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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스테판 말라르메 지음/황현산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5
2019년 07월 11일 18시 24분  조회:2240  추천:0  작성자: 강려
『시집』스테판 말라르메 지음/황현산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5
 
 
 
인사
 
없음이라, 이 거품, 처녀 시는
오직 술잔을 가리킬 뿐 ;
그처럼 저 멀리 세이렌의 떼들
수없이 뒤집혀 물에 빠진다.
 
우리는 항해한다, 오 나의 가지가지
친구들아, 나는 벌써 뒷전에서,
그대들은 벼락과 겨울의 물살을
가르는 화사한 뱃머리에서 ;
 
아름다운 취기 하나 나를 부추겨
그 키질도 두려워 말고
서서 이 축배를 바치게 한다.
 
고독에, 암초에, 별에,
우리 돛의 하얀 심려를
불러들인 것이면 어느 것에나.
 
 
 
 
 
불운
 
얼빠진 인간의 무리 위에
창공을 구걸하는 자들 그 발은 우리의 길을 밟고도
그 야성의 갈기는 번쩍이며 솟구치고 있었네.
 
그들의 걸음 위로 군기처럼 펼쳐진 검은 바람이
살 속까지 추위로 매질을 하여
그때마다 성마른 바퀴 자국을 거기 파놓곤 했네.
 
항상 바다를 만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들은 여행했네, 빵도, 지팡이도, 물 항아리도 없이,
쓰디쓴 이상의 황금 레몬을 씹으며.
 
대부분 밤의 행렬 속에 헐떡거리며,
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리라는 행복에 도취하였으니,
오 죽음이여 그들 고집스런 입술에 단 한 번의 입맞춤을!
 
그들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벌거벗은 칼을 들고
지평선에 서 있는, 막강한 한 천사의 탓.
감읍하는 가슴에 한 조각 선홍빛이 엉기네.
 
그들은 꿈의 젖을 빨았듯이 고통의 젖을 빠네,
그리곤 관능적인 눈물을 리듬에 맞춰 노래하노라면
대중은 무릎을 꿇고 그들의 어머니는 일어서네.
 
이 사람들이야 위로를 받고, 자신 있고 당당하나,
조롱당하는 백 명의 형제들을 그 발치에 끌고 가네,
음흉한 우연의 가소로운 순교자들을.
 
눈물 소금이 늘상 그들의 부드러운 뺨을 갉으니,
그들은 한결같이 사랑으로 재를 삼키나
야비하거나 익살을 떠는 운명이 그들을 차형에 처하네.
 
그들은 북을 울리듯, 생기 없는 목소리로
종족의 천한 동정을 자극할 수도 있었지,
한 마리 독수리가 부족한 프로메테우스의 동류들!
 
아니야, 비천하고, 웅덩이도 없는 사막을 배회하는
그들이 성마른 군주의 채찍에 몰려 둘러쓰는 것은
불운, 그 들리잖는 웃음소리에 무릎 꿇어 엎드리네.
 
연인들이여, 겹살이꾼 그놈! 말 엉덩이에 곁다리로 함께 올라타고,
급류를 뛰어넘으면, 당신들을 진창에 처박아,
허우적대는 허연 한 쌍의 진흙더미만 남겨놓지.
 
그놈 덕분에, 남자가 제 괴상한 날라리를 불라치면,
아이들은 엉덩이에 주먹을 붙여 팡파르를 흉내 내며
끈덕진 웃음으로 우리 허리를 쥐어짜게 하리라.
 
그놈 덕분에, 婚期의 가슴 빛낼 장미 한 송이로
여자가 시든 가슴 알맞게 장식할라치면,
저주받은 그 꽃다발 위에 가래침이 번들거리리라.
 
그리고, 이 난쟁이 해골, 깃털 장식 펠트帽를 쓰고,
장화를 신고, 옆구리엔 진짜 털인 양 구더기가 슬었으니,
그들에게는 끝도 한도 없는 막막한 쓰라림.
 
화가 난 그들이 악당에게 덤벼들지 않으랴만,
이를 가는 그들의 장검은 그놈의 해골에 눈 내리며
맞구멍을 뚫고 나가는 달빛이나 뒤쫓네.
 
불우한 신세를 높이 받들 오기도 없이 처량하고,
고작 험한 말로 제 뼈의 원수를 갚는 것이 한심한
이 작자들은 원한에도 못 미치는 증오를 갈망하지.
 
서투른 三絃胡弓 연주자들에게도,
애새끼들, 창녀들에게도, 술병이 바닥났을 때
춤을 추는 누더기 늙다리들에게도 놀림감.
 
적선에건 복수에건 훌륭한 시인들은
이 지워진 신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그들이 지루하고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네.
 
“갑옷을 두르고 내달려 출정하진 않더라도
폭풍 같은 거품을 뿜는 신출내기 말처럼,
그들도 깐으로는 공적이 웬만하니 도망쳐도 무방하리.
 
축제의 승리자에게라면 훈향을 실컷 피워 올리련만,
이 어릿광대들은 왜 진홍빛 넝마도 걸치지 않은 주제에
발걸음을 멈추시라 소리만 지르는가!”
 
아무 놈이나 그들의 얼굴에 경멸을 침 뱉고 나면,
비천한 말들을 수염에 매달고 천둥에 기구하는 헛것들,
익살맞은 불안을 못 이겨 이 영웅들은
 
가로등 기둥에 우스꽝스럽게 목을 매러 간다네.
 
 
 
 
顯現
 
달은 슬펐다. 눈물 젖은 세라핀들이.
손가락에 활을 들고, 아련한 꽃들의 고요에 잠겨 꿈꾸며,
하늘빛 꽃부리를 따라 미끄러지는 그 하얀 흐느낌을
잦아드는 비올라에서 끌어내고 있었으니
-그것은 너의 첫 입맞춤으로 축복받은 날.
마냥 나를 괴롭히려 드는 몽상은
슬픔의 향기에 슬기롭게 취했었지,
후회와 환멸은 없어도
꿈을 꺾고 나면 그 꺾은 가슴에 슬픈 향기는 남는 법.
낡은 포석에 눈을 박고 그러므로 나는 떠도는데,
머리에 햇빛을 이고, 거리에서,
저녁에, 그때 활짝 웃으며 나타난 너,
빛의 모자를 쓰고
옛날 응석받이 아기 내 고운 잠을 밟고 지나가며
언제나 가볍게 쥔 그 손에서
향기로운 별 하얀 다발을 눈 내리던
그 선녀를 보는 것만 같았다.
 
 
 
 
 
시답잖은 청원서
 
공주여! 이 찻잔 위에 그대 입술이 입 맞추는 자리에
솟아오르는 헤베의 팔자가 부러워,
나는 내 불꽃을 낭비하나 사제의 얌전한 지위밖에 가진 게 없으니
세브르의 도자기 위에 발가벗고는 나타날 수 없으리.
 
나는 당신의 수염 난 복슬강아지도 아니고,
박하사탕도 입술연지도, 응석받이 노리개도 아니기에,
그래도 당신의 감은 눈길이 내게 떨어진 줄은 알고 있기에,
그 달통한 미용사들이 금은세공사 노릇을 해야 하는 금발 여인아!
 
우리를 임명하시라······ 딸기 향내 나는 그 많은 웃음이
길들인 어린 양떼인 양 모여들어 아무에게서나
그 소원을 뜯어먹으며 열광하여 울어대는데, 당신아,
 
우리를 임명하시라······ 부채 하나로 날개를 단 사랑의 신이,
손가락에 피리를 들고 이 양 우리를 잠재우는 내 모습 부채에 그리도록,
공주여, 우리를 그대 미소의 목동으로 임명하시라.
 
 
 
 
 
벌 받는 어릿광대
 
두 눈, 호수, 캥케 燈의 더러운 그을음이 깃털인 양
시늉으로 환기하는 딴따라 광대 노릇 그만 접고
다른 것으로 다시 태어나리라는 내 소박한 도취에 잠겨,
나는 천막의 벽에 창 하나를 뚫었네.
 
내 다리와 두 팔로, 헤엄치는 맑은 사람 배반자 나는
무수한 도약을 거듭하여, 서툰 햄릿을 부정하였으니!
파도 속에서 마치 수천 무덤을 새롭게 바꿔
그 안으로 순결하게 사라지기라도 할 것 같았네
 
주먹질에 화내는 심벌즈의 명랑한 황금,
태양이 갑자기, 내 자갯빛 신선함으로
순결하게 증발한 알몸을 때리니,
 
피부의 고약한 어둠 그대가 내 위로 흐를 때였네,
빙하의 음험한 물에 풀린 이 연지분이
내 축성식의 전부였음을, 배은망덕한 놈! 나는 몰랐던 것.
 
 
 
 
 
 
슬픈 병원이 지겨워, 빈 벽의 크고 권태로운 십자가를 향해
휘장의 진부한 백색을 타고 피어오르는
역겨운 향 내음이 지겨워,
딴 마음을 먹는 빈사의 병자는 늙은 등을 다시 세우고,
 
저를 끌어가, 그 썩은 몸을 덥히려는 게 아니라
돌 위에 떨어지는 햇빛을 보려고,
앙상한 얼굴의 하얀 털과 뼈를
맑고 고운 광선이 검게 태우려는 창에 붙이니,
 
열에 들떠, 푸른 하늘을 탐식하는 그의 입은,
젊은 날, 그의 보물, 왕년의
어느 순결한 피부를 마시려 들었을 때처럼!
쓰디쓴 긴 입맞춤으로 금빛 미지근한 유리창을 더럽힌다.
 
취하여, 그는 살아난다, 聖油의 끔찍함도,
탕약도, 시계와 강요된 침대도,
기침도 잊고, 저녁 해가 기와지붕 사이에서 피를 흘릴 때,
빛살 가득한 지평선에 그는 눈길을
 
보내니, 백조처럼 아름다운 금빛 갤리선들,
얼기설기 풍요로운 황갈색 섬광일랑은
추억에 잠겨 태무심하게 흔들어 재우며,
주홍빛에 싸여 갯내음 풍기는 강 위에 잠드네!
 
이렇게, 행복 속에 파묻혀 오직 그 식욕으로만
밥을 먹고, 아등바등 오물을 찾아
제 어린 것 젖먹이는 아내에게 바치려는
모진 마음의 인간에게 역겨움 지울 수 없어.
 
나는 도망친다, 그리고 누구나 삶에 등을 돌리는
모든 창에 매달리고 싶다, 그리고 축복을 받아,
무한의 순결한 아침이 금빛으로 물들이고,
영원한 이슬로 씻긴, 그 창유리에
 
나를 비추니 나는 천사이어라! 그리고 나는 죽으니,
-그 유리가 예술이건, 신비로움이건-
내 꿈을 왕관으로 쓰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
美가 꽃피는 전생의 하늘에!
 
그러나, 오호라! 이 세상이 주인 : 고착된 이 생각
때로는 이 확실한 피난처에까지 찾아와 내 속을 뒤집고,
어리석음의 더러운 구토가
창공을 앞에 두고도 코를 막도록 나를 몰아대는구나.
 
그래, 있는가, 오 쓰라림을 아는 나여,
괴수에게 모욕 받은 수정을 부수고
깃털 없는 나의 두 날개로 도망칠 방법이?
-영원토록 추락하는 한이 있어도.
 
 
 
 
 
꽃들
 
첫날 새벽에, 옛 蒼天의 황금 사태와,
별들의 영원한 눈사태에서,
아직은 젊고 재난에 물들지 않은 땅을 위해
옛날 당신은 풀어놓았지 거대한 꽃송이들을,
 
목이 가는 백조들과 함께, 황갈색 글라디올러스를,
오로라를 밟고 부끄러움에 붉게 물든
세라핀의 해맑은 엄지발가락 같은 주홍빛
유형받은 영혼들의 저 거룩한 월계화를,
 
히아신스를, 경애로운 섬광 지닌 도금양을,
그리고 여자의 살결을 닮아 잔인한
장미, 밝은 정원에 꽃핀 에로디아드
사납고 빛나는 피에 젖은 그 꽃을!
 
그리고 당신은 백합들의 흐느끼는 백색을 만들었으니
한숨의 바다 위를 스치듯 굴러가며
희미한 지평선의 파란 향 연기 가로질러
눈물 젖은 달을 향해 꿈꾸듯 올라가네!
 
시스트르 곡조를 타고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호산나,
우리들의 마님, 우리네 古聖所 뜨락의 호산나!
그리고는 하늘나라의 저녁을 빌려 메아리는 끝나네.
저 시선들의 법열, 저 후광들의 번쩍임!
 
오 어머니, 당신은 의롭고 굳건한 그 가슴 안에,
저 미래의 약병을 흔드는, 크나큰 꽃들의
꽃송이들을, 향기로운 죽음과 함께 창조하셨네,
삶이 시들어 지친 시인을 위해.
 
 
 
 
 
새봄
 
병든 봄이 겨울을, 침착한 技藝의 계절,
냉철한 겨울을 처량하게 쫓아 보냈으니,
침울한 피가 지배하는 내 존재 안에서
無力이 기지개를 켜며 긴 하품을 한다.
 
낡은 무덤처럼 쇠테가 조이고 있는
내 두개골 아래 하얀 황혼이 식어가고
그리고 슬피, 나는 어렴풋하고 아름다운 꿈을 좇아 헤맨다,
무한한 수액이 넘치며 으스대는 들판을 누비며.
 
이윽고 나무 향기에 맥을 잃고 나는 쓰러져, 지쳐,
이마로 내 꿈에 구덩이를 파고,
라일락이 돋아 오르는 더운 흙을 씹으며,
 
기다린다, 바닥까지 잠겨들며, 내 권태가 일어서기를······
-그런데 창공이 웃는구나, 산울타리 위에서, 꽃 피듯
깨어나 태양을 향해 지저귀는 수많은 새들 위에서.
 
 
 
 
 
고뇌
 
오늘 저녁 내 발걸음은 네 육체를 정복하기 위함도 아니요,
오 인간 족속의 죄악이 몰려드는 짐승이여, 네 칙칙한 머리칼 속에,
내 입맞춤이 퍼붓는 치유할 길 없는 권태 아래,
처량한 폭풍을 뚫기 위함도 아니다
 
내 너의 침대에서 구하는 것은 꿈도 없는 무거운 잠,
회한이 찾아들지 못할 저 장막 아래 그 잠이 떠도니,
새까만 거짓말을 늘어놓은 뒤 너라면 맛볼 수 있겠지,
허무의 바탕에 누워 그 잠은 죽은 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너.
 
그것은 악덕이, 타고난 내 고결함을 파먹으며,
내게도 너처럼 그 불모의 표적을 찍어두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네 돌과 같은 젖가슴에는 어느 죄악의 이빨에도
 
상처 입지 않을 심장 하나 깃들어 있건만
창백한, 수척한, 내 壽衣를 떨치지 못하는, 나는 도망친다,
내 홀로 잠든 사이에 죽을 것이 두려워.
 
 
 
 
 
 
[쓰라린 휴식이 지겨워······]
 
자연의 하늘 밑 장미 숲의 매혹 어린
어린 날을 떠나며 옛날 내가 바라던 영광을
내 게으름이 욕 먹이는 쓰라린 휴식이 지겨워,
그리고, 내 뇌수의 인색하고 냉랭한 땅에,
밤새워 새로운 묘혈을 파겠다는
모진 계약이 일곱 배나 더 지겨워,
불모가 제 품삯인 인정머리 없는 매장 인부 나는,
-장미꽃들이 찾아오면, 오 몽상이여, 그 새벽을 보고
무슨 말을 하리? 막막한 무덤은, 제 창백한 장미들이 두려워,
저 빈 구덩이들을 하나로 합칠 텐데, -
잔인한 나라의 게걸스런 예술을 팽개치고,
내 친구들과 과거와 천재와,
그나마 내 빈사의 고뇌를 알고 있는 내 등불이
내게 던지는 그 해묵은 힐난들을 웃어넘기며,
저 마음 맑고 공교로운 중국인을 따르고 싶으니,
그의 순결한 법열은
황홀한 雪月의 찻잔들 위에,
그 청명한 삶을 향기롭게 하는 야릇한 꽃 한 송이,
어린 시절, 제 영혼의 푸른 결에 접 붙는 것만 같던
그 꽃의 끝을 그리는 것.
그리하여, 현자의 유일한 꿈만 지닌 죽음이 그렇듯,
평온하게 나는 젊은 풍경을 골라
찻잔 위에 그려 보리, 저만치 외떨어지게.
가늘고 파리한 하늘빛 선 하나가
민무늬 백자 하늘 가운데 호수 하나를 이루련가,
하얀 구름에 이지러진 맑은 초승달이
고요하게 그 뿔을 물 얼음에 적시네,
멀지 않게 그 긴 비취빛 속눈썹 세 개, 갈대 서 있고. 저만치
 
 
종치는 수사
 
순수하고 청명하고 그윽한 새벽 하늘에
종은 그 맑은 목소리를 깨워 일으켜,
라벤더와 백리향 풀숲에 안젤루스를 던지는
저 아이를 밝고 가며 기쁨은 안겨주건만,
 
종치는 수사는 제가 눈뜨게 하는 새의 깃털에 스치며,
백년 묵은 밧줄 팽팽하게 당기는 돌덩이를
올라타고 구르며 처량하게 라틴어를 웅얼거려도
들리는 것은 그에게 아련히 떨어져내리는 땡그랑 소리뿐.
 
내가 바로 그 사람. 슬프구나! 갈망의 밤으로부터,
내 아무리 동아줄을 잡아당겨 이상의 종소릴 울려본들,
차가운 죄의 충실한 깃털 하나가 장난을 치고,
 
소리는 부스러기로만 내게 떨어져 허망하게 울리는구나!
그러나, 어느 날, 헛된 줄다리기에도 끝내 지쳐빠지면,
오 사탄이여, 나는 돌덩이를 풀어내고 내 목을 매리라.
 
 
 
 
 
여름날의 슬픔
 
태양이, 모래 위에서, 오 잠든 女戰士여,
네 머리칼의 황금 속에 나른한 목욕물을 덥히고,
적의에 찬 그대의 뺨 위에 향불을 사르며,
사랑의 음료에 눈물을 섞는다.
 
이 백열의 타오름이 잠시 요지부동으로 멈추는 틈에
너는 말하였지, 구슬프게, 오 내 겁먹은 입맞춤들,
“우리는 결코 단 하나의 미라로 되진 않으리라
이 고대의 사막과 행복한 종려수 아래!“
 
그러나 너의 머리칼은 따뜻한 강,
우리에게 들린 혼이 떨림도 없기 어기 잠겨들어
그대가 알지 못하는 저 허무를 만나리.
 
나는 네 눈꺼풀에서 눈물 젖은 분을 맛보며,
너에게 상처 입은 이 심장이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련다,
저 창공과 돌의 무감각함을.
 
 
 
 
 
창공
 
영원한 창공의 초연한 빈정거림은
꽃들처럼 무심하게 아름다워서,
고통의 메마른 사막을 헤매며 제 재능을
저주하는 무기력한 시인을 짓누르네.
 
도망가며, 두 눈을 감아도, 나는 내 비어 있는 영혼을
응시하는 그 눈길이 따가워 강렬한 회한에
억장이 무너지네. 어디로 달아나랴? 어느 흉물스런 밤을
갈가리 찢어 집어던져, 저 가슴 아픈 멸시를 가리랴?
 
농무들아, 피어올라라! 너희 단조로운 재들을
안개의 긴 넝마들에 실어날라,
가을의 납빛 늪에 익사할 하늘에 쏟아부어
거대하고 적막한 천장을 지어라.
 
그리고 나, 망각의 못에서 기어나오라,
친애하는 권태야, 진흙과 창백한 갈대를 주워와서,
새들이 방정맞게 뚫어놓는 저 거대한 푸른 구멍들을
결코 지치지 않는 손으로 틀어막아라.
 
아직도 남았다! 처량한 굴뚝들아 쉬지 말고
연기를 뿜어내라, 떠다니는 그을음의 감옥들아
지평선에 노랗게 죽어가는 태양을
그 시커먼 옷자락의 공포로 덮어 꺼버려라!
 
-하늘은 죽었다.-너를 향해 달려가노니, 오 물질이여,
잔인한 이상도 죄도 잊어버릴 망각을 달라,
행복한 人間畜生들이 누워 있는
그 잠자리를 함께 나누려는 이 순교자들에게.
 
담장 밑에 뒹구는 연지분 단지처럼,
내 뇌수 마침내 텅텅 비어,
흐느껴 우는 생각을 울긋불긋 치장할 기술 이제 더는 없는지라,
비천한 죽음을 향해 내 침울하게 하품하고만 싶기에······
 
헛일이로다! 창공이 승리한다, 종소리 타고 울리는
그의 노래 들린다. 내 마음이여, 그는 목소리 되어
그 심술궂은 승리로 우리를 더욱 으르대며,
살아 있는 금속에서 푸른 안젤루스로 솟아나는구나!
 
그는 안개를 타고 구르며, 노회하도록, 너의 타고난
고뇌를 꿰뚫으니, 실수를 모르는 칼날 같구나,
소용도 없이 악랄한 반항을 둘러쓰고 어디로 도망갈거나?
나는 들려 있다. 창공! 창공! 창공! 창공!
 
 
 
 
 
바다의 미풍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어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종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탄식
 
내 마음은, 오 조용한 누이여, 어느 가을이
주근깨를 둘러쓰고 꿈꾸는 그대의 이마를 향하여,
그대의 천사 같은 눈에 떠도는 하늘을 향하여,
어느 우수 어린 정원에서 하얀 분수 하나,
열심히, 창공을 향하여 탄식하듯, 솟아오른다오!
-넓은 연못에 그 끝없는 우울을 비추고,
잎새들의 황갈색 단말마가 바람 따라 떠돌며
차가운 물이랑을 내는 죽은 물 위에
노란 태양이 한 가닥 긴 빛살에 끌려가게 놓아두는,
창백하고 청순한 시월 그 온화한 창공을 향하여.
 
 
 
 
 
적선
 
이 돈자루를 집어들게, 걸인이여! 인색한 유방의
늙다리 젖먹이라도 되는 양, 한 푼 한 푼 방울져
그대의 弔鐘이나 울리게 하자고 이 자루에 알랑댄 건 아니겠지.
 
이 귀중한 금속에서 어디 야릇한 죄를 짜내보게,
그리곤, 마치 우리들이 두 주먹 가득 쥐고 거기 입을 맞추듯 듬뿍
그게 비틀어져라 불어제치게나! 뜨거움 팡파르를.
 
이 집들이 모두 향 연기 피어오르는 교회가 아니겠나,
담벼락에, 잠시 푸르게 갠 하늘을 흔들어 재우는
담배가 말도 없이 기도를 굴릴 때
 
또한 강한 아편이 약상자를 깨뜨리고 나올 때 말씀이야!
그대는, 드레스이자 피부인, 그 비단을 찢고프며,
행복한 무기력을 침 흘리며 마시려는가,
 
왕후의 카페에 앉아 아침을 기다리고 싶은가?
천장에는 님프와 베일이 푸짐하기도 한데,
창문의 거지에게도 饗宴을 던지지.
 
그래서 늙다리 하느님아, 그대가 외출할 때는, 부대자루를
둘러쓰고 덜덜 떨면서도, 새벽 하늘이 금빛 술의 호수인지라
그대는 목구멍으로 별들을 마신다 큰소리치지!
 
그대 보물의 광채를 헤아릴 순 없더라도,
적으나마 그대는 깃털 하나로 멋을 낼 순 있지, 저녁기도를 드릴 때
그대 아직 믿고 있는 성자에게 촛불 하나를 바칠 순 있지.
 
내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 생각지 말게.
大地는 굶어죽는 자에게 늙어빠져서야 열리는 법.
나는 또 하나의 적선을 증오하며 그대가 날 잊길 바란다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제여, 빵을 사러 가진 말게.
 
 
 
 
 
獻詩
 
당신에게 이 아기를 이뒤메의 밤으로부터 데려왔구려!
깜깜하게, 핏빛 어린 희미한 날개를 달고, 깃털을 벗고,
香油와 황금으로 태운 유리를 통하여,
얼어붙은, 오호라! 또다시 음울한 窓을 통하여,
저 새벽빛이 천사 같은 램프에게 덤벼들었소.
종려나무들이여! 敵意에 찬 미소를 시험하는 이 아버지에게
새벽빛이 이 유물을 보여주었을 때,
푸르고 삭막한 고독이 전율하였다오.
오 아기를 어르는 여자는, 당신의 딸과 함께, 당신들의 차가운 발의
그 천진함으로, 이 끔찍한 탄생을 맞아들이시라.
당신의 목소리가 비올라와 클라브생을 생각나게 하는 동안,
순결한 창공의 大氣에 배고픈 입술을 위해
여인이 巫女의 백색으로 흘러내리는
그 젖가슴을 당신은 시든 손가락으로 누르련가?
 
 
 
 
 
에로디아드
장경
 
유모-에로디아드
 
살아 있구나! 아니면 내 여기서 한 王女의 망령을 보는 것인가?
그 손가락과 반지에 이 입술로 입맞추게 하고, 이제 그만
미지의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일랑은······
 
물러서시오.
무결한 내 머리칼의 금빛 격류가,
내 고독한 몸을 멱 감기며 공폴
얼어붙게 하니, 빛이 감아도는 내 머리칼은
不威하다. 오 여인아, 한 번의 입맞춤으로도 나는 죽으리라,
美가 곧 죽음이 아니라면······
어떠한 매혹에
내 이끌렸는지, 선지자들도 잊어버린 어떠한 아침이
죽어가는 저 먼 땅에 그 슬픈 축제를 퍼붓는지
낸들 알겠는가? 오 겨울의 유모여, 그대는 내가
늙은 내 사자들 그 야수의 世紀가 어슬렁거리는
돌담과 쇠창살의 육중한 감옥 속에
들었음을 보았으니, 숙명의 여자, 나는 무사한 손으로
저 옛날 왕들의 황량한 냄새 속으로 걸어갔지.
그러나 또한 그대는 보았는가 내 공포가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망명지에 꿈꾸며 멈춰 서서, 분수를 뿜어
나를 맞이하는 못가에라도 서 있는 양,
내 안에 피어 있는 창백한 백합의 꽃잎을 따는데,
내 몽상을 가로질러, 적막 속으로 내려가는
그 가녀린 꽃 이파리들을 시선으로 뒤쫓느라 얼이 빠진
사자들은 내 옷자락의 나른함을 헤치고,
바다라도 가랑힐 내 발을 바라보았지.
그대는 그 늙은 육체의 전율을 가라앉히고,
이리 와서, 내 머리칼이 너희들을 두렵게 하는
저 사자 갈기의 너무나 사나운 꼴을 닮았으니,
나를 도와라, 이대로는 거울 속에서 하염없이 빗질하는
내 모습을 그대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것인즉.
 
마개 덮인 병 속의 상쾌한 몰약은 아니라도,
장미의 노쇠에서 뽑아낸 향유의
불길한 효험을, 아기씨여, 시험해보심이
어떨지?
 
그런 향수 따윈 치워라! 그게 내가 혐오하는
것임을 모르는가, 그래 내 머리에 나른하게
적셔드는 그 도취의 냄새를 맡으라는 말인가?
내가 바라는 바는, 인간적인 고뇌의
망각을 퍼뜨리는 꽃이 아니라, 향료로부터
영원히 순결한 황금인 내 머리칼이,
잔혹한 광채를 띨 때도, 윤기 없이 하얗게 바랠 때도,
금속의 그 삭막한 차가움을 끝내 간직하는 것이니,
내 고독한 어린 날부터, 고향 성벽의 보석들아,
무기들아, 화병들아, 너희들을 그렇게 비추어왔듯이.
 
용서하소서! 여왕 마마, 나이가 드닌 낡은 책처럼 희미해진
아니 까매진 쇤네의 정신에게 아기씨의 금지령이 지워져서······
 
그만 됐다! 내 앞에 이 거울을 들고 있어라.
오 거울이여!
네 틀 속에 권태로 얼어붙은 차가운 물이여
얼마나 여러 번을, 그것도 몇 시간씩, 꿈에
시달리며, 네 얼음 밑 그 깊은 구멍 속에서
나뭇잎과도 같은 내 추억을 찾으며
나는 네 안에 먼 그림자처럼 나타났던가.
그러나, 무서워라! 저녁이면, 네 엄혹한 우물 속에서,
나는 내 흩어진 꿈의 裸身을 알아버렸다!
유모, 내가 아름다운가?
 
한 개 별이지요, 진실로
그런데 이 머리타래가 흘러내려서······
 
멈춰라, 내 피를
그 근원에서 다시 얼어붙게 하는 그대의 범죄를, 그리고 그 거동,
그 지독한 不敬을 응징하라 : 아! 이야기해보라
어느 든든한 마귀가 그대를 그 을씨년스런 흥분 속에 빠뜨리는지,
내게 제안한 그 입맞춤, 그 향수, 그리고, 내가 그 말을 할까?
오 내 가슴이여, 그대가 필경 날 만지려 하였으니
또한 불경한 그 손, 그것들은 망루 위에서
불행 없이는 끝나지 않을 어느 날······
오 에로디아드가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날이여!
 
괴이한 시간으로부터, 진정, 하늘이 그대를 보호하시옵길!
그대는 고독한 그림자가 되고 새로운 분노가 되어 배회하며,
그 마음속을 때 이르게 공포에 떨며 바라보시지만,
하오나 불사의 여신에 버금하리만큼 경애로우시며,
오 나의 아기씨, 끔찍하도록 그렇게도
아름다우셔서······
 
그러나 나를 만지려 하지 않았더냐?
 
저는 운명의 신이
아가씨의 비밀을 맡기는 그 사람이고 싶습니다.
 
오! 닥치거라!
 
때로는 그분이 오실까요?
 
순결한 별들이요,
듣지 말아다오!
 
음침한 공포들 속에 빠져든 것이
아니라면 어찌 갈수록 더 요지부동으로 꿈꿀 수 있으랴
저 어여쁨의 보석더미가 기다리는 그 神에게
간청이라도 하시는가! 그런데 누구를 위해 고뇌로
애를 태우며 지키시는가요, 그대 존재의
남모르는 광채와 헛된 신비를?
 
나를 위함이다.
 
슬픈 꽃이여, 홀로 자라며 마음 설레게 하는 상대라곤
오직 물속에 무력하게 보이는 제 그림자뿐.
 
가거라, 그대의 연민과 빈정거림을 흘리지 말라.
 
하오나 가르쳐주소서 : 오! 아닙니다, 순긴한 아기씨여,
어느 날엔가는, 그 기고만장한 멸시도 수그러들겠지요······
 
그러나 누가 날 건드릴 것이냐, 사자들도 범접하지 못하는 나를?
그뿐이랴, 난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원치 않으며, 조각상이 되어,
낙원에 시선을 파묻고 있는 내 모습이 그대 눈에 비친다면,
그것은 내가 옛날에 빨았던 그대의 젖을 회상하는 때.
 
제 자신의 운명에 바쳐진 애절한 희생이여!
 
그렇다, 나를, 나를 위함이다, 내가 꽃피는 것은, 고독하게!
너희들은 알겠지, 난해하게 지은 눈부신 심연 속에
끝없이 파묻히는 자수정의 정원들이여,
태고의 빛을 간직한 채, 알려지지 않은 황금들이여,
始原의 대지 그 어두운 잠 아래 묻힌
너희들, 맑은 보석 같은 내 눈에 그 선율도 아름다운
광택을 빌려주는 돌들이여, 그리고 너희들,
내 젊은 머리칼에 숙명의 광채와
순일한 자태를 가져오는 금속들이여!
그대를 말한다면, 巫女들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악행에나 어울리게
못된 世紀에 태어난 여인이여,
죽게 마련인 한 인간을 이야기하다니! 그자를 위해 내 옷자락의
꽃시울에서, 사나운 환락에 젖은 향기처럼,
내 裸身의 하얀 떨림이 솟아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예언하라, 여름날의 따뜻한 창공이,
여자는 천성적으로 하늘을 향해 저를 드러내지,
별처럼 벌벌 떨며 부끄러워하는 나를 본다면,
나는 죽으리라고!
 
나는 사랑한다 처녀로 삶의 끔찍함을, 나는 바란다
내 머리칼이 내게 안겨주는 공포 속에 살기를,
밤이면, 내 잠자리로 물러나, 아무도 범하지 않는
파충류, 쓸모없는 내 육체 속에서,
네 창백한 빛의 그 차가운 반짝거림을 느끼기 위해,
스러지는 너, 정결함으로 타오르는 너,
얼음과 잔인한 눈의 하얀 밤이여!
 
그리고 네 고독한 누이는, 오 내 영원한 누이여,
내 꿈은 너를 향해 솟아오르리라 : 벌써 그렇노라고,
그것을 꿈꾸는 한 마음의 희귀한 맑음인
나는 내 단조로운 조국에 나 홀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내 주위에서, 우러러 받들며 산다,
다이아몬드 맑은 시선의 에로디아드가
그 잠든 정적 속에 비쳐 있는 거울 하나를······오 마지막 매혹이여, 그렇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나는 고독하다.
 
마님, 그렇다면 죽으려 하십니까?
 
아니다, 가련한 할머니여
조용하라, 그리고 물러가며, 이 냉혹한 마음을 용서하라,
그러나 먼저, 괜찮다면, 덧문을 닫아라 : 세라핀 같은
창공이 그윽한 유리창에서 미소짓는데,
나는 증오한다, 나는, 저, 아름다운 창공을!
물결들은
흔들리고, 저기, 한 나라를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저녁마다 우거진 나뭇가지에서 타오르는 비너스의
미움을 받는 시선들이 불길한 하늘에 박혀 있는 나라를 :
나는 그리 떠나리라.
다시 불을 켜라, 어린애 같다고
그대는 말하는가, 불꽃 가볍게 타오르는 밀랍이
빈 황금 속에서 무언가 낯선 눈물을 흘리는
저 촛대에······
 
지금?
 
안녕히
그대는 거짓말을 하는구나, 내 입술의
벌거벗은 꽃이여!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신비와 그대의 외침을 알지 못한 채,
그대는 터뜨리는가 드높고 상처 입은 오열을,
몽상에 잠겨 있다가 제 차가운 보석들이
마침내 흩어지는 것을 느끼는 한 아이처럼.
 
 
 
 
 
목신의 오후
-전원시
 
목신
이 님프들, 나는 그네들을 길이길이 살리고 싶구나.
이리도 선연하니,
그네들의 아련한 살빛, 무성한 잠으로 졸고 있는
대기 속에 하늘거린다.
 
내가 꿈을 사랑하였던가?
 
두텁게 쌓인 태고의 밤, 내 의혹은 무수한 실가지로
완성되어, 생시의 숲 그대로 남았으니,
아아! 나 홀로 의기양양 생각으로만
장미 밭의 유린을 즐겼더란 증거로구나-
 
어듬어 생각해보자······
 
혹여, 그대가 떠벌리는 여자들은
그대의 전설적인 육욕의 소망을 그림 그리는가!
목신이여, 환각은 더 정숙한 여자의, 눈물 젖은 샘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에서 솟아나온다.
그러나, 온통 숨결 가쁜 다른 여자는 그대 털 속의
뜨거운 대낮 바람처럼 대조적이라 말할 것인가?
아니다! 요지부동의 지친 失神으로
더위에 목이 졸려, 서늘한 아침은 발버둥치면서도,
화음으로 축여지는 숲에 내 피리가 퍼붓는
물이 아니면 어느 물로도 속삭이지 않고, 메마른 빗속에
소리를 흩날리기 전에 두 대롱 밖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유일한 바람은,
주름 한 자락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에서,
하늘로 되돌아가는 저 영감의
가시적이고 진정되고 인위적인 숨결이로다.
 
태양들에게 질세라 내 허영이 분탕질하는,
오 조용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
명멸하는 불티들의 꽃 아래 말없는 沿岸이여, 이야기하라.
“재능으로 길들이는 속빈 갈대를 내 여기서
꺾었을 때, 샘에 포도넝쿨을 바치는
먼 초원의 청록색 황금 위로,
휴식하는 짐승들의 하얀 빛이 물결을 이룬다고,
피리 소리 태어나는 느린 전주에
저 날아가는 백조의 떼들, 아니다! 水精의 떼들 도망친다고,
또는 물에 잠긴다고······”
 
나른하게, 황갈색 시간에 만상이 타오르고
라音을 찾는 자가 소망하는 너무 많은 혼례가
무슨 재주로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때 나는 첫 열기에 깨어 일어나,
太古적 빛의 물결 아래, 우뚝 홀로 서며,
백합꽃들이여! 이 순진함으로 그대들 가운데 하나가 되련가.
 
아주 나직하게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을 믿게 하는 입맞춤,
그네들의 입술이 누설한 그 부드러운 공허와는 달리,
증거의 허물이 없는 내 순결한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빨에 말미암은 신비로운 상처를 증언한다.
그러나, 아서라! 이런 秘義는 은밀한 이야기 상대로
속 너른 쌍둥이 갈대를 골랐으니 푸른 하늘 아래서 부는
갈대 피리는 뺨의 혼란을 저 자신에게 돌려,
한 자락 긴 독주 속에 꿈을 꾼다,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로 그것과 우리의 순박한 노래 사이
감쪽같은 혼동으로, 기쁘게 하는 꿈을,
내 감은 눈길로 따라가던 그 순결한 등이나
허리의 흔해빠진 몽상으로부터,
한 줄기 낭랑하고 헛되고 단조로운 선을
사랑이 변조되는 것만큼 높이 사라지게 하는 꿈을.
 
그러하니, 도피의 악기여, 오 얄궂은 피리
시링크스여, 부디 호수에 다시 꽃피어나, 날 기다려라!
나는, 내 소문을 뽐내며, 오랫동안 여신들을
말하련다, 우상 숭배의 그림을 그려,
그네들의 그림자에서 다시 허리띠를 벗기련다.
이렇게, 포도 알알에서 그 빛을 빨고 나서,
내 거짓 시늉으로 회한을 흩뜨려 쫓아버리려고,
웃으며, 나는 빈 열매를 여름 하늘에 들어올리고,
그 빛 밝은 껍질에 숨결 불어넣으며,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이 올 때까지 비쳐보노라.
 
오 님프들이여, 가지가지 추억으로 부풀어오르자.
“내 눈이, 골풀들을 뚫고 나가, 불후의 목덜미를 하나하나
쏘았더니, 제각기 숲의 하늘에 광란의 비명을 울리며,
그 타오르는 상처를 물결 속에 잠그는구나,
머리칼의 눈부신 목욕이 빛과 잔물결 속에
사라지는구나, 오 보석들이여!
나는 내닫는다, 내 발치에 잠자는 여자들이(둘이라는 그 고통에서 맛본 나른함으로 기진하여)
나는 그네들을 덮쳐, 떼놓지도 않은 채, 후려안고,
변덕스런 그늘도 머물기를 마다하여 태양에
향기 모두 날려버리는 저 장미 덤불로 날아드니,
거기 우리의 장난은 불타버리는 대낮과 같을시고.”
내 너를 찬미하노라, 오 처녀들의 분노여,
내 불의 입술을 피하여 미끄러지는 裸身 그 성스런 짐의
오 사나운 환락이여, 한 줄기 번개가 전율하는가!
육체의 은밀한 공포를 내 입술은 마시니,
무정한 여자의 발끝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까지,
순결이 단 한 번에 단념하여, 미친 눈물에,
아니 덜 처량한 입김에 젖어드는구나.
“내 죄는 그 믿지 못할 공포를 깨뜨리는 것이 즐거워,
신들이 그리 잘 얽어놓은 포옹의
저 헝클어진 숲을 갈랐다는 것.
그건 내가 단 한 여자의 행복한 굴곡 아래
타오르는 웃음을 감추려 하자마자 (단순한
손가락 하나로는, 얼굴도 붉히지 않는
순지한 동생을 붙들어 그 깃털 같은 순백이
불붙는 제 언니의 흥분에 물들게 하고,)
어렴풋한 죽음으로 헐거워지는 내 팔에서,
여전히 나를 취하게 하던 울음도 아랑곳없이,
이 포로는 영영 보람도 없이 풀려나갔기 때문.”
 
어쩔 것인가! 다른 여자들이 내 이마의 뿔에
그네들의 머리타래를 묶어 나를 행복으로 이끌리라.
너는 알리라, 내 정념이여, 진홍빛으로 벌써 무르익은,
석류는 알알이 터져 꿀벌들로 윙윙거리고,
그리고 우리의 피는, 저를 붙잡으려는 것에 반해,
욕망의 영원한 벌떼를 향해 흐른다.
이 숲이 황금빛으로 잿빛으로 물드는 시간에
불 꺼지는 나뭇잎들 속에서는 축제가 열광한다.
에트나 火山이여! 그대 안에 비너스가 찾아와
그대의 용암 위에 순박한 발꿈치를 옮겨놓을 때,
슬픈 잠이 벼락 치거나 불꽃이 사위어간다.
여왕을 내 끌어안노라!
 
오 피할 수 없는 징벌······
아니다, 그러나 말이
 
비어 있는 마음과 무거워지는 이 육체는
대낮의 오만한 침묵에 뒤늦게 굴복한다.
단지 그것뿐, 독성의 말을 잊고 모래밭에 목말라 누워
잠들어야 할 것이며, 포도주의 효험을 지닌
태양을 향해 나는 얼마나 입 벌리고 싶은가!
 
한 쌍이여, 잘 있어라, 그림자 된 너의 그림자를 내 보러 가리라.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그 타래 활짝 펼치려는 욕망의 서쪽이
관을 썼던 이마 제 옛 아궁이를 향해
(왕관이 스러지듯) 내려앉네
 
그러나 이 생기에 찬 구름밖에 다른 황금 불어넣지 않아도
항상 내부적인 불의 연소
애초부터 하나뿐인 그것은 지속되네
진정하거나 웃음짓는 눈의 보석 속에
 
손가락에 별도 불꽃도 놀리지 않고
영예로운 광채로 여자를 단순화하는 것밖에 없이
눈부신 그 머리로 공훈을 완수하여
즐겁고 수호하는 횃불처럼
 
루비의 의혹을 채집하여 뿌리는 그녀를
다정한 한 주인공의 裸身은 더럽히네
 
 
 
 
 
성녀
 
플루트나 만돌린과 더불어 옛날
반짝이던 그녀의 비올라의
금박이 벗겨지는 낡은 백단목을
감추고 있는 유리창에,
 
저녁 성무와 밤 기도에 맞추어 옛날
넘쳐흐르던 성모 찬가의
책장이 풀려나가는 낡은 책을
열어놓고, 창백한 성녀가 있다.
 
섬세한 손가락뼈를 위해
천사가 제 저녁 비상으로
만드는 하프에 스쳐
星光처럼 빛나는 그 창유리에,
 
낡은 백단목도 없이, 낡은 책도 없이,
악기의 날개 위로,
그녀가 손가락을 넘놀린다
침묵의 악사.
 
 
 
 
 
葬送의 건배
 
오 우리네 행복의, 그대, 치명적 표상이여!
 
착란의 인사이자 창백한 헌주련가,
황금빛 괴수가 몸부림하는 이 내 빈 술잔을
회랑의 마술 같은 희망에 바친다고는 생각지 마시라!
그대가 나타난다 한들 나를 흡족하게 하지는 않으리.
내 그대를 손수 반암의 자리에 모시지 않았던가.
儀式이란 무덤의 문들 그 육중한 무쇠에
두 손으로 횃불을 비벼 끄는 것.
그렇거니 시인의 부재를 노래하는 너무나 단순한
우리네 축제를 위해 선택한 이 아름다운 기념물에
그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모르기는 어렵도다.
다만 남는 것, 누구나 맞이할 그 저열한 재의 시간까지,
어느 저녁이 우쭐거리며 내려와 불태우는 그 창문으로,
죽음의 순결한 태양 그 불꽃을 향해,
직분의 타오르는 영광이야 되솟아오름이 없으랴만!
 
장엄하게, 총체적이고도 고독하게, 그렇게
산화될 것이 두려워 인간들의 거짓 긍지는 떠는도다.
저 험상궂은 군중! 그들은 고하노니 : 우리는
우리 미래 망령들의 슬픈 암흑이로다.
그러나 헛된 담벼락에 애도의 紋章들 흩어져 있어도
나는 눈물의 냉철한 공포를 무시하였으니,
내 성스런 시에조차 귀먹어 소스라치지 않는,
뽐내는, 눈멀고 벙어리인, 저 행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
제 아련한 壽衣의 손님된 자가
死後 기다리기의 순결한 영웅으로 변하고 있을 때였더라.
그가 말하지 않은 말들의 성마른 바람을 타고
안개 더미에 싸여 실려오는 막막한 나락,
無가 옛날의 폐기된 그 인간에게 :
“지평선의 기억들이란, 오 그대여, 대지란 무엇이냐?”
이 꿈을 울부짖는데, 청아함이 변질되는 목소리로,
허공은 이 외침을 장난감 삼는도다 : “나는 알지 못하노라!”
 
스승은, 그윽한 눈으로, 걸음걸음,
에덴의 불안한 경이를 진압하였으니,
그 마지막 떨림은, 당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장미와 백합을 위해 한 이름의 신비를 깨우도다.
그래 이 운명에서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는가, 그런가?
오 그대들 모두여, 어두운 믿음을 잊어버리시라.
찬란하고 영원한 재능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법.
내, 그대들의 욕망을 염려하여, 내 보고자 하는바,
어제, 당신이 사라진 뒤에도,
이 별의 정원들이 우리에게 지정하는 이상의 숙제 속엔,
평온한 재난의 영예를 위해,
도취한 주홍이자 크고 선연한 꽃송이, 말들의
그 장엄한 공기 진동은 살아남으리라,
빗방울이며 금강석, 그 어른거리는 시선이
거기 어느 것 하나 시들지 않는 그 꽃들 위에 남아
시간과 햇살 가운데 꽃송이 따로 떼어놓는지라!
 
이곳이 진즉에 우리네 진정한 숲들의 모든 거처일진대,
순수 시인은 여기서 겸허하고도 너그러운 행적으로,
당신의 직분의 적, 꿈에게 이 거처를 금지하는 바이니,
이는 그 당당한 휴식의 아침에,
저 오래된 죽음이란 것이 고티에에게도 다름없이
신성한 두 눈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며 입을 다문다는 것일 때에,
해를 입히는 모든 것이랑 인색한 침묵이랑
오솔길에 딸린 장식으로 솟아오르게 하기 위함이라.
 
 
산문
(데 제생트를 위해)
 
과장이여! 내 기억으로부터
기세당당하게 일어설 줄을
모르는가, 오늘이야 무쇠의 옷을 입은
한 권 책 속의 주술일 뿐인 그대는.
 
왜냐하면 나는 靈的인 마음들의 찬송을
지도책이며 식물 표본집이며 全體圖鑑인
내 인내의 작품 안에,
학식에 의해 배치하기 때문이다.
 
풍경의 수많은 매혹들 위로
우리는 얼굴을 스쳐갔다
(우리는 둘이었다, 나는 그렇게 주장한다),
오 누이여, 네 매혹들을 거기 비교하며.
 
권위의 시대는 당황한다,
우리의 두 겹 의식의 상실로
깊어지는 이 정오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런 까닭도 없이.
 
일백 개 아이리스의 흙, 그 정오의 자리가,
그게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여름날 트럼페스이 황금이 불러대는
이름을 지니지 않았다고 말을 할 때.
 
그렇다, 대기가 환영들이 아니라
조망을 싣고 있는 한 섬에
모든 꽃이 더욱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거대하게, 송이송이가,
그 하나하나를 정원에서 분리시키는
명철한 윤곽으로, 공백으로,
예사롭게 장식되었다.
 
이 새로운 의무를 향해 솟아오르는
아이리스의 가족들을 보려고
오랜 소망의 영광, 이데아들이
모두 내 안에서 열광하였으나,
 
슬기롭고 상냥한 누이는
눈길을 미소보다 더 멀리 가져가진
않았으니, 그녀를 이해하려는 듯
나는 내 오래된 정성을 기울인다.
 
오! 논쟁의 정신은 알아야 하리,
우리가 침묵하는 이 시간에,
가지가지 백합의 뿌리줄기가
우리의 이성에는 과분하게 자라나고 있었을 뿐.
 
크나큰 것이 다가오길 바란 나머지
제 단조로운 유희가 거짓말을 할 때
해안이 울고 있다 해도,
모든 하늘과 지도가
 
내 걸음걸음마다
가라지는 바로 그 물결 따라
끝없이 확인되는 소식 듣는 내 경탄 싱그러운데,
그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이는 제 황홀을 단념하고
道程에 의해 벌써 학자인
그녀는 이 말을 말한다 : 아나스타스!
영원한 양피지를 위해 탄생하는 말,
 
어느 풍토에서건, 그 조상인
한 무덤이, 퓔케리!
너무나 거대한 글라디올러스에 가린
이 이름을 제가 가졌노라 웃기 전에.
 
 
 
 
 
부채
-말라르메 부인의 부채
 
언어라도 되는 듯 가진 것은 고작
하늘을 향한 파닥임밖에 없어도
미래의 시가 매우 정교한
住居로부터 풀려나오는구나
 
아주 나직한 날개 전령
이 부채 이것이 그것이라면
바로 그것으로 그대 등 뒤에서
어떤 거울 청명하게
 
빛났던 것이라면 (거기 보이지 않는
재만 약간 알알이 쫓겨났다
다시 내려앉아
나를 우수에 젖게 할 터라)
 
언제나 그렇게 나타나야 하리
부디 게으르지 말고 그대 손 사이에.
 
 
 
 
 
다른 부채
-말라르메 양의 부채
 
오 꿈꾸는 아가씨야, 저 길도 없이
순수한 희열에 내 잠기도록,
부디, 섬세한 거짓말로, 너의 손에
내 날개를 붙잡아둘 줄 알아라.
 
황혼의 서늘함이 한 줄기씩
파닥임 한 번마다 네게 오나니,
그 붙잡힌 날갯짓이 지평선을
그리 살포시 밀어내는구나.
 
어지러움이여, 바야흐로 허공이 떠는구나,
누구를 위함도 없이 태어나기를 열망할 뿐
솟아오르지도 가라앉지도 못하는
거대한 입맞춤처럼.
 
너도 느끼느냐. 매몰찬 낙원이
묻어 감춘 웃음인 양
흐르는구나, 네 입술 구석에서
혼연일치의 주름 저 안쪽으로!
 
저 금빛 저녁 위에 고이는
장밋빛 다른 기슭의 왕홀, 바로 그것이지,
네가 한 개 팔찌의 화염에 기대놓는
이 닫힌 하얀 비상은.
 
 
 
 
 
앨범 한쪽
 
갑자기 장난치듯
내 잡다한 피리에서 숲이
조금 솟아오르는 것을
듣고 싶다던 아가씨야
 
한 풍경 앞에 두고
저질러보는 이 연습은
그대 얼굴 바라보려
그쳤을 때가 좋은 것 같구나
 
그렇고말고 아둔한 내 손가락 몇 개 따라
내 마지막 바닥까지
뽑아올린 이 빈 숨결은
흉내 내려 한들 도리가 없구나
 
그리도 천진하고 맑아
곡조에 마법을 거는 그 앳된 웃음을.
 
 
 
 
 
벨기에 친구들을 회상함
 
어떤 시간에 이런저런 바람결에 흔들림이 없이도
은밀하면서도 확연하게 한 자락 한 자락
과부 돌이 옷을 벗음을 내 느끼듯
香煙과도 같은 모든 창연한 古色이
 
까마득한 날의 우리 몇 사람 그리도 흐뭇한
우리네 새로운 우정의 갑작스러움 위로
떠돌거나 오직 해묵은 芳香인 양 시간만 뿌릴 뿐
스스로 어떤 증거도 보여줌이 없는 성싶은데
 
수많은 백조의 흩어진 산책으로
죽은 운하에 새벽을 번식하는 결코 예사롭지 않은 도시
브루게에서 만났던 오 아주 귀중한 벗들이여
 
그때 장엄하게도 이 도시는 내게 가르쳐주었지
그 아들들 가운데 누구누구가 또 다른 비상의 지정을 받아
날렵하게 정신을 날개처럼 펼쳐 비칠지를.
 
 
 
 
 
속된 노래
 
1
(구두 수선공)
 
樹脂를 떠나서는 할 일이 없는가,
백합은 하얗게 태어나니, 다만 향기
때문에도 나는 그 편이 더 좋아
이 착실한 수선공보다는,
 
내 이제껏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가죽을
그는 내 한 켤레에 덧대려 하니,
발가벗은 발꿈치의 욕망 하나를
그렇게 무참히 꺾어버리네
 
빗나가는 법이 없는 그의 망치가,
항상 다른 곳으로만 앞장서는
갈망을 신발 바닥에 단단히
조롱하는 못으로 박아버리네.
 
오 발들아, 너희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는 구두를 다시 만들기도 하리라!
 
2
(향기로운 허브를 파는 아가씨)
 
네 라벤더 하늘빛 다발을,
그 속눈썹 건방지게 치키며
위선자에게 팔 듯 내게
팔 생각은 마라, 그가 비록
 
장소 그 피치 못할 장소의
벽을 그걸로 장식하여
이죽거리는 배[腹]가
파란 감정으로 거듭난다 할지라도.
 
그보단 차라리 성가신 머리칼
바로 여기 꽂아라
그 건강한 새순으로 향기 어리도록,
제피린아, 파멜라야
 
혹은 네 이의 맏물들이
신랑에게 몰려가도록.
 
 
 
 
 
쪽지
 
모자의 검은 비행에 얼이 빠진
거리라도 휩쓸 듯 시도 때도
모르는 돌풍이 아니라
한 무희 거품같이 흩어지는
 
모슬린의 혹은 격정의
선풍으로 솟아오르니
우리를 사렉 한 바로 그 여자가
무릎으로 일으키는 이 바람이
 
저를 제외하곤, 진부한 모든 것에
정신적으로, 열광적으로, 요지부동하게
그 튀튀로 벼락을 때려도,
달리 속 썩일 것은 없다
 
그 치맛바람 깔깔거리며
휘슬러를 부채질해줄 수만 있다면.
 
 
 
 
 
소곡
 
1
백조도 없고 둑길도 없는
어디라도 좋을 외진 물가가
석양의 황금으로
그 여러 하늘 영롱하게 빛나는
 
손 닿을 수 없이 높은
허영으로부터 이곳으로
물러난 내 시선에
그 廢地를 비춘다
 
그러나 벗어내린 하얀 속옷 같은
그런 덧없는 새가
나른히 따라 내려간다 만일
기쁨에 넘쳐 그 곁에
 
너로 변하는 물결 속에
네 발가벗은 환희가 잠수한다면
 
 
 
 
 
소곡
 
2
걷잡을 길 없이,
내 희망이 거기 던져지듯,
격정과 침묵으로
저 높이 사라지며 파열해야 했던가,
 
목소리 숲에 낯설어
혹은 추호의 메아리도 뒤따르지 않아,
생애의 다른 때에는
누구에게도 그 소리 들리지 않았던 새는.
 
험악한 악사,
그는 의홋 속에 숨진다
그의 가슴 아닌 내 가슴에서
가장 나쁜 오열이 솟아나왔던 것인가
 
찢겨져서도 그는 고스란히
어느 오솔길에 남을 것인가!
 
 
 
 
 
소네트 몇 편
 
[어둠이 숙명적인 법칙으로······]
 
 
어둠이 숙명적인 법칙으로 위협할 때
내 척우의 욕망이자 고통인, 그런 오랜 꿈은,
음산한 천장 아내 사멸할 것이 원통하여
의심할 수 없는 그 날개를 내 안에 접어두었다.
 
사치여, 오 흑단의 방이여, 한 왕을 흘리려고 거기서
이름 높은 꽃장식들이 죽음을 둘러쓰고 사리를 틀어올려도,
제 신념에 눈이 부신 고독자의 눈에
그대는 암흑이 거짓 선언한 오만일 뿐.
 
그렇다, 나는 안다, 이 밤의 저 먼 곳에, 지구가
거대한 한 광채의 이상한 신비를 던지고 있다.
이 땅을 더 어둡게는 못하는 흉악한 세기들의 밑바닥에서.
 
확장되건 부정되건 항상 그대로인 공간이
이 권태 속으로 비천한 불들을 운행하여 증인으로 삼으니,
축제의 한 별로 천재가 타오르고 있다 말하리라.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자는 오늘
달아난 적 없는 비상의 투명한 빙하가
서릿발 아래 들려 있는 이 망각의 단단한 호수를
취한 날갯짓 한 번으로 찢어줄 것인가
 
지난날의 백조는 회상한다, 모습은 장려하나
불모의 겨울 권태가 번쩍이며 빛났을 때
살아야 할 영역을 노래하지 않은 까닭으로
희망도 없이 스스로를 해방하는제 신세를.
 
공간을 부인하는 새에게 공간이 떠맡긴
그 하얀 단말마야 목을 한껏 빼어 흔들어버린다 해도,
그러나 아니다 날개 깃이 붙잡혀 있는 이 땅의 공포는.
 
제 순수한 빛이 이 자리에 지정하는 허깨비,
그는 무익한 流謫의 삶에서 백조가 걸쳐 입는
모멸의 차가운 꿈에 스스로를 붙박는다.
 
 
 
 
 
[의기양양하게 피한······]
 
의기양양하게 피한 아름다운 자살,
영광의 장작불이여, 거품으로 끓는 피여, 황금이여, 폭풍이여!
오 웃으리라 저기 한 주홍빛이 준비하여
나의 없는 무덤만을 장엄하게 펼칠 뿐이라면.
 
무어라고! 저 모든 광채의 넝마마저,
이 자정의 시간ㅇ, 우리를 환대하는 어둠에 머무르지 않으니,
오직 머리의 오연한 보물 하나만 남아
애무에 싸인 그 나른함을 불길도 없이 퍼부을 뿐,
 
그것은 그대 머리, 그렇게도 항상 열락인! 그렇지
그대 머리 홀로, 사라진 하늘에서,
천진한 승리를 조금 거두어 그 빛으로 그대를
 
덮는구나, 어린 황녀의 투구 같은
그대 머리 그대 베개 위에 기댈 때,
그 장미들은 떨어져 그대 모습 그려내리.
 
 
 
 
 
[제 순결한 손톱들이 그들 줄마노를······]
 
제 순결한 손톱들이 그들 줄마노를 드높이 봉정하는
이 한밤, 횃불 주자, 고뇌가 받들어올리는 것은
불사조에 의해 불태워진 수많은 저녁 꿈,
어느 遺骨 항아리도 그를 거두어들임이 없고
 
빈 객실의 장식장 위에는 공허하게 울리는
폐기된 골동품, 소라껍질도 없다
(無가 자랑하는 이 물건만 가지고
주인이 지옥의 강으로 눈물을 길러 갔기에).
 
그러나 비어 있는 북쪽 십자창 가까이, 한 황금이,
필경 한 水精에게 불꽃을 걷어차는
일각수들의 장식을 따름인가, 모진 숨을 거두고,
 
그녀, 거울 속에 裸身으로 죽었건만,
액틀로 닫힌 망각 속에는 붙박인다
이윽고 반짝임들의 七重奏가.
 
 
 
 
에드거 포의 무덤
 
마침내 영원이 그를 그 자신으로 바꿔놓는 그런
시인이 한 자루 벌거벗은 칼을 들어 선동한다
이 낯선 목소리 속에서 죽음이 승리하였음을
알지 못하여 놀라는 자신의 세기를.
 
그자들은, 히드라의 비열한 소스라침처럼, 옛날 종족의
말에 더욱 순수한 의미를 주는 천사의 목소리 들으며
이 마술이 어떤 검은 혼합의 영광 없는 물결에
취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였다
 
대적하는 땅과 구름의 오 다툼이여!
우리들의 사상이 그것으로 얕은 부조를 새겨
포의 무덤 눈부시게 장식할 수 없기에,
 
어느 알 수 없는 재난으로부터 여기 떨어진 조용한 돌덩이
이 화강암만이라도 끝끝내 제 경계를 보여주어야 하리
미래에 흩어져 있는 저 冒瀆의 검은 비행들에게.
 
 
 
 
 
샤를 보들레르의 무덤
 
파묻힌 신전이 진흙과 루비를 침 흘리듯 흘리는
하수구의 무덤 같은 아가리로
구역질나게 토해내는 것은 사나운 짖음처럼
콧마루 온통 타오르는 어떤 아누비스의 우상.
 
혹은 최근의 가스등이 저 수상한 심지를,
알다시피 수모를 문질러 씻는 그 심지를 쥐어짜,
어느 불멸의 사타구니에 사납게 불 밝힐 때
그 비상은 가로등을 따라 잠자리를 옮긴다.
 
저녁 없는 도시에서 마른 어느 봉헌의
잎사귀들이, 헛되이 보들레르의 대리석에
그가 기대앉듯, 축복할 수 있으랴,
 
부재의 저를 감싸는 베일에서 떨고 있는
그, 바로 그의 그림자를, 우리가 죽을지라도
항상 호흡해야 하는 어떤 수호의 毒을.
 
 
 
 
 
무덤
1주기-1897년 1월
 
북풍에 굴러가며 격노하는 검은 돌덩이는,
어떤 불길한 거푸집을 찬양하려는 듯
인간들의 고통과 그것의 닮음을 더듬는
경건한 손길들 아래서도 멈추지 않으리라.
 
여기서는 거의 언제나 산비둘기가 구구 울건만
이 빗물질의 애도는 혼례의 수많은 면사포
주름으로, 한 번 반짝여 무리를 은빛으로 물들일
내일의 무르익은 큰 별을 무겁게 누른다.
 
우리 방랑자의 머지않아 밖에 드러날
고독한 도약을 답사하며 찾는 자 누구인가-
베를렌을? 그는 풀밭에 숨어 있다, 베를렌은
 
입술로는 거기서 마시지 않고 혹은 숨결을 바닥내지 않고
순진하게 동의를 얻어서만 붙잡으려 한다
억울하게도 죽음이라고 불리는 약간 깊은 시내를.
 
 
 
 
 
예찬
 
무아르 천의 벌써 음울한 침묵이
주름을 여러 개 홀로 배열하네,
가운뎃기둥의 붕괴가 기억의 소실로
팽개치지 않을 수 없는 가구 위에.
 
우리네 주술서의 기세 높았던 그 낡은 장난을
날개의 스스럼없는 떨림으로 전파하며
천 개씩 무리지어 열광하는 상형문자들이여!
차라리 그 주술서를 장롱 속에 감추어다오.
 
태초의 웃음짓는 소동의 증오를 받으며
으뜸가는 광채들로부터 그것들 한가운데서,
그 흉내를 위해 탄생한 전당 앞뜰 근처까지,
 
양피지 위에서 넋을 잃는 황금의 트럼펫 소리 드높게,
리하르트 바그너 神이 솟아올라, 잉크로도 온전히
침묵시키지 못한 한 축성식을 무녀의 오열로 펼치네
 
 
 
 
 
예찬
 
온 새벽은 비록 마비에서 덜 풀려
어두운 주먹 움켜쥐고
이 귀머거리의입에 물린
하늘빛 나팔들을 향해 치흔들어도,
 
牧者를 가졌으니, 호리병박
매달린 그의 지팡이가
그의 미래의 발걸음 더듬어 꿋꿋이 때린다
풍요로운 샘이 솟아나올 때까지.
 
이와 같이 앞질러 그대는 산다
오 고독한 퓌비
드 샤반이여
결코 혼자가 아니니
 
시대를 이끌어 마시게 한다
그대의 영광이 찾아내준
壽衣도 없는 님프에서.
 
 
 
 
 
[항해하려는 유일한 열망에······ ]
 
어느 찬란하고 흐린 인도 저 너머로
항해하려는 유일한 열망에
-이 인사는 마중 나가니, 그대의 船尾가
벗어나는 岬, 이 시대의 전령사라
 
이처럼, 쾌속범선과 함께 낮게
키질하는 어느 활대 위에서
한 마리 새로운 소식의 새도
항상 그렇듯 파닥임으로 거품 일며
 
키 잡는 손이야 변함없어도
마냥 지루하게 외쳐대곤 하였지
쓸모없는 땅의 정보를
밤이며 절망이며 보석인
 
그것 새의 노래에 의해
창백한 바스코의 미소에까지 반사되고.
 
 
 
 
 
[소네트 3부작]
 
1
모든 긍지가 저녁 연기를 피운다
한 번의 휘두름에 꺼지는 횃불
불후의 입김이라도
그 저버림을 유예할 수는 없겠지!
 
풍요롭지만 추락한 여러 전리품의
상속자 그의 해묵은 방은
그가 문득 복도로 들어선다 한들
따뜻해지지도 않으리라.
 
과거의 필연적인 고통들이
否認의 무덤을
발톱이라도 가진 듯 움켜쥐는데,
 
외롭게 떠받들린 무거운 대리석 아래서는
번쩍거리는 그 까치발 시렁밖에
다른 어느 불도 타오르지 않는다.
 
2
가녀린 유리 세공의
둔부와 도약에서 솟아올라
쓰라린 밤샘을 꽃피우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모가지는 중단된다.
 
내 믿어 마지않나니 두 입은,
그녀의 애인도 내 어머니도, 결코
같은 空想에서 마시지 않았다,
나, 이 차가운 천장의 공기 요정!
 
무진장한 空房밖에
어떤 음료도 없이 순결한 항아리는
죽어가나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불길한 자들의 순진한 입맞춤이여!
어둠 속에 한 송이 장미를
알리는 그 어느 것도 내뿜으려고는.
 
3
헤이스가 한 겹 사라진다
드높은 유희의 의혹 속에서,
침대의 영원한 부재만을
신성 모독이나 저지르듯 설핏 열어 보이고.
 
꽃무늬 장식 하나가 같은 것과 벌이는
이 한결같은 하얀 갈등은
희부연 창에 부딪쳐 꺼지나
제가 가려 감추는 것보다 더 많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꿈이 금빛으로 무르익는 자에게선
음악가 그 텅 빈 허무의
만돌린이 서럽게도 잠들어 있다
 
어떤 窓을 항하여
어느 배도 아닌 제 자신의 배에서
아들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그런.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키메라가 거기서 스러지는데,
거울 밖으로 그대가 펼쳐내는
이 물결치는 천연의 구름을 당하랴!
 
깃발을 명상하는 구멍들은
우리의 대로에서 들떠오르지.
내게는 이 두 눈을 흐뭇하게 감출
그대의 발가벗은 머리칼이 있지.
 
아니야! 입은 저의 깨물음에서
아무것도 맛본다 장담할 수 없으리라,
그 사람 왕자님 그대 연인이
 
제가 질식시키는 영광들의 비명을
이 막중한 머리타래 속에 파묻어,
다이아몬드처럼, 숨지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등장한다면······]
 
당신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등장한다면
그거야 질겁하는 주인공으로지
영지의 어느 잔디밭을
발가벗은 발꿈치로 밟고 나서 말이야
 
두세 개 빙하에나 발 들여놓은 나는
그가 제 성공을 소리 높여 웃도록
당신이 막지 않았을
순진한 죄를 알지 못하네
 
말해주어 내 기쁨이 저런 것은 아닌지
이 불길로 구멍 뚫린 저 허공에서
천둥과 루비 굴대
 
내 유일한 저녁 마차 그 바퀴가
저 흩어지는 왕국들을 따라 주홍빛으로
죽어가는 것만 같은 그 모습 보는 것은 아닌지
 
 
 
 
 
[짓누르는 구름에게······]
 
짓누르는 구름에게
노예 같은 메아리들에게마저
효력 없는 霧笛으로 알리지 못한
현무암과 용암의 암초
 
어떤 무덤 같은 난파가(너는 알면서도, 거품이여, 거기서 침만 흘리는구나)
표류물들 가운데 가장 높은 하나
발가벗은 돛을 폐기하였는가
 
혹은 어떤 고급한 조난을
얻지 못해 노발대발하며
온통 허망하게 펼쳐진 심해가
 
길게 끌리는 그 새하얀 머리칼 속에
고작 인어의 어린 허리나
치사하게 빠뜨렸으련만 시치미를 뗐는가
 
 
 
 
 
[내 낡은 책들이 파포스의 이름 위에······]
 
내 낡은 책들이 파포스의 이름 위에 접혔으니,
저 승승장구하던 날의 자수정빛 아래, 멀리,
일천 개 거품으로 축복받은 한 폐허를
하나뿐인 재능으로 뽑아냄이 즐겁구나.
 
추위여 낫의 침묵을 휘두르며 달릴 테면 달려라
나는 헛된 弔曲으로 울부짖지 않으리라
비록 땅바닥의 아주 하얀 저 장난질이
모든 자리마다 그 거짓 풍경의 榮華를 거부한다 할지라도.
 
여기서는 어느 과일도 즐기지 않는 내 배고픔은
그 유식한 결여에서 똑같은 맛을 발견한다 :
하나쯤은 향기로운 인간의 육체로 터져나와 빛나거라!
 
우리들의 사랑이 불씨를 뒤적이는 어떤 날개 달린 뱀을 밟고 서서,
내가 더 오랫동안 어쩌면 더 열렬히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 옛날 아마존 여인의 타버린 그 젖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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