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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발레리 시 모음
2017년 08월 09일 16시 47분  조회:5787  추천:1  작성자: 강려
폴 발레리 시 모음

발레리
1871-1945
 
 
남 프랑스 지중해안의 항구 sete에서 이탈리아인의
혈통을 받고 태어난 발레리는 프랑스정신의
'지중해적'.'아폴로적' 특질을 남김없이 발휘한
시인,평론가이다.
 
말라르메의 문하생으로 문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위적인 문학잡지 등에 시를 발표했으나
 
그후 20년간의 긴 침묵 끝에 '젊은 파르크'라는
장시를 발표하면서 부터 당대 최고의시인으로 군림, 
아카데미회원, college de france교수등의 영광을 얻게된다.
 
 
주요작품: 다양성(Variete)1924,
         다양성Ⅱ(VarieteⅡ)1929,
         다양성Ⅲ (VarieteⅢ) 등
 
 
잃어버린 포도주
 
어느 날인가 나는 대양에
(허나 어느 하늘 아래선지 모르겠다)
 
던졌다, 허무에 진상하듯,
귀중한 포도주 몇 방울을.
 
 
누가 너의 유실을 원했는가, 오 달콤한 술이여?
내 필시 점쟁이의 말을 따른 것인가?
 
아니면 술을 따를 때 피를 생각하는
내 마음의 시름을 쫓았던가?
 
 
장미빛 연무가 피어오른 뒤,
 
언제나 변함없는 그 투명성이
그토록 청정한 바다에 다시 다다른다 ......
 
 
그 포도주는 사라지고, 물결은 취해 일렁이도다! ......
 
나는 보았노라 씁쓸한 허공 속에서
끝없이 오묘한 형상들이 뛰어오르는 것을 ......
 
 
 
석류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애정의 숲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었다.
나란히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았다.
말도 없이......이름 모를 꽃 사이에서;
 
 
우리는 약혼자처럼 걸었다.
단둘이, 목장의 푸른 밤 속을;
 
그리고 나눠 먹었다 저 선경의 열매,
광인들이 좋아하는 달을.
 
 
그리고, 우리는 죽었다 이끼 위에서
단둘이 아주 머얼리, 소곤거리는 친밀한
 
그리고 저 하늘 높이, 무한한 빛 속에서
저 숲의 부드러운 그늘 사이에서;
 
 
우리는 울고 있었다.
오 나의 사랑스런 말없는 반려여!
 
 
 
 
 
 
시의 젖가슴에 안겨
젖을 빨던 입이
 
깜박 놀람에 엄습되어
입술을 뗀다.
 
 
---- 따스한 정 흘러 나오던
오 내 어머니 지성이여
 
젖이 말라도 가만히 있는
이 무슨 소홀함인가!
 
 
그대 품안에서
하얀 밧줄로 짓감기면,
 
재보(財寶)로 가득 찬 그대 가슴의
바다 물결은 곧장 나를 어르곤 했노라.
 
 
그대의 침침한 하늘에 잠겨,
그대의 아름다움 위에 기진하면,
 
어두움을 삼키면서도,
빛이 나를 침범함을 느꼈노라!
 
 
자기 본질에 숨어
지고한 안정의 인식에
 
그지없이 순종하는
신(神)인 나,
 
 
나는 순수한 밤과 맞닿아,
이젠 죽을 도리도 없어라,
 
면면히 흐르는 강물이
내 체내를 감도는 것만 같아서 ......
 
 
말하라, 그 어떤 부질없는 공포 때문에,
그 어떤 원한의 그림자 때문에,
 
이 현묘한 영감의 수맥이
내 입술에서 끊어졌는가?
 
 
오 엄밀함이여, 그대는 나에게
내가 내 영혼 거스르는 징조여라!
 
백조처럼 비상하는 침묵은
우리들의 하늘엔 이미 군림하지 않나니!
 
 
불사의 어머니여, 당신의 눈시울은
나에게 나의 보물들을 인정하지 않고,
 
내 몸을 안았던 부드러운 살은
이제 돌이 되고야 말았구나!
 
그대는 하늘의 젖마저 내게서 앗아가느니,
이 무슨 부당한 보복인가?
 
내 입술 없으면 그대는 무엇이며
사랑이 없으면 나는 또 무엇인가?
 
허나 샘물은 흐름을 멈추고
박정함 없이 그에게 대답한다.
 
----당신이 하도 세게 물어뜯어
내 심장이 멈추고 말았노라고!
 
 
뚜렷한 불꽃이 
 
            
뚜렷한 불꽃이 내 안에 깃들어, 나는 차갑게 살펴본다
온통 불 밝혀진 맹렬한 생명을......
 
빛과 뒤섞인 생명의 우아한 행위는
오직 잠자면서만 사랑할 수 있을 뿐.
 
 
나의 나날은 밤에 와서 나에게 눈길을 돌려주며,
불행한 잠의 첫 시간이 지난 뒤,
 
불행마저 암흑 속에 흩어져 있을 때,
다시 와서 나를 살리고 나에게 눈을 준다.
 
 
나날의 기쁨이 터질지라도, 나를 깨우는 메아리는
내 육체의 기슭에 죽은 이만을 되던졌을 따름이니,
 
나의 야릇한 웃음은 내 귀에 매어단다
 
 
빈 소라고동에 바다의 중얼거림이 매달리듯,
의혹을---- 지극히 불가사의의 물가에서,
 
내가 있는지, 있었는지, 잠자는지 아니면 깨어 있는지?
 
 
 
실 잣는 여인 / 폴 발레리
 
 
                       나리꽃은 --- 길쌈도 않는다.
 
 
가락도 아름다운 뜨락에 넘실거리는
파아란 유리창가에 앉아 실 잣는 여인;
코고는 낡은 물레 소리에 취해 버려.
 
푸른 하늘을 마셨기에, 갸날픈 손가락 피하는
어리광쟁이 머리카락 잣기에 지쳐,
여인은 꿈꾸고, 작은 머리가 숙여지고,
 
작은 관목과 맑은 공기가 분수를 만들고,
햇빛에 매달려 흐믓한 분수는 꽃잎을 뿌려
일없는 여인의 뜨락을 적셔 준다.
 
바람둥이 바람이 와서 쉬는 나무줄기 하나,
눈부신 제 장미 송이를 늙은 물레에게 바치며,
총총한 별 모양 맵시있는 헛인사를 보낸다.
 
그런데도 잠꾸러기 여인은 외로이 양털을 잣고;
그 여린 그림자는 이상하게도 자아져
조으는 길다란 손가락들 따라 짜여진다.
 
꿈은 천사처럼 게으르면서도 끊임없이
순하고 숫된 가락에 감겨들고,
머리카락은 쓰다듬는 손 따라 일렁거리고---
 
창공은 그 많은 꽃들 뒤로 숨으니,
잎가지와 빛에 둘러싸인 실 잣는 여인아;
초록빛 하늘이 온통 죽어간다, 마지막 나무가 타오른다.
 
한 성녀가 미소짓는 큰 장미 송이인 네 언니가,
그 순결한 숨결 바람으로 네 흐릿한 이마에 향을 뿌리니,
너는 나른해지는 기분---너는 사라진다
 
네가 양털을 잣던 그 파아란 유리창가에서.
 
 
/ 박은수 역
 
헬레네 / 폴 발레리
 
푸른 하늘아! 나예요--- 나는 죽음의 동굴을 빠져나와
웅성거리는 층계들에 부서지는 물결 소리 들으며,
갤리선들이 새벽빛 속에 금빛 노들을 저어대며
어둠에서 되살아나는 걸 다시 보고 있어요.
 
소금처럼 하얀 수염으로 내 순결한 손가락들 달래던
군주들을 내 외로운 두 손이 부르고 있어요;
나는 그때 울고 있었죠. 그들은 자기네의 어두운 승리들과
배 고물에 사라지는 물굽이들을 노래하고 있었고.
 
깊숙한 소라고동 소리며, 날개치는 노들과 장단 맞추는
전투 나팔 소리가 지금도 들려와요.
노 젓는 사람들의 낭랑한 노래가 법석을 억누르고,
 
물보라 덤벼드는 용맹의 뱃머리에는
우쭐한 신들이 그 옛날 그대로의 미소를 띄고,
그 조각된 너그러운 팔들을 나에게 내밀고요.
 
은밀한 노래 / 폴 발레리
 
 
눈부신 추락, 이토록 기분 좋은 마지막,
싸움들은 잊어버리기,
춤을 춘 후, 매끈한 몸이
이끼 바로 위에 눕는 이 즐거움!
 
이 여름 불티들과도 같은
섬광 한 가닥이
땀 흘리는 한 이마 위에서
승리를 축하한 적은 일찍이 없다!
 
그러나 황혼이 다가오자,
수 많은 일들을 이루어 낸 이 위대한 몸도,
춤을 추며 헤라클레스를 꺽던 이 몸도,
이젠 하나의 장미꽃 더미일 뿐!
 
서서히 몸 사그러든 승리자여,
별들의 발걸음들 아래 잠들어라.
왜냐하면 영웅과 맞수인 히드라별자리도
몸을 끝없이 펼쳐 놓았으므로---
 
영혼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들어갈 때는,
오 황소별자리 개별자리 곰별자리 따위의
엄청난 전리품들을,
영혼은 형체 없는 공간으로 밀어넣는다!
 
하늘나라에 가 있는 위대한 업적들을,
괴물들과 신들을 내세워
온 누리에 널리 선포하는
더할나위 없는 마지막, 눈부심이여!
 
시간 / 폴 발레리
 
 
시간이 나한테 와서 미소짓다가 사이렌이 되고:
내가 새로운 햇빛에 모두가 환히 밝아지니:
햇살아, 어둡지만 더할나위 없는 영혼의 앞뜰에서
   너는 오래 춤출 생각인가?
 
이젠 시간, 목마름, 샘물 그리고 사이렌.
 
내 욕망 채워 주는 시간아, 너를 위해 과거가 타오르니:
마침내 외로운 자의 광채, 오, 나를 가로챈 보물들,
나는 지금대로의 내가 좋으니; 내 고독은 바로 여왕!
내켜서 노예가 된, 어없이 은밀한 내 악마들이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그빛 햇살과 공기 속에서
명석한 의견들 지닌 순수한 지혜 하나를 완성시키니;
   나의 여기 있음은 아주 맑고 잔잔하다.
 
이젠 시간, 목마름, 샘물 그리고 사이렌,
 
햇살아, 저견의 앞뜰에서, 내 더할나위없는 밤의
검은 눈 앞에서, 오래 춤출 생각인가?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내 넋이여, 영생을 바라지 말고,
             힘 자라는 분야를 바닥내라.
              -핀다로스, <아폴로축가경기>중에서
 
 
비둘기들 거니는 저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 꿈틀거리고,
올 곧은 정오가 거기서 불꽃들로
바다를 구성한다, 늘 되풀이되는 바다를!
오, 신들의 고요에 오래 머문 시선은
한 가닥 명상 뒤의 고마운 보답!
 
날카로은 번갯불들의 순수한 작업이
잔 물거품 속 무수한 금강석을 간직하고 있어
아늑한 평화가 잉태되는 것만 같지 않은가!
하나의 해가 심연 위에 쉴 때는,
영원한  두 가지 순수 작품인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곧 깨달음이다.
 
견고한 보물, 소탈한 미네르바* 신전,
고요의 더미, 눈에 보일만큼 풍성하게 저장된 것들,
우뚝 솟은 물, 불꽃 너울을 쓴 채
무수한 잠을 내면에 간직한 눈이여,
오, 나의 침묵!---영혼 속의 신전,
그러나 기왓장도 무수한 금빛 등마루같은 지붕아!
 
단 한번의 한숨에도 요약되는, 시간의 신전,
이 순수점에 나는 올라가 익숙해진다.
바다 두루 살펴보는 내 눈길에만 둘러싸여서;
그리고 바다의 잔잔한 반짝거림이
온갖 경멸을 바다 깊이 씨뿌린다
신들에게 바치는 내 최고의 제물인 양.
 
과일이 즐거움이 되어 녹아들듯이,
과일이 제 모습 죽어가는 입 안에서
자신의 사라짐을 환희로 바꾸듯이,
나도 여기서 미래의 내 연기를 들이마시고,
하늘은 웅성거리는 해변들의 변화를
타 없어진 영혼에게 노래해 준다.
 
아름다운 하늘, 진실한 하늘아, 나를 바라보라,
나는 그 많은 자만 끝에, 이상야릇하면서도
능력 넘치는 그 많은 무위 끝에,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내맡기고,
내 그림자는 죽은이 집들 위를 지나가며
제 허약한 발걸음에 나를 길들인다.
 
사정없는 화살들 지닌 빛의 놀라운 올곧음,
하지점의 햇불을 쬐는 넋이여,
나는 버티고 서서 너를 쳐다본다!
나는 너를 순수한 그대로 네 으뜸 자리로 돌려주니:
네 모습을 보라! ---그러나 빛을 돌려주면
그림자의 어두운 반쪽도 따르게 마련.
 
오, 나만을 위해, 나 혼자서, 나 자신 속에서,
한 마음 곁에서, 시의 샘물들에서,
나는 기다린다, 내 속에 있는 위대함의 메아리를,
늘 미래인 빈속을 넋 속에 울리는,
쓰고 어둡고 소리 잘 내는 저수탱크를!
 
잎가지들에 갇힌 듯한 가짜 포로,
이 앙상한 쇠울짱** 갉아먹는 물굽이
감겨진 내 눈 위의 눈부신 비밀들아,
어떤 육신이 제 게으른 종말로 나를 끌고가고,
어떤 이마가 이 뼈투성이 땅으로 육신을 끌어당기는가를?
불똥 하나가 거기서 내 부재자들을 생각한다.
 
막혀, 거룩하고, 물질 없는 불로 가득 차,
빛에게 바쳐진 땅 조각,
이곳이 나는 좋다, 횃불들이 지켜주고,
금빛과 돌과 침침한 나무들로 구성된 곳,
숱한 대리석이 숱한 망령들 위에 떨고 있는 이곳이;
충직한 바다가 여기서 잔다, 내 무덤들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암캐야, 우상 숭배자를 피하라!
목동의 미소를 짓는 내가 외로이,
신비의 양들, 고요한 내 무덤들의 하얀 양떼를,
오랫동안 풀 뜯기고 있을 때는,
멀리하라, 조심성 많은 비둘기들을,
부질없는 꿈들과 호기심 많은 천사들을!
 
여기에만 오면, 미래는 바로 게으름.
깔끔한 매미는 메마름을 긁어대고;
모두가 타고 허물어져, 공기 속에 스며든다
나도 모를 무슨 가혹한 정기가 되어---
부제에 도취하면 삶은 한없이 드넓고,
쓴맛이 달고, 정신은 환히 맑다.
 
숨겨진 죽은이들은 바로 이 땅속에 있고
땅은 그들을 다시 태워 그들의 신비를 말린다.
저 높은 곳에 정오가, 꼼짝도 않는 정오가
저 속에서 저를 생각하며 저 자신의 마음에 드니---
완전한 머리, 완벽한 왕관아,
나는 네 속에서 은밀한 변화일 따름.
 
네가 주는 겁을 당해낼 자는 나뿐!
나의 뉘우침들, 나의 의혹들, 나의 얽매임들은
네 거창한 금강석의 흠집이고---
그런데도 나무 뿌리들 달린 흐리멍텅한 주민은,
대리석들로 온통 무거워진 자기네 어둠 속에서
이미 서서히 네 편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두꺼운 부재 속으로 녹아들었고,
붉은 찰흙이 하얀 종족을 마셔 버렸으며,
살아가는 재간은 꽃들 속으로 옮아 갔으니!
죽은이들의 그 단골 말투들이며,
저마다의 솜씨, 남다른 마음씨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눈물 맺히던 그곳에는 애벌레가 기어다닌다.
 
간지럼먹은 처녀들의 킬킬거림,
그 눈들이며 이빨들, 젖은 눈까풀들,
불꽃과 장난치는 귀여운 젓가슴,
순종하는 입술들에 반짝이는 피,
막바지 선물과 그걸 감싸는 손가락들,
모두가 땅밑으로 가서 윤회에 다시 끼여드니!
 
큰 넋이여, 그래도 너는 바라겠는가
물결과 금빛이 여기서 육신의 눈앞에 빚어내는
이 거짓말 빛깔들도 이미 갖지 않을 그런 꿈을?
네가 안개가 될 때도 너는 노래할 생각인가?
자아! 모두가 도망친다! 나의 현존은 잔구멍투성이.
영생을 바라는 거룩한 조바심 또한 죽어가니!
 
금칠을 해도 검은 수척한 영생이여.
죽음을 어머니 태로 삼는,
끔찍스럽게도 월계관 받쳐쓴 위안자여,
아름다운 거짓말과 경건한 속임수여!
이 텅빈 머리통과 이 영원한 웃음을,
누가 몰라보고, 또 누가 마다하지 않으랴!
 
그 숱한 삽질들의 흙 무게 아래서,
흙이 되어 우리의 발걸음도 분간 못하는,
깊은 곳의 조상들, 아무도 살지 않는 빈 머리들아,
정말로 좀먹는자, 막무가내인 벌레는
묘석 아래서 잠자는 당신들 위한 것은 아니어서,
생명을 먹고살고, 나를 떠나지 않으니!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인가, 아니면 미움인가?
그 숨은 이빨은 하도 바싹 내게 달라붙어 있어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다 알맞을 수 있을 판!
상관없어! 벌레는 보고, 바라고, 꿈꾸고, 만지고!
내 육신이 제 마음에 드니, 내 잠자리 위에서까지도,
나는 이 생물에 딸려서 살고 있는 걸!
 
제논! 잔인한 제논! 엘리아의 제논이여! ***
날면서도 날아가지 않는 그 바르르 떠는
날개돋친 화살로 너는 나를 꿰뚫었어!
그 소리는 나를 낳고 화살은 나를 죽이니!
아! 태양은--- 성큼성큼 달려도 꼼짝않는 이킬레스인
이 넋에게는 이 무슨 거북한 그림자인가!
 
아니야, 천만에! ---일어서라! 잇닿은 시대 속에!
내 육신아,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깨뜨려라!
내 가슴아, 태어나는 바람을 들이마셔라!
바다가 내뿜는 시원한 기운 한 가닥이,
내 넋을 내게 돌려주니--- 오, 짭짤한 힘이여!
물결로 달려가 거기서 힘차게 솟구쳐오르자!
 
그럼! 광란을 거느린 큰 바다,
얼룩덜룩한 표범 털가죽과
태양의 무수한 영상들로 구멍난 망토여,
침묵과도 비슷한 야단법석 속에서
번쩍이는 네 꼬리를 자꾸 물어뜯으며,
네 시퍼런 살에 도취해, 날뛰는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가없는 공기가 내 책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부서진 물결이 바위들로부터 마구 용솟음치니!
날아올라라, 온통 눈이 부셔 어지러워진 책장들아!
부수어라, 물결들아! 흥에 겨운 물로 부수어라
삼각돛들이 모이 쪼던 저 조용한 지붕을!
 
 
 
*Minerva 로마 신화에 나오는 공에, 직업, 예술의 여신, 나중에는 전쟁의 여신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 아네나 여신과동일시된다.
**쇠울짱  쇠로 만든 말뚝 을 죽 늘어서 세운 울타리 
***Zenon of Elea  BC 495경~ 430경.  그리스의 철학자·수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변증법의 발명자라고 부른 인물로서 특히 역설로 유명하다. 그의 역설은 논리학과 수학의 엄밀성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으며 연속과 무한이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발전하고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었다.
 
 
*** 히드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물속에 사는 뱀. 아홉 개의 커다란 머리를 가졌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불사의 마력을 지녔다고 하며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 새로 두 개의 머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헤라클레스에 의해 퇴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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