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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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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43 ]

43    "이슬" 동시 / 문삼석 댓글:  조회:323  추천:0  2017-08-26
이슬 1 / 문삼석 이슬은  밝음  한 알  이슬은  맑음  한 알    이슬 2 / 문삼석   밝음을  토해 내는  맑은  눈  맑음을  토해 내는  밝은  눈    이슬 3 / 문삼석     그 눈  앞에선  어둠도  쓰러지고  그 눈  앞에선  숨결도  가라않고   이슬 4 / 문삼석   풀잎 속에 숨는다고 누가 모르나?   맑은 눈 또랑또랑 뜨고 살면서....   이슬 5 / 문삼석   맑은 눈은 늘 고운 마음을 비춰 주고,   고운 마음은 늘 맑은 눈을 보여 주고.   이슬.6 / 문삼석   밤 새워 별빛과 도란거리다.   별빛되어 반짝이는 한 알 수정.   이슬 7 /  문삼석   보이는 건 그대로 티 없는 세상.   들리는 건 그대로 소리 없는 노래.   이슬.8 / 문삼석   굴 러 라. 융단 위를.....   울 려 라. 방울 소릴....   이슬.9 / 문삼석   아무리 닦아도 더 맑을 순 없을 거야.   아무리 굴려도 더 둥글진 못할 거야.   이슬.10 / 문삼석   달빛 속에 자라서 저리 고옵고,   별빛 보고 자라서 저리 말갛고.   이슬.11 / 문삼석   세상이 다 잠들어도 이슬아, 넌 언제나 깨어 있고   세상이 다 눈감아도 넌 언제나 뜨고 있고.   이슬.12 / 문삼석   누가 살까? 이슬 속 작은 마을엔....   누가 알까? 이슬 속 숨은 이야길....   이슬.13 / 문삼석   이슬은 눈 아기의 눈.   티 없이 연 초롱한 눈   이슬.14 / 문삼석   해님은 웬 일로 데려 가실까?   눈 젖어 애처로운 이슬 아기를....   이슬.15  / 문삼석   밤내 곱게 매달아 놓고,   차마 못 따고 두고 간 진주.   이슬.16 / 문삼석   해 맑은 눈빛으로 살고 싶은 이.   밤마다 몸 뒤채며 타고 남은 넋.   이슬.17 / 문삼석   새벽이랑 함께 떠 어둡지 않고,   풀잎이랑 함께 살아 외롭지 않고.   이슬.18 / 문삼석   이 슬 은 맑은 등,   아 침 을 켜는 등.   이슬.19 / 문삼석   훅 불면 또그로 구르겠다.   자칫 떨어지면 쨍그랑 깨지겠다   이슬.20 / 문삼석   하늘이 맑아서 너는 맑게 뜨고,   바람이 고와서 너는 곱게 뜨고.   이슬. 21 /문삼석   -다칠라..... 개미가 조심조심 꼿발로 비켜 가고,   -깨질라.... 바람도 가만가만 꼿발로 지나 가고.   이슬.22 / 문삼석   너늘 보면 나는 비인 풀밭이고 싶다,   너늘 보면 나는 이른 아침이고 싶다. 이슬.23 / 문삼석   이슬아.  넌 봤지 ?  어둠이 어떻게  잠 깨는지 ...... .  이슬아,  넌, 알지 ?  새벽이 어떻게  걸어오는지 ...... .   이슬.24 / 문삼석   맑은 모습 그대로 젖고 싶고,   순한 마음 그대로 닮고 싶고.   이슬.25 / 문삼석   순하고 둥근 마음 저리 고운 걸,   참으로 아는 인 진정 누굴까?   이슬.26 / 문삼석   이슬 속엔 몰래 하늘이 숨고,   하늘 속엔 몰래 이슬이 숨고.   이슬. 27 / 문삼석   참다 참다 더 참지 못해   보석처럼 맺히고 만 눈물 방울.   이슬. 29 / 문삼석   풀잎이 하도 고와 이슬은 더 맑고 싶고,   이슬이 하도 맑아 풀잎은 더 곱고 싶고.   이슬.30 / 문삼석   아무도 몰래 혼자 뜨고,   아무도 몰래 혼자 감고   이슬.31 / 문삼석   그늘 속에선 조용한 시.   그늘 밖에선 반짝이는 노래.   이슬.32 / 문삼석   서늘한 눈으로 열린 세상. 닮고파   또 보는 맑은 세상.   이슬.33 / 문삼석   새소리 맑게 걸러 더 맑아가고,   새벽빛 밝게 걸러 더 밝아 가고. .   이슬.34 문삼석   온통 이슬밭이게 늘 아침이었으면....   밴발로' 달리고픈 아침 이슬밭.   이슬.35 / 문삼석   아침 풀밭은 이슬이 사는 집,   동그란 마음들만 모여 사는 집.   이슬.36 / 문삼석   새벽 이슬은 작은 아이들,   티 없는 눈으로 사는 아이들,   이슬. 37 / 문삼석   어둡던 세상이 너로 하여 밝아지고   비었던 세상이 너로 하여 채워지고.   이슬. 38  / 문삼석   누가 울면서 온밤 보냈나?   저리 고운 눈물 뿌려 놓고서....   이슬.39 문삼석   혼자 있어도 너는 다구나.   따로 살아도 너는 하나구나.   이슬.40 / 문삼석   눈으로만 작게 웃고 싶고,   맘으로만 곱게 일하고 싶고.   이슬.41 / 문삼석   -세상은 하나다. 둥근 하나다.   이슬아ㅡ 네 눈은 그렇게 말하고,   -세상은 참이다. 맑은 참이다.   이슬아, 네 눈은 그렇게 보이고.   이슬.42 / 문삼석   마알간 옥구슬 받쳐 들고,   아침을 부르는 풀잎 손들.   이슬.43 / 문삼석   닫힌 마음도 하늘처럼 열어주는 이슬 눈.   비인 가슴도 바다처럼 채워주는 이슬 눈.   이슬.44 / 문삼석   풀잎 손 고운 손엔 이슬이 살고,   이슬 눈 맑은 눈엔 풀잎이 살고.   이슬.45 / 문삼석   어느 말보다 네 말은 참되고,   누구 말보다 네 말은 정답고.   이슬.46 / 문삼석   마알간 몸을 보면 눈부터 시려와요.   통째로 눈에다 담고 싶어요.   이슬.47 / 문삼석   한 알 네 눈짓으로   세상은 조용히 어둠을 벗는다. 이슬.48 / 문삼석   앉고 싶어라, 풀잎 위에....   살고 싶어라, 이슬 처럼.....   이슬.49 / 문삼석 어딜까? 네 눈빛만 초롱초롱 모여 사는 곳은?   언젤까? 네 숨소리만 세상 가득 차오를 날은?   이슬.50 / 문삼석   이 세상 가득 이슬로 채워   그렇게 맑고 밝게 살아 갔으면.....
42    오순택의 동시 100편 [한국] 댓글:  조회:367  추천:0  2017-07-07
    1. 봄비   나직나직 꽃의 말에 귀 기울이는 봄비   꽃잎에 고운 발자국을 놓고 간다   알몸이 되어 푸르르 푸르르 떨고 있는 풀잎에 앉으면 초록 구슬이 되는 봄비   연못엔 음표를 놓고 간다 《풀벌레 소리 바구니에 담다》, 아동문예, 1981     2. 노랑나비   노란 꽃잎이 바람도 없는데 하늘하늘 떠간다   그 꽃잎은 하느님이 만드신 것 중에서 가장 귀여운 것 가장 예쁜 것   바람도 없는데 노란 꽃잎이 나풀나풀 떠간다   길가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아동문예 1981     3. 새는 꽃빛깔로 운다   새의 목소리는 꽃이다 새는 꽃빛깔로 운다   새벽녘 마알간 부리로 꽃빛깔 한 모금 물어다가 창 곁에 놓아두고 하늘한 실가지 끝 날개 접고 앉아서 보랏빛으로 운다   수수깡 마른 줄기에 된장잠자리 앉았다 날아가는 어스름 녘   새는 고운 목소리 꽃잎에 토해 놓고 창 곁에 귀를 잠재운다   새는 꽃이다 꽃빛깔로 운다 아동문예 1985     4. 나는 나무가 좋습니다   나는 나무가 좋습니다   혼자 서서 생각하는 나무     새가 날아와 가지에 똥을 누고 가도 바람이 잎을 마구 흔들어도 말없이 서서 하늘 향해 기도하는 나무   나무의 몸에 가만히 등을 기대면 따스한 체온이 묻어나는 것 같고 잎을 만지면 손은 온통 초록 물이 드는 것 같은 나무   나는 나무가 좋습니다 아동문예 1985     5. 산마을 -겨울   눈이 숨겨 놓은 외딴집 고운 발자국이 길을 내었다   그 발자국 따라가 보면 보나마나 툇마루엔 함지박이 놓여 있고 함지박 안엔 찐 고구마가 담겨 있을게다   누가 왔다 갔는가 알 듯도 하다 우체부 아저씨가 꽃씨 같은 읍내 소식 놓고 갔거나 건너 마을 순이 어머니가 씨 강냉이 얻으러 왔을게다   산마을엔 새는 보이지 않고 꽃물 묻은 고운 목소리만 눈처럼 싸리울을 적시고 있다 아동문예 1985   6. 보리   하필이면 추운 겨울날 아이들이 손을 호호 불며 보리밭을 밟고 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보리를 밟아대지만 그럴수록 보리는 파르르 파르르 살아나 새처럼 날고 싶어 한다   연한 풀잎사귀 같은 것이 겨울을 용케도 견디어 내는 걸 보면 참 대견스럽다   손을 호호 불며 보리밭을 밟는 아이들의 가슴 속에 보리 잎사귀 같은 초록 물이 든다 아동문예 1985     7. 메밀꽃 피면   고추잠자리 쉼 없이 날고 있었지 누나 손을 잡고 메밀밭 가에 서면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 피어 있었지 앉을까말까 고추잠자리 생각하고 살래살래 메밀꽃 고갤 흔든다     실바람 숨죽이고 모여 있었지 누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 올 때쯤 달빛을 덮고 메밀꽃 자고 있었지 깨울까말까 실바람 생각하고 가만가만 메밀꽃 고운 꿈꾼다. 아동문예 1987   8. 자운영꽃 따서   학교 가는 길 논둑길의 자운영꽃 따서 꽃시계 만들어 손목에 찹니다 친구 시계는 재깍재깍 내 시계는 소올솔 꽃내음이 납니다   돌아오는 길 논둑길의 자운영꽃 따서 꽃목걸이 만들어 목에 걸지요 누나 목걸이는 반짝반작 내 목걸이는 사알살 꽃내음을 풍겨요 아동문예> 1987   9. 코스모스 꽃길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서 가면 발자국엔 고운 꽃물이 고여요   코스모스 꽃길을 손잡고 가면 손바닥엔 연분홍물이 들지요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오면 책가방 가득 꽃내음이 담겨요 아동문예 1987   10. 예쁜 나무 나의 친구와 나눈 이야기   “나무야, 나무야 잠은 언제 자니?” “봄엔 잎을 피우고 여름엔 꽃을 피워야지 잠잘 시간이 어디 있니” “밤에 잠을 자면 돼지 뭐” “밤은 너무 조용해서 잠이 오니” “그럼 밤엔 무얼 하니?” “별을 헤이며 하루를 반성하지” “날마다 반성하니?” “그럼” “가을엔 무얼 하니?” “하늘을 향해 기도 하지 하느님이 열매를 주시니까” “겨울엔?” “조용히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지” “귀를?” “봄이 어디만큼 오고 있나 알아보는 거지” “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니?” “그럼 봄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지” “어디 있니?” “응 그건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지” “그런 시시한 말이 어디 있니” “나무는 하느님이 만든 가장 예쁜 시인이야* 봄의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열매가 자라는 것도 볼 수 있는·······” *조이스 킬머의 에서 따옴. 아동문예 1987     11.꽃신   꽃씨만큼씩만 자라나는 신발 한 켤레   우리 현이의 신발에선 꽃내음이 난다   의좋은 다섯 발가락 나란히 누워 잠자는 조그만 방   밤이면 달님이 내려와 꽃방석 깔아주고 간다   꽃나무가 자라듯 밤에만 몰래 크는 꽃신 한 켤레 눈높이 대교출판 1988     12. 시골 친구  시골에서 온 내 친구 목소리에선 장다리꽃 냄새가 나지요   시골에서 온 내 친구 호주머니 속에는 풀잎 바람이 들어 있어요   시골에서 온 내 친구 신발에는 개울물 소리도 묻어 있지요   시골에서 온 내 친구 마음씨는 분꽃 씨 같아요   눈높이 대교출판 1988   13. 참새   참새 서너 마리 부리에 음표를 물고 전깃줄에 앉아 있다   다섯 줄 전깃줄이 오선지인 줄 아나 봐 눈높이 대교출판 1988   14. 아침마다   꽃도 밤에는 잠을 자나 봐 아침마다 이슬로 얼굴을 닦고 있는 걸 보면   나무도 잠을 자며 꿈을 꾸나 봐 아침마다 잎사귀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면 아동문예 1989   15. 무지개    여름 오후 해님이 잠깐 졸고 있는 사이   소나기가 놓고 간 일곱 줄 현악기   부리 고운 새가 날아가며 튕겨보지요 아동문예 1989     16. 바다   돛단배는 갸우뚱 딛고 가고   통통배는 뒤우뚱 딛고 가는    하늘만한 디딤돌 아동문예 1989   17. 까치집   키 큰 미루나무 파아란 하늘이 묻은 가지에 둥긋한 집 한 채   방 한 칸뿐인 까치집   단출한 까치네 식구들   하늘은 그의 뜰   구름도 까치집 뜰에 와서 논다 아동문예 1990   18. 우리나라의 새   우리나라의 새는 악기입니다   까치는 이른 아침 사립문에 꽃물 묻은 햇살을 물어다 놓고 까작, 까작, 까작 타악기 소리를 내고   실개천 말뚝에 앉은 털빛 고운 물총새는 돌 틈을 흐르는 물소리 같이 목관악기 소리를 냅니다   가르마를 타듯 바람이 보리밭을 헤치고 지나가면 종달새는 피리소리를 내며 돌팔매질을 하듯 보리밭에 내려앉고   몸은 솔숲에 숨겨 놓고 꽃 같은 고운 목소리만 내어 보이고 있는 뻐꾸기는 금관악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새는 예쁜 악기입니다 아동문예 1990   19. 고추잠자리   빨갛게 익었다.  고추처럼 익었다   여름 한낮 뙤약볕 받아먹고 곱게 핀 백일홍 꽃잎 같은 날개   파아란 하늘을 날며 꽁지로 시를 쓴다 계몽사 1992     20. 여름 한낮    소나기가 작은 북을 두드리듯 연잎을 밟고 지나가면   매미는 미루나무 가지에 앉아 연주를 한다   호박 덩굴이 살금살금 기어가는 울타리 너머로 쏘옥 고개 내민 해바라기 얼굴이 햇볕에 누렇게 익은 아빠 얼굴 같다   아까부터 장독대 곁 꽃밭에선 봉숭아 씨가 토록토록 여문다 계몽사 1992     21. 연못  연못은 오선지   보슬비가 음표를 놓고 간다   연못은 푸른 색종이   물방개가 동그라미를 그린다 계몽사 1992   22. 가을비   가을비는 낙엽을 밟고 옵니다   외로운 아이처럼 빈 가지만 들고 서 있는 나무 밑을 서성거리다가 까치집 문 밖에서 안을 기웃거립니다   가을비는 아이처럼 종종걸음으로 옵니다   댓돌 위에 나란히 놓여 있는 꽃신 속에 귀뚜라미를 울려 놓고 사립문 밖에선 굴뚝새가 물고 올 겨울을 기다립니다 계몽사 1992     23. 사과의 무게   사과는 땅에 내려오기 위하여 처음엔 모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만 해도 공중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과가 뚝- 하고 땅에 떨어졌을 때   지구는 사과의 무게만큼 무거워 졌다 계몽사 1992   24. 어촌에 가면   햇살 고운 돌담 옆에서 어부가 그물을 깁고 있다   짙푸른 파도도 걸리게 촘촘히 촘촘히 햇살도 조금 섞어 그물을 깁고 있다   조그마한 꽃게 한 마리 푸른 바다 한 조각 집어 들고 와서 그물코에 놓고 가면   그물코에 걸린 푸른 바다는 갓 잡아 올린 고기처럼 파닥거린다   그물을 깁고 있는 어부의 손등은 비늘 벗겨진 고기 등 같다 계몽사 1992     25. 귀이개   귀이개로 귀지를 파다보면   친구와 소곤소곤 나눈 귓속말도 귀이개에 묻어 나오고   선생님의 귀한 말씀도 부스러기가 되어 버린다   그래 쪼끄만 게 내 비밀을 다 캐내는구나 선영사 1993     26. 아빠 구두   밤에만 현관에 놓이는 아빠 구두   가만히 구두를 신어 봅니다   구두 한 짝 속에 나의 두 발이 포옥 담깁니다   아빠의 따스함 묻어 있는 구두 한 켤레 도서출판 가꿈 1995     27. 하늘 세수   세수를 했습니다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을 받아 세수를 했습니다   대야엔 찰랑찰랑 강물이 담겼습니다   강물엔 산이 빠져있고 하늘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세수를 했습니다   하늘을 떠서 세수를 했습니다 도서출판 가꿈 1995     28. 개망초꽃 꺾어서   들녘에 나가 종일 꽃을 꺾었습니다   가슴엔 온통 꽃물이 들었습니다   보랏빛 꽃잎을 따서 들녘에 흩뿌렸더니 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이윽고 밤하늘엔 개망초꽃 같은 별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예원 1997   29. 갈매기   갈매기야 갈매기야 너는 집이 어디니?   푸른 물결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며 3자를 쓰는 갈매기야   너는 소녀니? 소년이니?   물결은 혀를 날름거리며 방죽을 핥고 있고 배들은 묶인 채 떠나지 않는데   끼륵끼륵 갈매기야 누굴 찾고 있니?   푸른 바다 위를 가벼이 나는 너는 먼 나라에서 보내 온 편지 같구나   갈매기야 갈매기야 너의 예쁜 이름 누가 지어 주었니? 학예원 1997   30. 꽃과 나비의 입맞춤   나비가 뽀뽀를 했대요   꽃의 입술에 뽀뽀를 했대요   저것 봐요 나비 입술에 꽃 내음이 묻어있잖아요 학예원 1997   31. 찔레꽃   수수깡 울타리 위에 등불을 켜 놓고 고샅길을 하얗게 밝혀 주고 있다 학예원 1997     32. 구두약   아기 얼굴은 엄마가 닦아 주고   아빠 구두는 구두약이  닦아 주지요 문공사 1998   33. 개똥벌레   꽁무니에 불을 달고 까불대는 벌레 한 마리   풀숲에 호롱호롱 불을 켜네요 문공사 1998   34.아이와 우산   아이가 산을 들고 갑니다   비 오는 날   산 속엔 비가 오지 않습니다 문공사 1998     35. 나의 신발   나의 신발은 배이에요   나 혼자 타는 배이에요   나를 싣고 학교 가는 작은 배이에요 문공사 1998   36. 거미에게   거미야 거미야   네가 짜 놓은 그물 바람도 걸리니?   거미야 거미야   네가 짜 놓은 그물 빗방울도 걸리니? 문공사 1998   37. 우산꽃    비를 맞으면 활짝 피어나는 꽃 문공사 1998   38. 아가 이   엄마의 숨결 묻은 꽃씨 두어 개 묻어 놓은 아가의 입 속에   새하얀 봄이 쏘옥 돋는다 문공사 1998   39. 아름다운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   그리고 아기의 손가락 아기의 발가락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아동문예 2005   40. 똥꼬가 뽀꼼   엄마가 아기 똥꼬를 들여다봐요   꼭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똥꼬가 뽀꼼 열려요   튜브에서 치약이 나오듯 똥이 나와요   향내 소올솔 풍겨요 아동문예 2005   41. 아기 양말   발가락 포옥 잠재워 주는 아기 양말   보송보송 엄마가 사온 털실 양말   포근포근 봄 햇살 같아요 아동문예 2005   42. 꽃씨 눈   아기 눈은 꽃씨 눈이에요   흙 속에서 첫 눈 뜨는 해바라기 씨눈처럼 말똥해요   아기는 노랑나비 날개 접듯 살포시 눈 감아요 아동문예 2005   43. 새 싹에서 나는 향내   아기 입에선 향내가 나요   봉숭아 새 싹에서 나는 향내 같아요   아기 입은 금붕어 입처럼 쪼그마해요 아동문예 2005   44. 사슴섬의 뻐꾸기 -한하운 시인에게   뻐꾸기 한 마리 숲속에서 울고 있었다 고운 햇살 온몸에 감고   손을 내밀어 가만히 잡아 주고 싶은 목이 긴 사람들이 사는 사슴 섬   미움도 없고 시새움도 없는 아! 이곳은 아픈 당신들의 천국이었구나   어릴 때 함께 뛰어 놀던 친구들 모두 고향에 다 있는데 보리피리 불며불며 서럽게 찾아온 땅 소록도여!   그는 죽어 뻐꾸기가 되었는가 뻐꾹, 뻐꾹, 뻐꾹   숲속에 숨어 꽃잎에 붉은 울음을 토해 놓고 있었다 *사슴 섬: 전남 고흥군 도양면에 속하는 섬으로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한다. *한하운: 나병에 걸려 소록도로간 시인. 아동문예 2007   45. 선운사 동백꽃   선운사 동백꽃은 누나 입술 같이 곱더라   고운 입술에 봄빛 듬뿍 물고 배시시 웃고 있더라   지난 겨울 싸락눈 먹고 자란 초록 잎사귀가 저렇게 붉은 꽃 피웠겠지   꽃이 지면 어쩌지 붉은 동백꽃 똑똑 따며 봄이 가 버리면 어쩌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꽁지 몽땅한 새 한 마리 떨어진 꽃잎을 쪼아 먹고 있더라 *선운사: 전북 고창에 있는 고찰. 대웅전 뒤꼍엔 오래된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동문예 2007.       46. 웃는 돌 -경주 남산에서   돌이 앉아서 웃고 있다   눈도 웃고 입도 웃고 귀도 웃는다 *경주 남산은 마치 불상들의 박물관 같다. 모두가 웃고 있다. 귀로도 웃고 입으로도 웃고 눈으로도 웃는 돌. 얼굴 없는 불상도 있다. 아동문예 2007   47.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황지에서 낙동강까지   나는 물이에요 졸졸 쫄쫄 촐촐 악기 같은 새 소리도 흉내 내며 산 속 바위틈을 지나 개울에 이르면, 어디서 왔는지 그 곳에는 얼굴이 푸르스름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가다가 숨차면 댐에 갇혀 햇볕에 포슬포슬 등을 말리기도 하고, 그래도 심심하면 폭포처럼 뛰어내려 하야말갛게 부서지며 깔깔댔어요 물은 물끼리 만나면 즐거워요 금세 강에 다다랐는지 토끼풀 주섬주섬 모아 꽃피우는 강가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 마음이 되어 큰 강을 만들지요 강은 깊을수록 휘휘 휘파람을 불며 흘러가지요 나는 친구들과 헤어져 어느 집 수도관으로 들어갔지요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물을 콸콸 흘려버리면 어쩌나 싶어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이윽고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틀었어요 후유! 손이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 아이였어요 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주었지요 “너를 만나려고 낙동강 일천삼백 리를 달려왔지” 나는 나푼나푼한 이파리처럼 말하였지요 *황지: 낙동강 일천삼백 리가 시작 되는 연못. 강원도 태백시에 있다. 아동문예 2007   48. 마이산을 바라보며   전라북도 진안엔 말의 귀 모양을 한 산이 하나 있는데요   가까이 다가가면 바윗덩이만 보이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두 개의 봉우리가 영락없이 쫑긋한 말의 귀 같지요   사람 사는 것도 그렇다나요 가까이 있을 땐 몰랐는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름다운 마음이 새록새록 솟는데요   그래요 자연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소중한 것을 일깨워 주지요 *마이산: 두 개의 산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아 마이산(馬耳山)이라고 한다. 높이 685미터. 아동문예 2007     49. 하회마을   낙동강이 휘돌아 흘러가며 감싸고 있는 마을   그곳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하늘 맑은 날 찾아갔지요   고샅길 따라가면 마른 풀 향내 나는 토담집이 정겹고   솟을대문 열고 들어서면 기와 이고 있는 오래 된 집들은 파릇한 손때가 묻어 있었지요   그곳에 가면 하회탈 쓰고 더덩실 더덩실 어깨춤 추는 초랭이도 만날 수 있지요 *하회마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낙동강이 감싸고 있는 마을. 물도리동 이라고 함. 한국민속문화의 한 전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통양반 마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 *하회탈:9개의 하회탈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있다. *초랭이: 양반의 하인을 상징하는 탈. 아동문예 2007   50. 제암리 예배당   제암리엔 일요일이면 하느님이 내려 오셨다가 잠깐 쉬어가는 조그만 예배당이 있습니다   예배당 옆 난쟁이 풀꽃들 나직나직 무슨 말 하는지 볼이 불그레한 꽃잎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린 새싹은 보드라운 손길로 쓰다듬어 주시고 고운 햇살 골라 과일 속에 단물 고이게 하시는 그분 만나기 위해 일요일이면 예배당엔 신발이 가지런히 놓입니다.   발가락이 쏘옥 나온 구멍난 양말을 신은 소녀 곁엔 문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오도마니 앉아 있습니다   기도 소리가 하늘까지 닿았는지 구름도 지나가다가 잠시 머물다 갑니다 *제암리: 3 · 1 운동 순교 유적지. 당시 일본군이 마을 기독교 주민 30명을 집단으로 학살한 곳.(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제암리) *교회 뒤쪽에 제암리 3 · 1 운동 순국 묘가 있다. 아동문예 2007     51. 풀벌레   온종일 풀잎에 앉아 놀더니   온몸에 초록물이 들었구나 청개구리 2009   52. 달팽이   풀잎에 맺힌 이슬 핥아 먹고   봉숭아 씨 같은 똥을 눈다   똥에선 풀꽃 향내 난다 청개구리 2009     53. 저녁 눈   사락사락 누가 연필을 깎고 있다   하얀 종이 위에 시를 쓰려나 보다 청개구리 2009     54. 향내 나는 말   운동장 한쪽에 있는 세면대에서 아이들이 까르르까르르 이을 닦고 있습니다   입가엔 함박꽃이 핍니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도 선생님에게 여쭐 말도 반짝반짝 닦입니다   양치질을 끝낸 아이들이 쪼르르 교실로 들어옵니다   재잘재잘 아이들의 말에서 향내가 납니다 교실에도 향내가 묻어납니다 청개구리 2009   55. 못   한 곳에 박혀 있다고 무시하지 마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 옷도 내가 받아 거는걸   쬐그맣고 볼품없다고 무시하지 마   너의 온몸 비춰볼 수 있는 거울도 내가 들고 있는걸 청개구리 2009     56. 쪽배가 된 초승달   옥토끼가 갉아 먹다 남은 초승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꽁지 몽땅한 새가 잠자러 가면서 쪽배인 줄 알고 타고 간다 청개구리 2009   57. 눈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 헌 옷 입은 아저씨가 빈 깡통 옆에 놓고 졸고 있다 사람들은 못 본 척 버스를 탄다 하느님은 아까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나 보다 싸락눈을 빈 깡통에 담아주고 있다 청개구리 2009   58. 달빛   달빛이 햇볕처럼 뜨거워 봐 꽃들이 어떻게 잠을 자겠니   달빛이 햇볕처럼 밝아 봐 새들이 어떻게 잠을 자겠니 청개구리 2009   59. 아기 염소가 웃는 까닭   꽁지 몽땅한 새가 날아가면서 싼 똥 민들레 꽃잎에 똑- 떨어졌다   민들레 얼굴이 노래진다   새순을 뜯어 먹고 있던 아기 염소가 까르르 웃는다 청개구리 2009   60. 할아버지의 과일   시골 할아버지가 보내 준 과일 속엔 해가 들어 있지요   뜨거운 여름 햇볕 받아먹고 빠알가니 익었으니까요   시골 할아버지가 보내 준 과일 속엔 빗소리도 들어 있어요   뭉게구름 지나가다가 과일 밭에 들러 비 뿌려 주고 갔으니까요   시골 할아버지가 보내 준 과일 속엔 새소리도 들어 있지요   온음표 물고 날아가던 새 과일나무 가지에 앉아 노래하다 갔으니까요 청개구리 2009   61. 낚시   아빠는 강에 물음표를 놓았습니다   강은 대답 대신 고기 한 마리 올려 보냅니다 청개구리 2009    62. 누구니? · 1   누구니?   외딴 마을에 풀꽃 피었다고 나비에게 누가 전화 했니? 청개구리 2009   63. 캥거루   탁아소가 필요 없지요   엄마가 항상 데리고 다니니까요   유모차가 필요 없지요   주머니에 아기를 넣고 다니니까요 청개구리 2009     64. 슬플 때는   꽃이 없다고 나비는 슬퍼하지 않는단다 개미는 바빠서 슬퍼할 겨를이 없단다   밤하늘에 박혀있는 별을 따서 가슴 가득 담아 봐 슬플 때는   그래도 슬플 땐 들꽃을 만나 봐   아무도 보러오지 않아도 웃고 있지 않니   그러면 가슴속에 들어 있는 슬픔이 채송화 꽃씨같이 토옥 튀어 나와 동글동글 굴러가 버릴 거야 청개구리 2009   65. 공룡이 뚜벅뚜벅   아이가 공룡이 그려진 책장을 넘깁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타르보사우루스가 뚜벅뚜벅 걸어 나옵니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엄마가 얼른 책장을 덥습니다 아평 2011     66. 민들레꽃 웃음   아이 손잡고 유치원 가는데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뒤돌아보았다   한 떨기 민들레꽃이 노랗게 웃고 있었다 아평 2011   67. 딸기   내가 좋아하는 주근깨투성이 소녀   가만히 바라보면 부끄러워 얼굴 빨개진다 아평 2011     68. 부탁해   나비야 꽃잎 밟지 마라   연한 꽃잎에 발자국 생기면 어쩌니 아평 2011       69. 우체통   초록 바람이 손을 넣어 보며   -없네     꽁지 몽땅한 새가 들여다보며   -비었군 아평 2011     70. 발가락도 숨을 쉰다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거려요   “숨이 막히니?”   양말이 빠꼼히 구멍을 내주지요 아평 2011   71. 나비의 집   나비야 넌 집이 어디니?     꽃밭   그럼 겨울엔 어디서 사니?   꽃씨 속 아평 2011   72. 제비꽃의 봄   쪼그만 입으로 봄볕 오물오물 먹고 있는 자주색 제비꽃   모시나비 한 마리 사뿐사뿐 날아와 제비꽃 자주색 입술에 뽀뽀하고 있다 아동문예 2012     73. 봄은   봄은 세 살배기 아기다   이제 막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아기다   봄은 아침마중 2013     74. 신문지 이불   지하도에서 아저씨가 신문지 덮고 자고 있다   누군가가 다 읽고 버린 신문지도 때로는 이렇게 따뜻한 이불이 된다 아침마중 2013   75. 크레파스   살빛은 달라도 한 방에서 나란히 누워 잠잔다   태어날 땐 키가 똑같았는데   밖에 나가 신나게 놀다오면 키가 작아진다 아침마중 2013     76. 봉선화처럼   봉선화 꽃이 손톱에 고운 꽃물을 들여 주듯   나도 너의 마음속에 연분홍 꽃물로 물들고 싶다 아침마중 2013       77. 방패연이 걸어놓은 빨랫줄    방패연이 하늘에 걸어놓은   팽팽한 빨랫줄   해님이 물 먹은 구름을   탈탈 털며 널고 있다 아침마중 2013       78. 해바라기와 흰줄표범나비   긴 꽃대위에 노랑 쟁반 올려놓고   햇볕 달달 볶고 있다   흰줄표범나비 한 마리 날름날름 햇볕 핥아 먹고 있다 아침마중 2013   79. 이사 가는 나무   미루나무 한 그루 누워서 이사 간다   나무에 세 들어 사는 까치네도 함께 간다   다친 발 친친 동여매고 트럭에 누워 이사 간다   나무가 이사 가는 마을이 궁금해 푸른 하늘도 따라 가고 해님도 빙그레 웃으며 따라 간다 아침마중 2013   80. 빈집·1   바닷가에 소라 한 개 버려져 있다   -안에 누구 계셔요?   갈매기가 목 길게 빼고 들여다본다 아침마중 2013   81. 달걀   부엌에선 프라이가 되지만   둥우리에선 병아리가 된다 아침마중 2013       82. 탯줄   세상에 막 나온 아기에게 엄마가 전화를 했답니다   -아가야 세상은 넓은 바다와 같은 거란다   -엄마 세상이 참 아름다워요   탯줄은 엄마와 아기가 주고받은 아름다운 유선 전화랍니다 아침마중 2013   83. 수평선    하늘과 바다가 그어 놓은 금줄이다   하늘을 나는 새는 헤엄을 못치고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날지 못해   조심하라고 그어 놓은 금줄이다 아침마중 2013     84. 산을 먹은 송아지   산이 슬렁슬렁 강으로 내려가 물구나무를 섭니다   강둑에서 새순을 뜯어 먹고 있던 송아지가 겅중겅중 뛰어가 후루룩 강물을 먹습니다   음매에~ 어미 소를 부르는 송아지 울음이 꼭 산의 울음 같습니다 아침마중 2013   85. 봄볕 먹기   봄볕이 맛있나 봐   민들레 노란 꽃잎에 앉아 있는 모시나비도 먹고 풀밭에서 뛰어 노는 아기 염소도 먹고   뜨락에서 뒹구는 고양이도 먹고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도 먹는다   봄볕이 참 맛있나 봐 아침마중 2013   86. 나무야, 아프지 마   과천 정부청사 앞 나무 한 그루 주사기를 꽂고 링거를 맞고 있다   노랑턱멧새 한 마리 문병 와서 포도 알 같은 슬픈 눈망울하고 나무의 어깨에 앉아 울고 있다 아침마중 2013   87. 똥꼬 보고 웃기   아이가 길을 가다가 풀밭에 똥을 눴단다   바지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똥을 눴단다   똥 덩이에 눌린 풀잎은 푸렁 물이 들었단다   누가 연락했는지 쉬파리가 맨 먼저 찾아왔단다   풀꽃이 아이 똥꼬를 봤는지 까르르 웃고 있었단다 아침마중 2013       88.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   미루나무 줄지어 서 있는 강둑을 아이는 굴렁쇠를 굴리며 달려간다   은빛 송사리 떼 헤엄치며 따라가고   토끼풀 주섬주섬 모아 꽃피우는 강둑에 잎싹 날름날름 뜯어 먹고 있는 아기 염소 두 마리 끔벅끔벅 눈도 까맣다   해님이 잠자러 가면서 노을 한 자락 걸어 놓으면   아이는 굴렁쇠에 노을을 감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침마중 2013   89. 연못 속의 나무   나무 한 그루 연못에 제 모습을 비춰보고 있다    물구나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몸을 바르르 떤다   이윽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가 포르르 날아간다   연못이 까르르 웃는다 아침마중 2013   90.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바퀴에 감긴 길을 동그란 실뭉치 풀듯 풀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 누나 목에 두른 목도리 같은 고속도로도 감겨 있고 고운 햇살 머금고 발그레 웃고 있는 코스모스 길도 감겨 있겠지   바퀴를 뒤로 굴리면 동글동글한 실뭉치가 둘둘둘둘 풀리듯 고속도로 옆 그림처럼 펼쳐진 산과 들도 손잡고 따라 나오고 코스모스 발그레한 웃음도 향내 머금고 따라 나오겠지   동그란 실뭉치 풀듯 바퀴에 감긴 길을 둘둘둘둘 풀어보고 싶다 아침마중 2013   91. 목련   남녘에 사는 바람이 편지를 보내왔다   연둣빛 봉투 귀퉁이를 가위로 잘랐다   이윽고 봄이 좌르르 쏟아졌다   뾰뾰뾰 멧새 소리도 들어 있었다 아침마중 2013     92. 똥 싸는 감나무   아이가 시골 외할머니 집 감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감나무가 끙 힘을 준다   홍시 한 개 철벅 땅에 떨어진다   아이도 끙 힘을 준다 똥 한 덩이 철벅 떨어진다 아침마중 2013     93. 벌레들의 놀이터   풀밭은 벌레들의 놀이터   실베짱이는 풀잎에 앉아 첼로를 켜고 긴알락꽃하늘소는 더듬이로 무전을 치고 모시나비는 긴 입으로 꽃에 주사 놓고 버들잎벌레는 풀대 위에서 미끄럼 타고   이슬은 무당벌레 등에 업혀 눈 깜박깜박   풀밭은 벌레들의 즐거운 놀이터 아침마중 2013   94. 무 밭에는   지하에 방 하나 있다   몸매 매끈한 무가 살던 방   창문이 없어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무가 이사 간 반지하 방   불개미 가족 우글우글 살고 있다 아침마중 2013       95. 달은 힘이 세다   달은 힘이 센가 봐요   바닷물을 채웠다 비웠다 하잖아요   어딘가에 바다보다 더 큰 그릇이 있나 봐요 아침마중 2013     96. 자국   비 갠 오후   꽃밭에 지렁이 기어간다   한 획 휙 그은 붓   참새가 그 붓 낚아채간다   꽃밭엔 붓 자국만 남는다 아침마중 2013     97. 벌레와 갈잎   초록 잎사귀를 사각사각 갉아 먹고 자란 벌레가     먹다 버린 갈잎을 도르르 말고 겨울잠을 자는 것은   갈잎은 여름 뙤약볕을 받아서 햇볕처럼 따스하기 때문이야 아침마중 2013     98.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   아이가 피아노 건반 위를 뛰어 간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얼마나 빨리 달리나 신호등이 재깍재깍 시간을 재고   자동차는 멈춰 서서 눈 깜박이며 음악 감상 한다 아침마중 2013     99. 봄의 잠 깨우기   겨울의 뒤꼍에 가 보았니? 이따가 한 번 가 봐 싸락눈 내린 고샅길 지나 지붕 야트막한 집 한 채 싸리 울타리 두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강아지 데리고 살고 있지 마당귀엔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우물도 있어 겨울 햇살 포슬포슬 놀고 있는 장독대 배불뚝이 항아리들 장맛 잘 들었을 거야 그 뒤꼍에 가 봐 매화나무가 있어 가지마다 이슬만 한 뽀얀 몽우리 맺혀 있지. 봄이 여윈잠 자고 있을 거야 귓불을 간지럼 시켜 봐 머루알 같은 눈 비비며 봄이 깨어날 거야 아침마중 2013     100. 쉬   수원 영통 홈플러스 3층의 인형과 자동차가 있는 완구 코너에서 네 살배기 쌍둥이 손녀손자와 놀고 있는데 두 아이가 오줌 마렵다고 하여 바삐 화장실 앞까지 갔었지요   손녀는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자고 하고 손자는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야 한다며 나의 손을 잡아끌었지요   허허 참! 어쩌면 좋으냐   화장실 밖에서 두 아이가 똑같이   할아버지 쉬- 아침마중 2013  
41    쉘 실버스타인 작품들 댓글:  조회:484  추천:0  2017-06-22
쉘 실버스타인 작품들   쉘 실버스타인 (1932~1999)은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시인, 음악가로 폭넓은 예술 활동을 했다. 그의 작품에는 시적인 문장과 함께 풍부한 해학과 번뜩이는 기지가 녹아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은 글의 재미와 감동을 한껏 더해 준다. 1964년에 출판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가장 감명 깊은 책으로 손꼽힌다. 작품으로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미를 만나》,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다락방에 불빛을》, 《길이 끝나는 곳》들이 있다.     여덟 개의 풍선 / 쉘 실버스타인     아무도 사 가지 않은 여덟 개의 풍선이 어느날 오후 모두모두 풀려 났다네. 줄 달린 여덟 개의 풍선이 날고 있네. 제멋대로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하나는 날아서 해에 닿았지.-펑 하나는 고속도로 위에서 놀고 싶었지.-펑 하나는 선인장 더미 속에서 한숨 잤지.-펑 하나는 장난꾸러기 아이와 놀았지.-펑 하나는 숯불 고기를 맛보려고 하다가.-펑 하나는 고슴도치와 사랑에 빠졌지.-펑 하나는 악어 입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았지.-펑 하나는 김이 빠질 때까지 앉아만 있었지.-쉬익 아무도 사 가지 않은 풍선 여덟 개. 모두모두 풀려서 멀리멀리 날아 갔다네. 마음대로 떠돌고 마음대로 날다가 마음대로 펑펑 터지며. ======================================================   함 / 쉘 실버스타인     우리가 만나 "안녕"하면, 인사함이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고려함이요. 우리가 잠시 머물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대화함이요. 우리가 서로서로 이해하면, 통함이요. 우리가 따지고 외치고 삿대질하면, 말다툼함이요. 나중에 풀어져서 서로 미안하다고 하면, 화해함이요. 우리가 서로 도우면, 협조함인데, 이 모든 함이 다 보태져서 훌륭함을 이룬다.   (내가 이걸 근사한 시라고 우기면, 그것은 과장함일까?)   ====================================================   원반의 모험  / 쉘 실버스타인     이리저리 날기에 지겨워서, 하고 싶은 다른 일들도 생각나서 다음번에 던져졌을 때 공중에서 빙 돌아서 멀리멀리 날아가 새로운 일거리들을 찾았다. 안경이 되고자 했으나 그걸 통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비행 접시가 되려고 했지만, 모두들 그를 알아채버렸다. 반찬 접시가 되려고 했으나, 금이 가서 버려졌고, 빈대떡이 되고자 했으나, 던져지고 구워지고 뜯겨졌다. 자동차 바퀴 모자가 되려고 했지만, 차들은 모두 너무 빨리 달렸고, 음반이 되고자 했으나, 어지럼증에 견딜 수 없었고, 동전이 되려고도 했으나, 너무 커서 쓰기에 불편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굴러와 원반으로 되돌아 온 게 기쁘고 즐거웠다.   ========================================================   두려움  / 쉘 실버스타인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무서워진 무섬이는 헤엄쳐 본 적도 없고, 배를 타 본 적도 없고, 목욕한 적도 없고, 개울을 건너 본 적도 없었다.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창문에도 못질을 한 채, 밤이고 낮이고 앉아만 있었다. 물결이 밀어 닥칠까 두려움에 떨며, 너무나 많이 울어서, 눈물은 방안을 가득 채우고 드디어 그는 빠져 죽었다.   =====================================================   겉이냐, 속이냐? / 쉘 실버스타인     노마는 오만원짜리 겉옷은 샀으나 속옷 살 돈이 없었다. 노마가 지껄이길 "겉 모습이 정말 그럴듯하면, 속에 무얼 입었는지 알게 뭐야."   삼돌이는 수만원짜리 속옷을 샀으나, 겉옷은 너덜너덜, 솔기마저 터졌다. 삼돌이가 중얼대며, "속에 무얼 입었는지, 나만 알면 됐지. 남이 무슨 상관이야."   누리는 피리와 색연필 한 상자, 빵과 고기와 잘 익은 배를 한 개 샀다. 겉옷이나 속옷에 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신경 써 본 적도 없었다.     쉘 실버스타인 시집에서    딱따구리 ㅡ쉘 실버스타인 이제까지 봤던 일 가운데 가장 슬펐던 일은 딱따구리가 만든 나무를 쪼고 있던 일이야. 딱따구리는 힘 없이 내뱉었어. "아,모든 것이 옛날 같지가 않아". ***   도둑아 게 섰거라 /  쉘 실버스타인   순경 아저씨, 순경 아저씨, 제발 도와주세요. 누가 내 무릎을 훔쳐 갔어요. 쫓아갈래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40    <오순택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 . 동시조 100편 [한국] 댓글:  조회:472  추천:0  2017-06-12
​ *동시(50편)*     나비   나비는 예쁜 그림책.   접었다 펼치는   두 장 뿐인 그림책.     배추흰나비   너도 아기였를 땐   초록 배춧잎에 송송 구멍을 낸 못말릴 애벌레 였단다.     모시나비   민들레가 제일 좋아하는 머리핀.     나비의 무게   나비의 무게는 몇 그램이나 될까?   꽃잎 한 장에 향기를 더한 무게일까?   자주제비꽃에 앉은 작은주홍부전나비는 자주제비꽃 향기만큼 무거울까?   개망초꽃잎에 앉은 수풀꼬마팔랑나비는 개망초꽃 노랑 꽃잎만큼 무거을까?   꽃만 알고 있는 나비의 무게.     나비의 책 읽기   애기똥풀 꽃잎 한 장 한 장은 노란 책장.   모시나비가 앉아서 한 장 한 장 책장 넘기며 읽고 있다.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꽃밭에서 뭐 하니?   뽀뽀하지.   뽀뽀만 하니?   밤이면 꽃잎 덥고 잠자지.       오목눈이   이른 아침 우리 집 우편함 속에서 오목눈이가 빠끔 내다보고 있다.   어젯밤 집을 잘못 찾아 우편함 속에서 잤나보다.   우체부도 한번쯤 저렇게 이쁜 편지 배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랑턱멧새   -나도 꽃이야.   불그레한 매화 몽우리 맺힌 가지에 눈빛 고운 노랑턱멧새 한 마리 앉아 있다.   아이야! 발소리 가만히 걸어라 꽃 날아갈라.     뻐꾸기 소리   뻐꾸기 소리에선 산국화의 보랏빛 향내가 난다.   뻐꾸기 소리에선 보리 익는 누르스름한 냄새가 난다.   뻐꾸기 소리는 시골 외할머니가 나를 부르는 소리 같다.     보리똥나무가 직박구리에게   보리똥나무의 열매가 익을 무렵   직박구리가 와서 노래를 불러 주었다.   풀빛 고운 노래 공짜로 듣는 것 미안해 보리똥나무는 직박구리 입 속에 빨간 열매 하나 넣어 주었다.     대추 한 개   갈색 조그만 대추 한 개.   벌레가 먼저 맛을 보고 있었다   나는 달짝지근한 대추 한 개를 벌레와 나눠 먹었다.     따뜻한 밥   포클레인은 커다란 숟가락이다.   흙밥 푹 퍼서 트럭에게 먹여 준다.   고봉밥 먹은 트럭 부릉부르릉 트림하며 간다.   달   아이가 운동장에서 공을 뻥 찼다.   하늘에 공만한 구멍이 뻥 뚫렸다.     우산병원   우리 아빠가 원장인 한 평 우산병원.   펜치 하나로 날씨를 접었다 폈다 하신다.   아빠가 고친 우산은 빗방울의 신나는 미끄럼틀이고   아빠가 고친 양산은 고운 햇볕 받아 먹고 핀 접시꽃이다.     수평선   젖은 구름도 걸리고 때로는 물 먹은 미역도 걸려 있다.     톡, 튕기면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질 것 같은   팽팽한 빨랫줄.     꽃을 보고 있으면   꽃을 보고 있으면 나도 꽃이 됩니다.   꽃이 되면 몸에서 향내가 납니다.     엄마 냄새   아침 햇귀 같은 아가 옷 빨랫줄에 너는 엄마.   바람도 가만 와서 아가 옷 속 들락거리고   부리 예쁜 새도 빨랫줄에 앉아 엄마 냄새 맡고 있다.     함께 먹는 식사   상추 잎에 구멍이 나 있었다.   벌레가 먼저 먹었던 잇자국이다.   벌레가 먹고 남긴 상추 잎 나도 맛있게 먹었다.     마당을 쓸며   마당을 쓴다. 아침에   어둠은 잘게잘게 부서지고 햇귀는 비질에도 쓸려나가지 않는다.   눈 고운 곤줄박이 온음표로 물고 온 아침 햇살 푸르스름하다.       하늘 냄새   아침 일찍 들녘에 나갔다.   별이 내려와 놀다갔는지 풀잎에서 하늘 냄새가 난다.     봄비   자박자박 아기가 걸어옵니다.   하얀 종아리 드러내고 종일 마당에서 자박자박 걸음마를 배웁니다.     목련   입 안에 함빡 봄을 머금고 와서   푸우~ 푸우~ 뱉고 있다.   봄이 화르르 쏟아진다.     파꽃   머리에 행성 하나이고 있다.   그 행성에서 비릿한 향내 물큰 난다.     두부   처음엔 동그란 콩이었어요.   반듯한 네모 보드라운 살빛으로 다시 태어났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가장 보드라운 것을 가장 날카로운 칼로 벱니다.     선풍기   새장에 갇혀 파닥이는 저 날개 좀 봐.   날개만 남겨두고 새야! 어디 갔니?     장미   6월이 담장을 넘다가 가시에 찔렸대요.   담장이 온통 빨갛게 물들었대요.       여우비   어린 하느님이 대낮에 쉬를 하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나 봐.     *여우비: 볕이 나 있는데 잠깐 오다 그친 비.   너는 누굴 닮을래?   물고기는 몸속에 가시를 숨기고 산단다. 고슴도치는 몸 밖에 가시를 내놓고 산단다.   너는 누굴 닮을래?     고드름   나는 눈이 아니야.   나는 물도 아니야.   그럼 넌 누구니?   나는 해님이 만든 수정이야.     겨울나무   하느님이 X-레이로 나무의 가슴을 찍었다.   나무의 가슴 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겨울나무 참 건강하다.       31. 놀랜 바다   건드리지 마라 바람아.   푸른 몸 생채기 나면 물고기들도 아파한다.   파도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건   상처 난 지구 소금기 묻은 혀로 핥아주는 거란다.     비 갠 오후   꽃밭에 지렁이 한 마리 죽어 있다.   까만 옷 입은 개미들이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간다.   꽃무늬 옷 입혀 하늘나라로 보내주려나 봐.       마음   세모난 꽃씨 봤니?   동글동글해야 꽃씨지.   네모난 꽃잎 봤니?   동그스름해야 꽃잎이지.   그래, 모나지 않은 마음이라야 향그럽지.     걸레   누가 너를 함부로 대하랴 엄마가 자주 찾는 이름 아니더냐.   보드라운 비의 혓바닥도 환한 바람의 빗자루도 너처럼 세상 구석구석 닦아 주진 못한다.   겉보다 마음이 깨끗한 너는 해진 헝겊의 성자다.     해질 무렵   해질 무렵 호숫가에서 발을 씻고 있는 황새 한 마리.   -엄마가 걱정하신다 얼른 집에 가거라.   갈대가 사르락사르락 말을 건다.       아기의 첫 울음   아기의 첫 울음은 알림이에요.   하느님에겐 인구 한 명 더 늘어났다고   땅에겐 지구가 더 무거워졌다고   알리는 것이에요.     아름다움이 있는 곳   내려오려고만 하지마라. 폭포야. 하늘이 아름답지 않니.   올라가려고만 하지마라. 분수야. 꽃이 아름답지 않니.     우리 집   오늘 아침 우리 집 뜰엔 세상에서 제일 맑은 아기 웃음 같은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내 동생이 태어날 때처럼 목련꽃 핀 우리 집이 동네에서 제일 환합니다.     제비꽃의 봄   쪼그만 입으로 봄볕 오물오물 먹고 있는 자주색 제비꽃.   모시나비 한 마리 사뿐사뿐 날아와 제비꽃 자주색 입술에 뽀뽀하고 있다.     미안해   놀이터에서 친구와 놀다가 개미를 밟았어.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어.   그런데 잠을 자려는데 개미의 모습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았어.   ‘개미야, 미안해’ 맘속으로 말했어.       엄마 스타킹   우리 집에 뱀이 살아요.   지난 여름 풀밭에서 본 뱀이 허물을 벗어 놓고 갔나 봐요.     코스모스꽃   가녀린 꽃대위에 분홍 접시 하나.   접시엔 향기 몇 스푼   벌 나비 불러 모아 나눠준다.     벌레들의 도서관   노래책이 빼곡한 벌레들의 도서관.   싸르락싸르락 바람이 책장 넘겨주면   별이 눈 뜨는 초저녁부터 벌레들은 낭창낭창 글을 읽는다.   별은 밤늦도록 자지 않고 벌레들의 글 읽는 소리 듣고 있다.     자반고등어   싸락눈 덮고 자고 있다.   보름달   밤하늘에 동그란 창하나 있다.   그 창문 가만히 열면   발 시려 동동거리는 펭귄도 볼 수 있고   그 창문 열고 나가면   아프리카 눈이 큰 아이도 만날 수 있을까?     소나기   소나기는 하느님의 회초리 인가 봐.   풀잎은 소나기 맞고 푸렁물이 들고   꽃잎은 소나기 맞고 얼굴이 빨게 진다.     소금   나는 바닷물이었어요.   네모진 널찍한 마당에 갇혀있었어요.   햇볕도 듬뿍 받아먹고 바람도 함빡 받아먹었지요.   고운 햇볕 향그런 바람 참 맛 있었어요.   등이 가려웠어요 포슬포슬 몸이 말라 갔어요.   사르락사르락 온몸에 하얀 꽃이 피고요.   하얀 이 드러내고 웃는 메밀꽃 같았어요 짭조름한 메밀꽃 같았어요.     4월   봄은 민들레 노란 꽃신을 신었어요.   부리에 봄을 물고 노랑턱멧새도 와 있었어요.   나비는 젖은 날개를 말리느라 햇볕을 쬐고 있어요.   제비는 꽃잎 같은 새끼 주둥이에 벌레 넣어주기에 바쁘답니다.     나무의 육아 법   도토리나무는 쬐고만 방에 아기 혼자 잠재우고   밤나무는 밖에 가시 울타리 쳐놓고 삼형제를 한 방에서 키운다.   포도나무는 여러 형제 뺨 부비며 자라게 하고   모과나무는 못생겨도 좋다며 향기로 키운다.     항아리에 빠진 달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집으로 가면   달도 아이들을 따라가요.   아이가 쪼르르 방으로 들어가면   달은 심심해서 마당을 기웃거리고 다니다가   그만 장독대 물 항아리에 풍덩 빠졌대요.   오순택 등단 50주년​ *동시조(50편)*   바늘 귀   가진 건 아주 작은 귀 하나 뿐이어도   실을 꿰어 해진 것 다 깁는다. 바늘 너는   너처럼 깨끗한 귀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하늘만큼만   ㅉ ㅉ ㅉ 새소리가 아침을 맑게 연다.   순한 햇살 눈을 뜨고 나팔꽃도 입을 연다.   아가야, 하늘만큼만 꼭 고만큼만 자라라.     꽃 발걸음 소리   햇볕도 곱게 익은 가을 길 저만치서   자박자박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 들린다.   아이야, 내일도 그렇게 분홍으로 걸어라.     꽃씨 속이 궁금해   곱게 접힌 연둣빛 싹 포근히 감싸 안고   귀는 반쯤 열어 놓고 빗소리도 듣는단다.   나비는 꽃씨 속에서 겨울잠을 잔단다.     가을 익다   백일홍 꽃잎 위에 고추잠자리 앉혀 놓고   가을도 덩달아서 빨갛게 익고 있   풀무치 초록 날개도 불그스레 물든다.     그늘 옷 깔고 앉은   산에서 저벅저벅 내려온 나무 한 그루.   밭 언덕에 서늘한 그늘 벗어놓고 서 있다.   밭에서 일하던 농부 그늘 옷 깔고 앉아 있다.     탱자나무에 갇힌 집   오촉짜리 전구만한 노오란 탱자 열매.   누가 몰래 따 갈까 봐 가시울타리 쳐 놓았다.   울안엔 비릿한 향내 함뿍 젖은 푸른 달빛.     꽃씨 닮은 아이들   이슬 먹고 꽃 피우는 나팔꽃도 닮고 싶고   부리에 음표달린 종달새도 닮고 싶은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한 꽃씨 닮은 아이들.     아이들이 가꾼 지구   사과 한 개 떨어져도 땅이 얼른 받아주고   배춧잎도 벌레들의 맛있는 밥이 된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과꽃처럼 피는 곳.     아파트에 사는 아이   뜰이 없다며 햇볕도 돌아가고 골목을 쏘다니던 바람도 길을 잃고 아이는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외롭다.     그 아이   속눈썹 긴 여자 아이. 꼭 나리꽃 닮은 아이. 맑은 햇살 창 너머로 들여다 본 5학년 교실. 책상에 금 그어 놓고 넘어오면 안 된다던.     항아리   할머니는 간장 된장 담으면 좋겠다하시고   엄마는 꽃병으로 했으면 좋겠다하신다.   배 불룩 그 항아리에 나는 꿈을 담고 싶다.     누에   문도 없는 집을 짓고 스스로 들어앉아   여러 날 꼼짝 않고 무슨 생각 했는지.   동그란 문 하나 내고 나비되어 나온다.     호미   날마다 우리 엄마 텃밭에 글을 쓴다.   틀린 글자 지우듯이 잡풀도 뽑아낸다.   호미는 엄마의 연필 텃밭은 공책이다.     몽당연필   비밀 일기 쓸 때에도 내가 대신 써 주었지   비밀 편지 쓸 때에도 나에게 부탁했지   내 키가 작아졌다고 내버리면 안 되지     반가사유상   턱을 괴고 발은 포갠 채 무슨 생각 하시는지.   천년을 하루 같이 그대로 계셨지요.   이제는 말씀 한 마디 들려주면 안되나요.   *반가사유상: 오른 발은 왼 발의 무릎에 얹어 놓고 대좌에 걸터앉아 오른 손을 뺨에 받쳐대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한 불상.     낮달   낮달이 둠벙 속에 풍덩 빠져 있습니다.   어미 소가 둠벙물을 후루룩 먹습니다.   낮달이 어미 소 뱃속에서 쿨렁쿨렁 거립니다.     첫눈   깨금발로 단풍나무 사잇길로 온 첫눈이   콩콩콩 발자국만 찍어 놓고 그냥 간다.   참새가 좁쌀인 줄 알고 찍어본다. 콕콕콕     종소리   때리면 때릴수록 그 울음 맑고 곱다.   아기의 첫 울음이 저렇게 맑았겠지.   온 세상 모든 소리가 종소리만 같아라.     나비의 새 신발   순한 벌레 같이 곰실대는 봄 햇살이 이제 막 입을 여는 목련꽃 속으로 들어간다.   나비는 새 신발을 신고 어디만큼 오고 있나.     모과   잘 익은 모과 새 개 그 빛깔 향기까지 소반에 올려놓고 우리 엄마 하신 말씀 사람은 겉보다 속이 야무져야 한단다.       달을 보며   초승달을 바라보면 채우고 싶어지고   보름달을 바라보면 비우고 싶어진다.   하늘에 달 하나 있어 나의 꿈도 영근다.     월식   벌레가 둥근달을 아삭아삭 먹고 있다.   위성 하나 사라졌다 아이들이 소리친다.   담장에 둥근 달이 그린 수채화도 지워졌다.     겨울 바다   얼지 않고 출렁이는 겨울 바다에 가 보아라.   부리 고운 갈매기도 고음으로 노래하고   파도는 피아노 치듯 방파제를 때린다.     섬   바다가 만들어 놓은 커다란 디딤돌.   통통배도 쉬어가고 새들도 딛고 간다.   물고긴 튀어 올라와 비린내를 풀어 놓는다.     강화 갯벌   철새들이 찾아오면 갯벌도 바빠진다.   갯가재 갯지렁인 온몸엔 뻘투성이다.   붉은 발 도요새들도 깝죽깝죽 놀고 있다.       겨울 학교 -순천만   출석을 불러본다 흑고니 재두루미·····   한국의 겨울이 좋아 너희들 또 왔구나.   고맙다 너희들 있어 바닷빛이 곱구나.     봄 오는 실개천엔   멧새가 앉았다 간 실개천 버들가지.   새똥만한 잎눈들이 소로록 눈을 뜬다.   봄 오는 실개천엔 피라미도 은빛이다.     봄볕 한나절   부리 고운 새 한 마리 봄을 물고 왔나보다.   마중 나온 목련꽃이 뾰뾰뾰 입을 연다.   아이야, 어서 나와 봐. 봄볕이 참 곱구나.     꽃밭에선   벌레들도 꽃밭에선 온몸에 꽃물 들고   바람도 꽃밭에선 향긋한 물이 든다.   씨앗들 익는 소리에 꽃밭이 수런댄다.     둑방길을 걸으며   날름날름 송아지가 풀잎싹을 뜯고 있다.   고운 덧니 드러내고 풀꽃들이 웃고 있다.   실개천 맑은 물소리에 조약돌이 씻긴다.     여름의 동화   온음표 부리에 물고 물총새가 날아간다.   송사리 떼 헤엄치는 실개천 차암 맑다.   아이는 물장구 치고 순한 햇볕 따스하다.     가을빛 시골집   장독대 옆 봉숭아꽃 또로록 씨 여물고   고운 이 드러내고 석류가 익고 있다.   할머닌 대문도 없는 집에 꽃과 함께 사신다.     혼자 온 가을   가을이 깨금발로 초록 언덕 건너오면   은행잎은 시나브로 노랗게 물이 든다.   가지 끝 잎새 하나가 소리없이 내려온다.     가을산은   도토리 데구루루 다람쥐 귀가 쫑긋.   꽁지 긴 산새들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풋 열매 빨갛게 익듯 가을 산도 익는다.     우리 마을 -봄   털 빛깔 뽀오얀 작은 새 두어 마리.   봄마중 나왔는가 고개 갸웃갸웃.   어미 샌 부리에 햇살 물고 마을을 돌고 있다.     우리 마을 -여름   매미가 오동나무에 악기를 걸어 놓고 여름 내내 음악회를 여는 우리 마을. 장대비 지나가다가 오동잎을 두드린다.     우리 마을 -가을   잘 익은 햇살 한 줌 과일 속에 들어 있다.   그 과일 똑 따다가 한 입 가득 깨물면   입 안에 가득 고이는 고운 햇살 그 향내.       우리 마을 -겨울   싸락싸락 방문앞엔 싸락눈이 쌓이는데   아이는 엎드린 채 책상 앞에 잠이 들고   엄마의 봉곳한 가슴엔 동화책이 서너 권.     자연도 저렇게   머리가 무거워진 해바라기 고개 숙이고 벼이삭도 잘 익으면 스스로 고개 숙인다. 자연도 익으면 저렇게 머리를 숙일 줄 안다.     소나기   누가 잘 익은 콩을 저헣게 쏟고 있나.   또로록 마당 가득 실로폰 소리 난다.   소나기 그치고 나면 하늘빛이 더 맑다.     벌레 잠   벌레들이 낙엽 이불 끌어안고 자고 있다.   햇볕 묻은 따스한 잎 솜털보다 푹신하다.   한자락 바람이 와서 들춰보는 벌레 잠.     버려진 꽃병   이 빠진 꽃병 하나 빈터에 버려져 있다.   고양이도 들여다보고 바람도 들락날락   한때는 탁자에 앉아 뽐내기도 했었지.     어른들은 모르는 것   산을 뚫고 땅을 파서 새 길을 낼 때마다   지구는 아파하고 짐승들도 떠나간다.   지구가 병이 드는 걸 어른들은 왜 모를까.     자연의 이치   꽃에게 향기가 없다면 나비가 찾아오겠니?   과일이 네모라면 대구루루 굴러 가겠니?   심는 건 우리들 차지 가꾸는 건 자연의 일.       복사꽃 피는 마을   봄 햇살 꽃물인양 마당귀를 적시는데   건넛마을 복사꽃 향기 물고 왔는가.   박새는 마을을 돌며 풀피리를 불고 있다.     산마을의 가을   산새는 긴 부리로 메아리를 물어 나르고   갈잎 속 벌레들은 고운 꿈 꾸고 있다.   도토리 열매가 익는지 나뭇가지 휘어진다.     바닷가 고깃배   닻줄에 매어 있는 고깃배 두어 척이   바다로 나가자고 하루 종일 보챈다.   파도는 혀를 날름거리며 놀려대고 있었다.       햇빛 고운 한낮에   애벌레는 배춧잎에 예쁜 모양 창을 내고   장다리 꽃잎위엔 졸고 있는 배추흰나비.   맑은 눈 노랑턱멧새 털빛이 더 고웁다.     하늘에도 길이 있다   기러기는 날아갈 땐 줄을 지어 날아간다.   하늘에도 길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들도 지킬 줄 안다. 올바른 교통법규.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 동시조 100편- 꽃 발걸음 소리(2016년 1월 13일: 아침마중 펴냄)  
39    <바다에 관한 동시 모음> 오선자의 '바다를 보며' 외 댓글:  조회:506  추천:0  2017-06-05
오선자의 '바다를 보며' 외 + 바다를 보며 네 마음 나처럼 고요해졌니? 네 눈빛 나처럼 맑아졌니? 바다는 그렇게 물으며 날마다 창문 열고 들어온다. (오선자·아동문학가) + 파도 동글동글 예쁜 돌 하나 주워 살짝, 주머니에 넣었어요. 멀리서 그것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솨- 허연 거품 물고 와서는 내놓으라고 야단입니다. (우남희·아동문학가) + 섬은 파란 들판에 홀로 핀 한 송이 꽃 꽃 꽃 파도 소리 그리운 작은 귀 귀 귀 (선용·아동문학가, 1942-) + 하나 바다에 다다르면 한강도 바다로 낙동강도 바다로 섬진강도 바다로 압록강도 바다로 두만강도 바다로 이름을 바다로 바꾼다. 몸짓도 목소리도 바꾼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걸어다니는 바다 꽃게가 한 덩이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집게발가락에 꼭 물려 있는 조각난 푸른 파도 생선 가게는 이른 아침 꽃게들이 물고 온 바다로 출렁입니다. 장바구니마다 갈매기 소리가 넘쳐납니다. 쏴아쏴아 흑산도 앞 바다가 부서집니다.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입니다. 걸어다니는 바다입니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바다 교통사고 달리는 배로 뛰어오른 숭어는 숭어잡이 가던 어부들도 잡지 않고 살려 준대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 어허, 교통사고 나셨군 다음부터 잘 보고 뛰세요 텀벙! (함민복·시인, 1962-) + 바닷물은 우리 엄마와 같습니다 달려왔다 달려갔다 늘 바쁩니다. 전복 해삼 물고기 돌보느라 할 일이 많아요. 파래에게도 일렁, 바위에도 철썩, 모래사장에도 쏴아. 잠시라도 쉬면 큰일납니다. (김마리아·아동문학가) + 파도는                        파도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 세차게 달려와 바위벽 결승선을 튕겨 나간다. 숨도 차지 않은가 보다. 잠시 바위에 주저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되돌아간다. 파도는 마라톤  선수. 먼길 달려서 지쳤을까? 모래밭 결승선을 밟고 쓰러진다. 숨이 몹시도 가쁜가 보다. 한참 모래밭에 뒹굴다 가까스로 일어난다. (이상문·아동문학가) + 바다를 담은 일기장 지난 여름 해변을 다녀온 일기장에 동해의 퍼런 바다가 누워 있다. 깨알같은 글씨 바다를 읽으면 골골이 담겨진 바다의 비린내 한 잎 갈피를 넘기면 확, 치미는 파도 소리 갈매빛 바위 위에서 울어대는 물새 소리 바다가 들어와 누운 그 자리 눈을 감아도 팽팽히 일어서는 파도 소리 우루루― 장마다 미친 듯 신이 들려 파랗게 넘치는 바다의 살점들 이제는 바다를 멀리 두고서도 바다를 껴안은 듯 일기장 구석구석 줄줄이 읽으면 바닷물이 어느새 몸에 와 찰싹인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바닷가 마을 누워 있는 어미 개의 젖꼭지에 매달려 젖을 빠는 새끼 강아지들처럼 작은 배들이 나란히 바닷가에 매달려 있다 어떤 배는 젖을 다 먹은 강아지처럼 꾸물꾸물 몸을 돌려 다시 바다로 나가고 젖을 먹는 새끼들 사이로 다른 새끼가 끼여들 듯 어떤 배는 배와 배 사이로 파고 들어와 몸이 편하게 누울 수 있을 때까지 꿈틀거린다 (오규원·시인, 1941-2007) + 아버지의 바다 아버지가 바다에 일 나간 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은 온통 바닷물결로 출렁거리고 뱃머리에 부딪치는 물소리, 물소리는 내 베갯머리에 와 찰싹인다. 식구들의 무게를 지고 바닷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찬바람, 파도 소리 쏴! 쏴! 물이랑에서 힘겹게 건져 올리는 그물에는 퍼덕, 퍼덕거리는 은빛 무게들. 아버지가 일 나간 밤에는 내 방 안은 물결이 일렁이는 아버지의 바다가 된다. (권오훈·아동문학가) + 바다를 담은 일기장 지난 여름 해변을 다녀온 일기장에 동해의 퍼런 바다가 누워 있다. 깨알 같은 글씨 바다를 읽으면 골골이 담겨진 바다의 비린내 한 잎 갈피를 넘기면 확, 치미는 파도 소리 갈매빛 바위 위에서 울어대는 물새 소리 바다가 들어와 누운 그 자리 눈을 감아도 팽팽히 일어서는 파도 소리 우루루― 장마다 미친 듯 신이 들려 파랗게 넘치는 바다의 살점들 이제는 바다를 멀리 두고서도 바다를 껴안은 듯 일기장 구석구석 줄줄이 읽으면 바닷물이 어느새 몸에 와 찰싹인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강물은 바다로 나가기 싫어서 일부러 구불구불 산을 돌아서 들을 돌아서 천천히 천천히 흐른다. 댐을 만나면 다이빙도 해보고 나룻배를 만나면 찰싹찰싹 나룻배 꽁무니도 밀어 주고 강물은 학교 가기 싫은 내 동생하고 똑같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38    2014년 한국 우수동시 30편 댓글:  조회:595  추천:0  2017-06-02
◎2014년 대한민국 우수동시 30편◎   노루   김종상   노루가 벼이삭을 뜯어 먹고 갔어요   뱃속에서 싹이 트면 몸뚱이가 벼싹으로 파랗게 덮이겠네요   파란 숲에 파란 노루 사냥꾼도 못 찾겠어요. -김종상 동시집 『강아지 호랑이』에서   새들도 번지점프 한다   추필숙   째 애 액!   참새들 번지점프 한다.   날개는 작아도 겁쟁이는 아냐, 외치면서. -추필숙 동시집 『새들도 번지점프 한다』에서   철이네 우편함   김영두   철이네 우편함은 강 이편에 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강 건너 오시는 게 미안해 이 편 강가 숲속 소나무에 우편함을 달아 놓았습니다 며칠에 한번씩 배를 타고 건어 와 편지를 찾아 가는 철이 아빠   그런데 우편함 속에 할미새 부부가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알록달록 귀여운 새알을 낳았답니다   철이 아빠는 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하나 달아 놓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달았습니다 “집배원 아저씨, 편지는 여기에 넣어주셔요.” “우편함에는 산새가 새끼를 치고 있어요.”   호기심에 살금살금 다가가 우편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솜털 보송한 새 새끼들이 어미가 온 줄 알고 노란 입을 짝짝 벌립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얼른 뒷걸음쳐 도망쳤습니다   새끼들이 다 자라 날개가 돋치면 철이 아빠의 고마움을 부리에 물고 저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습니다. -김영두 동시집『철이네 우편함』에서   받아쓰기   이재순   하얀 공책 네모 칸 속에 삐뚤삐뚤 글자가 들어앉는다.   선생님이 불러 주는 대로   새가 들어앉는다. 나무가 들어앉는다.    모르는 글자가 나오자 끙, 끙, 아이가 들어가 앉는다. -이재순 동시집『큰일 날 뻔했다』에서   울타리 없는 집   서상만   언덕 위 너와집*은 하늘이 지붕이고 산이 울타리, 들은 마당이다.   산새 들새 노래에 할배 잔기침 소리는 흥겨운 장단이다.   구름도 스르르르 그냥 지나고 깊은 밤, 고라니도, 너구리도 제 맘대로 드나든다.   자물쇠 없는 방문, 삐걱-열면 푸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녁노을이 바알갛게 문풍지에 번진다. -서상만 동시집 『꼬마 파도의 외출』에서   이팝나무   김갑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이팝나무 꽃 이삭도 참을 수 없나 봐요.   -팝! -팝! -팝!   가지마다 팝콘을 튀겨요. -김갑제 동시집 『날고 싶은 꽃』에서   졸음의 무게   박방희   뭐라 뭐라 해 쌓아도 세상에 무거운 건   눈 위로 쏟아지는 졸음의 무게지요.   스르르 눈꺼풀을 닫치며   목까지 툭! 툭! -박방희 동시집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에서   죽순   이오자    쉿∼ 도깨비 소탕작전 준비완료   뽀족뽀족한 뿔 때문에   대나무 숲에서 모두 발각 -이오자 동시집 『도깨비 소탕작전 준비완료』에서   사람 우산   박두순   집에 오는 길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형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때 형이 우산이었다.   들에서 일하는데 소낙비가 두두두 쏟아졌다   할머니가 나를 얼른 감싸 안았다 그때 할머니가 우산이었다.   따뜻한 사람 우산이었다. -박두순 동시집『사람 우산』에서   ㄱ(기역)   서향숙   친구 집 담장에 팔 걸치고 마당에서 놀고 있는 친구를 훔쳐보고 있다   담에 붙은 몸 낑낑대지만 떨어지지 않는다   쪼올깃 쪼올깃 찰떡같은 몸   쿵닥쿵 쿵다쿵 좋아하는 맘. -서향숙의 동시집 『자음 모음 놀이』에서   뚝심   김종헌   꽃샘바람엔 입 꼭 다물고   황사바람엔 눈 꼭 감고   다부진 뚝심 하나로   잎으로 자란 연둣빛 새순   땡볕엔 온몸을 뒤척인다   초록바람 일렁이며.   -김종헌 동시조집 『뚝심』에서   다리   우남희   쩌-억 갈라진 논바닥 단비가 아물게 하고   쭈-욱 터진 솔기 바늘이 기워 주고   금이 간 너와 나 사인 웃음이면 되겠지? -우남희 동시집『너라면 가만있겠니?』에서   생각하는 감자1   박승우   감자가 무슨 생각이 있냐고?   그럼 생각도 없이 때가 되면 싹 틔우고 때가 되면 꽃 피우나   생각도 없이 씨감자는 썩으면서 아기 감자 키우나   생각도 없이 다시 싹 틔우라고 씨눈을 만들어 놓나   감자도 생각이 많답니다 -박승우 동시집 『생각하는 감자』에서   콩 총알   김현숙   꼬투리 속에 장전된 콩알   가을 햇살이 방아쇠를 당긴다   타당! 타당! 탕! -김현숙 동시집 『특별한 숙제』에서   햇살을 인터뷰하다   추필숙   수국이 마이크처럼 피면 누구라도 붙잡고 인터뷰하고 싶다   아아아, 지금부터 햇살과 인터뷰를 해 보겠습니다 좋아하는 게 뭐죠?   음, 밖을 아주 좋아해요 낮고 높고 좁고 넓고 가깝고 멀고 가리지 않고 쏘다니는 걸 좋아해요   아주 분주하시군요, 해야 하는데 아, 나는 실컷 쏘다녀 본 적이 있었느냐? 집 안, 차 안, 교실 안 그늘만 기웃거리기도 바쁜 나   그래도 오늘처럼 수국이 핀 날 꽃 뭉치만 한 햇살과 인터뷰하다 문득 깨닫는다   우리 집 햇살은 나! -추필숙 청소년 시집 『햇살을 인터뷰하다』에서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오순택   바퀴에 감긴 실을 동그란 실뭉치 풀 듯 풀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 누나 목에 두른 목도리 같은 고속도로도 감겨 있고 고운 햇살 머금고 발그레 웃고 있는 코스모스 길도 감겨 있겠지.   바퀴를 뒤로 굴리면 동글동글한 실뭉치가 둘둘둘둘 풀리듯 고속도로 옆 그림처럼 펼쳐진 산과 들도 손잡고 따라 나오고 코스모스 발그레한 웃음도 향내 머금고 따라 나오겠지.   동그란 실뭉치 풀듯 바퀴에 감긴 길을 둘둘둘둘 풀어보고 싶다. -오순택 동시집『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에서   고등어야, 미안해   신복순   식탁에 오른 등 푸른 고등어   불쌍하다.   고등어는 바다에서 나오고 싶었을까?   친구들과 놀다가 붙들린 건 아닐까?   왠지 미안해, 고등어에게 사과했다. -신복순 동시집 『고등어야, 미안해』에서   수박냄새   유은경   은어 몸에선 향긋한 수박냄새가 난다.   바다에서 겨울 난 새끼 은어 봄에 떼 지어 강으로 갈 때 편식해서 그렇단다. 물풀만 먹어서 그렇단다.   이것저것 잘 먹던 내가 채소만 먹는다면 내게서도 상큼한 수박냄새 날까? -유은경 동시집 『물고기 병정』』에서   꽃집에 가면   윤이현   장미, 백합, 프리지어 꽃마다 예쁜 이름   꽃들은 다들 웃고 있다 나도 꽃처럼 웃고 싶다   꽃들은 상큼한 향이 난다 나도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향 상냥스러움의 향 그런 향이 났으면 좋겠다   꽃집에 가면 나도 꽃처럼 되고 싶다. -윤이현 동시집『꽃집에 가면』에서   바람의 맛   장승련   만나는 것들마다 가장 먼저 맛보는 바람.   과일을 만나 먼저 맛보더니 “맛있다, 맛있다!” 여기저기 과일 향기 내뿜고   꽃을 만나 꽃잎 하나 따 먹고는 “향긋해, 향긋해!” 꽃 향기 솔솔 피워 내지.   세상 모든 향기와 맛을 품고 품었다가 온 세상 푸짐하게 뿌려 놓은 바람의 맛. -장승련 동시집『바람의 맛』에서   나는 왜 이럴까?   박예자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영민아 밥 먹어라, 그만 읽고.” 엄마가 부르지만 난 동화책 한 줄, 꼭 한 줄 더 읽다 혼나지.   고기가 맛있어 자꾸 먹는데 “영민아, 채소도 먹어라.” 난 들은 척 않고 고기 한 젓가락, 꼭 한 젓가락 더 집다 혼나지.   난 늘 왜 이럴까? 엄마 말씀 그때, 멈췄으면 좋았을 걸. -박예자 동시집『나는 왜 이럴까?』에서   옹달샘   조명제   꼬부랑 산기슭 홀로 솟는 옹달샘   방울방울 퐁 퐁 퐁 음표 찍어내고 있다.   마침표 없는 되돌림 노래 부르고 있다.   휘영청 보름달 산노루 한 마리   온쉼표 하나 그리고 갔다. -조명제 동시집『해맑은 동심세계에서』에서   궁둥잇바람 -우리나라 지도의 경고   김미영   가시철사 허리띠   확 풀리는 날   내 궁둥잇바람 조심해라.   일본 너희 나라 지도   우주로 날아갈라. -김미영 동시집 『궁둥잇바람』에서   가을 하늘   윤희순   메뚜기가 뛰고 잠자리가 날고 바람도 높이 분다고 하늘도 뛰었다   높아진 가을 하늘 -2014년 『대구아동문학』 56집에서   이슬비   남석우   소리 없이 내려온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봐   발자국이 연못에   동그랗게 동그랗게 찍히는 줄도 모르고 -2014년 『대구아동문학』 56집에서   빗방울의 난타공연   최신영   -푱푱! 찰방찰방! -또드락! 또드락!   물웅덩이 두드리고 마른 나뭇잎 두드리고   내 우산 두드리는 빗방울들의 신나는 난타.   혼자 집으로 가는 길 심심하지 않아요. -최신영 동시집『빗방울의 난타공연』에서   울고 있는 가마솥   김동억   할머니 돌아가시고 비어 있는 시골집   부뚜막에 걸터앉아 집을 보던 가마솥   얼마나 외로웠으면 피눈물을 흘렀을까   솥뚜껑 열어 보니 붉게 번진 눈물자국 -2014년 『열린아동문학』』63집에서   밥 속의 까만 콩   이옥근   살짝 빼낼까? 그냥 먹을까?   까만 머릿결 예쁜 살결 된다며 엄마는 눈 딱 감고 먹으라지만,   비릿하게 씹히는 게 싫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린다   밥그릇 한쪽에 오종종 모아놓은 까만 콩.   띠룩띠룩 째려보는 까만 눈알들. -별밭동인 제28집 『난 네가 좋다』에서   민들레꽃   김관식   차도와 인도 사이 빨간 소화전 그 옆   보도불럭 길섶 노란 민들레꽃 활짝 피었다.   지나가는 행인이 발로 밟고 지나갔다.   노노노 노랑 벨소리 울렸다.   랑랑랑 다시 일어나 활짝 웃었다. -별밭동인 제28집 『난 네가 좋다』에서   저녁 식사 시간   고영미   꽁치구이 냄새가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푸른 바다 헤엄치던 몸짓으로 날렵하게   이 방 저 방 들어가 냄새를 풀어 놓고   문 탁 닫고 들어간 사춘기 언니도 물러낸다   저녁식사 시간 우리 가족 다 꾀어낸 꽁치 한 접시 -『참여문학』 60호 2014년 겨울호에서  
37    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외 댓글:  조회:635  추천:0  2017-05-31
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한국]   개미   잔디밭 땅속에도 나라가 있습니다 모두가 까만 옷에 나라위해 일만 해도 절대로 데모가 없는 평화로운 개미국   거미   뒤란 쪽 추녀 끝에 그물을 걸어놓고 하늘을 헤엄치는 파리, 나비, 잠자리를 한 번에 다 잡겠다고 기다리는 거미님.   귀뚜라미   깊어가는 가을밤에 휘영청 달이 밝아 잠이 오지 않는데다 친구도 하나 없어 밤새워 노래부르지, 귀뚤귀뚤 귀뚜리.   기러기   기러기가 날아가요 나란히 줄맞추어 앞에서 기럭 하면 뒤에서도 기럭기럭 하늘길 멀고 멀지만 노래하며 갑니다.   나비   꽃만 찾아 다니다가 꽃을 닮은 나비들은 바람 타고 팔랑팔랑 꽃잎처럼 날아가다 꽃 지고 허전한 자리 제가 앉아 꽃이 된다   누에나방   뽕잎만을 먹으면서 배밀이로 기더니만 입으로 실을 뽑아 새하얀 고치 짓고 그 속에 몸을 숨기고 들어앉은 누에들   문도 없는 단간방에 며칠을 지내다가 스스로 집을 헐고 밖으로 나와서는 날개옷 활짝 펼치고 훨훨 날아갑니다.   달팽이   채소밭 상추 잎에 달팽이 한 마리가 동그란 자기 집을 통째로 짊어지고 어디로 이사를 하나 쉬지 않고 갑니다.   대벌레   벌레는 벌레이지 제가 무슨 나무라고 대나무 줄기에서 나무인 척 하고 있네 누구를 속이려 하나 대나무의 대벌레.   두루미   두루미 한 마리가 노을 속을 날아가네 모가지를 길게 빼고 발걸음을 서두르네 어둠이 짙어지면은 어디에서 쉴려나.   매   새매는 공중에서 한가롭게 맴돌지만 숲속의 들쥐들은 깜짝 놀라 달아나고 닭어리 병아리들도 엄마 품에 숨어요   모기   침으로 콕 찌르고 애앵 애앵! 달아나고, 창으로 콱 찌르고 왜앵 왜앵! 울고 가네 네가 왜 그 야단이냐? 찔린 것은 나인데   물자라   연못 마을 물자라네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가 저 혼자서 아기 업고 다니네요, 아기들 배고파 울면 젖은 누가 주나요.   바퀴벌레   얼굴도 새까맣고 손발도 새까매서, 징그럽고 더럽다고 미움받는 바퀴벌레, 다리에 바퀴를 달았나 빠르기도 합니다.   부엉이   벼랑위 바위틈에 살고 있는 부엉이는 낮에는 꼼작 않고 집안에 있더니만 밤되니 놀러다니네 안경잡이 부엉이.   비이버   물을 너무 좋아해서 물에 사는 비이버는 나무로 둑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게 물속 집을 지어요.   사자   사자네 가족들이 하는 일을 보셨나요 엄마는 사냥가고 아빠는 잠만 자고 귀여운 아기사자는 저희끼리 놀아요.   소쩍새   솥이 작다 소쩍소쩍 소쩍새가 울고 있네 솔바람에 실려 오는 구슬픈 그 소리는 나까지 잠을 못 자고 밤을 새게 합니다.   쇠똥굴이   젖소들이 살고 있는 목장의 풀밭에서 쇠똥굴이 아기들이 소똥을 뭉칩니다 소들의 발에 밟히면 어쩌려고 저러나.   소금쟁이   물위를 땅위처럼 걸어가는 소금쟁이 우리가 학교에서 체육을 할 때처럼 친구를 등에 업고도 쏜살같이 달려요.   잠자리   메밀밭에 잠자리는 메밀색 옷을 입고 고추밭에 잠자리는 익은 고추 색깔이지 저마다 사는 곳 따라 몸 색깔이 달라요.   캥거루   어머니 캥거루가 아기를 낳았는데 업을 줄도 모르지만 안는 것도 알지 못해 배꼽에 주머니 달고 거기 넣고 다녀요.   코끼리   코가 너무 길다 해서 코끼리라 부르는가 이빨도 길고 큰데 이끼리라 하면 어때 두 귀도 방석만 하니 귀끼리도 되겠네   타조   날지도 못 하면서 날개는 왜 가졌니 덩치는 커다란게 왜 그렇게 겁이 많니 아기가 놀자고 해도 달아나는 겁쟁이   파리   두 손을 싹싹 빌며 조금만 먹자해요 두 발을 싹싹 빌며 마실 것 좀 달래요 그러다 살충제 맞고 쓰러지는 파리들   갈매기   새하얀 고운 날개 갈매기가 없고 보면 머나먼 바닷길이 얼마나 지겨울까 갈매기 네가 있어서 파도마저 정겹다   뱃길을 앞서가는 갈매기가 아니라면 아득한 수평선이 얼마나 막막할까 갈매기 네가 있어서 바닷길이 즐겁다   개미와 새우   하늘은 가이없이 멀고도 높은데도 개미는 그 하늘이 낮다고 생각하나 땅속을 파고들어가 몸을 낮춰 삽니다.   바다는 끝도 없이 넓고도 깊다는데 새우는 그 바다가 좁다고 생각하나 언제나 작은 허리를 꼬부리고 삽니다.   거북이   세상구경 하고 싶어 땅으로 나왔지만 등딱지가 무거워서 걷기가 힘들겠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무슨 구경 하겠나   네가 살던 고향으로 서둘러 돌아가라 바다까지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멀다 해지고 날이 저물면 어쩌려고 그러나   까치   마당 앞 팽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까치 아침마다 나만 보면 제 이름을 불러줘요 자기가 까치란 것을 알려주려 하나 봐   흰 저고리 까만 조끼 단정한 차림으로 꼬랑지를 흔들면서 제 이름을 말해줘요 우리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줄 아나 봐   까치네 오두막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네 오두막집 바람이 오고가며 자꾸만 흔드니까 가만히 앉아있어도 흔들흔들 좋겠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네 초가삼간 하늘이 가까워서 아기별이 놀러오니 등불을 켜지 않아도 초롱초롱 밝겠다.   까치집   나뭇가지 물어다가 벽을 쌓고 지붕 덮고 엄마까치 아빠까치 부지런히 집을 짓네 두 부부 새살림 차릴 조그마한 오두막   아빠는 방 한쪽에 침대를 들여놓고 엄마는 깃털 모아 이부자리 마련하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레 꾸미네.   따개비   하늘과 마주닿은 수평선을 멀리 두고 파도가 비질하여 씻어주는 갯바위에 따개비 오두막들이 올망졸망 있어요 들고나는 뱃고동에 잠이 들고 잠을 깨는 단간방 작은 집은 울도 담도 없지만은 끝없이 넓은 바다를 뜰로 하고 살아요   매미   조용한 시골에는 매미들도 조용하지 소리가 작더라도 모두가 잘 들으니 정답게 속삭이듯이 미음미음 울어요   시끄러운 도시에는 매미들도 시끄럽지 큰 소리가 아니면은 아무도 못 들으니 목청껏 악을 쓰면서 매암매암 울어요.   메뚜기   벼논에 메뚜기는 벼를 닮은 벼메뚜기 노릇노릇 물이 들며 벼이삭이 익어가면 파랗던 벼메뚜기도 노란몸이 되지요   콩밭에 메뚜기는 콩을 닮은 콩메뚜기 콩꼬투리 알이 들어 통통하게 굵어가면 조그만 콩메뚜기도 토실토실 살쪄요.   반딧불이   손톱만한 초승달도 서산으로 넘어가고 초가집 추녀 끝에 참새도 잠든 시간 깜박이 등불 하나가 동구 밖을 나서네   집나간 아들 생각 밤이면 더 간절해 혹시나 하는 마음 반딧불로 살아나서 밤길을 밝히고 있네. 반딧불이 초롱불.   버들붕어   하느님 궁궐 안에 한 그루 버드나무 어느 날 그 잎들이 바람에 휘날려서 우수수 땅을 향해서 떨어지게 됐대요   버들잎이 흙에 닿아 썩을 것을 걱정해서 하느님이 비로 쓸어 냇물에 넣었는데 그것이 모두 살아서 버들붕어 됐대요   소라게   소라껍질 단간 집에 주인이 바뀌었네 누구가 이사왔나. 전세냐 사글세냐 외짝문 살며시 열고 내다보는 소라게   끝없이 넓은 갯벌 아무데나 살 것이지 집이 무슨 봇짐이냐? 통째로 끌고 가게 단간집 좁은 방에서 혼자 사는 소라게 매미 / 김양수 숨죽여 살금살금  나무에 다가가서  한 손을 쭈욱 뻗어  잽싸게 덮쳤는데  손 안에 남아 있는 건  매암매암 울음뿐.  메아리 / 서 재 환  산 속에는 '야호!'라는 아이가 숨어 사나 봐. 그래서 사람들은 산에만 올라서면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야호! 야호! 부르나 봐. '야호'는 무슨 일로 얼굴을 숨겨 두고 '야호!'라고 소리치면 목소리만 나타나서 그 목청 골 안 가득히 쩌렁쩌렁 우는 걸까. --------------------- 새싹/김 창 현 파아란 새싹들이 땅 속 뚫고 나오면 밟혀도 일어서는 푸른 꿈 간직하고 달콤한 봄비 마시며 어린이처럼 자라요. ----------------- 다람쥐/김 창 현 알밤만 한아름씩 대궐만큼 쌓아 놓고 달구랑 쓰구랑 쓰구랑 달구랑 올해도 햇밤 맛자랑 새벽까지 떠들어요. ......................... 시계는/ 김 용 희  아무리 먼 길이라도 황소를 닮은 걸음. 밤새워 째각째각 느긋한 되새김질. 아침해 띄우는 걸 좀 봐. 힘만은 무척 세지. --------------- 낮달/김용희 달인가 하고 보면 흰 구름 조각이었죠. 하얀 달은 구름 속에 살짝꿍 숨어 다녀요. 온종일 심심하다며 숨바꼭질하겠대요. ------------ 저녁노을/김용희 서산 마을이 다투어 하얀 쌀밥 짓다가 구름을 숯불덩이로 화끈 달궈 놓았어요. 하늘이 너무 뜨거워 해를 덜컥 떨어뜨렸죠 ------------------- 밤 구름/김용희 달 가는 길을 구름이 징검다리 놓았어요. 폴짝폴짝 건너뛰며 재미 삼아 밤길 가라고 구름이 아파할까 봐 달님 살짝 밟고 가요. ------------------ 김치/ 김 몽 선  숨죽은 배추 속살 빨간 고추 매콤한 맛 엄마 손 닿고 나면 침 고이는 저녁 밥상 김치가 휘돌아간 자리 빈 그릇만 얌전하다. -------------------- 운동회/ 김 몽 선  들뜬 마음 푸른 하늘 만국기로 걸어놓고 힘찬 응원 등에 업고 바람 갈라 내달으면 결승선 아득한 흰 줄 내 가슴에 와 안긴다. -------------------- 방울토마토/ 진 복 희  도톰한 방울토마토 한 입에 넣고 굴리다가 아작 깨물면 싱그럽게 터지는 폭죽 단숨에 목젖을 적시는 새콤한 방울 폭죽 ----------------- 채송화/진 복 희  오종종 모여 앉아 무슨 생각을 엮는 걸까. 그 누가 숨어 설레는 해맑은 입김일까. 샛노랑 노랑 하양 빨강 온통 보조개밭이네. ...................................... 할머니-홍시 / 진 복 희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드시는 것 잇몸으로 호물호물 잘도 잘도 잡수신다 먼 발치 바라만 보아도 군침 도는 가을 한때. ----------------- 고추 말리는 날/신 현 배  우리 집 앞마당이 빨간 고추로 덮였다. 눈이 따끔 코가 간질 연방 터지는 재채기 바람도 견디다 못해 주춤주춤 물러난다. 구급차 신 현 배  풍뎅이 한 마리가 방 안에 뛰어든 듯 구급차 한 대가 거리를 휘젓는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차들도 귀가 멍멍. 녹십자 마크를 한눈에 알아본 듯 사거리 신호등이 빨간불을 더디 켠다. 구급차 숨가쁜 목숨에 파란불이 켜진다. 우산 신 현 배  햇빛을 베개 삼아 잠만 자던 헌 우산이 후드득 빗소리에 반가워 눈을 뜬다. 오늘은 철이 손 잡고 학원에 가겠구나. 기지개를 활짝 켜고 거리로 나선 우산이 목말 탄 아이처럼 우쭐우쭐 길을 간다. 접었다 펼친 마음이 무지개를 그린다. 태풍 신 현 배  실바람도 태풍 되면 씨름꾼이 되나 보다 아름드리 나무쯤 딴죽 걸어 넘어뜨리고 덩치 큰 힘센 바다를 번쩍 들어올린다. ---------- 노 루 김 양 수 흰눈 위 아기노루 먼 산을 바라본다 엄마를 새겨보는 해맑은 눈동자 또르륵 이슬 같은 그리움 새봄이 뽑아낸다. 개나리 김 상 형 앞산 양지쪽의 갓 피어난 개나리가 노오란 오운 빛으로 새 봄을 즐기면서 호호호 웃는 소리가 마을까지 들리네. 엄마의 손 김 사 균 이마를 짚어주면 두통이 금세 낫고 배꼽을 쓸어주면 배앓이가 멎는 약손 엄마의 커다란 손은 우리들의 병원이다. 봄 편지 김 몽 선 지난 흰눈 덮고 꼭꼭 숨어 기다리던 모란 가지 그 끝에는 바알갛게 꽃망울이 날마다 더 큰 몸짓으로 봄을 일러주고 있다. 언 바람 온몸으로 받아 내던 개나리도 실실이 풀린 기운 엄마 같은 환한 미소 반가운 봄소식 한 줌 한 겹 벗는 이 세상. 할머니 얼굴 경 철 밤 하늘  멀리 멀리 아련한 저 별자리 무릎 위 앉아 듣던 구수한 이야기들, 어느새 나도 별 되어 외손녀를 안고 있다. 섬노을 바람빛 고 응 삼 푸른 섬 흰구름이 돌 가슴 귀를 열고 숱한 세월 일렁인 삶 못다 섬긴 사랑 노래 노을빛  붉게 타는 섬은 아롱지는 무지개다. 겨울 종소리 박 필 상 1  겨울의 종소리는  흰 눈으로 내립니다  퍼얼펄 쏟아져서  온 세상을 덮습니다  땅위의  온갖 어둠을  새하얗게 씻습니다  2  겨울의 종소리는  눈부시게 푸릅니다  햇살처럼 따스하게  온 세상을 비춥니다  가슴속  온갖 그늘도  새하얗게 지웁니다  눈썹달 2  윤 삼 현 사알짝 돋아난 막내 동생 젖니 같은  흙 틈새 뚫고 나온 봄나물 새촉 같은  가느단  새 순 한 가닥  하늘밭에 솟아났다.  꽃 꿈 이 명 길 내가 만든 꽃밭에  꽃씨 뿌렸다  언제만 새싹이   돋아날까 움틀까  날마다 지켜보면 아직도  추워설까 소식없네.  가만히 생각하니  꿈을 꾸는 게지  파란 하늘 마주 설  파란 꿈꾸고  봄볕에 방실거려 놀  빨간 노란 아기 꿈 봄바람 송 명 호 고양이 발걸음처럼 살금살금 온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처마 끝을 지날 때 똑똑 낙숫물을 밟고 가면서. 금잔디에 숨어서 숨바꼭질한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새싹들이 파릇파릇 알려 주는걸. 사르르 얼음 위로 미끄럼 친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풀리는 강물이 짝짜꿍 손뼉 치며 좋아라 하는데. (7차 교육과정 4학년 1학기『읽기』 p.15  엄마의 손 장 용 복  엄마의 고운 손이 머리맡에 만져져서  눈감고 아픈 듯이 꿍꿍꿍 앓아보니  엄마는 걱정이 되어 살며시 안으시네  우리 맛 정 표 년 참기름 간장 깨소금에  흰쌀밥을 비벼봤나  엄마가 떠 먹여주던  그 사랑을 먹어 봤나  소세지 햄 피자하고는  아주 다른 우리 맛  넷째 시간 서 벌 초침은  달리는 말  분침은  달팽이 발.  가는 건지  마는 건지  시침은  부처님 손.  손 얼른  움직이셔야  도시락  먹을 텐데…….  어머님의 젖꼭지 박 양 권 잎 지고 다 시들은 감자포기 뽑아들면  뿌리 가득 올망졸망 매달린 감자알들  한 줄기 젖줄을 빨며 탐스럽게 자랐네  한 조각 씨감자가 땅 속에서 썩으며  감자알 키워놓고 뿌리 끝에 매달린  까맣게 썩은 씨감자 어머님의 젖꼭지  목 련 신 현 배 꽃샘바람보다 먼저  눈을 뜬 망울들이  겨우내 끼고 있던  벙어리 장갑 벗고  다 같이 가위바위보  하얀 손을 내민다 솔방울 신 현 득 구슬을 갖고 싶은 어린 아기 소나무  손끝에 한두 개씩 솔방울을 들었네.  동그란 솔방울들은 소나무의 노리개.  새벽 숲에서 김 영 수 선잠 깬 어린 새들이 칭얼칭얼 우는 소리  -아가 왜 그래? 찌찌 줄까? 맘마 줄까?  애타는 엄마새들이 달래며 우짖는 소리  느티나무 이사 가던 날 손 상 철 먼 곳의 산들이 와 손잡고 잘 가란다  계곡물 산을 내려와 잘 가라 마당에서 울고  동구 밖 느티나무는 노을 붉게 손 흔든다  입학식 추 창 호 까치가 뱉어놓은  새파란 하늘 아래  햇살 이름표로  반짝이는 아이들  발걸음  종종거리며  초록 꿈을 틔운다  나무는 나무는 김 호 길 나무는 나무는   땅이 엄마인가 봐  엄마 품에 새록새록  안겨 잠든 아가처럼  뿌리를 땅의 가슴에  깊이깊이 내리나봐.       나무는 나무는   하늘이 아빠인가 봐  아빠 손잡고 나선   아장아장 아가처럼  가지를 하늘에 올려  손 흔들고 있는가봐.  물총새 조 주 환 쫑쫑 물 쫑쫑 조약돌에 떨군 울음이 소금쟁이 살여울에 물무늬로 가 앉다가 풋잠 든 아가의 눈에 방울방울 벙근다. 소금쟁이 허 일 소록소록 실비 끝에 동그라미 송송송송 개구쟁이 소금쟁이 불신 신고 쏘다니며 엄마가 부르는 소리 귓등으로 듣는다. 가을 하늘 조 규 영 가을  하늘은  독수리도 탐이 나서 먼 산 위에서 뱅 뱅 맴을 돌며 며칠 째 파란 하늘을  도려낸다 자꾸만. 들길 산길 진 복 희 들길을 가면 나는 한 송이 작은 들꽃. 눈여겨 주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들길. 가다가 풀섶에 앉아 듣는 싱그러운 풀잎 얘기. 산길을 가면 나는 한 자락 푸른 산바람. 굽굽이 오솔길 따라 마냥 걸어가는 내 생각. 새소리 바람 소리 어디쯤 숨어 있을 내 소리. 요리 갔다 조리 갔다 전 의 홍 깎을까, 깎지 말까 더부룩히 자란 머리. 사지 말까, 살까 신나게 쏠 고 고무총. 절러렁 동전 다섯이 이발소를 지나서....... 살까, 사지 말까 장독 다칠 조 고무총. 깎지 말까, 깎을까 소풍 하루 앞둔 머리. 쥐었다 동전을 꼬옥, 가게 앞을 지나며 어머니 김 종 상 때 절은 이불 속 아기는 잠이 들고 졸음 맺는 등잔불 밤도 깊어 으슥한데 세월을 돌리시듯이 물레 잣는 어머니 의상대 해돋이 조 종 현 천지 개벽이야! 눈이 번쩍 뜨인다. 불덩이가 솟는구나. 가슴이 용솟음친다. 여보게, 저것 좀 보아! 후끈하지 않은가. 받아 든 엽서 정 완 영 네가 보낸 한 장 엽서는 네가 보낸 한 장 바다. 꽃게 같은 이야기들이 곰실곰실 기어 나온다. 썰물에 나갔던 바다가 밀물 타고 들어온다. 봉숭아 김 상 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도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은, 지금은 꿈 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산길에서 이 호 우 진달래 사태진 골에 돌 돌 돌, 물 흐르는 소리. 제법 귀를 쫑긋 듣고 섰던 노루란 놈, 열적게 껑청 뛰달아 봄이 깜짝 놀란다. 나도 같이 시를 쓴다 이 은 상 아득한 바다 위에 갈매기 두엇 날아 돈다. 너훌너훌 시를 쓴다. 모르는 나라 글자다. 널따란 하늘 복판에 나도 같이 시를 쓴다. 별 이 병 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귀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산딸기 이 태 극 골짝 바위 서리에 빨가장이 여문 딸기 까마귀 먹게 두고 산이 좋아 사는 것을 아이들 종종쳐 뛰며 숲을 헤쳐 덤비네. 봄 산  장 순 하 가지에선 새싹들이 눈 비벼 깜박이고 땅 속에선 벌레들이 기지개를 길게 켠다. 봄 산은 간지럼쟁이, 까르르르 몸을 꼰다. 딸기밭 박 경 용 높은 산 메아리도 꼬리만이 잦아들고, 강의 먼 노랫가락도 끝자락만 닿아오는 딸기밭 꼬맹이 풀섶에 잔조로운 불씨들. 뜨겁게 머무르는 태양의 가쁜 숨결 째한 한낮을 질러 은밀히 다녀가는 바람도 난쟁이 바람 어디 어디? 저기 저기! 개구쟁이 아랫동생 킥킥대는 웃음이랑 새큼한 여린 맛의 막냇동생 웃음이랑 함께 와 열려서 익네, 설레이는 내 눈길도. 구 두 유 성 규 도툼한 사연이다, 시집 간 누나 마음. 볼에다 비벼대고 바둑이도 불러 놓고 속갈피 비집고 보니 내 구두가 한 켤레. 내 마음 들머리에 달이 둥실 오른다. 추석날 성묘길에서 구두타령 했더니, 누나는 그날의 응석을 가슴 아파했던 게다 채송화 밭에서 이 상 범 다섯 식구가 모여 다섯 가지 보람을 가꾸면 색동인 양 오색 무지개 비 개면 오를 거다. 꽃 지운 자리엔 오소소 다섯 식구 꿈의 씨앗. 민들레 꽃씨 윤 현 조 우리는 낙하산 형제 하늘 높이 날아라 풍선처럼 손오공처럼 춤을 추며 날아라 온 식구 소풍가는 날 바람도 함께 가요. 일학년 임 금 자 1 '여러분은 몇 학년' '우리들은 일학년' '천재들만 모였구나' 선생님 말씀에 종합장 별 세 개까지 반짝반짝 웃는다. 2 새 가방 메고서 으스대고 싶었는데 학교가 코앞이라 아파트 한번 돌고 또 안녕 경비 아저씨 오냐오냐 두 번 웃고. 3 가족수 세던 날 식구 셋이 많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내 동생까지 여섯 식구 제일로 내가 부자야 두 어깨가 춤을 춘다. 해 정 순 량 해를 밀어 올리는 동해(東海)는 힘이 세다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무엇이 끌고 가나 서해(西海)는 해를 삼키고 붉은 피를 토해낸다.  
36    권영상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486  추천:0  2017-05-27
강아지와 도랑 권 영 상        강아지가    도랑을    껑충 건너뛴다.      도랑이    옴쭉 작아진다.      강아지가    도랑을 건너뛰었다.      도랑이    휴, 한다.     고추잠자리  권 영 상        제트기가 금을 긋고    사라진 하늘에      씨이잉 날아 온    고추잠자리      마당가를 빙빙 돌다    앉은 빨랫줄      꽃손님을 하나 둘    내려 놓고는      어디론가 씨잉잉    날아 간 뜰에      채송화가 하나 둘    피어 나왔다.    마당가를 빙빙 돌다가 날아간 고추잠자리.   제트기가 손님을 실어 나르듯이, 고추잠자리는 꽃손님을 실어다 주는가 봅니다.    고추잠자리 날아간 뜰에 채송화가 하나 둘 피어납니다.   피어나는 채송화는 곧 새로 열리는 계절의 눈동자일 수도 있습니다. (신현득 김종상)       나무 권 영 상        나무가    한 잎 한 잎 날개를 단다.    가지마다 파랗게 단    나무의 날개.    그 많은 날개를 달고도    나무는 날지 않는다.    직박구리며 꿈이 많은 휘파람새.    푸른 하늘을 그리는 솔개.    그리고 어린 박새와 솔잣새들…….    나무는 오히려    푸근히 쉴 수 있는    새들의 집이 되었다.     누렁소는 말이 없다  권 영 상     오동나무 그늘에 엎드린 누렁소 잔등에 콩닥, 할미새가 날아 내려 까불댄다. 엉덩짝이며 잔등이며 목덜미며 까불까불 짓뛰다간 폴짝 날아간다. 봄날 참새란 놈은 또 어떻구. 누렁소 엉덩짝에 깡총 내려 뛰어선 제집 따뜻이 지으려고 쏙쏙쏙 볼이 터지도록 쇠털을 뽑는다. 그것도 모자라 똥 한 줄기 찔금 싸고 호로록 날아간다. 그런데도 누렁소는 아무 말이 없다. 까치가 날아와 콕콕콕 잔등을 쪼아도 암탉이 뱃구레 밑을 후벼 파도 누렁소는 말이 없다. 가끔씩 엉덩이를 덜썩, 들었다 놓을 뿐 그만한 일엔 관심이 없다.     담요 한 장 속에  권 영 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 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우리는 시를 읽으면서, 짧은 한 편의 시에서 여러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시를 읽는 독자가 갖는 즐거움이고 시를 쓰는 시인의 보람입니다.   이 시도 그런 정겹고 따스한 그림과 이야기가 되어 독자에게 다가왔습니다. 시는 아득한 곳에서 혹은 특별한 것에서 글감을 얻게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곳곳에서 아주 평범한 것들이 시가 되기 위해 감동의 씨앗을 품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 이 시의 그림이 펼쳐집니다. 담요 한 장을 덮고 나란히 누운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은 누구도 먼저 잠들지 못합니다. 서로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깊기 때문이지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담요 한 장이 중심이 된 이 동시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훈훈한 그림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시인은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을 어렵게 표현하거나 멋을 내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발을 덮어주고 아들이 깰까봐 다시 조용히 누우시는 아버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를 부르거나 대답하지 못하는 아들.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이 아버지도 우리들 아버지와 같이 손과 발이 조금은 거친 아버지일 것입니다. 이 시에는 말 수 적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오고가는 도타운 마음이 정겹습니다. 그래서 담요 한 장은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줍니다. (정두리)           한밤중에 내 발을 덮어주시던 아버지…   아버지에게 아들은 '타자화된 자기"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느 뜻이겠다. 아버지가 묵은 가지라면 아들은 거기에서 뻗은 새 가지다. 아들은 침몰하는 배에 탄 아버지를 구하는 구조선이라고 생물학자는 말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제 생명으로 이음으로써 아버지를 구한다. 그 아버지와 아들이 한 담요 속에 누웠다. 한 담요를 덮고 나란히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몸을 뒤척이고, 이들은 돌아누워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담요 바깥으로 빠져나온 아들의 발을 덮는다.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에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곡진한 사랑이 듬뿍 묻어 있다.   내 아버지는 1929년생이다. 전쟁 통에 양친을 다 잃었다. 그 뒤론 신산스런 삶이었다. 부모 잃고 가진 것 없이 험한 세파에 시달리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외로움인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아버지의 장남인 나는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은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았다. 천하의 정약용도 아버지 노릇은 쉽지 않았다. 끼닛거리가 떨어지자 옆집 호박을 따다 죽을 끓인 여종을 닥달하는 아내를 말리며, "아서라, 그 아이 죄 없다. 꾸짖지 마라" 했다. 식솔을 가난에 방치하고 책이나 읽고 벗들과 어울린 것을 크게 부끄러워하며, "나도 출세하는 날이 있겠지. 하다못해 안 되면 금광이라도 캐러 가리라" 했다. 뒷날 정약용은 "내가 남의 아비가 되어서 너희들에게 이처럼 누를 끼치는 것이 부끄럽다"라고 썼다.   권영상(55)은 한 담요를 덮고 누운 아버지가 한밤중에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잠드는 광경을 그려낸다. 이렇듯 아버지는 평생을 아들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남몰래 애를 쓴다. 아버지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거두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들은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김현승의 )인 것을 모른다. 그 진실을 모르니, 늘 아버지에게 불만을 갖고 툴툴거린다. 나 역시 뒤늦게 깨닫는다. 내 불만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아버지는 세상에서 이룬 것과 상관없이 존경받아야 할 영웅인 것을. (장석주 시인)     들풀  권 영 상    방금    손수레가    지나간 자리.      바퀴에 밟힌 들풀이    파득파득    구겨진 잎을 편다.    길바닥에 돋아난 들풀의 운명은 참 기구하지요. 그 많은 삶의 터전을 놔두고 어쩌다 이런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는지요.   손수레가 무심히 들풀을 밟고 지나갑니다. 그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구겨진 잎을 펴며 피득피득 몸을 일으키는 들풀의 모습에서 권영상 시인은 생명의 모짊을 읽어냅니다. (김용희)     민들레  권 영 상         해님이 주시는     빛살 중에서도     민들레는 노란 빛깔만 골라     옷을 지어 입는다.       담녘 따스한 곳에     물레를 걸어두고     노오란 실파람만 뽑아     옷을 지어 입는다.         바람이 피우는 꽃 권 영 상       산새가   지나가다 쉬어간   풀섶에     바람은   예쁜 표를 해 두었다.     길 잃은   산새가 오거든   보고 가라고 그랬겠지.     고운 꽃으로   표를 해 두었다.     반쪽  권 영 상             네가 주는         밤 한 톨의         반쪽           네 마음의 절반이         내게로 온다.           네게로 건네는         사과 한 알의          반쪽           내 마음의 절반이         네게로 간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무엇을 나눠 갖는 일은 곧 마음을 나눠 갖는 일입니다. 모든 행동은 마음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한 개의 과일을 동무와 절반씩 나누어 먹는 일은 마음의 절반씩을 나눠 갖는 깊은 우정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우정(사랑)의 나눔은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김종상)   사과 깎기  권 영 상          엄마가      돌돌돌      사과를 깎는다.        사과 속에      감아 둔      사과 단내가        돌돌돌돌      풀려 나온다.       실 끝을 따라가면  권 영 상   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나?   실을 파는 실가게.   나무 의자에 앉아 낮잠 자는 곱슬머리,   곱슬머리 아저씨가 나올 테지.   아저씨네 가게 진열대에 놓인 그 많은 실뭉치들,   그 실뭉치를 풀어 실 끝을 찾아가면 뭐가 나오나?   실을 만드는 실공장.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일하는 실공장 아줌마,   아줌마가 나올 테지.   그 아줌마에게 물어 실 끝을 찾아가면 뭐가 나오나?   뽕나무 밭 사이로 오리를 키우는 집,   그 집 방안에서 실을 뽑는 누에들,   누에들이 나올 테지.   입으로 실을 뽑는 누에.   지금 내가 단추를 다는 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나?   착한 누에.   뽕나무 밭 사이로 오리를 키우는 집,   그 집 방안에서 실을 뽑는 누에가 나오겠다,   고마운.    마치 스무고개 넘는 식의 시적 진술 방식이 우선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족하다.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사물들은 실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의미망으로 연결되면서 정감어린 상관물로 재창조되고 있다.    새로움에의 도전은 아동문학의 영원한 화두이다. (문삼석)     종달새 권 영 상                    맑은 하늘 층계에서                    악기 소리가 난다.                      요란히                     건반을 두드리며                    하늘 층계를                    올라가는,                      종다리,                    그것은 네 가볍고도 빛나는                    발자국의 무게이려니                      발목을 놓을 때마다                    건반 가득히 고인 음표들은 쏟아져                    온통 보리밭 들판을                     취하게 한다.    종달새 소리는 우리들 귀를 즐겁게 합니다. 보리밭 위에서 아무리 크게 지껄여대도 시끄럽지 않으며 똑같은 소리를 오래오래 내질러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종달새 소리를 악기 소리라 했습니다. 아니, 일반 악기보다도 한층 더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해 내는 살아 움직이는 악기로 본 것입니다. (허동인)       쪼금만 권 영 상        햇살이 숲 위로 쏟아집니다.    쏟아지는 햇살이 아까워    참나무들이 잎을 펼쳐 햇살을 받습니다.    그러고도 남은 햇살이    참나무 아래로 떨어집니다.    ―쪼금만.    거미줄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미가    꼭 필요한 만큼 햇살 조각을 떼어 냅니다.    거미가 떼어 내고 남은 햇살이    숲 아래 어린 풀잎 위에 내려앉습니다.    쪼금만, 이번엔 꼭 필요한 만큼    풀잎이 햇살을 덜어 냅니다.    ―나도 쪼금만.    개미가 있군요, 풀잎 밑을 기는 개미.    개미까지 받을 수 있도록    숲은 꼭 맞게 햇살을 나눕니다.     해바라기와 아가  권 영 상          내 그늘 속에      들어오지 않을래?        해바라기가      동그란 그늘을 내밉니다.        아기가      해바라기 그늘 속에      콩 들어섭니다.        내 이파리로      모자를 만들어 쓰지 않을래?        아기가      깡충 뛰어      초록 모자를 만듭니다.         호박밭의 생쥐  권 영 상        호박밭에    호박이 큰다.    자꾸 자꾸 자꾸……      ―정말    비좁아 못 살겠네!      생쥐가    이부자릴 싸들고    또 집을 옮긴다.     생쥐가 게으름을 피웠을 리는 없을 테지. 게다가 먹음직스러운 호박이 눈앞에 집채만하게 커졌는데.    그런데도 우리의 생쥐들은 살 땅이 없다. 먹어도 먹어도 나의 집. 내 몸집이 남을 위협할 정도가 못 되는구나.   그렇다면 남의 풍요를 인정하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가 되지. 나는 날렵해서 좁혀 사는 데는 이골이 나 있잖아.   그래도 가끔은 저 풍만한 호박들 귀를 깨물어 줘야지. 그렇게 불리는 데만 골몰하다가 제 몸 망치지 말고. 미리 좀 나눠주렴. (박덕규)     "호박이 크자 작은 생쥐가 비좁아서 이사를 간다고요? 거짓말이에요. 호박밭에서 호박이 크게 자란다 해도 생쥐 자리가 비좁아진다는 건 말도 안 돼요. 그리고 생쥐가 무슨 이사를 다 해요?"   시는 이렇게 사실을 따지면서 감상하는 게 아니예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옛날 할아버지의 아버지 때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가 단간방에서 사는 집이 많았어요. 아기가 자라면 방이 비좁아서 걱정했고요. 그러고 보니 호박과 생쥐 관계와 비슷해요.   거짓말 같았는데, 그럴 듯한 거짓말이지요. 시는 사실을 따져서 짓는 게 아니랍니다. (박두순)     풀들은 권 영 상       흙바람이    풀들의 머리채를 쥐어 흔든다.      사납게    휘몰아칠 때도    풀들은 바람과 맞서지 않았다.      바람이 가면     가는 대로    허리를 낮추며 흔들렸다.      그런 때에도    가만히 풀섶을 뒤지면    풀섶 밑은 고요했다.      그 고요한 자리에    숨겨 놓은    풀종다리의 귀여운 알들      오, 고놈들을    감추어 내려고    풀들은 바람에 순종했다.     표현이 직선적이고 굵으면서 서정성이 풍부한 이 작품은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표현하고 있지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희생을 주로 그렸다고 할 수 있다. '흙바람'으로 상징되는 반사랑적 존재와 '풀들'로 나타난 부모들과 '풀종다리의 알'로 표현된 어린이가 이 작품의 중요한 세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시어는 바람과도 대결하지 않는 '순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적 화자의 눈이 앞부분에서는 주어로 쓰인 '흙바람'에게 있다가 뒷부분에서는 '풀들'이나 '귀여운 알들'로 옮겨지고 있다. 이 작품과 김수영의 '풀'을 대비하여 동시도 일반적인 시 수준을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아울러 이 작품이 동시적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주고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이정석)          권 영 상(權寧相) 1953년 3월 1일 ∼ 강원도 강릉시 초당에서 태어남. 관동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197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함. 1982년 소년중앙문학상 수상. 한국동시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새싹문학상, MBC동화대상 수상. 동시집 : 단풍을 몰고 오는 바람(창조의 샘, 1980)             햇살에서 나오는 아이들(아동문예사, 1985)              벙어리 장갑(계몽사, 1992)             밥풀             버려진 땅의 가시나무             신발코 속에는 새앙쥐가 산다             실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지(국민서관, 2004)    
35    <바람에 관한 동시 모음>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댓글:  조회:492  추천:0  2017-05-27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 바람의 고민  어떡하지?  바람이 풀숲에 주저앉아  고민합니다.  아무리  살금살금 걸어도  꽃잎이 흔들립니다.  어떡하지?  (이혜영·아동문학가)  +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  꽃들이 살래살래  고개를 흔듭니다.  바람이 길을 묻나 봅니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손을 휘젓습니다.  나뭇잎도 모르나 봅니다.  해는 지고 어둠은 몰려오는데  넓은 들녘 저 끝에서  바람이 길을 잃어 걱정인가 봅니다.  (공재동·아동문학가)  + 같은 바람 중에도  풍력발전소에 가면  땀 흘려 일하는  바람이 있다.  풍차 날개를 돌려  열심히 전기를 만드는  기특한 바람이 있다.  같은 바람 중에도  어떤 바람은  넘쳐나는 힘 다스리지 못해  무서운 태풍이 되고  어떤 바람은  작은 힘 서로 모아  방아를 찧고  풍력발전소를 돌린다.  (민현숙·아동문학가)  + 양달과 응달  겨울에는  양달에서 응달로  따뜻한 바람을 보내준다.  여름에는  응달에서 양달로  시원한 바람을 보내준다.  제가 받은 것이라고  저 혼자만 갖지는 않는다.  제가 만든 것이라고  저 혼자만 갖지는 않는다.  바람은  핏줄이다.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이 세상의 핏줄이다.  단지 며칠 늦어서 그렇지  응달에도 꽃이 핀다.  양달에도  낙엽이 진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보이지 않아도  바람  보이지 않아도  풀잎을 흔들고  태풍  보이지 않아도  나무를 흔들고  너  보이지 않아도  나를 흔들고  보이지 않은 게  보이는 것보다  힘이 더 세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바람 - 2  실바람으로  나무둥치 간질일 순 있어도  구름자락 불러다  해와 달과 별들 가릴 순 있어도  땅덩이 뒤덮는  태풍이 될 순 있어도  들어가 잠잘  제 집은 없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바람 떠안기  거센 바람이  강을 건너 달려옵니다.  나무들이 제일 먼저  그 바람의 무게를  온 몸으로 떠안습니다.  다음으로  키 큰 수수밭의 수수들이,  그 다음으론 수수이랑 곁의  푸른 쑥대들이  바람의 무게를 조금씩 조금씩  떠안습니다.  그리곤 메밀밭을 돌아  담장 밑의 작은 풀꽃,  그 위에 앉았을 땐  바람은 멧새 깃털처럼 작아졌습니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꽃과 바람  바람은  꽃을 몹시 부러워한다.  꽃은,  파랑  노랑  빨강  어느 빛깔 부러울 것 없을 만큼  온갖 빛깔 다 있는데  바람은  그 고운 빛깔이 없다.  그래서  바람은 심술을 낸다.  꽃필 무렵이면  꽃샘을 하고,  잎 필 무렵이면  잎샘을 해도  착한 꽃들은  바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얼마나 부럽기에  저렇게 심술이 났나 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꽃은  바람을 맞이하고  바람을 배웅하고.  (김월준·아동문학가)   + 여름  숲에 가면  바람이 많이 이는 건  햇볕이 뜨거워  바람도  몸을 식히러 온 때문이다.  때론  소풍 가듯  바람도 쉬고 싶은 것이다.  계곡 물에  찰방찰방 발 담그고 있다가  마냥 놀아선 안 되지  바람은  마을로 내려간다.  (정세기·아동문학가, 1961-2006)  + 게으름뱅이  부지런한 햇살이  젖은 빨래 찾아다니며  단물을 쪼옥  빨아먹고 간 뒤  뒤늦게 달려온  목마른 바람이  물기 없는  빨래를 만져보고  이마를 탁탁 치며 돌아갑니다  (신천희·승려이며 아동문학가)  + 친해지고 싶어  바람은  친해지고 싶은지  나에게 자꾸  말을 건네요.  슬며시 머리카락도  쓰다듬어 보고  볼도 사알짝 어루만지고  옷깃도 자꾸 잡아당기고  내가 모른 척하면  몸을 세게 흔들기도 하지요.  나도 바람을 느끼고 싶어  깊게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친해지고 싶어서  양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바람이 내 가슴속으로 쑤욱 들어왔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우리 동네 문제아  골목대장이 된 바람을 따라  온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우리 동네 문제아  비닐봉지  신문지  음료수 캔  (김혜경·아동문학가)  + 바람이 자라나 봐  잔디밭에서  앙금앙금  기어다니던  봄바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푸름푸름  그네를 타던  여름 바람이.  낙엽을 몰고  골목골목  쏘다니던  가을 바람이  어느새  매끄러운 얼음판을  씽씽 내닫는 걸 보면  바람도 우리들처럼  무럭무럭 자라나 봐.  (김지도·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34    시간에 관한 동시 모음> 공재동의 '고 짧은 동안에' 외 댓글:  조회:393  추천:0  2017-05-27
공재동의 '고 짧은 동안에' 외 + 고 짧은 동안에  장맛비 그치고  잠시  햇살이 빛나는 동안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잎사귀에 고인  빗물을 쓸어내리고  새들은   포르르 몸을 떨며  젖은 날개를 말린다.  해님이   구름 사이로  반짝 얼굴 내민  고 짧은 동안에.  (공재동·아동문학가, 1949-) + 시간의 탑  할머니,  세월이 흘러  어디로  훌쩍 가 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  차곡차곡  쌓여서  이모도 되고  고모도 되고  작은엄마도 되고,  차곡차곡  쌓여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  우리 곁에  주춧돌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일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 걸렸다.  (박희순·아동문학가) +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 있다면  작은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만 있다면  예쁜 병 속에  한 시간만 담아서  아빠 가방 속에  살며시 넣어 드리고 싶다.  아무리 바쁘신 아빠도  그걸 꺼내 보시면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으시겠지?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 만들어  아빠 가방 속에 몰래  넣어 드리고 싶다.  (정구성·아동문학가) + 탁상 시계 딸깍 딸깍 딸깍 탁상 시계가 책상 위에 앉아 밤새도록 시간의 손톱을 깎고 있다 딸깍 딸깍 딸깍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시계의 초침 소리  톡, 톡, 톡 초침은  시간을  잘라 줍니다 톡, 톡, 톡 쬐끔씩 쬐끔씩 아껴 쓰라고 금싸라기만 하게 잘라 줍니다 톡, 톡, 톡 토막난 시간들이 뛰어다니며 ㅡ얘, 너 지금 뭐 하니? 자꾸만 자꾸만 물어봅니다. (윤미라·아동문학가) + 아빠 시계  시계를  볼 때마다  아빠는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아빠 시계엔  왜  시간이  없는 거지?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시계꽃  지난 밤  별들이   몰래 내려 와  풀밭 위에  한 뜸 한 뜸  수를 놓았나  초록 풀밭 가득  하얀 시계꽃  어쩜  째각째각  시계 바늘 소리까지  낭랑히 낭랑히  수놓고 갔을까  (김종순·아동문학가) + 시계가 셈을 세면  아이들이 잠든 밤에도  셈을 셉니다.  똑딱똑딱  똑딱이는 수만큼  키가 자라고  꿈이 자라납니다.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  씨앗도 땅 속에서  꿈을 꾸어야 합니다.  매운 추위에 떠는 나무도  잎 피고 꽃필, 그리고 열매 맺을  꿈을 꾸어야 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구름도 냇물도  흘러갑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도  자리를 뜰 꿈을 꿉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모두모두  움직이고  자라납니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엄마의 시간   우리 집에서  시간 나누기를 제일 잘 하는  엄마.  다림질 반듯한  우리 형 교복 바지에도  햇볕에 널어놓은  뽀오얀 내 운동화에도  쬐끔씩 나누어 준  엄마의 시간.  우리집 저녁상에도  베란다에 앉아있는  난초 화분에도  촉촉이 배어있는  엄마의 시간.  잠잘 때도 엄만  내 손 꼬옥 잡고,  엄마 시간  다 내어 준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하루 어머니가  품앗이  가실 때는 해가 참 길다 하시고 우리 밭 김 매실 때는 해가  너무 짧다  하신다 내가 보기엔 그냥  하루인데 (김은영·아동문학가) + 무렵  아버지는 무렵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무렵이라는 말을 할 때  아버지의 두 눈은 꿈꾸는 듯하다.  감꽃이 필 무렵  보리가 익을 무렵  네 엄마를 처음 만날 무렵  그 뿐 아니다  네가 말을 할 무렵  네가 학교에 갈 무렵  아버지의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 있다.  나도 유치원 무렵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아버지처럼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렵이란 말을 떠올리면  그리운 사람이 어느새 내게 와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열차  열차를 탔다.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것이 내 자리다.  타고 온 사람들의 자리가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새 얼굴의 사람들.  눈을 감고 창에 기대면  열차는 멈춘 듯 달려간다.  흐르는 세월처럼  언젠가는 나도 내리고  나의 빈 자리에는 또  다른 누구가 와서 앉겠지.  세월이란 열차  참 빠르기도 하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33    오은영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444  추천:0  2017-05-15
한 뼘만 더  / 오은영   왼손을 펴고 한 뼘을 재어 봐 10cm도 안 되는 짧은 길이지? 하지만 난, 고만큼 더 멀리 바라볼 테야.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그 다음엔 고만큼 더 높게 뛰어 볼 테야. 푸른 하늘이 가까이 내려오도록. 마지막엔 고만큼 마음 속 웅덩이를 깊이 파야지. 내 꿈이 그 안에서 더 크도록. 내가 자라면 고 한 뼘도 따라서 자랄 거잖아? (`9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고르는 손    / 오은영   보이니? 소반 위에 쏟아놓은 콩을 할머니가 한 알 두 알 고르시는 거   메주를 맛있게 쑤려면 흠 없는 콩만 골라야 한대   지구 위에 쏟아져 있는 우리도 누.군.가. 고르고 있을 것 같지 않니?   산토끼랑 달팽이랑     / 오은영   허둥지둥 언덕길 뛰어가던 산토끼가 글쎄 달팽이 보고 혀를 찼대.   너처럼 느릿느릿 가다간 언덕 너머 산비탈 뒤덮은 진달래꽃 잔치 못 보겠다.   달팽이도 글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대!   너처럼 빨리빨리 가다간 제비꽃 낑깽이풀 얼레지 족두리풀 매미꽃 봄까치꽃 애기풀 들바람꽃...... 언덕길 따라 줄줄이 핀 풀꽃 잔치 하나도 못 보겠다.   새똥  오은영   새가 날아가다 똥을 쌌다 나랑 다툰 친구 머리 위에   헤헤 내 대신 하나니미 버 주신 거야   말도 안 끝난는데 내 머리 위에도 찌익 똥을 싸고 간다.   하품하는 시계  /오은영 시계가 자꾸 하품을 해 내가 책상에 앉으면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제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지 몰래 간 게임방에서 게임할 때 개울가에서 첨벙첨벙 가재 잡을 땐 어서 집에 가자 보채며 뺑뺑글 뺑글 잘도 달리더니 말야 "야, 빨리 좀 달려!" 아무리 재촉해도 "제발 빨리 좀 가 줘, 응?" 아무리 사정해도 눈곱만큼씩 움직이는 거 있지? 시계에 꼬리가 있다면 좋겠어 졸고 있을 때 불침 놓게 그럼 꽁지 빠져라 뺑뺑뺑 돌아가겠지? "와, 벌써 공부 다 했네!"   봄비의 발뒤꿈치 / 오은영   봄비는   토도도도 맨발로 산기슭 바위틈까지 뛰어가 선잠깬 앵초꽃 눈꼽 떼어주고   토도도도 맨발로 시냇가 둔덕까지 뛰어가 개구리 두꺼비 늦잠 깨우고   토도도도 맨발로 우리집 텃밭까지 뛰어와 아욱싹 열무싹 나오라며 발 동동 구르느라   쪼그만 뒤꿈치가 온통 흙투성이다.     동그라미 선생님   잠자리는 선생님이야 동그라미만 치는 마음 좋은 선생님이야   빨간펜 들고 돌아다니다 “친구가 약 올려도 잘 참았구나.” 개구쟁이 영석이 머리 위에 동그라미 쳐주고   “동생을 잘 돌봐 주는구나.” 깍쟁이 민지 머리 위에도 동그라미 쳐 줘   동그라미 가득한 시험지를 받고 가을 하늘은 기분 좋아 맑게 맑게 웃고 있어. 고쳐 말했더니 오 은 영     사다리가 전봇대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하나밖에 없네." 전봇대도 사다리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두 갠데도 혼자 못 서지?" 사다리가 말을 바꿨어요. "넌 대단해!" 다리가 하난데도 혼자 서잖아!" 전봇대도 고쳐 말햇어요. "네가 더 단단해! 사람들을 높은 데로 이끌어 주잖아."     꼭 집어낸다 오 은 영     진달래꽃은 와르르 쏟아지는 빛살 속에서 "바로 내 빛깔이야!" 분홍빛 꼭 집어내고 기러기는 많고 많은 하늘길 속에서 "바로 이 길이야!" 가야 할 방향 꼭 집어내고 우리 엄마는 단체 사진 속 콩알만한 얼굴들 사이에서 "여기 너 있다!" 나를 꼭 집어 낸다. (2004년 여름『시와 동화』제28호)     꽃이랑 우리랑  오 은 영      꽃들은  물 한 바가지에  고개 들어 활짝 웃고  우리는 칭찬 한 모금에  어깨 펴며  벙긋 웃고    '칭찬 한 모금'은 마음의 따뜻함이다.   인간에게는 따뜻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박두순)       나무에 걸터앉은 햇살 오 은 영         햇살이     라이락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팝콘을 튀기고 있어요.     팝, 팝, 팝     가지마다     다닥다닥 피어 있는 팝콘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요.     솔, 솔, 솔     온 마을이     봄 냄새에     젖어 드네요.     흠, 흠, 흠       만유인력의 법칙  오 은 영     '안 떨어질 거야' 얼굴이 노래지도록 안간힘 쓰지만 기어이 열매는  땅으로 끌려가고야 말지. '끝까지 매달릴 거야' 얼굴이 빨개지도록 이 악 물지만  마침내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지고야 말지. '엄마랑 얘기하나 봐라' 야단맞고 새침하게 토라져 보지만 엄마가 다정하게 부르면 어느새 엄마 무릎 위로 끌려가고야 말지. (제2회 은하수동시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제목부터가 낯설다. 감히 과학 용어를 시어로 쓰다니. 이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고정관념에 매여 있으면 새로운 시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시의 소재는 무엇이든 좋다. 다만 시적 육화가 이루어졌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물리학에서 만유인력은 사물이 낙하할 때 지구 중심부를 향해 떨어진다는 원리를 말한다. 1,2연에 그것을 미적으로 잘 드러냈다.   인간 심리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떤 것인가? 3연에 그것을 심상으로 명쾌히 제시하고 있다.   '어느새 엄마 무릎 위로 끌려가고야 마는' 것이다. 그 만유인력은 어머니의 다정함이다.   인간에게 따뜻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시로 표출하고 있다. (박두순)   이 시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과학의 법칙을 어머니와 자식의 사랑에 비유한 발상이 돋보이며, 뉴턴이 그랬듯이 둘 사이에 '끌려감의 미학'을 시인은 발견한다.   사람들은 물질에 끌려 생명마저 경시하며 살아가는 일이 많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끌려감의 힘은 물질로는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사랑이다.   읽노라면 가슴이 따뜻해오는 그러한 시라 할 수 있겠다. (김진광)       미끄럼틀 성적 오 은 영         내 성적은     미끄럼틀 성적.     한 계단     두 계단     힘들게 올라가     꼭대기에는 잠깐만 머물고     밤하늘서     미끄럼 타는 별똥처럼     쏜살같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든.     엄마는 그런 내 성적 보며     혀 끌끌 차지만     난 걱정 안해     미끄럼틀은     한번 떨어지면 끝인     별똥과 다른 걸.     마음만 먹으면     엉덩이 툭툭 털고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걸. (2004년 가을『한국동시문학』제7호)     뿌리와 나뭇가지  오 은 영          뿌리는     두레박 가득 남실남실     물 담아 올려 보내며     물방울 편지를 띄웁니다.     "빛나는 햇살 보내줘 고마워."     나뭇가지는     빈 두레박에 찰랑찰랑     햇살 채워 내려보내며     햇살 편지를 띄웁니다.     "달콤한 물 보내줘 고마워."       젖 먹는 나무 오 은 영       손발 꽁꽁   마음 꽁꽁   얼어 버린 나무들에게   햇살이   따뜻한 젖 물려요.   "칼바람 속에서   춥고 배고팠을 거야."   꿀꺽꿀꺽   배부르게 먹은 나무들   마음이 녹네요   산수유 마음도   진달래 마음도   노랗게   발갛게 웃네요.       초록 쉼표 오 은 영         우리 동네 느티나무는     커다란     초록 쉼표예요.     떨어지던 빗방울도     초록 잎 의자에 앉아     잠깐 쉬고     떠돌이 채소장수 아저씨도     초록 물든 그늘에     땀방울 잠깐 내려놓고     우리도     학원버스 기다리는 동안     초록빛 너른 품에서     친구랑 어울려 놀지요. (2004년 가을『한국동시문학』)    이 시인은 시에서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제목부터 독자의 마음을 시 속으로 끌어들인다.   내용도 초록만큼 신선하다. (김)       흉내  오 은 영        뒤뚱뒤뚱 걷는    아기를 보면    오리가 웃겠다    제 흉내 낸다고    뒤뚱뒤뚱 걷는    오리를 보면    아기가 토라지겠다    제 흉내 낸다고     남들이 자기 흉내를 내면 그렇게 유쾌하진 않지요.   하지만 우연찮게도 모습이 같아 보일 때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지요.   뒤뚱뒤뚱 걷는 아가의 걸음마가 오리의 모습과 닮아 보인다는 것을, 오은영(1959~) 시인이 아주 귀엽게 표현해 내었군요.   그런데 아가 걸음걸이를 오리가 흉내냈다니 아가가 토라질 만도 하겠지요. (김용희)               오 은 영 1959년 ∼ 서울 출생. 여류.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 1994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시 '휴전선 넘기' 외 2 편 당선. 199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더 멀리, 더 높게, 더 깊이' 당선. 1999년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 2003년 제2회 은하수동시문학상 신인상 수상. 동시집 : 우산 쓴 지렁이             넌 그럴 때 없니?    
32    <돌에 관한 동시 모음>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댓글:  조회:380  추천:0  2017-05-05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 숨쉬는 돌 붉은 무당벌레 한 마리 돌멩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숨을 쉽니다. 함께 숨을 쉽니다. 아무데나 던지지 마세요 돌멩이도 숨을 쉬고 있으니. (심온·아동문학가) + 징검돌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어 물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렸지 센 물살이 다가올 때 넘어질 것 같아 눈이 아찔했지 내 등을 밟고 간 수많은 발자국 많이 아팠지만 그렇게 흔들리면서 자리를 잡았지 이젠 거친 물살, 거친 발걸음에도 끄덕하지 않아 가만 들어봐 내 곁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배산영·아동문학가)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조약돌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나 온 고향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닮은 형제들 어쩌면 고렇게도 다정할까. 해맑은 햇살로 세수하고 물새 울음도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두는 아이들 헤어지지 말자고 손을 꼭 잡고 별을 보며 꿈을 꽃피우는 오순도순 그리운 친구들. (진호섭·아동문학가) + 냇돌 가재를 품어 주고 물고기도 숨겨 주고, 징검돌도 되어 주고 빨랫돌도 되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냇물 속에 엎드려서 모두를 위해 주는 참으로 고마운 돌. (김종상·아동문학가) + 탑 모난 돌 금간 돌 손을 든 돌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비 맞고 바람 맞고 눈 맞으며 함께 나이를 먹는 돌  밀어내지 않고 투덜대지 않고 꽉 끌어안고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돌멩이와 바위 조잘조잘조잘 시냇물이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들쑥날쑥 돌멩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철썩철썩 쏴 쏴 파도가 신나게 수다 떨 수 있는 건 끝까지 들어주는 바위가 있기 때문이죠 (안오일·아동문학가) + 돌 줍기 예쁜 돌을 주워보자. 작은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돌 맨들맨들 윤이 나는 돌 동네 한 바퀴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들꽃 향기를 기억하는 돌 동네 두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파도 소리 묻어 있는 돌 물새 발자국 묻어 있는 돌 동네 세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눈 동그랗게 뜬 겁먹은 돌 하나 울먹울먹 동네 한 바퀴 돌아 주웠네. 자동차 바퀴에 깔린 걸 기억하는 돌 전철 굉음에 귀먹은 돌 동네 두 바퀴 돌아 주웠네. 콘크리트 벽에 박힌 돌 매연에 찌든 돌 동네 세 바퀴 돌아 주웠네. (한계령·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31    김구연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461  추천:0  2017-05-05
가을 눈동자  김 구 연     햇살이 고요롭게 먼지를 데리고 노니는 마루방 탁자 위에 난초 잎으로 몸을 가린 우유빛 찻잔 하나.   오부룩하게 가을이 들어앉은 찻잔에 들꽃처럼 아, 들꽃처럼 누구를 기다려 가늘게 웃고 있는 초롱초롱 너의 눈동자.     강아지풀  김 구 연      오요요  오요요  불러 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 볼까요.    "오요요" 소리에 꼬리 흔드는 강아지풀   "오요요/ 오요요"는 어미가 제 새끼를 부를 때, 혹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부를 때 내는 소리다. 바이올린의 높은 선율보다는 낮은 음역대(音域帶)에서 나오는 바순 소리에 더 가깝다. 뜻 없는 의성어지만 그 울림이 맑고 상냥하다. 'ㅍ'소리가 내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비교하면 맑음과 상냥함이 한결 뚜렷하게 드러난다. 공[球]처럼 입술을 작고 동그랗게 모아 발음하기 때문인가. 세 번씩이나 겹친 두음(頭音)으로 오는 'ㅇ'소리는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모인다. 이 때 둥근 입 모양은 젖 빠는 아가의 입과 닮아 있다. 'ㅇ'소리는 귀엽고 상냥하고 발랄하다.   어떤 말들은 뜻을 품지 않고도 그 소리값[音價]만으로도 소통의 소임을 다한다. 이 시에 나오는 "오요요/오요요"하는 말이 그렇다. 음절 앞머리에서 낭랑한 소리를 이끌던 'ㅇ'소리는 다음 행의 "보송보송"에서는 음절의 끝에 숨어 겸손하게 앞소리를 떠받든다. 그 떠받드는 'ㅇ'소리는 강아지풀의 보드라움을 감각적 명징함으로 드러낸다. 'ㅇ'소리는 둥근 소리다. 내치고 따돌리고 깨뜨리는 소리가 아니라 품고 보듬어 안는 소리다. 이 소리에 외로운 자들이 먼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리라. 왜냐 하면 이 소리는 사랑과 안식을 약속하는 달콤한 영창(詠唱)으로 들리니까. 'ㅇ'이라는 음성기호는 둥근 것, 보드랍고 연한 것들, 예를 들면 엄마 젖, 아가의 오동통한 엉덩이, 젖살이 몽실몽실한 강아지, 탱탱한 탄력을 가진 꽈리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 수작을 쓴 김구연(66)은 1971년에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아동문학가다. 시인은 남이 못 듣는 소리도 듣는 예민한 청각을 가졌다. 들에 매인 염소는 누나의 국어책을 먹고 날마다 국어책을 외운다. "염소가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매애애 매애애……// 국어책 외운다."()   다시 입술을 모으고 "오요요/ 오요요"하고 불러보자. 강아지풀은 그게 저를 부르는 소린 줄 용케도 알아들었다. 제가 풀이라는 걸 잊은 강아지풀이 보드라운 털을 세우고 몸을 흔들며 온다. "오요요/ 오요요" 소리가 강아지풀을 강아지로 순식간에 바꾸는 놀라운 마술을 부리지 않는가. 우리 안에 잠든 열망과 무한한 그리움을 흔들어 깨우지 않는가. (장석주 시인)     고추씨의 여행  김 구 연    노오란 고추씨가     땅 속에 묻히면    초록색 싹이 되어 나오고    그 어린 싹이 자라서    새하이얀 고추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초록동이 아기고추가 열리고    아기고추가 자라서    빨간 잠자리    매운 고추가 되고    아, 빨간 고추 속에는    노오란 고추씨가 돌아와 있네.    고추씨가 싹이 되고, 싹이 꽃이 되고, 꽃이 고추 되고, 고추 속에 고추씨가 돌아와 있음. 이 시의 내용 줄거리입니다.   어디 고추뿐일까요? 대개의 식물들이 다 그렇습니다. 한 알의 씨앗이 열매 맺어 수십 수백 배의 또다른 씨앗을 낳게 하는 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능력을 가진 이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분, 그 누구의 은혜 때문일까요? (허동인)   한 알의 고추씨가 싹이 터서 자라고, 끝이 뾰죽한 다섯 장의 흰 꽃잎으로 꽃이 피고, 풋고추에서 붉은 고추가 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시인은 고추씨가 자라 다시 고추가 되는 것을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끝없이 되풀이되는 생명, 이것을 불교적으로 말하면 윤회라고 합니다.    봄에서 가을까지 고추가 익을 때까지의 시간을 여행이라는 시적인 생각으로 바꾸어 놓는 일. 이런 평범한 사실에 새로운 의미를 주어 우리에게 놀람과 기쁨을 주는 일은 시인의 능력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것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더 깊고 넓은 상상의 나라로 이끌어주는 일은 시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시를 많이 읽으면 상상과 생각의 폭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음식에 맛을 보태주는 열매 속의 작은 씨앗을 보고 되풀이되는 생명을 긴 여행으로 엮어낸 시인.   '한 송이의 꽃에서 우주를 본다.'고 말한 블레이크라는 시인도 있습니다.    자연이 풍요로운 여름은 우리에게 많은 상상력을 주는 계절이기도 합니다.(정두리)     귀뚜라미  김 구 연   따르르 따르르……   비켜나세요.   별님 달님   비켜나세요.     캄캄한    밤중에   귀뚜라미가   자전거를 탑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고요한 가을 밤입니다.    귀뚜라미 혼자 따르르 따르르 자전거를 탑니다. 귀뚜라미 자전거 소리는 밤하늘로 멀리멀리 퍼져 갑니다. 별님 달님이 다칠지도 모릅니다.    '별님 달님 비켜 나세요' 하고 내가 귀뚜라미 대신 말해 줍니다.    고요한 가을 캄캄한 밤하늘로 귀뚜라미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세요. (김종상)     국어 공부  김 구 연       염소가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 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매애애 매애애……      국어책 외운다.    국어책을 외우는 염소를 보았나요?    염소는 왜소한 체구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이지요. 종이도 잘 먹는답니다. 아, 염소가 그 새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 버리고 말았군요. 그리고 "매애애 매애애" 울음소리를 내면서 계속 되새김질을 하고 있네요. 아마 국어 공부를 하는가 봐요. '국어책에 나오는 동시들을 외우는 거야' 하듯이 입을 놀리네요.    동물의 행동 특성을 잘 관찰하면서 색다른 의미를 부여해 놓은 김구연(1942∼) 시인의 시적 재치가 돋보이는군요. (김용희)   내가 선물하는 동시집에 들어 있는 시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외우게 되는 시다.   동물과 아이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에다 동물이 먹고 우는 반복되는 단순한 행동을 아이가 책 읽는 소리에 빗대며 "매애애 매애애"로 청각화한 것이 쾌감을 안겨 주는 거다.   이런 쾌감을 오래 붙들고 싶은 사람은 이 동시를 흉내내 볼 것을 권한다.   "강아지가 형아의 운동화를 하루 종일 물고 다녔다. 그러고는 밤 늦도록 콩콩콩 콩콩콩 마루를 뛰어다닌다." 이런 식으로. (박덕규)      깜장 염소 김 구 연           새까만 얼굴        새까만 눈동자        새까만 바지저고리        새까만 손발.          캄캄한 밤중에        느네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알지?        엄만 줄 아빤 줄?          매애애 매애애……        목소리도 똑같은걸.     바람 부는 날 김 구 연      미루나무들이  벌판을 달리고 있습니다.  맨주먹 불끈 쥐고  머리칼 휘날리며.    콩밭도 달립니다.  수수밭도 달립니다.  미루나무 꼭대기  까치집도 달립니다.    동심의 모습을 발견하기   이 시는 바람 부는 날에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마치 아이들이 맨주먹을 쥐고 달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쓴 시다.   이 시에 나오는 미루나무나 콩밭이나 수수밭은 주먹을 쥐고 달리는 아이들 모습 그대로이다.   자연을 보면 이와 같이 귀여운 동심을 발견할 수 있다.   새와 꽃과 나무에서 아이들과 닮은 점을 찾아 시로 써보기 바란다. (이준관)     반딧불  김 구 연     남 다 자는 한밤에 초롱불 하나   어둠 타고 남실남실 쑥고개 넘어온다.   무섭지도 않나 봐 꼬마 반딧불.    어두운 밤, 숲 속이나 산길에서 작은 초롱불을 밝히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은 무섭지도 않을까요?    또, 혼자 초롱불을 밝혀들고 누굴 찾아다니는 것일까요?   반딧불을 사람의 처지에 비겨 보고 있습니다. (김종상)     빈 나뭇가지에  김 구 연       빈 나뭇가지에   구름 한 조각 걸렸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하얀 눈 몇 송이 앉았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뾰쪽뾰족 초록잎 돋았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빨간 열매 달렸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한 마리 산새 쉬었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빈 나뭇가지에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빈 나뭇가지에 왔다가 떠나가는 것을 '걸렸다, 앉았다, 돋았다, 달렸다, 쉬었다'로 말을 바꾸어 나타낸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시는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렇게 표현을 달리 해야 좋은 문장이 됩니다.   만약 이것을 모두 '앉았다 가고'로 표현했다면 '구름 한 조각 앉았다 가고' '초록잎 앉았다 가고' '빨간 열매 앉았다 가고' '한 마리 산새 앉았다 가고' 로 되어 참으로 지루하고 멋없는 글이 되고 말 것입니다. (김종상)     성에 김 구 연             발이 시려운데         하얀 이를 드러내         네가 웃고 있구나.           유리창에         어룽지는         마음의 그림자.           누군가 창 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보니 그게 아니라 유리창에 성에가 낀 것이었지요.   모른 척 다시 공부를 하다 보면 또 누군가의 표정이 느껴지는 걸 어쩐답니까.   저 추운 밖에서 하얗게 웃고만 서 있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성에의 모양새를 연민 어린 마음의 만남으로 읽은 김구연(1942~) 시인의 솜씨가 볼 만하군요. (박덕규)     아기 염소 김 구 연      어리고 어린 것이   흰 두루마기에 딸기코   하얀 수염을 기르고     매애애, 매애애……   뒷짐지고 할아버지   헛기침 흉내내고     부끄러운 것도 몰라   우리 동네 아기 염소   땅꼬마 영감님.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코가 빨갛고 수염이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시나 봐요.   아기 염소를 보니 그런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기 염소도 코가 빨갛고 수염이 하얗습니다. 게다가 매애매애 합니다. 그래서 어린 것이 할아버지 흉내를 내다니 부끄럽지도 않니 하고 묻고 있습니다.    우리 둘레에는 이렇게 서로 닮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김종상)     방아깨비  김 구 연          "시집 갈래, 장가 갈래?"      방아깨비를 잡아쥐고      아이들이 놀려댑니다.        방아깨비는 알아들었는지      끄덕끄덕 끄덕끄덕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겠다고.           키를 잰다 김 구 연      벽 기둥에   자를 만들어 놓고   키를 잰다.     날마다 날마다   형제들이.     그것도   재어 보았니?   생각의 키.              시는 징검다리와 같습니다. 낱말의 돌멩이를 몇 개만 놓아도 훌륭한 길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적은 말 속에 많은 생각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것도 재어 보았니? 생각의 키' 라는 말은 짧지만 참으로 많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키가 자란 만큼 생각도 자라야 합니다. 덩치는 커다란데 생각이 어리다면 안 되겠기 때문입니다. (김종상)          김 구 연(金丘衍) 1942년 8월 9일 ∼  본명 : 김치문 서울에서 태어남. 영신고등학교 졸업. 1971년 '월간문학' 신인상 소년소설부문에 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함. 1974년 동시 외 4편으로 제2회 새싹문학상(1974)을, 1976년 동화 으로 제9회 세종아동문학상(1976)을, 1978년 동시 연작으로 제13회 소천아동문학상(1978)을, 1986년 제5회 인천시문화상((1986)을 수상함. 동화집 : 자라는 싹들(세종문화사, 1976)             마르지 않는 샘물(세종문화사, 1981)             점박이 꼬꼬             누나와 별똥별             다람쥐는 도토리를 먹고 산다 소년소설집 : 붉은 뺨 사과 얼굴(그래그래, 2003. 6) 시집 : 꽃불(한진문화사, 1974)          빨간 댕기 산새(강경문화사, 1976)          분홍 단추(미문출판사, 1982)          가을 눈동자(미문출판사, 1983)          아이와 별          나무와 새와 산길          별빛과 눈물(동아사, 1991. 4)           은하수와 반딧불(자료원, 1999)          별이 된 누나(자료원, 2002. 4. 6) 외    
30    김마리아 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529  추천:0  2017-05-02
  가을 들판  김마리아     벼 익는 냄새에 메뚜기 코가 발름발름.   수수 익는 색깔에 참새 눈이 반들반들.    '아, 먹고 싶다.' 가을 들판에서 메뚜기와 참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벼와 수수가 익어가고 있으니까요.   벼 익는 냄새에 메뚜기 코는 발름거리고, 수수 익는 색깔에 참새 눈은 반들거리겠지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야 우리도 좋아하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으면 자꾸 코가 벌름거리고, 눈길이 가는 걸 경험했으니까 알지요.   시인의 코와 눈은 예민하고 밝아야 한답니다. (박두순)       강아지 길 찾기  김마리아        대문 나서서    골목길에서    오줌 쨀끔.      나무 밑 지나다가    쨀끔.      횡단보도 건너다가    쨀끔.      약국 앞 지나다가    또 쨀끔.      ―뭐 하는 거야    이 녀석.      ―비밀이야,    집에 갈 때    필요해. (2006년 여름『새싹문학』제96호)     괄호 안에 말  김마리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친구에게         따지고 싶은 말         괄호 안에 꼭꼭 묶어 둬야지.           "미진이는 옷이 더러워"         짝에게 귓속말하고 싶을 때         괄호 안에 꽁꽁 묶어 둬야지.           "엄마, 형아가 군것질했어요"         고자질하고 싶은 말         괄호 안에 꽉꽉 묶어 둬야지.           밖으로 못 나가게.         내 밥 김 마리아        밤나무에서    톡, 알밤이 떨어진다.      알밤에 앉았던    햇빛도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순간, 땅이 환해지고     알밤의 사방에     길이 생긴다.      환한 알밤으로    다람쥐가 달려간다.    ―오, 내 밥 (2004년 10월『아동문예』)    알밤이 떨어질 때 햇빛도 함께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참 놀랍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다람쥐나 햇빛이나 알밤이 모두 제가각 따로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모두가 정다운 이웃으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걸 이 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실 속에 들어있는 삶의 비밀, 이건 누구나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문삼석)     꽥꽥 꽉꽉 김마리아         진천장 5일장     고무통 안에     오리 새끼들     꽥꽥     동무 밀치고     밖을 내다보네.     꽉꽉     동무 등을 밟고     바깥 세상 보네.     꽥, 밀치고     꽉, 밟고     꽥꽥, 꽉꽉     눈버둥     발버둥이네. (2007년 봄 『오늘의 동시문학』)    동심의 본모습이란 바로 요란한 오리 떼를 상기시킨다.   수다 떨고 발랄하며 좌충우돌하면서 세상을 배워가는 하나의 체험 학습장의 오리 떼들인 것이다.   '꽥꽤, 꽉꽉' 의성어가 함의하는 바는 역동적 동심이 벌이는 동심 행진이라 하겠다.   괜히 어려운 시도 아니고 아무리 읽어도 느낌이 없는 그런 외톨이 시류와는 차별화된 동심 현장을 절묘하게 살린 시이다. (윤삼현)       노랑 바다  김마리아   유채꽃 피는 밭에 가면   노랑 바다를 만난다.     노랑 바람   노랑 햇살   노랑 나비가 춤을 추고   여기서는 마음도   노랑색이다.     노랑 아이가   노랑 모자를 쓰고   노랑 배를 타고   노랑 바다에서 노랑 노래를 부른다.   ―랄랄라   노랑 바다가 출렁인다.     어때,   유채꽃 노랑 바다   물들고 싶지 않니?   늦게 피는 꽃  김마리아           엄마,      저 땜에 걱정 많으시죠?      어설프고 철이 없어서요.        봄이 왔다고 다 서둘러      꽃이 피나요?      늦게 피는 꽃도 있잖아요.        덤벙대고      까불고 철없다고      야단치지 마세요.        나도 느림보      늦게 피는 꽃이라면      자라날 시간을 주세요.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철들 시간이 필요해요.   말하는 손, 잘 듣는 눈 김 마리아       선생님 손이 말하면   아이들 눈이 듣는다.     아이들 손이 말하면   선생님 눈이 듣는다.     이 교실에서는   손이 못하는 말 없고   눈이 못 듣는 말 없고     말 잘 하는 손   잘 알아듣는 눈     손이 입이 되고   눈이 귀가 되고 (2007년 3·4월 『아동문예』)    이 시는 소리없이 통하는 수화하는 선생님과 어린이들, 농아학교 교실 풍경이 그려졌다.   특수학교 어린이들,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정경이기도 하다.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알아듣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눈길을 보여준다. (정두리)   봄바람은 요술색깔  김마리아     진달래 피는      골짜기에 가 봐     봄바람은 분홍색이야.     어?     울타리에 있는     개나리는 노랑바람을     먹었나 봐.     아니?     밭두렁에     아기 쑥은     초록바람을 마셨어.     아롱아롱 봄바람은     요술생각을 나누어주나 봐. (제135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손이 저울이야 김 마리아         가게 아줌마     한 줌 두 줌     봉지에 담은 나물을     저울에 올립니다.       "야, 딱 맞네     손이 저울이야."       "하루아침에     되는 게 어딨겠어."       매일매일 같은 일 하다 보니     몸에 배인 거지.       손이 무게를 알기까지.     씨앗들이 먹을 밥 김 마리아        풀 한 켜 깔고    닭똥 한 켜 넣고      풀 한 켜 덮고    소똥 한 켜 넣고      짚 한 켜 덮고    돼지똥 한 켜 넣고      꾹꾹 눌러    쌓아 놓은 거름더미.      비 온 뒤    김이 난다, 모락모락      밭에서    씨앗들이 먹을    따뜻한 밥.   우렁각시 되던 날 김 마리아       앞치마를 입고   오늘은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는 거다.     달그락   덜그덕     -아이 아파 살살 해-   -미안해, 깨끗이 목욕시켜 줄께-     밥그릇, 국그릇을 닦는다.   접시가 미끄러진다.     소매가 젖고   앞치마도 젖었다.     행주를 꼭 짜서   싱크대 닦고 설거지 끝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   고개를 갸웃둥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집을 나갈 때 시간이 없어서 물통에 그대로 담가둔 그릇들이 말끔하게 닦여 있더래.   '엄마가 없는 사이 설거지를 다 하고. 예쁘기도 하지.'   엄마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라고 말을 했다지 뭐니!   '우렁각시'가 뭔지 알아?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그런 낱말은 나와 있지 않구나.   아무튼 착한 일은 우렁각시처럼 아무도 모르게 하는 거야.   그렇게 남모르게 하는 것이 더 값진 거란다.(김영순)     키를 낮출게 김마리아        길을 걷는데    발가락이 간지럽더라구.      '서서 보지 말구    앉아서 바라봐 줘, 응?'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작고 예쁜    얼굴들이 꼼지락거리고    몸을 흔들면서    말을 하고 있었어.      어디서 본 듯한    이름 모를 풀꽃들이었어.      개미 가족이 놀러오고    벌이 소곤거리고 있더구나.      그래, 다음부터    너를 만날 때는    키를 낮출게. (제135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그냥 서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풀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리 볼품도 없고 쓰임새가 별로인 꽃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키를 낮추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런 풀꽃일수록 커다란 풀밭을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이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그 둘레에는 벌이나 나비는 물론,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벌레들이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지요. 세상에는 크고 화려한 꽃들보다 이처럼 작고 볼품없는 풀꽃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풀꽃들만 그런 건 아닐 테지요. 사람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어둡고 추운 자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작은 풀꽃들처럼 우리들의 눈 키를 낮춰야 볼 수가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것을 보기 위해 눈을 위로 향하는 만큼 그 맞은편에 있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도 눈길을 돌리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사랑의 모습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문삼석)   튼튼한 끈 김 마리아        엄마와 나 사이    보이지 않는 끈.      엄마가 멀리 계시면    내가 당기고      내가 멀리 있으면    엄마가 당기는      엄마와 나 사이    튼튼한 끈.      자면서도 당기는 끈    늘    팽팽하다.    엄마의 사랑은 끈입니다.   절대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늘 팽팽하게 묶여 있는 끈,   그 끈을 끓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겠지요. (문삼석)     흙 먹고 흙똥을 싸고  김 마리아      흙속에 사는 지렁이  종일 땅을 깨우는 지렁이    흙 먹고  흙똥을 싼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땅속을 기어다닌다  느릿느릿.    구불구불  지렁이가 지나간 자리  ―아, 잘 잤다.  땅이 일어난다  꿈틀꿈틀.    지렁이가 무얼 먹고 사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아니, 지렁이 같은 것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은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지은이는 지렁이가 흙을 먹으며, 흙똥을 싸는 것도 보았고, 느릿느릿 땅속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땅이 꿈틀꿈틀 일어서는 것도 보고 있습니다.   땅이 일어서고 숨을 쉰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바로 땅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요.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천천히 죽어가고 있던 땅을 지렁이들이 살려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지은이의 눈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징그럽게만 보이던 지렁이가 어쩐지 정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삼석)         김 마리아 1956년 울산 방어진에서 태어남. 여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제135회 '아동문예' 문학상 동시 당선. 동시집 : 빗방울 미끄럼틀(아동문예사, 2001. 5. 25)             구름씨 뿌리기(21문학과문화, 2004. 10. 25)    
29    <학교에 관한 시 모음> 하청호의 '무릎 학교' 외 댓글:  조회:506  추천:0  2017-04-23
하청호의 '무릎 학교' 외 +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어머니의 무릎  오직 사랑만이 있는  무릎 학교였다.  (하청호·시인, 1943-)  + 수업 일요일 저녁 텅 빈 운동장 구석에 한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렇지, 비어 있음이 늘 가장 많은 걸 가르치지  (김진경·시인, 1953-) + 산 위에서 보면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얽어 놓은 창문에 참새 같은 아이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잘 재조잘 떠밀며 날아 나오지요 (김종상·아동문학가, 경북 안동 출생) + 우리 학교 옆에 있는 할아버지 학교 1교시 국어시간 창 밖을 내다보면 삽으로 물꼬를 트고 2교시 수학시간에 내다보면 삽으로 논둑을 다듬고 쉬는 시간에 맞춰 소주 한 잔에 멸치 안주 드시는 할아버지 우리 학교는 매일매일 준비물이 바뀌는데 할아버지네 학교는 준비물도 간단하다 삽 한 자루에 소주 한 병이면 그날 공부 끝이다. (박혜선·아동문학가, 1962-) + 까치네 학교  아무도 넘겨다보지 않는 돌담 지나  아무도 건너지 않는 징검다리 건너  하얀 이름표 달고  까치가 학교에 갑니다.  늦어도 기합 주는 선생님 없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없는  학교에 갑니다.  바람 버스를 타고 씨이잉-  미루나무가  수위 아저씨처럼 서 있는 학교  그런데 아이들은 다 어디 갔을까  반기던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깨진 창문으로 나뭇잎 소리만 들락거리고  책상들이 조용조용 앉아 있는  햇빛만 지키고 있는 학교  까치 혼자서 다니는 학교  푸드득- 달리기를 해 보고  농구 골대에 앉아 까악까악 심판도 보지만  아이들이 없는 운동장은  토옹 재미가 없다.  (김자연·아동문학가, 전북 김제 출생) + 비결이 뭘까요? 햇빛 선생님 햇빛 학교엔 책도 숙제도 시험도 없네요. 고함 한 번 치지 않는데 회초리 한 번 들지 않는데 온갖 꽃 나무 어린 싹들 순하디 순하게 자라네요 때 되면 열매 맺어 서로 나누며 제 몫을 하네요 비결이 뭐예요? (현경미·아동문학가) + 수업 마지막 끝종이 울리면  수업 마지막 끝종이 울리면  나는 책들을 차곡차곡 가방에 넣는다.  오늘 외운 시 한 편  오늘 배운 노래 한 곡  오늘 배운 풀꽃 이름으로  불룩한 책가방.  교실 창 밖을 보면  벚나무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기다리렴.  버찌처럼 조그만 새야,  오늘 배운 노래 가르쳐줄게.  기다리렴,  들길의 풀꽃들아,  오늘 배운 너희들 이름 알려줄게.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이제 고작 열흘 내일도  학교 와야 해요? 모레도 학교 와야 되나요? 옷자락 붙잡고 재잘재잘 1학년 저 철부지들을 무슨 수로 이해시키나요 10년도 넘게  다녀야 할 학교를 너희들은  이제 고작  열흘이라고. (공재동·시인, 1949-) + 청소 시간이 되면 수업이 끝나고 우당탕탕 청소 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나 의자를 들고  벌을 서지 아니지 벌을 서는 게 아니지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 주느라 힘든 의자를 책상이  또 하나의 의자가 되어 잠시 앉혀 주는 거지 (김용삼·극작가, 1966-) + 학교와 집 사이  학교와 집 사이는 후다닥 걸어서 가면 단 오분 거리 하지만 나는 다섯 시간이나 걸린다 수학은 영재수학 국어는 독서논술 영어는 웰컴 투 영어나라 컴퓨터 워드 3급 태권도 품세 심사 학교와 집 사이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김은영·아동문학가, 1964-) + 선생님 선생님! 그 한 마디가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그 한 마디가 좋아서 가진 것 다 주어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선생님! 그 한 마디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 한 마디가 좋아서  평생을  평생을 묻습니다.  (황팔수·아동문학가, 경북 의성 출생) + 찐드기 쌤 쫀드기 쌤 아이들은  내 이름을 갖고 논다. 같이 놀아 줄 때는 맛있는 쫀드기 과자처럼 좋다며 쫀득쫀득 쫀드기 쌤이라 하고 이제 공부하자고 하면 징그러운 진드기 벌레처럼 싫다며 찐득찐득 찐드기 쌤이라고 한다. 교장 선생님이나 후배 선생님 앞에서는 내 체면도 좀 생각해 주면 좋으련만 쫀드기 쌤, 찐드기 쌤 제 기분대로 부른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쫀드기나 찐드기로 살아야 하는데 쫀드기는 참을 수 있지만 찐드기는 정말 싫다. (최종득·아동문학가) + 서울로 간 철이 멀리 서울로 전학을 갔다. 꽃밭에 잔디밭에 같이 물 주던 철이가 마음속에 얼굴만 사진처럼 찍어 놓고 교실 구석구석 목소리만 남겨 놓고 보지 말자 보지 말자 다짐만 했지 몰래 돌아다본 철이 자리 보이는구나 보이는구나 환하게 웃는 얼굴 가지런히 빛나는 하얀 이가 국화꽃 향기는 교실에 가득한데 수없이 떠오르는 철이 철이의 얼굴.  (이동식·아동문학가) + 졸업식장에서 엄마가 존다 엊저녁 늦도록 마늘 깐 엄마가 존다 누나 상 받는데 엄마만 못 본다 4천원 벌려고 마늘 더 까다가 제대로 잠 못 잔 엄마 다른 엄마들 박수소리에 놀라 눈떴다가 끄으덕 끄으덕 다시 존다. (유미희·아동문학가)  
28    크리스티나 로제티 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502  추천:0  2017-04-16
크리스티나 로제티 동시 모음   달님  / 크리스티나 로제티 달님, 고단하세요? 안개의 면사포로 싸감은 해쓱한 얼굴. 동에서 서로 하늘을 재며 삼백예순 날, 쉬시지 않네. 밤이 오기 전에는 종이처럼 희고. 밤이 밝기 전에 아주 꺼져 버리고. 대답 네 가지  / 크리스티나 로제티 무거운 것은 모래하고 슬픔. 짧은 것은 오늘과 내일. 이내 무너지는 것은 꽃과 젊음. 깊은 것은 그럼 뭐니? 바다하고 진리지. 더 아름답다  / 크리스티나 로제티 강 위로 달리는 보오트 바다 위로는 돛단배. 그러나 하늘에 달리는 구름 구름이 배보다 더 귀엽다. 강에는 다리가 걸렸지만 아무리 다리가 아름답지만, 하늘에 걸린 무지개다리 높은 나무보다 더 높게 하늘과 땅 사이 길을 놓은 무지개다리가 더 아름답다. 뛰어다니는 양  / 크리스티나 로제티 뛰어다니는 양 뛰어다니는 아기 노란 꽃 피는 목장에서 논다. 새파란 하늘 부드러운 공기 들에는 햇빛 빛나고, 들길에는 그늘 덮이고. 뭣이 뭣이 빨갛니?   / 크리스티나 로제티 뭣이 뭣이 빨갛니? 샘가의 장미꽃. 뭣이 뭣이 붉으냐? 밭가운데 양귀비. 뭣이 뭣이 파랗니? 구름 동동 저 하늘. 뭣이뭣이 하얗니? 햇볕에 헤엄치는 고니. 뭣이 뭣이 노랗니? 익은 배가 노랗지. 뭣이 뭣이 초록빛? 이름없는 꽃이 피는 풀잎새. 아아 뭣이 뭣이 보라빛? 여름 저녁 떠가는 구름이 보라빛. 뭣이 뭣이 귤빛이지. 그건 귤나무의 귤이 귤빛이지. 바람  / 크리스티나 로제티 누가 바람을 보았답니까? 너도 나도 못 본 걸. 웬걸, 나뭇잎을 흔들며 바람은 저기 지나가지 않니. 누가 바람을 보았답니까? 너도 나도 못 본 걸. 웬걸, 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바람은 저기 지나가지 않니. 어린 양  / 크리스티나 로제티 엄마가 없는 아기양이 혼자 외롭게 언덕 위에. 아무리 부들부들 떨고 있어도 아무도 다정하게 품어주지 않겠지. 정말 가엾은 저 어린 양을 언덕까지 달려가서 잡아와야지. 데려다가 따뜻하게 기뤄줘야지. 힘세고 씩씩하게 될 때까지. 엄마와 아기  / 크리스티나 로제티 엄마 없는 아기와 아기 없는 엄마를 한 집안에 모아서 정답게 살게 하자. 제비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날아가라, 날아가라. 바다를 넘어. 해님을 좋아하는 제비야, 이제 여름도 다 지났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날아서 오라. 여름을 데리고 돌아오라. 해님도 가지고 오너라. ……것  / 크리스티나 로제티 꿀벌이 하는 일은 꿀을 따오는 것.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돈을 벌어오시는 것.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 푼 남기잖고 돈을 쓰시는 것. 아기가 하는 일은 한 방울 남기잖고 꿀을 먹는 것. 꿈 / 크리스티나 로제티 ―꿈 속에서 나는 작은 부엉이와 파란 새를 잡았었지. ―그렇지만 이 세상에선 너는 도저히 그런 새를 못 잡는다. ―꿈 속에서 나는 해바라기를 심었지. 핏방울처럼 새빨간 꽃이 폈어. ―그렇지만 이 세상의 저 햇빛 아래서는 그런 해바라기꽃은 피지 않는다.
27    외국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638  추천:0  2017-04-16
외국동시 모음 숙제 기계 / 셸 실버스틴   숙제 기계, 오 숙제 기계 여태껏 본 것 가운데 가장 완벽한 발명품 숙제를 넣고 은화 하나를 집어넣으세요 그러곤 스위치를 탁 누르면 단 십 초 안에 숙제가 끝나서 나옵니다 대단히 빠르고 말끔하게 자, 여기 나왔습니다 9 더하기 4의 답은 3입니다 3이라고? 어이쿠 생각했던 것만큼 완전한 건 아닌 모양이군   비눗방울 / 장콕토   비눗방울 속에 뜰은 들어갈 수 없어 둘레를 빙빙 돌고만 있다.   햇빛 /  린 우씨엔   햇빛이 창문을 기어오르고 있다. 햇빛이 꽃잎에 앉아 웃고 있다. 햇빛이 시냇물을 따라 흐르고 있다. 햇빛이 엄마의 눈 속에서 빛나고 있다.   유리창 / 레몬 라디게(프랑스)   정월달이 되었어요. 무섭게 추워졌어요. 나가 놀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추위는 유리창에다 얼음으로 그림을 그려 보이며 나를 달래 주지요.   강 / 다니카와 슌타로     엄마 강은 어째서 웃고 있어? 태양이 강을 간지럽히기 때문이란다   엄마 강은 어째서 노래하고 있어? 종달새가 강이 부르는 노래를 칭찬했기 때문이란다   엄마 강은 어째서 차갑지? 언제인가 눈(雪)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 때문이란다   엄마 강물은 몇 살쯤 됐어? 언제 보아도 젊은 봄과 같단다   엄마 강은 어째서 쉬지 않아? 그건 말이야 바다인 어머니가 강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조금  / 엘리자베드 노벨 (영국 )   설탕을 조금 가지고도 죽 맛이 달게 되네   비누를 조금 가지고도 내 몸이 깨끗이 되네   햇빛을 조금 받고도 새싹이 자라네   조금 남은 몽당연필로 책 한 권을 다 쓰네   조금 남은 양초 하늘하늘 춤추는 불빛 아무리 작더라도 불빛은 즐겁지   조금 남은 웃음이라도 웃음은 이상하지 조금 웃는 아이 웃음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지   꼬마 요정 / 존 켄드릭 뱅스 / 장경렬 옮김   꼬마 요정을 한번 만난 적이 있었지요 백합이 발마에 한들거리는 골짜기에서 그에게 왜 그렇게 자그마한가 물었지요 그리고 왜 키가 자라지 않느냐고요   꼬마 요정은 얼굴을 찡그리곤, 눈을 들어 나를 뚫어지게 보고 또 보는 것이었어요 "나에겐 이 정도의 크기가 알맞아." 그가 말했지요 "너에겐 너 정도의 크기가 알맞듯이!"    존 켄드릭 뱅스 ( 1862 - 1922 )  미국의 유머 작가. 잡지 편집인   싸움 뒤 /  가네코 미스즈 ( 1903 - 1930 )   외톨이가 되었다 외톨이가 되었다 멍석 위는 쓸쓸해   난 몰라 그 애가 먼저야 그렇지만 그렇지만 쓸쓸해   인형도 외톨이가 되었다 인형을 끌어안아도 쓸쓸해   살구꽃이 폴폴 포르르 멍석 위는 쓸쓸해       * 가네코 미스즈  스물 여섯에 요절한 일본 여류 동시인  동시집 <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됨   모두를 좋아하고 싶어 /  가네코미스즈                   나는 좋아하고 싶어 무엇이나 어떤 것이나 모두.   파도, 토마토도, 생선도, 남김없이 좋아하고 싶어.   우리 집 반찬은 모두 어머니가 만드신 것.   나는 좋아하고 싶어 누구든지 어떤 사람이라도 모두.   의사라도, 까마귀라도, 남김없이 좋아하고 싶어.   세상 것은 모두 하느님이 만드신 것.   * 가네코 미스즈 ( 1903 - 1930 )는 불우하게 살다 죽은 동시인입니다. 집안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하여 딸을 낳았으나 남편과의 불화와 병으로 괴로워하다가 스물 여섯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쳤습니다   이 시처럼 모든 것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의 삶에 가슴이 아픕니다   봄날 아침 /  브라우닝   때는 봄 하루는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엔 진주 이슬 종다리 높이 날고 달팽이, 가지에 오른다 하나님 하늘에 계시니 세상 모든 일이 편안하다   2월의 노래 /  가즈에 ( 1929 -  )    2월은  해님의 둘째 아들  이름은 지로 군  꼬마.   장대같이 큰  형의 그늘 밑에 숨어서  새침떼기처럼 보이지만  지로 군은   주머니 속에서 꼬옥 쥐고 있다 . 새 날개나 꽃봉오리나 온갖 씨앗들을 무럭무럭 키워내는 검은 흙을-   어서 와라 지로 군은 뒤돌아보며 귀여운 3월인 누이동생을 부른다. 어서 와라, 이쁜 것을 줄 테니.   * 지로는 일본인들이 둘째 아들에게 붙이는 이름   조그만 바람  / 다니 마사루   조그만 바람이 어떻게 됐니? 풀 속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단다   조그만 바람이 어떻게 됐니? 풀벌레한테 길을 물어 간신히 밖으로 나왔단다   조그만 바람이 어떻게 됐니? 큰 바람에게 업혀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단다   진눈깨비 /  히로스케   진눈깨비 몰아치는 벌거숭이 산   산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우리 우리 학교가 보였습니다    청소를 다 하고서  잘 잠그고 온 창문이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진눈깨비 몰아치는  벌거숭이 산  아마도 내일 눈이  올 것 같아요   / 폴리네르   삼나무는 뾰족 모자를 쓰고 있지요 기다란 옷을 걸친 모양은 수도하는 신부님을 닮았지요 시냇가에 가득 찬 보트처럼 서로 몸을 비벼대면서 '잘 잤니?'하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지요 나이 많은 삼나무는 시인이지요 아름다운 시를 짓지요 삼나무는 그 시를 듣고서 ( 좀 있으면 우린 별님보다도 더 빛나지 >    하고 생각하지요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오면 삼나무들은 희디흰 솜 눈옷을 입고서 온 몸에 별을 달지요 그날을 생각하면서 꿈꾸듯 기다란 가지를 뻗치고 있지요 삼나무는 노래 선수이지요 가을밤엔 바람이 불 때마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연습하지요 그뿐인가요 삼나무는 또 날씨 박사이지요 천둥하는 하늘을 쳐다보며 내일 날씨를 생각하고 있지요   다친 데 / 오 야소   자꾸 자꾸 씻어도 자꾸 피가 나 자꾸 자꾸 을어도 자꾸 아파   혼자 다쳐 피가 나는 새끼손가락 . 다른 다른 손가락도 새파라래져서 아주 걱정스러운 듯 들여다보네   별과 민들레  /   가네꼬 미수주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감상   보이는 것 밖에 볼 줄 모르고 쓸 줄 모른다면 무슨 시인이라 할 수 있으랴. 하기야 보이는 것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개념적인 동시를 쓰는 이들도 있으니....동심적 통찰이 있는 시.     *가네꼬 미수주 1903 - 1929년 / 西條八十(샤이조오 야소)에게 젊은 동요 시인의 거성이라고 절찬을 받았으나 2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 1993년 4월 조일신문을 통하여 재발견되어 현재 사랑받는 동요시인으로서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고 있다. 작품 500여편. 탄생 백주년을 맞아 고향에 도서관이 생겼고 영화로 제작되었다. 텔레비전에서 그의 일생에 대해 드라마로 방영했다는데 나는 못 봤다. 그런데 집 아이가 가네꼬를 알기에 네가 어떻게 아느냐 했더니 일본 드라마를 보았다고 했다. 가네꼬가 어떻게 죽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을 잘못 만나 매독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70년이 지나서 일본에서는 가네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여기 저기서 모은 가네꼬의 시가 있는데, 시를 읽으니 참 좋아서 혼자말로 가네꼬! 당신의 시처럼 청순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동심의 시를 한번 써 보고 싶구나 했다. 가네꼬! 일찍 고인이 되어서 안 됐구나. 가네꼬!  당신의 시는 70년이 지났지만 지금 읽어도 싱싱하고 어제 쓴 것 같구나. 이제 나에게 동요나 동요시하면 가네꼬! 당신이고 당신은 나의 스승이다. 그런데 가네꼬! 나는 당신 흉내도 못내겠구나   웃음 /  가네꼬미수주   그것은 아름다운 장미색이고 양귀비씨보다도 작고 흩어져 땅에 떨어졌을 때 확 불꽃이 터지듯이 큰 꽃이 열려요.   만약 눈물이 흘러내리듯 이런 웃음이 흘러내리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감상 웃음을 사물을 통해 비유적으로 구체화 시켜 보인 미적 감각과 그런 웃음을 그려 보는 동심의 천진함이 잘 드러난 시라고 하겠다.   ……것 / 티나 로제티 꿀벌이 하는 일은 꿀을 따오는 것.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돈을 벌어오시는 것.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 푼 남기잖고 돈을 쓰시는 것. 아기가 하는 일은 한 방울 남기잖고 꿀을 먹는 것 눈동자 / 가즈꼬 미수주   모두의 눈동자는 마법 항아리야   탱자나무 울타리도 길거리도 마차도 말도 마부도 메밀밭도 오동나무도 멀리 초록빛 저 산도 그리고 하늘의 구름까지도 자그맣게 되어 모두 들어간다   까만 눈동자는 마법 항아리야   *감상  비유적 발견이 빼어난 동심의 시라고 해야 할까?   무지개 /  워즈워스(영국 / 1770 -1850)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설레요.   내가 어릴 때도 그랬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마찬가지예요. 쉰 살, 예순 살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을 거예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하루하루가 자연 속에서 늘 함께 있고 싶어요.    -아버지가 없는 아이의 노래 /  가네꼬미수주   “아빠 가르쳐 줘요” 저 아이는 응석 부리고 말하고 있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뒷길에서 ‘아빠’ 살며시 흉내 내봤더니 왠지 누구에겐가 창피하다   생울타리의 하얀 무궁화 웃는 듯해.   그림자 / 로버어트 스티븐슨 언제나 나한테 꼭 붙어다니며 아침부터 밤까지 떠나지 않는 그림자 그림자 내 그림자.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발끝에서 머리꼭지까지 참말로 나를 고스란히 닮았다. 언제나 내가 잠자리에 들 때면 제가 먼저 뛰어들어 쿨쿨 자버린다. 그 자가 자라는 것은 정말 이상하구나. 나처럼 천천히 크지를 않고 공이 껑충 뛰어 오르듯 갑자기 성큼 커버린다. 그런가 하며는 때때로 쬐그맣게 쬐그맣게 작아지고, 이웃 아이들과 재미나게 노는 것을 모르는 주제에 온갖 짓을 다해서 시시대며 히히대며 나만 괴롭힌다. 그런가 하며는 아주 겁보. 언제나 내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할멈 앞에서 그 자의 하는 짓을 흉내낸다면 다들 나를 놀릴 거야. 이튿날 해님이 아직도 뜨지 않는 이른 아침에 꽃밭에서 빛나는 이슬 아기를 구경하려고 뜰로 갔을 때 게름뱅이 잠꾸러기 그림자는 내 침대 속에 혼자 남아서 쿨쿨 자고 있었다   하늘이 분주하다  / 가즈꼬 미수주   오늘 밤 하늘이 분주하다 구름이 마구 달려간다   이지러진 반달과 부딪쳤는데 그것도 모르고 달려간다   아기구름 허둥지둥 거치적거린다 큰 구름이 뒤쫓아서 달려간다   이지러진 반달도 구름 속에 요리조리 요리조리 달려간다   오늘 밤은 하늘이 분주하다 정말 정말 분주하다   *감상 묘사동시, 혹은 회화적 표현의 동시라고 해야 할까? 현상을 보는 '응시'가 뛰어나고 동심적 표현 또한 사실적이어서 풍경이 머리에 또렷하게 그려진다.   빨리 자거라 타이페이  /린우씨엔(林武憲   12시가 다 되었다, 타이페이 아직도 빨강 파랑 눈을 부릅뜨고 있구나   떴다 감았다 그러다 잽싸게 뜨고   피곤한 것 같구나 자고 싶은 것 같구나   일찍 자거라 조용히 자거라.   *감상 도시를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네온사인의 불빛들을 빨강 파랑 눈으로 표현한 것도 재미있다. 타이페이를 서울로 바꾸어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  에. 바야르마 (몽골)   아버지께서 제게 이렇게 물으셨지요. “우리 아들은 말치기가 될 테지?”라고요. 수말인지 암말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제가 말치기가 되어서 어떡하겠어요.   어머니께서 제게 이렇게 물으셨지요. “우리 아들은 의사가 될 건가?” 라고요. 아이구, 이것도 아주 무서운 일인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대답하자 우리 식구들이 모두 물었어요. 그러면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버지 말씀대로 말치기도 어머니 말씀대로 의사도 되지 않을 거예요. 키가 아주 크시고 떡 벌어진 가슴에 무성한 희디흰 수염을 가지신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나는.    *감상  이 시에는 천진한 대화의 요체가 있다. ('시평' 2006년 봄호에서)   시골  /가즈꼬 미수주   나는 시골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조그만 귤이 귤나무에 황금빛으로 익어서 매달려 있는 것을   또 무화과가 아직 애기여서 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그리고 보리 이삭에 바람이 불어와서 종달새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나는 가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종달새가 노래하는 것은 봄이겠지만 귤나무에는 언제 쯤 어떤 꽃이 피어날까?   그림에서만 보아 온 시골에는 그림에는 없는 것들이 수두룩 수두룩 있을 거야   *언젠가 한번 본 시골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願望을 아이다운 마음으로 표현한 시. 아이가 쓴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겠지. 지금부터 80년 전의 동요시인이 쓴 작품이라 가즈꼬의 작품에선 동요적 발상이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동요시는 형식에서 외형률이 중요. 우리나라에서 동요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애석한 일. 그렇게 된 까닭은 대체로 詩性이 없는 노래 가사 수준의 짝짜꿍 동요( 자수 맞추기에만 그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요시? 써보면 만만한 게 아니다. 시를 제대로 알고 여기에 동심을 잘 결합시켜야 동요시를 쓸 수 있다.     비 /나카무라 카요코   아무도 없는 공원에 나 혼자 서 있다.   비가 소리를 내며 땅을 때린다.   거저 말없이 착실하게 서 있는 계수나무   비에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말없이 있다.   나는   맨 위, 맨 아래 / 알랜 알렉산더 밀른(영국)   아가 아가 어디 가니? 저기 저기 저 언덕 꼭대기까지.   자꾸자꾸 올라가서 맨 위에 닿을 때까지 나는 나는 자꾸 자꾸 올라 갈 거야.   아무 것도 볼 게 없는데 그랬다간 어쩔래? 그럼 다시 맨 아래로 내려오지 뭐.   *감상 하하하하하! 그래 맞아! 다시 내려 오지 뭐.   귀 / 장콕토(프랑스)   빨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구름 뚱뚱보   /  미리암 크라아크 포터   「애로리더」가 냄비에 빵을 구우니 빵은 붕긋붕긋 부풀었습니다. 「애로리더」가 볼일을 보러 거리로 거리로 나간 새 빵은 냄비에서 둥실둥실 날아서 날아서 가버렸습니다. 「애로리더」가 저녁에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빵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 뭉실뭉실한 구름이 되었습니다   꼬부랑깽깽  /마더 구우즈   꼬부랑깽깽이 아저씨가 꼬부랑깽깽이 길을 가다가 꼬부랑깽깽이 층층계 아래서 꼬부랑깽깽이 은전 한 닢 주웠네. 꼬부랑깽깽이 모자를 사서 꼬부랑깽깽이 쥐를 잡아 꼬부랑깽깽이 오두막집에서 쥐하고 정답게 정답게 정답게 살았다.   난로 옆에서  /프랑소와 고삐(프랑스)   밤만 되면 난로 옆에서 나는 혼자 생각합니다. 숲 속 어디에서 죽었을 새를. 쓸쓸한 겨울 날 어제도 오늘도 잿빛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 끝에서 흔들거립니다.   새들은 왜 겨울이 되면 죽는지 몰라. 하지만 제비꽃이 필 무렵 사월의 들판으로 나와 보아도 조막만한 시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새는 어디 살짝 숨어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죽는 걸까요.  
26    숟가락에 관한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537  추천:0  2017-04-13
+ 딱 한 가지 숟가락 하는 일은 딱 한 가지 하루 종일 놀다가 아침 저녁 잠깐씩 밥과 국을 떠 입에 넣는 일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 한 가지가 사람을 살리네 목숨을 살리네 고마운 숟가락 밥숟가락!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숟가락 너는 참 좋은 일만 한다  내 몸에 좋은 것을 넣어 주려고  매일 매일 내 입 가까이  와서는 한 발 들여놓았다가  다시 나가지  아예 쑥 들어왔다가  놀다 가는 것도 아니고  먹을 것만 쏘옥 넣어 주고  슬쩍 사라졌다가는  다시 와서 한 입 주고 가지   입맛 없을 때는 먹기 싫은데   꼭 한 입 넣어 주고야 마는 너는  참 대단한 녀석이야  식사가 끝나면 시치미 뚝 떼고  네 자리에  얌전하게 들어가   다음을 기다릴 줄도 아는 넌 역시 멋진 녀석이야 (한선자·아동문학가) + 떡잎   씨앗의 숟가락이다  뜨겁지 않니? 햇살 한 숟갈 차갑지 않니?  봄비 한 숟갈 씨앗의 첫 숟가락이다  봄이 아끼는  연둣빛 숟가락  (조영수·아동문학가)  
25    <음식에 관한 동시 모음> .2 댓글:  조회:619  추천:0  2017-04-12
 신현득의 '비빔밥은 왜 4천원인가' 외   + 비빔밥은 왜 4천원인가  강원도에 와서 먹는  산나물 비빔밥은 왜 4천원인가?  나물 뜯은 아가씨 수고 값이겠지.  바구니 차고 오대산 산허릴 오르내렸거든  (그뿐 아니야.)  산굽이 오르며 구성지게 부른 노래 값인가?  (그것만도 아니야.)  나물 뜯던 산마루에 뭉게구름이 일었지.  산새소리도 들렸지, 물소리까지  그것이 산나물 맛이 됐거든  꽃 냄새 바람 냄새도 산나물 맛이 됐지.  여기에  참기름, 고추장 한 숟갈씩  곁들여  차림표에 4천원!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남긴 밥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와서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고추   할머님이 보내주신 빨간 고추 아침 햇살 가득 담아 보냈어요. 텃밭의 흙내음도 함께 담아 보냈어요. 방학 내내 같이 놀던 짱아의 발자국도 곱게 담아 보냈어요.  (김재용·아동문학가) + 검은 콩  고 작은 몸이 뭐라고  우리 집 식탁 위에 앉아 있다  밭의 고기라고 불리는 넌  도대체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는 거니? 까맣고 작은 몸뚱이로  고기의 맛을 보여 준다니  내 입이 다 벌어진다  우리 엄마 나더러  몸에 좋은 콩 좀 먹어라,  매일 노래 부르신다  나는 그 콩 골라내는 데  도사가 다 되었다  마침 콩을 만났으니  담판을 져 보자고  뚫어져라 콩을 노려보았다 고 작은 콩도 나를 노려보았다 콩이 내게 말했다  어쩔 건데? 어쩔 건데?  (한선자·아동문학가) + 떡 곱고 고운 무지개,  무지개가 떠 있는 무지개 떡.  반달 모양에 밤과 콩, 추석에 먹는 송편.  쿵덕 쿵덕 떡메로 친, 쫄깃쫄깃 인절미.  날씬하고 가는 흰색, 떡국에 넣어 먹는 가래떡!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우리의 떡!  (안미정·아동문학가) + 참깨  "밥맛 없을 때 참기름에 밥 비벼 줘라." 고소한 냄새 시골 할머니 마음 짠 참기름. 엄마도 아끼는 한 방울. "나물 무침 때 깨소금을 듬뿍 넣어 줘라." 짭조름하고 고소한 깨소금. 할머니 사랑 담긴 한 숟갈. 올해도  나눠주신다. 깨 한 되와 땀방울과 할머니  참음을.  (김성규·아동문학가) + 군밤  울잖고  잘 놀면 양반이라면서 삯바느질  들고 나간 엄마가 올 때까지 집 보면서 있으라고 엄마가 화롯불에 묻고 간 밤 세 톨. 엄마가  성황당쯤 한 톨만 먹고 동구 앞 돌다리  또 한 톨 먹고 막내둥이 쌍둥밤은  그냥 두었다 사립문 소리 나면, 엄마하고  냠 냠.   (강청삼·아동문학가) + 다이어트 한 달팽이  -난 너무 뚱뚱해.  달팽이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대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달팽인  기절을 하고 말았대요.  살을 너무 많이 뺀  달팽인 그만  높은음자리표가 되고 말았거든요.  (김미영·아동문학가, 196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24    <음식에 관한 동시 모음> 정진아의 '라면의 힘' 외 댓글:  조회:572  추천:0  2017-04-04
정진아의 '라면의 힘' 외 + 라면의 힘 꼬불꼬불 산길 즉석 라면 배낭에 담고 성큼 아빠 발자국 따라 종종종 올라간다. 차오른 숨 힘 빠진 다리 배 속에선 꼬르륵 "아빠, 라면 먹고 싶어." "산꼭대기서 먹어야 더 맛있지." 올라간다 올라가 아빠 주먹만한 라면이 헉헉 지친 나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린다. (정진아·아동문학가, 1965-) + 상지리 분교 급식 시간  밥 위에 내려앉은 햇살 시금칫국에 퐁당 빠진 바람 함께 먹는다 "휘어이 훠어이." 다랑논에서 새 쫓던 재덕이네 할아버지 경운기 몰고 돌아가는 소리 들으며 밥을 먹는다 경백이네 과수원 사과 익는 냄새는 입가심으로 먹는다. (박혜선·아동문학가) + 메주의 꿈 알몸으로 매달려 있는 메주.  엄마가 음식으로 간 맞추듯  바람도 한소끔  햇빛도 한소끔  다녀가면  짭조름한 맛이 든다.  또르르 또르르  마당을 굴러다닌 콩이  몸을 합쳐 메주로 태어나  겨울을 나고 있다.  메주는   된장이 되어  보글보글 끓는  꿈을 꾼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비빔밥, 이 맛  송송송 썬 김치를 넣어야지요.  콩나물도 한 젓가락,  생채도 담뿍 한 젓가락,  고추장도 빨갛게 한 스푼.  그러고 그냥 비빌 건가?  쨀끔, 고소한 참기름도 넣어야지요.  부벅부벅부벅-  숟가락을 틀어잡고 비비다가  어차, 먹어 보자 한 숟갈!  오오, 맛있네!  근데 이 맛은 어디서 올까?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서로서로 섞여서  만들어 내는 이 비빔밥 맛은.  (권영상·아동문학가) + 난 김치예요  씨앗으로 뿌려질 때부터  김치가 될 줄 알고 있었기에  넌출넌출 푸른 잎 키웠지요  그러나 김치가 되는 건 쉽지 않았지요  뿌리는 뽑히고  내 노란 속살에  굵은 소금이 뿌려져  나는 부들부들 숨을 죽여야 했어요  그것뿐인가요  살갗을 후비는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비벼져  정신을 잃었지요  서로 다른 것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렇지만 항아리 속에 꼭꼭 담겨진 우리는  조금씩 자기를 버리고  서로에게 익숙해졌지요  나에게는 양념 맛이 들고  양념에겐 내 향이 배고  그렇게 맛있는 김치가 되었어요  젓가락으로 김치 한 조각 들어올릴 때  기억해 줘요,  한때는 나도  흙에 뿌리내렸던 배추라는 걸. (이혜영·아동문학가)  + 시래기      할머니가 시장바닥에서 푸른 무청을 주워 온다. 며칠째 주워 온다. - 할머니, 그런 쓰레기를    왜 자꾸 주워 모으는 거예요? - 이건 쓰레기가 아니라    시래기란다.    겨울이 되면    맛있는 시래깃국이 될 거야. 할머니는 무청을 촘촘하게 끈으로 엮어 바람 잘 드는 곳에 매달아 놓는다. 무청이  사드락사드락 말라 간다. 우리 집 처마 끝으로 겨울이 온다. (김응·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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