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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시모음
2017년 04월 01일 15시 37분  조회:2842  추천:0  작성자: 강려

보들레르 시모음
 

/ 보들레에르
 
 
 독자에게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와 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철저한 회한을 키우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철저하지 못하네.
고회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차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줄 알고,
좋아라 흙탕질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의 정신을 악의 벼갯머리에서
오래 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게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롱하는 끄나불을 쥔 것은 <악마>이네!
지겨운 물건에게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 묵은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지된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마냥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의 뇌수 속엔 한 무리의 <악마>떼가
백만 마리의 벌레처럼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죽음>의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롭고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폭을 수놓지 않았음은
아아!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하지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 삼킬 것이니.
 
그놈이 바로 <권태>! - 뜻하지 않게 눈물고인
눈으로, 놈은 담배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이 독자여 - 내 동류여, 내 형제여!
 
 
참고  1~2연      작자를 포함한 일반인의 위선적인 종교생활
         3~6년     악마의 유혹과 조정에 의한 타락
         7연         악에 있어서조차 대담하지 못한 왜소한 인간
         8~10연   갖가지 악덕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권태.
         마지막 구에서   독자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듯이 가면을 벗긴 점
        전무후무한 <독자에게> 바치는 시(헌시)라 할 수 있다
 
알바트로스 / 보들레에르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 없는
항해의 동반자인 양 뒤쫒는 바닷새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우스꽝스럽고 가련하게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달린 항해자의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낸다!
 
시인도 폭풍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되네.
 
상응相應 / 보들레에르
 
 
<자연>은 하나의 사원이니 거기서
산 기둥들이 때로 혼돈한 말을 새어 보내니,
사람은 친밀한 눈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리로 들어간다.
 
어둠처럼 광명처럼 광활하며
컴컴하고도 깊은 통일 속에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처럼
香과 色과 음향이 서로 응답한다.
 
어린이 살처럼 싱싱한 향기, 목족처럼
아늑한 향기, 목장처럼 초록의 향기있고,
--- 그 밖에도 썩은, 풍성하고 기승한 냄새들.
 
정신과 육체의 앙양을 노래하는
용연향, 침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확산력을 지닌 향기도 있다.
 
원수 / 보들레에르
 
 
 
내 청춘 한갓 캄캄한 雷雨였을 뿐
여기 저기 눈부신 햇살이 뚫고 비쳤네.
천둥과 비가 하도 휘몰아쳐 내 정원에는
빠알간 열매 몇 안 남았네
 
나 지금 思想의 가을에 닿았으니,
삶의 갈쿠리를 들고 다시 긁어 모아야지,
홍수가 지나며 묘혈처럼 곳곳이
커다란 웅덩이들 파놓았으니.
 
누가 알리. 내가 꿈꾸는 새로운 꽃들이
모래톱처럼 씻긴  이 흙 속에서
활력이 될 신비의 양분을 얻을지를?
 
-- 오 괴로워라! < 시간>은
생명을 파먹고, 심정을 갉는 정체모를 <원수>는
우리 흘리는 피로 자라며 강대해지는구나!
 
인간과 바다 /보들레에르
 
 
자유인이여, 언제나 너는 바다를 사랑하리!
바다는 네 거울이니, 너는 그 파도의
끝없는 전개 속에 네 넋을 관조하노니.
네 마음 또한 그보다 덜 쓰지 않도다.
 
너는 즐겨 네 영상 품안으로 뛰어드나니,
눈과 팔로 그것을 포옹하며 네 가슴은
그 길들일 수 없는 야생의 비탄소리에
때로 자신의 들끓음을 잇는구나.
 
그대 둘이 모두 침침하고 조심스러워,
인간이여, 아무도 네 심연의 바닥을 측량 못했고,
오 바다여, 아무도 네 속의 재보를 모르나니.
그토록 그대들 악착스리 비밀을 지키는구나.
 
그런데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두고
그대들은 무자비하고 가책 없이 서로 싸우니,
그토록 살륙과 죽음을 사랑하는가
오 영원의 투사들 어쩔 수 없는 형제여!
 
아름다움 / 보들레에르
 
 
나는 아름다워라, 오 덧없는 인간들 ! 돌의 꿈처럼,
저마다 거기서 상처입는 내 유방은
질료처럼 영원하고 말 없는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게 되어 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네.
백조의 순백에 백설의 마음을 결합하고,
선을 흔들어 놓는 움직임을 싫어하며
나는 울지 않고 결코 웃지도 않네
 
우뚝 솟은 기념물에서 빌은 듯한
내 당당한 태도 앞에 시인들은
준엄한 연구로 그들의 세월을 탕진하리!
 
이 고분고분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서
만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거울을 가졌네.
내 눈, 영원의 광택을 지닌 커다란 내 눈을!
 
패물 / 보들레에르
 
 
내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은 알몸이었고,
내 마음을 알기에 오직 잘 울리는
보석만을 지녀, 그 호화로운 노리개로
행복한 나날의 모오르의 노예처럼 의기양양하도다.
 
노리개 흔들리며 쟁쟁 조롱하는 소리낼 때,
금속과 보석으로 찬란한 그 세계에 나는
넋을 잃고 황홀하여, 음향과 빛이 뒤섞이는
물건들을 나는 미칠듯이 사랑하리.
 
그녀는 몸을 뉘어 사랑에 내맡기고,
안벽을 향하듯이 그녀 쪽으로 치밀어오르는
바다처럼 깊고 감미로운 내 사랑을
긴 의자 위에서 흐믓한 미소로 맞는고야.
 
길들인 호랑이처럼 나를 지긋이 치켜보며,
막연하고 꿈꾸는 듯한 모습으로 자태를 꾸며,
그 음탕함가 결합된 천진난만함이
그녀의 갖가지 변모에 새로운 매력을 준다.
 
그녀 팔과 다리며, 허벅지며, 허리가,
기름으로 닦인 듯 반지르르 백조인양 파동치며,
명석하고 조용한 내 눈 앞을 지나간다.
그녀 배와 유방, 내 포도넝쿨의 그 송이송이는
 
악천사들보다도 더욱 아양떨며 나아가며
내 마음 푹 놓인 안식을 뒤흔들려 들고
조용하고 외로이 앉았던 수정의 바위에서
내 마음을 밀어내려 하는구나.
 
새로운 화법으로 앙띠오쁘의 음부를
애숭이 상반신에 연결한듯 하여,
그토록 그녀 몸매는 골반을 드드러지게 하네
그 황갈색 안색에 화장도 희한한지고!
 
-- 이윽고 램프도 꺼지기로 체념하고,
벽난로 장작불만이 방안을 비추기에.
거기서 타오르는 한숨을 내뿜을 때마다
호박빛 피부를 피로 물들인다!
 
이국 향기 異國 香氣 / 보들레에르
 
 
가을 날 더운 저녁녘에 두 눈 딱 감고,
네 화끈한 젖가슴의 내음 들이 마실 때,
단조로운 태양의 불길에 현혹된
행복한 바닷기슭이 눈앞에 전개되는구나
 
자연이 야릇안 나무들이며 맛있는
과일을 주는 게으른 섬 하나.
날씬학 억센 육체의 사내들,
솔직한 눈매가 놀라운 여자들.
 
네 체취로 하여 매혹적인 풍토로 이끌려,
아직 바다의 풍랑에 지쳐빠진
둧이며 돛대로 꽉찬 항구를 나는 보네
 
한편, 공중에 풍기며 내 코를 부풀게 하는
초록의 따마린느 향기가 내 넋 속에
선원들의 노래에 섞여 스며드는구나
 
깊은 심연 속에서 / 보들레에르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빕니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 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잠들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프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혼돈>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 속에 잠길 수 없는
더 없이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 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
 
흡혈귀 / 보들레에르
 
 
신음하는 내 가슴에
비수의 일격처럼 박힌 너.
아귀 떼처럼 억센것이. 치장하고 지랄스럽게 와서.
 
 
욕된 내 정신을 네 잠자리
네 영지로 만드는 너.
--중죄수가 사슬에 메이듯이
내가 매어있는 더러운 계집아.
 
끈질긴 도박꾼이 도박에 메이듯,
술주정뱅이 술병에 매이듯.
구더기에 썩을 짐슴 시체가 매이듯.
--망할 년, 망할 년아!
 
날쌘 검이 일격이 내 자유를
싸워 얻을 수 있도록 나는 빌었고,
믿지 못할 독약에게 내 비겁함을
구해달라고 나는 말했지.
 
오호라! 독약과 검은
나를 멸시하여 말했어 --
"저주받은 노예생활에서
널 끌어낼 보람도 없어.
 
머저리야! --- 만약 우리 애써
널 그년 질곡에서 해방시킨다면,
네 입맞춤으로 네 흡혈귀의
송장을 되살려 놓을 게다!
 
오늘 저녁 무엇을 / 보들레에르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겠나, 가엾은 외로운 넋이여,
내 가슴, 전에 시들은 가슴, 무엇을 말하겠나,
그 성스러운 시선이 별안간 너를 다시 꽃피게 한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지극히 사랑스런 그녀에게!
 
-- 그녀 찬송함을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 위신의 부드러움만한 것 이 세상에 없어라.
그녀 정신적인 육체 <천사들>의 향기 지니고,
그녀 눈길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이건 또는 고독 속이건,
거리에서건 혹은 군중 속이건,
그녀 환상 햇불마냥 공중에서 춤추네.
 
그 환상 때로 입 열어 이르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날 위해 어직 <美>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천사요, 詩神이자 마돈나이니라!"
 
썩은 짐승의 시체 / 보들레에르
 
  
 
          그토록 따스한 이 아름다운 아침에
우리가 본 물건이 생각나는가, 귀여운 그대여,
          오솔길 구비 조약돌 섞인
강 벌 위에 더러운 썩은 짐승 시체가,
 
          음탕한 계집처럼 공중에
가랑이를 벌리고, 지글지글 타며 독액 흘리며,
          데면데면하고 뻔뻔스럽게
발산물로 꽉 찬 배때기 열어제치고 있었지.
 
          태양은 그 썩은 것 위에
알맞게 익히려는 듯 내려쪼이며,
          그것이 한때 맺어 지닌 일체를
골백번 불려 <대자연>에 돌려주려는 듯,
 
          하늘은 그 희한한 잔해를
꽃이 피어오르듯이 굽어보고 있었지.
          하도 악취가 진동하여
너는 들판에 실신하여 쓰러질 듯 했지.
 
그 썩는 배 위에 파리떼 웅웅거려,
거기서 검은 구더기에 쏟아져 나오며
         그 산 누더기를 따라
텁텁한 점액처럼 흘러내리더구나.
 
         그 모든 것 파도처럼 오르내려,
혹은 팔닥팔닥 내닥치니, 몸뚱이가 마치
         흐릿한 바람결에 부풀어
골백으로 불어나며 살아가는 듯.
 
       그 세계 흐르는 물과 바람처럼
야릇한 음악을 들려 주나니
        혹은 키질꾼이 율동적으로
키 안에 넣고 까부는 낟알같더라.
 
         형태들은 사라져 한 갓 꿈일 뿐,
잊혀진 화폭에 도도히 떠오를 소묘
         그것은 오직 예술가가
추억을 더듬어 비로서 완성하리.
 
         바위들 뒤에 불안스레 암캐 놈이
성난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지.
          그 해골에서 놓친 고깃덩이
놈이 되찾을 기회를 노리면서.
 
           -- 하지만 그대 역시 언젠가
이 오물같으리, 이 끔직스런 부패물 같으리.
           내  문의 별, 내 천성의 태양,
그대 나의 천사, 나의 정열이여 !
 
           암 ! 그렇게 되리. 우아스런 여왕이여,
그대 종부성사 받은 연후, 잡초며
           기름진 꽃들 밑으로
뼈다귀를 사이에 끼어 썩으러 갈 때면.
 
            그때는, 오 나의  미녀여,
너를 입맞춤으로 뜯어먹을 구더기에게 말하라.
            우리 피괴된 사랑의 원형과
그 거룩한 본질을 내게 간직했다고.
 
 
가을의 노래 / 보들레에르
 
   1
 
 
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 발랄한 볕이여 !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오는구나
 
겨울은 온통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 --
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
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
한갓 얼어붙은 덩어리 되어지리.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기울리니,
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
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의 끊임없는 연타에
와르르 무너지는 탑과도 같아라.
 
그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선가
부랴부랴 관에 못질하는 듯 ---
누구의 관을? ---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
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 양 울리는구나.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 빛이 좋아
따사로운 미녀여, 나 오늘은 모든 것이 쓰디 써서
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찬연한 태양만 못해.
 
허지만 사랑해 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궂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 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 그 한 순간의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간의 수고를 !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스런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 여름 그리며. 이 늦 가을의
따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 주오!
 
음울 / 보들레에르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 위에
무겁게 내리덮은 하늘이 뚜껑처럼 짓누르니
지평선의 틀을 죄어 껴안고, 밤보다도 더욱
처량한 어두운 낮을 우리에게 내리부을 때
 
대지가 온통 축축한 토굴감옥으로 변하고,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마냥 벽들을 두들기며, 썩은 천장에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치며 떠돌 때,
 
내리는 비 광막한 빗발을 펼쳐
드넓은 감옥의 쇠격자처럼 둘러칠 때,
더러운 거미들이 벙어리떼를 지어
우리 뇌 속에 그물을 칠 때면,
 
별안간 종들이 맹렬하게 터져 울리며
하늘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니.
흡사 고향을 잃고 떠도는 정령들이
끈질기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듯
내 넋 속을 느릿느릿 줄지어 가는구나.
<희망>은 꺽여 눈물짓고 잔인 난폭한 <고뇌>가
내 푹 숙인 두개골 위에 검은 기旗를 꽃는다
 
지나가는 여인에게 / 보들레에르
 
 
주위에선 귀가 멍멍해지게 거리가 노호하고 있었지.
상복 차림의 날씬한 여인이 엄숙한 고뇌의 모습으로,
꽃무늬 레이스와 치마자락을 화사한 손으로
살짝 쳐들어 흔들며 지나갔었지,
 
조상彫像같은 다리로 민첩하고도 고상한 걸음으로,
나는 머리가 돈 사람인 양 부르르 떨며.
태풍이 싹트는 납빛 하늘같은 그녀 눈에서
넋을 빼는 감미로움과 뇌살의 쾌락을 마셨어,
 
번갯불 -- 그리고 어둠! 그 시선이 홀연
날 되살려 놓곤 한 순간에 지나친 미녀여,
영원의 저승이 아니고는 다시는 못볼 것인가?
 
딴곳, 아득히 멀리! 이미 늦었지! 아마 영원히 못만나리!
그대 사라진 곳 나 모르고, 내 가는 곳 그대 알지 못하니,
오 내가 사랑할 수도 있었을 그대. 오 그것을 알고 있던 그대였거늘 !
 
살인자의 / 보들레에르
 
 
아내가 죽었어, 난 자유야!
그러니 실컷 마실 수 있지.
전엔 한푼 없이 돌아올 때면
그년 고함에 신경이 갈기갈기 찢겼지.
 
이제 난 왕처럼 행복해.
공기는 맑고, 하늘도 희한한지고---
내가 년에게 반하게 된 것도
그래 이런 여름철이었지!
 
가슴을 찢는 이 지독한 갈증
그걸 풀려면 아마도
그년 무덤을 채울 만큼의
술이 필요할 껄, --줄잡은 말은 아니지;
 
실은 년을 우물 속에 던졌거든,
그리고 그 위에다 우물 변두리
돌들을 모조리 밀어넣기까지 했것다.
-- 잊을 수 있담 잊고 싶으이!
 
무엇으로도 우릴 떼어놓을 수 없는
우리 애정의 맹서를 위해서
우리 사랑의 도취의 멋진 시절처럼
다시 화해하기 위해서
 
난 그날 밤, 년에게 컴컴한
길가에서 만나자고 애원했것다.
년이 왔어! ---미친 것이!
다소간에 우리 모두가 미쳤거든!
 
무척 지친 꼴이었지만 년은
아직도 예쁘더군! 그리고 난 또
너무나 년을 사랑했지 ! 그래서
말한 거야 "이승에서 꺼져라!"고.
 
이 내 맘을 이해할 놈 아무도 없어.
이 머저리 주정뱅이들 중 단 한 놈이라도
병에 찌든 밤마다 술로 수의를 삼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쇠로 만든 기계인 양
불사신의 이 불한당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일찌기
참사랑을 안 적이 없어.
 
그 응큼하게 홀리는 마술이여,
아비규환의 다급한 불안의 연속,
그 독약의 병들이며, 그 눈물
그 쇠사슬과 해골 부딪는 소리나는 사랑을!
 
--이제 난 자유롭고 외톨이구나!
오늘 밤 난 죽도록 취하리라.
그땐 두려움도 회한도 없이
땅바닥 위에 벌떡 누울테다.
 
그리곤 개처럼 잠들리라!
돌이며 진흙따윈 실은
육중한 바퀴의 달구지건,
미친 듯 질주하는 貨車건,
 
죄많은 내 머릴 짓이기든가
한 허리를 동강내도 무방하리,
그까짓 일, 난 신이나 악마나
聖卓처럼 일체 개의치 않거든!
 
흡혈귀의 변신 / 보들레에르
 
 
이때 여인은 숯불 위의 뱀처럼
몸을 빌빌 꼬고, 코르셋 철골 위에
유방을 짓이기며, 딸기같은 붉은 입으로
흠뻑 침향 배인 말을 흘려보냈다.
 --- "나로 말하자면, 젖은 입술로 침대 속에서
옛 시대의 양심을 잃게하는 비의秘義를 알고 있어.
내 압도적인 유방 위에선 어떤 눈물도 말려주고,
늙은이들도 어린애같이 웃게 해요.
홀랑 벗은 내 알몸을 보는 이에겐
달이 되고, 태양, 하늘, 별이 되어주지!
귀여운 학자님, 나는 하도 관능에 통달해서,
무서운 팔 안에 사내를 꽉 껴안을 때,
혹은 소심하고도 음란하며 여리고도 억센 내가
내 웃도리를 깨무는 대로 내맡길 때면,
넋을 잃은 이 육체의 깔포단 위에선
정력 잃은 천사들로 지옥에라도 떨어질 지경!"
 
그녀가 내 뻐마다 온통 골수를 빨아내고,
내가 사랑의 키스를 돌려주려 나른한 몸을
그녀쪽으로 돌렸을 때, 눈에 띈 것은
오직 고름으로 꽉찬 끈적끈적한 가죽푸대뿐!
등골이 오싹하여 두눈 딱 감았다가
환한 불빛 속에 다시 떴을 땐,
내 곁에 피로 꽉 채운 듯한 억센
마네킹같은 여체는 간곳 없고,
해골 조각들이 뒤섞여 떨고 있었으니,
그 소리 풍향계의 삐거덕 소린가,
아니면, 쇠막대기 끝에서 겨울밤 동안
바람에 흔들리려 간판이 울리는 소린가
 
애인들의 죽음 /보들레에르
 
 
우리는 가벼운 향기로 가득찬 침대
무덤처럼 움푹한 쿠션을 마련하리라.
우릴 위하여 더욱 아름다운 하늘 밑에
피는 신기한 꽃들로 장식선반 위에 꽂으리.
 
우리 둘의 심장은 다투어 마지막 열을
다하여 타는 두개의 거대한 햇불이 되어,
쌍 거울같은 우리 두 정신 속에
그 이중의 빛을 반영하리라.
 
장미빛과 신비로운 푸른 빛의 어느날 밤에,
우리는 긴 흐느낌처럼 이별의 정 가득한
단 한번의 번개불을 주고 받으리.
 
그 후 <천사>가 문을 방긋이 열고
들어와 충실하고도 즐거운 기색으로
흐린 거울과 죽은 불길을 되살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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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연못위로, 계곡위로 
山, 숲, 구름, 바다위로, 
太陽넘고, 에테르氣層을 넘어 
머얼리 星圈의 경계를 넘고 넘어 

내 精神이여, 그대 날쌔게 움직여 , 
파도속에 넋잃은 名 水永手인양, 
깊고 가없는 공간을 形言못 할 
雄健한 환락으로 즐거이 헤쳐 나가는 고야 

이 病든 毒氣속에 멀리 멀리 날아가, 
上層의 氣流속에 너를 淨化하고, 
마셔라, 순수무구의 神酒인 양, 
투명한 空間 가득 찬 맑은 불을. 

안개 낀 生存을 짓누르는 괴로움과 
광대한 슬픔일랑 뒤에 두고 
억센 날개로 밝고 淸明한 들을 향해 
솟구쳐 내 닫는 자 행복할거나. 

그의 理念, 종달새처럼, 아침녘에 
天空으로 자유로이 飛翔하는 者, 
-- 삶 위를 감돌며 힘 안들이고 꽃들과 
말없는 事物들의 말을 깨닫는 者, 幸福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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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천박한 세기가 낳은 썩어 빠진 산물인, 
그림 장식 둘러싸인 저 미인도 아니요, 
긴 구두 신은 발도, 까스타네뜨 끼운 손가락도 아니리, 
나 같은 사람의 마음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위황병 시인 가바르니에게나 맡기어 두자, 
병원에나 드나드는 수다스런 그 미인들의 무리는. 
그 파리한 장미꽃들 중에는 
내 새빨간 이상을 닮은 꽃은 찾아 낼 수 없을 것이니. 

심연처럼 깊숙한 이 마음에 필요한 것은, 
그대로다, 맥베스 부인이여, 죄악 겁내지 않는 굳센 넋, 
폭풍우의 풍토에 꽃핀 에실르의 꿈이여, 

그렇쟎으면 너, 우람한 [밤], 미켈란젤로의 딸이여, 
[거인]들 입에 길들여진 그 젖가슴을 야릇한 자세로 조용히 비트는 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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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어떤 물건도 꿰뚫고 나오는 
강렬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도 뚫으리라. 
동양서 건너온 손궤, 상을 찡그리고 
삐걱삐걱 소리지르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곰팡 냄새 코를 찌르는 
먼지 낀 컴컴한 옷장을 열면, 
옛 추억 간직한 낡은 향수병 눈에 띄는 수 있어 
옛 사라의 넋 생생하게 되살아 거기서 용솟음친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거기 온갖 생각이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 오른다, 
하늘색으로 물들고, 장미빛으로 칠해지고, 금빛으로 장식되어. 

거나한 추억 이제 흐린 공중에 
펄럭거린다. 눈울 감는다. 현기증이 
녹아 떨어진 넋을 움켜잡고 두 손으로 밀어뜨린다, 
인간의 장로 어두어진 심연 쪽으로. 

그리고 천년 묵은 심연가로 쓰러뜨린다. 
거기에, 스스로 수의를 찢는 라사로 모양, 
썩고 음산한 그리운 옛사랑의 닮은 송장이 잠깨어 꿈틀거린다. 

그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련한 낡은 향수병 모양, 늙고, 먼지가 끼고, 
꾀죄죄하고, 천하고, 끈적거리고, 금이 가서, 
으슥한 옷장 구석에 내던져졌을 때, 

나는 네 관이 되리, 사랑스런 독기여! 
네 힘과 독성의 증인이 되리 
천사가 마련한 사랑하는 독약이여! 
나를 좀먹는 액체, 오, 내 마음의 생살권자(生殺權者)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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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한 번, 꼭 한 번, 사랑스럽고 정다운 사람이여, 
당신의 미끈한 팔이 
내 팔에 기대었다(내 넋의 어두운 밑바닥에서 
그 추억은 스러지지 않는다). 

밤은 이슥하였다. 새 메달과 같이 
보름달은 하늘에 걸리고, 
장엄한 밤은 강물처럼 잠든 
파리 위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들을 따라, 대문 아래로,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빠져 나갔다, 
귀를 쫑그리고, 또는 정다운 사람의 혼백처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별안간, 휘멀건 달빛 아래 피어난 
허물 없는 친밀감 속에, 
쾌활한 소리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풍부한 악기, 당신 입에서, 

빛나는 아침 군악 소리 울리듯 
명랑하고 즐거운 당신 입에서, 
구슬픈 가락,야릇한 가락, 
비틀거리며 새어나왔다, 

마치 가족들이 부끌워서, 세인의 눈을 피하려고, 
남 몰래 오랫동안 굴 속에 
숨겨 두었던, 허약하고 험상궂고, 음산하고, 
꾀죄한 계집애같이. 

가엾은 천사여, 당신 목소린 가락 높이 노래 불렀다, 
[이승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리 정신 써서 꾸며 보아도, 언제나, 
사람이 이기심은 드러나는 법. 

미인 노릇 하기란 힘이 드는 일, 
억지 웃음 지으며 
흥겨워하는 어리석고 쌀쌀한 무희의 
진부한 일과 같은 것. 

사람들 마음 위에 집을 세움은 바보짓거리,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조리 깨져버린다, 
마침내는 [망각]이 치룽 속에 집어던져 
[영원]의 손에 돌려줄 때까지는!] 

나는 때때로 회상하였다 , 그 황홀한 달을, 
그 적막, 그 울민을, 
그리고 가슴 속이 고해실에서 속삭인 
그 무서운 고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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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루벤스, 잊음의 강, 게으름의 뜰, 
사랑이란 엄두도 못할 싱싱한 살의 베개, 
그러나 거기엔 삶이 끊임없이 흘러들고 용솟음친다, 
하늘에 바람처럼, 바다에 밀물처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침침하고 그윽한 거울, 
거기 사랑스런 천사들, 신비에 싸인 
상냥한 미소지으며, 그들의 나라를 닫는 
빙하와 소나무 숲 그늘에 나타난다. 

렘브란트, 신음소리 가득찬 음산한 병원, 
장식이라곤 단 하나의 커다란 십자가상, 
눈믈 섞인 기도가 오물에서 풍기고, 
겨울 햇빛 한 주리 쏜살처럼 스친다. 

미켈란젤로, 흐릿란 곳, 보아하니 
헤라클레스의 무리 그리스도의 무리와 어룰리고, 
억센 유령들 벌떡 일어나 땅거미의 어둠 속에 
손가락 뻗쳐 저희들의 수의를 짓찟는다. 

권투가의 노여움도, 목신의 뻔뻔함도, 
온갖 천인들의 미를 잘도 그러모을 수 있어던 그대, 
자존심에 부푼 너그러운 마음, 노랗게 허약한 사나이, 
쀠제, 그대는 죄수들의 우울한 제왕. 

와또, 이것은 사육제, 숱한 신사 숙녀들이, 
나비처럼, 찬란하게 이리저리 거닐고, 
상데리아 불빛 아래 산뜻한 배경은 
소용돌이치는 무도장에 광란을 퍼붓는다. 

고야,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찬 악몽, 
마녀의 잔치판에 삶아지는 태아며, 
거울들여다보는 노파와, 마귀를 홀리려고 
양말 치켜올리는 빨가숭이의 아가씨들과. 

들라크루아, 악천사 넘나드는 피의 호수, 
거기에 전나무 숲 언제나 푸른 그늘 던지고, 
음침한 하늘 아래, 야릇한 군악 소리, 
웨버의 가쁜 한숨인 양 흘러 간다. 

이 모든 저주와 요설과 한탄, 
황홀과 외침과 눈물과 찬송가, 
그것은 수천의 미로에서 되울려 오는 메아리 소리, 
마침내 죽어가야 할 인간에의 거룩한 아편! 

그것은 수천의 보초들이 되풀이하는 고함소리, 
수천의 메가폰 통해 전달되는 명령의 소리, 
그것은 수천의 성 위에 밝혀진 등대불, 
깊은 숲 속 헤매는 사냥꾼들의 부르짖음! 

왜냐하면 주여, 이야말로 진정, 
우리의 존엄을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증거, 
이 뜨거운 흐느낌은 내게로 흘러내려 
그대의 영원의 강 언덕에 스러져 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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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은 흔히 나를 바다처럼 사로잡는다! 
파리한 내 별을 향하여, 
안개낀 궁륭 아래 또는 아득한 구중천에, 
나는 돛을 올린다. 

바람 품은 돛처럼 가슴을 활짝 펴고 
허파를 부풀리고, 
나는 기어오른다, 밤이 가리워 주는 
겹치고 겹친 물결의 등을. 

나는 느낀다, 괴로와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내 속에 떨고 있음을. 
순풍과태풍, 그리고 그 진동이 

가이 없는 바다 위에 
나를 흔들어 준다. 또 때로는 잔잔한 바다, 
그것은 내 절망의 커다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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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에게 


스페인 취미의 봉납물(奉納物) 

[마돈나], 내 임이여, 나 그대 위해 세우리 
내 고뇌의 안쪽 깊숙이 지하의 제단을, 
그리고 내 가슴 속 가장 으슥한 구석에, 
이승의 욕망과 비웃는 눈길 멀리 떠나, 
하늘색 금빛으로 온통 단장한 벽감을 파서, 
희한한 그대의 [성상]을 세우리. 
수정의 운(韻) 솜씨 좋게 별처럼 아로새긴 
순금의 그물, 냉다듬은 [싯귀] 가지고, 
그대의 머리를 위해 커다란 [관]을 만들어 바치리. 
그리고, 오, 불사신 아닌 [마돈나]여, 내 [질투]를 가지고 
그대에게 [외투]를 마르재어 드리리, 새암으로 
안감을 넣은, 딱딱하고, 묵직한, 미개인식 [외투]를, 
파수막처럼 그대 매력을 그 속에 가두어 두도록, 
[진주] 아닌 내 [눈물] 모두 모아 수를 놓아서! 
그대 [옷]으론 떨며 물결치는 내 [욕망]을 입히리, 
내 [욕망]은 솟아올랐다 내려갔다, 
봉우리에선 간들거리고, 골짜기에선 쉬며, 
그대의 하얀 장미빛 온 몸을 입맞춤으로 싼다. 
나는 내 [존경]을 가지고, 거룩한 그대의 발 밑에 밟힐 
고운 미단 [신]을 그대에게 지어 올리리. 
그것은 부드러운 포옹 속에 그대의 발을 감싸 주고, 
변통 없는 거푸집처럼 그대의 발 모양을 간직하리. 
내 온갖 정성 어린 기술을 가지고도 
그대 [발판]으로 [은달(銀月)]을 새기지 못하며는, 
내 오장육부 깨무는 [뱀]을 그대 발꿈치 아래 
갖다 놓으리, 그대 짓밟고 비웃도록, 
제도의 은혜 넘쳐 흐르는 승리의 [여왕]이여, 
증오와 독액이 온 몸에 가득친 저 괴물을. 
그대는 보리라, 나의 온갖 [생각들]이, 꽃으로 장식된 [동정(童貞) 
여왕]의 제단 앞에 느어선 [촛불]처럼, 
파랗게 칠한 천장을 별처럼 비추면서, 
불타는 눈으로 언제나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나는 몸과 마음 다하여 그대를 사랑하고 숭배하기에, 
모든 ㄳ이 [안식향]과, [훈향], 그리고 [유향]과 [몰약]이 되고, 
새하얀 눈 봉위 그대르 향해, 폭풍우 실은 
내 [정신]은 [아지랭이]되어 끊임없이 솟아오르리.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 [마리아]의 구실을 
다 갖추어 주고 , 사랑에 잔인을 뒤섞기 위해, 
오 서글픈 쾌락이여! 한많은 [사형 집행리] 나는, 
일곱 가지 [중죄] 가지고 서슬 푸른 일곱 자루의 
[칼]을 만들어, 사정 없는 요술자처럼, 
그대의 사랑 가장 깊숙한 곳을 과녘 삼아, 
팔딱거리는 그대 [염통]에 모조리 꽂으리라, 
흐느끼는 그대 [염통]에, 피흐르는 그대 [염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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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슬픔 


오늘 저녁 하염 없이 달은 꿈꾼다, 
포개 놓은 보료 위에, 잠들기 전에, 
가냘픈 손 기신 없이 젖가슴 언저리를 
어루만지는 미인의 모습을 하고, 

사태지는 보드라운 비단결 위에, 
숨져가듯 멍청하게 등을 기대고, 
꽃피듯이 푸른 하늘 솟아오르는 
하얀 그림자를 둘러다 본다. 

시름없이 지쳐서, 땅덩이 위에, 
슬그머니 눈물을 흘러 보내면, 
잠과는 원수진 가엾은 시인, 

단백석 조각처럼 영롱하게 반작이는 
파리한 달의 눈물 손 안에 길어, 
해의 눈 못 미치는 가슴 속에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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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 


나에게 이야기하자, 오 요염한 여인이여! 
네 젊음 치장하는 가지가지의 아름다움으. 
어린 티와 성숙함이 한데 어울린 
네 아름다움 너에게 그려 보이자. 

펑퍼짐한 치맛자락 바람에 펄럭이며 걸어 나갈 때, 
너는 흡사 난바다로 나가는 아름다운 배, 
나른하고 느슨한 즐거운 리듬을 타고 
갸우뚱거리면서 돛 달고 간다. 

포동포동한 굵다란 목, 오동통한 어깨 위에, 
네 머리는 거들거린다, 야릇한 귀염 풍기며.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도 양양하게 
너는 길을 간다, 의젓한 아이. 

너에게 이야기하자, 오 요염한 여인이여! 
네 젊음 치장하는 가지가지의 아름다움을. 
어린티와 성숙함이 한데 어울린 
네 아름다움 너에게 그려 보이자. 

물결 무늬 옷을 밀고 불쑥 솟은 젓가슴, 
자랑스런 네 젓가슴은 아름다운 찬장이여, 
둥그스름한 윤나는 그 널판은 
방패처럼 번갯불 받아 번득거린다. 

장미색 젖꼭지 내세우고 도전하는 방패여! 
달콤한 비밀 간직한 찬장, 술과 향료와 음료, 
가지가지의 맛좋은 것 가득차 있어,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 꿈나라로 실어 갈 찬양이여! 

펑퍼짐한 치맛자락 바람에 펄럭이며 걸어 나갈 때, 
너는 흡사 난바다로 나가는 아름다운 배, 
나른하고 느슨한 즐거운 리듬을 타고 
갸우뚱거리면서 돛 달고 간다. 

조촐한 네 다리는 차고 가는 치맛자락 아래서 아른거리고 
어슴푸레한 욕망 출썩거리고 부추긴다. 
깊숙한 단지 속에 검은 마약을 
휘저어 반죽하는 두 마녀와 같이. 

나어린 장사쯤 깔볼 만도 한 네 팔은 
살가죽 번득이는 왕뱀의 검질긴 적수, 
애인의 모습 가슴팍에 새기려듯이, 
아귀차게 껴안도록 만들어진 것. 

포동포동한 굵다란 목, 오동통한 어깨 위에, 
네 머리는 거들거린다, 야릇한 귀염 풍기며.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도 양양하게 
너는 길을 간다, 의젓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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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의 찬가 



그대 구천에서 왔는가, 나락에서 왔는가,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고도 신성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함께 퍼부으니, 
그대는 가히 술에도 견줄 수 있도다. 

그대는 눈 속에 석양과 서광을 간직하고, 
소낙비 내리는 저녁 모양 향기를 풍긴다. 
그대의 입맞춤은 미약, 그대의 입은 술단지, 
영웅을 맥빠비게 하고 어린이를 씩씩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심연에서 솟아났는가, 별에서 내려 왔는가? 
홀린 [운명]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를 따른다. 
그대는 마구 기쁨과 슬픔은 흩뿌리고, 
모든 것을 다스리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주검을 비웃으며 그위를 걸어간다. 
그대 보석 중에는 역시 [공포]가 매력 적지 않고, 
살인은, 그대의 가장 값비싼 패물 속에서, 
그대의 거만한 배 위에 아리따이 춤춘다. 

눈 어린 하루살이 그대 촛불에 날아가, 
바작바작 타면서도 말한다, [이 횃불에 영광 있으라!] 
정부의 몸에 몸 기대고 몸 헐떡이는 사나이는 
제 무덤 어루만지는 빈사자와도 같도다. 

그대 하늘에서 왔건 지옥에서 왔건 무슨 상관, 
오[아름다움]이여! 끔찍하고도 무서운 숫된 괴물이여! 
그대의 눈과 미소, 그리고 발이 나에게 
내 그리는 알지 못한 [무한]의 문을 열어만 준다면? 

악마한테서 왔건 하느님한태서 왔건 무슨 상관? 천사든 
사이렌이든 무슨 상관,ㅡ빌로오드의 눈을 가진 선녀여, 
율동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내 단 하나의 여왕이여! 
그대, 세계의 추악, 시간의 중압을 덜어만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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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란시스까에의 찬가 



새로운 줄로 그대를 노래하리, 
오 내 마음의 고독 속에 
살랑 살랑 나부기는 어린 나무여. 

그대 꽃다발을 몸에 감아라, 
온갖 죄악 씻어 주는, 
오 조촐한 여인이여! 

자비로운 [망각의 강]물처럼, 
몸에 자력 감도는 
그대의 입맞춤 마시련다. 

궂은 정열의 폭풍 
모든 길에 휘몰아칠 때, 
그대는 나타났다, 여신이여! 

고통스런 파선을 당했을 때 
발견한 구원의 별과도 같이...... 
이 마음 그대 제단에 바치리! 

적에 넘치는 연못이여, 
다문 입술을 열어다오! 

그대는 추한 것은 불사르고, 
거친 것은 골라 놓고, 
약한 것은 굳히었다! 

굶주릴 땐 나의 숙소, 
어두울 땐 나의 등불,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다오, 

나에게 힘을 북돋워다오, 
기분좋은 향료로 향긋한 
다사로운 목욕이여! 

내 허리 둘레에 빛나라, 
오 성수에 적신 
순결의 갑옷이여. 

보석을 아로새긴 잔, 
짭짤한 빵, 맛좋은 음식, 
오, 신의 술, 프란시스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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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대로 


[저 불거진 검은 바위 위로 바닷물 치밀어 오듯 
그 야릇한 슬픔 어디서 당신에게 밀려 오는가?] 이렇게 당신은 말하였지. 
ㅡ 우리 마음이 한 번 추수가 끝난 뒤에는, 
삶은 괴로움. 그것은 누구나 다 아는 비밀, 

그것은 명백한 고통, 아무런 신비도 없고, 
당신의 기쁨처럼 누구 눈에도 빤한 것. 
그러니 더 묻지 마오, 호기심 많은 미인이여! 
당신 목소린 부드럽지만, 입을 다무오! 

입을 다무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언제나 즐거운 여인이여! 
어린애 같은 웃음 짓는 입이여! [죽음]은 [삶]보다도 
더 자주 미묘한 줄로 우리들을 붙잡는다. 

아 제발 내마음 허망에 취해, 
아름다운 꿈결처럼 당신의 고운 눈 속에 잠겨, 
그 눈썹 그늘 아래 길이 잠자게 하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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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 


이토록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기에는, 
시지프스여, 그대의 용기가 필요하리라! 
아무리 일에 골몰하여도, 
[예술]은 길고 [시간]은 짧다. 

이름난 묘지에서 멀리 떨어져, 
호젓하고 외딴 무덤을 향해, 
내 가슴은 사뭇 장송곡 친다, 
은은히 울리는 북과도 같이. 

숱한 보석은 잠잔다, 
어둠과 잊음 속에 파묻혀, 
곡괭이도 측심기(測深器)도 안 닿는 곳에. 

숱한 꽃들은 한슬이 풍긴다, 
비밀처럼 달콤한 향기, 
저 그윽한 적막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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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어둡고 답답한 밤에 
어떤 착한 예수꾼이, 자비심에서, 
어느 옛 폐허의 그늘 아래 
뽐내던 그대 몸을 묻어 준다면, 

하늘의 아련한 별들 
졸리는 눈꺼풀 감고, 
거미가 거기에 줄치고, 
독사가 새끼칠 무렵, 

일년내 그대는 들으리, 
벌받은 그대의 머리 위에, 
늑대의 구슬픈 울음소리, 

굶주린 마녀의 울부짖음, 
음란한 영감의 장난, 
엉큼한 도독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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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들짐승의 눈을 가진 천사들처럼, 
그대 규방에 되돌아 와서 
검은 밤의 어둠을 타고 
살그머니 그대 곁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나는, 갈색의 여인이여, 
그대에게 주리라, 달빛과 같은 
싸늘한 입맞춤을, 구멍 둘레를 
기어다니는 뱀의 애무를. 

희번한 아침 동녘에 트면, 
내 자리 빈 것을 그대는 보리, 
저녁까지 그것은 싸늘하리라. 

남들이 애정으로 그러하듯이, 
그대 목숨과 그대 젊음에, 
나는 동포로써 군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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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 


당신은 맑은 장미빛 아름다운 가을의 하늘! 
그러나 슬픔은 내 가슴에 바닷물처럼 물밀어 오고, 
썰물이 나갈 때에는. 샐쭉한 내 입술에 
씁쓸한 진흙의 쓰라린 추억을 남긴다. 

허탈한 내 가슴을 그대의 손이 더듬어 본들 소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대 손이 찾는 건 벌써 
여자의 사나운 이빨과 손톱으로 헐어 빠진 곳. 
내 심장 찾지 마오, 이미 짐승들이 먹어 버렸다. 

내 가슴은 군중들에 짓밟혀 쇠잔한 궁전, 
사람들 거기서 주정을 하고, 서로 죽이고, 머리칼으 움켜 잡는다! 
향기는 감돈다, 당신의 벌거벗은 앞가슴 언저리에!...... 

오 [아름다움]이여, 넋의 가혹한 채찍이여, 그대는 그러기를 바라겠지! 
향연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그대 눈으로, 
깡그리 태워 버려라, 짐승들 먹다 남긴 이 누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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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나는 오랜 동안 드넓은 회랑 아래 살아 왔도다. 
바다의 태양은 수천의 불빛으로 그것을 물들이고, 
곧고 장엄한 큰 기둥이 즐비하게 늘어서, 
곧고 장엄한 큰 기둥이 즐비하게 늘어서, 
저녁이면 그것은 흡사 현무암의 동굴이었다. 

물결은 하늘의 그림자를 바다 위에 뛰놀게 하고, 
그 풍부한 음악의 전능한 화음을 
내 눈에 비치는 석양 빛 속에 
엄숙하고 신비롭게 섞어 주었다. 

거기야말로 내가 살아 온 곳, 고요한 일락(逸樂) 속에, 
창공과 파도와 찬란한 햇빛 가운데, 
향기 듬뿍이 배어든 발가벗은 노예들에 둘러싸여서. 

그들은 종려 잎새 부채삼아 내 이마를 식혀 주고, 
내 가슴 괴롭히는 번뇌의 비밀을 
깊이깊이 파고드는 것만이 그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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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중 


옛날의 승원은 그 널따란 벽을 
거룩한 [진리]의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귻을 보고 사람들의 신앙심은 북돋워지고, 
엄숙한 찬 바람도 누그러졌다. 

그리스도가 뿌린 씨앗 꽃피던 그 시절엔, 
지금은 그이름도 모를 한둘 아닌 명승이, 
장례의 마당을 아뜰리에 삼아, 
순박하게 [죽음]을 찬미하였다. 

ㅡ 내 넋도 하나의 무덤, 이 못난 중은, 
허구한 세월, 거기서 헤매며 살고 있으나, 
이 끔찍한 승원의 벽을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는다. 

오, 게으른 중이여! 언제나 나는, 
내 슬픈 비참으로 생생한 광경을 꾸미기 위해, 
내 손에 일거리 주고 내 눈에 즐거움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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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의 찬가 



그대 구천에서 왔는가, 나락에서 왔는가,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고도 신성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함께 퍼부으니, 
그대는 가히 술에도 견줄 수 있도다. 

그대는 눈 속에 석양과 서광을 간직하고, 
소낙비 내리는 저녁 모양 향기를 풍긴다. 
그대의 입맞춤은 미약, 그대의 입은 술단지, 
영웅을 맥빠비게 하고 어린이를 씩씩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심연에서 솟아났는가, 별에서 내려 왔는가? 
홀린 [운명]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를 따른다. 
그대는 마구 기쁨과 슬픔은 흩뿌리고, 
모든 것을 다스리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주검을 비웃으며 그위를 걸어간다. 
그대 보석 중에는 역시 [공포]가 매력 적지 않고, 
살인은, 그대의 가장 값비싼 패물 속에서, 
그대의 거만한 배 위에 아리따이 춤춘다. 

눈 어린 하루살이 그대 촛불에 날아가, 
바작바작 타면서도 말한다, [이 횃불에 영광 있으라!] 
정부의 몸에 몸 기대고 몸 헐떡이는 사나이는 
제 무덤 어루만지는 빈사자와도 같도다. 

그대 하늘에서 왔건 지옥에서 왔건 무슨 상관, 
오[아름다움]이여! 끔찍하고도 무서운 숫된 괴물이여! 
그대의 눈과 미소, 그리고 발이 나에게 
내 그리는 알지 못한 [무한]의 문을 열어만 준다면? 

악마한테서 왔건 하느님한태서 왔건 무슨 상관? 천사든 
사이렌이든 무슨 상관,ㅡ빌로오드의 눈을 가진 선녀여, 
율동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내 단 하나의 여왕이여! 
그대, 세계의 추악, 시간의 중압을 덜어만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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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장맛달]은 온 도시에 화를 내어 
항아리째 주욱주욱 퍼붓는다, 
이웃 묘지의 파리한 주민에겐 음산한 추위를, 
안개낀 교외에는 죽음의 그림자를. 

내 고양인 마룻바닥에 깔고 잘 짚을 찾으며 
옴오른 여윈 몸을 쉬지 않고 흔들고, 
늙은 시인의 혼은 홈통 속을 헤매며 
추위 타는 허깨비의 구슬픝 소리 지른다. 

종소리는 울부짓고, 연기 나는 장작불은 
파닥파닥 소리 질러 감기든 괘종에 반주하는데, 
또 한편에선, 수종병 걸려 죽은 노파의 유산, 

꼬리한 냄새 코를 찌르는 한 벌의 트럼프 속에, 
멋쟁이 하트의 잭과 스페이드의 퀴인, 
음침하게 지난 날의 사랑을 소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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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2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도 더 많은 추억을 지니고 있다. 

계산서에 시의 원고, 연애 편지에 소송 서류, 
사랑의 노래, 게다가 또 영수증에 돌돌 말린 
무거운 머리털 등이 가득찬 서랍 달린 육중한 장롱보다도 
내 슬픈 두뇌는 훨씬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다. 
공동 묘지보다도 더 많은 주검을 간직하는 곳. 
- 나는 달마저 싫어하는 끔찍한 묘지, 
기다란 구더기떼 회한처럼 우글거리고, 
내 사랑하는 주검을 향해 언제나 끈덕지게 추격을 한다. 
나는 시든 장미로 가득찬 낡은 도장방, 
유행에 뒤떨어진 가지가지 물건들 흩어져 있고, 
우수에 잠긴 파스텔 그림과 색 바랜 부셰의 그림만이 
마개 빠진 [향수병]의 냄새를 맡고 있다. 
절름절름 끌어 가는 세월보다도 지리한 것은 없다, 
겹치고 겹친 눈 잦은 해의 무거운 눈송이 아래 
음울한 무관심의 열매인 권태 
불멸의 모습 띠고 퍼져 가기에. 
- 이제부터 너는, 오! 물질이여, 
어렴풋한 공포에 싸여, 안개 낀 사하라 사막 
저 안쪽에 족고 있는 화강암에 지나지 않다. 
무심한 세상 사람 아랑곳않고, 지도에서도 버림을 받고, 
그 사나운 심사 오직 저무는 햇빛에만 
노래 부르는 늙은 스핑크스에 지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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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3 



나는 마치 비오는 나라의 임금, 
부유는 하지만 무기력하고, 젊기는 하지만 늙어빠져서, 
사부(師傅)의 조아림도 거들떠 보지 않고, 
개에도 싫증나고 다른 짐승에도 싫증이 났다. 
아무것도 그의 마음 즐겨 주지 못한다, 
사냥감도, 매도, 노대 앞에 죽어 가는 백성마저도. 
고임받은 어릿광대의 우스꽝스런 노랫가락도 
이 야멸찬 환자의 이맛살 펴지 못한다. 
백합꽃 무늬 아로새겨진 그의 침대는 무덤으로 바뀌고, 
군주라면 아무나 홀딱 반하는 화장계의 궁녀들 
제 아무리 음란한 화장법을 찾아 보아도 
이 젊은 해골에서 미소 하나 끌어 내지 못한다. 
그에게 금덩이 만들어 주는 학자마저도 
그 몸에서 썩은 독소를 뽑지 봇했고, 
로마에서 전해 와, 권력자들이 
만년에 그리웧는 저 피의 목욕으로도 
이 마비된 송장은 데울 길 없었다. 
거기엔 피 대신 푸른 [망각의 강] 물이 흐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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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4 



나직한 하늘은 뚜껑처럼 무겁게 쳐져 
허구한 권태에 신음하는 마음을 짓누르고, 
둥그런 지평(地平) 한 아름에 껴안고 
밤보다 음침한 검은 햇빛을 퍼붓는다. 

땅 위는 축축한 토굴로 바뀌고, 
우리의 [희망]은 박쥐와 같이, 
겁 많은 날개로 담벽을 치고 
썩은 천장에 대가리 부딪치며 날아서 간다.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 빗발은 
널따란 감옥 창살을 방불케 하고, 
한 떼의 꾀죄죄한 말없는 거미들 
우리 골 속에 와서 그물을 친다. 

그때에 불현듯 종소리 요란스럽게 일어 
하늘 향해 아우성친다, 
줄기차고 꾸준하게 푸념을 하는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과 같이. 

-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는 기다란 영구차들은 
내 넋 속에 천천히 줄지어 가고, 
[희망]은 패하여 울고, 포학스런[고뇌]는 
숙여진 내 머리에 검은 기를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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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맛 


예전엔 싸움을 좋아하던 답답한 정신이여, 
[희망]은 네 정열을 박차로 부채질하였으나, 
이젠 너를 걸터타려 하지 않는다! 스스럼 없이 드러누워라, 
장애마다 비트적거리는 이 늙다리 말이여. 

체념하여라 내 마음아, 짐승의 잠을 자거라. 

지쳐빠진 패잔의 정신이여! 늙은 겁탈자 너에겐 
사랑도 이제 아무 맛없고, 다툴 기운도 없다. 
그럼 잘가라, 나팔의 노래도 피리의 한숨도! 
쾌락이여, 이 토라진 침울한 마음 이젠 꾀지 말아라! 

화려한 봄도 이미 향기를 잃었도다! 

그리고 [시간]은 시시각각 나를 삼키어 간다, 
그치쟎고 내리는 눈이 굳어진 몸을 묻어가듯이. 
나는 하늘 높이서 둥근 땅덩이 내려다 보나 
내 몸 가리울 한 채의 오막살이도 찾지 않는다. 

눈사태여, 나도 또한 너와 함께 휩쓸어 가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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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나는 작가의 파이프예요. 
아비시니아 또는 카프라리아 여자와 같은 
새카만 내 얼굴 들여다보면, 
우리 주인 골초인 줄 당장 알지요. 

주인 양반 고민이 막심하며는, 
나는 뻐끔뻐끔 연기 쁨지요, 
일하고 돌아오는 농부를 위해 
저녁밥 준비하는 초가집처럼. 

불타는 내 입에서 솟아오르는 
한들거리는 푸른빛 그물 속에서 
그이 넋을 껴안고 재워 주지요. 

그리곤 세찬 향기 감돌게 하여 
주인 마음 황홀케 하고 
고달픈 머리 풀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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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에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리, 가엾고 외로운 넋이여. 
내 전에 시든 가슴, 무엇을 말하리. 
그 성스런 시선이 어느날 그대를 다시 환하게 한 
너무나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가장 사랑스런 그녀에게! 


---그녀를 칭송함에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의 유연함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녀의 정신에 싸인 육체는 천사의 향기를 지니고 
그녀의 눈길은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에서나 외로움 속에서나 
거리에서나 군중 가운데서나 
그녀의 환상은 햇불처럼 빈 하늘에서 너울거리네. 


그 환상이 가끔씩 부탁하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오직 나를 위해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 천사요, 뮤즈이자 마돈나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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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시계! 공포와 비정의 불길한 귀신, 
그 손가락은 우리를 으르며 말한다, [잊지말라! 
떨리는 [고뇌]의 화살은 두려움에 가득찬 
네 가슴에 머지않아 과녁처럼 꽂히고, 

[즐거움]은 아른아른 지평선 저너머로 스러지리라, 
마치 공기의 요정이 무대 안쪽으로 사라지듯이. 
누구에게나 철철이 주어진 환락, 순간은 순간마다 
네게서도 그것을 한 도막씩 집어 삼킨다. 

한 시간에도 삼천 육백 번, [초(秒)]는 속삭인다, 
잊지말라! 벌레 같은 목소리로 
재빨리 [현재]는 말한다, 나는 [과거]다, 
더러운 내 대롱으로 네 목숨을 빨아 올렸다! 

리멤버! 수비앵.뚜아! 낭비자여! 에스또 메모르! 
(내 금속성 목청은 온갖 나라말을 다 한다.) 
시시덕거리는 인생이여, 촌음(寸陰)은 모암(母岩), 
금을 추려 내기 전에는 버리지 말라! 

잊지말라!, [시간]은 욕심 많은 노름꾼, 
속임수 안 쓰고도 번번이 이긴다는 걸! 그것은 철칙이로다. 
낮은 줄어들고 밤은 늘어난다, 잊지말라! 
심연은 항상 목이 마르고, 물시계엔 눌이 떨어진다. 

미구에 시간이 울리리니, 그 때가 되면 거룩한 [우연]도, 
아직 처녀인 네 아내, 존엄한 [절개]도, 
그리고 [회한]마저도(오! 마지막 주막집이여!) 
모든 것이 너에게 말하리, 뒈져라,비겁한 늙다리여! 
때는 벌써 늦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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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해조 



이제 한창 줄기 위에 하늘거리며 
꽃마다 향로처럼 방향 풍기고, 
소리와 향기 저녁 하늘을 돌고 돌아, 
우울한 원무, 답답한 어지러움! 

꽃마다 향로처럼 방향 풍기고, 
비올롱은 흐느끼는 서러운 마음인가, 
우울한 원무 답답한 어지러움! 
하늘은 슬프고 아름다와, 대제단처럼. 

비올롱은 흐느끼는 서러운 마음인가, 
애틋하게 그리는 이 마음, 막막한 허무의 밤을 싫어하기에! 
하늘은 슬프고 아름다와, 대제단처럼, 
해는 스스로 엉기는 피 속에 잠기어 들고. 

애틋하게 그리는 이 마음, 막막한 허무의 밤을 싫어하기에, 
찬란한 과거의 유물 샅샅이 긁어 모은다! 
해는 스스로 엉기는 피 속에 잠기어 들고...... 
그대 추억은 내 가슴에 성체합처럼 번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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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머쟎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라, 너무나도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 
나는 벌써 듣노라, 처량한 소리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 소리를. 

노염과 미움, 떨림과 두려움, 그리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에 되돌아 오면, 
내 심장은, 극지의 지옥 비추는 태양처럼, 
한낱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나는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 
교수대 세우는 소리인들 이토록 은은하지는 않으리라. 
내 저이신은 지킬 줄 모르는 육중한 파성 망치에 
허물어지는 탐과도 같도다. 

이 단조로운 우릴 소리에 나는 뒤흔들리며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질하는 소리를 듣는 듯하다. 
누구를 위함일까? ㅡ 아,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이 왔구나! 
저 신비로운 소리는 출발처럼 울린다. 



나는 사랑하노라, 갸름한 당신 눈에 비치는 파르스름한 빛을, 
정다운 미인이여, 하지만 오늘 내게는 모든 것이 슬프고,아무것도, 당신 사랑도, 
규방도, 난로도, 
바다 위에 반짝이는 내양만 못한다. 

그렇지만 사랑해 다오, 다정한 사람이여! 어머니가 되어다오, 
은혜 저버린 사람에게도, 심술궂은 사람에게도. 
애인이여 또는 누이여, 빛나는 가을 날의 또는 저무는 해의 잠시의 다사로움 되어 다오. 

덧없는 인생이여! 무덤은 기다린다, 허기진 무덤은! 
아! 당신 무릎 위에 내 이마 올려 놓고, 
따가운 흰 여름을 그리워하며, 
만추의 따스한 노란 햇빛을 맛보게 하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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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네트 


그대의 수정처럼 맑은 눈은 나에게 말한다, 
[얄궂은 애인이여, 그대는 대관절 무얼 보고 나를 좋아 하는가?] 
ㅡ 잠자코 그저 귀엽기만 하여라! 태고적 짐승들의 
순박함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성가신 내 마음은 

그 끔찍한 비밀을 그대에게 보이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불꽃으로씌어진 그 서글픈 전설도, 
그 고운 손 나를 흔들어 오래 오래 잠들게 하는 요람이여. 
나는 정열을 미워한다, 그리고 정신은 나를 아프게 한다! 

우리는 그저 조용히 사랑하자. [사랑의 신]은 
제 은신처에 몰래 숨어서 운명의 활을 당긴다. 
나는 그의 무기를 안다, 그 낡은 병기고에 있는 것은, 

죄악과 공포, 그리고 미친 지랄! ㅡ 오, 파리한 마르그리뜨 꽃이여! 
나처럼 그대도 또한 가을의 해가 아닌가, 
오, 나의 새하얀, 나의 쌀쌀한 마르그리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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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검 


달팽이 들끓는 기름진 땅에 
스스로 깊은 구멍을 파고, 
내 낡은 뼈 한가로이 거기에 눕혀 
망각 속에 잠들자, 물결 속에 상어와 같이. 

나는 유언도 싫고 무덤도 싫다. 
죽어서 남들의 눈물 빌기보다는 
차라리 살아서 까마귀 불러 
내 더러운 해골 빈틈 없이 쪼아 먹이자. 

오 구더기! 귀도 없고 눈도 없는 검은 친구들이여, 
보라, 자유롭고 즐거운 주검 너희들 찾아 왔다. 
너희들 방탕한 철학자, 부패의 아들들이여, 

자 거리낌 없이 내 송장 파들어 가고, 
주검들 틈에 죽어 있는 넋없는 이 늙은 몸에 
말하라, 아직도 무슨 고통 남아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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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통 


[증오]는 파리한 다나이드의 물통 
미쳐 날뛰는 [복수]가 붉고 억센 그팔로 
죽은 사람의 피눈물을 큰 통에 길어 
캄캄한 빈 통 속에 아무리 부어 넣은들 소용이 없다. 

[악마]는 그 깊은 통 밑바닥에 남몰래 구멍을 뚫어,< 
수천 년의 땀과노력은 거기서 새어 나간다, 
[복수]가 비록 휘행자들에 목숨을 주어, 
송장들을 되살려 그 피를 짜낼지라도. 

[증오]는 술집 안에 도사린 주정뱅인가,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른다, 
자르면 자를수록 돚아오르는 레르느의 칠두사(七頭蛇)처럼 

- 그러나 술꾼은 다행히 곤드라질 줄이나 알겠지마는, 
[증오]는 서글프게도 아예 팔자 타고나기를 
탁자 아래 쓰러져 자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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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하늘 


그대 눈에는 아지랭이 아른거리고 있는 것 같다. 
신비로운 그대의 눈은(그것은 푸른 빛일까, 잿빛일까, 또는 초록빛일까?) 
때로는 정다웁고, 때로는 꿈꾸는 듯, 또 때로는 매정하여, 
무심하고 파리한 하늘을 비추고 있다. 

그대를 보면 생각난다, 저 희고 미지근한 흐린 날들이, 
홀린 마음들 눈물 속에 잠기는 저 날들이, 
가슴을 쥐어 짜는 알 수 없는 고통에 속을 태우며, 
카랑카랑 잠깬 신경이 잠자는 정신을 비웃는 때에. 

그대는 때로 안개 자욱한 계절, 햇빛이 불태우는 
저 아름다운 지평선을 닮아 보인다...... 
흐린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에 불타오르는 
젖은 풍경과 같이, 오 그대는 번쩍거린다! 

오 위험한 여인이여, 오 매혹적인 풍토여! 

나 또한 그대의 눈과 네 서리마저 사랑하여, 
얼음과 칼보다도 더욱 날카로운 쾌락을 
혹독한 겨울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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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판화 


이 괴상한 유령의 몸에 걸친 건 오직, 
그 해골의 이마 위에 얄궂게 올려 놓은 
서육제 냄새 나는 끔찍한 왕관. 
박차도 없고 채찍도 없이 그는 말을 휘몰아 간다. 
이 신비로운 노둔한 말도 그와 같은 하나의 곡두, 
지랄병 걸린 듯이 콧구멍에서 거품을 뿜는다. 
그들은 다 같이 허공을 질러 내달리며, 
무모한 발굽으로 광막한 천지를 짓밟는다. 
기사가 그의 말이 짓바수고 가는 이름 없는 
군중의 머리 위에 환도를 휘두르며, 
궁궐을 둘러 보는 왕처럼 돌아다니는 것은, 
희멀건 흐린 햇빛 아래, 고금의 억사를 통해 
온갖 사람들 고이 잠들어 있는, 
지평도 없는 아득하고 싸늘한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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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고 방황하는 


말하라, 아가뜨여, 그대 마음은 때때로 날아가는가, 
더러운 도시, 이 검은 대양(大洋)을 멀리 떠나서, 
처녀성처럼, 푸르고,밝고, 그윽한, 
찬란하게 빛나는 또 하나의 대양을 향해? 
말하라, 아가뜨여, 그대 마음은 때때로 날아가는가? 

바다는, 드넓은 바다는 우리의 노고를 위로해 준다! 
무슨 귀신이 바람소리 요란스런 거대한 풍금을 
반주 삼아 목 쉰 소리로 노래하는 저 바다에 
자장가의 그 희한한 재주를 태어 주었나? 
바다는, 드넓은 바다는 우리의 노고를 위로해 준다! 

나를 데려 가라, 수레여! 나를 실어가라, 돛단배여! 
멀리! 멀리! 여기 진창은 우리 눈믈로 이루어진 것! 
-아가뜨의 슬픈 마음이 때로는 정말 이렇게도 부르짖는가, 
멀리 데려 가라, 회한에서, 죄악에서, 고통에서, 
나를 데려 가라, 수레여, 나를 실어 가라, 돛단배여? 

아, 너는 멀기도 하다, 향기로운 낙원이여, 
거기선 밝은 창공 아래 모두가 오직 사랑과 기쁨, 
거기선 사랑하는 건 모두 사랑을 받을 만한 것, 
거기선 사람의 가슴이 맑은 쾌락 속에 잠긴다! 
아, 너는 멀기도 하다, 향기로운 낙원이여! 

그러나 어린 사랑의 푸른 낙원은, 
달음박질은, 노랫소리는, 입맞춤은, 꽃다발은, 
언덕 뒤에서 떨린 비올롱의 가락은, 
저녁에 숲 속에서 들이마신 포도주 잔은, 
-그러나 어린 사랑의 푸른 낙원은, 

은밀한 즐거움이 넘쳐 흐르는 맑은 낙원은, 
이제는 벌써 인도와 중국보다도 더 멀어졌는가? 
아 구슬픈 소리 질러 그것을 되불러 오고, 
은 같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되살릴 수는 없을까, 
은밀한 즐거움이 넘쳐 흐르는 맑은 낙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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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되는 공포 


그대의 운명처럼 파란 많은 
저 얄궂은 납빛 하늘에서, 
무슨 생각이 그대의 빈 마음에서, 
내려오는가? 대답하라, 바람둥이여. 

애매한 것과 모호한 것을 
악착같이 갈망하는 나는 
로마의 낙원 쫓겨난 
오비드처럼 푸념하진 않으리. 

서덜처럼 찢겨진 하늘, 
네 속에 내 오만한 모습 미치고, 
거대하고 황량한 네 먹구름은 

내 꿈 실어가는 영구차, 
네 어슴푸레한 빛은 
내 마음이 즐기는[지옥]의 반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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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연금술 


어떤 사람들은 제 정열로 너를 비추고, 
또 어떤 사람은 네 속에 제 슬픔을 담는다, [자연]이여! 
어떤 사람은 [무덤]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른 사람은 [삶과 빛!]하고 말한다. 

나를 도우면서도 언제나 나를 
으르는 알 수 없는 헤르메스여, 
그대는 나를 세상에도 슬픈 연금사 
미다스 같은 사람으로 만든다. 

그대에 의해 나는 금은 쇠로 
천국을 지옥으로 바꾼다. 
수의로 변한 구름 속에 

나는 정든 이의 시체를 보고, 
하늘의 강 언덕에 
거대한 석관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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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의 회한 



검은 미인이여, 새카만 대리석으로 만든 
무덤 속 깊이 그대 잠들어, 
잠자리와 집이라곤 비에 젖은 땅 속과 
움푹 패인 굴 밖에 없을 때, 

무덤들이 겁 많은 그대 가슴을 짓누르고 
멋스런 무기력에 길든 그대 옆구리 짓눌러, 
그대의 염통 뛰놀고 바라지 못하게 하고, 
그대의 발을 쾌락 쫓아 달리지 못하게 할 때, 

내 끝없는 몽상에 귀 기울일 무덤은, 
(무덤은 언제나 시인을 알아 줄 것이니) 
잠 이루지 못할 저 우람한 밤에, 

그대에게 말하리, [설익은 논다니여, 망령들 한탄하는 까닭을 
너는 모르고 있었거니 그게 이제야 무슨 소용?] 
ㅡ 그리고 구더기는 회한처럼 그대 살갖을 쏠아 먹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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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술은 아무리 초라한 오두막집도 
기적처럼 호화롭게 장식하고, 
그 붉은 김의 금빛 속에 한둘 아닌 
허깨비의 회랑을 솟아오르게 한다, 
흐린 하늘에 저물어가는 태양과 같이. 

아편은 무궁한 것을 더욱 넓히고, 
무한을 늘이고, 
시간을 깊이고, 음락을 파고들어가고, 
답답하고 서글픈 쾌락으로 
부피에 넘치도록 넋을 채운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그대 눈에서 흘러 내리는 
독만 못하다, 그대의 푸른 눈, 
나의 넋 떨며 거꾸로 비치는 호수...... 
내 꿈은 떼지어 가서, 
그 바다의 쓴 물에 독을 축인다. 

그것은 모두 나를 깨무는 그대의 침의 
마력만 못하다, 그대의 침은 
내 넋을 뉘우침 없이 망각 속에 잠그고, 
현깃증 띠우면서, 
죽음의 강변으로 허탈한 넋을 굴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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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 


추억의 샘, 애인 중의 애인이여, 
오 그대는 내 기쁨의, 내 의무의 전부! 
회상해 보라, 애무의 아름다움, 
노변의 다사로움, 저녁의 매력, 
추억의 샘, 애인 중의 애인이여! 

숱불이 밝게 비추는 저녁, 
장미빛 놀 뒤덮은 노대의 저녁, 
아, 포근하던 그대의 가ㅡㅁ! 다정하던 그대의 마음! 
우리는 자주 불멸의 것들을 이야기했다, 
숯불이 밝게 비추는 저녁. 

따뜻한 저녁 태양은 아름답고! 
공간은 그윽하고! 마음은 굳세고! 
연인 중의 여왕, 나는 그대에게 몸을 기대고, 
그대의 피냄새를 맡은 듯했다. 
따뜻한 저녁 태양은 아름답고! 

밤은 벽모양 짙어져 가고, 
내 눈은 어둠 속에서 그대 눈동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 입김을 마셨다, 오 그 달콤함! 그 독기여! 
그대의 발은 내 정다운 손 안에서 잠이 들었다. 
밤은 벽 모양 짙어져 가고. 

나는 아노라, 행복의 순간 되살리는 길, 
그리고 다시 본다, 그대 무릎에 도사린 나의 과거를. 
그리운 그대 몸과 부드러운 그대 마음 속 아니라면 
애수어린 그대의 아름다움 찾아본들 무슨 소용? 
나는 아노라, 행복의 순간 되살리는 길! 

그 맹세, 그 향기, 그 끝없는 입맞춤, 
측량 못할 심연에서 그것들은 되살아날까, 
깊은 바다 밑에서 미역을 감고 
다시 젊어져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오, 맹세여! 향기여! 끝없는 입맞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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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 


쾌활한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고뇌를, 
치욕을, 회한을, 흐느낌을, 권태를, 
구겨서 버리는 휴지처럼 가슴을 짓누르고는 
저 무서운 밤들의 어렴픗한 공포를? 
쾌활한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고뇌를? 

선량한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증오를, 
[복수]의 악마 지옥의 나팔을 불고 
우리 능력의 지휘자 되었을 때, 
남 몰래 발끈 쥐는 주먹을, 원한의 쓴 눈물을? 
선량한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증오를? 

건강한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열병]을, 
피리한 자선 병원의 우람한 담을 끼고, 
흐릿한 햇빛 찾아 입술을 떨며, 
유형자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람들을? 
건강한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열병]을? 

미모의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주름살을, 
늙어가는 무서움을, 우리의 눈이 허구한 세월 
사랑을 갈망하던 그 눈 속에 헌신을 꺼려하는 
은밀한 눈치를 알아보는 저 무서운 고통을? 
미모의 [천사]여, 당신은 아는가 주름살을? 

행복과 기쁨과 광명 넘치는 [천사]여, 
죽어가는 다비드 왕이라면 황홀한 그대 몸에서 
퍼져나는 영기에 회춘의 비약을 구했으리. 
그러나 그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은, 오 천사여, 오직 그 대의 기도뿐, 
행복과 기쁨과 광명 넘치는 [천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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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 


회상해 보오, 내 임이여, 우리가 목격한 것을, 
화창한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 
작은 길 모퉁이에 끔찍한 송장 
조약돌 깔린 위에 드러누워서, 

음탕한 계집처럼 다리를 쳐들고, 
독기를 뿜어 내며 불타오르고, 
뻔뻔하고도 태연스럽게, 썩은 
알맞게 굽기라도 하려는 듯이, 
위대한 [자연]이 한데 합쳐 놓았던 것을 
백 갑절하여 돌려 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하늘은 그 화려한 해골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어나는 꽃이라도 바라보듯이. 
고약한 냄새 어찌나 지독하던지 하마터면 당신은 
풀 위에서 기절을 할 뻔하였다. 

파리떼는 그 문드러진 배때기 위에서 윙윙거리고, 
구어기의 검은 대열 거기서 나와, 
진한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살아 있는 누더길 타고. 

그 모든 것들은 물결처럼 밀려 왔다 밀려 나갔다 하고, 
불꽃처럼 반짝번짝 솟아 오르곤 했다. 
그 시체는 희미한 바람에 부플어 올라, 
아직도 살앗 살쪄 가는가 싶었다. 

그리고 세계는 야릇한 음악 소리를 내고 있었다, 
흐르는 물과 같이, 바람과 같이, 
또는 구성지게 까불리는 키 속에서 
흔들리고 맴도는 곡식알같이. 

현상은 스러지고 이젠 한바탕의 꿈, 
잊어버린 화포 위에 
기억만을 더듬어 화가가 그려 내는, 
시나브로 떠오르는 하나의 소묘. 

바위 뒤에 서성대는 암캐 한 마리 
성난 눈으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먹다 놓은 살덩이를 뼈다귀에서 
다시 한 번 가로챌 틈을 엿보며. 

긇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그런 오물을, 
그 뭇운 부해물을 닮고야 말리, 
내 눈의 별이여, 내 마음의 태양이여, 
내 천사, 내 정열이여! 

암! 당신도 글하리, 아름다움의 여왕이여, 
종부상사 끝나면, 
꽃 피어 어루러진 풀 아래, 백골 사이에, 
당신도 가서 곰팡이가 슬 무렵엔. 

그때엔, 오, 아름다운 임이여! 말하오, 
당신을 입맞추고 먹어들 구더기에게, 
내 옛 사랑 썩어 문드러져도 그형상과 거룩한 처화는 
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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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팔리는 시신 


오, 내 마음의 시신이여, 그대는 궁궐을 좋아하지만, 
[정월]달이 저 [북풍]을 풀어놓을 때, 
눈 오는 밤의 서글픈 권태의 시간 중에, 
그대의 두 보랏빛 발을 녹여 줄 나무나 마련하였는가? 

그래, 대리석 같은 그대 어깨를 
겉청 스며드는 밤빛으로 되살릴 작정인가? 
창공의 금별이라도 따들일 생각인가? 

그대 날마다 저녁의 빵을 벌기 위해선 
복사(福使)모양, 향로를 떠받들고, 
마음에 없는 찬송가도 불러야 하고, 

또는 속물들의 웃음을 터뜨리기 위하여, 
굶주린 어릿광대 모양, 아양을 떨고, 
남모를 눈물에 젖은 웃음도 팔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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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검푸른 주목나무 그늘 아래, 
부엉를 줄지어 앉아 있다, 
이방의 신들처럼, 붉은 눈 
번쩍이면서. 그들은 사색이다. 

꼼짝 않고 저러고 있으리라, 
비낀 햇발을 밀어 내어, 
밤의 어둠이 자리잡을 
우울한 때가 오기까지는. 

그 몸가짐 현자에게 가르친다, 
이승에서 두려운 것은 
법석과 움직임임을. 

지나가는 그림자에 취한 사람은 
언제나 벌을 받는다, 
자리를 옮기려 한 데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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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너라, 내 아름다운 고양이, 사랑이 불타는 내 가슴에. 
발톱은 감추어 두고, 
금속과 마노(瑪瑙) 섞인 아름다운 눈 속에 
나를 잠기게 하라. 

내 손가락, 네 머리와 하늘거리는 등을 
한가로이 어루만지고, 
전기 어린 너의 몸 만지는 즐거움에 
내 손이 취해들며는, 

나는 마음 속에 내 아내를 몬다. 그녀의 눈은, 
사랑스런 짐승이 너의 눈처럼, 
그윽하고 싸늘하여, 투창처럼 꿰뚫고, 

발 끝에서 머리까지, 
미묘한 기운, 위태로운 향기, 
검붉은 그녀의 몸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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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오 머리털이여,목덜미까지 치렁거리는 물결! 
오 고수머리여! 오 게으름 풍기는 향기여! 
황홀이여! 이 머리털 속에 잠자는 추억으로 
오늘 밤 어두운 침소를 채우기 위해, 
손수건처럼 공중에 흔들어 볼까, 그대 머리털! 

하염없는 아시아와 타오르는 아프리카, 
거의 죽어 없어진 머나먼 하나의 세계 고스란히 
그대의 깊이 속에 살아 있다, 향기로운 숲이여! 
음악소리 위에서 딴 사람들 노를 젓듯이, 
오, 내 사랑이여! 내 정신은 그대 향기 위에서 자맥질한다. 

나는 가련다, 저 나라로, 나무와 사람, 정기에 넘쳐, 
따가운 풍토 아래 오래도록 지쳐 늘어지는 곳, 
거센 고수머리여, 나 실어 갈 물결이 되라! 
칠흘의 바다, 그대 속에는 눈부신 끔이 깃들인다, 
돛과 사공과 불꽃 그리고 돛대의 꿈이 깃들인다, 
돛과 사공과 불꽃 그리고 돛대의 꿈이. 

거기 우렁찬 내 넋은 담뿍 
들이마신다, 내음과 소리 그리고 빛깔을. 
오가는 배는 금빛 물결 위에 미끌지고, 
영원한 더위 흔들거리는 맑은 하늘의 영광 
널따란 두 팔 벌리어 껴안는다. 

나는 잠그련다, 취하기를 좋아하는 내 머리를, 
진짜 바다 담겨진 그대의 검은 바다 속에, 
그러면 내 날카로운 정신은 되찾게 되리, 
오, 수확 많은 게으름이여, 배가 흔들어 주는 애무 속에, 

푸른 머리털이여, 둘러친 어둠의 휘장, 
그대 나에게 무궁한 둥근 하늘의 푸름을 준다. 
꾀어진 그대 머리 타래의 솜털 난 기슭에서 
나는 타듯이 취한다, 야자 기름과 사향 
그리고 역청 뒤섞인 향기에. 

언제까지나! 변함 없이! 내 손은 그대의 묵은 갈기 속에 
홍옥과 진주와 청옥을 뿌리리라, 
내 소원에 그대 결코 귀를 막지 않도록! 
그대는 내 꿈꾸는 오아시스 아닌가, 그리고 
추억의 술 두고 마시는 표주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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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녀 


옛날에 [자연]이 힘찬 기운에 넘쳐 
끔찍스런 아이를 

날마다 배던 그 시절에, 
나는 젊은 거녀의 곁에 즐겨 살았으리라, 
음탕한 고양이가 여왕의 발 아래 살 듯. 

그녀의 육체는 그 넋과 더불어 꽃피어 나고 
무서운 놀음 속에 무럭무럭 자라남을 나는 보았으리. 
사랑의 검은 불꽃 그녀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지 
그녀 눈에 서리는 축축한 안개 보고 나는 짐작했으리. 

그녀의 풍만한 형제 위를 유유히 돌아다니고, 
그녀의 거댜한 무릎의 비탈 위를 기어 오르고, 
또 때로는 여름날, 몸을 잡치는 뙤약볕 아래, 

ㄷ위에 지친 그녀가 들판에 척 드러누우면, 
나는 그 젖퉁이의 그늘 아래서 태평하게 잠을 잤으리, 
평화로운 마을이 산기슭에 고이 잠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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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동쥐앙 


동 쥐앙이 삼도내로 내려가 
샤론에게 뱃삯을 치르자, 
앙띠스떼느처럼 거만한 눈초리의 한 음산한 거지 
억센 복수의 팔로 노를 잡았다. 

흐늘어진 젖퉁이 드러내고 옷자락은 흐트러진 채, 
여자들은 새카만 하늘 아래 몸부림치며, 
제물로 바쳐진 커다란 짐승떼 모양, 
그의 뒤에서 기다란 아우성을 끌고 있다. 

스가나렐은 싱글벙글 새경 내라 보채고, 
한편, 돈 뤼이는 떨리는 손가락 들어, 
강변에서 헤매는 모든 망령들에게, 
제 백발의 머리 비웃던 사날 좋은 아들을 가리킨다. 

정숙하고 수척한 엘비르는 상복 속에 떨면서, 
지난 날의 애인이었던 부실한 남편 곁에서, 
처음 맹세의 그 다정스러움 다시 반짝일 
마지막 미소를 그에게 하소하는 듯. 

갑옷 입은, 우람스런 석상의 사나이 
키를 잡고 우뚝 서서 검은 물결 헤쳐 간다, 
그러나 이 태연한 영웅은, 장검을 짚고 서서, 
뱃자국만 굽어볼 뿐 아무것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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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시신 


, 내 가엾은 시신이여!오늘 아침엔 웬일인가? 
그대의 꺼진 눈에는 밤의 허깨비 꿈틀거리고, 
그대 얼굴에 번갈아 비치는 것은 
싸늘하고 말없는 광란과 공포일 뿐. 

푸른 몽설(夢泄) 마녀와 분홍 꼬마 요정이 
두려움과 사랑을 항아리째 그대에게 쏟았는가? 
가위가 사납고 억센 주먹 휘둘러, 
전설의 늪 속에 그대를 빠뜨렸는가? 

바라노니, 건강의 향기 풍기는 그대 가슴 속에 
굳센 사상이 언제나 찾아아들고, 
그대 기독교의 피가 고동쳐 푸르기를, 

노래의 아버지 페뷔스와 추수의 임금인 
거룩한 빵 목신이 번갈아 세상을 다스리던 
옛날의 말소리의 흘러내리는 선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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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집시 


눈동자 이글거리는 점쟁이 족속들은 
어제 길을 떠났다. 새끼들은 
등쳐 업고, 또는 그 굶주린 아가리에 
상비(常備)의 보물, 늘어진 젖꼭지를 내맡기고. 

사내들은 번쩍이는 무장을 하고 걸어서 간다, 
식구들 웅크려 있는 마차를 따라, 
사라진 환영 아쉬워하는 서글픔으로 
무거운 눈들을 하늘 저쪽에 굴리면서. 

모래의 성 안쪽에서 귀뚜라미는 
지나가는 그들을 보고 노랫소리 돋우고, 
시벨 여신도 그들을 사랑하여 녹음을 북돋워, 

바위에 물을 솟게 하고 사막에 꽃을 피운다, 
이 나그네들 가는 길 앞에. 그들 앞에 열린 것은 
암담한 미래의 낯익은 강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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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노래 


네 눈썹 요사스러워 
신기해 보이지만 
천사 같지는 않구나, 
매혹적인 눈을 가진 마녀여, 

오, 변덕스런 여인이여, 
내 무서운 정열이여! 
우상 섬기는 스님처럼 
나는 정성껏 너를 숭배한다. 

사막과 숲의 향기 
뻣뻣한 머리칼에 풍기고, 
네 머리는 신비로운 
수수께끼의 모습. 

형로 언저리처럼 
살결에 향기 감돌고, 
저녁처럼 호리는 구나, 
검고 뜨거운 요귀(妖鬼)여. 

아! 아무리 강한 미약도 
내 게으름만 못하고, 
죽은 사람 되살리는 
애무를 너는 알고 있다! 

하늘거리는 네 허리는 
등과 젖가슴을 그리워하고, 
나른한 미태(媚態)는 
방석마저 반하게 한다. 

알 수 없는 영광을 
가라않히려, 때로는, 
정색을 하고, 아낌없이 
깨물음과 입맞춤을 퍼붓는다. 

너는 쌀쌀한 비웃음으로 
내 가슴찌어 놓고는, 
달빛처럼 부드러운 
눈길을 던진다, 갈색의 여인이여. 

네 비단신 아래, 
예쁜 명주 발 아래, 
나는 둔다, 내 큰 기쁨과 
내 얼과 내 운명을, 

너로 해서 회복된, 빛이자 빛깔인 
너로 해서 회복된 내 넋을! 
캄캄한 내 마음의 시베리아에 
오, 폭발하는 정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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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향기 


다사로운 가을날 저녁, 두 눈 지그시 감고, 
훈훈한 그대 젖가슴 내음 맡으면, 
한결 같은 뙤약볕 내리쬐는 
행복의 바닷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것은 게으름의 섬나라, 자연은 거기에 기른다, 
야릇한 나무들과 맛좋은 열매들을, 
순진한 빛 눈에 넘치는 희한한 아낙네들을. 

매혹적인 풍토로 그대 형기에 이끌링, 
나는 본다, 바다 물결에 흔들려 아직도 지친 돛과 돛대 가득 들어찬 항구를. 

그 동안 타마린드의 초록 빛 향기 
바람에 흘러 내 콧구멍 부풀리고, 
뱃사공의 노랫소리와 내 영혼 속에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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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옹 


흔히, 장난 삼아,뱃사람들은 
거대한 바닷새, 신천옹을 잡는다, 
이 한가로운 항해의 길동무는, 
깊은 바다 지치는 배를 따른다. 

갑판 위에 한 번 잡아 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어색하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휜 날개를 
노 모양 옆구리에 질질 끈다 

.이 날개 돋친 나그네도, 얼마나 골좋게 풀이 죽었는가! 
아까까지도 그토록 아름다운 게, 어찌 그다지도 우습고 
흉측한 몰골! 
어떤 사람은 파이프로 부리를 건드리고, 
또 어떤 사람은 절름절름, 하늘 날던 불구자의 흉내를 낸다! 

[시인]도 흡사 이 구름의 왕자,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건만, 
땅 위의 놀림판 속에 몰리고 보면, 
그 거창한 날개도 걸음을 방해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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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운명]이 벌써 나를 가두어 놓은 
측량 못할 슬픔의 굴 속, 
장미빛 즑운 햇살 한 줄기 들지 않고, 
침울한 여주인 [밤]과 더불어 홀로 사는 

아, 나는 애달픈 신세, 비웃는 신에 강요되어, 
어둠의 화포 위에 그림 그리는 화가인가1 
거기서 나는, 서글픈 식욕 가진 요리사, 
내라서 내 심장을 끓여 먹는다. 

거기에 때때로 아리땁고 눈부신 하나의 유령 
번쩍이며 나타나 몸을 뻗치고 펼쳐 보인다. 
그의 몸뚱이 온전히 드러나며는, 

꿈꾸는 듯한 동양ㅈㄱ인 그 맵시에, 
날 찾아온 미인을 나는 알아본다. 
그것은 [그이!] 검고도 빛나는 여인. 

2 향기 

독자여, 그대는 취하듯, 시나브로 
마냥 들이마셔 보았는가, 
성당에 가득찬 훈향 냄새를, 
또는 향 주머니 스미는 사향 냄새를? 

현재 속에 되살아난 과거는 우리를 
취하게 한다, 그윽한 신묘한 매력으로! 
그처럼 애인도 사랑하는 육체에서 
추억의 아리따운 꽃을 꺽는다. 

살아 있는 향주머니, 규방의 향로, 
보드라운 그녀 머리칼에서 
야생의 사향 냄새 떠오르고, 

청초한 젊음 흠뻑 배어든 
모스린 또는 비로도 옷에서, 
털가죽 향기 풍겨 나왔다. 

3 사진들 

아무리 이름난 화가의 그림이라도, 
가없는 자연에서 떼내어, 아름다운 
사진들에 넣어야만, 무언지 알 수 없는 
신기하고 매혹적인 풍치가 우러나듯이, 

그처럼 보석과 가구, 금속과 금박은 
휘한한 그녀의 아름다움에 꼭 어울리었다. 
아무것도 그녀의 오롯한 광채 가림이 없고, 
모든 것이 그녀에게 테두리되어 보였다. 

또 이따금 그녀는 모든 것이 자기를 
사랑하려 한다고 여긴 것일까, 
공단과 린넨 이부자리의 입맞춤 속에, 

관능에 떨리는 알몸을 잠그고, 
몸짓 마다, 서서히 도는 느닷 없이, 
원숭이 같은 순진한 교태 보였다. 

4 초상화 

[병]과 [죽음]은 모조리 재로 만든다, 
우리들 위해 타오른 불을. 
정열과애정에 넘친 그 커다란 눈, 
내 가슴 적신 그 입수르 

향유처럼 강렬한 그 입맞춤, 
햇볕보다 세찬 그 격정, 
그 중에서 지금은 무엇이 남았느냐? 오, 두려워라, 내 넋이여! 
남은 건 다만 퇴색한 삼색의 데상 하나뿐. 

그나마 나처럼 고독 속에 쇠잔해 가고, 
저 몹쓸 놈의 늙다기 [시간]이 
그 ㄱ친 날개로 날마다 문지른다...... 

그러나 [삶]과 [예술]의 검은 살륙자여, 
너는 내 기억 속에서 결코 죽이지 못하리, 
내 즐거움 내 영광이던 그 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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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막급 


저 낡은 허구한 회한(悔恨)을 우리는 숨죽일 수 있을까? 
그것은 살아서 움직이고, 꿈틀거리며, 
우리를 갉아 먹고 살아 나간다, 송장에 구더기처럼, 
떡갈나무의 송충이처럼. 
저 허구한 [회한]을 우리는 숨죽일 수 있을까? 

무슨 마약, 무슨 술, 무슨 탕약 먹으면, 
이 낡은 원수를 잠재울 수 있을까, 
창녀처럼 욕심 많고 우리 몸을 해치는, 
개미처럼 끈덕진 이 원수를? 
무슨 마약, 무슨 술, 무슨 탕약 먹으면? 

말하라, 아름다운 마녀여, 오! 그대 알거들랑 말하라, 
부상병에 짓밟히고 
말 발굽에 짓이겨진 죽어 가는 병사와 같이 
단말마에 빠져있는 이 사람에게, 
말하라, 아름다운 마녀여, 오! 그대 알거들랑 말하라, 

이 빈사자, 이리가 벌써 냄새를 맡고 
까마귀가 노려보는 이 사람에게, 
말하라, 기진한 이 병사에게! 십자가도 무덤도 없이 
이대로 쓰러져야만 하는가를, 
가엾은 이 빈사자, 이리가 벌써 냄새를 맡고! 

진흙처럼 컴컴한 하늘을 능히 밝힐 수가 있을까? 
아침도 없고 저녁도 없고, 
별도 없고 음산한 번개도 없이, 송진보다 더 짙은 
저 어둠을 능히 찢어 버릴 수가 있을까? 
진흙처럼 컴컴한 하늘을 능히 밝힐 수가 있을까? 

[주막집] 유리창에 반짝이는 [희망]의 불은 
꺼져버리고 영원히 살아나지 않는다! 
달빛도 없고 불빛도 없이 궂은 길 헤매는 길손은 
어디서 묵을 곳을 찾아 내랴? 
[주막집] 유리창 불은 [악마]가 모조리 꺼버렸다! 

귀여운 마녀여, 영벌(永罰) 받을 사람들을 그대는 사랑하는가? 
말하라, 용서받지 못할 것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우리 염통을 독시(毒矢)의 과녁으로 겨누고 있는 
저 [회한]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귀여운 마녀여, 영벌받을 사람들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되돌리 수 없는 회한]은 그 망측한 이빨로 쏠아 먹는다, 
애처로운 기념비 우리의 넋을! 
그리고 흔히, 흰개미처럼, 토대서부터 먹어들어 
뿌리째 무너뜨린다, 그 건물을. 
[되돌릴 수 없는 회한]은 그 망측한 이빨로 쏠아 먹는다 ! 

-나는 언젠가 보았다, 어느 시시한 극장 안쪽에, 
오케스트라 우렁차게 북적거릴 때. 
선녀 하나 나타나 지옥처럼 캄캄한 하늘에다가 
기적 같은 새벽의 불을 켜대는 것을, 
나는 언젠가 보았다, 어느 시시한 극장 안쪽에, 

온 몸을 빛과 금과 망사로 휘감은 사람 하나가 
거대한 [마귀]를 때려 눕히는 꼴을. 
그러나 일찌기 법열(法悅)이라곤 찾아온 일 없는 내 가슴은 
구경꾼 기다리는 극장이랄까,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공연히, 망사 날개 돋힌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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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나 


상상해 보오, 디아느가 멋스런 옷차림하고, 
숲을 달리고 덤불 헤쳐가는 그 모습을, 
가슴과 머리칼 바람에 날리며, 몰이꾼의 법석에 취한, 
그 늠름한 위풍, 날고 기는 기사들도 무색할 지경! 
당신은 보았는가, 살륙을 좋아하는 떼류아뉴 
맨발의 민중을 선동하여 돌격케 하고, 
불과 눈은 불타오르며 주역 노릇도 능란하게, 
손에 칼을 쥐고 궁궐의 층층대 뛰어오르는 그 모습을? 

시지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다사로운 
이 여걸은 살상도 즐기지만 자비롭기도 하다. 
그녀의 용맹은 화약과 북소리에 끓어 올라도, 

애원자 앞에서는 무기를 버릴 줄 알고, 
정열의 불꽃 휩쓸은 그 가슴은, 그럴 만한 사람 위해선, 
언제나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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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 


우람한 숲이여, 너는 대성당처럼 나를 두렵게 한다. 
너는 성당의 풍금처럼 우렁우런 울리고, 
오랜 단말마 그르렁거리는 영원한 초상방, 
우리의 저주받은 가슴 속에 네 애도 가만이 메아리친다. 

나는 너를 싫어한다, 대양이여! 네 날뜀과 소음을 
내 정신은 내 속에 찾아본다. 흐느낌과 
모욕에 가득찬 패배자의 쓴 웃음을 
나는 바다의 광막한 웃음 속에 듣는다. 

나 너만은 좋아하련만, 오 밤이여! 너에게 만약 
귀에 익은 말 속삭여 주는 저 별빛만 없다면! 
내가 찾고 있는 건 공허와 암흑, 그리고 벌거숭이이기에! 

아, 그러나 어둠마저도 그것은 화포(畵布) 아닌가, 
정다운 눈을 가진 사라진 모습들이 
수없이 내 눈에서 솟아나 거기에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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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새벽 



난봉군의 방에도 희붐한 새벽이 
가책의 [이상]을 데리고 비쳐들며는, 
신비로운 응징자에게 뒤흔들려 
졸던 짐승 속에서 천사가 눈을 뜬다. 

접근 못할 [영혼의 푸른 하늘]이, 
아직도 꿈 속에서 고통하는 기진한 사나이 앞에, 
심연의 매혹 풍기며 펼쳐가고 잠겨든다. 
그처럼, 정다운 [여신]이여, 밝고 맑은 [사람]이여, 

어리석은 잔치의 김 서린 찌끼 위에도, 
한결 또렷한 장미빛 즐거운 그대 추억이 
부릅뜬 내 눈 앞에 끊임없이 나불거린다. 

마침내 햇빛은 촛불을 흐려 놓았다. 
그처럼, 영원한 승리자인 그대 모습은, 
오 찬란한 [넋]이여, 불멸의 태양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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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사나이 


태양은 검정 붸일에 가려졌다. 그처럼, 
오, 생명의 달이여! 그대도 검은 그림자 둘러써라. 
네 멋대로 자거라, 담배를 피우라, 입을 다물라, 침울해져라, 
[권태]의 심연에 송두리째 잠겨라. 

이처럼 나 그대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대가 오늘, 
그림자 벗어나는 먹혔던 천체(天體) 모양, 
[광란]이 법석대는 곳 활보하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귀여운 비수(匕首)여, 그대 칼집에서 뛰쳐 나가라! 

샹데리아 불꽃으로 그대 눈동자에 불을 살라라! 
야인들의 눈 속에 욕망의 불을 살라라! 
그대의 모든 것이 나에겐 즐거웁다, 병적인 것도 , 발랄한 것도. 

그대 바라는 대로 되어라, 검은 밤이건, 붉은 새벽이건. 
내 떨리는 전신에는 이렇게 외치지 않는 
세포라곤 하나도 없다, [오 내 사랑하는 마왕(魔王)이여, 
나는 그대를 숭배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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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서 부르짖었다 



내 사랑하는 내 하나의 [그대]여, 나는 그대의 연민을 빈다, 
내 마음 빠져든 어두운 심연의 밑바닥에서. 
거기는 납빛 지평(地平)으로 둘러싸인 음침한 세계. 
밤 속을 공포와 독신(瀆神)이 헤엄쳐 간다. 

열기 없는 태양은 여섯 달 그 위에 뜨고, 
나머지 여섯 달은 밤이 땅을 지배한다. 
그것은 극지(極地)보다 더한 불모의 나라, 
- 짐승도 없고, 시내도, 풀밭도, 수플도 없는! 

얼음 같은 태양의 차가운 무정, 
옛날의 [혼돈] 같은 막막한 이 밤, 
아, 이보더도 더한 공포 어디 있을까! 

나는 부럽다, 미련한 잠에 잠길 수 있는 
천하디 천한 짐승의 팔자. 
시간의 실꾸리는 어쩌면 이다지도 더디게 감겨지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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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의 벌 


[신학(神學)]이 정기(精氣)와 활력에 넘쳐 활짝 꽃피던 
저 놀라운 시대에 있었다는 이야기, 
어느날 천하에 이름 떨친 한 박사가, 
- 믿음 없는 사람들을 억지로 설복하고, 
캄캄한 마음 밑바닥에서 그들을 뒤흔들고, 
아마도 티글 없는 성령(聖靈)만이 다닐 수 있는, 
박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야릇한 길을 
하늘의 영광 향해 넘어 갔으나 -, 
너무 높이 올라간 사람초롬 얼떨떨해져, 
악마같은 교만에 우쭐대며 부르짖었다, 
[예수여, 예수 아가여! 나 무척 그대를 치켜올렸다! 
하지만 갑옷으로 막지않고 그대를 치고싶은 생각이 
내게 만약 있었더라면, 그대의 치욕은 영광과 비길지니, 
그대는 보잘것 없는 한낱 태아(胎兒)에 불과했으리!] 

그러자 당장 그의 이성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 태양의 반짝임은 베일에 가리워지고, 
온갖 혼돈이 그 지성 속을 뒹굴었다. 
이래도 옛날에는 산 신전(神殿), 그 천장 아래선, 
질서와 호사 넘쳐 흐르고 찬란히 빛났던 것을. 
흡사 열쇠 잃은 지하실 모양, 
고요와 밤이 그의 안에 깃들였다. 
그때부터 그는 마치 거리를 헤매는 짐승,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여름과 겨울도 
패물처럼 꾀죄하고, 추악한 무용지물, 
어린애들의 올림감과 웃음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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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 


두 투사는 마주 달려들었다. 그들의 무기는 
불꽃과 피를 공중에 튀겼다. 
이 겨룸, 이 탈부림 소리는 
울부짖는 사랑에 사로잡힌 청춘의 법석. 

칼은 부러졌다! 우리의 청춘처럼, 
내 임이여! 그러나 이내 이빨과 날카로운 손톱이 
배신당한 장검과 단검에 앙갚음한다. 
ㅡ 오, 사랑에 상처 입은 헐어빠진 가슴의 광란이여! 

표범과 삵괭이 넘나드는 골짜기에 
우리 용사들 짓궂게 맞붙어 뒹굴고, 
그들의 살가죽은 메마른 가시덤불 꽃피게하리. 

이 심연, 그것은 지옥, 우리 벗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도 거기서 뒹굴자, 미련도 없이, 매정한 여기사여, 
우리 증오의 불꽃 길이길이 타오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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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르네상스식 우의적(憂意的) 조상(彫像). 
조각가, 에르네스트 크리스토프에게. 

들여다 보자, 저 플로렌스 식 운치 풍기는 보물을, 
근육 실팍진 저 몸뜽이의 파동 속에는 
거룩한 자매, [멋]과[힘]이 넘쳐 흐른다. 
저 여자는 지정 기적적인 작품, 
거룩하게도 튼튾고, 사랑스럽게도 가냘파, 
호사로운 잠자리에 군림하여, 주교 아니면 
제후의 여가를 즐겨 주기에 안성마춤. 

ㅡ 그리고 또 보라, 저 미묘하고도 음탕스런 미소를, 
거기에는 [거드름]이 법열을 감돌게 한다. 저 앙큼하고, 시름겨운, 비웃는 듯한 눈매, 
망사를 뺑 두른 저 교태 흐르는 얼굴, 

그 모습 하나하나 의기양양하게 우리에게 말한다, 
[[관능적 쾌락] 느를 부르고, [사랑]이 내게 왕관을 씌우노라!] 
보라, 그토록 위엄찬 저 인물에 
얼마나 귀여움이 선정적인 매력을 주고 있는가! 
자, 우리 다가 가서, 저 미인의 둘레를 돌아보자. 

오, 예술의 모독! 오, 망측한 기만! 
이 거룩한 육체의 여인, 행복을 예고하더니, 
그 윗쪽이 쌍두의 괴물로 끝나 있을 줄이야! 

아, 천만에 말씀! 그것은 하나의 가면, 유혹적인 외식일 따름, 
아리따운 교태에 반짝이는 이 얼굴은. 
그러게 보라, 여기에 끔찍하게 오그라는 들었어도, 
진짜의 머리가 있고, 거짓 얼굴 그늘 아래 
어리둥절한 참다운 얼굴이 있다. 
가련한 절세의 미인이여! 그대 눈물의 
찬란한 강물 내 시름어린 가슴 속에 흘러 든다. 
그대의 거짓 나를 취하게 하고, 나의 넋은, 
[고뇌]로 솟아나는 그대 눈의 물결에 목을 축인다! 

ㅡ 하지만 어찌하여 그녀는 울고 있는가? 정복된 인류라도 
발 아래 끓어 엎드리게 할 완전한 미인, 그녀, 
무슨 신비로운 아픔이 그 굳건한 옆구리를 쏜단 말인가? 

ㅡ 그녀는 운다, 하염 없이, 인생을 살아 왔기에!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기에! 
하지만 그녀가 특히 한탄하는 건, 
그녀의 무릎까지 바들바들 떨게하는 건, 
아 슬프다! 내일도 또한 살아야 하겠기 때문! 
내일도, 모래도, 그리고 언제까지나! ㅡ 우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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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흡족치 않았다 



괴상한 여신이여, 밤처럼 검붉고, 
사향과 하바나 담배 냄새 아울러 풍기는, 
흑인 마술사의 제작품, 대초원의 파우스트, 
흑단의 옆구리 가진 마녀, 캄캄한 한밤의 아이여,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절개]의 술, 아편, [밤]의 술 보다, 
사랑이 활개치는 네 입의 선약. 
너를 향해 내 욕망 떼지어 갈 때, 
네 눈은 내 권태 목을 출이는 물통. 

그 검은 커다란 두 눈, 네 넋의 환기창으로, 
오, 매정한 악마여! 그토록 내게 불꽃을 쏟지 말라, 
삼도내는 겹겹이 흘러 가도 나는 아홉 번이나 너를 껴안을 수 없으니. 

아 슬프다! 방자한 메제르 여신이여, 네 잠자리의 지옥속에서, 
네 옹기를 꺾고 너를 궁지에 몰않도록 
이 몸은 프로세르삐느가 될 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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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 조응 


자연]은 하나의 신전, 거기에 살아 있는 기둥은 
이따금 어렴픗한 말소리 내고, 
인간이 거기 상징(象懲)의 숲속을 지나면 
숲은 정다운 눈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아득한, 
어둡고 그윽한 통합 속에 
긴 메아리 멀리서 어울려 들 듯,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상통한다. 

그 향기들, 어린이 살결처럼 산뜻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목장처럼 푸르고, 
- 또 그 밖에, 썩고, 풍부하고 호기로운 향기 있어, 
호박(琥珀), 사향(麝香), 안식향(安息香), 훈향(薰香)처럼, 
무한한 것으로 퍼져 나가, 
정신과 관능의 열광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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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횃불 



내 앞으로 그들은 걸아간다, 빛이 넘치는 그 두 [눈]은, 
박식한 [천사]한테 아마도 자력을 받아가지고. 
그들은 걸어간다, 내 형제인 이 거룩한 형제는,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불빛을 내 눈 속에 흔들어 주며. 

온갖 함정과 온갖 중죄로부터 나를 건지어, 
[아름다움]의 길로 그들은 내 발걸음을 이끌어 준다. 
그들은 내 하인, 나는 그들의 노예, 
내 존재는 온통 이 살아 있는 횃불을 쫓는다. 

매혹의 두 [눈]이여, 너희들은 대낮에 타오르는 
촛불의 신비한 빛을 번쩍거린다.햇빛에 
붉어지지만, 그 엄청난 불꽃 꺼지지는 않는다. 

촛불은 [죽음]을 기리고, 너희들은 [거듭남]을 노래한다. 
너희들은 걸어간다, 내 영혼의 거듭남을 노래 하면서, 
어떤 햇빛도 그 불꽃 사위게 못할 밝은 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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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시름겨운 내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 든 너는, 
악마의 무리처럼 억세고 
미칠듯이 화사하게 들어온 너는. 

짓밟힌 내 얼을 가지고 
짐지리 삼고 집을 삼는다. 
- 치사한 너에게 나는 얽매여 있다. 
사슬에 매인 죄수와 같이. 

노름판을 못 떠나는 노름꿈처럼, 
술병을 못 떠나는 주정꾼처럼, 
구더기를 못 떠나는 송장과 같이, 
- 오, 저주받을 계집이여! 

나는 자유를 얻으려고 
날쌘 칼에 빌어도 보고, 
내 비겁 도와 달라고 
독약에 하소연도 해 보았다. 

그런데 오! 칼과 독약은 
나를 깔보고 말하기를, 
[너 따윈 망측한 종 노릇에서 
건져 줄 가치도 없다. 

이 바보야! - 설령 우리 힘으로 
그녀의 지배에서 너를 풀어 놓은들. 
네 흡혈귀의 주검을 
네 입맞춤은 되살려 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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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뱀 


나는 보고파, 시름겨운 임이여, 
아름다운 그대 몸뚱이 
하늘거리는 비단과 같이, 
한결 반짝거림을! 

그윽한 머리털에는 
짜릿한 냄새, 
향기로운 그 바다, 떠도는 그 바다에는 
푸른 물결 검붉은 물결. 

거기에 새벽 바람에 잠 깬 
한 척의 배와도 같이, 
그대의 이빨 언덕에 
침이 솟아 넘치면, 

나는 얼근히 쓴 맛에 녹아나는 
보헤미아의 술을 마시는 기분, 

내 가슴에 별들을 흩뿌려 주는 
흐르는 하늘을 마시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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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의 권유 



내 아이, 내 누이여, 
생각해 보라, 
거기 가서 같이 살 즐거움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으리, 
그대 닮은 나라에서! 
그 흐린 하늘의, 
젖은 햇빛은 
내 마음에 매력도 신비로이, 
눈물 속에 반짝이는 
종잡지 못할 
그대 눈을 방불케 한다. 

거기엔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사와 고요, 그리고 쾌락. 

세월에 닦여, 
빛나는 가구 
우리 방을 장식하고. 
진귀한 꽃들 
향그런 냄새 
어렴픗한 호박 향기와 어울리고, 
호화로운 천장, 
그윽한 거울, 
동양의 찬란한 광채, 
모두가 거기서 
사람 마음에 
정다운 제 고장 말을 속삭이리. 

거기엔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사와 고요, 그리고 쾌락. 
보라, 저 운하에 
잠자는 배들, 
떠도는 것이 그들의 버릇. 
그대의 욕망 낱낱이 
가득채우러 
그들은 온다 세상 끝에서. 
ㅡ 저무는 햇빛 
물을 들인다 
들과 운하와 온 도시를, 
보랏빛 금빛으로. 
세계는 잠든다 
훈훈한 햇빛 속에서. 

거기엔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사와 고요, 그리고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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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질 수 없는 것 



청공에서 나와 [천국]의 어떠한 눈도 
미치지 않는 수렁 깊은 
납빛 [삼도내]에 빠져 떨어진 
하나의 [관념], 하나의 [형태], 하나의 [존재], 

기형적인 것에의 사랑에 이끌리어, 
거창한 악몽 밑바닥에서 
수영자처럼 버둥거리고, 
어둠 속에서 미친 듯이 

사뭇 노래하고 맴도는 
엄청난 소용돌이 거슬러 
오! 애처롭게도 고투하는, 
무모한 나그네인 하나의 [천사], 

질퍽질퍽한 심연 냄새 풍기는 
나락 언저리에서, 
인광(燐光) 번쩍거리는 커다란 눈으로 
밤을 더욱 어둡게 하고 
저희들 밖엔 비추지 않는 
끈적끈적한 괴물들이 망보고 있는 

난간도 없는 영원한 층층대를 
등불도 없이 내려가는 영벌받은 사나이. 

수정 허방다리에 빠진 듯 
극지(極地)의 얼음 속에 갇히어, 
어느 숙명적인 해협에서 이런 지옥에 
떨어져졌는가를 알아 내려고 애쓰는 배, 

- 그것은 모두 건질 수 없는 운명의 
뚜렷한 상징, 완전한 그림, 
그것들만 보아도 생각나는 건 
[악마]가 하는 짓은 언제나 모두 능란한 솜씨! 



제 모습 비쳐 보는 마음의 거울이란 
흐림과 맑음의 대담(對談)! 
파리한 별 하나 떨고 있는 
빛과 어둠의 [진리]의 우물, 

빈정거리는 지옥의 등대, 
악마의 은총 타오르는 횃불, 
유일 무이한 위안과 영광, 
- 오 [악] 속에서의 의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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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점지를 받아, 
따분한 이승에 [시인]으로 나타날 때, 
질겁한 어머니는 독신(瀆神)의 마음 가슴에 벅차, 
가여워하는 하느님께 삿대질한다. 

- [아! 이런 조롱거리를기르기보담, 
어이 차라리 독사 뭉치라도 낳지 않았던가! 
덧없는 쾌락에 취해 내 뱃속에 
이런 죄값을 배 버린 그날 밤이 원망스럽다! 

수많은 여인들 중에, 
내 시시한 남편의 미움거리로 골랐으니, 
그리고 이 배틀어진 괴물을, 사랑의 편지 모양, 
불꽃 속에 내던질 수도 없으니, 

그대 악의의 이 저주 받은 연장 위에, 
가슴 아픈 그대의 증오를 튕겨 보내리, 
그리고 이 가증스런 나무를 마냥 비틀어, 
그 독기 품은 새 싹이 더 돋지 못하게 하리!] 

어머니는 이리하여 원한의 거품을 삼키고, 
영원과 섭리도 아는 바 없이, 
제 스스로 [지옥]의 밑바닥에 
어미의 죄에 바쳐질 화형의 장작불을 마련한다. 

하지만 [천사]의 보이잖는 가호 아래, 
폐적(廢嫡)의 [어린이]는 햇빛에 취하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 속에 
불사의 음식과 주홍빛 감로주를 발견한다. 

그는 바람과 놀고, 구름과 지껄이고, 
십자가의 길에 노래하며 취한다. 
그리고 순례하는 그를 뒤따르는 [성령]은 
숲의 새처럼 즐거운 그를 보고 눈물 짓는다. 

그가 사랑하려는 이는 모두들 두려워 그를 지켜 보고, 
혹은 그의 차분함에 힘을 얻어, 
서로 앞을 다투어 그에게서 비명을 자아 내려고, 
영악한 온갖 짓을 그에게 시험한다. 

그의 입에 넣을 빵과 술 속에 
그들은 더러운 가래를 재에 섞어서 준다. 
그가 만지는 것은 뻔뻔스레 내동댕이치고, 
그의 발자국만 밟고도 스스로 꾸짖는다. 

그의 아내는 광장에 서서 사뭇 떠벌린다, 
[그이는 나를 미인이라 우러러보니, 
나는 옛날의 저 우상 노릇을 하자, 
그처럼 나도 자주 내 몸에 금칠을 하자. 

그리고 나는 포식하리, 향과 향유와 몰약(沒藥), 
아첨과 고기와 그리고 술에, 
나를 기리는 그 가슴에서,신에의 숭배를, 
웃으며 가로챌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하여! 

그러나 이런 벌 받을 연극에도 실증이 나면, 
내 가냘프고 억센 손을 그에게 얹어, 
독수리의 손톱 같은 내 손톱으로 
그의 염통까지 길을 뚫으리. 

떨며 퍼덕거리는 새새끼처럼, 
새빨간 그 염통을 그 가슴에서 도려내어, 
내 귀여운 짐승을 배불리기 위하여, 
픽 땅바닥에 던져 주리라!] 

그의 눈에 찬란한 옥좌 보이는 저 [하늘] 쪽으로, 
고요한 [시인]은 경건한 양팔을 뻗친다. 
그리고 그의 밝은 정신은 저멀리 번개처럼 번쩍여, 
성난 군중의 모습을 그에게 가려 준다. 

- [축복을 받으시라, 하느님이여, 당신이 주는 괴롬이야말로, 
우리의 부정을 씻어 주는 신약, 
거룩한 쾌락으로 강자를 이끌어 주는 
가장 훌륭한 정수(精髓)! 

나는 아노라, 저 거룩한 [천군(天軍)]의 복된 품계(品階) 
속에, 
당신은 [시인]을 위해 한 자리를 마련하여, 
옥좌 천사와 역(力)천사와 주(主)천사들의 
영원한 향연에 [시인]도 불러 놓으신 것을. 

나는 아노라, 고뇌야말로 고귀한 것, 
이승도 지옥도 결코 이것만은 물어뜯지 못하며, 
내 신비로운 왕관을 엮기 위해선, 
모든 시대와 우주의 동원이 필요한 것을. 

그러나 옛 빨미라의 지금은 없어진 보석도, 
아무도 모를 산 속의 금속도, 바다의 진주도, 
설령 그것들은 당신 손으로 아로새긴들, 눈부시게 빛나는 
이 아름다운 왕관을 장식하기엔 부족하리라. 

왜냐하면, 그것은 원시광의 거룩한 원천에서 길어낸 
순수한 빛으로 밖엔 만들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인간의 눈은, 그것을 비추기엔, 아무리 찬란하게 빛난들, 
한탄에 젖은 흐린 거울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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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온통 


악마가 내 다락방으로 
오늘 아침 나를 찾아와, 
내 흠을 잡아 내려고, 
하는 말이, [좀 알고 싶은데, 

그녀의 매력을 이루고 있는 
가지가지 아름다운 것들 중에서, 
아리따운 그녀 몸을 꾸미고 있는 
검거나 붉은 것들 중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가?]ㅡ 오, 나의 넋이여! 
너는 이 [미움꾸러기]에게 이렇게 대답하였지, 
[그녀에 있어선 모두가 향기, 
무엇이라 고를 수 없다. 

모든 것이 나를 호리니, 
무엇에 끌리는지 나는 모른다. 
그녀는 [새벽]처럼 눈이 부시고 
[밤]처럼 위안을 준다. 

게다가 조화가 너무도 미묘하여, 
그 아름다운 모뚱일 온통 지배하니, 
그 숱한 화음을 악보에 적어 내기엔 
미약한 분석으론 불가능하다. 

오, 신비로운 변모여, 
내 모든 감각이 하나로 녹아들다니! 
그녀 숨결은 음악 소리를 내고, 
그녀 목소리는 향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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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라도 



인생은 병원, 환자들은 저마다 침대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혀져 있다. 어떤 사람은 같은 값이면 난로 앞에서 신음하기를 바라고, 또 어떤 사람은 창 옆에 가면 나으리라 생각한다. 
나에겐 내가 지금 있지 않은 곳에 가면 언제나 행복할 것만 같아 보인다. 그리하여 이 이사의 문제는 내가 내 넋과 끊임없이 논의하는 문제의 하나이디. 
[말해 보라, 내 넋이여, 식어 빠진 가엾은 넋이여, 리스본에 가서 살면 어떻겠느냐? 거기는 틀림 없이 따뜻할 것이고, 너는 도마뱀처럼 다시 기운이 날것이다. 그 도시는 물가에 있었다. 도시는 대리석으로 세워졌고, 주민은 식물을 싫어하여 나무는 모조리 뽑아 버린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네 취미에 맞는 풍경이 아닌가! 이 풍경을 이루는 것은 햇빛과 광물, 그리고 그것을 비쳐주는 액체뿐이다!] 
내 넋은 대답하지 않는다. 
[너는 움직이는 걸 바라보면서 휴식하기를 그토록 좋아하니까, 저 복받은 땅 폴란드에 가서 살지 않겠나? 네가 박물관에서 그 그림을 보고 자주 탄성하던 그 나라에 가면, 너도 아마 마음이 즐거우리라. 롯테르담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돛대의 숲을 좋아하고, 집 아래 매놓은 배들을 좋아하는데?] 
내 넋은 여전히 말이 없다. 
[바다비아가 더욱 네 마음에 들지도 몰라? 더구나 거기에 가면 열대의 아름다움과 융합한 유럽의 정신을 발견할 거야. 
한마디도 없다. ㅡ 내 넋은 죽었는가? 
[그러면 너는 네 고민 속에서 밖에 즐거울 수 없을 정도로 허탈증에 빠져 있는가? 그렇다면, [죽음]과 방불한 나라 쪽으로 도망쳐 가자. ㅡ 필요한 일은 내가 맡아서 하마, 가엾은 넋이여! 짐을 꾸려 토르네오로 떠나자구나. 어쩌면 더욱 멀리라도 가자구나. 발틱해의 맨 끝까지라도. 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더욱 더 멀리 떠나자. 북극에 가서 살자구나. 거기에 태양은 비스듬히밖에는 땅을 비추지않고, 낮과 밤의 느린 교대는 변화를 없애고 허무의 반쪽인 단조로움을 북돋아 준다. 거기서 우리는 오래도록 어둠의 미역을 감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동안,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극광은 때때로 우리에게, [지옥]의 불꽃의 반사광처럼 그 장미빛 햇살 다발을 보내 주리라!] 
마침내 내 넋은 터졌다. 그리고 슬기롭게도 나에게 이렇게 외친다. [어딘들 상관 없다! 다만 그것이 이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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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개 


조세프 스테방씨에게 

나는 뷔풍에 대한 내 존경을 현대의 젊은 작가들 앞에서도 부끄럽게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내가 조력을 호소하는 것은 이 화려한 자연 묘사의 화가의 넋이 아니다.그게 아니다. 
그보다도 더 기꺼이 나는 스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리라. [천국에서 내려오라, 그렇지 않으면 극락정토에서 나에게로 올라 오너라. 그리하여 착한 개를, 가엾은 개를 위하여, 나로 하여금 그대에게 어우리는 노래를 지을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달라, 감상적인 익살꾼이여, 비길 데 없는 익살꾼이여! 후세의 기억 속에 언제나 그대와 동행하는 그 유명한 나귀를 걸터 타고 돌아오렴. 그리고 특히 이 나귀가 그 영원한 편도 과자를 입술 사이에 멋지게 물고 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아카데믹한 시신은 물러가라! 그런 얌전빼는 노파는 나에게 필요가 없다. 내가 가호를 비는 것은 허물 없고 활발하고 서민적인 시신이다. 착한 개를, 가엾은 개를, 진창 투성이의 개를, 그동무인 가난뱅이와 우정어린 눈으로 보아 주는 시인과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페스트 환자나 더러운 거지처럼 쫓아 내는 그런 개들을 내가 노래하는 데 와서 도아 주었으면 싶은 것은 그러한 시신이다. 
제기랄 놈의 고운 맵시 뽐내는 개, 저 교만한 네 발 짐승, 덴마크 개, 킹.찰스 개, 발바리, 또는 스파니얼 따위, 마음에 들 줄만 알고 손님들 사타구니나 무릎 위에 함부로 뛰어 올라 우쭐대는 놈, 어린애처럼 법석을 떨고, 갈보처럼 어리석고, 때로는 하인처럼 무뚝뚝하고 건방진 놈들아! 더구나 그 뾰족한 코빼기에는 동무의 뒤를 밟고 갈 만한 후각도 없고, 그 납작한 대가리에는 도미노 놀이를 할 만한 재주도 없는, 그레이하운드라는 이름으로불리워지는, 흥뚱항뚱 몸이나 떨고 있는, 저 네 발 돋친 뱀들 따위는, 아니 똥이나 먹어라. 
개집에나 들어가 있어라, 이 모든 귀찮은 식객들은! 
그들은 그 보들보들하게 꾸며 놓은 개집으로 돌아가라!내가 노래하는 건 진창투성이의 개, 가련한 개, 집 없는 개, 얼쩡거리는 개, 곡예사의 개, 가난뱅이의 개, 방랑자나 어릿광대와 같이, 그 본능이 필요에 의해, 저 지혜의 착한 어머니이자 참다운 보호자인 필요에 의해 놀랍게도 날카로와진 그런 개이다! 
내가 노래하는 건 불운한 개들이다. 외로이, 넓으 ㄴ도시의 꼬불꼬불한 도랑 속을 헤매는 놈들이나, 세상에 버림받은 사나이에게, 그 영적인 눈을 깜박거리며, [나를 데려가 줘요, 우리 둘이의 비참을 한데 합치면 어쩌면 행복 같은 게 생겨날지도 

몰라요!]라고 말한 놈들이다. 
[개들은 어디로 가나?]라고 언젠가 네스토르 로끄쁠랑은 어느 불멸의 신문 문예란에서 말한 일이있었다. 본인은 그것을 잊엇을지도 모르나, 나만은, 그리고 아마 생뜨. 보브는 오늘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개들은 어디로 그러나, 하고 그대들은 묻는가, 데면데면한 사람들이여! 개들은 제 일을 보러 가는거지! 
무슨 볼일로 약속도 있겠고 사랑의 데이트도 있겠지. 안개에 젖고, 눈을 맞고, 진창을 밟고, 찌는 듯한 삼복 더위를 무릅쓰고, 줄줄 쏟아지는 비를 맞고, 그들은 가고, 오고, 달리고, 수레 밑을 지나 다닌다, 벼룩에, 정열에, 옥망에, 또는 의무에 쫓기어. 우리들과 매일반으로, 그들도 일찍 일어나 삶을 찾고 즐거움을 쫓는다. 
어떤 놈들은 교외의 폐허 속에서 자고,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빨레,구아얄의 요리잠 문 앞에 적선을 구하러 오는가 하면, 또 어떤 놈들은 오십 리도 넘는 길을 떼를 지어 달려와서, 어리석은 사내들이 이미 거들어 보지도 않기 때문에 한가로운 마음으로 짐승들에만 골몰하는 육순 노파들이 인정스럽게 차려 준 밥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또 어떤 놈들은, 노예에서 탈주한 흑인들처럼 , 사랑에 미쳐, 어떤 날엔 제 집을 떠나 시내에 나와 가지고, 화장은 아무렇게나 하였지만 의젖하고 정도 있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암캐 둘레를 한 시간 동안이나 뛰어다니는 것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매우 정혹하다, 수첩도 없고, 메모도 없고, 손가방도 없지만. 
그대들은 저 게으른 벨기에를 알고 있는가, 그리고 저 모든 기운 센 개들이 고기 장수며 우유 장수며 빵 장수의 수레에 매어, 의기양양 짖으면서, 말들과의 경쟁에 자랑스런 기쁨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내 보이는 것을 보고, 나처럼 감탄한 적이 있었는가? 
그런데 여기엔 또 더욱 개화된 단계에 속한 두 마리의 개가 있다. 그대들을 곡예사가 현제 부재 중인 방 안으로 인도하는 걸 허가해 주기 바란다. 휘장 없는 페인트칠한 나무 침대, 빈대로 더러워진 땅에 깔린 이불, 두 개의 짚의자, 무쇠 난로, 한두 개의 고장난 악기. 오! 서글픈 가구여! 그러나 좀 보라, 저 영리한 두 배우를. 해어지긴 하였지만 화려한 옷을 입고, 뜨내기 시인이나 군인처럼 모자를 쓰고, 타오르는 난로 위에서 이름 모를 작품이, 그 한가운데에 기다란 수저 하나가, 배가 준공됐다는 것을 알리는 저 공중의 돛대처럼 꽂혀 있은채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것을 마술사처럼 유심히 살펴보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도 열심한 배우들이 기운 나는 진한 수프로 밥통을 채우지 않고서는 길을 떠나지 못한다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온 종일 구경꾼들의 무관심을 참아야 하고, 대부분의 몫을 혼자서 차지하고 배우 네 명 분도 더 되는 수프를 자기 혼자서 먹어 치우는 주인의 부정 행위를 참아야 하는 이 불쌍한 놈들에게 그대들은 다소의 육욕쯤은 용서해 주지 않겠는가? 
얼마나 여러번 나는, 감동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이 모든 네 발 돋친 철학자들을 바라다 보았을까, 사근사근하고, 온순하고 헌신적인 이 노예들을? 만약에 인간의 행복에 너무나도 골몰한 공화국이 개들의 명예를 돌볼 만한 겨를을 가진다면, 공화국의 사전은 그들도 또한 하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얼마나 여러 번 나는, 그만한 용기와 그만한 참을성과 노동에 보답하기 위하여, 아마도 어딘가에(결국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착한 개를, 가엾은 개를, 진창 투성이의 처량한 개를 위하여 특별한 천국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가! 스웨덴보르그는 터키 사람들을 위해서도 따로 천국이 있고 홀랜드 사람들을 위해서도 따로 천국이 있다고 분명히 단정하고 있지 않는가! 
버질과 테오크리트의 목동들은 그들의 노래 시합의 상으로 맛 좋은 치즈나 명공의 피리, 또는 젖퉁이가 부풀어 오른 염소를 기댜하고 있었다. 가엾은 개를 노래한 시인은, 가을의 태양으 생각케 하고, 성숙한 여인의 미색을 생각케 하고, 생. 마르땡의 여름을 생각케 하는, 호사롭지만 퇴색한 빛깔의 아름다운 조끼를 받았다. 
빌라. 에르모자 거리의 술집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화가가 시인을 뒤하여 얼마나 성급히 조끼를 벗어 주었던가를 잊지 않으리라. 그토록 화가는 가엾은 개를 노래하는 것이 훌륭하고 고결한 일이라는 것을 잘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느 호화로운 아탈리아의 폭군은, 저 태평 성세에, 거룩한 아레띠노에게, 혹은 보석을 아로새긴 단검을, 혹은 궁정의 외투를, 귀중한 소네트나 진기한 풍자시 대신에 하사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화가의 조끼를 입을 때마다 의례 착한 개를 생각하고, 철학자인 개를 생각하고, 생. 마르땡의 여름을 생각하고, 매우 성숙한 야인의 미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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