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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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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자기 희생
2015년 06월 12일 21시 32분  조회:4185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적 저항의 의지와 자기 희생

1930년대에 일본 식민지 지배세력은 군국주의의 확대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횡폭해졌고, 만주사변 이후 민족의 현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성에 빠져 들게 되었다. 이육사의 시작 활동은 이러한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시를 통해 구현한다는 커다란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암흑의 현실 속에서 주체의 정립과 자기 확인을 시작 활동을 통해 철저하게 수행함으로써 식민지 통치에 대한 저항의 형식으로서 자신의 시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자신의 삶의 과정에 대한 고통스런 회고를 담고 있는 「노정기」의 경우, 이육사가 보여주고 있는 자기인식의 방법은 행동에의 의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철저한 정신적 자세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시 「절정」에서도 현실적 상황과 주체로서의 자아의 날카로운 대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시적 자아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은 상황의 극한에 도달하여 있기 때문에 ‘한발 재겨 디딜’ 여유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이 절박한 상황을 위기인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초월의 경지를 암시한다.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광야」에서도 시적 자아를 통해 구현되고 있는 그 정신적 자세의 의연함을 고절의식이란 말로 흔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광야」에서뿐만 아니라 「청포도」․「꽃」 등의 시에서도 시적 자아는 먼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대를 노래함으로써 정신적 초월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육사는 일본 경찰에 투옥되어 만주의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그가 식민지 현실에서 시를 통해 도달할 수 있었던 자기확인의 과정은 결국 고통의 현실에 대한 정신적 초월의 의지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윤동주의 시는 식민지 현실에 대한 인식의 철저성과 함께 민족적 자기 정체의 시적인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흔히 저항시의 부류로 이해되고 있다. 윤동주 시에서 삶의 현실은 대개 비극적인 상황으로 내세워지고 있다. 민족과 국가라는 절대 개념이 부정되는 식민지 현실은 왜곡된 역사이며 불모의 땅이다. 그의 시는 바로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시적인 도전이며 예술적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쉽게 씨워진 시」를 보면, 식민지 현실에 대한 문제를 우선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적 인식을 전제로 하여 그는 스스로 아무런 행동적 실천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자기 존재를 부끄러워한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자기 성찰은 그것이 실천적인 행동의지로 외현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뒤돌아봄을 통해 현실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은 남의 나라,

詩人이란 슬픔 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詩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를 받어

大學노―트를 끼고
늙은 敎授의 講義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沈澱하는 것일까?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은 남의 나라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의 慰安으로 잡는 最初의 握手.
―「쉽게 씨워진 시」

윤동주는 「자화상」, 「서시」 등과 같은 작품에서도 철저한 자기 성찰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의 자기 성찰은 내면에의 몰입, 순수한 자기화의 문제로 귀착되고 있다. 고통의 현실이 그 고통의 아픔만큼 더욱 깊이 의식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으며 괴로운 역사가 그 무게만큼 의식의 내면을 억누른다. 이처럼 철저한 자기화의 논리 때문에 그는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신념과 그 실천적 의지 사이에 조그마한 간격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부여하고 있는 도덕적 준엄성을 고수하기 위해 그가 고통스런 삶에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순수한 의지이다. 그가 ‘한 점 부끄럼’도 자신에게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그 순수함 때문에 더욱 비극적인 의미로 부각된다.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자기 의지의 순수함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준엄한 자기심판이 있어야 하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윤동주의 시의 세계는 그가 일본의 형무소에서 불행한 죽임을 당함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의 시들은 시대적인 고뇌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으며 현실의 괴로움과 삶의 어려움을 철저하게 내면화하여 그 시적 긴장을 지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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