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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 시모음
2017년 07월 31일 17시 53분  조회:2445  추천:0  작성자: 강려
로버트 프로스트 시모음
 
1874~1963
 
미국의 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교사,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1912년 영국으로 건너갔는데, 그것이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이 되었다.
 
토마스·브룩 등 영국의 시인과 사귈 기회를 얻었으며 그들의 추천으로 첫 시집 《소년의 의지》가 런던에서 출판되었고, 이어 《보스턴의 북쪽》이 출간됨으로써 시인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소박한 농민과 자연을 노래함으로써 현대 미국 시인 중에서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꼽힌다. 일상적인 언어와 익숙한 리듬, 평범한 생활에서 취한 상징을 사용하여 뉴잉글랜드 지방 생활의 평온함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밖의 시집으로는 《산의 골짜기》 《서쪽으로 흐르는 개울》 《표지의 나무》 등이 있다.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고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자작나무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 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 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버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래 있으면
다시 꼿꼿이 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던지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휘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시골 구석에 살기 때문에 야구도 못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낸 장난을 할 뿐이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혼자 노는 어떤 소년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휠 때까지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되풀이 오르내리며 정복하는 소년
그리하여 그는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을
 
그래서 나무를 뿌리째 뽑지 않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무 꼭대기로 기어 오를 자세를 취하고
 
우리가 잔을 찰찰 넘치게 채울 때 그렇듯
조심스럽게 기어 오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닿도록 하면서
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 내린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어잡던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도 돌아가고 싶어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고의로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면서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 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창가의 나무
 
내 창가에 서 잇는 나무, 창가의 나무여
밤이 오면 창틀은 내리게 마련이지만
 
나와 나 사이의
커튼은 결코 치지 않으련다.
 
 
대지에서 치솟은 몽롱한 꿈의 머리
구름에 이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
 
네가 소리내어 말하는 가벼운 말이
모두 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나무여, 바람에 흔들리는 네 모습을 보았다.
만일 너도 잠든 내 모습을 보았다면
 
내가 자유를 잃고 밀려 흘러가
거의 절망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리라.
 
 
운명의 여신이 우리 머리를 마주 보게 한 그 날
그녀의 그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네 머리는 바깥 날씨에 많이 관련되고
내 머리는 마음 속 날씨에 관련되어 있으니.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겠다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재가 여기 서서 눈이 가득 쌓이는
자기 숲을 보고 있음을 못 볼 것이다.
 
 
내 작은 말은, 근처에 농가도 없고
숲이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한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서 있음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내 작은 말은 방울을 흔들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소리라고는 다만 스쳐가는
조용한 바람과 솜털 같은 눈송이뿐,
 
 
아름답고 어둡고 아늑한 숲 속.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자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자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밤에 익숙해지며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빗속을 홀로 거닐다 빗속에 되돌아왔다.
거리 끝 불빛 없는 곳까지 거닐다 왔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저녁 순시를 하는 경관이 곁을 스쳐 지나쳐도
얼굴을 숙이고 모르는 채 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발소리를 죽이고
멀리서부터 들려와 다른 길거리를 통해
집들을 건너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은 나를 부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이별을 알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멀리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높다란 곳에
빛나는 큰 시계가 하늘에 걸려 있어
 
 
지금 시대가 나쁘지도 또 좋지도 않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불과 얼음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거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내가 맛 본 욕망에 비춰 보면
나는 불로 끝난다는 사람들 편을 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파괴하는 데는 얼음도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
나는 증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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