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나무의 맛 / 곽해룡
2018년 11월 27일 16시 24분  조회:1625  추천:0  작성자: 강려
나무의 맛 / 곽해룡
 

매미가
나무둥치를 빨며
매움 매움
쓰디쓰 쓰디쓰
시어시 시어시
 
 
오목눈이가
나무를 비켜 가며
비리비리 비리비리
 
《맛의 거리》(문학동네 2008)
 
검은등뻐꾸기는 네 음절로 운다. 그 소리가 마치 ‘홀딱벗고’ ‘홀딱벗고’ 하는 것처럼 들린대서 ‘홀딱벗고새’라고도 한다. 스님들 귀에는 ‘홀딱벗고’가 아니라 ‘빡빡깎고’로 들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집죽구 지집죽구’로 받아 적은 이는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다.(‘들비둘기 소리’) 같은 소리라도 듣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전봇대 위에서 ‘구구 구구’ 우는 비둘기 소리를 ‘꾸욱 꾸욱’으로 듣는 사람은 비둘기가 전봇대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느라 애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9×9 9×9’로 듣는 사람은 비둘기가 구구단 답을 몰라 저렇게밖에 못 운다면서 ‘팔십일!’ 하고, 답을 알려준다.(김철순, ‘산비둘기’)
<나무의 맛>은 매미 소리를 “매움 매움/ 쓰디쓰 쓰디쓰/ 시어시 시어시”로, 오목눈이 소리를 “비리비리 비리비리”로 받아 적었다. 나무의 맛이 맵고, 쓰고, 시고, 비리다고 듣는 사람은 일찌감치 인생의 매운맛, 쓴맛, 신맛, 비린 맛을 고루 맛보았을 터이다. 그러니 이 시에서 말하는 맛은 겉에 드러난 나무의 맛이 아니라 신산고초한 인생의 맛, 그것이겠다.
참새는 정말 ‘짹짹’ 울까. 개구리는 정말 ‘개굴개굴’ 울까. 아이랑 함께 똑같은 소리에 귀 기울인 다음 그것을 글자로 적어 보자.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자. 참새인 것을 모를 때, 참새 소리를 더 정확히 들을 수 있다. 참새인 것을 알면 선입견의 참견을 받아 ‘짹짹’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빛이 없는 곳, 소음이 적은 곳으로 가 풀벌레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밥 되는 소리, 설거지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트림 소리, 방귀 소리, 이 닦는 소리 같은 일상의 소리를 새롭게 발견해 보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4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2022-06-07 0 716
53 【 2022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 2022-06-07 1 1587
52 <2021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2021-12-18 0 1205
51 내가 읽은 해외동시 묶음 2020-05-05 0 1945
50 꽃 떨어진 자리(동시) _ 정용원 [한국] 2018-11-27 0 1724
49 아이들을 위한,그리고 세련된 사람을 위한(동시) - 막스 쟈콥[프랑스] 2018-11-27 0 1724
48 지나가는 시간 - 앙드레 이베르노 [프랑스] 2018-11-27 0 1443
47 나무의 맛 / 곽해룡 2018-11-27 0 1625
46 시인의 손에 놓이면 / 신현득 [한국] 2018-11-27 0 1442
45 색깔들/ 모리스 카렘(프랑스) 2018-11-27 0 1476
44 핀은 머리가 있는데 머리카락은 없어요/ 크리스티나 로제티 2018-11-27 0 1428
43 "이슬" 동시 / 문삼석 2017-08-26 0 1993
42 오순택의 동시 100편 [한국] 2017-07-07 0 2323
41 쉘 실버스타인 작품들 2017-06-22 0 2168
40 <오순택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 . 동시조 100편 [한국] 2017-06-12 0 2364
39 <바다에 관한 동시 모음> 오선자의 '바다를 보며' 외 2017-06-05 0 2059
38 2014년 한국 우수동시 30편 2017-06-02 0 2455
37 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외 2017-05-31 0 2837
36 권영상 동시바구니 2017-05-27 0 2214
35 <바람에 관한 동시 모음>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2017-05-27 0 1896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