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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도 뚱보를 그린적이 없다"...
2017년 10월 23일 00시 43분  조회:3469  추천:0  작성자: 죽림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1932~


 

보테로가 직접 한국을 찾았을때. 이번에도 그에게 똑같은 질문이 쏟아졌지요. “왜 뚱보를 그리는가?” 그의 그림만큼이나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답변을 기대한 이들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노老화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큼은 정색을 하며 말합니다. “나는 한 번도 뚱보를 그린 적이 없다. 색감과 양감(볼륨)을 중시하다 보니 풍만함이 강조됐을 뿐이다.” 그는덧붙입니다. “내 스타일의 목적은 규모를 키우는 데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형태의 관능성과 풍만함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본인의 개성을 풍만함에서 찾았을 뿐 단순한 재미나 풍자를 위해 ‘뚱보’를 그리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어떤 이는 서운함을 드러냅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자의 입장에서 작가의 진의와 철학을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그림은 두뇌가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뜻과 말, 배경과 생각에 관심을 둘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림 감상이 훨씬 충만해지기 때문이지요. 이제껏 보테로의 그림에서 풍만한 몸매만 보셨다면 이번에는 몸매 대신 여기 소개하는 다른 ‘이야기’들에 귀 기우려 보십시요.


(왼쪽) ‘Rubens and His Wife’, 2005년作, 205×173cm
(오른쪽) ‘After Velazquez’, 2006년作, 205×176cm


1. 도망자 보테로 vs. 기증자 보테로
 콜롬비아에서 나고 자란 보테로는 이런 현실을 한탄하면서 ‘내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했다. 평화를 갈구하는 그 ‘목소리’가 그를 범죄 조직의 표적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 보테로는 그간 수차례 위험에 처했습니다. 1994년에는 보고타에서 납치될 뻔했다가 간신히 탈출했고, 1995년에는 그가 고향 메데인에 새운 조각품 ‘새Bird’가 폭탄 테러로 파괴되었습니다. 보테로는 폭파된 조각품을 제거하지 않고 그 옆에 또 하나의 조각품을 설치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 같은 테러의 위협 때문에 보테로는 콜롬비아에 자주 가지 않습니다. 부득이 가야 할 때는 친구 차와 경찰차를 앞뒤에 두고 움직인답니다. 
콜롬비아가 범죄로 얼룩지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심정은 그림에도 투영됩니다.  ‘거리Street’를 볼까요? 언뜻 보면 사람들이 오가는 일상적인 거리 풍경을 스케치한 것 같지만 서로를 감시하는 듯한 딱딱한 표정의 수녀, 경찰, 정치인, 창녀를 통해 보테로는 권위와 정치에 짓눌리고 경직된 사회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Street’, 2000년作,200×139cm

 

‘말을 탄 남자Man on a Horse’는 또 어떤가요? 포동포동 살찐 말 위에 역시 포동포동 살찐 남성이 올라탄 모습이 피식 웃음을 짓게 하지만 창문을 열고 이 남자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듯한 또 한 명의 남성을 보면 묘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보테로는 서로가 서로의 감시 대상이 되는 독재 체제의 불편함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테로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바티칸의 욕실’이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최고위급 성직자는 욕조에 누워 있는 반면 또 한 명의 성직자는 타월을 들고 욕조 밖에 서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타월을 든 이의 모습을 새끼 원숭이만큼이나 작게 그렸다는 겁니다. 고위 성직자는 백인, 시중을 드는 하급 성직자는 흑인으로 그린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보테로는 이 그림을 통해 로마 가톨릭교회와 라틴 아메리카 가톨릭교회 간의 불평등한 ‘서열’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물론, 이 같은 무거운 메시지에도 보테로의 그림은 따뜻하고 유쾌합니다. 한껏 부풀어 오른 그림 속 인물들 덕분입니다. 범죄 조직에 연루돼 살해를 하거나, 자살을 하는 세태를 꼬집은 ‘자살Suicide’같은 작품에서조차 암울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힘은 ‘애정’에 있습니다. 따뜻한 색감, 빵빵한 몸매의 그림 속 주인공은 무표정하지만 차갑거나 매섭지 않습니다. 보테로는 2000년 콜롬비아의 보고타와 메데인에 있는 미술관에 자신의 조각, 회화 작품 200여 점과 피카소, 모네, 마티스, 샤갈, 미로, 클림트, 르누아르 등의 작품 100여 점을 기증했습니다. 그 답례로 콜롬비아 정부는 보테로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해주었습니다.

 

 

2. 명화에도 주눅 들지 않는 보테로의 자존심과 ‘스타일’
   도슨트는 “흔히 보테로의 그림을 보면 별 생각 없이 쓱쓱 쉽게 그린 것 같지만 그만큼 미술사와 고전에 해박한 사람도 없다. 고전에 대한 치열한 연구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보테로 스타일도 없었을 거다”라고 말합니다. 실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미술 공부를 했습니다. 20세에 ‘해변에서On the Coast’란 작품으로 콜롬비아 살롱에서 2등을 수상한 그는 상금 7000페소를 받는데 이 돈으로 스페인행 여객선의 3등석 표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벨라스케스나 고야 같은 대가의 작품을 공부하지요. 여행객을 대상으로 대작의 모사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 그는 돈이 모이자 파리로 날아갑니다. 루브르 박물관이 목적지였지요. 스페인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작품과 질릴 만큼 실컷 마주한 그는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피렌체로 날아가 조토나 카스타뇨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의 작품을 섭렵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꼿꼿한 주관입니다.


Musical Instruments’, 1998년作, 133×172cm


대가의 작품에 기가 죽을 법도 하지만 그는 “나는 유럽인의 그림을 더 대단하게 상상해왔다. 그러나 작품들의 규모는 나를 실망시켰다”라고 말합니다. 대가의 작품에 주눅 들지 않은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가의 작품을 재해석합니다. 마치 “나에겐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라고 강조하는 듯한 그의 그림들은 볼수록 재미있고 매력적입니다.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를 따라서’를 보지요. 원작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 작품이 원래 얼마나 성스럽고 경건하며 진지한 분위기를 발산하는지 아실 겁니다.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 주변으로 십자가, 신 등의 상징이 가득한 데다 색감도 어두워 무척 엄숙하지요. 보테로는 이러한 분위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전히 바꾸어놓습니다. 풍성한 몸매에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의 남녀가 살포시 손을 잡고 있는 풍경은 어른들의 소꿉놀이처럼 정겹지요. 원작에서는 천장의 샹들리에에 불이 켜져 있지만 보테로는 그 불을 모두 껐습니다. 당시, 샹들리에의 촛불은 결혼을 상징함과 동시에 결혼식을 지켜보는 하느님의 눈을 상징했다는데 보테로는 개의치 않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보테로의 <모나리자>

 

 

 고야의 ‘오수나 공작부인’을 재해석한 ‘고야를 따라서’, 루벤스의 1609년작 ‘페테르 파울 루벤스와 이사벨라 브란트’를 재해석한 ‘루벤스와 아내’ 역시 원본과는 판이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보테로는 그리스・로마 신화에도 정통했지만 이 역시 여느 화가처럼 신성하게 그리지 않았습니다. 덕수궁 미술관 2층에 전시된 ‘에우로페의 남자’를 보세요. 에우로페의 미모에 취한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에우로페를 납치한다는 것이 신화 내용이지만 보테로의 그림 어디에서도 에우로페가 납치당하는 듯한 분위기는 풍기지 않습니다. 몸이 워낙 육중한 데다 나체로 황소의 뿔을 움켜쥐고 있어 되려 에우로페가 황소를 납치하는 듯한 느낌이지요. 보테로는 젊은 시절부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골몰했다고 합니다. 미술사와 대가들의 작품을 열심히 연구한 것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던 거지요. 그의 스타일은 포크나 병, 컵, 의자, 꽃병 같은 소품에서도 나타납니다.

고야를 따라서   2006   캔버스에 유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루벤스와 아내'

 

에우로페의 납치  1998   캔버스에 유채  218x184


3.내 사랑, 라틴 아메리카 
라틴 아메리카! 그의 그림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뜨겁고, 정열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일관되게 투영됐는가를 유심히 보면 그림 감상이 훨씬 풍성해집니다.  ‘벨라스케스를 따라서’를 볼까요? 벨라스케스가 1956년에 그린 작품 ‘흰 옷의 왕녀 마르가리타’가 원본인데 그림 속 인물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원래의 왕녀가 캔버스 가득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보테로가 그린 왕녀는 소녀 분장을 한 아줌마 같은 모습이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분명 흰 옷을 입고 있어야 할 왕녀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귀에는 큼지막한 빨간색 딸기 모양 귀고리를, 머리에는 빨간색 헤어 코르사주까지 하고 있죠. 유럽의 왕녀가 순식간에 라틴 아메리카의 왕녀로 변신한 듯한 모습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흰 옷의 왕녀 마르가리타

 

 술 마시고, 안고, 사랑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는 그네들의 일상을 기분 좋게 묘사한 작품들은 하나하나 라틴 사람들의 삶의 모토인 ‘만자레(먹고), 칸타레(노래하고), 아모레(사랑하고)’를 대변하지요. ‘애인들’이란 작품을 보세요. 털이 복슬복슬한 남자가 앙증맞은 귀고리와 헤어 리본을 한 애인을 꼬옥 껴안고 있습니다. 캔버스를 가득 메운 여성의 풍만한 엉덩이가 살짝 부담스럽지만 어쨌거나 사랑스럽고 따뜻합니다.

 

춤추는 사람들   1999  캔버스에 유채  185x122


 ‘파티의 끝’은 언뜻 야합니다. 침대에 벌러덩 나체로 누워 있는 남자 주변으로 핑크빛 언더웨어를 걸친 여성 두 명과 기타를 연주하는 남성 한 명이 자리하죠. 방바닥에는 브래지어와 담배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요. 하지만 그 모습은 보테로 특유의 따뜻한 색감 덕분에 욕망의 공간이라기보다 파티 공간처럼 보입니다. 이 같은 흥겨움은 소풍을 나온 남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인들,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살짝 가린 욕실의 여인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투우’ 시리즈에서 역시 라틴 아메리카를 향한 보테로의 애정과 그리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보테로는 투우와 굉장히 관련이 깊습니다. 열성적인 투우 팬이던 보테로의 삼촌은 보테로가 최고의 투우사가 되길 원해 그를 투우사 양성 학교에 보내기도 했지요. 비록 투우사 학교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데만 열중했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그는 투우를 향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그 뿌리가 작품에 의미와 진실함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주제라도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그리는 모든 것에 라틴 아메리카의 정신이 깃들길 바란다.” 뚱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을 통해,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매력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우   2006  캔버스에 유채  180x128


 

  El quite, 1988



‘Picnic’, 2001년作, 113×165cm



보테로 작품을 더욱 즐겁게 즐기는 Tip 3
1.야외 조각품 열심히 보기 덕수궁 내 중화문 앞에는 보테로의 거대한 고양이 조형물이 놓여 있다. 류지연 학예사는 왕릉을 지키는 십이지신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중화문 앞에 이 조형물을 세웠다고 한다. 덕수궁 미술관 앞에도 풍만한 여체 조각상 하나가 이 놓여 있다. 보테로는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조각 전시를 할 만큼 조각가로서도 탄탄한 명성을 갖고 있으니까. 그는 샹젤리제에 작품을 전시한 최초의 외국인이기도 하다. 
2.서커스 단원의 표정과 배경 면밀히 보기 이번 전시에서 보테로는 최신작인 ‘서커스’ 시리즈도 여럿 선을 보인다. 이 그림들을 볼 때는 인물과 배경 구석구석을 면밀히 볼 것. 언뜻 행복한 단원들의 모습을 그린 것 같지만 무대 안쪽에서 고독한 표정을 지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는 단원 등 서커스의 슬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다.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 이미지로 쓰인 두 명의 서커스 단원은 언뜻 결혼식을 올리는 남녀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남자 중 한 명이 여자로 분장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슴과 겨드랑이의 무성한 털이 그 증거! 
3.여성의 머리카락이 짧다고 가정하고 보기 보테로의 그림 속 여성을 자세히 볼 것.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귀고리와 머리핀 등이 없다고 가정하고 다시 한번 보면 남성과 별반 다를 게 없음을 알게 된다. 특히 작품 ‘아담과 이브’ 속의 이브는 남성보다 허벅지와 발이 더 크다. 이처럼 보테로는 남녀의 얼굴을 거의 똑같이 그리고, 귀고리와 머리핀 등의 장식적 요소를 통해 성별을 구분하는 것을 즐긴다.

 

 

 

 

 

자화상  1992  193x130

 

 

자화상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 / 2007 / 캔버스 유채

 

 

 

거리 / 2008 /캔버스 유치

 

 

 

고야를 따라서 /  2006 /캔버스 유채

 

 

 

곡예사 / 2008 /캔버스유채

 

 

 

노란꽃(꽃 3연작) / 2006 / 캔버스 유채

 

 

 

루벤스와 아내 / 2005 / 캔버스 유채

 

 

 

마타도르 / 2006 /캔버스 유채

 

 

 

 

모나리자

 

 

 

벨라스케즈를 따라서 / 2006 / 캔버스 유채

 

 

 

서커스 단원들 / 2007 / 캔버스 유채

 

 

 

소풍 / 2001 /캔버스 유채

 

 

 

반 아이크의(아르놀피 부부)를 따라서 / 2006 / 캔버스 유채

 

 

 

악기 / 1998 / 캔버스 유채

 

 

 

얼굴 / 2006 / 캔버스 유채

 

 

 

에우로페의 납치 / 1998 / 캔버스 유채

 

 

 

우는 여인 / 1998 / 캔버스유채

 

 

 

자화상 /  1992 / 캔버스 유채

 

 

 

죽마를 탄 광대들 / 2007 / 캔버스 유채

 

 

 

춤추는 사람들 /  2000 / 캔버스 유채

 

 

 

카드놀이 / 1999 / 캔버스 유채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의 화풍은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라틴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현존하는 라틴 미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


콜롬비아의 대표 작가로 소개된 바 있는 그는 유럽 사조에 휘말리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식 표현 방식의 신형상주의(Neo-Figuration)을 구사하며 라틴 아메리카 일상 문화 체험을 현대적 해석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터질듯한 절대적 볼륨, 보테로식 패러디 등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 세계를 선보이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32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페르난도 보테로는 콜롬비아 작가로는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미술사적 위치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이룬 작가이다. 

콜롬비아의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 메데진이라는 스페인 식민 문화의 잔재가 남아있는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보테로는 세상과 고립되어 정통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18세 때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미술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현대 미술을 접하게 된다. 

세계적인 거장, 피카소(Pablo Picasso)와 지오토(Giotto di Bondone)의 사본을 보게 되면서 형태의 왜곡을 통한 신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이 후 유럽으로 떠나 미술 학교의 정통 교육 과정 대신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거나 분석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현재까지도 미술사 전통 속에 자신을 확인하는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는데 특히 벨라스케스의 견고하고 세밀한 묘사 기법과 고야의 위트 있는 풍자적 표현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내 그림들이 뿌리를 갖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뿌리가 작품에 어떠한 의미와 진실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내가 손을 댄 모든 것이 라틴 아메리카의 영혼으로부터 침투한 것이기를 바란다.” 

이처럼 보테로는 라틴 아메리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 미술과의 접목을 이루어 낸 작가이다. 
어린 시절을 지낸 콜롬비아의 엄격한 시골의 모습과 생활상을 표현하고,

10년 이상 이어진 현대 콜롬비아의 일상의 잔혹함과 마약으로 망가져 가는 고국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묘사로서 ‘폭력’ 이라는 테마를 등장시켰다.

 

자주 사용한 콜롬비아 국기색인 빨강, 노랑, 파랑의 표현 등은 그의 미술 저변에 깔려있는 라틴의 영향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그는 영향을 받은 작가로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를 꼽는다. 
젊은 시절 유럽에서 콜롬비아로 돌아와 열린 개인전에서 평론가들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양식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생계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어렵게 생활하다 결혼과 함께 멕시코시티로 이주했다. 

그 당시 멕시코 벽화운동으로 남겨진 프레스코화들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형태의 왜곡을 사용하는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감각적이고 통통한 데포르마(Deformation),

특히 멕시코 벽화운동의 주요 인물인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형태를 최대한 과장시키는 보테로 양식을 구현하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그의 작업 특징인 데포르마숑 형태는 풍선처럼 터질듯한 형태의 풍만함에서 오는 볼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형태를 증대시키는 것은 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의 관능미와 풍부함을 잘 전달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또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표정과 부동 자세 또는 정면을 향한 시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물의 개성에 집중되지 않고 하나의 극단적 볼륨으로만 존재하기를 원했던 그의 조형세계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기능에 따라 혹은 공간 구성의 필요에 따라 인물의 형태 비율을 자유롭게 구사하는데, 동물이 인형처럼 아주 작은 크기로 표현되거나, 정물들이 크게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을 더 크게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구상에만 머무는 고전주의적 양식이 아니라 현대적 모더니즘의 새로운 신구상주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고유의 색을 파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림자가 거의 표현되지 않는다. 
대신 색을 이용하여 면을 만들고, 그림자 대신 어두운 색 톤을 이용하여 볼륨을 만들어 마무리하는데, 이를 통해 정물이나 인물을 생기 있게 보여준다. 

보테로는 17세기 네델란드의 정물화 걸작들에서 힌트를 얻어 대상의 크기를 확대하고 단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정물을 그렸다고 한다. 

인물과 마찬가지로 정물 표현에서 몰개성적인 특징이 나타나는데, 꽃다발이나 과일들을 화면 중심에 위치하게 하고 비현실적인 배치를 통해 풍만함을 더 강조하기도 한다. 
구형이나 원형 형태로 단순화된 구성 혹은 최소한의 구성으로 주제는 하나의 덩어리로서만 존재한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비례와 환경 설정으로 그의 작품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또한 우리는 고전미술의 패러디 작품에서 그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발견 할 수 있다. 
벨라스케스, 투벤스, 반아이크, 마네, 보나르에 이르기까지 고전작품을 패러디 하거나 
일부를 차용하는 다양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대 미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팝아트 성향의 패러디 작품들과 달리 미술 양식의 원류를 보여주고자 조형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여 보테로식 패러디를 창조해 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양식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결국 신 양식과 구 양식의 혼합을 통해 그의 조형 세계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작업 특성은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에서도 이어진다. 
터질듯한 절대적 볼륨, 이를 입체로 구현시키는 것은 그의 작품 철학의 귀결이라 볼 수 있다. 
1963년부터 볼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후 대형 조각들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청동주물 시스템의 발견으로 대형 야외 조각 설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햇살이 조각에 비추거나 혹은 빗방울이 표면에서 미끄러져 나갈 때의 효과는 그림자와 함께 매끄럽게 흐르는 청동의 선을 환상적으로 연출한다. 
콜롬비아에서 경험한 바로크 양식의 영향으로 대형 동물 형상, 누워있거나 서있는 뚱보여인과 함께 아담과 이브는 특히 조각에서 많이 등장한다. 

필자가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서 받은 감동은 80세를 앞둔 세계적 거장의 진지하되 부지런한 작업 태도였다.

그는 전 세계 주요도시에 본인의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며 그만의 규칙에 따라 봄에는 프랑스 파리, 여름엔 이태리 피에트라산타, 다시 파리로 돌아와 가을 끝 무렵까지 지내다가 겨울에는 뉴욕, 그 후에는 봄까지 몬테카를로의 작업 여정을 돌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젤 없이 작업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작업실의 높은 천정 도르래에 걸려있는 캔버스 천은 시간의 효율성을 위해 그가 고안한 것이다. 

벽에 천을 고정시키고 캔버스 중심에서부터 주제를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구성을 하고 부수적인 이미지를 첨가하며 작업을 완성한다. 
이후 필요 부분만 잘라 캔버스 틀을 만든다.  

그의 자유로운 형태의 변형 스타일이 작업 방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에게 스케치는 스케치로서 존재한다. 
완벽함을 중시하는 그는 드로잉 작업에서도 세밀한 부분까지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다. 

“난 뚱보를 그린 것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확고한 예술 철학을 실험하고 또 다시 창조한다. 
누가 보아도 뚱보를 그린 것이지만 그는 언제나 말한다. 
라틴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그가 앞으로 세계 미술사에 남길 위대한 예술을 기대해 본다.
                                                ---아트저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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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그것이 알고싶다] - "모나리자"는 녀성일가 남성일가?... 2017-11-14 0 2907
445 [쉼터] - 비행기야, 같이 놀쟈... 2017-11-13 0 1318
444 [타산지석] - 국화꽃아, 나와 놀아나보쟈... 2017-11-13 0 1131
443 세계에서 가장 몸값 높은 화가 - 잭슨 폴락 2017-11-10 0 3649
442 [이런저런] - 200만원짜리 그림 = 1800억짜리 그림 2017-11-10 0 2598
441 화가는 갔어도 미술계의 그의 신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2017-11-09 0 1721
440 [쉼터] - 가위질 몇번에 검은색 종이는 살아난다... 2017-11-07 0 1912
439 "누구가가 내 작품을 즐겼다는것에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끝! 2017-11-07 0 1329
438 [쉼터] - "길림시 호랑이왕" 화가 = "동북호랑이왕" 화가 2017-11-07 0 1597
437 "봄을 그리려면 봄의 느낌이 나야"... 2017-11-06 0 2334
436 가장 서민적인것, 가장 거룩한 세계, 가장 현대적인것... 2017-11-04 0 1689
435 화가들도 컴퓨터의 노예가 되고 있더라구ㅠ... 후ㅠ... 2017-11-03 0 2404
434 [쉼터] - 세상은 넓디넓고 세상은 불공평하다... 2017-11-02 0 1236
433 [쉼터] - 세상은 넓디넓고 세상은 매력적이다... 2017-10-31 0 1876
432 시작할 때 기하학적 립체도 수용할줄 알아야... 2017-10-31 0 2026
431 시도 "4분의 3"의 립상이 좋을 듯... 2017-10-25 0 2261
430 예술창작은 자연과 인간의 결정(結晶)에의 충동이다... 2017-10-24 0 2260
429 거꾸로 볼가ㅠ... 삐딱하게 볼가ㅠ... 2017-10-23 0 2264
428 바로 볼가ㅠ... 뒤집어 볼가ㅠ... 2017-10-23 0 4092
427 "봄, 여름, 가을, 겨울 - 사계"로 형상화한 신비로운 인물화 2017-10-23 0 3364
426 화가 다빈치가 자전거를 최초로 발상했다?... 아니다!... 2017-10-23 0 2012
425 유명한 본 종가집 그림은 새끼에 새끼를 낳는걸 알가 모를가... 2017-10-23 0 2297
424 "나는 한번도 뚱보를 그린적이 없다"... 2017-10-23 0 3469
423 7만 = 1억 2017-10-22 0 2497
422 세계 3대 박물관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보다... 2017-10-22 0 1381
421 미술작품과 일상용품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초현실주의 화가... 2017-10-22 0 3625
420 [쟁명] = 세상은 넓고 그림세계는 요지경이다... 2017-10-22 0 2098
419 {쟁명} = "모나리자"는 말이 없다?... 말이 많다!... 2017-10-22 0 2357
418 {쟁명} = 칭찬 일색이던 사회 분위기를 대담하게 뒤번지다... 2017-10-22 0 2863
417 {쟁명} = 아방가르드적 락서 행위도 예술일까???... 2017-10-22 0 1901
416 {쟁명" = "수염 난 모나리자" 시집 잘 가다... 2017-10-22 0 2318
415 꽃은 그 언제나 말이 필요 없다... 2017-10-22 0 1759
414 세상에 버려질 물건이란 있다?... 없다!... 2017-10-22 0 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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