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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난해성의 의의와 역할/김신영
2021년 01월 04일 16시 04분  조회:1151  추천:0  작성자: 강려
현대시의 난해성의 의의와 역할/김신영

현대시의 난해성은 늘 왈가왈부하는 논의의 대상이다. 시에 대한 논의가 변방으로 밀려나도 난해성에 대해서만큼은 문단을 달구는 요소가 된다. 그만큼 난해성에 더해지는 문화예술의 창조적 역량과 심화를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라는 시대가 갖는 특성 중에는난해성으로 표출되는 언어와 또한 표현의 다양성으로 논의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대는 시대적인 특성으로 인한 독자적인 언어의 다양성으로 산문시나 소설같은 시의 양산을 부추키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각양각색을 가진 다양한 독자성과 자기목적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시는 더욱 난해성을 추구해 갈 것으로 여겨진다.
유럽의 시들은 난해성을 논할 때 주로 상징주의 시인들을 떠올린다. 엘리어트의 대화시나 보들레르나 말라르메의 시에서 발견하는 의미는 사물의 외적 요소에 대한 것들이라기보다 내적인 요소에 대한 상징이다. 이러한 상징은 각계각층에 영향을 미치는 데 특히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재창조되어 그 의미의 심오함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상징성으로 대표되는 애매성(曖昧性, ambiguity)을 앰프슨은 7가지로 정의하면서 시에서 애매성이 갖는 의미를 역설한 바 있다. 이것은 시의 애매성이 그 미묘한 차이로 인하여 의미의 확장과 풍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복잡성을 제공하여 본래 가진 의미를 확장시켜준다고 하였다. 이러한 애매성이나 상징이 시를 난해하게 하는 요소이다. 그로 인하여 시는 복잡성을 띠면서 의미를 확장하며 그때 내포된 의미로 인해 난해해진다. 이것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시에서 어떤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 장치이다. 그러므로 난해한 시는 자기목적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으며, 난해한 시의 탄생은 결코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말 할 수가 없다. 우연히 난해한 시를 쓴다는 것은 상징이나 모호성을 인정하지 않는 시쓰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난해한 시는 시인의 뚜렷한 자기목적성을 동반하면서 탄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시에서 난해성으로 논의되는 시인들은 대략 이상과 김수영, 김춘수, 김구용, 이승훈, 오규원 그리고 최근에 논의가 활발했던 황병승 등이 있다. 이들의 시도 산문성과 문법의 무시 또는 파괴, 그리고 상징적인 언어의 사용으로 그 난해성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바가 있다. 이 시인들의 시는 우리 문단에 일단락 나름의 공헌을 하였다. 새로운 시를 갈구하는 사회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의 패턴을 제공한 것이다. 독단적인 언어 독법과 새로운 인식의 틀을 구성하면서 파란을 불러일으킨 시가 이상의 「오감도」가 아닌가? 그것은 의미전달과 더불어 존재에 대한 인식의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김수영 시인도 자신의 시를 난해시로 규정하면서 그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기도했다. 김수영의 「꽃잎.1」 이나 황병승의 시 「여장남자 시코구」등은 해석에 있어 여러차례 문단에서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특히 이상의 작품은 시의 진위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으며, 김수영은 난해시가 갖는 특성으로 상징성을 들어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최근 황병승의 작품은 소위 ‘미래파’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평단은 미래파 시에 대한 논의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난해시는 무엇보다도 시의 해석에 대한 난삽함을 드러내면서 더불어 의미의 재생이나 새로운 의미의 탄생이 화두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보니 난해시는 일면 기교중심의 시로 흐른 면도 없지 않아 이 또한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해시는 시의 발달사에 비추어볼 때, 이상 시인을 선두로 꾸준히 다시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된다. 또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난해시는 더욱 늘어난 양상을 보인다. 시인들을 위한 말잔치라고 비판하는 독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시인들은 난해시를 즐기며 또한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술계에서 피카소의 그림은 추상화의 의미와 더불어 난해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미술계는 이미 난해한 미술이 오래전부터 나타나 일반독자와 거리두기를 시도한지가 오래 되었으며 미술은 추상미술이나 입체파로 진화일로에 있다. 그러나 문학계는 책읽기의 난독성을 제기하면서 독자층의 중요성이 확대되어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해시는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독자들은 일반적인 독자가 아닌 시를 이해하는 어느 정도 수준의 이해력을 가진 독자층이다. 그들은 시가 난해해 지는 것을 반긴다. 시가 갖는 신선함과 의외성은 문학의 창조적 역량을 충족시켜주는 까닭이다. 즉, 일반적인 서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세계를 난해시는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난해시가 갖는 문학적 특성이며 의의라고 할 수가 있겠다. 앞서도 논의하였듯이 문학예술의 창조적 역량과 심화는 심오한 정신적인 세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정신적인 세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현대시에서 서정성으로 나타날 때 단순화될 소지가 있으나 난해시는 이를 더욱 정교하게 복잡미묘한 세계를 표현한다. 정신병리적인 현상이나 신경증적인 강박증들이 시에서 표현되기 때문이다.
4 내가 결석한 나의 꿈. 내 위조가 등장하지 않는 내 거울. 무능이라도좋은 나의 고독의 갈망자다. 나는 드디어 거울 속의 나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도 없는 들창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은 자살만을 위한 들창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할 수 없음을 그는 네게 가리친다. 거울 속의 나는 불사조에 가깝다.
5 내 왼편 가슴 심장의 위치를 방탄 금속으로 엄폐하고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 그의 왼편 가슴을 관통하였으나 그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다.
6 모형 심장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
이상의 시제15호에서 하늘의 뜨거운 꼭지점이 불을 뿜는 정오/도마뱀은 쓴다/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여인에게도/쇠줄을 끌며 불 속으로 달아나는 개에게도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코쿠에서 낯선 문법이 등장하면 사회는 열광한다.
 
프랑스의 누벨바그(전통적 영화에 대항해 1957년 태동한 영화운동)도 즉흥연출과 장면의 비약적 전개로 장 뤼크 고다르에게 대단한 영예를 안긴 바 있다. (‘네 멋대로 해라’의 감독으로 누벨바그를 등장시키며 뉴웨이브의 기수로 불렸다. ) 개인의 실존문제를 주로 다루는 이 누벨바그처럼 난해시의 등장은 낯선 문법과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해 난해시는 낡은 것을 밀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상은 주로 개인의 자아를 탐구하면서 새롭고 낯선 규범들을 창조하였다면, 황병승의 시에 등장하는 소수의 대변자인 캐릭터는사회의 탐구를 추구하는 측면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상의 시에는 자아의 분열적 증상이 나타나지만 황병승의 시에는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더불어 신경증적인 반응들이 詩化된다. 어지럽고 복잡한 언어들 속에서 표상화되는 시어들을 살피다 보면 이 넓은 세상에 어지러이 불고 있는 갖가지 바람의 의미를 이해할 듯도 하다. 이것이 난해시의 의미이며 역할이라고 아니겠는가? 이제 난해시에 대한 나름의 논의는 일단락된 것이 아닌가 개인적인 생각을 한다. 난해시도 하나의 조류이며 새로운 현상으로 이미 시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신영 (시인, 문학평론가), 충북 중원 출생 94년 《동서문학》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시집, 문학과지성사, 1996) 『불혹의 묵시록』(시집, 천년의 시작, 2007) 『현대시, 그 오래된 미래』(평론집, 한국학술정보, 2007) 중앙대 국문과 문학박사, 홍익대 등에서 강의
문학서재 : http://ksypoem.kll.co.kr
 
아시아문예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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