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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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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인의 시 모음
2017년 05월 29일 16시 55분  조회:3273  추천:0  작성자: 강려
한용운 시인의 모음
 
 
[목차]
님의 침묵
이별은 미의 창조
알 수 없어요
나는 잊고저
나의 길
꿈 깨고서
길이 막혀
나룻배와 행인
차라리
꿈과 근심

꽃이 먼저 알어
사랑하는 까닭
달을 보며
여름밤이 길어요
떠날때 님의 얼골
두견새
우는 때
수의 비밀
당신 가신때
꽃싸움
거문고 탈 때
알 수 없어요
고적한 밤
예술가
하나가 되야주서요
당신이 아니더면
잠 없는 꿈
생명
당신은
행복
밤은 고요하고
포도주[葡萄酒]
해당화
복종[服從]
情天恨海[정천한해]
그를 보내며


~~~~~~~~~~~~~~~~~~~~~~~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는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노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말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이별은 미의 창조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質]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어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美는 이별의 創造입니다.

~~~~~~~~~~~~~~~~~~~~~~~~~~~~~~~~~~~~~~~~~~~~~~~~~~~~~~~~~~~~~~~~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돍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갓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 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나는 잊고저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저 하야요
잊고저 할수록 생각히기로
행혀 잊힐까 하고 생각하야 보았습니다.

잊으랴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어 볼까요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야요

귀태여 잊으랴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야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저 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

나의 길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돍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위에 발자최를 니입니다.
들에서 나물캐는 여자는 방초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어갑니다.
의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야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츰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름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근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였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였으면
죽음의 길은 웨 내섰을까요

~~~~~~~~~~~~~~~~~~~~~~~~~~~~~~~~~~~~~~~~~~~~~~~~~~~~~~~~~~~~~

꿈 깨고서

님이며는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 밖에 와서 발자최 소리만 니이고
한 번도 들어오지 아니하고 도로 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최나마 님의 문 밖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아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버요
아아 발자최 소리나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깨였으련마는 꿈은 님을 찾어가라고 구름을 탔었어요.

~~~~~~~~~~~~~~~~~~~~~~~~~~~~~~~~~~~~~~~~~~~~~~~~~~~~~~~~~~~~~~

길이 막혀

당신의 얼골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웨 그리 쩔러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트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랴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어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어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

차라리

님이여 오서요
오시지 아니하랴면 차라리 가서요
가랴다 오고 오랴다 가는 것은
나에게 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책망하랴거든 차라리 큰소리로 말씀하야 주서요
침묵으로 책망하지 말고 침묵으로 책망하는 것은
아픈 마음을 얼음바늘로 찌르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아니 보랴거든 차라리 눈을 돌려서 감으서요
흐르는 곁눈으로 흘겨보지 마서요
곁눈으로 흘겨보는 것은
사랑의 보에 가시의 선물을 싸서 주는 것입니다.

~~~~~~~~~~~~~~~~~~~~~~~~~~~~~~~~~~~~~~~~~~~~~~~~~~~~~~~~~~~~~

꿈과 근심

밤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었더니
님을 보러 가는 길에
반도 못 가서 깨었고나

새벽 꿈이 하 쩌르기에
근심도 쩌를 줄 알었더니
근심에서 근심으로
끝 간 데를 모르겠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여라

~~~~~~~~~~~~~~~~~~~~~~~~~~~~~~~~~~~~~~~~~~~~~~~~~~~~~~~~~~~



비는 가장 큰 權威를 가지고 가장 좋은 機會를 줍니다
비는 해를 가리고 하늘을 가리고 세상사람의 눈을 가립니다
그러나 비는 번개와 무지개를 가리지 않습니다.

나는 번개가 되야 무지개를 타고 당신에게 가서
사랑의 팔에 감기고자 합니다
비 오는 날 가만히 가서 당신의 침묵을 가져온대도
당신의 주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비 오는 날에 오신다면
나는 연잎으로 윗옷을 지어서 보내겄습니다.
당신이 비 오는 날에 연잎 옷을 입고 오시면
이 세상에는 알 사람이 없습니다.
당신이 비 가온데로 가만히 오서서
나의 눈물을 가져가신대도 영원한 비밀이 될 것입니다.
비는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가장 좋은 기회를 줍니다.

~~~~~~~~~~~~~~~~~~~~~~~~~~~~~~~~~~~~~~~~~~~~~~~~~~~~~~~~~~~~

꽃이 먼저 알어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러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팽이는 푸르고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른 꽃을 보고서
행혀 근심을 잊일까 하고 앉었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츰 이슬이 아즉 마르지 아닌한가 하얐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었습니다.

~~~~~~~~~~~~~~~~~~~~~~~~~~~~~~~~~~~~~~~~~~~~~~~~~~~~~~~~~~~~~~~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달을 보며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기루었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골이 되더니
넓은 이마,둥근 코 아름다운 수염이 역역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골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밤에는 달이 당신의 얼골이 됩니다.

당신의 얼골이 달이기에 나의 얼골도 달이 되얐습니다.
나의 얼골은 그믐달이 된 줄을 당신이 아십니까
아아 당신의 얼골이 달이기에
나의 얼골도 달이 되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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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이 길어요

당신이 기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
책력의 內容이 그릇되얏나 하얐더니
개똥불이 흐르고 버러지가 웁니다
긴 밤은 어데서 오고
어데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었습니다.
긴 밤은 근심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
슬픈 音樂이 되고
아득한 沙漠이 되더니 필경 絶望의 성너머로 가서
惡魔의 웃음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베혀서 一千도막을 내겄습니다
당신이 기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

~~~~~~~~~~~~~~~~~~~~~~~~~~~~~~~~~~~~~~~~~~~~~~~~~~~~~~~~~~


떠날 때의 님의 얼골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골이 더욱 어여쁩니다.

떠난신 뒤에 나의 幻想의 눈에 비치는 님의 얼골은
눈물이 없는 눈으로는 바로 볼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쁠 것입니다.
님의 떠날 때의 어여쁜 얼골을 나의 눈에 새기겄습니다.
님의 얼골은 나를 울리기에는 너머도 야속한 듯하지마는
님을 사랑하기 위하야는 나의 마음을 질거웁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어여쁜 얼골이 영원히 나의 눈을 떠난다면
그때의 슬픔은 우는 것보다도 아프겄습니다.

~~~~~~~~~~~~~~~~~~~~~~~~~~~~~~~~~~~~~~~~~~~~~~~~~~~~~~~~~~~~~

두견새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 다 울면
피를 흘려 운다

이별한 한이야 너 뿐이랴마는
울래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 된 恨을 또다시 어찌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돌어갈 곳도 없는 나를 보고도
[不如歸不如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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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때

꽃 핀 아츰 달 밝은 저녁
비 오는 밤 그때가 가장 님 기루운 때라고 남들은 말합니다.
나도 같은 고요한 때로는 그때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 사람이 모혀서 말하고
노는 때에 더 울게 됩니다.
님 있는 여러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야 좋은 말을 합니다마는
나는 그들의 위로하는 말을 조소로 듣습니다.
그때에는 울음을 삼켜서 눈물을 속으로 창자를 향햐야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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繡의 秘密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적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랴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러서 바늘 구녕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러고 아즉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널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적은 주머니는 짓기 싫여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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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신 때

당신이 가실 때에 나는 시골에 병들어 누워서
이별의 키쓰도 못하얐습니다
그때는 가을바람이 츰으로 나서 단풍이 한 가지에 두서너 잎이 붉었습니다

나는 永遠의 時間에서 당신 가신 때를 끊어내겄습니다
그러면 시간은 두 도막이 납니다
시간의 한 끝은 당신이 가지고 한끝은 내가 가졌다가
당신의 손과 나의 손과 마조 잡을 때에 가만히 이어놓겄습니다.

그러면 붓대를 잡고 남의 불행한 일만을 쓰랴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당신의 가신 때는 쓰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영원의 시간에서 당신 가신 때를 끊어내겄습니다.

~~~~~~~~~~~~~~~~~~~~~~~~~~~~~~~~~~~~~~~~~~~~~~~~~~~~~~~~~~~~~~~~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얐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서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야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 하고 지는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엄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히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히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겄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겄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서를 잊이시고 아니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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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탈 때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츰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었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늬를 뜁니다.
마즈막 소리가 바람을 따러서 느투나무 그늘로 사러질 때에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러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러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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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이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어 돍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갓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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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한 밤

하늘에는 달이 없고 따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닭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닭은 적은 별에 걸쳤든
님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꺽든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조 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한 줄이야 누가 알어요

宇宙는 죽음인가요
人生은 눈물인가요
人生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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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여요
잠 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어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히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 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적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백 번이나 지었습니다.

나는 파겁 못한 성악가요
이웃사람도 돌어가고 버러지 소리도 끊쳤는데
당신의 가리쳐 주시는 노래를 부르랴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하얐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슬칠 때에
가만이 합창하얐습니다.

나는 敍情詩人이 되기에는 너머도 소질이 없나버요
질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 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골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러고 당신의 집과 寢臺[침대]와 꽃밭에 있는 적은 돍도 쓰겄습니다

~~~~~~~~~~~~~~~~~~~~~~~~~~~~~~~~~~~~~~~~~~~~~~~~~~~~~~~~~~~~~~~~

하나가 되야주서요

님이여 나의 마음을 가져가랴거든 마음을 가진 나한지[나와함께]가져 가서요
그리하야 나로 하야금 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서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에게 고통만을 주지 마시고 님의 마음을 다 주서요
그리고 마음을 가진 님한지 나에게 주서요
그래서 님으로 하야금 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서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의 마음을 돌려 보내 주서요
그러고 나에게 고통을 주서요
그러면 나는 나의 마음을 가지고 님의 주시는 고통을 사랑하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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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더면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럽고 매끄럽든 얼골이 웨 주름살이 잡혀요
당신이 기룹지만 않더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테여요
맨 츰에 당신에게 안기든 그때대로 있을 테여요

그러나 늙고 병들고 죽기까지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안하여요
나에게 생명을 주던지 죽음을 주던지 당신의 뜻대로만 하서요
나는 곧 당신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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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없는 꿈

나는 어늬 날 밤에 잠 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의 님은 어데 있어요 나는 님을 보러 가겄습니다.
님에게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서요 검이여]
[너의 가랴는 길은 너의 님의 오랴는 길이다.
그 길을 가져다 너에게 주면, 너의 님은 올 수가 없다]
[내가 가기만 하면 님은 아니 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너의 님의 오랴는 길을 너에게 갖다 주면
너의 님은 다른 길로 오게 된다.
네가 간대도 너의 님을 만날 수가 없다]
[그러면 그 길을 가져다가 나의 님에게 주서요]
[너의 님에게 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저의 길이 각각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야 이별한 님을 만나보겄습니까]
[네가 너를 가져다가 너의 가랴는 길에 주어라.
그리하고 쉬지 말고 가거라]
[그리할 마음은 있지마는 그 길에는 고개도 많고
물도 많습니다.갈 수가 없습니다]
곰운 [그러면 너의 님을 너의 가슴에 안겨주마]하고
나의 님을 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나는 나의 님을 힘껏 껴안었습니다
나의 팔이 나의 가슴을 아프도록 다칠 때에
나의 두 팔에 베혀진 虛空은 나의 팔을 뒤에 두고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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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命

닻과 치를 잃고 거친 바다에 표류된 작은 생명의 배는
아즉 발견도 아니된 황금의 나라를 꿈꾸는 한 줄기 희망이
나침반이 되고 항로가 되고 순풍이 되야서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다른 물결의 한 끝은 땅을 치는
무서운 바다에 배질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 적은 생명을 힘껏 껴안어 주서요
이 적은 생명이 님의 품에서 으서진다 하야도
환희의 영지에서 순정한 생명의 파편은 最貴한 보석이 되야서
쪽각쪼각이 적당이 이어져서 님의 가슴에 사랑의 훈장을 걸겄습니다.

님이여
끝없는 사막에 한 가지의 깃딜일 나무도 없는 적은 새인
나의 생명을 님의 가슴에 으서지도록 껴안어주서요
그러고 부서진 생명의 쪼각쪼각에 입맞춰 주서요

~~~~~~~~~~~~~~~~~~~~~~~~~~~~~~~~~~~~~~~~~~~~~~~~~~~~~~~~~~~~~~~~~

당신은

당신은 나를 보면 웨 늘 웃기만 하서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골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골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어서 당신의 입설을 슬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골을 가렸습니다.

~~~~~~~~~~~~~~~~~~~~~~~~~~~~~~~~~~~~~~~~~~~~~~~~~~~~~~~~~~~~~~

幸福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왼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겄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겄습니까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야
나를 미워 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나를 미워하는 怨恨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어지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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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고요하고

바은 고요하고 밤은 물로 시친 듯합니다
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었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얐는지 화롯불은 꺼져서 찬 재가 되얐습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식지 아니하얐습니다
닭의 소리가 채 나기 전에 그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얐는데
꿈조처 분명치 않습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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葡萄酒

가을바람과 아츰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고이는 향기는 가을하늘을 물들입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부어서 님에게 드리겄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을 거쳐서 타오르는 입설을 취기서요
님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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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얐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즉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해들은 뒤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얐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위에 노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어서 입설에 대히고
[너는 언제 피였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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服從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야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서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랴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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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天恨海

가을하늘이 높다기로
情하늘을 따를소냐
봄바다가 깊다기로
恨바다만 못하리라


높고 높은 情하늘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손이 낮어서
오르지 못한고
깊고 깊은 恨바다가
병 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쩔러서
건느지 못한다

손이 자래서 오를 수만 있으면
情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늘 수만 있으면
恨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情하늘이 무너지고 恨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情天에 떨어지고 恨海에 빠지리라

아아 情하늘이 높은 줄만 알었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恨바다가 깊은 줄만 알었더니
님의 무릎보다는 옅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쩌르든지
情하늘에 오르고 恨바다를 건느랴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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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내며

그는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오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
그의 붉은 입설 흰 이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었더니
구름 같은 뒷머리 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같은 발꿈치가
보다도 아름답습니다

걸음이 걸음보다 멀어지더니 보이랴다 말고 말랴다 보인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마음을 가까워지고
마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멀어진다
보이는 듯한 것이 그의 흔드는 수건인가 하얐더니
갈마기 보다도 적은 쪽각구름이 난다
 
만해(萬海 ·卍海) 한용운韓龍雲 (1879. 8. 29 - 1944. 6. 29)         
 
별칭  속명 유천(裕天), 자 정옥(貞玉), 계명 봉완(奉玩)
충남 홍성 출생. 
본관 청주(淸州). 호 만해(萬海·卍海). 속명 유천(裕天). 자 정옥(貞玉). 계명 봉완(奉玩). 1879년 8월 29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출생하였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자 1896년(건양 1)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에 들어갔다가, 1905년(광무 9) 인제의 백담사(百潭寺)에 가서 연곡(連谷)을 스승으로 승려가 되고 만화(萬化)에게서 법을 받았다. 1908년(융희 2) 전국 사찰대표 52인의 한 사람으로 원흥사(元興寺)에서 원종종무원(圓宗宗務院)을 설립한 후 일본에 가서 신문명을 시찰했다. 1910년 국권이 피탈되자 중국에 가서 독립군 군관학교를 방문, 이를 격려하고 만주·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다가 1913년 귀국, 불교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해 범어사에 들어가 《불교대전(佛敎大典)》을 저술, 대승불교의 반야사상(般若思想)에 입각하여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1916년 서울 계동(桂洞)에서 월간지 《유심(唯心)》을 발간,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沈默)》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이듬해 신간회(新幹會)에 가입하여 중앙집행위원이 되어 경성지회장(京城支會長)의 일을 맡았다. 1931년 조선불교청년회를 조선불교청년동맹으로 개칭,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고 이해 월간지 《불교(佛敎)》를 인수, 이후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사상 고취에 힘썼다. 1935년 첫 장편소설 《흑풍(黑風)》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고, 19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卍黨事件)의 배후자로 검거되었다. 그 후에도 불교의 혁신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다가 서울 성북동(城北洞)에서 중풍으로 사망하였다. 


출처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man-hae/ma-hae-si.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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