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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전체 [ 61 ]

61    동시에 또는 끝없이 다 말하기 / 황현산 댓글:  조회:14  추천:0  2019-09-19
동시에 또는 끝없이 다 말하기 / 황현산           1         이지도르 뒤카스, 일명 로트레아몽은 1846년 4월 4일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원래 타르브 출신인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 영사관 일등서기관으로 이 남미의 도시에 파견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시인이 태어난 지 20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뒤카스는 1859년에 프랑스에 들어와서 1862년까지 타르브와 포의 리세에서 기숙생으로 수학했다. 그는 1865년 포를 떠났다. 우루과이로 되돌아간 것일까? 그러나 그는 1866년 파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보르도의 시 경연대회에 참여하게 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그는 이 대회에 의 를 제출했다. 이 는 1869년 초, 당시 대회를 주관했던 에바리스트 카랑스의 잡지 에 수록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문학적 재능을 눈치채고 있었을까. 아니면 뒤카스의 건강상태가 정규 교육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생활비을 대주며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것일까. 말도로르의 는 1868년 저자의 이름 대신 '***'로 표시되어 출판되었다. 여섯 개 전체를 인쇄한 것은 브뤼셀의 라크르아 출판사이며, 책은 로트레아몽이란 이름으로 서명되었다. 그러나 라크르아는 검열을 두려워하여 감히 책을 판매하지는 못했다. 이지도르 뒤카스는 이듬해인 1870년 그의 의 원고를 파리의 한 출판사에 맡겼으며, 출판사는 이 원고로 5월과 6월에 소책자 두 권을 인쇄했다. 로트레아몽은 1870년 11월 24일 파리에서 죽었으며, 그 죽음의 정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증언도 확보되지 않았다. 당시 파리는 프로이센군에 포위된 상태였다.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생애, 기발하고 미완성 상태의 작품, 이 두 사실, 또는 사실 없음은 온갖 종류의 추측과 가정을 불러내고, 1930년대에 그린 살바도르 달리의 '편집증 비평' 삽화에 이르기까지 그것들 사이에 온갖 병합을 가능하게 한다. 는 끊임없이 독자들을 의아하게 하고, 당황하게 하고, 상이한 열정들을 퍼붓게 했다. 천재인가 광기인가, 아니면 그 둘의 동시 발생이거나 논리적 교체발생인가. 착란의 낭만주의인가 극한의 명석함인가, 비범하고 예외적인 즉흥의 산물인가, 준비되고 계산된 작품인가. 재능의 조숙한 폭팔인가. 아이로니컬한 의식의 조건없는 극단화인가, 비의주의의 고백인가, 모든 주장이 제시되었고 방어논리를 만들어내기에 성공했지만, 이들 논의에는 진정한 발전이 없었다. 한 논의가 다른 논의보다 앞설 수도, 서로 간에 이해의 깊이를 줄 수도 없었으며, 종합적 발전이 시도될 수도 없었다. 오직 만이 어떤 심리적이거나 전기적 지침이 없이 여전히 덩그렇게 그러나 요란하게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면, 로트레아몽은 낭만주의의 모든 유산을 그 두뇌 속에 끌어안고 그것들을 즉각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며 한편으로는 재검토했다는 점이다. 우선 로망 누아르의 작가들, 바이런, 미츠키에비치, 보들레르 등이 그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영감을 주었다. 그는 외젠 쉬의 작품에서 '로트레아몽'이라는 필명의 착상을 얻었으며, 동시대 작가인 퐁송 뒤 테라유를 읽었으며, 1870년에 발간된 아폴리트 텐의 을 읽고 인용하였다. 장샤를 슈뉘 박사의 에서 몇 개의 문단을 문자 그대로 인용하였으며, 당연히 비슬레를 읽고 에 그 흔적을 남겼다. 로암 누아르는 그에게 주제나 이미지보다 그 시대의 문학에 유례가 없는 어떤 개성적인 작품, 문학의 개념 자체를 문제삼는 새로운 착상의 문학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에서 19세기 말은 그에 합당한 시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인성, 패륜, 유혈 취향, 꿈과 강박관념의 악용 등이 때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때로는 서투르고 황당하게 작품 속에 끼어들어와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의 중심에는 하나의 드라마, 심리적이기보다는 윤리적이고, 윤리적이기보다는 형이상학적인 드라마가 들어 있어서, 인간 존재를 신에게 연결시키고, 창조물들을 창조주에게 연결시키는 관계 하나를 만들어낸다. 특히 로트레아몽은 창조주의 본질 속에서 악을 발견하며, 고통과 타락에 빠진 세계의 부조리와 공포에 저항하지만, 선과 정의의 미명으로 고통을 생산해내는 자에 대항하는 이 싸움이 무기력할 뿐임을 매번 의식한다. 로트레아몽이라는 이 신비로운 인물은 파우스트, 맨트레드, 카인같은 낭만주의적 반항자들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것이다. 그러나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창설된 "질서"에 저항하여 그가 일으키는 반란은 논리적인 토론의 말로 번역되지 않는다. 강력한 분노는 과장과 비논리로 치닫고, 급기야는 창조된 인간 존재들의 태생적 결함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뒤카스가 사납고 악취나고 점액질에 덮인 동물 군상들을 자신의 동류로 삼으려 할 때, 그 정신은 변신 그 자체가 반역의 한 방식인 세계의 초상을 강조한다. 변신하는 자는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 집단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하는 자이다. 그는 이렇게 변신으로 반역자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내부 성향 변질을 시도한다.   이지도르 뒤카스는 로트레아몽의 얼굴을 둘러쓰고, 로트레아몽은 말도로르의 인격을 자신의 인격으로 확보한다. 이 과정은 두번째 번혁으로 이어진다. 말도로르는 냉소적이고 용납하기 어려운 주의력을 사용하여 지속적인 관찰을 할 때 그 자신이 동물이나 사물의 모습을 둘러쓰고, 그 모습의 동물이나 사물로 변화한다. 이 몸과 의식의 대체는 뒤카스의 동급생이었던 다제가 첫 버전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바로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서로 교환될 수 없다 하더라도 변신이 가장 중요한 서사가 되는 한 세계가 구축된다. 이 의 끝에서 머빈은 팡테옹의 돔 위에 내던져지나 마침내 시체 이상의 어떤 것이 된다.     바슐라르는 의 이미지들이 운동과 속도와 직접성을 특징으로 삼는다는 점을 통찰했다. 이 점에서 랭보의 시적 운동감과 전혀 다른 로트레아몽의 시적 박자는 그렇다고 해서 밀도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의 박자는 자주 웅변에 이르고, 웅변은 학술용어의 나열과 반복을 이용한다. 그것은 마치 강박증이 어떤 간결성을 요구하고 고정관념이그 반대급부로 풍요로운 지각으로 환화된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완화된 표현은 정열의 거침없는 분출에서 생겨난 것이어서 어떤 단일한 형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창조주에게 던지는 분노는 신비논리와 양면감정을 요구한다. 악은 선과 분리될 수 없으며, 미와 그 세련의 개념은 추악함과 혐오의 현실과 균형을 맞추며, 불면의 강박증은 명철성에의 예찬과 짝을 이룬다. 의식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예민한 의식은 당연히 고통을 빚어내기에 의식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거의 지속적인 긴장이 생겨나고, 폭력과 자주 냉소적인 위로의 교차운동이 성립하여, 우아함과 미에 대한 무서운 관상으로 연결된다.     로트레아몽은 시 본래의 기능이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퇴고한 흔적들을 살펴보면 너무 명백한 것들을 지우고, 한층 내적인 드라마를 지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교적 도덕적 가치의 코드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한 청년의 비극이 드러나는 이들 문단은 독서의 잔영들을 닦고 있으며, 모든 시적 인습을 완전히 청산하고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모든 갈등 가운데 가장 강력한 문단들이다.     로트레아몽은 이후 을 쓰면서, 그 어조와 의도에 믿기 어려운 변화를 드러냈다. 깊고 광범위한 사디즘은 냉정하고 계산된 유희에 자리를 넘겨주었다. 어떤 연구자들은 시적 혈맥이 고갈되는 기미를 보고, 또다른 연구자들은 정신병의 영향이 커진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는 하나의 시 형식이 다른 형식으로 전화된 것일 뿐일까. 뒤카스는 에서 잠언의 형식을 빌려 말한다.         나는 우울을 용기로, 의혹을 확신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악의를 선으로, 한탄을 의무로, 회의주의를 신념으로, 궤변을 차분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오만을 겸손으로 대체했다.         그는 모든 불안과 저항의 시를 거부하고, 장자크 루소, 보들레르, 앨런 포를 배척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위대한 물렁머리들"을 탄핵하고 새로운 사상의 지도에 자리를 잡는다. "감정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불완전한 추론의 형식이다." 그는 1870년 2월 한 출판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저는 제 과거를 부인합니다. 저는 이제 희망만을 노래합니다."      이 모든 것이 유희나 연출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의 두번째 책자는 정확한 계산에 전념하면서, 단테, 보브나르그, 라로슈푸고, 파스칼 등의 명구에 손질을 하고 이를 적당히 변형하고 꿰어 맞춘다. 그렇더라도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아 있다. 로트레아몽은 자신의 "저주받은" 시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부인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마침내 과학적 정신이 승리하는 성숙과 절제의 시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제 그가 신앙과 선과 겸손에서 착상을 얻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이라는 명명 자체가 냉소적인 것은 아닐까. 미래의 책에 붙일 프롤로그로서 은 깊은 모호성을 지키고 있다. 의 아포리즘은 유명해진 저자들의 텍스트를 은밀하고 성상파괴적인 기쁨으로 다시 손질하는 어떤 재치처럼 거꾸로 읽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경우건 은 냉정하고 지성적인 말도로르의 출현을 말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체는 문학에 절대적으로 새로운 어조를 가져왔다. 신비의 인물 뒤카스-로트레아몽-말도로르는 그 유혈 낭자한 독신(瀆神)의 말과 함께, 낭만주의를 과장하고 새롭게 하는 방식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시적 사고의 양식 하나를 빚어내고 그 비전들을 세분하여 그 하나하나에 자율성과 고유의 힘을 남겨둠으로써 낭만주의가 낳은 가장 피상적인 마스크 아래에서까지 그 깊이를 측장했던 것이다.           2         로트레아몽의 글쓰기 방식에 관해 특별히 말해야 한다. 는 여섯 편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노래들은 다시 산문시 혹은 '절'로 나뉜다. 각각의 절은 독립적인 '산문시'로서, 즉 시가 지닐 법한 치밀함과 풍부함을 보여주지만 시가 지니는 형식상 특징은 전혀 없다. 게다가 시적 기법 역시 다양하다. 첫번째 노래부터 세번째 노래까지, 개개의 절은 각기 개별적인 서사를 이루지만,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와 반복되는 테마를 갖추고 있다. 이와는 달리, 네번째 노래와 다섯번째 노래는 일견 의미에 닿지 않는 헛소리, 중간에서 잘린 이야기들, 의사(擬似) 과학적인 여담들, 시에 대한 견해들로 점철되어, 요컨대 횡설수설로 빠져든다. 마지막 여섯번 째 노래는 앞의 다섯 노래들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삼십쪽짜리 짧은 소설"이 이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런 다음 사악한 인물이 한 사춘기 소년을 유혹하는 이야기가 신문 연재소설, 특히 외젠 쉬가 유행시킨 스타일로 펼쳐진다(사실 뒤카스는 자신의 가명을 이젠 쉬의 한 인물, 라트레오몽에서 빌려왔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서사는 또 무너지면서 일견 종잡을 수 없는 여담들이 들어서고, 다시금 이야기가 개시될 때에는 거기 광적인 속도가 붙어 마치 초안용 개요처럼 읽힌다. 결말부에서 말도로르의 마지막 희생자인 청년 머빈은 손에 화환을 부여잡은 채, 프랑스의 저명한 인사들이 묻혀 있는 팡테옹의 돔에 매달려 죽는다. 로트레아몽은 이렇게 자신이 창조물인 머빈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프랑스 문학의 거장들 사이에 올려두는 것이다.     그럼에도 몇몇 요소가 여섯 편의 노래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중 하나는 말도로르로서, 화자와 종종 동일시되는 이 기이한 주인공은 신과 인간에 대항하는 전투를 이어가면서, 신 혹은 신의 사자들과 일련의 유혈 낭자한 시합을 벌인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의 잔인성에 필적할 만한 것은 창조자의 잔인성뿐일 것이다(가령 그는 신이 인간의 몸으로 배를 채우는 것을 발각한다). 잡종 생물들 간의 기이한 싸움이, 마찬가지로 기이한 짝짓기(말도로르와 암컷 상어, 블독과 소녀)와 갈마든다. 인물들은 동물로, 심지어 괴물로 변신하고, 이 변신들이 서사를 구획짓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통일적 요소는 이 노래들이 자체의 문학적 상황을 끊임없이 돌아본다는 점이다. 는 문학의 역사 및 전통 수사학에 대한 성찰이 된다. 작품 첫 절부터 그 형세가 잡힌다.        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독자는 부디 제가 읽는 글처럼 대담해지고 별안간 사나워져서, 방향을 잃지 말고, 이 음울하고 독이 가득찬 페이지들의 황량한 늪을 가로질러, 가파르고 황무한 제 길을 찾아내야 할지니, 이는 그가 제 독서에 엄혹한 논리와 적어도 제 의혹에 비견할 정신의 긴장을 바치지 않는 한, 마치 물이 설탕에 젖어들듯이 책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기가 그 영혼에 젖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시의 고전적 토포스(하늘에 대한 기원)로 말문을 열면서, 는 스스로를 '시'로 규정한다. 마치 독자의 옷깃을 달기며, "이봐, 나도 시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절의 나머지 부분 역시 두 차원에서 작동하여, '이야기' 혹은 '시'를 구성하는 동시에 이야기와 시에 대해, 특히 당대에 퍼진 시들에 대해 논평한다. 예를 들어, 서두용 기원문은 이미 그 자체로 시다. 그와 동시에, 이 기원문은 그 시적 속성을 독자에게 알리고("사납고" "음울하고" "독이 가득한" 지도 없는 영역으로서, 요컨대 위험하다). 독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의 목록을 작성하는 한편("대담"해질 것, "제가 읽는 글처럼 대담해지고 별안간 사나워"질 것. "엄연한 논리"와 "정신의 긴장"을 지닐 것). 우회 및 위반의 능력이 없는 "소심한 영혼"을 독자 대열로부터 제외시킨다("뒤이어지는 페이지들을 모든 사람이 다 읽는 것은 좋치 않다") 게다가, 이 기원문은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강령을 세운다. 읽기에 착수한다는 것은 황무하고 위험한 지대에서 길을 찾는 일에 가깝다. 소심한 독자를 이동중인 철새에, 즉 폭풍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경로를 벗어나 "철학적이며 더욱 확실한 또하나의 길"로 접어드는 저 "추위 타는 두루미"에 빗대는 긴 비유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우회 및 방향전환 작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의 메타시학적 의미를 보여준다. (두루미가 폭풍을 피하는 식으로 불길한 텍스트를 피하지 않고) 읽기의 위험한 속성에 대한 경고를 실제로 읽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소심한 영혼"(읽지 않는 자)에 반대되는 존재로, 즉 독자로 규정한다.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독자는 자신이 "읽는 글만큼 대담해지고 또 별안간 사나워"지는데, 그러한 성질이 텍스트 특유의 것이어서라기보다는 '읽기'가 텍스트와의 관계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 관게가 마음을 녹이는 시의 힘에 수동적으로 굴복하지 않는 대담함과 사나움을 만들어낸다(그렇지 않으면 "마치 물이 설탕에 젖어들듯이 책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기가 그 여혼에 젖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도입절은 '텍스트'와 '독자'만을 언급하며, 이때 시인 자신, 서정적 자아의 부재가 눈에 띈다.에서 시의 소통은 '저자'를 거치지 않고 텍스트와 읽기 행위의 독특한 마주침으로 이루어진다. 읽기 행위는 그토록 사납고 대담해져 전통적으로 시인에게 속해 있다고 간주되던 힘을 찬탈한 것이다. 낭만주의 전통에서 시를 읽는 독자는 영감을 받은 '나'의 행로를 따르게 되어 있었던 반면, 로트레아몽은 이 시적 자아의 우선권 및 지배권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바, 여기에서 뒤카스는 "이 세기의 시적 신음소리들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맹렬한 비판에 착수한다.     간단히 말해, 로트레아몽은 낭만주의 명사 인명록에 폭탄을 던진다. 그뿐만 아니라, 고전주의와 결별한 낭만주의가 시인 개인의 영감, 달리 말하면 독창성을 떠받들었던 반면, 는 뻔뻔스럽게 다른 작가들에 의해 전범이 되다시피 한 테마, 상황 설정, 문체 등을 차용한다. 보들레르, 단테, 괴테, 위고, 라마르틴, 사드, 스콧, 세익스피어, 쉬 등의 텍스트가 누가 봐도 빤할 정도로 비쳐 있다. 게다가 로트레아몽이 제공하는 상호텍스트의 풍경은 엄밀한 의미의 문학 바깥까지 뻗어나간다. 그는 과학 텍스트들에서 - 특히 장샤를 슈뉘의 (1850~1861)에서 - 단락 전체를 그대로 옮겨온다. 현대문학의 절묘한 묘기 중 하나로 인정되는 단락을 예로 들자면, 로트레아몽은 슈뉘 박사에게 '빌려온' 찌르레기떼에 대한 긴 묘사로 다섯번째 노래를 시작하는데, 이들의 복잡한 비행 방식이 교묘하게도 의 작법에 대한 훌륭한 설명이 되어, 시적 음성의 고유성 및 권위를 무너뜨린다.         찌르레기 군단은 그들 나름의 비행 방식이 있어서, 일사분란하고 규칙적인 어떤 전술을 따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데, 오직 대장 한 사람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복종하는 훈련된 군대의 전술이 그럴 터이다. 찌르레기들이 복종하는 것은 본능의 목소리인 바, 비행 속도는 끊임없이 새들을 바깥쪽으로 끌어가는 나머지, 자성(磁性)을 띤 동일한 한 점을 향하려는 공통된 경향으로 결속된 이 새들의 집단은 쉴새없이 오고가고 온갖 방향으로 순환하고 교차하는 가운데, 일종의 매우 격렬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니, 그 덩어리의 총체는 명확한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자기를 돌며 자전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 각 부분이 저마다 순환운동을 하는 결과인지라, 그 중심은 끝없이 확산되려는 경향을 지니면서도, 그 주변을 옥죄는 대열의 반동에 의해 끊임없이 압박받고 제한되어, 이들 대열 가운데 어떤 대열보다 밀도가 높으며, 주변 대열들도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더 밀도가 높다. 이런 소용돌이치기의 기이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찌르레기들은 보기 드문 속력으로 주변 공기를 찢고, 그들 피로의 종점과 그들 순례의 목적지를 향해 매초마다 한 뼘씩 소중한 비행공간을 뚜렷하게 정복한다. 그대도, 마찬가지로, 이 장절들 하나하나 노래하는 나의 기이한 방법에 마음쓰지 말라.         찌르레기의 비행도, 로트레아몽의 글쓰기도 얼핏 방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찌르레기들도, 그의 문장들도 각기 제가 날아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제 글쓰기에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한다는 강령은 없다. 찌르레기 한 마리 한 마리가 동시에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듯이, 뒤카스의 글쓰기는 그의 모든 욕망이 동시에 제가 원하는 말을 한다. 그러나 찌르레기는 로트레아몽에게도 비행과 글쓰기에는 그들 원하는 방향이 있다. 글의 목표를 위해 순간을, 그 순간의 욕망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브르통이 특히 에서 '무결점의 선배'라고 말하던 뒤카스의 초현실주의적 글쓰기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에서는 한 인간의 모든 기억과 욕망이 모든 방향에서 한꺼번에 말한다.   끝  
6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끝) 댓글:  조회:12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끝)           여섯번째 노래(2)       8.       수면유도 콩뜨의 골수를 기계적으로 구축하려면, 어리석음을 해부하고 독자의 지성을 거듭되는 동일 처방으로 강력하게 둔화시켜, 피곤이라는 확실한 법칙으로 남은 생애 내내 그 능력을 마비상태에 빠뜨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기에 더해서, 동물자기유체를 주입하여, 독자를 몽유병자의 동작불능상태에 빠뜨리면서,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여 독자의 눈을 그 본성에 거슬러 강제로 흐려지게 해야 한다. 나를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가장 통절한 화음을 통해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고 신경에 거슬리기도 하는 내 생각을 전개하기 위해서일 뿐이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정한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 자연의 일반적인 발걸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으며 그 유해한 숨결이 절대적인 진리조차 전복시킬 것 같은 시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잘 성찰하면, 적어도 미학적 규칙에 일치하는) 그와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말하고 싶었던 바다. 내 온갖 노력을 다하여 거기에 이르려는 까닭이 이것이다! 내 어깨에 달려 내 문학적 깁스를 음울하게 깨부수는 데 사용되는 긴 두 팔의 환상적인 메마름을 죽음이 정지시킨다면, 나는 최소한 독자가 상복을 입고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를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는 나를 아주 바보로 만들었다. 그가 더 오래 살 수 있었다면, 무슨 짓을 하지 않았으랴!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휼륭한 최면술 교사였다!" 이 몇 마디 말이 내 무덤의 대리석 위에 새겨질 것이며, 구멍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물고기 꼬리 하나가 있다. 이렇게 자문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물고기가 어디 있지? 움직이는 꼬리밖에 보이지 않는데." 정확히 말해서,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암묵적으로 고백한 이상, 사실상 물고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가 모래에 파인 깔때기형 구덩이 바닥에 물을 몇 방울 남겨둔 것이다. 뒷굽이 망가진 장화에 관해 말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그때 이후로 그것이 고의적인 유기의 탓이라고 생각해왔다. 갈색 대게는 신력(神力)에 의해서 분해된 원자로부터 재생하게 되어 있었다. 내게는 우물에서 물고기 고리를 끌어내어, 만일 창조주에게 그 수임자가 말도로르 바다의 성난 파도를 진압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갈해준다면, 잃어버린 몸뚱이를 붙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게가 알바트로스의 날개 두 개를 빌려주자 꼬리는 날아올랐다. 그러나 꼬리는 배교자의 처소 쪽으러 날아갔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에게 고자질을 하여 갈색 대게를 배신할 판이었다. 대게는 스파이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세번째 날이 끝을 맞기 전에, 독화살로 물고기 꼬리를 꿰뚫었다. 스파이의 목구멍은 약한 외마디 소리를 내 질렀으며, 그것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내쉰 그의 마지막 숨결이었다. 그때에, 성관(城館)의 지붕 꼭대기에 놓였던 백 년 묵은 대들보가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신장을 다해 우뚝 서서, 큰 소리로 복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코뿔소로 둔갑한 전능한 자는 그 죽음이 마땅한 죽음임을 코뿔소에게 가르쳤다. 대들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관 깊은 자리로 다시 돌아가 본래의 수평 자세로 눕더니, 놀란 거미들을 불러 옛날처럼 구석구석에 계속해서 줄을 치게 했다. 유황빛 입술을 가진 남자는 제 동맹자의 허약함을 알았으니, 이것이 바로 관을 쓴 광인에게 대들보를 불태워 재로 만들어버리라고 명령한 까닭이다. 아곤은 이 엄명을 수행했다. 그는 외쳤다. "그대의 말에 따르면, 그때가 왔나니. 나는 돌 밑에 묻어두었던 반지를 다시 꺼내려 여기에 왔으며, 그것을 밧줄의 한 끝에 묶었다. 그것이 그 꾸러미다." 그리고 그는 서리서리 감은 육십 미터 길이의 굵은 밧줄을 내보였다. 그의 주인은 열네 자루 단검이 무슨 일을 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단검들이 여전히 충성스러우며, 필요할 시 모든 사태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했다. 도형수는 만족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곤이 덧붙이는 말에 놀라운, 불안하기까지 한 기색을 보였는데, 그 말인즉 수탉 한 마리가 부리로 샹들리에를 두 쪽으로 가르고 그 부분 하나하나에 차례차례 시선을 담그더니, 열광적인 몸짓으로 날개를 치며 이렇게 소리지르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패가(街)에서 팡태옹 광장까지는 생각하는 만큼 멀지 않다. 머지않아, 그에 대한 비통한 증거를 볼게 될 것이다." 갈색 대게는 사나운 말 위에 올라타고, 문신한 팔에 의한 곤봉 투척의 목격자이자 물에 상륙한 첫날의 은신처인 암초를 향하여 전속력으로 달렸다. 순례자들의 단체가 그날 이후 고결한 죽음으로 성지가 된 이 장소를 방문하려고 행진중이었다. 대게는 그들을 따라잡아, 준비중에 있는 음모,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음모에 맞서 긴급한 조력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대는 몇 줄 뒤에서 내 얼음 같은 침묵의 도움을 받아, 대게가 시간 맞춰 도달하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밤의 축축한 이슬로 여전히 젖어 있는 카루젤 다리가 아침 일찍 갑자기 나타나 제 석회질 난간에 부딪친 이십면체 자루의 리드미컬한 반죽 이기기에 놀라 동심원을 겹겹이 그리며 어지럽게 넓어지는 제 생각의 지평선을 보며 공포를 느끼던 날, 건축중인 가옥 옆의 비계 뒤에 숨어 있던 한 넝마주이가 보고했던 것을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되리라! 대게가 이 에피소드의 추억으로 그들의 동정심을 선동하기 전에, 그들은 자시들 안에서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는 편이 잘한 일일 터--- 그대의 게으름을 깨뜨리려면, 선한 의지의 자원을 활용하시고, 나와 나란히 걸으며, 그 미치광이를 시야에서 놓치지 마시라. 머리에 요강을 쓰고, 내가 수고롭게 주의를 촉구하며 머빈이라고 발음되는 낱말을 그대의 귀에 불러주지 않으면 그대가 알아보는 데 고생께나 해야 할 그 소년을 곤봉으로 무장한 손으로 앞으로 밀고 나가는 그자를. 소년은 얼마나 변했는가! 양손이 등뒤로 묶인 채,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교수대로 가는 꼬락서니지만, 그러나 그는 어떤 중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 그들은 방돔 광장의 원형 내부에 도착했다. 육중한 원주의 전망대 위, 지상 오십 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정방형 난간에 기대어, 한 사내가 밧줄을 던져 굴리니, 그 끝이 아녹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땅바닥까지 늘어진다. 습관이 붙으면 일을 재빨리 처리한다. 그런데 나는 아곤이 밧줄 끝으로 머빈의 두발을 묶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코뿔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땀을 뒤집어쓰고, 그는 카스틸리온가 모퉁이에 헐떡이며 나타났다. 그는 싸움을 거는 만족감조차 없었다. 원주 꼭대기에서 주변을 살펴보는 인간은 리볼비에 탄환을 장전하고 신중하게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아들의 광기라고 생각되는 것이 시작된 날 이래로 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함대사령관과 극도로 창백한 얼굴빛 탓에 백설소녀라 불렸던 어머니는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자기들의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헛수고. 총알은 나사송곳처럼 피부를 뚫었다. 논리의 겉보기를 따른다면, 죽음이 착오 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그 후피동물(厚皮動物) 속에 주의 실체가 들어가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슬픈 마음으로 물러났다. 그가 제 피조물 하나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원주 위의 사내를 동정했으리라! 사내는 손목을 거칠게 움직여 그렇게 짐이 실린 밧줄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긴다. 밧줄이 수직선을 벗어난 탓에, 그 진동은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머빈을 흔들어댄다. 소년은 제 이마가 부딪치는 최대의 두 인접각을 연결시티는 에델바이스의 긴 꽃줄을 급하게 움겨잡는다. 그는 고정상태가 아닌 그것을 제 몸과 함께 공중으로 가져간다. 머빈이 청동 오벨리스크의 중간 높이에 걸려 있도록, 밧줄 대부분을 중첩된 타원형으로 제 발끝에 쌓은 다음, 그 탈옥 도형수는 오른손으로 소년에게 원주의 축과 평행한 면에서 회전하는 등가속 운동을 하게 하고, 왼손으로는 밧줄을 뱀처럼 감아올려 제 발끝에 눕힌다. 투석기가 공중에서 휘파람을 분다. 머빈의 몸은 어디에나 그걸 따라가며, 언제나 구심력에 의해 중심에서 멀어지고, 언제나 물질에서 독립된 공중 원주의 형태로 이동하면서도 등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제 위치를 유지한다. 문명화된 야만인은 자칫 강철봉으로 착각할 것을, 굳센 장골로 붙들고 있는 다른 쪽 끝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는 한쪽 손으로 난간에 달라붙어서, 그 주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 작전은 밧줄의 최초 회전면을 바꾸어, 벌써 괄목할 만한 그 장력을 한층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제부터, 그는 감지할 수 없는 발걸음으로 여러 경사면을 가로 질러 차례차례 통과한 뒤, 밧줄을 위엄 있게 수평면으로 돌린다. 원주와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진 직가은 두 변의 길이가 동일하다! 배교자의 팔과 살인 도구는 암실을 투과하는 빛살의 원자 요소처럼 단일 직선으로 용해된다. 역학의 정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한다. 아아! 하나의 힘이 또 하나의 힘에 첨가되면 최초 두 힘으로 이루어진 합력을 낳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직선의 밧줄은 격투기 장사의 완력이 없었어도, 질 좋은 대마가 없었어도, 벌써 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누가 주장하는가? 금빛 머리칼의 해적은 갑작스럽게 그리고 동시에 확보된 속력을 멈추고 손을 펴 밧줄을 놓아버린다. 앞의 조작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 조작의 반동은 난간의 연결부를 삐걱거리게 했다. 머빈은 뒤에 줄이 달려, 불타는 꼬리를 뒤에 끌고 가는 혜성을 닮는다. 조여 자기매듭의 쇠고리는 햇살에 번쩍거리며 저 자신에게 환각을 완성하라고 촉구한다. 포물선을 그리는 행로에서, 사형수는 대기를 가르고 강의 좌안까지 이르러, 내가 무한하다고 가정하는 추진력의 도움으로 강변을 넘어서고, 그의 몸이 팡테옹의 돔을 때리려는데, 밧줄 일부가 그 꿈틀거림으로 거대한 원형 천장의 상부 벽을 휘감는다. 모양만 오렌지를 닮은 그 볼록꼴 구형의 표면에는 하루 내내 말라빠진 해골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바람이 해골을 흔들 때, 라탱 지구의 학생들은 그와 같은 운명이 두려워 짧은 기도를 올린다고들 이야기한다. 믿을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소리지만, 오직 어린애들을 겁주기에는 그만이다. 해골은 그 오그라진 손에 오래된 노란 꽃으로 엮인 커다란 리본 같은 것을 쥐고 있다. 거리를 고려해야 하나. 어느 누구도, 시력이 좋다는 보증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정말로 내가 말했던, 그리고 새 오페라좌 옆에서 벌어진 불평등한 싸움이 거대한 좌대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을 목도했던 그 에델바이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초승달 모양의 모직물들이 이제 더이상 4배수에서그 결정적 대칭성의 표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내 말을 믿기 싫으면 직접 가서 보시라.     여섯번째 노래 끝   말도로드의 노래 끝  
5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9) 댓글:  조회:11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9)           여섯번째 노래(2)       7       금빛 머리칼의 해적은 머빈의 답장을 받았다. 그는 이 기이한 서면에서 자신이 꾀한 교사(敎唆)의 연약한 힘에 굴복하여 그것을 쓴 자가 지적으로 흔들린 흔적을 따라간다. 그 젊은이는 낯모르는 사람의 우정에 답하기 전에 자기 부모와 상의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터이다. 이런 수상쩍은 술책에 주역으로 엮여보아야 그에게는 어떤 이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엮이기를 바랐다. 지정된 시각에, 머빈은 자기 집 문에서부터 생미셸 분수까지, 세바스토폴 대로를 따라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는 그랑조귀스텡 강변로에 들어서서 콩타 강변로를 가로지른다. 그가 말라케 강변로를 지나는 순간, 루브르 강변로로 자신의 진행 방향과 평행하게, 자루 하나를 팔 밑에 끼고 걸어가는 한 인물이 보이는데, 그 사람이 자기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 같았다. 아침안개가 흩어졌다. 두 행인이 동시에 카루젤 다리 양쪽에서 튀어나왔다. 그들은 서로 본 적이 없었지만 서로 알아보았더라! 정말이지, 나이로 갈라져 있는 이 두 존재가 감정의 위대함으로 자기들의 두 혼을 접근시키는 모습은 감동스러웠다. 적어도 이것은 한둘이 아닌 사람들이, 수학적 정신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을 이 광경 앞에 멈춰 섰던 자들의 의견이었을 것이다. 머빈은 미래의 역경에서 귀중한 지지자가 될 사람을, 말하자면, 인생의 초입에서, 만났다고 생각하며 얼굴이 눈물에 젖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을 믿으시라. 그가 한 짓은 이런 것이다. 그는 들고 있던 자루를 펼치고 아귀를 벌리더니, 소년의 머리를 붙잡아 몸뚱이 전체를 그 포대 속에 밀어넣었다, 그는 입구로 사용되는 끝부분을 손수건으로 묶었다. 머빈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으므로. 그는 자루를 속옷 꾸러미처럼 뜰어올려 그것으로 다리 난간을 여러 차례 내리쳤다. 그러자, 수형자는 자기 뼈가 부서지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어떤 소설가도 다시 보지 못할 유례없는 장면! 푸주한 한 사람이 짐수레의 살코기 위에 올라타고 지나갔다. 한 인물이 그에게 달려와서 수레를 멈추게 하고는 말했다. "개 한 마리를 이 자루 속에 묶어놓았어요. 옴 걸린 개입니다. 어서 빨리 죽여버리세요." 불림은 받은 자는 친절한 태도다. 불러 세운 자는 멀어지면서 누더기를 입고 자기에게 손을 내미는 한 소녀를 본다. 도대체 그의 오만과 불신의 절정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가 적선을 하다니! 몇 시간 뒤에 외딴 도살장 문으로 그대를 안내해주기 바란다면 말씀하시라. 푸주한은 돌아가, 짐을 땅바닥에 던지며, 자기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 옴 걸린 개를 서둘러 죽이세." 그들은 네 명인데, 각자 손에 익은 망치를 집어든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저했다. 자루가 격렬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나를 휘어잡는 이 감정은 무엇인가?"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팔을 천천히 내리면서 외쳤다. "이 개는 꼭 어린애처럼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지르는구먼". 다른 사람이 말한다. "어떤 운명이 자기를 기다리는 지 알고 있는 것 같아." "이게 그 녀석들 버릇이야". 세번째 사내가 대답했다. " 이 경우처럼 병들지 않았을 때도 놈들의 주인이 며칠간 집만 비워도 정말로 견디기 힘든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단 말일세" "멈춰---멈춰!---멈춰!----" 네번째 사내가 소리질렀다.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자루를 내리치려고 팔들이 일제히 박자 맞춰 올려지기 전이다. "멈추라고 하잖아, 여기엔 우리가 모르는 어떤사연이 있다고 이 천 속에 개를 가두었다고 말한 게 누구지? 확인해봐야겠어." 그러고는 동료들의 조롱에도 아랑곳없이 포대를 풀고는, 하나씩 하나씩 머빈의 사지를 거기서 끌어내지 않았던가! 머빈은 빛을 보자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그는 의심할 수 없는 생존의 신호를 보냈다. 구제자가 말했다. "다음에는 능숙한 입에서도 신중하게 처신하는 걸 배우게들. 이런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란 사실을 하마터면 몸으로 깨달을 뻔하지 않았나." 푸주한들은 도망쳤다. 머빈은 가슴이 조여들고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차서 집으로 돌아와 자기 방에 틀어 박혔다. 내가 이 점을 더 붙들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아! 누가 이미 끝나버린 이런 따위 사건들을 통탄하지 않을 것인가! 훨씬 더 엄격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결말을 기디리지. 대단원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으며, 어떤 쟝르가 되었던, 일단 정렬이 주어지면, 그 정렬이 어떤 장애도 두려워하지 않고 제 길을 열어나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는, 그림물감 접시 하나에 진부한 사백 페이지의 고무풀을 녹일 필요가 없다. 반 다스의 장절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말하고, 그다음은 침묵해야 한다.
5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8) 댓글:  조회:16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8)           여섯번째 노래(2)       6       전능한 자는 대천사들 가운데 하나를 지상에 보내 소년을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구하려 한 적이 있었다. 끝내는 자기 자신이 내려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아직 그 부분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는데, 내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할 수 없는 이상에는, 입을 다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효과를 노리는 트럭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에 나타날 것이며. 그때 이 픽션의 짜임은 어떤 불편함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대천사는 이마만큼이 큰 대개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 바위 꼭대기에 서서, 해안으로 내려가기에 유리한 물때를 기다렸다. 벽옥빛 입술을 가진 사내가 손에 몽둥이를 들고 바닷가의 굴곡에 숨어서 그를 노렸다. 이 두 존재의 생각 속을 읽고 싶어 안달한 게 누구였을까? 전자는 자신이 수행하기 어려운 사명을 띠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찌 성공한다는 말인가?" 그는 외쳤다. "점점 더 커지는 파도가 내 주인님의 임시 거처를 난타할 때 주인님마저도 자신의 힘과 용기가 좌절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던 저곳에서. 나는 유한한 물질일 뿐인데, 상대자로 말하면, 그가 어디서 오고 그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이름에 천사 군단이 떨며, 내가 떠나온 대대에서는 악의 화신 사탄이라 해도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는데, 이 생각들은 하늘빛 궁륭에까지 메아리를 하나씩 울려 그 궁륭을 더럽혔다: "영락없는 경험 부족이 꼬락서니로구나. 놈에게 재빨리 갚을 것을 갚아야지. 필경 높은 곳에서 왔는데, 몸소 오는 게 겁나는 자가 보냈으렸다! 일하는 품새로, 거들먹거리는 그만큼 대단하지 어쩐지 어디 보자. 이 세상 살구씨1)의 주민은 아니다. 초점이 없고 흐릿한 눈을 보니 치품천사 출신인 것을 알겠다." 얼마 전부터 해안의 가없은 공간을 시선으로 더듬던 갈색 대게는 우리의 주인공을 알아보고(그는 이때 헤라클레스의 키 높이를 우뚝 세워 일어섰다). 다음과 같은 말로 호통을 쳤다" "싸움하려 들지 말고 항복해라. 우리 둘 보다 더 위대하신 분이 나를 보내셨으니, 너를 사슬로 묶어 내 생각의 공범인 두 팔다리를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에 가두기 위함이다. 손에 단검과 비수를 쥐는 일은 이제 내게 금지되어야 하니, 내 말을 믿으라. 이는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 못지않게 너의 이익을 위해서다. 죽여서건 살려서건 너를 붙잡을 것이다. 나는 너를 살려서 테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내가 빌려온 힘을 어쩔 수 없이 휘둘러야 할 상황에 나를 밀어붙이지 마라. 나는 소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니 네 편에서도 어떤 식으로건 저항하지 마라. 나는 이처럼 네가 후회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음을 알게 되면 흔쾌하고도 기쁠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심히 코믹한 맛에 절어든 이 장광설을 들었을 때, 볕에 탄 얼굴의 거친 표정에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느라고 고생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을 내가 덧붙여도 아무도 놀라지 않으리라. 그는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심술을 부리는 뜻도 아니었던 것! 갈색 대게한테서 비난을 끌어내고 싶었던 것은 분명코 아니었다! 폭소를 물리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 납작한 대화상대자를 모욕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는 얼마나 여러 번 위아랫입술을 앙다물었던가! 불행하게도 그의 성격은 인간의 본성을 띠어서, 암양이 웃듯이 웃었다! 마침내 그는 멈추었다! 하마터면! 그는 숨이 막힐 뻔했다! 바람이 이런 대담을 암초의 대천사에게 전했다: "너의 주인이 더는 나에게 달팽이들과 가재들을 보내 제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을 때, 그가 직접 나와 담판을 하실 때, 내가 장담한다. 타협의 방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아주 정당하게 말했듯이, 나는 너를 보낸 자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화해라는 생각은 시기상조고, 망상의 결과만 낳기 십상이라고 본다. 나는 네 음절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이치를 추호도 오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목소리를 삼 킬로미터나 달려가게 하려다보니 쓸데없이 목소리가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 네가 그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내려와 단단한 땅에 헤엄쳐 닿는다면, 그야말로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한결 편하게 항복의 조건을 논의할 수 있을텐데, 항복이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결국 불쾌한 전망으로 연결된다." 이런 선의를 기대하지 않았던 대천사는 바위틈 깊은 곳에서 머리를 한 매듭 내밀고 대답했다: "오 말도로르야, 너의 가증스러운 본능들아, 저들 자신을 영벌(永罰)로 끌고 갈 그 정당화할 수 없는 오만의 횃불이 꺼지는 것을 보게 될 날이 마침내 도래한 것인가! 그러니까 바로 내가 이 치하해야 할 변화를 지품천사 군단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하게 된 터인데, 천사들은 자기들의 일원을 다시 만나 기뻐할 것이다. 내가 우리 가운데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고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너의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날아다녔고, 지금으로서는 우리들이 나누는 고독한 대화의 주제다. 이리 오너라, 어서--- 어서 와서 네 옛 주인과 오래 지속될 평화를 쌓아라. 주인은 너를 길 잃은 아들처럼 받아들일 테고, 인디언들이 큰사슴뿔로 쌓아올린 산처럼 네가 네 마음에 쌓아올린 어마어마한 양의 죄는 눈에 띄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말하고, 어두운 바위들 밑바닥에서 제 몸의 온갖 부분을 끌어낸다. 그가 암초의 표면에 그 빛살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길 잃은 양을 인도한다고 확신할 때의 종교 사제처럼 그는 물에 뛰어들어 , 그 죄 사함 받은 자를 향해 헤엄쳐서 나아간다. 그러나 사파이어색 입술을 가진 자는 미리 오랫동안 음흉한 공격을 궁리했다. 그의 곤봉이 힘차게 내던져져서 파도 위에서 여러 번 물수제비를 타다가 선한 대천사의 머리를 쳤다. 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물속에 떨어졌다. 조수가 이 떠다니는 표류물을 해안으로 실어간다. 게는 더 쉽게 상륙하려고 밀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밀물이 차올라서, 노래로 감싸 그를 흔들다가, 부드럽게 바닷가에 내려놓았다. 게는 이제 흡족하지 않을까?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말도로르는 해변의 모래밭에 몸을 기울여 파도의 우연에 의해 분리할 수 없이 결합된 두 친구를 품 안에 거두어들였다. 대게의 시체와 살인 곤봉을! 그는 외쳤다, "내 솜씨가 아직 무뎌지지 않았구나. 사용해주기만 바라는구나. 내 팔은 여전히 힘이 있고, 눈은 정확하구나." 그는 생기 잃은 동물을 바라본다. 유혈의 책임추궁을 당하지나 않을까 겁을 낸다. 대천사를 어디에 숨길 것인가? 그런데 동시에, 그 죽음이 즉사였는지 아닌지 속으로 생각해본다. 그는 등에 모루와 시체를 짊어지고, 넓은 늪지를 향해 가는데, 그 물기슭이 온통 키 큰 동심초로 무성하게 덮여 있어서 고립된 섬 같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 망치를 쥘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넘 가벼운 연장이다. 더 무거운 물건이라면, 시체가 살아 있는 기미라도 보일 때, 땅에 내려놓고 모루로 쳐서 가루를 내버릴 것이다. 그의 팔에 힘이라면 모자라지 않다. 가자, 그의 장애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이다.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에 도착해보니, 백조들이 가득하다. 그는 이 호수가 자기에게 믿을 만한 은신처라고 생각하고, 둔갑술의 도움을 받아, 짐을 버리지 않고 다른 새때들 속에 섞여든다 섭리가 없다고 여기고 싶은 곳에서 그 손길을 알아보시고, 내가 지금 말하려는 기적을 이용하시라. 까마귀의 날개처럼 검은 그는, 세 차례 빛나는 흰빛의 물갈퀴 새들 사이로 헤엄쳤다. 세 차례, 그는 자신을 석탄덩어리로 여길 수도 있을 그 눈에 뜨이는 색깔을 유지했다. 그것은 신이 자신의 정의를 행함에 그의 교활함이 백조때를 속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눈에 훤히 드러나게 호수 안에 머무를 수 있었으나. 저마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으며, 어떤 새도 그 더러운 깃털에 가까이 가서 그를 동무로 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는 자신의 잠수를 늪지의 끝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만에 가두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혼자였듯이. 하늘의 주민들 사이에서도 홀로이! 바로 이렇게 해서 그는 방돔 광장의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전주곡을 연주하였더라!       1) 프랑스에서 '살구씨(abricot)'는 여성 성기를 속되게 지칭하기도 한다.
5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댓글:  조회:11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여섯번째 노래(2)       5       팔레루아얄의 왼편, 연못에서 멀지 않은 곳의 한 벤치로, 리볼리가에서 빠져나온 한 작자가 와서 앉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형클어졌고, 그의 옷차림은 길고 긴 궁핍의 부식작용을 드러냈다. 그는 뾰족한 나뭇조각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는, 장심 오목한 곳을 흙으로 채웠다. 그는 이 식량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가, 황급히 내던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서, 벤치에 머리를 박고는, 두 다리가 허공을 걷게 했다. 그런데, 이 곡예 장면은, 무게중심을 지배하는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기에, 몸이 벤치 위로 육중하게 떨어지면서, 두 팔은 늘어지고, 얼굴 반쪽이 챙모자에 가려졌으며, 두 다리는 균형을 잡지 못해 점점 불안정해지는 상태에서 자갈밭을 때렸다. 그는 오랫동안 이 자세 그대로 있다. 북쪽 중앙 입구 가까이, 카페가 있는 원형 건물 앞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철책에 팔을 괴고 있다. 그의 시선은, 그 어떤 광경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정방형 표면을 훑고 달린다. 탐사를 마친 후, 두 눈이 그들 자신들을 향해 되돌아오는데, 그는 정원 한가운데에서, 벤치를 붙들고 비틀비틀 체조를 하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힘과 재주의 기적을 발휘하여, 그 벤취 위에서 제 자세를 고정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로운 이유에 복무케 하려고 가져온 최상의 의도라 한들 정신착란이라는 고장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그는 광인을 향하여 다가가, 친절하게 그를 도와 그의 품위를 정상적인 자세로 되돌려 놓고,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 옆에 앉았다. 그는 광기가 간헐적일 뿐이라는 것을 유념한다. 발작은 사라지자. 대화상대자는 모든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한다. 그 말들의 의미를 전할 필요가 있을까? 왜 인간들의 비참함을 담은 이절판을 어느 페이지가 되었건 신성모독적으로 열심히 다시 열어야 할까? 어느 것이든 더 풍부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에 들려줄 실제 사건이 하나도 없을 때라도, 나는 여러분들의 뇌에 옮겨 부을 만한 상상의 일화를 지어낼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환자가 된 것이 아니며, 그가 보고하는 것들의 성실성은 독자의 우직함과 기적에 가깝도록 일치한다. 이야기를 듣는 자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혐오스러운 이론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 새로운 예에 지지를 보낸다. 마치 오래전에 술에 취했던 한 남자를 빌미로, 인류 전체를 비난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적어도 그가 자기 정신 속에 끌어들이려는 역설적인 고찰이 바로 이것이지만, 이 고찰이 심각한 경험에서 나오는 중요한 교훈을 정신에서 몰아낼 수는 없다. 그는 가장된 동정으로 광인을 위로하고 자신의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는 광인을 식당으로 데려가서, 둘이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그들은 고급 양복점으로 가서, 피보호자는 왕족같이 옷을 입는다. 그들은 생토노래가에 있는 대저택 수위실 문을 두드리고, 광인은 부유한 사층 아파트에 입주한다. 악당은 자기 지갑을 강제로 떠맡기고, 침대 밑의 요강을 들어 아곤의 머리에 올려놓는다. "나는 그대를 지성의 왕으로 대관(戴冠)하노라." 그는 미리 계획된 강세를 넣어 외쳤다. "작은 부름만 있어도 나는 달려갈 것이니, 내 금고에서 두 손 가득 꺼내어 쓰라. 육체도 혼도, 나는 너의 것이다. 밤이면 너는 석고관을 평소의 자리에 되돌려놓고, 허락을 받아서만 사용할 것이나, 낮에는, 여명이 도시를 비추자마자, 그 관을 권력의 상징으로 네 머리에 올려놓아라. 세 마르그리크가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니, 내가 너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자 광인은 모욕적인 악몽의 희생이라도 된 듯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슬픔으로 주름진 그의 얼굴에 행복의 선이 그어졌다. 그는 복종심으로 가득차서 보호자의 발끝에 무릎을 꿇었다. 관을 쓴 광인의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이 독처럼 스며들었도다! 그는 말하고자 하였으며 그의 혀는 멈췄다. 그는 몸을 앞으로 굽히다가, 타일 바닥에 넘어졌다. 청동 입술을 가진 자는 물러난다. 그의 목표는 무엇이었던가? 가장 하찮은 명령에도 복종할 만큼 순진한, 어떤 시련도 견디어낼 친구를 하나 얻는 것이다. 그 이상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없었으니, 우연이 그를 도운 것이다. 그가 찾아낸 자, 벤치에 누워 있던 자는 젊은 시절에 겪은 사건 이후, 선악을 더는 구분하지 못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곤, 바로 그 사람이다.
5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댓글:  조회:10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여섯번째 노래(2)       4       알고보니 나는 이마 한가운데에 달랑 눈 하나가 박혀 있을 뿐이구나! 오, 현관의 장식판자에 박혀 있는 은거울이여, 너는 네 반사의 힘으로 내게 그리도 많은 봉사를 해주지 않았던가! 알코올 가득한 탱크에 내가 제 새끼들을 넣고 끓였다고, 앙고라 고양이가 갑자기 내 등에 뛰어올라와 두개골을 뜷는 천공기처럼 내 정수리 마루뼈를 한 시간 동안이나 갉아댄 그날 이후, 나는 끊임없이 고통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쏘아왔다. 오늘날, 때로는 내 탄생의 숙명 탓에, 때로는 나 자신의 잘못으로, 여러 가지 정황에서 내 몸이 입게 된 상처들의 영향 아래, 내 도덕적 추락의 결과들에 짓눌리며(어떤 결과들은 실현되었지만, 다른 결과들은 누가 예견할 것인가?), 지금 말하고 있는 자의 건막(腱膜)과 지성을 장식하는 후천적이거나 선천적인 괴물성의 냉정한 관찰자로서 나는 나를 구성하는 이중성에 오래오래 흡족한 시선을 던지며--- 내가 아름다운 것을 알겠다! 아름답다, 요도관의 상대적 짧음과 내벽의 분열이나 부재로 이루어진, 그래서 그 요도관이 귀두로부터 일정치 않은 거리에, 음경 밑으로 노출되는, 인간의 성적 기관의 선천적 기형처럼 아름답고, 또는 칠면조의 윗부리 기저에 돋아난, 자못 깊은 가로주름살로 고랑이 진 고깔형 군살 벼슬처럼 아름답고, 또는 차라리 "음계와 선법, 그리고 그 화음연속 체계는 불변의 자연법칙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류의 단계적 진보와 함께 변하는, 그리고 또다시 변하게 될 미학적 원리의 결과이다"라는 진리처럼 아름답고, 그리고 특히 포탑이설치된 장갑코르벳함처럼 아름답다! 그렇다, 나는 내 단언의 정확함을 주장한다. 나는 오만한 환상이 없으며, 나는 자부한다. 거짓말에서 어떤 이득도 찾지 않을 것이니,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다. 그대는 내 말을 믿는데 어떤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왜 내가 나의 양심에서 우러나온 천사 가득한 증언 앞에서 나 자신에게 스스로 두려움을 불어넣을 것인가? 나는 창조주에게 부러워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나, 그는 내게 점점 증가하는 일련의 영예로운 범죄를 통해서 운명의 강을 따라 내려가게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온갖 장애로 화난 시선을 그의 이마 높이로 치켜세우고, 나는 그가 우주의 유일한 주인은 아니며, 사물의 본성에 대한 한결 깊은 지식에 직접 근거하는 여러 현상이 반대의견에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으며, 단일 권력의 생존자능성에 맞서 단호한 반박을 내세우고 있음을 납득시킬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눈꺼풀의 속눈썹을 들여다보는 두 존재이기 때문이며, 너도 보다시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내 입술 없는 입에서 승리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잘 가라, 이름 높은 전사여, 불행 속에서도 너의 용기는 가장 악착스러운 너의 적에게 존경심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말도로르는 머지않아 너를 다시 만나 머빈이라 불리는 희생물을 두고 너와 다투리라. 따라서 그가 샹들리에 깊은 바닥에서 미래를 엿보았을 때, 수탉의 예언은 실현되리라. 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대게가 늦지 않게 순레자들의 카라반을 쫓악, 클리낭쿠르 넝마주이의 구슬을 몇 마디 말로 그들에게 알려주기를!
5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댓글:  조회:10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여섯번째 노래(2)       3       머빈이 자기 방에 있다. 그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도대체 누가 그에게 편지를 썼단 말인가? 그는 혼란스러워 배달부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봉투에는 검정 테가 둘러져 있고, 전언은 서둘러 쓴 글씨체였다. 그는 이 편지를 자기 아버지에게 들고 갈 것인가? 그런데 서명자가 일부러 그러지 말라고 금한 것이라면? 불안으로 가득차서, 그는 창을 열어 바깥 공기 냄새를 들이마시고, 햇살이 프리즘으로 분광된 듯 아롱진 빛을 베네치아산 유리와 다마스산 커튼 위로 반사한다. 그는 한옆으로, 학습용 책상의 표면을 덮고 있는 돋을무늬 압착세공 가죽 위로 흩어져 있는, 책머리를 금박한 책들과 자개 표지를 입힌 앨범들 사이로 편지를 내팽개친다. 그는 피아노를 열고, 날씬한 손가락을 상아 건반 위로 달리게 한다. 황동 현이 전혀 울리지 않는다. 이 간접 경고가 그에게 독피지 편지를 다시 집어들게 했으나, 독피지는 수신인의 망설임에 감정이 상하기나 한 듯 뒤로 물러났다. 이 덫에, 머빈의 궁금증이 더 커져서, 그는 벌써 읽으려고 했던 종잇장을 펴들었다. 그는 이제껏 저 자신의 필적밖에은 본 적이 없었다. "젊은이, 나는 그대에게 관심이 많소.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소. 그대를 길동무로 삼아서, 우리는 오세아니아의 섬에서 긴 편력을 하게 될 것이오. 머빈, 자네도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가 그걸 자네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네. 자네는 내게 우정을 바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믿네. 자네가 나를 더 많이 알게 될 때, 자네는 자네가 내게 보여주게 될 그 신뢰감을 후회할 일은 없을 걸세. 나는 자네의 형제가 될 것이고, 좋은 충고를 아끼지 않겠네. 좀더 긴 설명을 들으려면, 모레 아침 다섯시에, 카루젤 다리 위로 나오게. 만약 내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기다리게. 그러나 나도 정시에 당도하기를 바라네만, 자네도 그래야지. 영국인이라면 자신의 문제를 분명하게 볼 기회를 허투로 놓치지는 않을 것이네. 젊은이, 그럼 안녕, 곧 만나세. 아무에게도 이 편지를 보이지 말게." - "서명을 대신해서 별 세 개". 머빈은 외친다. "편지 말미에 핏자국이라니!" 그의 두 눈이 집어삼킨, 그러자 그의 정신에 불확실하고도 새로운 지평의 무한한 영역을 열어주는 기이한 문장들 위로, 푸짐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에게 (편지 읽기를 막 끝내고 나서부터의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 엄격하고, 어머니는 너무 기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제 아우들이 이제는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만한 이유, 내 앎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따라서 내가 여러분들에게 전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 편지를 제 가슴에 숨긴다. 그의 선생들은 이날 그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이 굉장히 흐려졌고, 과도한 생각의 베일이 안과 주변부에 내려앉았다. 선생들은 저마다 제 학생의 지적 수준에 이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얼굴을 붉혀왔지만, 학생은 처음으로 숙제를 소홀리 했고,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저녁, 가족들은 옛날의 초상화들로 장식된 식당에 모였다. 머빈은 살과 즙이 많은 고기와 향기로운 과일을 가득 담은 접시에 감탄하면서도 먹지 않는다. 라인란트 포도주와 다색 광채와 샴페인의 거품 이는 루비빛이 좁고 높은 보헤미아 수정잔에 담겨 있으나, 그의 시선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는 식탁에 제 팔꿈치를 괴고, 몽유병자처럼 제 생각에 빠져 있다. 바다의 포말에 얼굴이 탄 함대사령관이 제 아내의 귀에 몸을 기울린다. "큰 아이가 발작이 일어난 날 이후로 성격이 변했소. 전에도 벌써 터무니없는 생각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소만, 오늘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몽상에 빠져 있소.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소. 내가 그 나이였을 때는 말이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시오. 물질적인건 정신적이건, 효과적인 처방이 바로 여기서 어렵잖게 제 용처를 찾을 것이오. 머빈아, 여행과 박물학 서적들의 독서에 취미가 있는 너이지만, 네 마음에 들지 않을 이야기 하나를 읽어주겠다. 모두들 주의깊게 듣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먼저 그럴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아. 너희들이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너희 문체의 틀을 세련시키고, 한 작가의 가장 사소한 의도까지 이해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라." 한 배에서 난 이 사랑스런 아이들이 그게 바로 수사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나 한 것처럼! 그가 말을 하고, 그의 손짓에 따라, 형제들 중 하나가 아버지의 서재로 걸어가서 팔 밑에 책 한 권을 끼고 돌아온다. 그동안에, 식기와 은그릇은 치워졌고, 아버지는 책을 집어든다. 여행이라는 전기를 띤 명사에서, 머빈은 고개를 들고, 시기적절치 않은 명상을 끝내려고 애썼다. 책은 가운데 부분이 펼쳐졌고, 함대사령관의 금속성 목소리는 그가 아직도 저 영광스러운 젊은 날과 마찬가지로 사나이들과 폭풍우의 광란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증명한다. 이 낭독이 끝나기 훨씬 전에, 머빈은 단계적으로 지나가는 문장들의 논리적 전개와 으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은유의 비누화1)를 더는 따라갈 수 없어서, 다시 팔꿈치 위로 늘어졌다. 아버지가 외친다: "이건 아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구나, 다른 것을 읽자, 읽으시오, 부인 우리 아들의 나날에서 비애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나보다 당신이 더 적절할 것이오." 어머니는 더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책을 집어들었고, 그녀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그 회임의 산물인 자식의 귀에 낭랑하게 울린다. 그러나 몇 마디 후에, 실망이 그녀를 엄습하고, 그녀은 문학작품의 연주를 스스로 멈춘다. 첫째 아이가 외친다. "저는 자러 가겠습니다." 그는 차갑게 고정된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자리를 뜬다. 개가 불길하게 짖기 시작하는데, 이 행위가 자연스럽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바깥의 바람은 창문에 세로로 난 작은 틈으로 고르지 않게 들이치면서, 장미색 크리스털 원형 갓 두 개가 씌워진 청동 램프의 불꽃을 흔든다. 어머니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아버지는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올린다. 아이들은 늙은 해군에게 놀란 시선을 던진다. 머빈은 방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그의 손은 종이 위에서 재빠르게 달린다: "저는 정오에 귀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답장을 기다리시게 하였다면 용서하십시오. 저는 귀하를 개인적으로 알게 될 영예를 누리지 못해서, 귀하의 편지를 써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안에 무례가 몸 붙일 수는 없기 때문에, 저는 펜을 잡고, 귀하가 낯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신 관심에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귀하가 저에게 넘치게 베풀어주신 호의에 대해 사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신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 미숙함을 알고 있기에, 더는 오만하게 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연장자의 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면, 우리의 성격이 같지 않다는 것도 그분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온당합니다. 사실, 귀하가 저를 젊은이라고 불렀으니 저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보지만, 저는 귀하의 실제 나이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귀하의 삼단논법의 냉정함과 거기에서 발산되는 열정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제가 태어난 장소를 버리고 귀하를 따라 먼 나라로 가지는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저의 생애를 만드신 분들께 미리 허락을 구하고 애타게 그 대답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건으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귀하가 제게 정신적으로 난해한 이 일에 대해 비밀을 (이 단어의 입체적인 의미에서) 지키라고 엄명하셨으니, 귀하의 명백한 지혜에 열심히 따를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지혜는 빛의 밝음에 기꺼이 맞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귀하의 인간됨 자체를 신뢰하는 것이 귀하의 바람이라고 생각되니(과람한 것이 아닌 이 희망을, 저는 고백하는 것이 기쁩니다). 부디 호의를 베풀어 저에게도 동일한 신뢰를 보여주시고, 귀하와 의견의 차이가 큰 탓에, 모레 아침, 지정된 시각에, 제가 약속 장소에 어김없이 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원의 철문이 닫혀 있을 터이니, 저는 담벼락을뛰어넘을 것이고, 아무도 제가 떠나는 것을 목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귀하를 위해 제가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귀하가 보여주신 설명할 수 없는 애착이 능히 신속하게 드러나 저의 두 눈은 부시고, 특히 제가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 확실한, 그런 선의의 증거에 특히 휘둥그레졌습니다. 저는 귀하를 알지못했으니까요. 이제 귀하를 압니다. 카루젤 다리 위에서 거닐고 있겠다고 제게 해주신 약속을 잊지 마십시오. 제가 그곳을 지나 갈 경우, 귀하를 만나 그 손을 만질 것이라는 확신을, 어디에도 비할 데 없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어제까지만 해도, 정숙(貞淑)의 제단 앞에 조아리고 있던 한 소년의 이 순정한 의사표현이 존경 어린 무람없음으로 귀하에게 무례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람없음도, 타락이 심각하고 확실할 때에, 어떤 강력하고 뜨거운 친밀성이 있는 경우라면,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 귀하께 묻자 하니, 모레, 비가 오건 아니건, 다섯시가 쳤을 때, 제가 지나가면서 귀하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나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귀하께서도, 신사님, 제가 이 편지를 구상한 솜씨를 높게 보실 터인데, 잃어버리기 십상인 낱장 종이에, 더 많은 말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종이 하단에 있는 귀하의 주소는 일종의 수수께끼입니다. 그것을 판독하는 데 거의 사반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귀하가 거기에 현미경적인 방식으로 단어들을 적어둔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스스로 서명을 면제해주기로 하며, 그로써 당신을 본받으려 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상궤를 벗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건 일순간도 놀랍지 않습니다. 나는 내 얼음 같은 부동성이, 내 권태로운 시간의 더러운 납골당인, 긴 칸막이처럼 늘어선 공허한 방들에 둘러싸여, 거주하는 이 장소를 귀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말할까요? 귀하를 생각할 때, 내 가슴은 요동치며, 퇴폐기 제국의 붕괴처럼 울리니, 귀하의 사랑의 그림자가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 미소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자는 그리도 어렴풋하고, 그리도 구불거리며 비늘을 꿈틀대지요! 내 맹렬한 감정을, 완전히 새롭고, 치명적 접촉으로부터 아직 오염되지 않은 이 대리석 판을, 귀하의 두 손에 맡깁니다. 아침 어스름의 첫 미광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귀하의 역병 들린 두 팔의 흉측한 교착(交錯)에 나를 던질 순간을 기다리는 가운데, 나는 겸허히 몸을 숙여 그 무릎을 끌어안습니다." 이 죄 많은 편지를 쓰고 나서, 머빈은 그것을 우체통에 던지고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었다. 거기서 수호천사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마시라. 물고기 꼬리가 사흘 동안만 날아다닐 것이며,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슬프다! 대들보는 그럼에도 불타버릴 것이고, 첨단원통형 탄환이, 백설처녀와 거지의 뜻도 아랑곳없이, 코뿔소의 가족을 뚫으리라! 왕관 쓴 광인이 열네 자루 단검의 충성스러움에 대해 진실을 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화학에서 지방질을 비누로 만드는 과정. 여기서는 억지로 쓴 비츄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상태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5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댓글:  조회:9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여섯번째 노래(2)       2        그가 구리 손잡이를 당기자, 현대식 저택의 정문이 돌쩌귀를 타고 돌아간다. 그는 가는 모래가 뿌려진 안마당을 성큼성큼 걸어가 층계의 여덟 계단을 뛰어오른다. 귀족 빌라의 수위처럼 오른쪽과 왼쪽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조각상이 그의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섭리, 사랑, 이상,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직 자기만을 생각했던 남자는 앞서가는 발걸음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자못 조심하였다. 그는 소년이 홍옥수 판석을 두른 넓은 일층 거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가족의 아들은 소파에 몸을 던지고, 감정이 그의 말을 막는다. 바닥에 끌리는 긴 드레스를 입은 그의 어머니가 그를 달래며 팔로 끌어안는다. 그보다 나이가 어린 그의 아우들은 그의 몸이 실린 소파 주위에 모여 있다. 아우들은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장면에 대해 명백한 개념을 가질 만큼 삶을 충분하게 알지 못한다. 마침내 아버지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권위 가득한 시선을 낮추어 참석자들을 내려다본다. 그는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손목으로 짚고 일어나, 제 평상시의 좌석에서 멀어져, 첫 자식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향해, 비록 늙어 힘이 빠졌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나아간다. 그는 외국어로 말하고 저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집중하여 듣는다. "누가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안개 낀 템스강은 내 힘이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괄목할 만한 양의 진흙을 여전히 실어 나르리라.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이 나라에는 범죄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범인을 안다면, 놈이 내 완력을 알게 되련만, 내 비록 은퇴하여 해전(海戰)에서 멀리 떨어졌지만, 벽에 걸려 있는 내 함대사령관의 칼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게다가 날을 갈아 다시 세우기는 어렵지 않다. 머빈아, 마음을 놓아라. 내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려, 이제부터 내가 찾고 있는 그놈의 족적을 발견할 것이고, 내 손으로 놈을 죽일 것이다. 부인, 거기서 떨어져 구석에 웅크리시오. 당신의 눈이 나를 나약하게 하니, 그 눈물샘의 누도를 닫는 게 나을 것이오. 아들아, 제발 부탁이니,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을 알아보거라, 네 아버지가 네게 말한다--- " 어머니는 한옆으로 비켜나, 제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제 자궁으로 낳은 아이에게 닥친 위험을 앞에 두고, 태연하려고 애쓴다. "얘들아, 공원에 가서 놀아라, 그런데 백조의 헤엄에 감탄하다가, 물웅덩이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아우들은 두 손을 늘어뜨리고 말없이 서 있다. 하나같이, 카롤린산 쏙독새의 날개에서 뽑은 깃털 하나를 올린 기수 모자를 쓰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벨벳 바지에 빨간색 명주 양말을 신은 아우들은, 서로 손을 잡고, 흑단 마루판을 발끝으로 밟으려고 애쓰면서 거실에서 물러난다. 나는 그들이 즐겁게 뛰노는 게 아니라, 플라타너스 오솔길에서 심각한 얼굴로 산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의 지성은 조숙하다. 그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 쓸데 없는 보살핌인가, 너를 팔에 안고 달래는데, 너는 내 애원에 무감각하구나. 고개를 들어보지 않겠느냐? 내 무릎을 안아야 한다면 안을 텐데, 아니다---- 머리가 무기력하게 떨어지는구나." --- "내 친절하신 주인, 당신이 이 노예에게 허락하신다면, 내 방에 올라가 테레빈유 에센스 약병을 찾아보겠어요. 그 약병은 극장에서 돌아온 뒤나, 우리 조상들의 기사도 이야기를 적은 브리태니카 연감에 기고된 감동적인 서술의 독서가 꿈결 같은 생각을 졸음의 이탄(泥炭) 지대에 던질 때, 습관적으로 사용해왔지요." --- "부인, 내가 당신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으니, 당신은 발언할 권리가 없었소. 우리의 합법적인 결합 이래로, 구름 한 점도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온 적이 없소. 나는 당신에게 만족하고, 당신을 비난해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으며, 이 점은 상호 동일하오. 당신의 방으로 테레빈유 에센스 약병을 찾아 오시오. 그게 당신 서랍장의 한 서랍 속에 들어 있는것을 나도 알고 있으니, 그것을 나한테 알려줄 필요는 없소. 어서 나선형 층계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와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보시오." 그러나 민감한 런던 여인은 층계의 첫 계단 몇 개를 오르자마자(그녀는 하층계급 사람만큼 빠르게 달리지 않는다), 벌써 화장 담당 하녀 하나가 두 빰이 땀에 붉게 물들어서, 아마도 수정벽 안에 생명수을 담고 있는 약병을 들고 이층에서 내려온다. 하녀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가져온 것을 내밀고, 어머니는 왕녀와 같은 걸음걸이로, 자신의 애정을 사로잡는 유일한 대상, 소파의 가를 두른 술을  향해 나아간다. 함대사령관은 거만하지만 반가워하는 동작으로 아내의 손에 든 약병을 받는다. 인도산 스카프가 그것에 적셔지고, 머빈의 머리가 비단의 환상(環狀) 굴곡에 둘려싸인다. 그가 각성제를 흡입한다   . 한쪽 팔을 움직인다. 순환이 되살아나고, 창틀에 앉아 있던 필리핀산 앵무새의 기쁨에 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거기 누구요?--- 나를 붙잡지 마세요--- 여기가 어딘가? 무덤이 내 무거운 사지를 받치고 있는 것인가? 널판이 푹신한 것 같다.--- 어머니의 초상화를 넣어둔 로켓이 아직도 내 목에 걸려 있는가?--- 물러서라, 머리칼이 헝크러진 악당아. 놈은 너를 붙잡을 수 없었고, 나는 그의 손가락에 내 윗저고리 한 자락을 남겨 두었다. 블도그의 사슬을 푸세요. 오늘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도둑이 불법으로 침입할 수 있는데, 그동안에 우리는 잠에 빠져 있을 것이오.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알아볼 수 있겠어요. 베풀어주신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내 동생들을 불러주세요, 아우들을 위해 제가 프랄린 과자를 사왔어요. 아우들을 안아보고 싶어요."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화급하게 불러들인 의사는, 두 손을 비비며 외친다: "위기는 넘겼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내일 당신네 아들은 거뜬하게 일어날 것이오. 모두들, 각자의 잠자리로 가시오. 명령입니다. 여명이 돋고 밤 꾀꼬리의 노래가 들릴 때까지 환자의 곁에 저 혼자 남을 수 있도록. "말도로르는, 문 뒤에 숨어서,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는 머빈이 어디 사는지 알았고, 더이상의 것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수첩에 길의 이름과 건물의 번지수를 적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그것들을 잊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는 하이에나처럼 눈에 띄지 않고 나아가, 안마당의 측면을 따라간다. 그는 철책을 민첩하게 타고 오르다가, 쇠살 끝에서 잠시 어려움을 겪는다. 한 번의 도약에, 그는 도로 위에 있다. 그는 늑대 걸음으로 멀어지면 외친다: "놈이 나를 악당으로 여겼지. 멍청한 놈이야. 그 병자가 내게 던진 비난에서 면제된 사람이 있으면 만나보고 싶구나. 나는 놈이 말한 것처럼, 윗저고리 한 자락을 찢어낸 적이 없다. 두려움 때문에 생겨난 반수면상태의 단순한 환각이야. 내 의도는 오늘 놈을 납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이 겁 많은 소년에게 후일의 다른 계획이 있으니까." 백조들의 호수가 있는 쪽으로 가시라. 그러면 조금 후에, 왜 무리 중에 완전히 까만 한 마리가, 갈색 대게의 부패중인 시체를 싣고 있는 모두를 떠받치고 서서, 다른 수생(水生) 동지들에게 정당하게 불신을 부추기는지 알려 주겠다.  
5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댓글:  조회:9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여섯번째 노래(2)       1       비비엔가의 상점들이 그 재물들을 경탄하는 눈들 앞에 펼쳐놓는다. 수많은 가스가로등으로 밝혀진. 마오가니 상자들과 금시계들의 진열장 너머로 눈부신 빛다발을 퍼뜨린다. 증권거래소의 시계가 여덟시를 쳤다. 늦지 않았다! 종을 치는 마지막 망치질이 들려오자마자, 이미 이름이 언급된 그 거리가 술렁이기 시작하며, 제 지반을 루아얄 광장으로부터 몽마르트 대로까지 뒤흔든다. 산책자들은 걸음을 재촉하고, 생각에 잠겨 제 집으로 피신한다. 한 여인이 기절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다. 아무도 그녀를 일으켜 세워 주지 않는다. 저마다 어서 그 근처에서 벗어나려고 서두른다 덧창들이 맹렬히 닫히고, 주민들은 자기네 지붕 아래에 처박힌다. 아시아 흑사병이 그 출현을 알린 것만 같다. 이렇게, 도시의 대부분이 밤의 제전의 환희 속에서 헤엄칠 준비를 하는 동안, 비비엔가는 갑자기 일종의 석화(石化)작용으로 얼어붙는다. 사랑하기를 그친 마음처럼, 거리는 자신의 생명이 꺼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윽고, 이 기이한 사건을 전하는 소식이 여러 다른 계층의 주민들에게 퍼지고, 침울한 침묵이 이 엄숙한 수도 위로 떠오른다. 가스등의 화구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랑을 파는 여자들은 무엇이 되었나? 아무것도 --- 고독과 어둠! 직선 방향으로 날아가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올빼미 하나가, 마들렌 성당 위를 지나, 트론 성문을 향해 비상하면서, 외친다. "불행이 준비되었다." 나의 펜이(나의 공범자 노릇을 하는 이 진정한 친구가) 방금 신비롭게 그려낸 이 장소에서, 만약 그대가 콜베르가가 비비엔가로 이어지는 쪽을 바라본다면, 이 두 길의 교차로 생겨난 모퉁이에서 한 인물이 그 실루엣을 드러내고, 가벼운 발걸음을 대로 쪽으로 옮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가까이, 이 행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다가가면, 우리는 유쾌한 놀라움을 느끼며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어리다! 멀리서는 사실 그를 성인(成人)으로 여겼을 테니까. 진지한 인물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일이라면, 살아온 날수의 총합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내가 능히 이마의 관상학적 주름에서 나이를 읽어낼 줄 아는바, 그늘 열여섯하고도 사 개월이다! 그는 아름답다. 맹금들의 발톱이 지닌 수축성처럼, 혹은 더 나아가서, 후두부터 연한 부분에 난 상처 속 근육운동의 불확실함처럼, 혹은 차라리, 저 영원한 쥐덪, 동물이 잡힐 때마다 언제나 다시 놓여지고, 그것 하나만으로 설치류들을 수없이 잡을 수 있으며, 지푸라기 밑에 숨겨놓아도 제 기능을 다하는 저 뒤덪처럼. 그리고 특히 해부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 머빈1), 이 금발의 영국의 아들이 선생의 집에서 검술 교습을 이제 마치고, 스콜틀랜드산 타탄체크 옷을 두르고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여덟시 반이며, 그는 자기 집에 아홉시에 도착하리라 생각한다. 미래를 안다고 확신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편의 크나큰 오만이다. 어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그의 길을 방해할 수는 없을까? 또 그런 상황은 지극히 빈도가 낮아서, 예외로 여겨야 마땅할까? 왜 그는 지금까지 누렸던 아무 걱정이 없다고 느낄, 다시 말해서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을 오히려 비정상적 사태로 여기지 않는가? 대체 무슨 권리로 자신이 무사히 거처까지 다다르기를 바라는가. 누군가를 몰래 그를 제 미래의 먹잇감 삼아 노리고 뒤따라가고 있는데도?( 내가 이제 막 끝마치려는 문장이 곧바로 따라붙게 되는 이 한정의문문들이라도 최소한 앞세우진 않는다면, 그것은 선정적인 작가라는 자기 직업에 대해 별로 아는바가 없다는 것이리라.) 그대라 알아본 인물은 오래전부터 그 개성의 압력으로 내 불행한 지성을 깨부순 상상의 주인공! 어떤 때는 말도로르는 머빈에게 다가가 그 소년의 모습을 제 기억에 새기는가 하면, 어떤 때는 몸을 뒤로 젖히고, 그 궤적의 제2기에 들어선 오스트레이리아 부메랑처럼, 또는 폭탄처럼 제가 왔던 길을 따라 물러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주저하며, 그러나 그의 양심은 그대가 잘못 추측한 것처럼 가장 배발생적(胚發生的) 감정의 징후조차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가 일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한에 짓눌렸던 것인가? 그러나 그는 새로운 집념으로 발걸음을 되짚어 돌아왔다. 머빈은 관자놀이의 동맥이 왜 힘차게 뛰는지 알지 못한 채, 그와 그대가 이유를 찾으려 하나 헛일인 공포에 사로잡혀 걸음을 재촉한다. 수수께끼를 풀려는 그의 열의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는 왜 뒤돌아보지 않는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텐데. 불안한 상황을 중지시킬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인간들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는가? 성문밖길을 배회하는 자가 샐러드 대접 하나 분량의 백포도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누더기가 된 작업복을 입고, 교외의 변두리를 가로지르다가, 경계석 구석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목도했던 여러 혁명들과 시대를 같이했던 근육질의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든 들판 위로 쏟아지는 달빛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면, 그는 굽어진 길로 꼬불꼬불 나아가며, 한 마리 안짱다리 개에게 신호를 보내고, 개는 서두른다. 고양잇과의 고결한 동물은 용감하게 적을 기다리며, 목숨을 비싸게 걸고 싸운다. 내일, 어느 넝마주이가 전기를 띤 가죽 한 장을 살 것이다. 녀석은 왜 달아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쉬운 일이었는데. 그러나 지금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이 사간에서, 머빈은 그 무지 탓에 위험에 더욱 깊이 얽힌다. 그에게는 정말이지 극도로 드물긴 하지만 얼마큼의 빛 같은 것이 있는데, 나는 그 빛을 가리는 모호함을 멈추지 않고 밝힐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현실을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예언자가 아니며, 나는 반대로 말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예언자의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대동맥 도로에 이르러,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푸아소니에르 대로와 본누벨 대로를 횡단한다. 그 지점에서, 포부르생드니가로 들어서서 스트라스부르 철도역을 뒤에 두고, 높은 정문 앞에 멈추었다가, 라파예트가의 중첩수직교차로에 도착한다. 이 대목에서 제1절을 마무리하라고 그대가 권유를 하니, 이번은 그대의 희망에 흔쾌히 따르겠다. 그대는 아시는가, 어느 편집증 환자2)의 손이 바위 밑에 숨겨둔 강철 고리를 생각할 때면, 물리칠 수 없는 선율이 내 머리카락을 타고 지나간다는 것을?       1) '머빈'의 로마자 철자 Mervyn을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메리뱅'이 된다. 머빈은 역사 소설가 월터 스콧의 소설 (1815)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2) 이 편집증 환자는 다른 쪽에서는 '아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5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2) 댓글:  조회:9  추천:0  2019-09-19
  여섯번째 노래(2)       (2)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옆에 열린 잉크병 하나와 풀기가 적은 종이 몇 장을 반드시 놓아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내가 틀렸다면, 저마다 내 말에 동의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투로, 어서 생산하고 싶은 일련의 교훈적인 시편들을 이 여섯번째 노래로부터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가차없는 유용성의 극적인 에피소드들이여!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동굴을 드나들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피난처로 삼는 가운데,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고 순환논법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독과 유리의 보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며, 좁아든 시야를 왜소한 관목과 가시덤불과 머루덩쿨 사이에 수동적으로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활동이 그 사악한 본능이라는 미노타우로스를 부양할 만한 어떤 양식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완전히 준비된 수많은 희생자들 중에서, 자신의 갖가지 정념이 만족할 만한 대상을 넉넉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인간들의 주거단지에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찰, 이 문명의 방패가 여러 해 전부터 끈질기게 자기를 찾고 있으며, 일개 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경찰과 밀정이 지속적으로 자기를 쫓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만큼 놀라자빠지게 하는 그의 재주가 성공의 관점에서 한 점 이론의 여지도 없는 계략과 가장 교묘한 궁리에서 나온 명령을 최고로 멋지게 따돌렸던 것이다. 그는 숙련된 눈으로도 알아보기 어렵게 형태를 바꾸는 특수능력이 있었다. 예술가로서 말을 한다면, 뛰어난 변장! 내가 도덕을 염두에 두고 볼 때는, 진짜로 허름한 인상의 차림새. 이 점에서 그는 거의 천재에 버금갔다. 그대는 파리의 하수구에서, 움직임이 기민한 한 마리 예쁜 귀뚜라미의 섬세함을 눈여겨본 적이 없는가? 그 사람밖에 없다. 말도로르였다! 꽃 피는 여러 수도들에 유독성 유체로 동물자기최면술을 걸어서, 적절한 자기감시가 불가능한 일종의 마비상태에 그 도시들을 몰아 넣는다. 그가 의심을 받지 않기에 그만큼 더 위험한 상태, 오늘은 마드리드에 있는대, 내일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을 것이며, 어제는 베이징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시적인 로캉볼1)의 활약이 지금 공포로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장소를 정확하게 단정한다는 것은 내 둔한 추론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이다. 이 강도는 어쩌면 이 나라에서 칠백 리 밖에 있으며, 어쩌면 그대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다. 인간을 모두 전멸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엄연히 법이 있다. 그러나 인간 개미들은 끈질기게 하나씩 하나씩 처치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내 탄생일 이후로, 우리 종족의 첫 조상들과 함께, 내 매복의 긴장 속에서 여전히 미숙한 상태로 살면서, 역사 저편에 자리잡은 태고의 시대 이후로, 정교한 변신을 통해서, 다양한 시대에, 정복과 살육으로 지구의 여러 나라를 휩쓸고, 시민들 한가운데 내전을 퍼뜨리면서, 나는 벌써 그 무수한 숫자를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치 모든 세대를 한 명씩 한 명씩 혹은 집단적으로 내 발꿈치로 밟아 짓이기지 않았던가? 빛나는 과거는 미래에 눈부신 약속을 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내 문장을 그러모으기 위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야만인들에게까지 거슬러올라가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소박하고 위엄 있는 신사들, 그들의 우아한 입은 문신을 한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고결하게 한다. 나는 이 별에 있는 어느 것도 가소롭지 않다는 것을 방금 입증했다. 웃기는, 그러나 아름다운 별, 어떤 사람들은 순진하다고 여길 (그토록 심오할 때도) 문제를 움켜잡아, 나는 어쩌면 불행하게도 거창하게 보이지는 않을 생각들을 해설하는 데 사용하리라! 바로 그것으로, 일상 대화의 경박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또한 거들먹거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진지하게--- 내가 말하려고 의도했던 것이 무엇인지 더는 알지 못하겠는데, 문장의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오리의 얼굴을 지닌 인간의 미소, 어리석게도 빈정대며 짓는 미소가 없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우선 코를 풀고 싶기 때문에 코를 풀겠으며, 그 다음에는 내 손의 강력한 도움을 받아, 손가락이 떨어뜨린 펜대를 다시 잡을 것이다. 파리의 카루젤 다리는 자루가 내지르는 것만 같은 가슴 찢는 비명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의연히 그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1) 피에르 퐁송 뒤 테라유(1829~1871)의 신문연재소설 의 주인공. 이름 난 악당이었으나 개과천선하고 변두리 사회에서 정의의 수호자로 활약하는 인물.
5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댓글:  조회:10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여섯번째 노래(1)       (1) 부럽기도 한 그 침착함이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나 쓰일 그대여, 아직까지도 14행이나 15행 장절에서 제4학급1) 학생처럼,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질 감탄사들과, 조금만 수고를 해도 괴상하다고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괴상한 코친친2) 암탉의 우렁찬 꾸룩꾸룩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그러나 명제들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하는 편이 더 낫다. 그대는 내가 설명 가능한 과장법으로 인간과 창조주와 나 자신을 장난치듯이 모욕했다고 해서, 내 임무가 완수되었다고 주장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 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행해야 할 과제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부터 내 소설의 끈은 앞에서 이름을 말했던 세 등장인물을 조종할 것이다. 덜 추상적인 힘이 저들에게 전달되리라. 저들의 생명력은 그 순환기의 급류에 장엄하게 퍼질 것이며, 그대는 이제까지 순수 사변의 영역에 속하는 막연한 물질관념밖에 보지 못했다고 믿었던 곳, 그 한쪽에서 신경의 잔가지들과 그 점막이 있는 신체조직을, 다른 한쪽에서 육체의 심리적 기능이 자리잡은 정신적 원리를 만나고 얼마나 놀랄지 알게 될 것이다. 저들은 활기찬 생명을 타고난 존재들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멈추고, 그대의 얼굴 앞에, 그대에게 단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산문적으로 (그러나 효과는 매우 시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세를 취함으로써, 태양 광선이 우선 지붕의 기와들과 굴뚝 덮개를 때리고, 이윽고 저들의 지상적이고 질료적인 모발에 내려와 눈에 띄게 반사될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이제 웃음을 유발하는 특기의 소유자들, 저주받은 자들이 아닐 것이다. 저자의 두뇌 속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졌을 가공의 인물들이거나 일반적인 삶의 너무 위에 자리잡음 악몽들. 바로 그 때문에, 내 시가 더욱 아름다우리라는 점에 주목하시라. 그대는 두 손으로 오름대 동맥과 부신 피막을, 그러고는 감정을 만지리라! 처음 다섯 개의 이야기는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내 작품의 현관이요, 건축의 기초요, 내 미래 시학의 예비 설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가방을 잠그고 상상의 나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문학의 진지한 애호자들에게, 분명하고도 정확한 개괄의 간략한 초안으로, 내가 추구하기로 결심한 목적을 알려야 할 의무를 스스로 짊어졌다. 결과적으로, 이제 내 작품의 종합적인 부분이 완전하며, 충분하게 설명되었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바로 그 종합 부분을 통해 그대는 내가 인간과 인간을 창조한 그자를 공격하자고 제안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으로서는, 그리고 향후로도, 그대가 더 많이 알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고찰은 쓸데없는 일로 보이는데, 그런 고찰이, 정말이지, 더욱 광범하다곤 해도 결국 동일한 또하나의 형식 아래, 오늘의 끝이 그 첫번째 전개를 보게 될 명제의 진술을 되풀이하게 할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소견으로부터, 내 의도는 이제부터 분석적 부분에 착수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점은 매우 진실이어서, 단지 몇 분 전에 나는 그대가 내 피부의 땀샘에 갇혀서, 사정을 숙지하는 가운데, 내가 주장하는 바의 성실성을 확인하라고 열렬한 소망을 표명하였다. 내 정리(定理)에 포함되어 있는 입론을 떠받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 증거는 존재하며, 중대한 이유가 없이는 내가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나 자신이 그 일원이기도 한 (이 점만 지적해도 내 말의 정당성이 확보되리라!) 인류와 섭리에 대향해서 내가 가혹한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고 그대가 나를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나는 목구멍을 크게 열고 웃는다. 나는 내 말을 거두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내 말을 정당화하는 것은, 진실 이외의 다른 야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나는 삼십 쪽짜리 짧은 소설을 지으려 한다. 이 분량은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늘지도 줄지도 않을 것이다. 내 여러 이론이 공인되어 어느 날이나 다른 날에 이런저런 문학형식이 받아들이는 것을 조속하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나는 얼마큼 모색을 한 뒤 결정적인 표현형식을 발견하였다고 믿는다. 최고의 형식이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혼종성 서문은 우선 자기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지 별로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말하자면,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별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주목할 만한 당혹감은 책이나 소책자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마땅한테. 나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사실 내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덜한 것을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나중에, 몇몇 소설이 출판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는 매연빛 얼굴을 지닌 배교자의 서문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리세는 제6학급에서 시작하여 수사학급으로 끝나는 6년제 학교로, 제4학급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2) 현재 베트남 남부의 델타와 메콩 지역에 해당하는 지방을 부르던 지명으로, 19세기에는 관용적으로 프랑스령 베트남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5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댓글:  조회:197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다섯번째 노래(끝)       (7) "밤마다, 잠이 가장 높은 강도에 도달하는 시간에, 대형종 늙은 거미 한 마리가,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에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밀지요.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나 않는지 알려고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곤충의 형태를 둘러쓰고 있는 걸 볼 때, 만일 그 간나가 여러 차례의 빛나는 의인화로 문학의 보고를 넓혀주고 있다고 우기면, 그런 간나라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주둥이를 붙여주는 일 정도야 할 수 있지요.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의 침대를 향해 전진합니다. 놀랄 일이지요! 잠과 악몽을 물리치는 나는 그게 내 비단 침대의 흑단 다리를 따라 기어올을 때. 내 몸 전체가 마비되는 느낌이지요. 그게 여러 개의 다리로 내 목을 끌어안고 그 배로 내 피를 빤다고요. 아주 단순해요! 그 간나가 가장 훌륭한 원인이라는 말에 걸맞는 끈질김으로 똑같은 일을 수행한 이후로, 여러분들이 이름도 모르는 주홍빛 액체를 몇 리터나 마시지 않았던가! 내가 그 간나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그것이 내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부주의하여 그 간나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나? 그 새끼들을 빼앗았던가? 이 두 가정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어서 진지한 검토을 감당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라도 조롱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 입술에 미소를 떠올릴 가치조차 없습니다. 조심해라. 타란토의 검은 독거미야, 너희 행태가 반박할 수 없는 삼단노법을 핑계로 삼지 못하면, 어느 날 밤 나는 빈사의 의지로 안간힘을 다하여 소스라쳐 깨어 일어나, 내 사지를 부동의 속박 속에 묶어놓은 네 마력을 깨뜨리고, 너를 내 손가락뼈 사이에 집어넣어 한 덩어리 물렁한 물건처럼 짓이겨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네 발이 꽃피는 내 가슴 위로, 그리고 거기서부터 내 얼굴을 덮고 있는 피부까지 기어오르도록 내게 허락해주었고, 그래서 결국 너를 구속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 없다는 생각이 막연히 떠오른다. 오! 누가 내 헝클어진 기억을 풀어줄 것인가! 나는 내 남은 피를 그에게 주어 보상하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광란의 잔치에서 적어도 술잔 하나의 절반을 채울 만큼은 있다." 그는 말하며, 내리 옷을 벗는다. 그는 한 다리를 매트리스에 걸치고 다른 다리로는 사파이어 마루를 누르며 일어서려 하면서도, 수평자세로 길게 늘어져 있다. 그는 자기 적을 당당하게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매순긴 그는 똑같은 결심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결심은 줄곧 제 숙명적인 약속의 설명할 수 없는 이미지에 의해 무산되지 않을 것인가? 그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체념한다. 그에게 맹세는 신성한 것이 아닌가. 그는 비단의 주름 속에 장엄하게 감싸여, 자기 방 커튼의 금색 매듭장식을 얽어 묶는 일조차 없이, 제 긴 흑발의 물결치는 컬을 비로드 방석의 술장식에 올려놓고, 독거미가 제 두번째 보금자리 삼아 깃드는 게 습관이 된, 목의 널따란 상처를 손으로 더듬는데,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여실하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그와 함께 기대하시라!) 이날 밤 저 무한한 흡혈의 마지막 상연을 보리라는 것이나. 그의 유일한 소원은 형리가 그의 존재를 결단내주는 것, 곧 죽음이기 때문이며, 그는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 대형종 늙은 거미를 보시라. 그 간나는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의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민다. 우리는 이제 이야기 속에 있지 않다.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 않는지 알려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아아! 타란토의 독거미를 바라보는 자에 관해 말한다면, 우리는 이제 현실에 도달했으며, 문장마다 그 끝에느낌표를 찍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현실이 면제되는 것은 필경 아니다!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바야흐로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고독한 인간의 침대를 향해 전진한다. 잠시 간나가 멈춰 선다. 그러나 이 망설임의 순간은 짧다. 거미는 아직 고문을 멈출 시간이 아니며, 먼저 죄인에게 형벌이 종신형으로 결정된 그럴 듯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혼자 생각한다. 간나는 잠든 자의 귓등으로 기어올랐다. 만일 거미가 하게 될 말을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들은 저마다 정신의 주랑을 막고 있는 무관계한 잡일들을 치워버리고, 최소한 내가 여러분들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감사하게 여기고, 여러분들의 진정한 주목을 자극하기게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극적인 장면에 온몸으로 임석하시라. 내가 이야기하려는 사건들을 나 혼자만을 위해 간직하겠다고 고집하면 누가 막겠는가? "다시 일어나라, 지나간 날들의 사랑스러운 불꽃이여, 육탈한 해골이여, 정의의 손을 멈출 시간이 왔다. 우리는 너에게 네가 희망하는 설명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우리의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사지를 움직이진 말아라, 너는 오늘도 우리의 동물자기최면술 아래 놓여 있고, 뇌의 무기력상태는 계속된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엘스뇌르1)의 얼굴이 네 상상력에 어떤 인상을 심었는가? 너는 그를 잊었구나! 그리고 저 레지날은 그 열띤 거동으로 네 충실한 뇌에 어떤 흔적을 새겼는가? 커튼의 주름 속에 감춰진 그를 보라. 그의 입은 네 이마을 향해 기울었으나, 감히 너에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가 나보다 더 겁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네 젊은 날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여, 너를 기억의 길로 다시 데려가려 한다---" 오래전에 거미가 배를 여니, 거기서 두 소년이 푸른 옷을 입고, 저마다 손에 불타는 칼을 쥐고 튀어나와, 그때부터 잠의 성소를 지키려는 듯 침대 양쪽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자기에게 명령이라도 떨어진 듯이 깨어 일어나, 두 천사의 자태가 팔을 얽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다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잠자리 밖으로 팔다리를 천천히 차례차례 끌어낸다. 얼어붙은 피부를 덥히려고 고딕 벽난로에서 다시 타오로는 잔불로 간다. 속옷 한 장이 그의 몸을 가리고 있다. 그는 마른 입천장을 축이려고 눈으로 크리스털 물병을 찾는다. 차의 덧문을 연다. 창틀에 몸을 기댄다. 그는 황홀한 원추형 빛다발을 제 가슴에 퍼붓는 달을 오래 바라본다. 그 빛다발에서는 어떤 지울 수 없는 고통의 은빛 원자들이 자벌레나방들처럼 파닥거린다. 그는 아침의 여명이 찾아와, 무대배경을 바꿈으로써, 뒤집힌 제 가슴에 하잘것없는 위로라도 안겨주기를 기다린다.       1) '엘스뇌르'는 비극 의 무대인 엘시노어 성을, 뒤에 나오는 '레지날'은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를 연상하게 한다.   다섯번째 노래 끝  
4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댓글:  조회:208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다섯번째 노래(6)       (6) 조용히 그대 엎으로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그대의 슬개골 한 쌍을 땅을 향해 구부리고 무덤 저편의 노래를 부르시라. (그대가 내 말을 제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엄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순한 명령법으로 여긴다면 그대는 재기(才氣)를, 그것도 최상의 재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대는 이런 식으로 삶의 피곤을 풀려고 무덤구덩이로 가는 망자의 혼백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해줄 수 있다. 그 점은 나에게 확실하기까지 하다. 그대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까지는 내 의견과 정반대일 수 없다고는 내가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하시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중요한 것은 도덕의 기초에 관한 올바른 개념을 가져, 저마다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해주도록 명령하는 원칙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사제가 선두에서 행렬의 앞자리를 열며, 손에 평화의 상징인 백기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남녀의 성기를 나타내는 황금 표장을 드는데, 이 육체적 기관이 대부분의 경우 그 사용자들에게서 우리의 거의 모든 악을 야기하는 알려진 정열에 맞서 적절한 반응을 낳기는커녕,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목적을 위해 그걸 맹목적으로 조작할 때, 그들의 손에서 매우 위험한 도구가 된다는 점을, 순전히 은유로 이루어진 추상으로, 지적하려는 것 같다. 그의 등 아랫부분에 말총이 무성한 말의 꼬리가 하나 붙어 있어서(물론 인공적으로), 흙먼지를 뚫고 간다. 고리는 우리의 악행에 의해 동물의 반열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다. 관은 제가 갈 길을 알고 있어서, 위로자의 나풀거리는 사제복을 뒤따라서 행진한다. 망자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자기들의 위치를 뽐내며, 행렬의 뒷자락을 닫기로 결심했다. 행렬은 난바다를 가르는 선박처럼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며, 침몰 현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시간에 태풍과 암초는 그것들의 설명할 수 없는 부재보다 더 미미한 어떤 것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들과 두꺼비들이 몇 걸음 떨어져서 죽음의 잔치를 뒤따른다. 저들도 역시 누구의 장례건 자기들의 겸손한 참례가 어느 날인가는 보답을 받게 될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저들은 낮은 목소리로 자기들의 생생한 언어를 통해 (이 사심 없는 조언을 여러분들에게 건넬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 바라며, 여러분들은 너무 잘난 체하며 자신들만이 마음속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귀중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지 마시라) 그 사람이 초록 들판을 달리며 모래 깔린 만의 푸른 파도에 팔다리의 땀을 적시는 것을 자기들의 눈으로 여러 번 목격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 삶은 그에게 아무런 속셈도 없이 미소를 짓는 것 같았으며, 멋지게도 꽃으로 관을 씌어주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지성 그 자체가 어린 시절의 문턱에 그가 멈춰 있음을 알아차린다기보다 짐작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필연적 전언철회가 발생할때까지는, 내 엄밀한 증명의 서론을 계속 써나갈 필요가 없다. 열살, 손가락 숫자를, 어디가 다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본뜬 숫자,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이런 경우에, 나는 진리에 대한 여러분들의 사랑에 기대어, 여러분들이 나와 함께 단 일초도 더 지체하지 않고 그것은 적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한 인간 존재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희망도 품지 않고, 이 지상에서 파리나 잠자리만큼 속절없이 사라지게 하는 저 암울한 신비를 간략하게 성찰할 때, 아마도 나 자신이 이해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잘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 내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한다는 통렬한 한을 품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그러나, 내가 공포에 가득차서 앞 문장을 시작한 저 먼 시간 이래로, 어떤 비상한 우연에 의해 아직도 생명을 잃지 않은 것이 증명된 이상, 특히 지금처럼 이런 위압적이고 접근할 수 없는 질문을 다루어야 할 때, 나의 근본적인 무기력에 대해 완전한 고백을 조립하는 것이 여기서 불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지극히 상반되고, 때로는 호의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종류의 조합에 겉보기에 지극히 어울리지 않는, 그리고 맹세코, 이런 개인적 만족을 누리는 작가의 문체에 영원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부엉이의 불가능하고 잊을 수 없는 모습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사물들이 그것들 본래의 속성 속에 감추고 있는 닮음과 상이함을 탐구하려는(그러고는 뒤이어 발표하려는) 우리의 매력적인 경향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기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를 이끄는 흐름을 따르자. 붉은솔개는 말똥가리보다 비례적으로 더 긴 날개를 가졌으며, 비상이 훨씬 용이하다. 그래서 평생을 공중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는 거의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일 광막한 공간을 누빈다. 그런데 이 거대 운동은 사냥 연습도, 먹이 쫓기도 전혀 아니며, 심지어 정찰조차도 아니다. 놈은 사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은 놈의 자연상태이며, 놈이 좋아하는 상황이다. 그가 수행하는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 길고 좁은 날개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방향 전환을 지시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꼬리이며, 꼬리는 틀리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는 애쓰지 않고 비상하고, 사면으로 미끄러지듯 하강한다. 난다기보다 차라리 춤추는 것 같다. 비행속도를 높이고, 줄이고, 멈추고, 몇 시간 동안 내내 같은 자리에 매달린 듯이 혹은 고정된 듯이 쉰다. 그의 날개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다. 여러분들의 눈을 화덕의 문처럼 연다고 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붉은솔개가 보여주는 비행의 아름다움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련처럼, 뚜껑이 열린 관 위로 천천히 솟아오르는 어린아이 모습의 아름다움 간에 내가 말하는 관계를, 그게 비록 멀긴 하지만, 대번에 알아차릴 수 없다고 어렵잖게 (약간은 마지 못해서라도) 고백할 수 있는 양식(良識)이야 저마다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 웅크리고 있는 고의적 무지와 관련해서, 뉘우침의 결여라고 하는 고정된 상황이 초래하는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빈정거리는 비유에서 서로 비교되는 두 항목간의 관계, 차분한 위엄을 지닌 이 관계는 이미 너무나 일반적일 뿐더러 충분히 이해될 만한 상징이어서, 변명라고는 거기 걸려든 모든 대상이나 풍역에 불공정한 무관심의 깊은 감정을 초래하는 저 동일한 통속성밖에 가질 수 없음에 나는 더욱더 경악한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감탄을 깨워내어 그 주목을 받게 되어 있다는 듯이! 묘지의 입구에 도착해 행렬이 급히 걸음을 멈추니, 그 의도는 더 멀리 가지않으려는 것이다. 묘지기가 묘혈 파기를 끝내고, 사람들이 이런 경우에 바치게 되는 온갖 조심성을 다 바쳐 관을 내려놓는다. 몇 삽의 흙이 뜻하지 않게 날아와 아이의 몸을 덮는다. 어느 종교건 종교의 사제가 감동받은 참석자들 한가운데서 죽은 자를 참례자들의 상상력 속에 더 잘 매장할 수 있도록 몇 마디 말을 한다. "그가 말하기를 이런 쓸데없는 행위에 이렇게 눈물을 많이들 흘리는 것을 보고 놀랐단다. 말한 그대로다. 그러나 그는 바로 자기가 의론의 여지가 없는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정의할 수 없어서 겁이 난단다. 그는 죽음이 그 본바탕에서 볼 때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망자의 수많은 친척들과 친구들의 정당한 고통을 더욱 덧나게 하지 않기 위해 자기 임무를 거부하였을 터이지만, 어떤 은밀한 목소리가 그들에게 몇 가지 위로를 주라면서, 머지않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이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열핏 보게 하는 데 불과할지라도 그 위로란 것이 쓸데없는 짓은 아닐 것이라고 알려주었단다"1) 말도로르는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달아나고 있었는데, 묘지의 담을 향해 그 주행 방향을 잡는 것 같았다. 그가 탄 준마의 발굽은 제 주인의 주변에 두터운 먼지로 가짜 왕관을 일으켰다. 여러분들, 여러분들은 그 기사의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의 백금 얼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비록 그 얼굴 밑에야 독자가 제 기억에서 제거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예의 망토에 완전히 둘러싸여 두 눈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지만, 연설의 한 중간에서, 종교의 사제가 갑자기 창백해지는 것은, 자기 주인을 결코 떠나지 않은 저 유명한 백마의 고르지 않은 질주 소리를 그의 귀가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내 믿음은 큽니다. 그때 우리들은 영혼과 육체의 잠정적인 분리에 어떤 의미를 결부해야할지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지상에서 삶을 얻는 자는 환상의 품에 안겨 흔들리고 있는 것이니, 그 환상의 증발을 가속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질주 소리가 점점 더 커졌으며, 기사가 지평선을 옥죄며, 회오리바람처럼 재빠르게 시선 속에, 묘지의 출입구로 둘러싸인 시야에, 들어오자, 종교의 사제는 더욱 장중하게 말을 잇는다. "여러분들은 질병에 의해 삶의 첫 단계밖에는 알지 못하도록 강요을 받은, 묘혈이 방금 그가슴에 받아들인 이 아이가 의심의 여지 없이 살아 있는 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씩씩한 말에 실린 모호한 실루엣으로 여러분들의 눈에 들어오는 저 사내,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이윽고 히스 덤불 속으로 사라질 것이기에, 여러분들의 눈으로 가능한 한 재빨리 똑바로 보아두라고 내가 권하는 저 사내는, 아무리 많이 살았더라도, 진정으로 죽은 유일한 자라는 점만은 알아두십시오."       1) 사제의 말은 간접화법으로 인용되었으며 문장 사이에 지문도 섞여 있지만 로트레아몽은 앞뒤에 따음표를 붙이고 있다.
4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댓글:  조회:201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다섯번째 노래(5)       (5) 오, 이해할 수 없는 남색자들아, 너희들의 큰 타락에 욕설을 던질 자는 내가 아니다. 너희들의 깔대기형 항문에 모멸을 던지게 될 자는 내가 아니다. 너희들을 공격하는, 수치스러운, 거의 치유할 수 없는 이런저런 병이 피할 수 없는 징벌을 짊어지고 너희에게 덤벼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보 같은 제도의 입법자들, 편협한 도덕의 발명자들, 그자들을 내게서 멀리 치워라. 나는 불편부당한 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 청소년들, 아니 차라리 젊은 처녀들아, 어떻게 그리고 왜(그러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라. 나도 역시 내 열정에 저항할 수 없으니까) 복수가 너희들의 마음에 싹터올라 인류의 옆구리에 그와 같은 상처의 관을 씌우게 되었는지 나에게 설명해다오. 너희들은 그 행동거지로(나야, 존경하지!) 인류에게 제 자식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게 한다. 너희들의 매음은, 아무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몸을 바쳐, 가장 심오한 사상가들의 논리를 실행하며, 한편으로 너희의 과도한 감수성은 여자들까지 한도를 넘어 아연실색케 한다. 너희들의 본성은 너희 동유들의 본성보다 덜 지상적인가 아니면 더 지상적인가? 너희는 우리에게 없는 제육감(第六感)을 지녔는가? 거짓말하지 말고 너희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라. 내가 너희들을 심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관찰자로서 너희들의 창대한 지성과 사귀어온 이래로,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내 왼손으로 축복을 받고, 내 오른손으로 성화될지어다. 내 보편적인 사랑의 보호를 받는 천사들아. 나는 너희 얼굴에 입맞춘다. 너희 가슴에 입맞춘다. 내 달콤한 입술로 조화롭고 향기로운 너희 육체의 가지가지 부분에 입맞춘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너희들이 무엇인지 나에게 곧바로 말하지 않았는가. 드높은 정신적 아름다움의 결정들아. 너희들의 억눌린 심장의 고동이 감추고 있는 다정과 청순의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을 내 스스로 알아차렸어야 했다. 장미와 쇠풀 화환으로 장식된 가슴이여, 너희들의 두 다리를 반쯤 벌려 너희들을 알아보고 내 입술을 너희 부끄러움의 휘장에 걸어두어야 했다. 그러나 (중대한 충고사항) 너희 음부의 피부를 매일 깨끗한 물로 씻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내 감질내는 입술의 위아래로 갈라진 접합부에 성병 궤양이 어김없이 돋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 우주가 하나의 지옥은 아니라도, 하늘의 광대한 항문일 뿐이라면, 내가 하복부 쪽을 놀려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라. 그렇다. 나는 그 피투성이 괄약근을 뚫고 내음경을 쑤셔박아 사나운 동작으로 그 골반 내벽을 깨뜨렸으리라! 불행이 그때 앞 못 보는 내 두 눈 위에 유사(流沙) 둔덕을 모조리 날려보냈다. 나는 진실이 잠들어 누워 있는 지하의 장소를 발견했어야 하고, 끈적거리는 내 정액의 강물도 그처럼 대양을 찾아내어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그러나 왜 나는 상상적인 상황을, 게다가 나중에라도 실현의 도장이 결코 찍히지 않을 상황을 아쉬워하고 자빠졌는가? 덧없는 가설을 쌓아올리려고 무심하지 말라. 그동안에 나와 침대를 같이 쓰겠다는 열정에 불타오르는 자가 나를 찾아오기 바라지만, 나는 내 환대에 엄격한 조건을 단다. 열다섯 살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 그쪽에서도 내가 서른 살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나이 감정의 강도를 줄이지는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내 머리가 눈처럼 하얗게 된다하더라도, 그것은 노쇠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이유 탓이다. 나로 말하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웅동체(雌雄同體)들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나를 닮은 존재들이 필요하며, 그 이마 위에 인간의 고결함이 더욱 또렷하고 지울 수 없는 글자로 새겨져 있어야 하리라! 긴 머리칼을 지닌 여자들이 나와 본성이 같다고 확신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내 의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짭짤한 침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누가 그걸 빨아서 내게서 없애주려 하겠는가> 그게 올라온다. 그게 그치지 않고 올라온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안다.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자들의 피를 목구멍 가득 마시고 났을 때(나를 흡혈귀라고 가정한다면 옳지 않은 것이 무덤에서 나오는 죽은 자들이나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살아 있다). 이튿날 그 일부를 입으로 토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악취나는 침에 대한 설명이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악덕으로 약해진 신체기관이 영양섭취의 완수를 거부하는 판에? 그러나 내 속내의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폭로하지 말라. 너희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비밀의 위엄이 미지의 전자기(電磁氣) 끌려 나를 모방하려고 시도하게 될 사람들은 의무와 미덕의 한계 안에 붙잡아 두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들이 내 입을 바라보겠다는 친절한 마음을 꼽는다면(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더 긴 예절의 정식 표현을 사용할 시간이 없다). 내 입이 그 구조의 외양으로 대번에 너희들에게 충격을 출 터이니, 너희의 비유에 뱀을 집어넣을 것까지도 없다. 그것은 내가 입의 근육조직을 최소축척까지 압축하여 내가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임을 믿게 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그 성격이 정반대임을 모르지 않는다. 내가 이 천사 같은 페이지를 통하여, 내 글을 읽고 있는 자의 얼굴을 어찌 바라볼 수 없겠는가. 그가 사춘기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가까이 올지어다. 나를 꼭 끌어안고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겁먹지 말라. 우리 근육의 유대를 차츰차츰 긴밀하게 조이자. 좀더. 이런 요구를 하는 것조차 쓸데없는 짓 같다. 여러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 종잇장의 불투명함은 우리의 완전한 결합작업을 방해하는 가장 현저한 장애다. 나로서는 중학교의 가장 창백한 소년들과 공장의 허약한 아이들에게 파렴치하게도 늘 변덕스러운 사랑을 느껴왔다! 내 말은 어떤 꿈의 어렴풋한 기억이 아닌바, 만일 내 고뇌에 찬 주자의 진실성을 확증할 수 있을 사건들을 너희들의 눈앞에 내보여야 할 의무가 내게 부과된다면, 내게는 몰아내야 할 추억들이 너무나 많으리라. 인간세상의 사범은 그 요원들의 의론의 여지 없는 능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는 않았다. 나는 심지어 내 정열에 충분하게 몸을 바치지 않았던 한 남색자를 살해하기까지하여(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그 시체를 버려진 우물에 던졌으나, 나를 압박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왜 공포에 떨고 있느냐, 내 글을 읽는 소년아! 내가 그대에게도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싶어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더할 나위 없이 부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대는 옳다. 나를 믿지 말라, 특히 그대가 아름답다면, 내 국부는 영원토록 발기의 음울한 광경을 보여준다. 어느 누구도(게다가 그리도 많은 사람이 거기에 접근하지 않았던가!) 내 국부가 평시와 평온한 상태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착란의 순간에 내 물건에 칼질을 했던 구두닦이까지도, 배은망덕한 놈!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청결이 그런 결정의 중요한 동기는 아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구성원들이 며칠 후에는 길어지는 전투중에 소멸할 것이다. 실제로, 어느 지역이건 내가 몸을 담으면, 그들은 끊임없이 모습을 내보여 나를 괴롭히고 내 발거죽을 핥겠다고 찾아 온다. 그러나 도대체 내 정액은 한 방울 한 방울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녔기에 후각신경으로 숨을 쉬는 것 일체를 자기에게 끌어 모으는가! 그들은 아마존 강가에서 오고, 갠지스 강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고, 극지의 지의(地衣)를 버리고 나를 찾아 기나긴 여행을 완수하며, 움직일 줄 모르는 도시들에게 묻는다. 잠시라도 그 성벽을 따라, 산맥의, 호수의, 희스의, 숲의, 곶벼랑의, 광막한 바다 냄새를 풍기는 그 성스러운 정액을 지닌 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냐고! 나를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나는 그들의 열기를 붇돋우기 위해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장소에 비밀리에 몸을 숨긴다) 그들을 지극히 유감스러운 행동으로 몰고 간다. 그들은 양 진영에 삼십만 명씩 갈라서고, 대포들의 울부짖음이 전쟁의 서곡 노릇을 한다. 전투대형의 양 날개가 동시에 요란을 떠는 모양이 마치 한 사람의 전사와 같다. 방진(方陣)이 짜였다가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서지 않는다. 놀란 말들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포탄이 가차없는 유성처럼 땅을 갈아엎는다. 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조용한 달이 구름의 찢어진 틈 사이로 나타날 때, 전투 현장은 살육의 광막한 들판에 지나지 않는다. 몇십 리에 걸쳐 시체로 덮인 공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며, 이 별 위에 뜬 안개 같은 초승달은 섭리가 내게 점지한 설명할 수 없는 마법의 부적 탓에 초래된 참담한 결과들을 잠시 심오한 성찰의 주제로 삼으라고 나에게 명령한다. 불행하게도 내 음험한 함정이 인류을 전멸시키기까지는 아직도 몇 세기가 더 필요할 것이다! 날렵하나 허풍을 떨 줄 모르는 한 정신이 자기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맨 먼저 물리칠 수 없는 장해를 지닌 것 같은 그런 수단을 하용하는 방법이 이와 같다. 날마다 내 지성은 이 압도적인 문제를 향해 상승하고, 너희들은 스스로 증인이 되어 내가 최초에 다루려고 의도했던 하찮은 주제에 더는 내 지성이 머무를 수 없음을 목도한다. 마지막 말--- 겨울밤이었다. 전나무숲에서 삭풍이 휘파람 불 때, 창조주는 어둠 한 가운데에 문을 열어 한 남색자를 들어오게 했다.  
4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댓글:  조회:170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다섯번째 노래(4)       (4) - 아니, 도대체 누가!---- 아니 도대체 누가 감히 여기서 내 검은 가슴께로 제 몸마디(體節)를 음모자처럼 끌고 오는가? 자네가 누구건, 이 별쭝맞은 피톤1), 어떤 핑계로 자네의 우스꽝스러운 출현을 변명하려는가? 자네를 괴롭히는 것은 막막한 회한인가? 이보게, 보아뱀, 자네의 야성적 위엄은 추측건대, 내가 그걸 범죄자들의 생김새와 견주더라도 그 비교에서 벗어나려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품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일세. 그 거품이 이는 희멀건 침은 내가 보기에 격노의 표지일쎄. 내 말을 듣게: 자네의 눈이 하늘의 광선을 빨아들이기는 요원하다는 것을 아는가? 내가 무언가 위로의 말을 베풀 수 있다고 자네의 시건방진 두뇌가 믿었다면, 그것은 관상학적 지식이 완전히 결여된 무지의 소치로만 가능한 일인 것을 잊지 말게. 잠시 동안, 물론 마음껏, 내가, 다른 사람도 그러듯이, 내 얼굴이라고 부를 권리가 있는 것 쪽으로 자네의 두 눈빛을 움직여보게나! 그게 얼마나 눈물에 젖어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자네가 오해한 것이지. 이 바질릭2) 자네는 저 가련한 분량의 위안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네. 내 근본적인 무력함이, 내 선의의 수많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 자네한테서 거두어버렸으니. 오! 어떤 힘이 표현 가능한 문장을 빌려 숙명적으로 자네를 패망으로 몰아갔는가? 내 한번 발꿈치를 찍어 자네 삼각형 머리의 뒤로 젖혀지는 곡선을 붉게 물드는 잔디에 처박아, 사바나의 풀과 짓이겨진 자의 살덩이로 이름 모를 반죽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그대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런 추론에 내가 익숙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네.   - 내게서 멀리 어서 빨리 사라지게. 창백한 얼굴을 가진 이 죄덩어리야! 공포 유발의 아슬아슬한 신기루가 바로 자네의 유형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 무례한 의혹을 쓸어버리게,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고발하여, 파충류잡이 사식조(蛇食鳥)의 판단에 따라 반드시 증명될 항의를 자네에게 던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야. 상상력의 어떤 괴이한 착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가! 도대체 자네는 내가 카오스로부터 삶 하나를 떠오르게 하는 은사(恩賜)로 자네에게 베풀어주었던 막중한 봉사들이며, 자네 쪽에서도, 죽을 때까지 내 깃발을 떠나지 않고 내게 충성하겠다던 영원히 잊지 못할 그 맹세를 상기하지 않는 것인가? 자네가 아이였을 때(자네의 지성은 그때가 전성기였지), 자네는 맨 먼저 피레네산의 영양과도 같은 속력으로 언덕에 기어올라 그 작은 손을 흔들어 태어나는 새벽의 영롱한 빛살에 인사를 했지. 자네 목소리의 음조는 다이아몬든 빛을 뿜는 진주들처럼 자네의 낭랑한 후두에서 솟아올라서 그 집단적 개성을 긴 예배 찬송가의 비브라토 집합체로 녹여내곤 했지. 이제 자네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인내심을 진창에 더럽혀진 누더기처럼, 발밑에 내던지는구먼. 감사하는 마음은 제 뿌리가 늪의 밑바닥처럼 메말라가는 것을 보았건만, 그 대신에 야망이 형언하기도 괴로운 비율로 성장하는군. 내 말에 귀를 기울리는 녀석은 어떤 녀석인가. 자기 자신의 허약함을 남용하면서 이리도 자신만만하다니?   - 그리고 자네는 누구지. 이 뻔뻔한 실체 자네는? 아니지!--- 아니지!--- 나는 틀리지 않아. 자네가 다양한 변신의 힘을 빌리더라도 항상 자네의 뱀 대가리가 내 눈 앞에서 영원한 불의와 잔인한 지배의 등대처럼 번쩍거릴 거야! 그는 명령의 고삐를 쥐고 싶어했으나 그는 지배할 줄을 몰라! 그는 창조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어했으며, 성공했다. 그는 저 혼자 우주의 군주임을 증명하고 싶어했는데, 그가 틀린 것이바로 그 점이지. 오, 가련한 존재야! 자네는 저 불평과 음모에 귀기울리려고 지금 이 시간까지 기다렸는가? 지구의 표면에서 동시에 올라와 그 사나운 날개로 자네의 찢어지기 쉬운 고막의 나비 모양 테두리를 싹둑 잘라갈 저 소리들에,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네. 내 팔이, 자네의 숨결 때문에 독기 뿜는 먼지 속에 자네를 자빠뜨린 다음 자네의 내장에서 그 해로운 생명을 뽑아버리고, 뒤틀리지 않은 곳 없는 시야를 경악으로 습격하고, 말도 못하는 그 혀를 그의 입천장에 못박아놓는 이 퍼덕거리는 살덩이와 비교되어야 할 것은, 누구라도 내정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오직 노화로 쓰러진 떡갈나무의 썩은 둥치밖에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줄, 그날이! 어떤 연민의 생각이 자네 모습 앞에 나를 붙잡아놓는가! 내 자네에게 말하거니와, 자네가 차라리 내 앞에서 물러나서, 헤아릴 수도 없는 그 치욕을 갓 태어난 아이의 핏속에 씻으러 가게. 자네의 습성이 어떤 것인지 보라고. 그게 자네한테 어울리는 거지. 가게--- 줄곧 앞으로 걸어가게. 자네한테 방랑의 형을 선고하네. 자네한테 홀로 가족도 없이 살 것을 선고하네. 끊임없이 길을 가게. 자네의 두다리가 자네를 지탱해주길 마침내 거부하도록. 사막의 모래벌판을 가로지르게. 세계의 종말이 허무 속에 별들을 삼킬 때까지. 자네가 호랑이 소굴 근처라도 지나가게 되면, 놈은 서둘러 달아날 걸세. 이상적인 패덕의 좌대 위에 높이 올라앉은 저 자신이 성격을, 마치 거울에 비춰보듯, 보지 않으려고. 그러나 강압적인 피로가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덮여 있는 내 궁전의 포석 앞에어 자네 발걸음을 멈추라고 명령할 때는 누더기가 된 자네의 샌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관의 우아함을 차례차례 발끝으로 넘게. 이건 쓸데없는 충고가 아니냐. 자네는 옛 성채의 토대를 따라 뻗은 납빛 지하묘지에 잠든 내 젊은 아내와 어린 나이의 내 아들을 자칫 깨울 수도 있으니까. 자네가 미리 조심하지 않으면, 그들이 지하에서 소리를 내질러 자네를 하얗게 질리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자네의 완고한 의자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았을 때, 그들은 권력이라는 게 무섭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 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작별인사는 나에게 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주었지). 자네의 섭리가 그 정도로 냉혹하게 나타나리라고는! 그거야 어떻든, 에메랄드 장식판이 둘린, 그러나 문장(紋章)들의 빛이 바랜, 내 선조들의 영예로운 조상(彫像)들이 쉬고 있는, 이 버려지고 적막한 홀을 재빨리 건너가게. 그 대리석 상들은 자네에게 화가 나 있지. 그들의 흐릿한 시선을 피하게. 이게 바로 그들의 유일하고 마지막인 후손의 혀가 자네에게 베푸는 충고일세. 그들의 팔이 어떻게 도발적인 방어자세로 들어올려 있는지. 그들의 머리가 얼마나 뜨겁게 뒤로 젖혀져 있는지 살펴보게. 분명코 그들은 자네가 네게 저지른 악행을 눈치챗으니, 이 조각된 돌덩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얼어붙은 좌대의 손닿는 곳을 지나간다면, 복수가 자네를 기다리지.자네의 방어가 내게 무언가 반박하라고 요구한다면, 말하게. 지금 울기에는 너무 늦었네. 호기가 왔을 때, 더 적절한 순간에 울었어야지. 마침내 자네의 눈이 뜨였다면, 자네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하게. 잘 가게! 나는 절벽의 미풍을 들이마시러 가겠네. 내 허파들이 반쯤 숨이 막혀 자네보다 더 침착하고 더 고결한 광경을 보고 싶다고 거대한 목소리로 욕하지 않는가!       1) 피톤은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출생을 저지하려다 실패하고, 그의 손에 살해된 뱀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왕뱀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뱀을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2) 그리스 신화에서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괴물 뱀.  
4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댓글:  조회:122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다섯번째 노래(3)       (3) 인간 능력의 단속적 소멸: 당신의 사고가 무엇을 상정하려들었건 간에, 이것은 적절한 말이 아니다. 적어도, 다른 말처럼 적절한 말이 아니다. 산 채로 제 껍질을 벗겨달라고 형리에게 탄원하면서, 정당한 행위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 손 들어보라. 자진하여 죽음의 총탄에 가슴을 바치는 자, 쾌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보라. 내 눈은 상처의 흔적을 찾으리라. 내 열 손가락은 그 주의력 전체를 집중하여 이 별난 자의 육체를 조심스럽게 만지리라. 나는 뇌수가 흩어져 내 이마의 비단 위에 튀어 박힌 것을 학인하리라. 이런 순교를 사랑하는 한 인간은 전 세계를 다 털어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나는 웃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데, 정말이지 나 자신이 그것을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엔가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려는 사람을 볼 일이 생겼는데, 그때도 내 두 입술이 넓게 벌어지지 않으려고 장담한다면 얼마나 경솔한 짓이겠는가? 자기 생존을 위해서는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고르지 못한 운수 탓에 내 앞에 떨어졌다. 내 육체가 고통의 호수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거야 괜찮다. 그러나 응축되고 지속적으로 긴장된 성찰 탓에 내 정신이 잦아들어간다. 그 울부짖는 꼴이 마치 육식 홍학과 굶주린 왜가리떼가 물가의 골풀 군락을 습격했을 때의 늪 속 개구리떼나 다름없다. 털오리의 가슴에서 뽑아낸 깃털 침대에서 편안하게, 제 속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잠든 자에게 복이 있도다. 내가 아직도 잠들지 못한 지 삼십 년이 넘었구나. 발설할 수 없는 내 탄생일 이후로, 나는 저 잠을 싣고 있는 널빤지에 화해할 수 없는 증오를 서약했다. 그것을 원했던 것은 바로 나,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서둘러라, 유산된 의혹을 버려라. 내 이마에서, 이 창백한 화관을 알아보겠는가? 야윈 손가락으로 이 관을 짠 것은 완강함이었다. 타오르는 수액의 잔재가 녹은 쇳물의 분류처럼 내 뼛속으로 흐르는 동안은, 나는 한숨도 자지 않으리라. 밤마다, 나는 창유리 너머로 내 창백한 눈을 별에 강제로 붙박는다. 마음을 놓을 수 있도록, 나뭇조각 하나가 부어 오른 내 눈 눈까풀을 벌려놓는다. 새벽이 다시 오면, 새벽은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차가운 석고 벽에 몸을 수직으로 기대고 서 있는 나를 다시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꿈을 꾸는 일이 일어나지만, 단 한 순간이라도 내 인격에 대한 생생한 느낌과 자유로운 운동능력은 잃지 않는다. 인광이 일어나는 어둠의 모퉁이에 숨어 있는 악몽, 곰배팔로 내 얼굴을 더듬는 열병, 피 흐르는 발톱을 곧추세우는 한 마리 한 마리 더러운 짐승, 그러니까, 저 자신의 영원한 행위에 안정된 먹이를 주기 위해 저것들을 빙빙 돌게 하는 것은 바로 나의 의지임을 아시라. 실제로 극단적으로 허약한 상태에서도 원기를 되찾는 원자, 자유의지는 자기 자식의 수에 우둔을 꼽지는 않는다는 것을 어떤 막강한 권위로 단언하기를 겁내지 않는다. 잠자는 자는 지난밤에 거세를 당한 동물보다도 못하다는 말이다. 불면증이 사이프러스나무 냄새를 풍기는 이 근육들을 깊은 구덩이 밑바닥으로 끌고 간다 해도, 내 지성의 하얀 납골당의 창조주의 눈에 그 성역을 열어 보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어떤 비밀스럽고 고결한 정의, 팔을 벌리면 내가 본능적으로 뛰어드는 그 정의가 이 더러운 징벌을 간단없이 추격하라고 내게 명령한다. 내 경솔한 영혼의 무서운 적이여, 해안에서 등대에 불을 켜는 시간에, 나는 내 불운한 등허리에 잔디밭의 이슬 위에 드러눕는 것을 금한다. 승리자여, 나는 위선적인 양귀비의 온갖 책략을 물리친다. 결과적으로, 확실한 것은 이 식상한 싸움에서 나의 마음은 벽을 둘러쳐 제 의도를 감추었다는 것이며, 굶주리며 저 자신을 뜯어 먹는다는 것이다. 거인들처럼 침투할 수 없는 자, 나는 끊임없이 두 눈을 활짝 뜨고 살았다. 적어도 주간에는 누구라도 외적 거대객체(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 누구인가>)에 효과적인 저항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낮에는 의지가 눈에 띄게 용심을 부려 자기방어에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안개의 베일이 이제 곧 목을 매달려는 사형수 위에까지 필쳐지자마자, 오! 자신의 지성아 낮선 자의 신성모독적인 두 손에 붙잡혀 있는 것을 보리라. 가차없는 메스가 그 무성한 가시덤불을 파헤친다. 의식은 긴 저주의 헐떡임을 토해낸다. 수치로다! 우리의 문은 저 하늘나라 길강도의 맹렬한 호기심 앞에 열려 있다. 나는 이 시치스러운 형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 너, 내 인과율의 추악한 스파이 녀석! 내가 존재한다면, 나는 타자가 아니다. 나는 내 안에 이 애매한 복수성(複數性)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 내밀한 논리성 속에서 홀로 거주하고 싶다. 자율성을---- 아니면 나를 하마로 변하게 하라. 땅 밑으로라도 꺼져라. 오, 이름 없는 상흔이여, 그리고 다시는 내 험악한 분노 앞에 나타나지 마라. 내 주체성과 창조주, 그건 뇌 하나에 담기에 너무 많다. 밤이 시간의 흐름을 어둡게 할 때, 얼음 같은 식은땀에 젖은 제 잠자리에서 잠의 지배력에 맞서 싸우지 않았던 자 누구인가? 사그라지는 능력들을 가슴께에 끌어 모으는 이 침대는 네모반듯하게 잘린 전나무 널판으로 짠 무덤일 뿐이다. 의지는 보이지 않는 힘 앞에 서기라도 한 듯, 서서히 물러난다. 끈적끈적한 나뭇진이 눈의 수정체를 두껍게 덮는다. 두 눈꺼풀이 두 친구처럼 서로 찾는다. 몸뚱이는 숨쉬는 시체에 불과하다. 결국, 큰 말뚝에 네 개의 매트리스 위에 팔다리 전체를 못박는다. 그리고 제발 주목하시라. 결국 시트는 수의일 뿐이다. 여기 온갖 종교의 향이 타오르는 향로를 보라. 영원이 먼 바다처럼 울부짖으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아파트는 사라졌다. 인간들이여, 촛불을 켠 빈소에 엎드리라! 때로는 가장 무거운 잠의 한가운데서, 신체 조직의 이런저런 결함을 극복하려고 쓸데없이 애쓰면서, 동물자기최면술에 걸린 감각은 이제 자신이 무덤의 묘석에 지나지 않음을 놀라 깨달으며, 비할 데 없는 정교함에 기대어 훌륭하게 논리를 편다. "그 잠자리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지. 죄수 호송마차에 올라타면, 기요틴의 두 기둥을 향해 나를 끌고 가겠지. 이상한 일이다. 무기력한 내 팔이 나뭇등걸의 뻣뻣함을 교묘하게 얻어내다니 사형대를 향해 걸어가는 꿈을 꾼다는 건 몹시도 기분 나쁜 일이야. 피가 얼굴을 덮고 큰 줄기를 이루어 흐른다. 가슴은 반복경련을 일으키다가 쌕쌕거리며 부풀어오른다. 오벨리스크의 무게가 격정의 용솟음을 억누른다. 현실이 반수사태의 꿈을 파괴하였구나! 자만심에 가득찬 자아와 강경중의 무시무시한 진행 사이에 싸움이 깊어질 때, 환각에 빠진 정신이 판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야 누군들 알지 못할까? 절망에 파먹히면서도, 정신은 제 타고난 성질을 끝내 쳐부술 때까지 고통 속에서 즐거워하니, 마침내 수면은 제 먹이가 자기한테서 빠져 달아나는 것을 보고, 수치스러운 날개을 짜증으로 퍼덕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수의 마음에서 멀리 도망친다. 결코 감기지 않는 내 눈을 응시하지 말라. 내가 견뎌내는 이 고뇌를 이해하겠는가? (아무튼 자존심은 충족된다) 밤이 인류에게 휴식을 권유하기 시작하면, 내가 아는 한 남자는 성큼성큼 들판으로 걸어나간다. 내 결심이 노쇠에 감염되어 굴복할까봐 겁이 난다. 어서 오라, 내가 잠들 저 운명의 날이여! 깨어나면 내 면도칼이 내 목을 통과하여 길을 내며, 사실상 이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증명하리라.  
4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댓글:  조회:122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다섯번째 노래(2)       (2) 나는 내 앞의 작은 언덕 위에 물체가 하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머리를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었으나, 벌써 나는 그 윤곽의 정확한 비율을 특정하지 않고도, 그 머리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 부동의 기둥에 감히 접근하지 않았는데, 내가 삼천마리가 넘는 게들의 보각(步脚) (나는 먹이의 포착과 저작에 소용되는 다리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해도, 그 자체로는 매우 하찮은 한 사건이 내 호기심에 무거운 조세를 징수하여 그 제방을 무너뜨리게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한 마리 쇠똥구리가 아래턱과 더듬이로 주성분이 분변으로이루어진 공 하나를 땅 위에 굴리며, 이미 말했던 언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며, 오직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제 의지를 자못 돋보이게 하느라고 열심이었다. 이 절족동물이 암소보다 월등하게 큰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의심스럽다면, 내게로 오거라. 그럼 올곧은 증인들의 증언으로 가장 의심 많은 사람들이라도 흡족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멀리서, 노골적으로 호기심을 내보이며, 그 뒤를 따랐다. 이 거대하고 시커먼 공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오, 독자야, 끊임없이 통찰력을 자랑하는 너(그렇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고), 너는 그걸 나에게 말해줄 수 있으려나? 그러나 수수께끼에 대한 널리 알려진 네 정열을 거친 시련에 부딛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신비가 나중에야, 네가 네 삶의 끝에 이르러 너의 침대 곁으로 찾아온 단말마와 더불어 철학적 토론을 시작할 때야--- 어쩌면 이 절의 끝에 이르러서야, 너에게 밝혀지리라는 점을 (그건 너에게 밝혀질 것이다) 너에게 다시금 지적하는 것이 내가 너에게 가할 가장 부드러운 책벌임을 네가 알기만 하면 하면 그만이다. 쇠똥구리는 그 작은 언덕 기슭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녀석의 자취를 그대로 따라갔는데, 여전히 그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도둑갈매기들이, 항상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하는 이 새들이 지구의 양극을 적시고 있는 바다에 살기를 좋아해서 온대에는 우연한 사고로만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마음이 편치 못해 아주 느리게 두 다리를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내가 보러 가고 있던 그 육체를 닮은 물질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펠리컨과에 네 가지 상이한 종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다새, 펠리컨, 가마우지, 군함조, 내 앞에 나타난 그 회색빛 형체는 사다새가 아니었다. 내가 염탐한 그 유연한 덩어리는 군함조가 아니었다. 내가 염탐한 그 결정(結晶)상태의 육질은 가마우지가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보았다. 뇌에서 환상융기가 제거된 인간을! 나는 내 기억의 주름을 막연히 더듬어보았으니, 내가 벌써 지난날에 저 기다랗고 넓적하고 볼록한 궁륭형 부리를 눈여겨보았던 것이 어느 혹서의 땅에서였던가, 아니면 어느 동토에서였던가, 그 모서리가 눈에 밟히고, 발톱 모양새로, 가운데가 솟아올랐다가 끝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저 부리를, 저 톱니형의 곧은 테두리를, 꼭지 끝부분까지 가지가 갈라진 저 아래턱을, 막질(膜質)의 피부로 빈틈없이 덮여 있는 저 벌어진 간격을, 목덜미를 온통 차지하고 엄청나게 팽창할 수 있는 저 노란 낭상(囊狀)의 넓은 포대를, 그리고 기저의 홈에 매우 좁다랗게 가로로 파여 거의 감지 불가능한 저 두 콧구멍을! 단순 허파호흡을 하고, 털로 덮여 있는 이 생물이 어깨까지만이 아니라 발바닥까지 온전한 한 마리 새였더라면, 그것을 알아보는 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으리라. 여러분들이 이제 직접 보게 될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으리라. 다만,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다. 내 증명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내 작업대 위에 그런 새 한마리가, 비록 박제에 불과할지라도, 놓여 있을 필요가 있으리라. 그런데, 나는 그 새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자가 아니다. 이전의 가설을 한 걸음 한 걸음 짚어간다면, 나도 그 뒤를 이어, 병약한 자세로 고결함을 지켜내는 것이 가상한 그자에게 정체를 부여하고 박물지의 틀 안에서 자리 하나를 찾아주게 될 것이다. 그 이중 신체조직의 비밀을 완전히 모르지는 않는다고 얼마나 흐뭇해하며, 더 많이 알려고 얼마나 갈망하며, 나는 지속적 변신상태에 있는 그자를 관찰하였던가! 그가 비록 인간의 얼굴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아름답게 보이기가 곤충의 한 쌍 긴더듬이형 섬유조직 같고, 아니 차라리 서둘러 치르는 매장(埋葬) 같고, 아니 그보다는 훼손된 신체기관의 재생법칙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달리 부패하기 쉬운 액체와도 같고! 그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그 이방인은 자기 앞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그 펠리컨의 머리로! 어느 날인가는 이 이야기의 끝부분을 나는 다시 이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활기 없이 재빠르게 나의 서술을 계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편에서, 내 상상력이 어디에 가닿기를 바라는 지 알기를 지체한다면(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실제로 거기에 오직 상상력이 있을 뿐이기를!) 내 편에서는, 내가 그대들에게 말해야 했던 것을 단 한 번에 (두 번으로 나누지 않고!) 끝내버리기로 결심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다고 나를 비난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긴 하지만, 그러나 이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심장의 맥박이 손바닥에 고동치고 있음을 느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얼마전에, 브르타뉴의 작은 항구에서, 연안항해선 선장인 늙은 뱃사람 하나가 거의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죽었는데, 그는 끔찍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당시 원양항해의 선장으로 생말로의 한 선주에게 고용되어 항해를 했다. 그런데, 열세 달을 떠나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그의 후계자를 낳아놓고 아직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아이를 인지할 어떤 권리도 없음을 알았다. 선장은 자신의 놀라움과 분노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자기 아내에게 옷을 입고 자기를 따라 도시의 성벽 위로 산보를 나가자고 냉정하게 요구했다. 때는 1월이었다. 생말로의 성벽은 높아, 북풍이 불어올 때는 가장 악착스러운 사람들도 뒷걸음질을 친다. 불행한 여자는 차분한 마음으로 체념하고 순순히 따랐으며, 돌아오는 길에 착란을 일으켰다. 그날 밤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한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남자인 나도 작지 않은 드라마와 맞닥뜨리면, 나 자신을 충분히 장악하여 얼굴 근육을 미동 없이 유지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는 판에! 쇠똥구리가 언덕 기슭에 도착하자마자, 예의 사내는 팔을 서쪽으로 (정확하게 그 방향에서, 콘도르 한 마리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공중에 싸움에 돌입했다) 들어올리고, 다이아몬드의 색조 체계를 나타내는 기름한 눈물 한 방울을 부리에서 닦아내며 쇠똥구리에게 말했다. "불행한 공이로다! 너는 그것을 충분히 오래 굴려왔지 않으냐? 너의 복수는 아직도 충족되지 않았구나. 벌써, 네가 무정형의 다면체를 빚는 식으로 다리와 팔을 진주 목걸이로 묶어, 골짜기와 길을 헤치고, 가시덤불과 돌밭을 넘어, 네 발목관절로 끌고 다녔던 그 여자는(그게 아직도 그여자인지 좀 다가가서 보게 해달라!) 뼈가 상처로 파이고, 사지가 회전 마찰의 물리법칙에 의해 반들반들 닦여, 단일 응고체로 혼합되고, 육체가 최초의 윤곽과 타고난 곡선 대신 전일 균질체의 단조로운 외관을 드러내어, 짓찧어진 다양한 요소들의 뒤죽박죽으로 한 덩어리 구체(球體)와 너무 닮아 있을 뿐이구나! 그 여자는 죽은 지 오래되었다. 그 잔해들을 땅에 버리고, 너를 소진케 하는 그 격분을 돌이킬 수 없는 비율로 증대시키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게 더는 정의가 아니다. 네 이마의 외피 속에 감춰진 에고티즘이 저를 싸고 있는 홑이불을 천천히 유령처럼 들어올리지 않느냐?" 콘도르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는 싸움이 급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어느덧 우리들과 가까운 자리에 와 있었다. 쇠똥구리는 이 예기치못한 말 앞에 몸을 떨었으며, 다른 기회였더라면,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 이번에는 한계를 모르는 어떤 분노의 명백한 표지가 되었다. 그는 뒷다리 허벅지로 앞날개전을 무섭게 긁어 날카로운 소리를 냈던 것이다. "누구시더라, 도대체, 당신은, 이 겁쟁이 양반? 지난날의 기막힌 사연들을 잊으신 모양이네. 그게 기억 속에 담겨 있지 않다니요, 형님. 이 여자는 우리를 차례차례 배반했다고요. 첫번째로 형을 두번째로 나를, 이런 모욕은 그렇게도 쉽게 기억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도 쉽게! 형 말이야, 형의 고결한 본성이 용서하기를 허락하겠지. 그러나 빵 반죽통 속의 반죽이 되어버린 이 여자의 원자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첫번째 검사에서 이 몸뚱이가 내 맹렬한 열정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두 개의 강력한 톱니바퀴에 의해 밀도의 현저한 증가가 있었음을 믿어야 할지 여부는 이제 문제가 되지 않지). 이 여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아닌지 형이 알고 있다는 말이야? 입을 다물고,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놔둬." 그는 굴리기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 공을 앞으로 밀며 멀어졌다. 그가 멀어지자, 펠리컨은 소리질렀다. "저 여자는 그 마법의 힘으로 나에게 물갈퀴 새의 머리를 씌우고, 내 동생을 쇠똥구리로 변하게 했지. 필경, 그 여자는 내가 방금 열거한 대접보다 더 험한 대접을 받아도 싸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 채, 내가 들은 것으로, 내 머리 위에서 콘도르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를 피튀기는 싸움 속에 한 덩어리로 엮어놓은 적대관계의 성질을 짐작하면서, 나는 머리를 망토 후드를 젖히듯 뒤로 젖혀 허파 운동에 가능한 한 편안함과 탄력성을 주고, 두 눈을 하늘로 가져가며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불화를 그쳐라. 너희 양쪽이 모두 옳다. 여자는 너희 두 사람에게 각기 사랑을 약속해서, 결과적으로 너희를 함께 속였다. 그러나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는 너희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박탈함으로써 너희의 가장 성스러운 고통을 잔인한 놀이로 삼았다. 그런데 너희는 내 말을 믿기를 주저하는구나! 더구나 그 여자는 죽었으며, 쇠똥구리는 처음 배반당한 자를 동정하면서도,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어 여자에게 벌을 주었다." 이 말에 새들은 싸움을 끝내고, 더는 서로에게 깃털을 뽑지도 살점을 발라내지도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한 마리 개가 제 주인의 뒤를 따라 달려가며 그리는 곡선에 관한 논문처럼 아름다운 버지니아수리부엉이는 무너진 수도원의 벌어진 틈새로 잠겨들었다.성장 추세가 인체에 동화되는 분자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 성인의 가슴발육 정지의 법칙처럼 아름다운 콘도르는 대기의 상층부로 잦아들었다. 펠리컨은, 그의 관대한 용서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는데, 인간 항해자들에게 자신의 예를 주목하고 음울한 마녀들의 사랑으로부터 저마다 제 운명을 지켜내라고 경고하려는 듯이 그 작은 언덕 위에서 등대와도 같은 위엄 어린 냉정을 되칮고, 자기 앞을 줄곧 바라보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손의 떨림처럼 아름다운 쇠똥구리는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생명의 책에서 말소되었을 수도 있는 네 가지 여분의 삶. 나는 왼팔에서 근육 하나를 고스란히 뜯어내면서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알지 못했는데, 그만큼 나는 이 네 겹의 불운 앞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배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나라고 하는 바보 중에 상 바보는, 간다.  
4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댓글:  조회:114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다섯번째 노래(1)       (1) 내 산문이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독자는 내게 화를 내지 말지어다. 적어도 내 착상은 기발하다고 그대는 주장한다. 그대가 말하는 것은, 존경스러운 사람이며, 진실이다. 그러나 부분적인 진실이다. 그런데, 착오나 모멸이 넘치는 샘이라 한들, 어느 샘이 부분적으로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찌르레기 군단은 그들 나름의 비행 방식이 있어서, 일사분란하고 규칙적인 어떤 전술을 따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데, 오직 대장 한 사람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복종하는 훈련된 군대의 전술이 그럴 터이다. 찌르레기들이 복종하는 것은 본능이 줄곧 새들을 무리의 중심으로 다가서도록 떠밀고, 비행 속도는 끊임없이 새들을 바깥쪽으로 끌어가는 나머지, 자성(磁性)을 띤 동일한 한 점을 향하려는 공통된 경향으로 결속된 이 새들의 집단은 쉴새없이 오고가고 온갖 방향으로 순환하고 교차하는 가운데, 일종의 매우 격렬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니, 그 덩어리의 총체는 명확한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자리를 돌며 자전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 각 부분이 저마다 순환운동을 하는 결과인지라. 그 중심은 끝없이 확산되려는 경향을 지니면서도, 그 주변을 둘러싸고 옥죄는 대열의 반동에 의해 끊임없이 압박하고 제한되어, 이들 대열 가운데 어떤 대열보다 밀도가 높으며, 주변 대열들도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더 밀도가 높다. 이런 소용돌이치기의 기이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찌르레기들은 보기 드문 속력으로 주변 공기를 찢고, 그들 피로의 종점과 그들 순례의 목적지를 향해 매초마다 한 뼘씩 소중한 비행공간을 뚜렷하게 정복한다. 그대도, 마친가지로, 이 장절들 하나하나를 노래하는 나의 기이한 방법에 마음쓰지 말라. 그러나 시의 기본적인 어조는 그럼에도 여전히 내 지성에 대한 본래의 권리를 고스란히 지탱하고 있다고 믿으라. 그렇다고 해서 내 성격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당신이 이해하는 바와 같은 당신의 문학과 나의 문학이라는 극단적인 이항 사이에 무수한 중간 항들이 있으며, 항목을 늘이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려니와, 상상했던 그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확대 해석되지 않으면, 합리적이기를 그치는 이 탁월하게 철학적인 개념에 협소하고 거짓된 어떤 것을 낳을 위험도 있을 터이다. 너는 열정과 내적 냉정을 결합할 줄 안다. 내향성의 관찰자야, 아무튼 나로서는 네가 완벽하다고 본다--- 그런데 너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구나! 네 건강이 양호하지 않다면, 내 충고를 따라(내가 너에게 내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충고다), 들판에 나가 산보를 하라. 초라한 보상이라고, 그렇게 말하겠는가? 공기를 마시고 나서 나를 다시 찾아오라. 네 감각은 한결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더는 울지 말라. 나는 너를 아프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친구야, 내 노래가 너의 공감을 얻었다는 게 사실 아닌가? 그런데, 또다른 단계를 뛰어넘지 못하도록 너를 막는 자 누구인가? 너의 기호와 나의 기호 사이의 경계선은 보이지 않는다. 너는 결코 그 선을 붙잡을 수 없으리라. 이 경계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라. 따라서 이런 경우 (여기서는 문제를 가볍게 건드리기만 하겠다) 네가 저 수컷 노새의 상냥한 딸이자 불관용의 그리도 풍요로운 원천인 이 동맹조약에 완강하게 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임을 유념하라. 네가 바보가 아니란 것을 알지 못했다면, 너에게 이런 비난을 퍼붓지도 않았으리라. 네 딴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믿는 공리의 연골 등껍질 속에 움츠러들어봐야 네게 이로울 것이 없다. 흔들림이 없을뿐더러, 네 공리와 평행할 다른 공리들도 있다. 네가 캐러멜을 별나게 좋아하더라도(자연의 기막힌 농담이로다), 그것을 범죄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한결 활력 있는 지성, 더 위대한 일이 가능한 지성을 지녔기에 우주나 비소를 더 좋아할 사람들은 그렇게 여길 충분한 이유가 있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뾰족뒤쥐 앞에서 입방체의 표면을 말하는 표현 앞에서 무서워 떠는 자들에게 안온한 지배를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니다. 나는 경험으로 말을 하는 것이지, 여기서 도발자의 역할을 맡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윤충동물(輪蟲動物)과 완보동물(緩步動物)이 반드시 그 생명을 잃지 않고도 비등점 가까운 온도로 덮혀질 수 있는 것처럼, 내 흥미로운 노작이 야기하는 짜증으로부터 천천히 흘러나오는 가혹한 화농성 장액(漿液)을 네가 조심스럽게 흡수할 수만 있다면, 너도 마찬가지일 테다. 아니, 뭐라고, 산쥐의 등에 다른 쥐의 시체에서 잘라낸 꼬리를 이식하는 데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똑같이, 내 시체가 된 이성의 다양한 변형들을 내 상상력 속에 옮겨보아라. 그러나 신중하라. 내가 글을 쓰는 시간에, 새로운 전율들이 지성의 대기를 내닫는다. 중요한 것은 오직 그 전율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왜 그렇게 찡그리느냐? 그뿐만이 아니라 너는 긴 수습을 거쳐야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동작을 거기에 덧붙이기까지 하는구나. 매사에 습관이 필요하다는 걸 믿어라. 처음 몇 페이지에서부터 드러났던 그 본능적인 반발이, 독서에 열중할수록 그와 반비례하여, 마치 절개되는 정저(疔疽)처럼, 현저히 깊이를 잃었으니, 네 머리가 여전히 병든 상태라 하더라도, 너의 치유가 분명 멀지 않아 그 마지막 단계로 곧장 접어들 것이라고 기대해야 한다. 나로서는 네가 벌써 회복기의 바다 한가운데로 항해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너의 얼굴은 여전히 핼쓱하구나. 슬프다! 그러나--- 용기를 내라! 네 안에는 범상치 않은 정신이 있으니, 나는 너를 사랑하며, 네가 약효가 있는 어떤 물질, 병고의 마지막 증상을 소멸하는 일이라도 촉진시켜줄 물질을 마시기만 한다면, 너의 완전한 해방이 절망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수렴제와 강장제로, 너는 우선 네 어머니의 팔을 뽑아(어머니가 아직도 건재하다면), 그것을 잘게 썬 다음에, 어떤 얼굴 표정으로 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단 하루 만에 그걸 먹어야 한다. 네 어머니가 너무 늙었다면, 더 젊고 더 싱싱한, 골막박리수술기구가 감당해야 할, 걸어갈 때 그 발목뼈가 어렵잖게 상하운동의 받침점이 될 만한 또하나의 수술 대상을 골라라. 예를 들어 네 누이를, 그녀의 운명에 동정하는 마음을 막을 길이 없거니와, 나는 아주 식어버린 열정으로 선량함을 흉내나 내는 그런 인간들에 속하지 않는다. 너와 나, 우리는 그녀를 위해, 이 사랑하는 처녀를 위해 (그러나 내게 그녀가 처녀임을 확증할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억제할 수 없는 두 줄기 눈물을, 두 줄기 납 눈물을 퍼붓자. 그러면 끝날 것이다. 너에게 추천하는 가장 훌륭한 진정제는 핵 임균성 고름이 가득한 대야이니, 그 안에 미리 난소의 털투성이 낭종 하나와 포상 암종 하나, 감돈포경(嵌頓包莖)으로 곪아터지고 귀두가 뒤로 젖혀진 음경의 표피 하나와 붉은 괄태충 세 마리를 녹여넣을 것이다. 네가 나의 명령을 따른다면, 내 시는 두 팔을 벌려 너를 맞이할 것이다. 이가 그 입맞춤으로 모근을 절제(切除)하듯이.  
4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댓글:  조회:122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네번째 노래(8)       (8) 밤마다, 내 날개폭을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잠그고, 나는 팔머1)의 기억을 떠올렸다--- 밤마다, 그의 금발, 그의 달걀형 얼굴, 그의 위엄 어린 표정이 여전히 내 상상력에 찍혀 있었다--- 지울 수 없이---- 특히 그의 금발 머리가. 그러니 치워라, 머리카락이 없는,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반들거리는 이 머리를. 그는 열네 살이었고, 나는 그보다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저 침울한 목소리는 침묵하라. 이 목소리가 왜 나와서 나를 고발하는가? 그러나 말하는 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의 혀를 사용하여 내 생각을 내보내면서, 나는 내 입술이 움직이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 나 자신임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내 젊은 날의 이력을 이야기하며,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회한을 느끼며---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나 자신이다. 말을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내가 암시하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지난날에 가졌던 친구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했으며--- 또다시 그 여섯 글자의 철자를 한 자 한 자 짚어 말하고 싶지 않다. 아니다, 아니다. 내가 한 살이 더 많다고 되풀이하는 것도 역시 쓸데없는 짓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여튼 되풀이하자. 그러나 고통스러운 중얼거림으로; 내가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그렇더라고, 내 체력의 우위는 오히려 인생의 거친 오솔길을 헤쳐나가며 나에게 몸을 의탁한 자를 부축하는 동기였지. 눈에 띄게 더 약한 존재를 학대하는 동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내가 지난날에 가졌던 친구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 체력의 우위는--- 밤마다--- 특히 그의 금발이, 대머리를 본 적이 있는 인간은 하나둘이 아니다. 노화, 질병, 고뇌는(이들 셋이 함께든 따로 따로든) 이 부정적인 현상을 만족스럽게 설명한다. 어느 학자에게 내가 그 현상에 관해 묻는다면, 적어도 그가 내게 해줄 대답이 이와 같다. 노화, 질병, 고뇌. 그러나 내가 모르지 않는바(나도 역시 학자다), 어느 날 내가 한 여자의 가슴을 찌르려고 단검을 들어올리는 순간, 그가 내 손을 저지한 까닭으로, 내가 강철 팔로 그의 머리칼을 잡아쥐고 하도 빠르게 그를 허공에 내돌린 나머지, 그 머리칼이 내 손에 남고, 그의 육체가 원심력으로 내던져 떡갈나무의 둥치에 처박히고--- 나는 어느 날 그의 머리칼이 내 손에 남은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나도 역시 학자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했다. 나는 어느 날 내가 수치스러운 것을 자행했으며, 그때 그의 육체가 원심력으로 내던져졌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열네 살이었다. 정신착란이 발작하는 가운데, 내가 성유물처럼 오래 간직해온 피 흐르는 물건을 가슴에 끌어안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갈 때, 나를 쫓는 어린아이들--- 돌팔매질을 하며 나를 쫓는 어린아이들과 늙은 여자들은 비통한 신음소리를 내 지른다. "저걸 봐라, 팔머의 머리칼이다." 치워라, 그러니 치워라. 거북이의 등딱지처럼 반들거리는 대머리를--- 피 흐르는 물건을. 그러나 말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의 달걀형 얼굴, 그의 위엄 어린 표정.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늙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 그런데 나는 사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 했던가?---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강철 팔로, 이 충격이, 이 충격이 그를 죽였는가? 그의 뼈가 나무에 부딪쳐 부러졌는가--- 돌이킬 수 없이? 이것이 그를 죽였는가, 한 장사의 힘에서 태어난 이 충격이? 그는 생명을 보전했는가. 그의 뼈가 돌이킬 수 없이 부러졌어도---- 돌이킬 수 없이? 이 충격이 그를 죽였는가? 나는 감긴 내 두 눈이 목격하지 못한 그 일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 사실---- 특히 그의 금발, 사실, 나는 그때부터 용서할 줄 모르는 앙심을 품고, 밤마다, 영광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육층 방에서, 한밤의 고요한 시간에, 작업대에 엎드려 있다가, 무엇의 탓이라고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낮은 소리를 감지할 때. 그는 명상과 먼지 낀 수고(手稿)로 무거워진 머리를 사방팔방으로 돌리지만, 어느 것도, 손에 잡힌 어떤 징후도, 그에게는 확실하게 들리지만, 그리도 희미하게 들리는 원인을 밝혀주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제 촛불의 연기가 주위의 공기를 가로질러 천정으로 날아오르며, 벽에 박힌 못에 걸린 종이 한 장을 거의 감지할 수도 없이 떨리게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육층에서, 영광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무엇의 탓이라고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낮은 소리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내 귀에 속삭이는 구성진 목소리 하나를 듣는다: "말도로르!" 그러나 제 착각을 끝내기 전까지는, 한 마리 모기의 날갯소리를 듣고 있다고----작업대에 엎드려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비단 침대에 누워 있는 게 무슨 대수인가? 나는 냉정한 마음으로 날카롭게 직시한다. 비록 장밋빛 도미노와 가장무도회의 시간이지만, 내가 눈을 뜨고 있음을. 전혀---- 오! 아니다, 전혀! 어떤 죽음의 목소리가 이런 천사 같은 억양으로 고통에 찬 우아함을, 그리도 떨면서 내 이름의 철자를 들려주지 않았다! 한 마리 모기의 날갯소리---- 그 목소리는 얼마나 친절한가---- 그는 그럼 나를 용서했는가? 그의 육체는 떡갈나무 둥치에 처박혔다---- "말도로르!"       1) 팔머: 원문의 표기는 Falmer. 연구자들은 이 이름에 의거해, 로트레아몽이 소개하는 이상형 가운 하나인 이 인ㅁ눌을 영국계로 추론한다.   네번째 노래 끝  
4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2) 댓글:  조회:124  추천:0  2019-07-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2)           네번째 노래(7)       (7) 자연법칙의 잠재적이거나 가시적인 기능에서 비정상적인 일탈을 목격하게 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저마다 자기 생애의 갖가지 단계를 찬찬히 뜯어보는 창의적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단 하나의 단계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주장하는 바의 증거를 제공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단계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른 상황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정도로 놀라지 않고는 떠올릴 수 없는 기억이 있을 터라, 제일 먼저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자면, 어떤 날, 자신이 관찰과 경험에 의해 제공된 기지의 관념을 확실하게 넘어선 것처럼 보였거나 실제로 넘어섰던 어떤 현상의 목격자가 되었던 기억이 그것인데, 예를 들자면 두꺼비 비 같은 것으로, 그 마술적인 광경이 처음에는 학자들에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겠는데, 다른 어떤 날, 자신의 영혼이 심리학의 탐구적인 시선 앞에서, 이성의 착란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착란은 덜 흥미롭기는커녕 한결 더 흥미롭다). 적어도 내 과장된 언어에서 생겨난 명백한 졸작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몇몇 냉담한 사람들에게 까다롭지 않은 말로 하자면, 이례적이면서 꽤 자주 매우 심각한 상태를 드러내보이는데, 그 상태는 양식이 상상력에 허용한 경계가 때로는 그 두 힘1) 사이에 체결된 덧없는 계약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의지의 강력한 압력에 의해, 그러나 또한 대부분의 경우는 효과적인 협력의 부재에 위해 무너졌음을 나타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들자. 아무쪼록 주의깊은 절도를 반려로 삼기만 한다면, 그 적절함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나는 두 개의 예를 제시한다. 분노의 열광이 오만의 병. 나는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내가 문장을 지나치게 빠르게 전개하면서, 꺾어내는 문학의 몇몇 아름다움에 대해 막연하고 하물며 잘못되기도 한 관념을 품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아아! 내가 내 추론과 비교를 천천히 그리고 대단히 장려하게 펼쳐내어(그러나 누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겠는가?).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내 공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경악을 더 잘 이해시키고 싶었던 것은, 어느 여름날 저녁, 태양이 수평선에 기울어졌다 싶을 무렵에, 다리 끝과 팔 끝 부분에 달린 넓적한 오리 물갈퀴를 놀리며, 비례적으로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만큼 길고 뾰쪽한 등지느러미를 단, 근육도 튼튼한 인간 존재가 바다 위에서 헤엄을 치는 것을 보았을 때인데, 수많은 물고기떼가 (나는 이 행렬에서, 다른 여러 수중 주민들 가운데, 전기가오리, 그린란드아나르다 고래와 쭈굴감팽을 보았다). 최대치의 감탄을 매우 과시적으로 드러내며 그 인간을 뒤따르고 있었다. 이따금 그가 잠수를 하면, 그의 점착성 육체가 이백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거의 즉시에 다시 나타나곤 했다. 쇠물돼지들은, 내 의견이지만 훌륭한 헤엄 선수라는 명성을 훔쳐오지 못한 것들이라. 이 신종 양서류을 멀리서 겨우 따를 수 있었다. 독자가 내 서술에 어리석은 맹신이라는 해로운 장애물보다는 깊은 신뢰라는 최상의 도움을 바친다면, 그에게 후회할 이유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는바, 이신뢰는 시적 신비를, 내가 책임지고 밝혀야 할 독자 자신의 의견에 따르면 수가 너무 적다는 이 신비를, 비밀스러운 공감의 힘으로 조목조목 검토할 터이며, 그때마다 수중식물의 자극성 냄새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그런 기회가, 오늘날에는 기회가 뜬금없이 나타나는 만큼, 나타날 터이고, 물갈퀴 조류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제 것으로 삼은 괴물 하나가 담겨 있는 이 장절에 서늘한 북풍이 그 냄새를 옮겨올 터이다. 여기서 누가 제 것으로 삼았다고 말하는가? 인간은, 다양하고 복잡한 그 본성에 의해, 여전히 경계를 확장할 방법을 모르지 않는다는 점을 익히 알아야 할 것이나, 물속에서는 해마처럼 살고, 대기의 상층부를 가로지르기로는 흰꼬리독수리와 같으며, 지하에서는 두더지, 쥐며느리와 같고, 유충의 숭고함과 같다. 더 간결하거나 덜 간결한(그러나 덜 보다는 더) 인간의 형태를 놓고, 내가 머리를 짜내 생각해보았자, 최고로 든든한 위안의 범주란 게 이 정도이기게, 나는 아주 먼 거리에서 그 인간 존재가, 가장 장대한 가마우지도 결코 그럴 수 없을 만큼, 파도의 수면에서 사지를 놀려 헤엄치는 것을 보고, 아마도 그 팔과 다리 끝에 일어난 새로운 변화는 어떤 알지 못한 범죄의 속죄징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머리를 썩여가며 연민의 우울한 알약을 미리 제조할 필요는 없었다. 두 팔로는 쓰디쓴 파도를 번갈아 후려치고, 그사이에 두 다리로는 돌고래의 나선형 어금니들이 지닌 힘과 맞먹는 힘으로 층층의 물을 후방으로 밀어내는 이 사내가 형벌로 그 이상한 형태를 둘러썼다기보다는 자진해서 그걸 제것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중에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진실은 다음과 같이 단순하다. 이 유동하는 원소 속에서 삶을 연장하다보니, 여러 바위투성이 대륙에서 스스로 망명한 이 인간 존재 속에, 중요하지만 본질적이지 않은 변화가 느낄 수도 없이 서서히 일어난 것이고, 그게 내눈에 띄었던 것이고, 그 물건이 처음 나타났던 순간부터, 자못 당황한 시선이 그 기이한 형태에 따라 물고기라고 여겼던 것인데(차마 말하기 어려운 경솔함 때문인데, 그게 빗나갈 경우 심리학자들이 신중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온다.) 그 형태는 아직 박물학자들의 분류체계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내가 비록 너무 불확실한 조건에서 상상한 다음의 가정 쪽으로 기울려는 허용 가능한 의도를 품은 것은 아닐지라도, 아무튼 저 학자들의 사후 저작에는 기록되리라고 본다. 사실, 이 양서인간은(양서인간이 존재하고, 그 반대를 주장할 수는 없으므로). 물고기들과 고래들을 별도로 친다면, 오직 나에게만 보였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몇몇 농부들이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당황하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멈춰 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인데, 그들은 자기들의 눈에는 온갖 종류의 측정 가능하고 일정한 양의 물고기떼밖에 보이지 않는 바다의 한 곳을 왜 내 두 눈이, 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인내심으로, 끊임없이 응시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헛되이 애를 쓰면서, 커다란 제 입구멍을 필경 고래만큼 크게 벌렸다. "그걸 보고 자기들은 미소를 짓지만, 하나 나처럼 창백해지지는 않는데". 그들은 정취 넘치는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길, "자기들은 바보가 아니기에, 정확히 내가 물고기들의 목가적인 선회 이동은 보지 않고, 내 시선이 훨씬 더 앞쪽에 막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나와 관련된 것을 말하자면, 그 강력한 입들의 주목할 만한 크기를 향해 내 눈을 기계적으로 돌리고, 혼자 속으로, 우주 전체에서 산만큼이나, 아니 적어도 곶벼랑만큼이나 (청하옵건대, 찬양하시라. 어느 구석 한 뼘 땅도 놓치지 않는 유보표현의 섬세함을) 거대한 펠리컨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에는, 어떤 맹금의 부리나 어떤 야수의 턱뼈도 이 벌어진, 그러나 너무나 음울한 이 분화구들 하나하나를 결코 능가할 수도, 심지어 이에 맞설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은유의 호의적인 사용법에 많은 여지를 남겨둔다 하더라도(이 수사법은, 선입관이나 잘못된 사고나, 실은 그게 그거지만, 그런 것에 물든 자들이 흔히 애써 머릿속에 그리는 것 이상으로, 무한을 향한 인간의 갈망에 훨씬 더 많는 도움을 준다). 농부들의 우스꽝스러운 입이 향유고래 세 마리를 삼킬 만큼 넓게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우리의 생각을 더 줄이자. 진지해지자, 그리하여 이제 갓 태어난 세 마리 아기 코끼리로 만족하자. 단 한 번 팔을 휘저어, 양서인간은 자기 뒤에 일 킬로미터의 거품 이는 물이랑을 남겼다. 다시 물속에 잠기기 전, 앞으로 뻗은 팔이 공중에 떠 있는 매우 짧은 순간에, 일시 벌어졌다가 피막의 형태를 지닌 피부의 움추림 덕택에 다시 합해진, 그의 손가락들이 허공으로 높이 솟구쳐 별을 붙잡는 것만 같았다. 내가 바위 위에 서서, 두 손을 갈매기처럼 모아, 소리치자. 게와 갯가제들이 가장 은밀한 바위틈의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오, 그대, 수영으로 군함조의 긴 날개의 비상을 이기는 자여, 인류가 그 내면의 생각을 충실하게, 말로 바꾸어 힘차게 내 던지는 저 울림도 거대한 목소리의 의미를 자네가 아직도 이해한다면, 그 빠른 행보를 잠시 중단하고, 자네가 밟아온 진실한 이력의 고비를 나에게 간략하게 말해주게. 그러나 자네에게 경고하건대, 내게 우정과 존경심을자아내게 하는 것이 자네의 대담한 의도라면, 내게 말을 던질 필요가 없네. 그런 감정이야 상어처럼 우아하고 힘차게 그 굽힐 줄 모르는 일직선의 순례를 완수하는 자네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내가 자네에게 느꼈던 것." 한줄기 한숨소리가 내 뼈를 얼어붙게 하고, 내 발바닥을 올려놓은 바위를 흔들며(그런 절망의 울부짖음을 내 귀에 전하는 음파의 거친 침입으로 나 자신이 흔들린 것이 아닌, 이상). 지구의 내장에까지 들렸으며, 물고기들이 눈사태의 굉음을 내며 파도 아래도 잠겨들었다. 양서인간은 감히 너무 가까이 해안까지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제 목소리가 내 고막까지 또렷하게 도달한다는 것은 확인하자. 해초에 덮인 제 상체를 울부짖는 물결 위로 띄운 정도로, 물갈퀴가 달린 사지의 움직임을 줄였다. 나는 그가 지고한 명령을 받들어, 방황하는 한 무더기 기억들을 소환하려는 듯, 머리를 숙이는 것을 보았다. 이 성스러운 고문서적 작업을 하는 그를 나는 감히 방해할 수 없었다. 과거 속에 잠겨들어간 그는 한 덩이 암초와 방불했다. 그는 마침내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네는 적이 없지 않다네, 수많은 발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동물들의 호감을 끌어모으기는커녕 놈들에게 십중팔구 질투심 어린 분노나 유발하는 강력한 자극제일 뿐이지. 그래서 나는 이 토충이 강렬하기 그지없는 증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도 놀라지 않을 것이네. 나는 자네에게 내 출생지를 감추겠네. 그거야 내 이야기와 별 상관이 없지만, 내 가족을 생각하면 다시 솟아오르는 부끄러움은 내 의무와 상관이 있지.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신이여, 그분들을 용서하소서!) 일 년을 기다린 후, 하늘이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준 걸 알았다네. 두 쌍둥이. 내 형과 내가 태어났지. 그런 만큼 서로 사랑하는 것이 더욱 당연하지. 내 이야기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야. 둘 중에 내가 더 아름답고 더 영리해서, 형은 나에게 증오를 품고, 제 감정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지. 이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의 가장 큰 부분을 내게 쏟아부었고, 나도 성실하고 변함없는 우애로, 같은 혈육에서 출생한 자에게 격분할 권리가 없는 한 영혼을 달래려고 노력했다네. 그런데 내 형은 제 분노의 한계를 모르고, 전혀 엉터리도 없는 중상으로, 우리 공동 부모의 마음에서 내가 미더움을 잃게 했지. 나는 십오 년 동안 지하토굴에서 먹을 것이라고는 유충과 흙탕물밖에는 없이 살지 않았겠나. 이 부당한 장기 유폐에서 내가 체험했던 전대미문의 고통을 세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네. 이따금, 하루의 어느 시간에, 형리 셋이 하나씩, 차례로 돌아가며, 갑자기 들이닥치곤 했다네. 집게와 장도리와 가지가지 고문도구를 들고 말일세. 고통이 내게서 뽑아낸 비명이 그들의 완고함을 흔들지 못했고, 내가 흘린 대량의 피가 그들을 미소짓게 했지. 오, 내 형이여, 나는 너를 용서한다. 내 모든 고통의 제일 원인인 너를! 눈먼 광분이 끝에 가서라도 제 자신의 눈을 뜨게 할 수 있겠는가! 영원한 감옥에서 나는 많은 성찰을 했다네. 인류에 대한 내 전반적인 증오가 어떤 것이었을지. 자네는 짐작하겠지 점차적인 쇠약, 육체와 정신의 고립이 아직 이성을 완전히 잃게 하지는 않아서, 내가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들한테 원한을 품을 정도는 되었지. 나를 노예로 삼은 그 삼중 질곡을 말이야. 나는 꾀를 써서 내 자유를 되찾지 않았겠나! 비록 내 동류들이라고 불리긴 하나, 이날까지 나와 닮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대륙의 주민들에게 진저리가 나서(그들이 내가 자기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면, 왜 나에게 고통을 주었겠는가?). 만일 바다가 숙명적으로 살아온 생애보다 앞선 생애의 먼 기억을 내게 보여준다면, 죽음을 끌어안으리라는 결심을 단단히 굳히고, 나는 해안의 자갈밭을 향해 달려갔지. 자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있겠는가? 내 부모의 집에서 도망친 그날 이후, 바다와 그 수정 동굴에서 살게 된 것을,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한탄하지는 않는다네. 섭리는, 자네가 보다시피, 내게 백조의 기관을 일부 마련해주었지. 물고기들과는 평화롭게 살아서, 너석들은 내가 자기들의 군주라도 되는 듯이, 필요한 양식을 구해주지. 자네가 불쾌하게 여기지만 않는다면, 내가 한번 특별히 약정된 휘파람을 불어보겠네. 그럼 녀석들이 어떻게 다시 나타나는지 보게 될 걸세." 그가 예고한 일이 일어났다. 그는 자기 신하들의 행렬에 둘러싸여, 그 왕자의 위엄이 어린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몇초 후에 그가 내 육안에서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망원경을 통해서는, 그와 수평선의 마지막 변을 여전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헤엄을 치고, 다른 손으로는 단단한 땅에 접근한 데서 오는 두려운 긴장으로 핏발이 선 두 눈을 닦았다. 나를 기쁘게 하려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나는 깍아지른 절벽에 그 고자질쟁이 도구를 집어던졌다. 망원경은 이 바위 저 바위에 부딪쳐 튀어올랐으며, 그 흩어진 조각들을 삼킨 것은 파도였다. 마지막 표현과 마지막 작별이 그와 같았으니, 그로써 나는 고결하고 불운한 한 지성 앞에, 마치 꿈속에서처럼, 인사를 하였더라! 그렇지만, 그 여름 날 밤에, 일어난 일에서, 모든것이 사실이었다.       1) 다시 말해서 양식과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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