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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속에 음악성을 듬뿍듬뿍 띄워야...
2016년 07월 27일 23시 07분  조회:3920  추천:0  작성자: 죽림

[19강]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5 

강사/김영천 


오늘은 언어의 음악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6)언어의 음악성 

언젠가 말씀드리면서 원시시대엔 음악과 시가 하나였다고 
말씀 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제천의식에서 예술이 발전했다고 볼 때 원래는 하나에서 
가사와 노래로 분리 된 것이지요. 

그래서 시에는 곡조가 없지만 시를 읽으면 감동에 
젖어 슬퍼지거나, 흥에 겨워 자연히 가락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곡조는 없어도 어떤 율격이 있어 음악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운율이라 하는데 이는 시의 아주 중요한 특성이며, 
다른 문학과 장르의 구별을 짓게 하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조태일님은 
"운율은 시가 갖게 되는 구조나 형식, 분위기,어조, 문장의 
호흡, 음절 수, 음보, 음운의 반복 등에 의하여 형성 되지만 
언어자체가 지닌 소리[형식]에 의해서도 생겨난다. 그러므로 
의미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언어가 언어의 소리 부분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과는 달리 시의 언어는 소리 
가 빚어내는 미묘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그 음악적 효과를 
살릴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프랑스의 대문호이며 어느 누구보다도 언어에 대하여 
엄격한 태도를 지녔던 작가 플로베르가 그의 대표작 
『보봐리 부인』을 집할 때의 일화입니다. 책상 앞에서 
창작에 열중하던 플로베르는 갑자기 펜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가서 난데없이 건반을 쳐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부인은 행여 남편이 작품을 
구상하는데 혼란이라도 생길까봐 걱정스러워서 한 곳에 
집중시키지 못하고 산만스러운 그의 행동을 나무라자 
플로베르는 "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오. 나는 이 피아노 소리로써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의 단어들이나 구절들이 소리가 듣기 좋고 서로 
조화가 잘 되었는가를 알아보는 중이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프로베르가 소설을 쓰면서도 언어의 소리가 
지닌 음악성이나 어감까지 살폈는데 시에선 그 음악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겠지요. 
이런 점에서 음악을 전공으로 하신 분들은 유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산문시들도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만, 그 안에 
운율이 빠지면 이는 산문시가 아니라 바로 산문으로 
빠질 염려가 있는만큼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언어의 소리는 단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나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솔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자아내게 하고, 분위기를 불러 일으키며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의성어나 의태어에게 그런 요소가 충분한데요. 
보실까요? 

돌돌, 졸졸, 살랑살랑, 출렁출렁, 모락모락, 
우줄우줄, 철썩철썩, 사락사락, 옹알옹알, 팔랑팔랑, 
설레설레, 옹기종기, 곤드레만드레, 불그락푸르락, 
포실포실, 앙알앙알 덩실덩실, 꼬르륵꼬르륵, 

얼마든지 있지요. 
여러분들이 여기에 없는 것들을 한번 말 해보세요. 

그러면 언어의 소리가 빚는 음악성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김영랑님의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 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면에 흐르는 강물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언어의 소리 
그 자체에서도 느껴질 만큼 의미와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입니다. 예를 들면 4행의 '도도네'는 '돗 
우네'의 사투리이지만 같은 음운을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은 리듬 감각을 살려낸 것이라든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유성음(ㄴ,ㄹ,ㅁ,ㅇ)이 깔려서 
밝고 맑은 시적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평자들이 말하고 
있습다. 


이 언어의 음악성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시의 
장치로 쓰는 이미지 중에 청각이미지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는 우리가 시를 통해 음향 등 모든 소리를 느끼는 것 
을 말합니다. 시의 묘사에 있어서 청각적 이미지는 그 시를 
생동감있게 또 역동적인 이미지로 전개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청각적 이미지는 언어의 음악성을 강조 
하는 결과가 됨으로 여기 대표되는 시 몇 편을 옮겨 봄으로 
서, 생동감 있는 시를 만드는 청각이미지를 살펴보는 
한 편, 언어의 음악성이 시에 나타나는 모습을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허영자님의 <가을 다 저녁 때> 입니다. 

나무들이 
울음을 삼키고 있다 

돌들이 
울음을 삼키고 있다 

조그만 귀또리도 
울음을 삼키고 있다 

가을 
어느 다 저녁 때 

울고 싶은 나도 
울음을 삼키고 있다. 

이 시는 조용한 청각적 이미지의 한 전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4개의 연마다 마지막 시행을 '울음을 삼키고 있다' 
고 동어반복을 함으로서 시끄럽게 우는 것보다 더욱 
강하게 독자에게 아픔을 주는 청각적 이미지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드미칼한 반복으로 음악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유성음(ㄴ,ㄹ,ㅁ,ㅇ)이 반복 사용됨으로 
언어가 부드러움을 갖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희덕님의 <못 위의 잠>을 올립니다. 
그냥 주변의 일상사를 담담하게 올린 것 같아도 
그 행의 바꿈에 따라 운율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속으로 읽지 마시고 낮게 소리를 내어 
그 운율을 최대한 살리면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들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 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젖은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경주대학교 손진은 교수의 <시와 리듬>이 참고가 되실까 
하여 그 일부를 발췌하여 봅니다. 

"현대시는 전통 율격으로부터 벗어나는 시들이 많다. W.H 
파울러의 말처럼 '파도의 모양과 크기 속도만큼이나 무한히 
다양한 흐름'이 리듬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대시는 형태적 
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도 운율에 관한 감각과 이론이 발달 
하여 단순하게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대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말의 의미상 중요성이나 정서의 변화가 
리듬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인 
들이 의미의 단위(단어, 어절, 문장 등), 음성단위(음운, 
음절, 호흡), 음보, 어법 등을 일정한 틍에 맞추지 않고 
개인의 창조성에 의해 변용시킨 리듬으로 창작을 하고 있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이 세상 즐펀한 노름판은 어데 있더냐 
내가 깜박 취해 깨어나지 못할 
그런 웃음판은 어떼 있더냐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내가 걸어온 길은 삶도 사랑도 자유도 
고독한 쓸개들뿐이 아니었더냐고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믿음도 맹서도 저 길바닥에 잠시 뉘어놓고 
이리 와바 이리 와바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흰 배때아리를 뒤채는 속잎새들이나 널어놓고 
낯간지러운 서정시로 흥타령이나 읊으며 
우리들처럼 어깨춤이나 추며 깨끼춤이나 추며 
이 강산 좋은 한 철을 너는 무심히 지나갈 거냐고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송수권, <미루나무 끝> 

이 시는 '니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라는 구절을 
5회 반복하면서 반복을 통하여 의미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구절 사이의 행동은 첫 번째 
구절(1행)과 두 번째 구절(5행)사이가 3행, 두번 째 
구절과 세번 째 구절(8행) 사이, 세 번째 구절과 네 번 
째 구절(11행)사이가 각각 2행, 네 번째 구절과 다섯 
번째 구절(16행)사이가 4행이 되는 형태를 이루면서 
단조로움을 피하고 바깥의 3행,4행이 안의 2행을 감 
싸고 도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 이 구절들 앞에 놓인 
행말의 어미도 "더나", "더냐고", "와봐", "거 
냐고'의 변화를 주면서 시의 생기를 살리고 있는데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이 시의 
반복은 시의 시적 화자의 호흡 조절과 함께 시의 리듬에 
기여하는 면으로 작용한다." 

아무튼 복잡한 이론은 잊어버리시고요. 시에는 내재율 
이란 것이 있어 음악성을 띄우고, 여러가지 형태가 변해도 
시에는 그 음악성이 있어야한다는 것만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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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 논 
―오세영(1942∼)

깊은 바다나 옅은 강이나
자고로 물고기는 투망으로 잡았다.
저인망, 안강망, 정치망, 유자망, 채낚기, 통발을 던지고,
끌고, 쳐서 잡는 저
싱싱한 해산물의 펄떡임이여,
어찌 이뿐이겠는가.
나는 새,
기는 짐승 역시 혹은 그물을 치고 혹은
덫이나 올무를 놓아 포획하지 않던가.
무릇
살아 있는 생명은
공중이나 지상이나 물속이나
인연의 끈을 비비고, 꼬고, 묶고, 엮어 만든
매듭에 한번 얽히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나니
아하, 저 농부,
봄 되어 날 풀리자
논두렁, 밭두렁 손질이 부산하다.
비록 땅에서 소출하는 작물이라 하나
그 역시 뭍에서 사는 생물일시 분명할지니
어찌 투망치지 않고서 거두어 낼 수 있으랴.
봄에 던져
가을에 걷어 올릴 논둑의 저 성긴
저인망 그물이여!


그늘진 곳에 쌓인 눈도 채 녹지 않았고, 사월이 오기 전에 한두 차례 더 눈이 내릴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휘지게 하는 서울의 겨울 끝, 을씨년스러운 바람. 하지만 이제야말로 ‘봄 또한 멀지 않으리’! 이미 저 남쪽 지방의 산과 들은 속닥속닥 돋아나는 어린 싹들로 땅거죽이 들썩거리고 있으리.
 

 

다랭이 논(다랑논),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층층이 만든 계단식 논’. 푸른 작물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연출할 굽이굽이 다랭이 논. 하지만 보기 아름다우라고 만든 논이 아니다. 한 뼘이라도 더 논을 늘리려는 의지로 개간된 땅이다. 멀쩡한 논밭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숱하게 사라지는 이 마당에 외딴 산비탈에서, ‘아하, 저 농부,/봄 되어 땅 풀리자/논두렁, 밭두렁 손질이 부산하다’.

‘다랭이 논’은 강인한 농부의 감성이 살아 있는 시다. 한편 인간중심주의 시이기도 하다. 사람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근면 성실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시에 등장하는 저 숱한 그물과 덫과 올무… 잡힌 동물들 입장에서는 비참한 풍경이구나. 손에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곡물이고 물고기고 소고기고 돼지고기고,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면서 먹어 치우기나 하는 도시인의 배부른 감상에 불과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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