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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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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 황정순
2022년 05월 26일 16시 13분  조회:559  추천:0  작성자: 강려
사과
 
황정순
 
 
작은 글씨 속에 채 물 방울이 가시지 않은 포도, 붉으스레한 사과, 빨간 토마토, 검은 점이 박힌 키위, 시원한 한 조각의 수박, 단내 그윽한 참외, 상큼한 오이 중에서 오늘은 어떤 과일이 배달되었을까? 기대하며 현관문을 연다.
종이 쟁반 위에 사과 한 개가 올려져 배달되었다. 아침에 좋다는 사과 한 개다. 언제나 그렇듯 과일 느낌은 신선하다. 은은한 사과향이 풍긴다. 먹음직스럽다. 사과를 정면으로 잡고 전체를 보고 각도를 돌리며 아래 위, 옆을 훑어 본 후 꼭지를 기준으로 반으로 자른다. 또 그 반쪽의 반을 자른다. 한쪽을 밤새 다붙었던 허기진 입술에 갖다 댄다. 입술이 촉촉이 살아난다. 입안에 침이 듬뿍 고인다.
과일 특유의 맛이 조금씩 더해진다. 사과를 쩝 쩝 씹는다. 다른 사과에 비하여 아삭함이 더하다. 퇴비를 듬뿍 넣은 토양에서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자란 과일나무에서 수확한 것 같다. 나뭇잎도 성성한가 보다. 햇빛도 충분히 받은 듯하다. 늦가을 서릿발을 맞은 후 숙성된 사과가 더 깊은 맛을 내고 저장이 오래간다. 그래서인지 과즙이 풍부하다. 향내가 더 진하게 풍긴다. 식욕을 더 많이 유혹한다. 그 맛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삭, 아삭, 아사삭 하며 어금니로 세게 힘을 준다. 사과알갱이 사이를 가르는 과즙 소리가 들린다. 뒷맛이 달착지근하다. 온 몸에 과일 맛이 한 바퀴 돌았다. 역시 비타민은 빠르다. 신선한 몸을 느낀다. 그 여운이 하루를 시작하는 문을 열어준다.
오늘 아침 신문에 배달된 상큼한 시 한 조각을 맛있게 잘 먹었다.  (본지출신 창작문예수필 작가)
 
∣작법 공부∣
 
이 작품은 아침 신문에 게재된 시 작품 감상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소재에 대한 시적 발상이라는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 개념을 실제 작품을 통해서 확인 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대마다 새로운 문예사조가 생겨나는 까닭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방법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돌도끼가 국보대접을 받는다고 해서 지금도 돌도끼를 연장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아무리 7080 시대가 아름다웠던 추억이라 하더라도 소녀시대 보고 왜 7080 노래는 안 부르냐고 불평한다면 손가락질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 바로 수필 관련 이론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갑오경장(1894)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시, 소설, 희곡 등 문학은 물론 미술, 음악, 무용, 그리고 대중예술까지 현대문예사조에 의한 창조적인 예술활동을 통해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10년도 아니고 30년이나 50년도 아닌 무려 1세기 동안이나 ‘붓 가는 대로’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것이 참으로 악몽이 아닌 현실이란 말인가?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아직도 ‘붓 가는 대로’ 운운하고 있는가?
낭만주의 시대에는 워즈워드의 말대로 ‘감정의 폭발적 토로’ 자체가 시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형식이 ‘아!’, ‘오!’의 남발이었다. ‘아! 배달의 민족이여!’, ‘오! 아름다운 금수강산!’ 등이 그 형식적 특징이었다.
그러나 현대시 작법은 정서나 관념도 사물화 하여 형상화 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 현대시 시대도 지나가고 있고,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시라는 것도 막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싶은 이때에, 아직도 우리의 아리랑도 아닌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문학 이론적 정체불명의 ‘붓 가는 대로’를 문학이론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문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현대문학이 그렇다. 온 지구촌이 함께 하는 것이 문학예술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벨문학상을 왜 올려다보고 있는가? ‘붓 가는 대로’를 가지고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다고 생각들 하시는가?
이 작품의 내재적 수필화자 ‘나’는 아침 신문을 기다리며 오늘은 어떤 과일이 배달될까 기대한다. 신문 배달을 과일 배달로 발견하는 소재에 대한 창조적 발견에서부터 창작이 시작된다. 필자는 창작문예수필은 길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강조한다. 시가 길어서 문학의 왕좌 자리에 앉아 있는가? 창작문예수필은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양식의 문학이다. 비유컨대 시가 문학의 왕이라면 창작문예수필은 왕비자리에 앉아있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종결어 “오늘 아침 신문에 배달된 상큼한 시 한 조각을 맛있게 잘 먹었다.”에 의해서 이 작품은 한 편의 산문의 시 작품으로 완결되고 있다. ([창작문예수필 - 작품과 작법 5 ]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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