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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 최삼룡
2016년 11월 12일 02시 14분  조회:3987  추천:0  작성자: 죽림
물빛으로 다듬은 시혼, 진선미에 대한 끈질긴 추구


최삼룡



―김동진시인의 근작시작품을 평함 



김동진시인의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꺼질줄 모르는 시혼을 불태우며 40여성상 작품활동에 정진한 김동진시인은 새로운 세기에 들어온이래 계속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리고있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선 이 몇년 시인은 이미 시집으로 《백두산에 가서는》, 《락엽귀근》, 《봄비와 사랑과 두만강》, 《장성과 안개와 백두산》, 시조선집 《청자의 꿈 백자의 향》, 가사집 《산향천리》등 6부의 시집을 창출해내였다. 

새 세기에 진입한이래 시인의 새로운 탐구작들은 특히 민족의 구심점을 찾으려는 시인의 몸짓이 돋보이며 새로운 력사의 풍파속에서 피흘리는 령혼의 몸부림을 치는 겨레의 삶의 현장에 눈길을 돌리는 시적자세가 어여쁘며 자연을 읽고 자연과 대화하는 지혜가 대견스러운데서 시인이 닿은 새로운 고도를 보여주고있으며 사상 및 예술상에서 보다 완숙된 모습으로 읽는 이들의 가슴에 접근해오고있다.  

조선족시단의 활약적인 시인들중 평생 기층에서 삶을 영위하며 작품활동에 종사하는 시인은 많지 않은데 김동진은 그중  대표적인 한분으로서 그래도 조선족의 농업, 농민, 농촌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사는 시인이 김동진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이것은 온 나라가 바야흐로 도시화되는 시점에서 말하면 시인에게 꼭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생활환경이 아니겠지만 우리 겨레의 가장 낮은 밑바닥 인생을 영위하는 농민들과 대화할수 있고 대자연과 직접 교감할수 있는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다음 김동진시인은 장기간의 작품활동중에서 시종 진선미에 대한 추구를 견지했으며 꾸준하게 인간의 애심, 인류의 친선, 세계의 평화를 읊조리였다. 이에 대하여 시인이 스스로 피력한바 있다. 

《문학이 본연에로의 회귀를 촉구하는 모진 진통속에서 깨달은것이라면 흔들림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진선미(眞善美)에 대한 인간의 추구였다. 세계명작을 보아도 문학으로 승화된 진선미는 사상과 리념과 체제와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적인 심미공감대를 이룩하는것이였다. 그러므로 작가, 시인은 언제 어디서나 진선미에 대한 추구를 영원한 사명으로 받들어야 한다. 이는 생활과 문학이 나에게 알려준것이지 나의 발견이 아니다.》 (《김동진문집1》 17페지)여기에서 알수 있는바 진선미에 대한 추구는 김동진시인의 작품활동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며 또 최고의 목표이다. 

그다음, 김동진시인이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에 정진하기 시작한 1980년대는 조선족시단도 커다란 변화를 겪은 계절이였는데 사실주의방법의 복원과 현대주의, 후현대주의 방법의 수용이 그 주요한 표지로 된다. 이 변화속에서 시적실험 내지 시적모험을 하는 선봉시인들이 애쓴 결과 주지주의시, 상징주의시, 초현실주의시, 토템시 등이 대량 산출되였다. 하여 사실주의 시만 창작하던 국면이 크게 타파되여 오늘의 시단을 굽어보면 보다 다양하고 풍부하고 복잡한 시풍경이 나타나게 되였다. 

이 거대한 변화속에서 고전시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는것이 김동진시인의 작품에 대한 필자의 총적인 인상이였다. 사실 랭정하게 생각해보아도 시단이나 평단에서 김동진시인의 시에 대한 평가가 오래동안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고 미미했던것은 바로 김동진시인의 시에서 고전시학에서 탈출하려는 모험을 찾아볼수 없었기때문이 아닐가 생각된다. 

김동진의 근작들은 계속 옛날의 시학에 몰입하는 김동진시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고전시학과 현대시학, 전통시와 현대시의 접목에 애를 쓰는 김동진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김동진의 근작에 일관된 의식성향은 민족정신의 함양이고 민족의 운명에 대한 고민이고 또 민족의 삶의 현장에 대한 조명이다. 

시 《영원》은 이 주제에 받쳐진 시편들중 가장 대표적인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 시의 시적대상은 부제에서 밝힌바 조종의 산 백두산이다. 하지만 본문에는 백두산이란 말 한마디도 없다. 시인은 백두산을 《당신》이라고 부르면서 백두산의 산봉우리, 천지, 온천을 쓰고 백두의 령혼 즉 배달겨레의 영원한 령혼을 구가하였다. 이처럼 백두산에 기탁한 민족정신에 대한 구가는 그의 많은 시편에서 주선률로 되고있다. 

시인은 백두산을 바라보면서 《이제 천년을 흐른다 하여/장백이라는 산과 흰옷 입은 사람들을/갈라놓을수 있을가//천심이 민심이고/지심도 민심이니/천지물은 항시 푸르리라》(《백두명상》에서)는 명상에 잠겨도 보고 고조할매의 거울 천지에 찾아가 《풍진속세에 찌든 가슴에/속죄의 향불이 피여오른다》면서 자아성찰도 해보고(《고조할매의 거울》에서) 백두대간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이 땅의 무슨 말을 들어보려고/누구의 무슨 한을 달래주려고/하늘벼랑 락화암에서/하얀 치마폭 뒤집어쓴 꽃잎이/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는가》라는 환상에 잠겨보기도 하고(《백두대간에 내리는 눈》에서) 백두대간에 솟는 해를 바라보면서 《백두대간에 솟는 해는/3억리의 머언 길 단숨에 달려왔다》면서 《이 강포에 굴함없는 령혼의 산과/이 정의로 굽이치는 력사의 강을/차마 례사로이 만날수가 없어 백두대간에 솟는 해는/동해바다에서 목욕단장을 하고왔다》는 상상도 해보며(《백두대간에 솟는 해》에서) 백두대간에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너는 투명한 노래가락으로/나의 가슴에 스며들고/나는 감격에 떨리는 두팔로/너의 젖은 몸 안아보며/우리는 이렇게 사랑하였다》고 웨쳤으며 (《백두대간에 내리는 비》에서) 두만강기슭을 거닐면서 《눈물젖은 사공의 노래는/천년의 갈숲에 스며들고/세월은 아픔을 삼키며/아득히 흘러가고있었다》고 하면서 《두만강―력사의 강/너는 진작 눈물이 말라버린/저 하늘의 빛이요/이 땅의 소리였다고》 노래하였다.(《두만강은 눈물이 아니다》에서) 

백두산을 우러르면서 두만강을 거닐면서 읊조린 이와 같은 시편들에는 한결같이 애족애향의 감정이 충일되여있으며 영원한 민족정신과 빛나는 민족문화에 대한 함양이 도고하며 민족의 운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안받침되여있다. 

이렇게 민족의 운명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안고 사는 시인이기에 김동진시인은 내내 민족의 삶의 현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있으며 따라서 그의 시에는 민족의 생존상황에 대한 커다란 우환의식으로 일관되여있다. 

흩날리는 버들꽃을 바라보며 
마음이 왜 무거워져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그냥 모르겠지만 
흰색을 좋아하기로 
허옇게 소금 돋히는 강바닥까지 
자랑거리로 삼을수는 없다 

이것은 시 《엄마야 누나야》의 제1련이다. 이렇게 강바닥에 소금 돋히는 현실을 소묘하면서 갈라터진 강변에는 여울소리 울리는 언어가 없고 물빛으로 일렁이는 문자가 없다고 한탄한다. 서글픈 분위기와 쓸쓸한 기분을 조성하는 고향의 강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처절하기만 하다. 

시 《비여있는 집》은 바야흐로 해체되고있는 조선족 농촌의 스산한 현장을 비여있는 집으로 은유하면서 뿌리박은 터가 소버짐을 앓기 시작하고 사람내음이 떠나버린 개바자는 바라보는 눈알을 아리게 한다고 하였으며 내장을 뽑아내고 박제된 두더지 같은 빈집, 잡초의 향연에 묻혀버린 빈집은 한무지 흙으로 무너진다고 하였다. 

시 《저기 저 산기슭에》에서 시인은 모든것이 기억만으로 남아있고 현실에는 없는것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에 잠겨 그 산기슭에는 원래 《나의 살던 고향》이 있었는데 재미있는 동네, 달콤한 동네, 그림 같은 동네, 사랑밭 가꾼 동네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고 통곡을 치고있다. 

시 《저기 저 마을》에서도 역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가시내들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있다. 어시 닮은 가시내들, 이슬 맺힌 가시내들, 옷깃 여민 가시내들, 해달 같은 가시내들, 잘도 크더니 잘도 크더니 잘도 크더니… 몇번 곱씹고 뒤말을 잇지 못하고있다. 
총적으로 동포들의 삶의 현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은 불안하며 초조하며 착잡하다. 어느새 김동진시인의 시에서도 전에 부르던 《이 아니 농가지락인가》하는 식의 전원목가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조선족 농촌의 해체와 조선족의 운명 그리고 조선족 전통문화의 소실은 근심을 자아내지만 김동진시인의 진선미에 대한 추구는 멈춰지지 않는다. 그의 많은 시편들이 이를 증명하고있다. 시 《그리움의 강물》에서 읊은것처럼 사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봄은 따사롭고 세상은 아름답다는것은 바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시인의 신념으로 굳어졌다. 

시인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먼저 자기 신변의 친인들에게서 찾아보았다.  

여기서 먼저 시 《엄마의 새벽》을 보자. 이 시에서 시적화자는 자식의 공부뒤바라지때문에 콩나물을 이고 새벽길을 걸어 시장으로 가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있다. 

새벽이 열리기전 엄마는 떠나야 한다 
깊이를 알수 없는 밤의 먹물속에 잠긴 
엄마는 오십고개에 처진 빈약한 젖가슴으로 
바위처럼 무거운 어둠의 대문을 밀고나간다 
엄마의 머리에는 엄마보다 더 큰 싸리광주리 
광주리안에는 엄마의 꿈처럼 
어둠속에서 눈을 뜬 콩나물의 음악이 있다 

―《엄마의 새벽》 전반부 

이렇게 시작된 이 시에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영원한 사랑, 절대적인 사랑을 인상깊게 찬미하고있다. 

시 《당신의 체온 36. 5도》는 안해의 사랑을 특색있게 읊조린 시편으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시의 시작에서 창밖에는 삭풍이 울부짖어도 당신의 체온이 내곁에 있기에 나에게는 겨울이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직설한후 시적화자는 《문득 처마밑에 깃든 참새 아빠도/이렇게 참새 엄마의 체온으로/이 겨울을 따스하게 살리라는 생각과/밤이면 추워서 잠이 안온다는/이웃집 홀아비의 말이 떠오릅니다》라고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안해의 사랑을 읊조리고있다. 

당신이라는 꺼질줄 모르는 화로가 있어 
성에가 끼지 않는 나의 방에는 
겨울을 모르는 꽃이 피는군요 
나를 업어키우신 할머니의 잔등과 
언 손을 품어주시던 엄마의 가슴과 
신통히도 같은 당신의 체온 36.5도 
그 체온을 나에게로 보내주신 
저 하늘에 늘 감사하는 두팔로 
나는 당신의 체온을 안아봅니다 
창밖에 삭풍이 울부짖는 날 

이 시에 대한 설명은 모두 쓸데 없는 군더더기로 될것이다. 봄이 따스하고 세상이 아름다운것은 바로 36. 5도의 체온을 갖고있는 안해의 뜨거운 사랑이 있고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이 있고 활등처럼 휘여든 허리로 새끼들을 업어키우신 할머니들의 영원한 사랑이 있기때문이다. 

이밖에  또 《임당수》 등 여러 시편에서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이미 많이 색이 바래진 사랑― 효를 찾아 헤매기도 하며 《려명의 천사》 등 여러 시편에서는 시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간의 사랑을 고양하고있다. 

《려명의 천사》에서 시적화자는 려명의 창문밖을 내다보면서 밤의 면사포를 벗기는 새벽빛을 천사의 예쁜 손으로 련상하면서 사랑의 위대한 힘을 확인하고있다. 

망울 터치는 꽃나무의 전률에 
무늬지으며 흔들리는 새벽호수 
가위눌린 가슴이 부풀어오르도록 
흘러내리는 새날의 싱싱한 강물이여 
우리의 아름다운 노래와 춤사위가 
물빛으로 설레이는 까닭도 알겠다. 

이 시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통하여 우리는 시인의 드팀없는 신념, 래일에 대한 락관적인 전망 그리고 진선미와 사랑에 대한 끈질긴 추구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김동진의 근작에서  또 한가지 우리의 주의를 끄는것은 시인의 자연을 읽는 지혜와 자연과 대화하는 수준이다. 우리는 그의 많은 시편들이 자연에 대한 감각과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로부터 발상되고있음을 보아낼수 있으며 이러한 시편들에 인간과 민족, 시대와 사회에 대한 철리적인 사색이 깊이 깔려있음을 보아낼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김동진의 시에서 일종의 자연현상으로서 눈과 단풍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으며 산과 바다 그중에서도 백두산과 두만강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는것을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싶다. 



김동진의 근작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필자가 제일 기꺼워지게 되는것은 새 세기에 진입한이래 김동진시인의 시가 많이 탈바꿈되였다는 점이다. 어느 글에서 시인은 《나는 접목을 시도한다》고 선언한바 있는데 이 말의 함의는 바로 전통적인것을 버리지 않으면서 혁신을 시도하겠다는 뜻이고 고전적인것과 현대적인것, 동방적인것과 서방적인것의 결합을 시도하겠다는 뜻일것이다. 김동진시인이 이 시적슬로건의 실천에 골몰하는 모습 참으로 돋보인다. 

첫째, 시이미지 창조. 

하아얀 소복차림으로 
개벽의 첫새벽에 떠놓은 
정화수 한대접에 
북두칠성 우러러 합장하고 서있는 
당신의 모습이 영원으로 비꼈습니다 
숙명으로 다져진 
어시의 마음으로 
혹시나 어느 자식 배를 곯을가 
밤낮으로 쉬임없이 찧고 또 찧는 
쿵덕쿵덕 절구방아소리에도 
당신의 영원은 들려오고 
당신의 가마전에 피여오르는 
식을줄 모르는 더운 김에서도 
당신의 영원은 
하얀 치마자락으로 나붓깁니다 

이것은 조종의 산 백두산에 대한 송가인데 여기에는 이른바 시적대상으로 된 원형에 대한 복제는 거의 없고 모두 시인의 상상에 의한 시적이미지로 창조되였다. 《하아얀 소복차림》, 《정화수 한대접》, 《북두칠성 우러러 합장하고 서있는 당신》이 무엇을 은유하고있는가는 더 설명이 필요없고 《밤낮으로 쉬임없이 찧고 또 찧는 쿵덕쿵덕 절구방아소리》는 폭포소리의 은유이고 《가마전에 피여오르는 식을줄 모르는 더운 김》은 온천수의 은유임에 틀림없을것이다. 
이 시에 창조된 이미저리는 동적인것이 특징적이며 또 시각적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창조된것이 특징적이다. 

① 하늘나무에 걸려 찢어진 바람  
   그 바람의 람루처럼 펄럭거리는 
   삭막한 계절의 옷자락을 여며주려고 
   눈은 저리도 내리는것인가 

② 백두대간 
   하얀 너울 
   백설천지 
   하얀 꽃춤 

③ 하늘벼랑 락화암에서 
   하얀 치마폭 뒤집어쓴 꽃잎이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는가 

이 세련의 시는 모두 《백두대간에 내리는 눈》에서 발취한것인데 ①에서 《삭막한 계절의 옷자락》은 민족의 어떤 생활상을 은유한 형태적인 이미지이고 ②에서 《하얀 너울》과 《하얀 꽃춤》은 시각적 이미지이고 ③에서 《하얀 치마폭 뒤집어쓴 꽃잎》도 시각적 이미지인데 이 세개 이미지는 모두 시인의 상상에 의하여 창조된 시적원형에 대한 복제가 아닌 시적 이미지다. 

김동진의 시에는 이렇게 예민한 감각과 심각한 사색 그리고 풍부한 상상의 결합으로 창조된 풋풋한 생명이 살아숨쉬는 시적 이미지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를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이런 시적이미지에 힘입어 그의 근작들은  어느 한수의 시도 결코 허술하게 창조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겨주고있다. 

둘째, 최근에 창작된 시편들은 김동진시인이 시창작중에서 점차 지성을 중시하고있으며  따라서 그의 시편들중 주지시가 많아지고있음을 보여주고있다. 

40년간의 작품활동중에서 김동진시인은 오래동안 주로 주정시를 써왔으며 또 지금도  주정시가 그의 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시창작에서 지성을 중히 여기고 또 주지시 창작에도 흥취를 보이고있는데 이는 김동진시인의 시적인 곤혹과 변신의 모지름을 과시하는 대목이다. 

이른바 주지시란 주정시의 대립개념으로 감각과 정서보다는 지성의 작용을 중요시하는 창작태도 혹은 그 경향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성의 작용이란 작품내용이 지적(知的)이라기보다 대상에 대하여 감정을 억제하는 시인의 태도를 가리키며 그 가치취향으로 놓고 말하면 주지시는 현대문명의 병페에 대한 비평 내지 고발이 위주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외의 많은 학자들이 주지시와 모더니즘시 사이에 같기 부호를 치는것이다. 

살면서 몸과 
마음에 입혔던 온갖 
빛갈 고운 옷가지를 모조리  
벗어버린다는건 수치로만 
해석할 일이 아니다 
그런 날 가슴 헤친 
해가 솟아오르면 
해살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장 뜨거운 언어들이 
알몸의 진실을 어루만진다 
알몸의 예술 
진실의 미학 
나무는 그것을 만들려고 
해마다 봄, 여름을 넘어 
가을로 가고있다 

  ―《가을로 가는 나무》 전문 

이 시는 제목 그대로 나무를 쓰고있지만 시의 내용은 그것이 아니라 시적대상 즉 가을로 가는 나무에 대한 감정이나 정서가 아니라 사색이고 나무로부터 창조된 시이미지는 없는바 이 시의 주제는 시인의 자유에 대한 동경과 알몸의 예술과 진실의 미학 그리고 자아의 철저한 해방에 대한 추구이다. 

시 《갈대의 추억》의 내용도 갈대에 기탁한 인생의 허무와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사색인바 전편 시에서 주체를 이루고있는것은 갈대의 이미지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사색이다. 

시 《나의 이름》은 완전한 주지시로서 자아의 가치에 대한 랭철한 분석으로 일관되여있다. 이 시에는 권세와 금전의 유희 그리고 명예의 유혹을 초월한 극히 평범하면서도 참다운 인생에 대한 추구가 분명히 암시되고있다. 

이밖에도 《사막시대》, 《탈이 많은 세상》, 《열리지 않는 문》 등 주지시에서는 현대문명의 페단에 대한 비판에 예봉을 돌리고있다. 

셋째, 김동진시인의 시는 점차 이미지의 창조에 주력하고 또 지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인의 주관원망과는 달리 언어의 폭력조합 내지 이미지폭력조합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는 현대시에 많이 쓰이는 시어의 폭력조합이요 이미지폭력조합이요 하는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김동진문집》(1) 17페지)라고 말한바 있는 김동진시인이지만 그의 근작들에서 우리는 시어의 폭력조합은 물론 이미지의 폭력조합까지 어렵잖게 찾아볼수 있으며 심지어는 난해한 시까지 적지 않게 보인다. 

이것은 김동진시인의 시의 모순 아니 시인의 모순이라 할수 있는데 이 모순이야말로 김동진시인이 비로소 진정한 현대시창작의 차원에 입문했다는 증거로 된다. 

총적으로 김동진의 근작은 시인의 진선미에 대한 추구가 계속되고있으며 시인이 꿈꾸는 고전시학과 현대시학,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려는 모지름이 계 속되고있다는것을 증명하고있다. 
김동진시인의 시가 좋아지고있어서 기쁘다. 


2007년 5월 2일 



<<연변문학>>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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