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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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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그리고 휴식의몽상 - 바슐라르 [스크랩]
2018년 10월 20일 16시 06분  조회:985  추천:0  작성자: 강려
바슐라르 - 프랑스의 철학자 
프랑스의 철학자, 과학철학 및 과학사 교수, 문학 비평가, 시인. 독창적인 사고와 기발한 문체, 새로운 철학적 화법으로 프랑스 현대 사상사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했으며, '시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철학자, 철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인'이라 일컬어진다. 상파뉴 지방의 바르 쉬르 오브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교사, 우체국 직원 등으로 일하다, 마흔 무렵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다. 1927년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디종 대학을 거쳐 1940년 소르본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1. 흙의 시학 
나는 대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흙은 다른 원소보다 훨씬 불활성이며 고정되기 쉽고 포착하기 쉽다. 흙은 확실하고 선명하게 우리 앞에 물질적 대상으로 주어진다. 흙은 손에 쥘 수도 있으며 뭉칠 수도 있고 불로 반죽할 수도 있다. 흙은 주물러 형태를 만들기도 쉽고 우리의 일상적 지각방식을 쉽게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말하자면 아주 구체적이고 아주 감각적이다. 물은 손아귀를 벗어나 미끄러지고 불은 만질 수 없으며 공기 역시 손에 잡히지 않지만 흙은 다르다. 흙은 만져지고 쥐어지고 잡힌다. 흙은 우리 앞에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 분명한 존재감, 분명한 실재감은 우리로 하여금 흙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하려는 욕망을 불러낸다. 우리는 흙을 다루고 흙에 대항하며 그렇게 해서 흙으로 작업한다. 말하자면 흙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흙을 다루고자 할 때 흙에 대한 외향적 상상력이 작동한다. 
 
흙의 물체성, 고정성, 단단함이 우리로 하여금 흙을 다루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낸다. 그러나 흙은 우리의 욕망이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흙은 흙의 의지를 가지고 있고 우리의 욕망에 대립하는 흙의 의지는 우리의 의지를 불러낸다. 우리는 흙의 의지와 대립하여 싸우고 분노하며 달래고 설득한다. 흙의 세계에 우리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흙을 때리며 부수고 깨트린다. 망치와 끌, 칼 등 도구가 이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흙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남성적 흙의 세계이다. 
 
흙과 돌, 바위, 산 등 단단함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는 흙의 세계. 이 세계 앞에 선 인간은 이 세계와 대항하고 싸우고 길들이면서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정체성을 세운다. 그런데 이 양자 간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흙의 세계에 대해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상호작용은 의지 대 의지의 싸움이다. 여기서 망치로 두드리는 바위나 쇠는 대장장이의 힘을 거부하면서 허용한다. 망치의 두둘김은 대장장이 편에서의 힘과 쇠의 편에서의 힘이 서로 맞붙어 싸우는 상태인 것이다. 이 싸움 속에서 바위나 쇠의 힘은 대장장이에게 전이되고 대장장이의 힘 역시 그가 두드리는 대상에게 전이된다. 이 두 존재 사이에서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어떤 리듬이 탄생하는 것이다. 
 
2. 진흙 덩어리 
우리는 진흙을 빚어 세계를 창조해왔다.
 
돌과 바위와 같은 단단한 사물이 우리에게 불러내는 상상이 도발과 저항, 의지의 실현과 관계되어 있고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를 지닌다면 물과 섞인 진흙은 이와는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진흙 덩어리, 밀가루반죽, 밀랍덩어리 등 반죽으로 된 부드러운 사물들은 우리 내면의 부드러운 의지, 완화된 의지를 불러낸다. 이 세계는 우리의 촉각적 욕망을 건드리는 세계이며 우리는 손으로 이 세계와 만난다.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주물럭대면서 우리는 이 세계에 우리의 꿈을 실현하려 한다. 그러나 이 세계에 부여하는 우리의 꿈은 이 세계에서 우리를 향해 주어지는 힘과 만나면서 변형된다. 반죽의 세계는 한편으로 끌어당기면서 한편으로 밀어낸다. 우리는 손으로 이 반죽의 세계와 만나 우리 역시 이렇게 하면서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반죽은 생명체의 이미지를 낳는다. 반죽으로 작업하는 조각가는 미리 설계된 관념을 일방적으로 투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종의 성형이다. 반죽의 꿈은 반죽과의 교감이며 이 교감을 통한 활동의 과정을 통해 현실화된다. 
 
반죽하는 코기토의 창조성은 어린아이를 출산하는 창조성이다. 그의 작품은 새로 태어나는 생명이다. 반죽하는 코기토에게 세계는 관조적 대상도 아니며 기하학적 세계도 아니다. 이 세계는 끈적이는 세계이며 주무르는 세계, 내 손의 힘에 저항하면서 동시에 내 힘을 수용하는 세계다. 세계는 나의 욕망, 나의 꿈, 나의 의지를 저항하면서 받아들인다. 그 과정 속에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반죽을 상대로 작업하는 예술가는 반죽 속에 숨은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 그는 이때 산파가 된다. 이 반죽 속에서 태어나는 것은 우주적 무의식으로부터 올라온 것이다. 사유와 관념이 생기기 전에 먼저 상상과 이미지가 생기며 이것은 다시 꿈과 몽상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다시 꿈과 몽상은 무의식으로부터, 그리고 집단무의식 너머 우주적 무의식으로부터 이미지가 길어 올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꿈꾸는 인간, 몽상하는 인간은 우주적 무의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인간이다. 
 
3.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연금술의 몽상 속에서 연금술사와 물질은 서로 연결되어 얽히며 투쟁한다.
 
땅 속에서는 금속과 보석들이 자란다. 땅 속의 보석들은 완성된 대지의 태아다. 이들은 모두 씨앗이며, 별이며, 생명이다. 보석들은 불변의 아름다움으로, 단단함으로, 투명함으로, 빛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땅이 잉태하고 키운 것이므로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다른 생명체들 보다 훨씬 오래되었으며 훨씬 완성된 생명체의 이미지를 갖는다. 연금술의 몽상은 이 오래된 생명의 과정을 연금의 용기 속에서 단 기간에 재현하려는 욕망에서 탄생한다. 황금은 영원하며 빛나며 오래되었고 생명력으로 가득찬 지하세계의 태양왕의 이미지이다. 연금술의 몽상에서 식물, 동물, 광물은 모두 같은 생장법칙을 공유한다. 광물 역시 식물처럼 씨를 뿌리며 동물처럼 아이를 낳는다. 그러므로 황금이라는 아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연금술사는 땅의 자식들인 여러 가지 금속들에게 인간의 삶의 조건들을 강요한다. 금속들은 땅이라는 생명의 자궁의 대리물인 연금술사의 그릇 속에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미워하고 싸우며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이 드라마는 금속들의 드라마인 동시에 우주적 드라마이며 동시에 인간적인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광물계, 식물계, 동물계, 천체계를 넘나들며 가면을 바꿔 쓴다. 
 
연금술의 몽상은 아타노르 위에 놓인 그릇 속에서 죽음과 재탄생의 서사를 실현하는 것이다. 비천한 금속들은 내부에 적의를 지니고 있다. 금속들은 차겁고 무겁고 모가 나 있으며, 상처를 입힌다. 그러므로 연금술사들은 금속들의 적의에 맞서 이들 속에 숨겨진 생명의 불을 끄집어내어 이들을 변형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연금술사는 먼저 이들의 때를 벗겨내야 한다. 부패의 단계를 거친 금속은 다시 끓여진다. 
 
금속의 드라마는 연금술사의 몽상 속에서 태어나 연금술사의 마음을 변형시키고 그의 삶을 변형시킨다. 연금술은 황금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이득을 보려는 기술이 아니다. 연금술은 꿈의 기술, 영혼의 기술이다. 연금술의 몽상 속에서 연금술사와 물질은 서로 연결되어 얽히며, 연금술사의 의지와 금속의 의지가 싸운다. 그러나 이 싸움은 일종의 사랑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 서평 
바슐라르의 몽상 
사유와 관념이 생기기 전에 먼저 상상과 이미지가 생기며 이것은 다시 꿈과 몽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저는 가스통 바슐라르라는 프랑스 철학자의, 집에 대한 명상 글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의 책 ‘공간의 시학’과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의 집에 관한 부분을 보십시오. 저는 이 사람의 책 이 부분만을 조금씩 다시 읽곤 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끄떡없는, 숲 속이나 벌판의 오두막집에서 안전하게 머무르는 몽상을 그 사람 파리 한복판의 아파트 안에서 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해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2005. 7. 31) 
 
 
우리는 대지 위에 살며 대지에 저항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대지가 없으면 우리 인간은 살 수 없으며 또 땅을 일구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이렇게 대지와 인류는 서로 불가분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놓여 있다. 
 
대지의 흙은 우리와 가장 친숙하기도 하다. 우리는 흙을 반죽해 집도 짓고 그릇도 만들며 살아왔다. 그래서 이 흙의 세계는 우리의 촉각적 욕망을 건드리는 세계이며 우리의 의지를 충동질한다. 우리는 흙을 빚어 이 세계를 만들어 내고 지배해왔던 것이다. 우리 인간의 창조성은 흙을 반죽하면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는 나의 욕망, 나의 꿈, 나의 의지를 저항하면서 받아들인다. 그 과정 속에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반죽을 상대로 작업하는 예술가는 반죽 속에 숨은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 이 반죽 속에서 태어나는 것은 우주적 무의식으로부터 올라온 것이다. 사유와 관념이 생기기 전에 먼저 상상과 이미지가 생기며 이것은 다시 꿈과 몽상으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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