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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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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 / 김규화
2018년 12월 25일 15시 56분  조회:864  추천:0  작성자: 강려
환호
 
 
김규화
 
 
후반 선제골을 터뜨린 축구선수 리의
세로 쩍 벌린 입에다
시인 〇와 함께 캔 삶은 햇감자 한 알
퐁 집어넣어줄까
감자는 흙 속에서 수줍은 듯 숨어 있다가
호미를 옆으로 뉘어 살살 긁으면
하얀 속살을 드문드문 내놓는다
두근두근 내 가슴이 뛰고
철통 같은 근육의 오른팔을 수평으로 뻗은
리 선수의 가슴이 뛰고
 
초록 풀잎을 단 줄기를 고스란히 뽑아올리면
조르르 따라오다가 감자는
흙 속에 다시 주저앉고
나는 감자를 따라잡으려고 왼손을 휘젓고
리좀은 떨어지고 오른손의 호미는 캐내고
중심은 변두리로 감자 따라, 호미도 중심 따라 변두리로
끊어진 리좀이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다양성으로
쿠이아나 판타나우 월드컵경기장에는
이과수폭포보다 더 센 붉은악마들의 입
그 옆에서 흰 감자 캐는 〇시인과 나
 
리 선수가 지르는 고함소리에 튀어나온 감자가
칠레 산맥을 넘어가는 소리
 
 
 
 
 
<이선의 시 읽기>
 
 
 
김규화의「환호」는 ‘하이퍼시’의 ‘리좀 기법’을 적용하여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다. 김규화는 청각 이미지의 하이퍼 신작시집 『날아가는 공』을 발표하여 <펜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환호」는 ‘청각 이미지’를 ‘시각 이미지’로 변용하여 그 영역을 확대하였다. 이 부분은 기술적인 장치가 필요한데, 하이퍼시의 리좀기법을 적용하였다. 리좀 기법은 하이퍼시의 링크 기능이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확산되는 기법이다. 각각의 연들은 독립적이면서 자립적으로 제목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단선구조의 시가 다선구조의 형태를 갖게 된다.
 
위의 시에서 실행된 몇 가지‘리좀 구조’를 분석하여 보자.
 
첫째, 영문자‘O'라는 문자 이미지를 사용하였다.‘환호’라는 청각 이미지를 시각 이미지로 변환하였다.
O자 모양은 하이퍼시의 리좀 구조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리 선수 입모양 O - O 시인- 햇감자 한 알 모양 O - 둥근 월드컵 경기장 모양 O - 붉은 악마들의 입 O- 응원하는 고함소리 입모양 O- 리 선수 입에서 튀어나온 감자 O - 감자 둥근 호미질 모양 O’ 등 8개의 ‘O’ 자 모양이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리좀으로 단선구조의 시를 다선구조로 확산시켰다. 중첩 이미지는 시를 확장시키며, 새로움과 청량한 느낌을 준다.
 
둘째, 운동 이미지로 움직임과 생동감을 준다.
운동 이미지는 시에 운동감과 움직임을 주어, 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하이퍼시의 특징 중에서도 리좀은 다양한 확장된 공간을 갖는다.
‘리 선수 고함소리- 철통 같은 근육의 오른팔- 리 선수 가슴이 뛰고- 칠레 산맥을 넘어가는 소리’ 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열정과 환희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리좀의 ‘연결’과 ‘러너’ 기능으로 이미지를 확장시켰다. 시를 읽는 독자는 실제로 축구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리좀은 긴 설명을 요하는 신문기사의 영역을 단 몇 줄로 압축시켜 준다.그러나 효과는 배가된다.
 
셋째, 하이퍼시의 순간접속 시간 기능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인데, 하이퍼시는 상상력의 순간이동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자유로이 한다. 전혀 관계없는 것들도 결합된다. 상상력은 시간과 공간을 ‘러너’한다. ‘시간의 개념’과 공간과 공간이 해제된다.
‘쿠이아나 판타나우 월드컵경기장’과 ‘감자 캐기’는 전혀 관계성이 없다. 독립적이다. 그러나 ‘TV 방송’과 ‘TV시청’이라는 순간접속을 통하여 ‘축구’와 ‘감자 캐는 나’도 순간접속을 한다. 전혀 관계성이 없는 무의미한 것들끼리 하이퍼적 리좀으로 묶어 버린다. 독립된 의미없는 연들이 의미의 기능을 갖게 된다. ‘삶은 감자’를 먹으며 ‘TV시청’을 하고 있는 ‘나’와 ‘O 시인’은 쿠이아나 판타나우 월드컵경기장과 순간접속 한다. ‘감자-축구장-나- O 시인’이 한 시간대에 순간접속 한다.
이처럼 하이퍼 시의 리좀은 거미줄처럼 관계성이 없는 독립된 연들이 관계성을 갖는다. 위의 시 ‘2연 7행’ 의 문장처럼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다양성’으로 리좀이 실행된 것이다.
 
넷째, 각각의 연과 행은 독립적이다. 삽입과 삭제가 자유롭다.
위의 시는 분명 ‘축구경기’ 이야기다. 그런데 난데없이 ‘감자 캐기’의 비중이 커진다. ‘축구경기’를 밀어내고, 사물인 ‘감자’에 집중하고 있다. ‘햇감자- 왼 손을 휘젓고- 오른손의 호미는 캐내고- 중심은 변두리로 감자 따라- 호미도 중심 따라 변두리로’ 리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하이퍼시는 의미의 영역을 해제한다. 부분이 전체를 제압한다. ‘의미’보다는 ‘구조’와 ‘형태’와 ‘표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선의 시 읽기> 100호 특집으로 어떤 시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김규화의 시「환호」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환호’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다.‘환호’라는 제목은 기쁨과 탄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100호의 숫자‘OO’와 위의 시의 시각 이미지인‘O'의 중첩은 리좀적으로 연결되며 매력을 갖는 요소다.
또한 김규화의「환호」는 문덕수 시인이 한국에 최초로 소개하고 주장한 새로운 문예사조인 <하이퍼시> 의 리좀 구조를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시다.
필자는 <하이퍼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표현’과‘내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하여 고민하였는데, 위의 시는 내용이 있는 하이퍼시다.
앤지오신문 <시가 있는 마을- 이선의 시 읽기> 100호 기념 평론으로 하이퍼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필자가 평론을 쓰면서 ‘창의성 추구’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100호까지 평론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하였다. 각각의 시의 구조를 분석하여, 역으로 시 창작 방법론과 기법을 소개하였다. 시를 공부하는 시인들에게 시 창작의 기본지침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이선의 시 읽기> 100호 발간을 자축하며, <앤지오신문- 시가 있는 마을>에서 작품성 있는 좋은 시를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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