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맛 / 곽해룡
매미가
나무둥치를 빨며
매움 매움
쓰디쓰 쓰디쓰
시어시 시어시
오목눈이가
나무를 비켜 가며
비리비리 비리비리
《맛의 거리》(문학동네 2008)
검은등뻐꾸기는 네 음절로 운다. 그 소리가 마치 ‘홀딱벗고’ ‘홀딱벗고’ 하는 것처럼 들린대서 ‘홀딱벗고새’라고도 한다. 스님들 귀에는 ‘홀딱벗고’가 아니라 ‘빡빡깎고’로 들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집죽구 지집죽구’로 받아 적은 이는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다.(‘들비둘기 소리’) 같은 소리라도 듣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전봇대 위에서 ‘구구 구구’ 우는 비둘기 소리를 ‘꾸욱 꾸욱’으로 듣는 사람은 비둘기가 전봇대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느라 애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9×9 9×9’로 듣는 사람은 비둘기가 구구단 답을 몰라 저렇게밖에 못 운다면서 ‘팔십일!’ 하고, 답을 알려준다.(김철순, ‘산비둘기’)
<나무의 맛>은 매미 소리를 “매움 매움/ 쓰디쓰 쓰디쓰/ 시어시 시어시”로, 오목눈이 소리를 “비리비리 비리비리”로 받아 적었다. 나무의 맛이 맵고, 쓰고, 시고, 비리다고 듣는 사람은 일찌감치 인생의 매운맛, 쓴맛, 신맛, 비린 맛을 고루 맛보았을 터이다. 그러니 이 시에서 말하는 맛은 겉에 드러난 나무의 맛이 아니라 신산고초한 인생의 맛, 그것이겠다.
참새는 정말 ‘짹짹’ 울까. 개구리는 정말 ‘개굴개굴’ 울까. 아이랑 함께 똑같은 소리에 귀 기울인 다음 그것을 글자로 적어 보자.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자. 참새인 것을 모를 때, 참새 소리를 더 정확히 들을 수 있다. 참새인 것을 알면 선입견의 참견을 받아 ‘짹짹’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빛이 없는 곳, 소음이 적은 곳으로 가 풀벌레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밥 되는 소리, 설거지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트림 소리, 방귀 소리, 이 닦는 소리 같은 일상의 소리를 새롭게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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