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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수직성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꽃의 미학> 중 세 번째 장)
2018년 10월 20일 15시 54분  조회:1203  추천:0  작성자: 강려
퍼온 자료


불꽃의 수직성
 
           높은 곳에서... 빛은 그의 옷을 벗는다. - 옥타비오 빠스. <<독수리, 또는 태양?>>
 
1.
우리들을 가볍게 하는 몽상 가운데서도 아주 유효하며 단순한 것은 높이의 몽상이다. 모든 직립되어 있는 사물들은 천정을 가
리키고 있다. 직립된 형태는 솟아오르고, 우리들을 그 수직성에 실어 데려간다. 현실의 정상을 정복한다는 것은 스포츠적인 장
한 일에 그치는 것이다. 꿈은 더욱 높이 올라가며, 수직성의 피안에까지 우리들을 데리고 간다. 똑바르고 수직인 존재를 앞에
한 수직성의 결합에서 많은 비상의 꿈이 태어난다. 높이의 몽상은 우리들의 수직성의 본능, 공동생활과 평평하게 수평적인 생
활의 의무에 의해 억눌려진 본능을 양육한다.
 
인간을 수직화시키는 몽상은 여러 몽상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간을 해방시키는 몽상이다. 다른 곳을 꿈꾸는 것만큼 잘 꿈꾸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다른 곳 가운데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위쪽에 있는 다른 곳이 아닐까? 위쪽이 아래쪽을 잊
어버리고 제거해 버린 꿈. 직립해 있는 사물의 천정에 살며, 수직성의 몽상을 쌓음으로써, 우리들은 존재의 하나의  초월을 알
게 된 것이다. 수직성의 이마주는 우리들을 가치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한다. 상상력을 통하여 직립해 있는 사물의 수직성과 일
체가 된다는 것. 그것은 상승력의 은혜에 힘입은 것이며, 또한 그것은 아름다운 형태, 스스로의 수직성을 보증하는 형태에 사는
 숨어 있는 불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나는 일찍이 줄저 <<공기와 꿈>>의 한 장에서 이와 같은 수직성의 주제를 상세하게 논한 바 있다. 그 장을 참조해 본다면, 불꽃
의 수직성에 대해 당면한 몽상의 배경을 모두 보게 될 것이다.
 
2.
 
대상이 단순하면 할수록 몽상은 커진다. 고독한 사람의 책상 위에서 촛불의 불꽃은 수직성에 대한 모든 몽상을 준비한다. 불꽃
은 꿋꿋하고 약한 수직이다. 한번으 입김이 불꽃을 흐트러지게 하지만 그것은 다시 곧바로 선다. 일종의 상승력이 그의 마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촛불은 고고하게 타며, 그 주홍빛은 불끈 일어선다. - 독일 사화집 제 2 권
 
이렇게 트라클의 한 시구가 말하고 있다.
불꽃은 생명이 깃들어 있는 수직성이다. 모든 불꽃의 몽상가는 불꽃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의 수직성을
 예민한 반사 작용으로 지킨다. 연소에 지장을 가져와 천정에의 비약이 방해되면 불꽃은 바로 반사 작용을 일으킨다. 불꽃 앞에
서 교훈을 얻게 된 수직화의 의지와 몽상가는 그 자신도 다시 곧바로 서야 함을 배운다. 그는 높게 타며 온 힘을 다하여 열정의
꼭대기까지 가고자 하는 의욕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촛불이 잘 타고 있는 시간은 얼마나 커다란 시간,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길게 뻗치고, 끝이 뾰족해진 불꽃 속의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생명의 미묘함! 삶과 꿈의 가치가 그때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
 
     한 줄기의 불! 사람들은 과연 향기롭게 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  에드몽 자베. <<말은 묘사한다>>
 
이렇게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 불꽃의 줄기는 아주 곧바르고 연약해서 그것은 꽃과도 같다.
그리하여 이마주와 사물은 서로 그들의 미덕을 교환한다. 불꽃의 몽상가의 방 전체가 수직성의 분위기를 띤다. 부드러운, 그러
나 확고한 역동성이 몽상을 정점으로 끌고 간다. 사람들은 심지를 둘러싸고 있는 내적 선풍에 매우 흥미를 가질 수 있으며, 불
꽃의 복부에서 어둠과 빛이 싸우고 있는 소용돌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불꽃의 몽상가는 그의 꿈을 정점 쪽으로 끌어올
린다. 불이 빛이 되는 것은 바로 그곳이다. 빌리에 드 릴라당은 그의 <<이지스>>라는 작품 제 1 장의 제사로서 다음과 같은 아
라비아 속담을 채용하고 있다. 즉 '관솔불은 자기 밑을 비추지 않는다.'라는 말을.
 
가장 큰 꿈이 있는 곳은 꼭대기이다.
존재의 몽상가에게 있어서 불꽃은 피안의 저편, 에텔적인 비존재 쪽으로 몸을 뻗깇고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본질적으로 수직
읻. '불꽃'이라는 제목을 붙인 어떤 시 작품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걸쳐진 불의 다리
     존재와 비존재의 끊임없는 공존함이여    -  로제 아슬리노 <<시선집>>
 
무(無)로써, 불꽃으로써, 아아 단순히 상상된 불꽃으로써, 존재와 비존재를 연주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철학자에게 있어서는
게시받은 형이상학의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러나 모든 심오한 혼은 그 개인의 피안을 가지고 있다. 불꽃은 모든 초월을 깨닫게
한다. 꽃 앞에서 클로델은 이렇게 자문한다. '어디서 이 소재는 성스러운 범주 안으로 가기 위한 비상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만약 우리들이 예전적(禮典的)인 주제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불꽃의 상징주의에 관한 자료를 발견하기란 아주 쉬운 일일 것이
다. 그때 우리들은 지식을 마주 대해야만 한다. 우리들은 상징주의의 윤곽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 작은 책의 기도를 넘
어서게 될 것이다. 불의 표징 밑에 놓여있는 상징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칼 마르틴 에즈만의 대작 <<성스러운 불>>
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3.
 
서장에서 우리들은 지식에 대한 모든 배려, 불꽃의 현상에 대한 모든 과학적 내지는 의사과학적 실험을 멀리했다. 우리들은 상
상하는 몽상, 고독한 몽상가의 것인 몽상의 동질성 속에 머무르도록 최선을 다했다. 불꽃을 깊이 꿈꿀 때,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사람일 수는 없다. 괴테와 에케르만이라는 선생과 제자에 의해 공동으로 이룩된 저 천진난만한 관찰은 어떤 사상을 마련해 주
는 것도 아니고, 또 그것은 과학적 탐구에 알맞는 진지한 개조도 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그것은 독일 낭만주의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친 우주 철학에의 통로를 우리들에게 열어 주는 것은 더구나 아니다. - <<괴테와 에케르만의 대화>>
 
노발리스와 함께 사람들이 가치의 물리학의 지배 아래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실의 물리학의 지배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빨리
증명해 두기 위해, 미노르판에 수록되어 있는 짧은 금언 '빛이 불을 붙인다'는 말에 주석을 달아 두기로 한다. 독일어로 표기하
면 3음절로 된 이 문장은 극히 훌륭한 것으로서 그것은 보통의 감각이 그 찢긴 상처를 곧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빠른 사상의
화살이다. 모든 일상 생활은 우리들에게 이 말을 거꾸로 읽도록 가르치고 있다. 보통의 생활에서 빛을 내기 위해 불을 붙이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가치의 우주론에 동의할 때야 바로소 이러한 도전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Licht macht
Feuer'라는 세 음절의 문장은 불꽃의 현상상의 관념론적 혁명, 제 1막이다. 이것은 몽상가가 자기의 신념을 굳히기 위해 반복
하는 중추적인 문장 가운데 하나다. 몇 시간이라도 계속하여 시인의 입술 위에서 이 세 개의 음절이 반복되는 것을 나는 상상하
며 듣는다.
 
관념론적 증거는 그것이 틀린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노발리스에게 있어서 빛의 관념성이 불의 물질적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노발리스의 단장(斷章)은 더욱 계속된다. '빛은 불의 과정의 수호신이다.' 이것은 물질적 여러 요소의 시학에 있어서 매우 중대
한 선언이다. 왜냐하면 빛의 우위성이 불에서 그의 절대적 주체로서의 권한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은 이미 거
기에서 빛이 되는 하나의 과정의 종국에서만 참다운 존재가 될 수 있으며 더욱이 그러한 때에는 불꽃의 고뇌 속에서 불은 그의
모든 물질성을 박탈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 <<백과사전>>의 필자는 '불'의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밝고 생기 있는
불꽃은 벌겋게 달은 숯불보다 더 많은 열을 낸다.]
 
만약 불꽃에서 이와 같은 인과관계의 전도를 읽는다면 그 작용을 저장하고 있는 것은 첨단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첨단에서
정화된 빛은 심지 전체 위에 내려앉는다. 그때 빛은 불꽃의 상승하는 존재를 결정하는 참다운 동력이 된다. 그 행위 자체에 있
어서 사실을 뛰어넘고 스스로의 상승하는 존재를 발견하는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발리스의 관념화하는 우주
론의 원리 자체다. 모든 관념론자들은 불꽃에 대해 명상하면서 동일한 상승적 허위를 발견한다. 클로드 드 생-마르탱은 이렇게
쓰고 있다.'정신의 운동은 불의 그것과 같으며, 스스로를 상승시킨다'라고
 
4.
 
노발리스가 불꽃의 수직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단장을 모두 정리해 보면, 대우주 안에서 직립하고 있는 모든 것, 수직인 모든
것은 하나의 불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즉 위로 올라가는 모든 것을
불꽃의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그의 환위명제는 다소 그 강도를 약하게 할 뿐 아주 명백하다. '촛불의 불꽃 속에서는 모든
자연의 힘이 활동하고 있다.'
 
불꽃은 동물적 삶의 존재 그 자체를 구성한다. 노발리스는 이것을 역으로 '불꽃의 동물적 본성'이라고 쓰고 있다. 불꽃은 어떤
점에 있어서 벌거벗은 그대로의 동물성이며 일종의 극단적인 동물이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대식가이다. 이와 같은 아포리
즘들이 그의 작품 전체를 통해 흩어져 있는 단장이 되고 있다는 것은 신념의 직접적인 성격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들은 사람
이 깊은 몽환 상태를 체험하여 성찰하기보다는 오히려 몽상하는 것을 통하여 증명할 수 있는 몽상의 진실이다.
 
각각의 생명계는 그때는 특수한 불꽃의 한 타입이 된다. 메테르링크가 번역한 일부분 가운데서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읽
을 수 있다.
 
'나무는 꽃 피는 불꽃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은 말하는 불꽃, 동물은 떠돌아다니는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불꽃의 배설물로 표현되어 있는 특이한 페이지를 참조할 것. 우리들은 타고 있는 존재의 찌꺼기에 지
   나지 않는다. <<동서 시편>>에서 괴테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난로의 민첩한 불꽃에 / 미완성의 것으로, 동물과 식물의 즙액이 동화된다.'
 
폴 클로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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