으니, 그들에게조차 자기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 죽을 것이다. 아이들이 티티새라도 쫓듯이 돌을 던지며 그녀를 쫓아간다. 그녀는 가슴에서 종이 두루마리 하나를 떨어뜨렸다. 어느 미지의 사람이 그것을 주워서, 밤새도록 자기 집에 틀어박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그 수고를 읽었다. 독서의 끝에 이르자, 그 미지인은 제 힘을 가눌 수 없어서 기절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 수고를 불태웠다. 그는 이 젊은 날의 기억을 잊었으며(습관은 기억력을 무디게 하는지라!) 스무 해 동안 떠나 있다가 이 숙명의 나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블도그를 사지 않으리라! --- 그는 양치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리라!--- 그는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잠자지 않으리라!--- 아이들이 티티새라도 쫓듯이 돌을 던지며 그녀를 쫓아간다.  
3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1) 댓글:  조회:12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1)           세번째 노래(1)       (1) 두번째 노래를 쓰는 동안 내 깃털펜이 한 뇌수에서 끌어냈던, 저 천사의 본성을 지닌 상상적 존재들의 이름, 그 존재들 자체에서 발산되는 미광으로 빛나는 그들 이름을 다시 불러내자.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그 재빠른 소멸을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겨운 불꽃처럼, 불타는 종이 위에서 죽었다. 레만이여!--- 로엔그린이여!--- 롤바노여!--- 올제여!---- 그대들은 잠시 청춘의 표지에 덮여 매혹된 내 시야에 나타났으나, 나는 그대들을 혼돈 속에, 잠수중인 것처럼, 다시 빠뜨렸다. 그대들은 거기서 다시 나오지 못하리라. 나로서는 그대들의 추억을 간직해왔다는 것으로 충분하니, 그대들은, 아마도 덜 아름답겠지만, 인류의 후예에 대한 목마름을 가라앉히지 않기로 결심한 사랑의 폭풍우가 범람하여 낳게 될 다른 실체들에게 자리를 양보함이 마땅하다. 저 자신을 집어삼킬 굶주린 사랑, 그것은 하늘나라의 허구에서 제 자양을 찾지 않는다면, 끝내 물방울 하나에 우글거리는 벌레들보다 더 수가 많은, 피라미드 하나 분량의 세라핌(9품천사들 중 가장 높은 천사)들을 만들어 타원 하나에 얽어넣고는, 자기를 둘러싸고 소용돌이치게 할 것이다. 그동안, 폭포의 광경과 맞닥뜨려 걸음을 멈춰 선 여행자는, 그가 얼굴을 들어올린다면, 저 멀리서 지옥 동굴을 향해 생생한 동백꽃 화환에 실려가는 인간 존재 하나를 보게 되리라. 그러나---- 조용하라! 다섯번째 상상물의 떠도는 형상이, 북극 오로라의 불분명한 주름처럼, 내 지성의 안개 평면에 천천히 그려지며, 차츰차츰 명료하고 확실한 윤곽을 띤다--- 마리오와 나는 모래톱을 밟아나갔다. 우리의 말들은 목을 빼들고 공간의 막을 갈라 헤치며, 해안의 자갈밭에서 불꽃을 뽑아냈다. 삭풍은 우리의 얼굴을 맞받아치고 우리의 망토 속으로 파고들며, 우리 두 사람 쌍둥이 머리의 머리칼을 뒤로 나부끼게 했다. 갈매기는 그 울음소리와 날갯짓으로 폭풍이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졌다고 헛되이 경고하며 소리질렀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저 정신나간 질주로?"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꿈에 잠겨, 그 맹렬한 준마의 날개에 그대로 실려갔으며, 어부는 우리가 알바트로스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신비의 두 형제가, 늘 같이 붙어다녔기에 흔히들 그렇게 불러왔던 두 형제가, 제 앞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고 믿고, 황급히 성호를 긋고는 제 마비된 개와 함께 어느 깊은 바위 아래로 숨었다. 해안의 주민들은 대재난의 시기에, 끔찍한 전쟁이 적대하는 두 나라의 흉부에 갈고리를 박겠다고 으르렁대거나, 콜레라가 수많은 도시 전역에 투석기로 부패물과 죽음을 퍼부으려고 준비할 때, 그 두 인물이 구름에 싸여 지상에 나타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가장 늙은 표류물 약탈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폭풍이 불어올 때면 사구와 암초 위에 펼쳐지는 그 광대한 검은 날개폭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그 두 유령이 땅의 정령과 바다의 정령이며, 그 둘은 무한 밧줄로 연결된 모든 세대에 놀라움을 불러일으킬 만큼 희귀하고 영예로운 , 영원한 우정으로 한 몸이 되어, 자연의 대변혁기에, 공중 한가운데로 그들의 위엄을 몰고 다닌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안네스산맥의 두 마리 콘도르처럼 나란히 날아올라, 태양과 인접한 대기권 사이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활강하기를 좋아하고, 빛의 가장 순수한 정수를 흡입한다고들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서, 저 잔인한 정신들이 전쟁이 울부짖는 벌판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학살하고(도시 한복판에서 신의를 저버리고 증오나 야심의 단도로 비밀리에 서로 죽이지 않을 때는), 자기들만큼 생명에 가득차 있으나 생존 사다리에서 더 낮은 단계에 위치한 존재들을 잡아먹고 사는, 착란에 빠진 인간지구의 공전궤도 쪽으로 그 수직 비행의 기울기를 낮추어 그 궤도를 공포에 떨게 한다는 말도 있다. 또는, 그들이, 자신들의 예언을 노래 가사로 불러 인간들의 회개를 재촉할 요량으로, 행성 하나가 그 흉악한 지표에서 냄새 고약한 증기처럼 흘러나오는 인색과 오만과 저주와 냉소의 짙은 발산물 한가운데에 싸여 이동하면서 먼 거리 때문에 눈에 띨락 말락 한 공처럼 미미하게 나타나는 저 항성들의 영역을 향해 팔을 크게 휘둘러 헤엄쳐가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들은 기회를 어김없이 찾아내어 오해를 받고 비웃음을 산 자기들의 호의를 후회하며, 화산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몸을 숨기고, 지하중심의 통 속에서 끓고 있는 생생한 불꽃과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들의 환멸에 찬 시선을 즐거이 쉬게 하려고 해저에 숨어들어, 인류의 사생아와 비교하면 온유함의 모범으로 보이는 심연의 가장 사나운 괴물들에게 눈을 돌렸다. 밤이 그 유리한 어둠과 함께 오면, 그들은 반암 꼭대기의 분화구에서, 해저의 조류에서 뛰쳐나와, 인간 앵무새의 변비증 걸린 항문이 분투하는 돌투성이 방의 실내 변기를 뒤로 멀리 따돌리고, 공중에 걸린 그 더러운 행성의 실루엣을 더는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솟아오른다. 그때, 자신들의 효과 없는 시동에 슬퍼져서, 자신들의 고통을 동정하는 별들 한가운데서, 신의 시선 아래서, 땅의 천사와 바다의 천사는 울며 서로 끌어안는다! --- 마리오와 그리고 그와 함께 나란히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자는, 밤중에 해안의 어부들이 출입문과 창문을 닫은 채 난로를 둘러싸고 속삭이며 이야기하는 그 모호하고 미신적인 이야기들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동안 몸을 덥히고 싶어 안달하는 밤바람은 초막을 둘러싸고 그 휘파람소리를 들려주며, 파도의 죽어가는 물주름에 실려온 조가비 파편들의 밑바닥에 둘러 세워진 저 가냘픈 성벽을 그 세찬 힘으로 뒤흔든다.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는 두 마음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두 눈은 모든 것을 표현했다. 나는 그에게 그를 둘러싼 망토를 더 단단히 여미도록 재촉하고, 그는 나에게 내 말이 자기 말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게 하라고 이른다. 저마다 상대방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과 똑같이 염려한다.우리는 웃지 않는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 인간들의 지성에서 나오는 거대한 불안을 곁눈질로 따돌리는 저 스핑크스들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깊은 성찰이 새겨놓은 무서운 각인의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는 자신의 수고가 헛됨을 알고, 눈을 돌려, 입에 격노의 거품을 물고 지상의 재갈을 물어뜯으며, 우리가 다가가면 멀리 사라지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쾌락의 궁정으로 여왕처럼 들어가기만을 요구하는 그의 황금빛 청춘을 떠올려 주려고 애쓰지만, 그는 내 말이 야윈 입술에서 어렵사리 나오고 있음을 유의하고, 또한 여러 해에 걸쳐 나자신의 봄이 슬프고 얼어붙은 채 지나가버렸으니, 환멸의 쓰라린 향락과 늙음의 악취나는 주름과 고독의 당혹과 고통의 불길을, 향연의 식탁 위로, 창백한 사랑의 창녀가 번쩍이는 황금으로 화대를 받고 잠드는 비단 침대 위로 몰고 다니는 가혹한 꿈이나 다름없었음을 유의한다. 나는 내 수고가 헛됨을 알고,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없음에도 놀라지 않는다. 전능이 그 공포의 찬란한 후광에 싸여, 고문의 도구를 두르고 내게 나타난다. 나는 눈을 돌려, 우리가 다가가면 멀리 사라지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우리의 말들은 마치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나 하듯이 해안을 따라 질주하고---- 마리오는 나보다 젊다. 계절의 습기과 우리에게까지 튀어오르는 소금기 섞인 거품이 그의 입술에 냉기의 접촉을 유도한다. "조심해!---- 조심해!---- 입술을 다물어, 위아래로 꽉, 네 피부에 쓰라린 상처로 고랑을 파는, 저 틈새의 날카로운 발톱이 보이지 않아?" 그는 내 얼굴을 응시하며 혀를 움직여 대꾸했다. "그럼 보고 있다고. 이 푸른 발톱을. 그러나 나는 내 입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흐트려뜨려 발톱을 피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보라고,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이게 섭리의 의지로 보이는 이상, 나는 그 뜻을 따르고 싶어. 그의 의지는 이보다 더 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자 나는 외쳤다. "대단하도다. 저 고결한 복수가." 나는 내 머리칼을 뽑고 싶었으나, 그가 엄숙한 시선으로 나를 말렸으며, 나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의 뜻을 따랐다. 저녁이 가까워졌고 독수리가 바위의 거친 굴곡에 파인 제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내게 말했다. "내 망토를 빌려줄게, 추위를 막을 수 있게. 나는 필요없어." 나는 그에게 대꾸했다. "네가 말한 대로 했다가는 혼날 줄 알아. 나는 나 대신 다른 사람이 고통당하는 걸 바라지 않아, 특히 네가." 내 말이 옳았기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 말의 너무 격한 어조 때문에, 그를 위로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 우리의 말들은 마치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나 하듯이 해안을 따라 질주하고--- 나는 크나큰 파도에 들어올려진 뱃머리처럼 고개를 쳐들고 그에게 말했다. "우는 거야? 너에게 그걸 묻는다. 눈과 안개의 왕아, 선인장의 꽃처럼 아름다운 네 얼굴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고 내 눈꺼풀은 경사 급한 건천의 하상처럼 발랐구나. 그러나 네 두 눈의 밑바닥에서 피가 가득한 통 하나를 알아볼 수 있으니, 네 순결함이 거기서 대형종 전갈에 목을 물려 끓고 있구나. 난폭한 바람이 솥을 데우고 있는 불길에 덤벼들어, 그 어두운 불꽃을 네 성스러운 안과 밖으로까지 퍼뜨린다. 내 머리칼을 네 장밋빛 이마 가까이 가져가자. 눋내가 났던 것은 머리칼이 불탔기 때문이다. 눈을 감아라. 그렇잖으면 네 얼굴이 화산의 용암처럼 검게 타 내 손바닥의 장심에 재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그러자, 그는 손에 든 고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내게로 얼굴을 돌려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백합빛 눈꺼풀을 바다의 썰물과 밀물처럼 천천히 내리감았다가 다시 올렸다. 그는 내 무례한 물음에 훌륭하게 대답하고 싶었으며, 그래서 바로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신경쓰지 마. 강의 수증기가 산허리를 따라 기어오르다가 일단 꼭대기에 다다르면 대기 속으로 날아올라 구름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너의 걱정도 합당한 이유도 없이 알지 못한 사이에 불어났다가 네 상상력 너머로 황량한 신기루의 거짓 몸체를 지어내지. 내 눈에 불길은 없다고 너한테 장담하지. 비록 타오르는 석탄 투구에 내 머리를 밀어넣었을 때와 똑같은 감각을 눈에서 느끼기는 하지만, 어떻게 내 무구한 육체가 통 속에 끓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귀에 들리는 것이라곤 우리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람의 신음소리일 뿐이다 싶은 아주 미약하고 어렴풋한 비명밖에 없는데. 전갈 한 마리가 내 눈구멍 바닥에 거처를 정하고 그 날카로운 집게발로 눈알을 후벼대기는 불가능하지. 차라리 강력한 집게가 내 시신경을 뽑아냈다면 혹시 모를까. 그렇지만, 통 속에 가득한 피는 지난밤의 수면중에 보이지 않는 형리(刑吏)가 내 혈관에서 뽑아낸 것이라는 데는 너와 같은 의견이야. 나는 오랫동안 대양이 사랑하는 아들, 너를 기다려 왔는데, 졸고 있던 내 두 팔은 내 집의 현관에 침입했던 그자와 부질없는 싸움을 벌였지---- 바로 그거야. 내 혼이 이 육체의 빗장 안에 감금되어 있다는 느낌이야. 이 혼이 해방되어 인간바다가 물결치는 해안에서 멀리 도망칠 수도 없고, 온갖 불행의 창백한 사낭개떼가 거대한 의기소침의 늪과 구렁텅이를 가로질러 인간 영양을 끊임없이 추격하는 광경을 더는 지켜볼 수도 없지. 그러나 나는 불평하지 않을 거야. 나는 상처 하나를 받듯 생명을 받았고, 자살이 그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도록 막았지 나는 창조주가 제 영원의 매 시간마다 상처의 벌어진 아가리를 주시하기만 바라지. 이건 내가 그에게 내리는 징벌이야. 우리의 준마들이 제 청동 발의 속력을 늦추는군. 녀석들의 몸통이 멧돼지떼 발각된 사냥꾼처럼 떨리는구먼. 이놈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 한 되지. 주위를 집중하다보면, 이 녀석들의 지성이 자라서, 어쩌면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지도 몰라. 녀석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 고통이 더 심해질 터라! 정말이지. 인류라는 새끼멧돼지만 생각해. 놈들과 창조된 세계의 다른 존재들을 구별하는 지성의 정도라고 해봐야 계산할 수 없는 고통의 만회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는데 그치는 것 같지 않아? 나를 모범으로 삼아서, 너의 은 박차(拍車)1)가 준마의 옆구리를 찔러대야지--- "우리의 말들은 마치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나 하듯이 해안을 따라 질주한다.       1) 박차(拍車)   말을 탈 때 신는 구두의 뒤축에 달려 있는 물건. 톱니바퀴 모양으로 쇠로 만들어 말의 배를 차서 빨리 달리게 한다.   어떤 일을 촉진하려고 더하는 힘.  
3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0) 댓글:  조회:55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0)     두번째 노래(16)     (16) 나의 영감에 단단히 제동을 걸고, 여자의 질을 쳐다볼 때처럼, 잠시 가던 길을 멈출 시간이다. 밟아온 이력을 살피고, 이어서, 수족을 쉬게 한 뒤에, 맹렬하게 뛰어올라 돌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숨에 목표를 돌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날개들은 희망도 없이 회한도 없이 높은 비상을 하느라고 많이 지쳐 있다. 아니다--- 이 불경한 노래의 폭발성 광맥을 누비며 곡괭이와 굴착이라는 험상궂은 사냥개떼를 더 깊이 끌고 가지는 말자! 악어는 제 두개골 밑에서 쏟아져나온 토사물을 말 한 마디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은밀한 그림자가 나로부터 부당하게 공격을 받은 인류의 원수를 갚겠다는 칭찬할 만한 목적에 들떠서, 한 마리 갈매기의 날개처럼 담장을 스쳐지나가며, 슬그머니 내 침실의 문을 열고, 하늘의 표류를 약탈자의 옆구리에 단검을 꽂는다 하더라도! 찰흙이 제 원자들을 분해하는 데는 이 방법이나 저 방법이나 그게 그거다.   두번째 노래 끝  
2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9) 댓글:  조회:55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9)     두번째 노래(15)   (15) 살다보면 머리털에 이가 들끓는 인간이 고착된 눈으로 허공의 초록빛 막 위에 야수의 시선을 던지는 그런 시간이 있다. 그에게는 어떤 유령의 야유 어린 고함소리가 제 앞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가 들은 것, 그것은 양심의 소리다. 이때, 그는 미치광이의 속력으로 집에서 뛰쳐나와서는, 제 혼미상태에 제시된 첫번째 방향으로 달려나가, 농촌의 거친 들판을 휩쓴다. 그러나, 저 노란 유령은 시야에서 그를 놓치지 않고, 같은 속도로 그를 뒤쫓는다. 어떤 때는, 뇌우가 몰아치는 밤에, 날개 돋친 낙지의 군단이, 멀리서 보면 까마귀떼와 방불하게, 구름 위로 날며, 품행을 바꾸도록 경고하는 사명을 띠고 인간들의 도시를 향하여 꼿꼿한 노로 방향을 트는 동안, 눈이 침침한 조약돌은 두 중생이 쫓고 쫓기며 지나가는 것을 번개 불빛으로 보고는, 얼어붙은 눈꺼풀에서 남몰래 흐르는 동정심의 눈물을 닦으면서 외친다. "분명코 그는 저럴 자격이 있으며, 그것은 정의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다시 그 완강한 태도로 되돌아아, 신경질적으로 몸을 떨며, 줄곧 인간 사냥을 지켜보고, 움울한 에테르 속으로 날아오르며 제 박쥐 날개를 넓게 펼쳐 온 자연을 덮어 가릴 저 거대하고 컴컴한 정충떼가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어둠의 불두덩의 대음순을 지켜보고, 또한 이들 둔탁하고 설명할 수 없는 섬광의 품새에 활기를 잃은 저 낙지떼의 고독한 군단을 지켜본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지칠 줄 모르는 두 주자 간에 장애물경주는 계속되고, 유령은 인간산양을 쫓아가며 입으로 불의 격류를 내뿜어 그 등을 검게 태운다. 이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유령이 제 길을 가로막는 연민과 만나게 되면, 그자는 마지못해 그 애원을 받아들이고 인간을 도망치게 놓아둔다. 유령은 추격을 포기하겠노라고 자신에게 말하려는 양으로 혀를 차고, 새로운 지시가 내리기를 기다려 제 개집으로 돌아간다. 유죄 선고를 받은 자로서의 그의 목소리가 우주공간의 가장 먼 층에까지 들리는데, 그 소름끼치는 울부짖음이 인간들의 심정에 파고들 때, 그 심정은, 흔히 말하듯이, 자식에게 회한을 안기기보다 어머니에게 죽음을 안기는 편이 차라리 더 낫다고 여길 것이다. 그는 어느 구덩이의 진흙 뒤범벅 속에 머리를 어깨까지 쳐박건만, 양심은 이 타조의 속임수를 흩날려버린다. 구멍은 에테르의 방울처럼 증발하고, 빛이 그 광선의 행렬을 거느리고 라벤더 위로 날아드는 마도요의 비상처럼 나타나니, 그 사람은 창백하게 눈을 뜨고 자기 자신과 다시 마주한다. 나는 그가 바다 쪽으로 몸을 끌고 나가, 물거품의 눈썹에 들쑥날쑥 깎이고 패인 곶 벼랑 의에 올라서더니, 화살처럼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기적이 일어났다. 다음날 그 시체가 해면에 다시 나타났으니, 바다가 이 육신 표류들을 해안으로 실어온 것이다. 그 사람은 제몸뚱이가 모래 속에 파놓았던 거푸집에서 풀려나와, 젖은 머리에서 물을 짜내고, 말없는 이마를 숙이고, 다시 인생 행로에 접들었다. 양심은 가장 은밀한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행동거지를 엄격하게 판단하며, 실수하지 않는다. 양심은 악을 예고하기에 무력한 경우가 많아서, 인간을 여우처럼 끊임없이 몰아세우는데, 특히 어두운 밤에 그렇다. 무식한 과학이 유성이라 부르는 징벌의 눈들이 창백한 불꽃을 흩뿌리고 자전하여 지나가며 신비의 말들을 또박또박 발음하고--- 인간은 그 말을 이해한다! 이때 그의 베개는 불면의 무게에 눌린 그 육체의 요동으로 망가지고, 그는 밤의 희미한 웅성거림에서 불길한 숨소리를 듣는다. 잠의 천사마저도 알지 못하는 돌에 맞아 이마에 치명상을 입은 나머지, 제 임무를 단념하고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그래서 인간을 변호하기 위해 내가 나선다. 이번에는 일체의 미덕을 경멸하는 자인 내가, 그 영광의 날 이래로 창조주가 잊을 수 없었던 자인 내가, 그날 나는 그의 권능과 그의 영원함이 무언지 모를 비열한 조작을 통해 기록된 저 하늘의 연대기를 그 초석에서 뒤집어엎으며, 놈의 겨드랑이 아래에 내 흡반의 사백 개를 압착하여, 놈으로 하여금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게 했고---- 놈의 비명은 그 입에서 나오면서 살모사로 변해, 가시덤불에, 무너진 성벽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밤에도 망을 보고 낮에도 망을 본다. 그 비명은 기어가는 짐승이 되어 무수한 둥근 고리를, 납작하고 작은 대가리에 교활한 눈을 얻고는, 인간의 순진무구함을 만나면 멈춰 서기로 맹세하였으니, 그래서 그 순진무구함이 잡목 엉클어진 숲속을, 또는 비탈진 둑의 뒤쪽을, 또는 사구의 모래 위를 산책할 때는, 늦기 전에 생각을 바꾼다. 하나 아직 그럴 시간이 있을까. 사람은 가던 길을 되짚어서 훤한 자리로 나갈 틈을 얻기도 전에, 거의 감지할 수도 없을 물린 상처를 타고 독이 제 다리의 정맥에 스며드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여러 번이다. 이와 같이 창조주는 가장 지독한 고통 속에서까지 찬탄할만한 냉혈을 유지하여, 지상의 거주민들에게 해로운 맹아를 바로 그들 자신의 가슴에서 끄집어낼 줄 안다. 녀석이 놀라움이 얼마나 컸을까. 말도로르가 낙지로 둔갑해, 하나하나가 질긴 가죽끈이어서 행성 하나쯤은 어렵잖게 둘러감을 수 있을 그 흉물스러운 여덟 개의 다리를 제 몸뚱이 쪽으로 뻗는 것을 제 눈으로 보았으니, 불시에 사로잡힌 녀석은 점점 더 조여드는 이 점착성 포옹에 저항하여 얼마 동안 발버둥을 쳤고---- 나는 녀석의 쪽에서 무슨 위험한 반격을 펼칠까봐 두려웠다. 그 거룩한 피의 혈구를 듬뿍 섭취한 뒤에, 나는 녀석의 위엄 어린 몸에서 거칠게 떨어져나와, 어느 동굴에 숨었으니, 그 동굴은 그때부터 나의 거처가 되었다. 거듭된 수색도 헛일이 되어, 녀석은 거기서 나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오래되었으나, 이제는 녀석도 내 거처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녀석은 내 거처에 다시 발 들여놓지 않도록 조심하며, 우리 둘은 양쪽 모두 상호 간의 힘을 알고 있고 어느 쪽도 승리할 수 없고 지난날의 쓸데없는 싸움으로 지쳐있는 두 인접국의 군주들처럼 살고 있다. 녀석은 나를 두려워하고, 나는 녀석을 두려워하거니와, 어느 쪽도 패배하지는 않았으나 적의 맹렬한 공격을 체험한 뒤라서, 어디까지나 우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렇더라도, 녀석이 원한다면, 나도 싸움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녀석이 감추어둔 제 계략을 펼치기에 유리한 어떤 기회를 노리는 것이 아니기를, 나는 늘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고 녀석을 주시할 것이다. 그가 더는 지상에 양심과 그 고뇌를 파견하는 일이 없기를, 양심을 쳐부술 때 유리하게 쓸 수 있는 무기를 나는 인간들에게 가르쳤다. 그들에게는 아직 양심이 낯설지만, 그대도 알다시피 나에게 양심이란 바람에 실려오는 지푸라기나 다름없다. 나는 양심을 그만큼은 존중한다. 내가 지금 일어나는 기회를 이용해서 이 시적 토론을 세밀하게 꾸밀 작정이라면, 나는 내가 양심보다는 지푸라기를 더 존중한다는 말까지 덧붙이게 될 것이다. 지푸라기는 지푸라기를 새김질하는 소에게 유익한 반면에, 양심은 오직 강철 발톱 몇 개밖에는 보여줄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들 발톱이 내 앞에 놓였던 날, 그 물건들은 비통한 패배를 감수하였다. 양심은 창조주가 파견한 년이기에, 나는 그년 때문에 내 행로가 가로막히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그년이 제 지위에 어울릴뿐더러 결코 포기하지 말았어야 할 겸허하고 공손한 태도로 나타났더라면, 나는 그년에게 귀를 기울렸을 것이다. 나는 그년의 오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한쪽 손을 뻗어 그 발톱들을 손가락으로 눌러 박살내자, 그것들은 이 신종 절구의 가중 압력에 티끌이 되어 흩어졌다. 다른 손을 뻗어 그년의 머리를 잡아 뽑았다. 이어서 그 여자를 채찍질하여 내 집 밖으로 쫓아냈고, 그년은 두번 다시 내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내 승리를 기념하여 그년의 머리를 간직했다--- 나는 머리 하나를 손에 들고 그 두개골을 감으며, 산허리의 깍아지른 벼랑 끝에 왜가리처럼 한 발로 서 있었다. 내가 골짜기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는 눈이 있었으니, 그때 내 가슴의 피부는 내내 미동도 없이 고요하여, 무덤의 덮개와 같았더라! 나는 머리 하나를 손에 들고 그 두개골을 갉으며, 더없이 위험한 심연 속으로 헤엄치며, 치명적인 암초를 옆에 끼고 나아가, 바다 괴물들의 싸움을 한 사람의 이방인으로 참관하려고 해류보다 더 깊이 잠수하였다. 해안이 내 예리한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연안에서 멀리 벗어나고 있는데, 그때 끔찍한 훙물들이 근육을 마비시키는 그 자기(磁氣)를 뽐내며, 억센 동작으로 파도를 가르며, 내 수족을 노리고 배회하였으나, 감히 접근하지는 못했다. 내가 무사히 해변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눈이 있었으니, 그때 내 가슴의 피부는 내내 미동도 없이 고요하여, 무덤의 덮개와 같았더라! 나는 머리 하나를 손에 들고 그 두개골을 갉으며, 높이 세운 탑에 이르는 계단을 뛰어올랐다. 나는 피곤한 다리로 현기증나는 옥상에 이르렀다. 나는 평원을, 바다를 바라보고, 나는 태양을, 창공을 바라보고, 물러나지 않는 화강암을 발로 밀어뜨리고, 나는 드높은 함성을 내질러 죽음과 신의 징벌에 도전하였으며, 포장도로를 달리듯 허공의 아가리로 돌진하였다. 인간들은 내가 추락하면서 버렸던 양심의 머리와 땅의 만남으로 일어난 고통스럽고 우렁찬 충격음을 들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구름에 실려 새의 느린 속력으로 내려와서, 그 머리를 그러모아 이것으로 그날 하루에 저질렀음이 틀림없는 내 삼중 죄악의 증인으로 삼으려고 강압하는 모습을 보는 눈이 있었으니, 그때 내 가슴의피부는 내내 미동도 없이 고요하여, 무덤의 덮개와 같았더라! 나는 머리 하나를 손에 들고 그 두개골을 갉으며, 기둥들이 솟아올라 단두대를 지탱하는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나는 그 칼날 아래로 세 처녀들의 목을, 그 감미로운 아리따움을 밀어넣었다. 사형집행인 내가 전 생애 걸친 확실한 경험으로 밧줄을 놓아버리자. 삼각형 강편이 비스듬히 내리떨어져, 나를 다정하게 쳐다보는 머리 셋을 잘랐다. 나는 이어서 내 머리를 그 육중한 면도칼 아래에 놓았으며, 사형집행인은 자신의 임무 수행을 준비하였다. 세 번, 칼날은 새로운 힘을 얻어 홈 사이로 떨어져 내렸으며, 세 번, 나의 물질 골격은, 특히 목이 붙은 자리에서, 그 토대까지 흔들렸으니, 꿈속에서 무너지는 집에 깔린 듯싶을 때와 같았다. 아연실색한 사람들은 내게 길을 내주어 그 초상난 장소에서 나를 벗어나게 했다. 그들은 내가 팔꿈치로 물결치는 인과를 헤치고, 생명으로 가득차 움직이며, 머리를 곧추 세우고, 앞으로나아가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때 내 가슴의 피부는 내내 미동도 없이 고요하여, 무덤의 덮개와 같았더라! 나는 말한 바 있다. 인간을 변호하기 위해 내가 나선다고, 이번에는 그러나, 나는 내 변호가 진실의 표현이 아닐까봐 두렵다. 따라서 침묵하는 편이 더 낫겠다. 인류는 이 방책에 감사한 마음으로 박수갈채를 보내리라!  
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8) 댓글:  조회:47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8)     두번째 노래(14)   (14) 센강이 인간의 육체 하나를 끌고 간다. 이런 경우, 강은 품새가 장중하다. 부풀어오른 시체는 물 위에 떠 있다가 어느 다리의 아치 아래로 사라지지만, 더 먼 데서 다시 나타나, 풍차 바퀴처럼 천천히 혼자 돌기고 하고, 간간이 물에 잠기기도 한다. 어느 뱃사공이 지나가다가 그것을 삿대질로 끌어당겨 뭍으로 데려온다. 시체를 시체공시장으로 옮기기 전에, 그를 되살려보려고 강둑에 잠시 놓아둔다. 군중이 시체 주위에 촘촘히 몰려든다. 뒤에 있는 탓에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앞에 있는 사람들을 떠민다. 저마다 생각한다. "나는 물에 빠져 죽을 사람이 아니야." 자살한 젊은이를 가여워하고, 감탄하지만, 그를 따라하지는 않는다. 그러건 말건 그 젊은이는, 지상에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고, 더욱더 높은 것을 갈망하여, 자살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은 품위가 있고, 입고 있는 옷은 화려하다. 열일곱 살이나 됐을까? 젊은 나이에 죽다니! 마비된 군중은 줄곧 움직일 줄 모르는 시선을 그에게서 거두지 않고---- 밤이 된다. 저마다 말없이 물러난다. 어느 누구도 감히 익사자를 뒤집어 그 몸에 가득찬 물을 토해내게 하지 않는다. 마음 약한 인간으로 치부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제 셔츠 깃에 들어박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는 티롤 무곡을 날타롭게 휘파람 불며 사라지고, 또 어떤 사람은 손가락으로 캐스터네츠처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두운 생각에 시달리는 말도로르는 말을 타고 이 장소 근처를 번개와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물에 빠진 사람이 그의 눈에 띄었다. 이제 됐다. 곧바로 그는 준마를 멈추고, 등자에서 내렸다. 그는 싫은 기색이 없이 그 젊은이를 들어올려 물을 하 많이 쏟아내게 했다. 이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가 자기 손끝 아래서 소생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는 양양한 감명을 받아 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용기를 두 배로 북돋았다. 허수고다! 헛수고라고 나는 말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시체는 내내 생기를 잃고, 이쪽저쪽으로 몸이 뒤집히는 대로 가만히 있다. 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여기저기 수족을 주무른다.그리고 한 시간 동안, 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붙이고, 입속에 숨을 불어넣는다. 가슴에 대고 있던 손바닥 아래로 마침내 가벼운 고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익사자가 살아났다! 이 무상의 순간, 여러 개의 주름이 그 말 탄 자의 이마에서 사라지며 십 년은 더 젊어지게 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프다! 주름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내일, 어쩌면 그가 센 강변에서 멀어지자마자, 그동안, 물에 빠진 사람은 흐릿한 눈을 뜨고 힘없는 미소로 제 은인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무기력하고, 아무런 몸놀림도 할 수 없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고 이런 행위는 얼마나 많은 과오를 속죄하는가! 그때까지 젊은이를 죽음에서 끌어내느라고 전념하던 그 구릿빛 입술의 남자가 이제 더욱 자세히 그를 바라보니, 그 모습이 자신에게 생소하지 않은 것 같다. 질식했던 금발머리 청년과 올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그는 혼자 생각한다. 그대는 보는가, 그들이 얼마나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 끌어안는지! 아무렴 어떠냐! 벽옥 눈동자의 남자는 엄격한 배역을 맡은 자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아무말 없이, 그는 제 친구를 안아 말 엉덩이에 태우고, 준마는 내달려 멀어진다. 오, 자신이 그리도 이성적이고 그리도 강하다고 믿는 그대 올제여, 그대는 바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절망의 발작 속에서, 그대가 자랑하는 냉정함을 간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지 않았는가. 나는 그대가 이 같은 슬픔을 더는 나에게 불러오지 않기를 바라며, 내 쪽에서는 결코 자살을 기도하지 않겠노라고 그대에게 약속하였다.  
2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7) 댓글:  조회:47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7)     두번째 노래(13)   나는 나를 닮았을 영혼을 찾고 있었는데,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땅의 구석구석 뒤졌으나 나의 끈기는 헛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내 성격을 지지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침이었다. 태양이 아주 웅장하게 수평선에 떠오르고, 바야흐로 한 젊은이가 내 눈에 떠올랐으며, 그의 출현으로 그가 지나는 길에 꽃이 피어났다. 그가 내게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았다. "내가 너에게 왔다. 나를 찾는 너에게. 이 행복한 날을 축복하자----" 그러나, 나는 "꺼져라.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나는 네 우정이 필요없다---" 저녁이었다. 밤이 그 베일의 흑색을 자연 위에 펼치기 시작했다. 모습이 겨우 분간되는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역시 내게 황홀한 마력을 펼치며, 나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감히 내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나는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라, 네 얼굴의 특징을 낱낱이 분간할 수 있도록. 별빛이 충분히 밝지 않아서 그 거리에서는 그 특징까지 비추지는 못하는구나." 그러자, 그녀는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두 눈을 내리깔고 잔디밭의 풀을 밟으며 내 곁으로 향했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선량함과 의로움이 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나는 알겠다. 우리가 함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너는 여러 여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조만간 너는 내게 사랑을 바친 것을 후회할 것이다. 너는 내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시라도 내가 너에게 불충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도 마음 밑바닥까지 신뢰를 모아 내게 자신을 바친 여자에게. 나도 그만큼 마음 밑바닥까지 신뢰를 모아 나 자신을 바친다. 그러나 네 머릿속에 새겨 잊지 말라. 양과 이리는 서로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인간성에 들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까지도 그렇게 혐오하며 내치던 나에게, 이런 나에게, 필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겠는가! 나에게 필요한 것, 나는 그것을 말할 수 없었으리라. 나는 내 정신의 여러 현상을 철학이 권장하는 방법에 입각하여 엄정하게 이해하는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바닷가의 바위에 앉았다. 배 한 척이 이제 막 돛이란 돛을 모두 펼치고 이 해역에서 멀어져갔다. 감지하기 어려운 점 하나가 이제 막 수평선에 나타나더니, 돌풍에 밀려, 급속도로 커지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태풍이 내습을 시작했고, 벌써 하늘은 거의 인간의 마음만큼이나 흡족한 검은 빛으로 변해 어두워졌다. 거대한 군함인 그 배는 해안의 바위 위로 쓸려가지 않으려고 이제 막 닻을 모두 내렸다. 바람이 사방에서 광포하게 씩씩거리며 돛폭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천둥소리가 번갯불 한가운데서 터져 나왔으나, 토대 없는 집, 저 움직이는 무덤 위로 들려오는 비탄의 외침보다 더 높을 수는 없었다. 물 더미의 돌무덤이 닻의 사슬을 끊지는 못했어도, 그 요동이 배 옆구리에 반쯤 물길을 열어놓았다. 엄청난 구멍이다. 산처럼 갑판을 덮치며 거품을 뿜고 밀려드는 짠물 더미를 펌프질로 물리치기는 역부족이다.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다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폭풍과 번쩍이다 멈추는 번갯불과 더할 수 없는 어둠의 한가운데서, 배에 갇힌 사람들을 그대들도 아는 절망에 파묻으며, 침몰하는 배를 보지 못한 자는 인생의 변고를 알지 못한다. 마침내 배의 양 옆구리로부터 끝 모를 고통에서 비롯한 전원 합창의 비명이 새어나오는데, 바다는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두 배로 늘인다. 인간 능력의 포기가 내지르게 하는 비명이다. 저마다 체념의 외투에 싸여 제 운명을 신의 손에 맡긴다. 양떼처럼 궁지에 몰린다.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아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그들은 하루종일 펌프질을 하였다. 헛된 노력이다. 어둠이, 짙게, 움직일 수 없게, 다가와, 이 우아한 광경에 정점을 찍는다. 일단 물에 잠기면 더는 숨을 쉴 수 없으리라고 그들은 저마다 생각한다. 제 기억을 아무리 멀리 거슬러 보낸다 한들, 어떤 물고기도 제 조상으로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삼 초라도 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오랫동안 숨을 쉬지 말자고 스스로 격려한다. 그가 죽음에 던지려는 것은 바로 복수심의 아이러니---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아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배가 침몰하면서 너울이 너울을 휘감는 강력한 소용돌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들떠오른 개흙이 혼탁한 물살과 뒤섞인다는 것을, 바다 위를 휩쓰는 폭풍의 반동으로 밑에서 솟구치는 힘이 발작적이고 신경질적인 운동을 자연력에 전달한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미리 긁어모아 비축한 의연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익사자는 온갖 궁리 끝에, 심연의 소용돌이 속에서, 좀 후하게 쳐서 평상시 호흡으로 반호흡만이라도 생명을 더 연장한다면,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길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인 죽음을 조롱할 수 없을 것이다.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아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그런데 착오였다. 배는 이제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지 않는다. 가라앉지 않는다. 그 호두 껍떼기가 완전히 잠겨버렸다. 오, 하늘이여! 이렇게 크나큰 쾌락을 체험한 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수많은 내 동류들의 단말마에 현장 증인이 되는 임무가 방금 나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일 분 일 분, 나는 그들이 느꼈던 고통의 고비고비를 지켜보았다. 어떨 때는, 두려움으로 미쳐버린 어느 노파의 울음소리가 다른 소리를 젖히고 세를 떨쳤다. 어떨 때는, 젖먹이 아이의 날카로운 울음만으로도 선원들의 지시명령이 묻혀버렸다. 돌풍이 내게 실어오는 신음소리를 명확하게 파악하기에는 배가 너무 멀리 있었지만, 나는 의지를 통해 배에 접근하였으며, 착시는 완벽했다. 십오 분마다, 다른 돌풍보다 더 강한 돌풍이 질겁한 바다제비들의 비명 사이사이로 음산한 굉음을 내지르며 선체를 가로로 와지끈 깨뜨려, 대량학살의 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의 탄식을 증가시킬 때, 나는 쇠꼬챙이의 날카로운 끝으로 내 빰을 찌르며, 은밀하게 생각하였다. "그들은 더 고통스럽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비교의 대상이 있었다. 해안에서, 나는 그들을 불러대며, 그들에게 저주와 위협을 던졌다. 그들이 틀림없이 내 말을 들었을 것만 같았다! 내 증오와 내 말이 거리를 뛰어넘어 소리의 물리적 법칙을 무효화하고, 격노한 대양의 노호로 먹먹해진 그들의 귀에 명확하게 도달했을 것만 같았다! 그들이 틀림없이 나를 생각하고, 자기들의 복수심을 무력한 분노로 내뿜었을 것만 같다! 때때로 나는 견고한 대지 위에 잠들어 있는 도시들을 향하여 눈길을 던졌으며, 해변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맹금을 왕관으로 둘러쓰고 뱃속이 빈 물 거인을 좌대로 삼은 배 한 척이 침몰하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다시 용기를 추슬렀고, 희망이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는 그들의 파멸을 확신했다! 그들은 달아날 수 없었다! 한층 더 신중을 기하여, 나는 내 이연발 소총을 찾았으니, 만일 어떤 조난자가 임박한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헤엄을 쳐서 바위에 접근하려 할 경우, 어깨에 쏜 총알이 그의 팔을 부러뜨려, 그 의도를 성취할 수 없도록 그를 훼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태풍이 최고로 광분하는 순간에, 나는 정력적인 머리 하나가 머리칼을 곧추세우고 필사의 노력으로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여러 리터의 물을 삼켰으며, 부표처럼 흔들리며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는 머리칼에 물을 흘리며 다시 떠올라, 넓게 벌어진 피투성이 상처가 그 불굴의 고결한 얼굴에 칼자국을 내고 있었다. 열여 살을 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어둠을 밝히는 번갯불 너머로, 그의 입술 위로 복숭아솜털이 어렵사리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는 절벽에서 이백 미터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아서, 나는 어렵지 않게 그의 얼굴을 뜯어볼 수 있었다. 저 용기! 저 꺾을 수 없는 정신! 정말이지 그 머리의 꼿꼿함은 운명을 조롱하는 듯, 파도를 힘차게 가르니, 물이랑이 그 앞으로 어렵게 열리지 않았던가!--- 나는 일찌감치 결심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약속을 지켜야 했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시간의 종이 울려야 했다.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 없어야 했다. 바로 이것이 나의 결심이었다. 어떤 것도 내 결심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한차례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그 머리가 곧바로 가라앉더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이 살인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기쁨을 얻지는 못했다. 정확히 말해서, 그건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물려 있었기 때문이며, 이제는 단순한 습관으로 그 일을 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습관을 버리고 살 수는 없으나, 그것으로는 가벼운 쾌락밖에 얻지 못한다. 감각은 무디어졌고, 굳어졌다. 일단 배가 침몰한 뒤에, 파도가 대항하여 마지막 싸움을 벌이며 내 시선을 끄는 사람들이 수백 명을 넘을 때, 이 인간 존재의 죽음에서 어떤 쾌락을 느낄 것인가? 이 죽음에서, 나는 위험의 매력조차 얻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사법 정의는 이 끔직한 밤의 폭풍에 흔들리어, 내게서 몇 걸음 떨어진 집집에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내 몸을 누르고 있는 오늘, 지고하고 엄숙한 진실로서 내가 성실하게 말하는바, 나는 사람들이 그뒤로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것만큼 잔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곱절로 그들의 악의는 여러 해 내내 그 끈질긴 쾌락을 실행하였다. 이 지경에서, 나는 내 분노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잔혹성의 발작에 사로잡혔으며, 나는 내 험상궂은 눈에 가까이 다가오는 자에게, 그가 비록 내 동족에 속한다 하더라도, 공포의 인간이 되었다. 그것이 말이 개였을 때는, 그냥 지나가게 했다. 내가 방금 한 말을 들었는가? 불행히도, 폭풍이 치던 밤, 나는 이런 발작에 빠져, 이성이 날아가버렸으며(평상시에도 나는 똑같이 잔인하였지만, 그보다는 더 신중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이 내 손에 떨어지건 모두 죽어 없어져야 했다. 내 잘못을 사과할 생각은 없다. 과오가 모두 내 동류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지금 있는 그대로 확인할 뿐이며, 머리부터 목덜미를 긁게 하는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며--- 최후의 심판이 내게 무슨 대수랴! 그대를 속이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의 이성은 하시라도 날아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범죄를 저지를 때,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 나는 다른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바위 위에 서서, 폭풍이 내 머리칼과 내 외투를 후려치는 동안, 별 없는 하늘 아래서, 배 한 척을 악착같이 덮치는 태풍의 힘을, 나는 황홀감에 휩싸여 염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배가 닺을 던진 시점부터, 그 숙명의 옷이, 마치 망토를 입듯 저를 입은 사람들을 이끌고, 바다의 창자 속으로 삼켜지는 순간까지, 이 드라마의 모든 고비를 눈으로 뒤쫓았다. 그러나 이 뒤죽박죽이 된 자연의 장면에 나 자신이 등장인물로 참여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가 싸움을 치렀던 그 장소에서 분명하게 보았던 것처럼, 배가 제 남은 세월을 바다의 밑바닥에 넘겨주고 있을 때, 너울에 휩쓸려갔던 사람들의 일부가 수면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두 사람씩, 세사람씩, 서로서로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것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을 터이고, 그들은 구멍 뚫린 단지처럼 아래로 가라앉을 터이고 --- 너울을 재빠르게 가르는 저 바다 괴물의 무리는 무엇인가? 놈들은 여섯이다. 놈들의 지느러미는 기운차서, 넘실대는 파도를 가로질러 길이 열린다. 그다지 견고하지 않은 이 대륙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저 인간 존재들을 모두 합해, 상어들은 이윽고 계란 없는 오믈렛 하나를 만들고는,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그걸 서로 나눈다. 피가 물에 섞이고, 물이 피에 섞인다. 놈들의 사나운 눈빛이 살육의 장면을 유감없이 비추어주고--- 그러나 저기 수평선에서 일어나는 저 물의 소란은 또 무엇인가? 마치 물기둥이 달려드는 것만 같다. 얼마나 강력한 노질이기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거대한 암컷 상어 하나가 오리간 파이에 한몫 끼어들어, 차가운 수육을 먹으러 오는 것이다. 암컷은 노발대발한다. 달려들고 보니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암컷과 다른 상어들 사이에 싸움이 한판 벌어져, 여기저기 붉은 크림의 표면에 말없이 떠다니며 꿈틀거리는 팔다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툰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암컷은 이빨을 들이대 치명상을 입힌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는 상어 세 마리가 암컷을 둘러싸고 있어서, 암컷은 사방으로 몸을 돌려 놈들의 작전을 직시해야 한다. 해변에 자리를 잡은 저 관망자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점점 높아지는 어떤 감동을 느끼며, 이 새로운 종류의 해전을 지켜본다. 그는 그리도 강한 이빨을 지닌 이 용감한 상어 암컷에 시선을 붙박았다. 그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거총을 하여, 그들 상어 가운데 한 녀석이 파도 위로 몸을 드러내는 순간, 능란한 솜씨로, 그 아가미에 두번째 총탄을 박는다. 남아 있는 상어 두 마리는 더욱 거칠어진 성깔을 증명할 따름이다. 바위의 높은 곳에서, 소금기 섞인 타액을 지닌 그 사내는 바다로 뛰어내려, 하시라도 그를 떠나지 않는 강철 단검을 손에 들고, 기분 좋게 채색된 융단을 향해 헤엄친다. 이후부터, 상어들은 한 마리씩 하나의 적과 맞붙어야 한다. 사내는 지쳐빠진 제 적수를 향해 나아가, 때를 기다려, 놈의 배에 그 날타로운 칼날을 박아넣는다. 움직이는 요새가 어렵잖게 마지막 적을 물리치고--- 헤엄치는 사람과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상어 암컷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그들은 잠시 동안 서로 마주 바라보았으며, 저마다 상대방의 시선에서 그리도 강한 잔혹성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들은 원을 그려 헤엄쳐 돌려, 서로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지금까지 나는 잘못 생각하였다. 나보다 더 사악한 자가 저기 있구나." 여기서 그들은 마음이 일치하여, 두 물살 사이에서 서로 찬탄하며, 상어 암컷은 제 지느러미로 물살을 헤치고, 말도로르는 제 두 팔로 파도를 내젖히며, 상대방을 향해 미끄러져갔다. 그리고는 깊은 존경심에 잠겨, 각기 처음으로 자신의 살아 있는 초상을 살펴보려는 열망으로 숨을 멈추었다. 서로 삼 미터 떨어진 거리에 다다랐을 때,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그들은 두 개의 자석처럼 갑자기 서로 몸이 붙어버려, 형이나 누이를 포옹하듯 다정하게 포옹하며, 긍지와 감사의 마음을 모아 입을 맞추었다. 이 우정의 표명에 이어 곧바로 육체적인 욕망이 뒤따랐다. 힘찬 두 넓적다리가 두 마리 거머리처럼 괴물의 접착성 피부에 빈틈없이 달라붙었거니와, 팔과 지느러미는 적들이 서로 사랑으로 감싸고 있는 그 사랑받는 대상의 몸을 에워싸고 얼그러졌는데, 그들의 목과 그들의 가슴은 이윽고 해초의 냄새를 떨치고 있는 폭풍 한가운데서, 번갯불에, 거품 이는 파도를 혼례의 침대로 삼고, 요람 속에 있는 듯 해저의 조류에 실려가며, 심해의 알 수 없는 깊이를 향해 함께 구르면서, 그들을 순결하고도 추악한 장시간의 교합으로 맺어졌다!--- 마침내 나는 나를 닮은 누군가를 이제 발견했다!--- 이제부터, 나는 평생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쪽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나는 내 첫사랑과 마주하였다!  
2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6) 댓글:  조회:37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6)     두번째 노래(12)   (12) 내가 어린 시절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어보라, 음경이 빨간 인간들아. "내가 이제 막 깨어났는데도 내 생각은 여전히 마비되어 있다. 아침마다 나는 내 머릿속에 어떤 무거운 것이 들어 있음을 느낀다. 밤에 휴식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잠들기라도 하면, 무서운 꿈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낮에는, 내 생각이 기이한 명상에 빠져 피로한데, 내 두 눈은 하염없이 허공을 헤매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없다. 도대체 언제 자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자연은 제 권리를 주장하려고 안달한다. 내가 자연을 경멸하기에 그 자연이 내 얼굴을 창백하게 하고, 열병의 가혹한 불길로 내 두 눈을 이글거리게 한다. 그런데, 나는 내 정신을 고갈시켜가며 끊임없이 사색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바라지 않을지라도, 그와 관련된 내 감정은 이 비탈을 향해 물리칠 수 없는 기세로 나를 끌고 간다. 나는 다른 아이들도 나와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들은 더욱더 창백하고, 그들의 눈썹은 어른들의, 우리 형들의 눈썹처럼 찌푸려져 있다. 오, 우주의 창조주여, 나는 오늘 아침, 그대에게 내 어린 기도의 향을 잊지 않고 피워올릴 것이다. 가끔 나는 그것을 잊는다도, 요즘은 보통 때보다 더 행복한 느낌이 들고, 내 가슴이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꽃피고, 내가 훨씬 더 편안하게 들판의 향기로운 대기를 들이마신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반면에,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그대에게 매일 찬양의 노래를 바친다는 고통스러운 하루, 힘들게 말을 지어내야 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권태가 따라붙는 그 의무를 이행할 때는,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것을 얘기한다는 것이 논리적이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는 생각에 하루의 남은 시간 내내 슬프고 화가 나서, 거대한 고독이 들어설 만한 후미진 자리를 찾곤 한다. 내가 고독에게 내 마음의 어떤 이상한 상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고독은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싶고 숭배하고 싶지만, 그대는 너무 강력하고, 내 찬송가에는 얼마큼 두려움이 들어 있다. 그대가 그대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파괴하거나 창조할 수 있다면, 나의 미약한 기도는 그대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며, 그대가 마음 내킬 때마다 콜레라를 내보내 도시들을 힙쓸게 하거나, 죽음을 내보내 인생의 메시지를 구별하지 않고 아무나 그 발톱으로 채어가게 한다면, 나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친구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증오가 내 사리판단의 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대의 증오이니, 그것은 어떤 변덕스러운 명령에 따라 그대의 마음에서 솟아나와 안데스산맥의 콘도르의 날개폭만큼이나 거대해 질 수 있다. 그대의 애매한 심심풀이 장난은 내 능력 밖에 있으며, 아마도 내가 그 첫번째 희생이 될 것이다. 그대는 전능한 자이며, 나는 이 칭호에 대해 그대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직 그대만이 이 칭호를 지닐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욕망은 그 결과가 불길하건 행복하건 그대 자신밖에는 다른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은 그대의 노예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노예가 될 수 있는 처지에서, 그대의 사파이어색 잔인한 튜닉과 나란히 서서 걷는 것이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대가 자신의 지고한 행적을 검토하려 자신의 내면으로 내려갈 때, 그대의 가장 충실한 친구도 항상 그대에게 복종해온 이 불행한 인류에게 지난날에 저질렀던 어떤 불의의 망령이 복수심에 찬 등골이 움직이지 않는 척추를, 그대 앞에 일으켜세운다면, 그대의 험상궂은 눈이 뒤늦은 회한으로 겁에 질린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도 사실이며, 그때 머리카락이 곤두선 그대가 호랑이처럼 잔인할 그 상상력의 이해할 수 없는 작동을 허무의 가시덤불에 영원히 묶어두겠노라는 비통한 것이 아니라면 우수꽝스러운 것일 결심을 스스로 진지하게 다지려고 마음먹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나는 또한 불변의 인내심이 그대의 영원한 항심의 꺾쇠를 그대의 뼈 속에 완강한 뇌수처럼 고정시키지는 않았으며, 따라서 그대가 상당히 자주 그대와 더불어 과오의 검은 문둥병으로 뒤덮인 그대의 사고를 음산한 저주의 불길한 호수 속에 다시금 빠뜨리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런 저주가 생각 없이 저질러진 것이라고(그렇다고 그 저주가 치명적인 독액을 덜 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싶고, 한 몸으로 결합된 악과 선이, 어떤 눈먼 힘의 비밀스러운 마력에 힘입어, 괴저에 걸린 그대의 당당한 가슴으로부터 바위산의 급류처럼 맹렬하게 솟아올라 흩어진다고 믿고 싶지만, 얼마큼의 아주 미미한 잘못 때문에, 그대의 불결한 이빨이 진노로 덜그럭거리고, 시간의 이끼에 뒤덮인 그대의 장엄한 얼굴이 타오르르는 석탄처럼 붉어지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자주 보아온 탓에, 저 순진한 가설이 적힌 도로 푯말 앞에서 더 오래는 멈춰 설 수가 없었다. 날마다 두 손을 모으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그대를 향해 나의 겸손한 기도의 억양을 드높이겠지만, 그대의 섭리가 나를 생각지 말기를 내 그대에게 간청하노니, 땅 밑으로 기어가는 벌레처럼 나를 체쳐두라. 그대는 알아두라, 나로서는 그대가 나를 감시하고 나의 양심에 냉소하는 메스를 들이댄다는 것을 아느니보다 차라리 적도의 파도가 그 거품 이는 가슴에 품어 이 해역의 한가운데로 끌어오는, 알지 못할 미개한 섬의 해양식물에서 욕심껏 자양을 얻는 편이 더 나으리라. 내 생각의 전체가 이제 그대에게 낱낱이 밝혀졌으니, 내 생각에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간직된 이 양식(良識)을 그대의 신중함이 선선히 칭찬해주리라고 나는 기대한다. 내가 그대와 더불어 유지해야 하는 얼마큼 내밀한 관계양식을 토대로 이루어진 이런 유보사항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내가 선에 대한 사랑에 자극되어 선량(善良)을 구하듯, 새벽이 여명의 비단 주름 속에서 빛을 구하며 푸르스름하게 솟아오르는 그 순간부터, 내 입은 하루의 어느 때를 막론하고, 그대의 허영심이 인간 하나하나에게 혹독하게 요구하는 거짓의 홍수를, 마치 인위적으로 숨을 내뿜듯, 내뿜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연령이 많지는 않지만, 선량이란 단지 소리나는 음절들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것이 벌써 느껴진다. 어디에서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성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틈새를 너무 많이 내준다. 더 능란하게 그걸 감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내가 속은 것일 수도 있고, 그대가 고의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그대는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잘고 있는 터. 인간들이란 것들은 그대를 모방하는 일에 자기들의 영예를 거는데, 그것은 거룩한 선량이 저들의 사나운 눈에 제 성막(聖幕)이 들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그대의 지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할지라도, 나는 불편부당한 비평가로서만 그것을 말한다. 내가 과오에 빠져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내가 그대에게 갖는 증오, 애지중지하는 처녀처럼 사랑으로 품고 있는 그 증오를 나는 그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것을 눈에 숨기고, 그대 앞에서는 오직 그대의 불결한 행위를 감시할 의무를 진, 엄격한 검열관의 태도를 지키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자칫했다간 그대 편에서 이 증오와의 모든 능동적 교섭를 그칠 것이며, 증오를 눈감아주어, 그대의 간을 갉아먹는 이 게걸스러운 빈대를 완전히 박살내버릴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대에게 몽상과 애정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세계와 거기에 담긴 일체를 창조한 것은 그대다. 그대는 완전무결하다. 어떤 미덕도 그대에게 결여되지 않았다. 그대는 아주 전능하고,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온 우주가 시간시간마다 그대에게 끝없는 찬가를 바칠지어다! 새들은 들판에서 날아오르며 그대를 축송한다. 별들은 그대 것이고---- 아멘!" 이런 첫모습 뒤에,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그대들은 놀랄지어다!  
2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5) 댓글:  조회:33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5)     두번째 노래(11)   (11) "오, 은빛 화구(火口)를 가진 동물아, 내 눈은 공중에서 성당들이 궁륭과 동무하는 너를 알아보고, 그렇게 매달려 있는 이유를 찾고 있다. 네 희미한 빛이 전능한 자를 예배하러 오는 그들 떼거리를 밤새 밝게 비추고, 네가 참회자들에게 제단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고들 말한다. 네가 참회자들에게 제단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고들 말한다. 어련하실까, 아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네가 아무런 빚도 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봉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 대성당의 열주를 암흑 속에 그대로 묻어두려니와, 마귀가 올라타고 회오리치며 허공으로 실려가는 그 태풍의 숨결이 그와 함께 이 성소에 침입하여 공포를 퍼뜨릴 때, 너는 악의 군주가 내뿜는 그 독기 서린 돌풍에 대항하여 용감하게 싸우려 들지 말고, 그 뜨거운 입김에 갑자기 꺼져, 마귀가 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무릎 끓은 신자들 사이에서 희생물들을 선택할 수 있게 하라. 네가 그렇게 한다면, 내 모든 행복을 너에게 빚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도 된다. 네가 어렴풋하지만 충분한 빛을 펼치면서 이렇게 다시 빛날 때, 나는 감히 네 성질이 사주하는 바에 나를 밑기지 못한 채 성스러운 회랑 아래 머물러, 반쯤 열린 현관문으로, 내 복수를 피해 주님의 품에 안긴 자들을 바라본다. 오, 시적인 램프야! 네가 나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내 여자친구가 될 너, 밤 시간에 내 발이 교회의 현무암을 밟을 때, 왜 너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보기에 괴상한 모양새로 빛나기 시작하는 것인가? 너의 반사광은 그때 전광(電光)의 하얀 색조를 띠어 눈으로 너를 바로 볼 수 없거니와, 너는 마치 성스러운 분노에 사로잡히기나 한 듯이, 새롭고 강한 불꽃으로 창조주의 개집을 가장 하찮은 구석까지 비추고 있다. 그리고 내가 신을 모독하고 나서 풀려날 때는 겸손하고 창백해진다. 잠시 네 말을 들어보자, 네가 밤새워 지키는 자리에 내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나의 위험한 출현을 서둘러 밝히고, 예배자들의 주위를 인간들의 적이 나타난 쪽으로 돌리게 하는 것은 네가 내 마음의 곡절을 익히 알기 때문인가? 나는 이 의견에 기울어진다. 나 역시 너를 이제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스러운 회교 사원들을 매우 잘 지키는 늙은 무녀여,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안다. 용의주도한 불침번이여, 너는 무모한 사명을 띠었구나. 네게 경고하노니, 네가 네 인광의 불빛을 증폭하여 나를 내 동류들의 조심성에 표적이 되게 할라치면, 어느 물리책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이 광학적 현상을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판이니, 나는 그 즉시 백선에 걸린 네 목덜미의 욕창에 발톱을 박고, 네 가슴팍의 거죽을 찍어올려, 너를 센강에 던질 것이다. 내가 너한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네가 고의적으로 내게 해롭게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아, 네가 흡족할 때까지 빛나기를 내 허락할 것이다, 자아, 그 꺼질 줄 모르는 비웃음으로 나를 조롱해보아라. 자아, 네 죄 많은 기름의 무력함을 깨달으며, 마음 아프게 그것으로 오줌이나 싸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말도로르는 사원에서 나가지 않고, 그 성소의 등불에 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 계제 나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최고도로 자신을 자극하는 이 등불의 태도에서, 그는 일종의 도전을 본다고 생각한다. 어떤 혼이 그 등불 속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이 정정당당한 공격에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면 비겁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신경질적인 두 팔로 허공을 치는데, 등불이 인간으로 변신하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등불에게 시련의 십오 분이 흘러가게 할 것이다. 그는 약속한다. 그러나 등불이 인간으로 변하는 능력,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한심한 불탑 앞뜰에서 평평하면서도 날이 서 있는 조약돌을 찾는다. 그는 조약돌을 공중으로 힘차게 던진다--- 풀이 낫에 잘리듯, 사슬 한가운데가 잘려, 그 예배의 도구가 바닥에 기름을 쏟으며 땅에 떨어진다. 그는 등불을 집어들고 밖으로 옮기려는데, 등불이 저항하면서 커진다. 등불 허리에 날개가 돋치는 듯하더니, 윗부분이 천사의 상반신으로 둔갑한다. 그 전체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도약을 하려 하지만, 그가 완강한 손으로 다시 붙잡는다. 동일체를 이루고 있는 등불과 천사, 이야말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등불의 모습을 분간하고, 천사의 모습을 분간하지만, 그의 정신에서는 그 둘을 분할할 수 없다. 실제로 현실에서 그것들은 서로 들러붙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몸뚱이 하나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는 어떤 구름이 제 눈을 가려서, 그 시력의 탁월함을 약간 손상시킨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그는 용감하게 전투 준비를 한다. 상대가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순진한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바로는, 성스러운 문이 애통해하는 돌쩌귀를 타고 회전하여 저절로 닫히는 바람에, 그 우여곡절로 침해를 받은 성소의 경내에서 전개된 이 불경건한 싸움을 아무도 구경할 수 없었다. 망토를 입은 남자가 보이지 않는 검에 여기저기 잔인한 상처를 입고 있는 가운데 자기 입을 천사의 얼굴 가까이 가져가려고 애쓴다. 그는 그 생각밖에 없어서, 오직 그 목적을 향해 제 모든 노력을 쏟는다. 천사는 힘을 잃고, 제 운명을 예감하는 것 같다. 그는 이제 약하게만 싸울 뿐이며, 그의 적수가 그럴 생각만 있다면 제 마음대로 그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 순간이 온 것 같다. 옳다구나, 때가 왔다. 그는 제 근육으로 천사의 목을 졸라, 그가 이제 더는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제 혐오스러운 가슴에 천사를 끌어다 붙이고 그 얼굴을 뒤로 밀어젖힌다. 그는 자신이 기꺼이 친구로 삼았을지도 모를 이 천상의 존재를 기다리는 운명에 한순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그는 천사가 주의 사자라는 생각을 하니, 노여움을 억제할 수 없다. 이제 끝났다. 바야흐로 어떤 무서운 것이 시간의 우리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는 몸을 기울여 침에 젖은 혀를 내밀어 애원하는 시선을 던지는 이 천사의 빰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얼마 동안 제 혀로 그 빰을 핥는다 오! --- 보라! 어서 보라!--- 희고 장밋빛인 뺨이 석탄처럼 검어진다! 뺨은 부패한 장기를 발산한다. 괴저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침식성 악질이 온 얼굴에 퍼지고, 거기서부터 아랫도리로 그 기세가 맹렬하게 작동한다. 이윽고, 손톱이 거대하고 불결한 상처에 지나지 않는다. 제풀에 두려움에 사로잡혀(그는 제 혀가 그렇게 격렬한 독을 지녔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등불을 주어들고 교회 밖으로 달아난다. 일단 밖에 나오자, 그는 공중에서거무스름한 형체 하나가 그을린 날개를 달고, 하늘 영역을 향해 방향을 잡아 어렵사리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 그들 두 존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 천사는 선의 정일한 높이를 향해 오르고, 그는, 말도로르는 반대로, 악의 현기증나는 심연을 향해 내려가고--- 그게 어떤 시선인가! 육십 세기 전부터 인류가 생각해온 모든 것이, 그리고 그뒤에 이어질 수많은 세기 동안 여전히 인류가 생각하고 있을 모든 것이 어렵잖게 거기에 포함될 수 있을 터이니, 그만큼 많은 것들을 그들은 서로 말하였으리라. 이 지고한 작별을 통해!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지성에서 솟아나은 사상보다 더 고양된 사상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데, 우선은 두 사람의 인물 때문이고, 다음은 상황 때문이다. 이 시선은 그들을 영원한 우정으로 묶었다. 그는 창조주가 그렇게도 고상한 영혼을 지닌 선교사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것에 놀란다. 한순간, 그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고,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악의 길을 따라야만 햇을지 자문한다. 혼란은 지나갔다. 그는 자신으 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의 생각을 따르자면, 조만간 위대한 전체를 무너뜨리고, 그를 대신하여 전 우주와 저렇듯 아름다운 천사 군단을 다스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천사는 자신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차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임을 말하지 않고도 그에게 이해시키고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자신에게 괴저를 안겨준 자의 이마를 차갑게 식힌다. 그러고는 독수리처럼 구름 한가운데로 올라가며 점점 사라진다. 장본인은 앞서 일어난 사태의 원인인 등불을 바라본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길을 가로질러 달려가 센강으로 방향을 틀고는, 난간 너머로 그 등불을 던진다. 등불은 얼마 동안 맴돌다가 마침내 흙탕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날 이후 저녁마다 어둠이 떨어지기기만 하면, 나폴레옹 다리1)께, 강의 수면에, 빛나는 등불 하나가 손잡이 대신 천사의 귀여운 두 날개를 달고 솟아올라 우아하게 떠 있는 것이 보인다. 등불은 천천히 물 위를 미끄러져 가르 다리와 소스테를리츠 다리의 아치들을 지나, 알마 다리까지 센강 위로 그 조용한 항진을 계속한다. 일단 이 자리에 이르면, 등불은 강의 흐름을 다시 쉽게 거슬러올라가서 네 시간 후에는 그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밤새도록 계속한다. 전광처럼 하얀 그 불빛이 강의 양안에 즐비한 가스등 화구들을 지우는데, 그 양안 사이로 들불은 침투할 수 없는 고독한 여왕처럼, 꺼지지 않는 미소를 띠고, 그 기름이 마음 아프게 쏟아지는 일도 없이, 나아간다. 처음에는 배들이 등불을 쫓아가 붙잡으려 했으나, 등불은 이 헛된 노력을 좌절시키고, 모든 추격을 피하여, 요염한 여자처럼 물속으로 잠겼다가, 더 멀리, 긴 거리를 두고 다시 나타나곤 했다. 이제, 미신적인 선원들은 그것을 보면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저으며 노래를 삼킨다. 그대가 밤에 어느 다리를 지나게 되면, 자못 유의하라. 그대는 여기서나 저기서 등불이 빛나는 것을 보리라고 굳게 믿겠지만, 그것이 어느 사람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양심에 무언가 거리낄 것이 있는 인간 존재가 다리 위를 지날 때면, 등불이 갑자기 제 빛을 꺼버리기에, 행인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강의 수면과 개흙을 절망적인 시선으로 훒어본다. 그는 그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그는 천상의 빛을 보았다고 믿고 싶겠으나, 그는 제가 본 빛이 배의 이물이나 가스등 화구의 반사광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옳다 --- 그는 이 사라짐의 원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서글픔 반성을 하며, 자신의 처소에 닿으려고 발길을 서두른다. 이때 은빛 화구를 지닌 등불이 수면에 다시 나타나, 우아하고도 변덕스러운 아라베스크를 그리며 제 항행을 계속한다.   1) 나폴레옹 다리는 1852년에 세워져, 1870년에 나시오날 다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뒤에 나오는 가르 다리는 현재의 베르시 다리다.  
2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4) 댓글:  조회:34  추천:0  2019-07-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4)     두번째 노래(10)   (10) 오, 엄정한 수학이여, 꿀보다도 더 감미로운 그대의 정교한 수업이 내 마음에 상쾌한 물결처럼 스며들어온 이래로, 나는 그대를 잊어버린 적이 없다. 나는 요람에서부터, 태양보다 더 오래된 그대의 샘에서 목을 축이기를 본능적으로 열광하였으며, 그대의 입문자들 가운데서 가장 충실한 자 나는 그대의 장중한 전당의 성스러운 안뜰을 여전히 밟고 있다. 나의 정신에는 모호함이, 연기처럼 두꺼운 어떤 알 수 없는 것이 있었지만, 나는 그대의 제단에 이르는 층계들을 경건하게 뛰어넘을 수 있었고, 그대는 마치 바람이 호랑나비들을 날려버리듯, 그 어두운 베일을 날려버렸다. 그 자리에, 그대는 극도의 냉정함과 완벽한 신중함, 그리고 가차없는 논리를 가져다놓았다.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그대의 젖을 빤 덕택에, 나의 지성은 빠르게 발견되었고, 성실한 사랑으로 그대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그대가 아낌없이 베푸는 이 황홀한 빛의 한가운데서, 나의 지성은 무한한 규모를 얻었다. 산술! 대수! 기하! 웅장한 삼위일체여! 빛나는 삼각형이여! 그대들을 모르는 자는 바보병정이다. 그는 가장 심대한 형벌의 시련을 받아 마땅하리니, 그의 무지한 무관심에는 맹목적인 경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대를 알고 그대를 상찬하는 자는 지상의 행복이란 어느 것도 더는 원하는 것이 없으니, 그대의 마술적 쾌락에 만족하여, 그대의 어두운 날개를 타고, 가벼운 비행으로 상승 나선을 그리면서, 하늘의 둥근 궁륭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밖에 더 바라는 것이 없다. 지구는 그에게 도덕적인 환상과 마술환등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 오, 간결한 수학이여, 그대는 그 완강한 정리의 엄밀한 연쇄와 그 강철법칙의 항구성에 의해, 우주의 질서에 그 각인이 나타나는 저 지고한 진리의 강력한 반영을 부신 눈에 번쩍인다. 그러나 특히 그대를 둘러싸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친구인 정방형의 완전한 규칙성으로 대표되는 법칙이 그보다 더 위대하다. 전능한 자가, 그와 그 속성들이, 그대의 보물인 정리(定理)들과 찬란한 광채를 혼돈의 내장에서 솟아나게 하였던 저 기념할 만한 작업에서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대의 여러 시기에도, 현대의 여러 시간에도, 인간의 여러 위대한 상상력은 불타는 종이 위에 그어진 그대의 상징적인 도형들을 숙고하는 가운데 제 정수를 발견하고 놀라니, 신비롭고 잠재된 숨결로 살아 있는 이 기호들은 모두 저속한 속인에게는 이해되지 않으나, 우주 창조 이전에도 존재하였고, 우주 멸망 이후에도 존속할 영원한 공리(公理)와 상형문자의 명백한 드러남일 뿐이었던 것이다. 상상력은 운명적인 의문부호의 심연을 굽어보며, 수학을 인간에게 비교한다면 인간에게서는 오직 거짓된 오만과 허위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인데, 수학이 어떻게 그만큼의 압도적인 위대성과 그만큼의 반박할 수 없는 진리를 끌어안게 되었는지 자문한다. 그래서 이 뛰어난 정신은 그대가 허물없이 베푸는 고결한 충고로 인간의 왜소함과 그 유례없는 어리석음을 더욱 통감하고, 슬픔에 빠져, 그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앙상한 두 손에 파묻고 초자연적인 명상에 빨려들어간다. 그 정신은 그대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존경심은 정의를, 전능한 자의 고유한 형상에 바치듯, 그대의 신성한 얼굴에 비친다. 내 어린 시절, 어느 오월의 밤에, 달빛 아래, 맑은 시냇가 푸른 초원 위에, 우아함과 정숙함에서 서로 맞먹는 그대 셋이 모두, 여왕들처럼 위엄이 가득 어린 그대 셋이 모두 내게 나타났다. 그대들은 안개처럼 물결치는 긴 옷을 입고 하늘 향해 몇 걸음을 걸어와서, 나를 축복받은 아들처럼 그 오만한 유방으로 끌어당겼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뛰어갔으며, 내 손은 그 하얀 가슴팍에 매달렸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풍요로운 만나를 섭취하였으며, 내 안에서 인류가 자라니 더욱 훌륭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때 이후로, 오, 경쟁하는 여신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대리석 위에 새기듯 내 마음의 페이지 위에 새겼다고 믿은 얼마나 많은 단호한 계획들이, 얼마나 많은 공감들이, 마치 태어나는 새벽이 밤의 어둠을 지우듯, 내 각성한 이성으로 그 배열의 부속선들을 천천히 지워버렸던가! 이때 이후로, 나는 죽음을 보았으니, 무덤의 수를 늘이고, 인간의 피로 살찐 전쟁터를 휩쓸고, 아침의 꽃들을 음울한 해골들 위로 솟아오르게 하려는 그 의도가 육안으로도 명백하였다. 이때 이후로 나는 우리 지구의 갖가지 변혁을 규정하였다. 지진, 용암이 타오르는 화산폭발, 사막의 모래바람, 그리고 태풍에 휩쓸린 난파는 나의 존재를 비정한 방관자로 삼았다. 이때 이후로, 나는 여러 인간세대들이 아침이면 제 마지막 탈바꿈을 축하하는 번데기처럼 아직 맛본 적 없는 기쁨에 취해 날개와 두 눈을 허공으로 들어올리고, 저녁이면 해가 지기 전에, 바람의 구슬픈 휘파람소리에 흔들리는 시든 꽃처럼 머리를 숙이고 죽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대, 그대는 언제나 똑같다. 어떤 변화도 어떤 독기 가득한 대기도, 그대 동일성의 깍아지른 바위와 막막한 계곡을 건드리지 못한다. 그대의 조촐한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 우둔함과 예종으로 세워진 개미탑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세기와 세기를 거듭한 뒤 마지막 시간은 여전히 시간의 페허를 딛고 서서, 그대의 비의적 숫자들, 그대의 간결한 방정식들, 그대의 조각적인 선들이, 전능한 자의 오른쪽 징벌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볼 것이로되, 그동한 내내 별들은 우주의 무서운 밤, 그 영원 속으로 절망을 끌어안고 소용돌이처럼 꺼져내릴 것이며, 인류는 얼굴을 찌푸리며, 최후의 심판에 회계보고서를 작성하려고 궁리할 것이다. 감사한다. 그대가 네게 베풀었던 그 무수한 봉사에 감사한다. 내 지성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그 야릇한 덕성에 감사한다. 그대가 없었다면, 인간과 맞선 싸움에서, 나는 필경 패배하였으리라. 그대가 없었다면, 인간은 나를 모래 속에 굴리고, 그 발길로 나를 차서 먼지를 끌어안게 했으리라. 그대가 없었다면, 그 음흉한 발톱으로, 인간은 내 살과 뼈에 고랑을 팠으리라. 그러나 나는 노련한 검투사처럼 방심하지 않았다. 그대는 내게 그대의 숭고한 개념, 정염이 제거된 그 개념에서 솟아나오는 차가움을 주었다. 나는 그 차가움을 이용하여 짧은 여정의 덧없는 쾌락을 오만하게 물리치고, 내 동류들의 동정적인, 그러나 기만적인 증여를 문간에서 되돌려보냈다. 그대는 내분석과 종합과 연역이라는 그 감탄할 만한 방법으로 한 걸음 한걸음 풀어나가는 그 끈질긴 신중함을 주었다. 나는 그 신중함을 이용하여, 내 치명적인 적의 위험한 술책을 따돌리고, 오히려 내 편에서 적을 능란하게 공격함으로써, 날카로운 단검을 인간의 내장에 꽂아, 그 몸에 언제까지나 박혀 있게 하였다. 그가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내게 지혜 가득한 그대의 가르침 가운데서도 그 진수 자체와도 같은 논리를 주었으니, 착잡한 미로이기에 더욱 잘 이해될 뿐인 그 삼단논법으로, 나의 지성은 제 대담한 힘이 두 배로 늘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 무서운 조력자의 도움으로 나는 인간성 속에서 그 바닥을 향해 헤엄쳐나가며, 증오의 암초와 맞닥뜨리며, 유해한 장기 한가운데 괴어 제 배꼽을 찬양하는 시커멓고 흉악한 악심을 발견하였다, 최초로 내가 그 내장의 어둠 속에서 본 것은 악! 인간에게서는 선을 능가하는 저 불길한 악덕을 발견하였다. 그대가 내게 빌려준 이 독 있는 이 무기를 가지고, 나는 창조주 그 자신을, 인간의 비열함으로 구축된 그 좌대에서 끌어내렸다. 그는 이를 갈며 이 수치스러운 모욕을 받아들였다. 자기보다 더 강한 자를 적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노끈뭉치처럼 버려둘 것이다. 내 비상을 낮추기 위하여--- 사상가 데카르트는 언젠가 한번 그대를 토대로 하여 견고한 것은 아무것도 세워진 적이 없음을 고찰하였다. 그것은 그대의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아무에게나 단번에 발견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시키려는 영리한 방법이었다. 사실, 위에서 이미 이름 불렀던 저 삼대 요소, 한 개의 화간으로 서로 얽혀, 그대의 거대한 건축물 그 장엄한 꼭대기 위로 솟아오르는 이들 요소보다 더 견고한 것이 무엇인가? 그대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의 일상적인 발견과 그대의 망망한 영토에서의 과학적인 탐사로 끊임없이 커지는 기념탑, 오, 성스러운 수학이여, 그대와의 끝없는 교류로, 그대가 나의 남은 나날을 인간의 잔인함과 위대한 전체의 불의로부터 위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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