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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2019년 09월 19일 14시 03분  조회:1255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여섯번째 노래(1)
 
 
 
(1) 부럽기도 한 그 침착함이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나 쓰일 그대여, 아직까지도 14행이나 15행 장절에서 제4학급1) 학생처럼,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질 감탄사들과, 조금만 수고를 해도 괴상하다고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괴상한 코친친2) 암탉의 우렁찬 꾸룩꾸룩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그러나 명제들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하는 편이 더 낫다. 그대는 내가 설명 가능한 과장법으로 인간과 창조주와 나 자신을 장난치듯이 모욕했다고 해서, 내 임무가 완수되었다고 주장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 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행해야 할 과제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부터 내 소설의 끈은 앞에서 이름을 말했던 세 등장인물을 조종할 것이다. 덜 추상적인 힘이 저들에게 전달되리라. 저들의 생명력은 그 순환기의 급류에 장엄하게 퍼질 것이며, 그대는 이제까지 순수 사변의 영역에 속하는 막연한 물질관념밖에 보지 못했다고 믿었던 곳, 그 한쪽에서 신경의 잔가지들과 그 점막이 있는 신체조직을, 다른 한쪽에서 육체의 심리적 기능이 자리잡은 정신적 원리를 만나고 얼마나 놀랄지 알게 될 것이다. 저들은 활기찬 생명을 타고난 존재들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멈추고, 그대의 얼굴 앞에, 그대에게 단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산문적으로 (그러나 효과는 매우 시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세를 취함으로써, 태양 광선이 우선 지붕의 기와들과 굴뚝 덮개를 때리고, 이윽고 저들의 지상적이고 질료적인 모발에 내려와 눈에 띄게 반사될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이제 웃음을 유발하는 특기의 소유자들, 저주받은 자들이 아닐 것이다. 저자의 두뇌 속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졌을 가공의 인물들이거나 일반적인 삶의 너무 위에 자리잡음 악몽들. 바로 그 때문에, 내 시가 더욱 아름다우리라는 점에 주목하시라. 그대는 두 손으로 오름대 동맥과 부신 피막을, 그러고는 감정을 만지리라! 처음 다섯 개의 이야기는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내 작품의 현관이요, 건축의 기초요, 내 미래 시학의 예비 설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가방을 잠그고 상상의 나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문학의 진지한 애호자들에게, 분명하고도 정확한 개괄의 간략한 초안으로, 내가 추구하기로 결심한 목적을 알려야 할 의무를 스스로 짊어졌다. 결과적으로, 이제 내 작품의 종합적인 부분이 완전하며, 충분하게 설명되었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바로 그 종합 부분을 통해 그대는 내가 인간과 인간을 창조한 그자를 공격하자고 제안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으로서는, 그리고 향후로도, 그대가 더 많이 알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고찰은 쓸데없는 일로 보이는데, 그런 고찰이, 정말이지, 더욱 광범하다곤 해도 결국 동일한 또하나의 형식 아래, 오늘의 끝이 그 첫번째 전개를 보게 될 명제의 진술을 되풀이하게 할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소견으로부터, 내 의도는 이제부터 분석적 부분에 착수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점은 매우 진실이어서, 단지 몇 분 전에 나는 그대가 내 피부의 땀샘에 갇혀서, 사정을 숙지하는 가운데, 내가 주장하는 바의 성실성을 확인하라고 열렬한 소망을 표명하였다. 내 정리(定理)에 포함되어 있는 입론을 떠받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 증거는 존재하며, 중대한 이유가 없이는 내가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나 자신이 그 일원이기도 한 (이 점만 지적해도 내 말의 정당성이 확보되리라!) 인류와 섭리에 대향해서 내가 가혹한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고 그대가 나를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나는 목구멍을 크게 열고 웃는다. 나는 내 말을 거두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내 말을 정당화하는 것은, 진실 이외의 다른 야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나는 삼십 쪽짜리 짧은 소설을 지으려 한다. 이 분량은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늘지도 줄지도 않을 것이다. 내 여러 이론이 공인되어 어느 날이나 다른 날에 이런저런 문학형식이 받아들이는 것을 조속하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나는 얼마큼 모색을 한 뒤 결정적인 표현형식을 발견하였다고 믿는다. 최고의 형식이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혼종성 서문은 우선 자기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지 별로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말하자면,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별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주목할 만한 당혹감은 책이나 소책자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마땅한테. 나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사실 내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덜한 것을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나중에, 몇몇 소설이 출판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는 매연빛 얼굴을 지닌 배교자의 서문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리세는 제6학급에서 시작하여 수사학급으로 끝나는 6년제 학교로, 제4학급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2) 현재 베트남 남부의 델타와 메콩 지역에 해당하는 지방을 부르던 지명으로, 19세기에는 관용적으로 프랑스령 베트남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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