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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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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시모음
2017년 05월 06일 12시 51분  조회:2108  추천:0  작성자: 강려
릴케(Rainer Maria Rilke) 


작별 
소녀의 기도 
엄숙한 시간 
석상의 노래 
봄을 그대에게 
고독 
자신이 직접 쓴 릴케의 묘비명 
사랑은 어떻게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고독한 사람 
고아의 노래 
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존재의 이유 
흰장미 
사랑의 노래 
장미의 내부 
삶의 평범한 가치 
가을의 종말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가을날(Herbsttag) 
순례의 서 
가을 
그리움이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피에타 
서시(序詩)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받는다는 것 
고독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만년의 밤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1부/ 3편) 
과수원 
두이노의 비가-제 4 비가 (1-18) 
두이노의 비가 


~~~~~~~~~~~~~~~~~~~~ 
작별 


우리 이제 서로 작별을 나누자, 두 개의 별처럼, 
저 엄청난 밤의 크기로 따로 떨어진, 
그거야 하나의 가까움이려니, 아득함을 가늠하여 
가장 먼 것에서 스스로를 알아보는. 


~~~~~~~~~~~~~~~~~~~ 
소녀의 기도 


그 언젠가 그대가 나를 보았을 때엔 
나는 너무도 어렸습니다. 
그래서 보리수의 옆가지처럼 그저 잠잠히 
그대에게 꽃피어 들어갔지요. 
너무도 어리어 나에겐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나에게 말하기까지 
나는 그리움에 살았었지요. 
온갖 이름을 붙이기에는 내가 너무나 큰 것이라고. 
이에 나는 느낍니다. 
내가 전설과 오월과 그리고 바다와 하나인 것을, 
그리고 포도주 향기처럼 
그대의 영혼 속에선 내가 풍성한 것을... 


~~~~~~~~~~~~~~~~~~~ 
엄숙한 시간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우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슬퍼 울고 있다. 

지금 이 밤 어디에선가 웃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밤에 웃는 사람은 
나를 비웃고 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가고 있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가고 있는 사람은 
나를 향해 걷고 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죽어가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나를 보고 있다. 


~~~~~~~~~~~~~~~~~~~~ 
석상의 노래 


소중한 목숨을 버릴만큼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위하여 누군가 한 사람 바다에 익사한다면 
나는 돌에서 해방되어 
생명체로, 생명체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렇게도 나는 끓어오르는 피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돌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나는 생명을 꿈꾼다. 생명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나를 잠깨울수 있는 만큼 
용기를 가진자는 아무도 없는가. 

그러나 언젠가 내가, 가장 귀중한 것을 내게 주는 
생명을 갖게 된다면------ 


~~~~~~~~~~~~~~~~~~~~ 
봄을 그대에게 


갖가지의 기적을 일으키는 
봄을 그대에게 보이리라.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 

쌀쌀한 도시에서 
손을 잡고서 
나란히 둘이서 걷는 사람만 
언젠가 한번은 봄을 볼 수 있으리. 


~~~~~~~~~~~~~~~~~~~~ 
고독 


고독은 비처럼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 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고독은 
언제나 외로운 하늘로 올라가서는 
처음 그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모든 골목길마다 아침을 향해 뒤척일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은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를 떠나 갈 때,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그 뒤엉킨 시간에 비 되어 내리는 

고독은 냇물과 더불어 흘러 간다. 


~~~~~~~~~~~~~~~~~~~~ 
자신이 직접 쓴 릴케의 묘비명 


장미여, 아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아닌. 

Rose, oh reiner Widersprl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 
사랑은 어떻게 


그리고 사랑은 어떻게 그대를 찾아왔던가? 
빛나는 태양처럼 찾아 왔던가, 아니면 
우수수 지는 꽃잎처럼 찾아 왔던가? 
아니면 하나의 기도처럼 찾아 왔던가? --- 말해다오 
반짝이며 행복이 하늘에서 풀려 나와 
날개를 접고 마냥 흔들리며 
꽃처럼 피어나는 내 영혼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더니라 


~~~~~~~~~~~~~~~~~~~~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나를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삼아 주소서. 
돌에 귀기울일 줄 아는 자가 되게 해 주소서. 
나에게, 바다의 고독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주소서. 
양 기슭의 맞부딪치는 소음 속에서 
멀리 밤의 음향 속으로 
나를 당신의 텅빈 나라로 보내 주소서. 
그곳을 지나 끝없는 바람이 불어 
큰 수도원의 승복처럼 
아직 살아 보지도 못한 삶의 주위에 서 있는 그곳에 
어떤 유혹에 의해서도 다시는 
그들의 목소리와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거기서 나는 순례자 쪽에 서렵니다. 
눈 먼 늙은이의 뒤를 따라 
모르는 사람뿐인 길을 가렵니다. 


~~~~~~~~~~~~~~~~~~~~ 
고독한 사람 


낯선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영원히 귀향길에 있습니다. 
그들 식단을 보면 충족된 날들로 가득하지만 
내게는 아득한 곳의 모습만 있습니다. 

내 얼굴 속에 세상이 스며듭니다. 
달처럼 어쩌면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 
그러나 세상은 어떤 감정도 남겨두지 않습니다. 
세상의 온갖 언어에는 삶이 끼어 있습니다. 

멀리서 내가 가져온 것들은 
희귀하게 보이면서, 제몸에 매달려 있죠: 
그들의 넓은 고향에서 그들은 짐승이지만, 
여기서 그들은 부끄러움을 타며 숨을 죽입니다. 


~~~~~~~~~~~~~~~~~~~~ 
고아의 노래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아무도 되지는 않으렵니다. 
지금은 존재하기에도 너무 초라한 몸 
그러나 훗날에도 마찬가지일 게요. 

어머님들 아버님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정말 키워 주신 보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려지는 몸입니다. 
아무한테도 쓸모없는 신세입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내일이면 너무 늦습니다. 

내가 걸친 옷은 이 옷 한 벌뿐 
헤어지며 빛이 바랩니다. 
영원을 간직하는 옷입니다. 
어쩌면 신 앞에서도 지킬 수 있는 영원 입니다. 
나한테 남은 것이라고는 이 한 줌 머리카락뿐입니다. 
(언제까지나 똑같은 것이지만) 

한때는 사랑하는 이의 것이었어요. 
이제는 사랑이라고는 모르는 그 사람 이어요. 


~~~~~~~~~~~~~~~~~~~~ 
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가슴으로 잡을 것입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나의 뇌가 심장으로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당신을 핏속에 실어 나르렵니다. 


~~~~~~~~~~~~~~~~~~~~ 
존재의 이유 


아! 우리는 세월을 헤아려 여기저기에 
단락을 만들고, 중지하고, 또 시작하고 
그리고 두 사이에서 어물 거리고 있소. 

그러나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친한 관계에 있고, 태어나고, 자라고 
자기 자신으로 교육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결국 그저 존재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단순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말이요. 

마치도 대지가 사계절의 돌아감에 동의 하면서 
밝아졌다, 어두워 졌다 하며 공간 속에 푹 파묻혀서 
하늘의 별들이 편안하게 위치하는 
그 숱한 인력의 그물 속에 쉬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이...... 


~~~~~~~~~~~~~~~~~~~~ 
흰 장미 


너는 죽음에 몸을 맡긴 채 
잎새 위에 서럽게 얼굴을 뉘인다. 
유령 같은 빛을 숨쉬며 
희푸른 꿈을 띠고있다. 

하지만 노래마냥 
마지막 가냘픈 빛을 띠며 
아직도 하룻밤을 
달콤한 네 향기 방안에 스민다. 

네 어린 영혼은 불안스럽게 
이름없는 것을 더듬거리다 
내 가슴에서 웃으며 죽는다. 
내 누이인 흰 장미여. 


~~~~~~~~~~~~~~~~~~~~ 
사랑의 노래 


당신의 영혼이 내 영혼에 닿지 않은 바에야 
어찌 내 영혼을 간직하겠습니까? 
어찌 내가 당신 아닌 다른 것 에게로 
내 영혼을 쳐 올려 버릴 수 있겠습니까? 
오, 어둠 속에서 잃어버린 어떤 것 옆, 
당신의 깊은 마음이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낯선 곳에 
내 영혼을 가져가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의 몸에 닿는 모든 것은 
확실히 
마치 두 줄의 鉉에서 한 音을 짜내는 
활 모양의 바이올린처럼 우리를 한데 묶어 놓습니다. 
어떤 악기에 우리는 얽혀져 있는 것인가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가 우리를 사로잡은 건가요? 
오, 달콤한 노래입니다. 


~~~~~~~~~~~~~~~~~~~~ 
장미의 내부 


어디에 이런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을까. 어떤 상처에 
이 보드라운 아마포 (亞麻布)를 올려놓는 것일까. 
이 근심 모르는 
활짝 핀 장미꽃의 내부 호수에는 
어느 곳의 하늘이 
비쳐 있을까. 보라, 
장미는 이제라도 
누군가의 떨리는 손이 자기를 무너뜨리리라는 것을 모르는 양 
꽃이파리와 꽃이파리를 서로 맞대고 있다. 
장미는 이제 자기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다. 많은 꽃들은 
너무나 충일하여 
내부에서 넘쳐나와 
끝없는 여름의 나날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점점 풍요해지는 그 나날들이 문을 닫고, 
마침내 여름 전체가 하나의 방, 
꿈속의 방이 될 때까지. 


~~~~~~~~~~~~~~~~~~~~~ 
삶의 평범한 가치 


이따금 나는 륨 드 세인 같은 거리의 조그만 가게의 
윈도우 앞을 어정거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고물상이나 조그만 헌 책방의 동판화를 파는 가게로 
어느 윈도우에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 
나는 손님이 한 사람도 들어가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아마 장사를 하려고 가게를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앉아서 무엇을 읽고 있다. 정말 한가한 모습이다. 
내일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려고 억척을 피우는 
모습이란 눈곱만치도 없다. 
발치에는 살이 찐 개가 배를 깔고 누워 있다. 
개가 아니면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꽂혀 있는 책에 
몸을 비비며 표지의 등 글자를 지우듯이 걸어 다닌다. 
그것은 주위의 조용함을 더욱 깊게 하는 것 같다. 

아아, 이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가게 하나를, 구닥다리 물건이 차 있는 윈도우를 
고스란히 사들여 개 한 마리와 함께 그 안에서 
20년쯤 앉아 있을 수 있다면 하고. 


~~~~~~~~~~~~~~~~~~~~ 
가을의 종말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만물의 변화가 보인다. 
무엇인가 우뚝 서서 몸짓을 하며 
죽이고 또 아픔을 준다. 

시시로 또 아픔을 달리하는 
모든 정원들. 
샛노란 잎새들이 차차 짙으게 
조락에로 물든다. 
내가 걸어온 아득한 길 

이제 빈 뜨락에서 
가로수길을 바라보면 
먼 바다에까지 이어닫는 
음울하고 무거운 
차디찬 하늘 


~~~~~~~~~~~~~~~~~~~~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런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두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라. 


~~~~~~~~~~~~~~~~~~~~ 
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럽게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순례의 서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나는 당신을 들을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팔이 꺾여도 나는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춘다면 
나의 뇌수가 맥박 칠 것입니다 

나의 뇌수를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피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 릴케가 연상의 여인 
루 안드레아 살로메에게 첫사랑을 고백한시 


~~~~~~~~~~~~~~~~~~~~ 
가을... 


앞이 떨어집니다. 멀리서인 듯 떨어집니다. 
하늘의 저 먼 정원이 시든 것처럼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집니다. 

밤이면 저 무거운 대지가 
모든 별들에서 고독으로 떨어집니다. 

우리 모두가 떨어집니다. 이 손도 떨어집니다. 
다른 것을 보십시오. 떨어짐은 어디에나 있지요. 

하지만 이 떨어짐을 부드러운 손으로 
끝없이 맞아주는 누군가가 계십니다. 

조두환 번역 


~~~~~~~~~~~~~~~~~~~~ 
그리움이란 


그리움이란 이런 것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의 삶 
그러나 시간 속에 고향은 없는 것 
소망이란 이런 것 
매일의 순간들이 영원과 나누는 진실한 대화 

그리고 산다는 것은 이런 것 
모든 시간 중에서도 가장 고독한 순간이 
어제 하루를 뚫고 솟아오를 때까지 
다른 시간들과는 또다른 미소를 띠고 
영원 속에서 침묵하고 마는 것 


~~~~~~~~~~~~~~~~~~~~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마음 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 
피에타 


이렇게, 예수여, 저는 당신의 발을 다시 봅니다, 
제가 가슴 떨며 벗기고 씻겨드렸던, 
그 때는 한 젊은이의 발이었지요. 
내 드리운 머리카락 속에 당황하여 서 있던 모습 
마치 가시덤불 속에 하얀 야수 같았지요. 

이렇게 저는 당신의 사랑 받은 적 없는 팔다리를 봅니다 
처음으로 이 사랑의 밤에. 
우리는 아직 함께 누워 본 적도 없는데, 
이제는 경이로와 지켜볼 뿐이로군요. 

그런데, 보아요, 당신의 손이 찢겨 있군요-: 
사랑하는 이여, 저 때문에, 제가 찔러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당신의 심장은 열려 있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군요: 
어찌 저만 들어갈 수는 없었던가요. 

이제 당신은 지쳤고, 당신의 지친 입술은 
제 슬픈 입술에 아무런 욕구도 없군요-. 
오 예수여, 예수여, 우리의 시간은 언제였나요? 
어쩌면 기이하게도 우리 둘 다 몰락하는지. 


~~~~~~~~~~~~~~~~~~~~ 
서시(序詩) 


네가 누구라도, 저녁이면 
네 눈에 익은 것들로 들어찬 방에서 나와보라; 
먼 곳을 배경으로 너의 집은 마지막 집인 듯 고즈넉하다: 
네가 누구라도. 
지칠대로 지쳐, 닳고닳은 문지방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너의 두 눈으로 
아주 천천히 너는 한 그루 검은 나무를 일으켜 
하늘에다 세운다: 쭉 뻗은 고독한 모습, 그리하여 
너는 세계 하나를 만들었으니, 그 세계는 크고, 
침묵 속에서도 익어가는 한 마디 말과 같다. 
그리고 네 의지가 그 세계의 뜻을 파악하면, 
너의 두 눈은 그 세계를 살며시 풀어준다. . . . 


(김재혁 / 고려대학교 교수 / 옮김) 


~~~~~~~~~~~~~~~~~~~~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받는다는 것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오직 타버린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나긴 밤을 새운 아름다운 불빛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스러지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영원한 지속이다 


~~~~~~~~~~~~~~~~~~~~ 
고독 


고독은 비와도 같은 것 

저녁을 찾아 바다에서 오른다. 
멀고 먼 외진 들녘에서 오른다. 

늘상 고적하기만 한 하늘로 옮겨갔다가 
하늘에서 비로소 도시에 내린다. 


아침을 향해 골목골목이 몸을 일으키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육신들이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 떠나갈 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같은 잠자리에서 함께 잠들어야 할 때, 

낮과 밤이 뒤엉킨 시각, 비가 되어 내리면 

고독은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달아나려 합니다. 
박해받으면 갇혀 있는 감옥에서 풀려나려는 듯이 

그러나 이 세상은 하나의 위대한 기적입니다. 
나는 느낍니다.여기에는 모든 삶이 살고 있다고. 

그러나 대체 누가 사는 것이겠습니까? 

연주되지 아니한 선율이 하아프 속에 깃들여 있듯이 
저녁 어스름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이겠습니까. 

물 위에 불어 오는 바람이겠습니까, 
신호를 주고받는 나뭇자기겠습니까, 

향기를 풍기는 꽃송이겠습니까, 
늙어 가는 긴 가로수 길이겠습니까, 

오고가는 따뜻한 동물들이겠습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새들이겠습니까. 

대체 누가 사는 것이겠습니까, 신(神)이여, 당신입니까- 
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 
만년의 밤 


밤이여, 오 그대 나의 얼굴에서 
깊이 속으로 녹아든 얼굴이여. 
그대여, 내 경탄하는 관조의 가장 위대한 
과중(過重)함이여. 

밤이여, 나의 응시 속에 전율하며, 
그러나 스스로 그토록 확고한 ; 
고갈되지 않는 피조물, 
대지의 잔해(殘骸) 위에 영원한; 

저네들의 가장자리의 도피로부터 
중간영역의 
소리 없는 모험 속으로 불길을 던지는 
어린 별들로 가득한; 

그대 다만 존재함 자체만으로도, 우월한 존재여, 
나는 얼마나 왜소한 모습인가 ― ; 
허나 어두운 대지와 한 몸 되어 
내 감히 그대 안에 존재하려 하노라. 


~~~~~~~~~~~~~~~~~~~~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1부/ 3편) 


A god can do so. But tell me how a man 
신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말 해다오. 
is supposed to follow, through the slender lyre? 
어떻게 인간이 가냘픈 수금을 통해 신을 따라갈 수 있는지를? 
His mind is riven. No temple of Apollo 
그의 마음은 찢겨졌다. 
stands at the dual crossing of heart-roads. 
이중의 마음의 십자로엔. 아폴론의 사원이 서 있지 않구나. 
Song, as you have taught it, is not desire, 
노래는, 당신이 가르쳐 준 것처럼. 욕망이 아니다. 
not a winning by a still final achievement:묵묵한 마지막 성취에 의한 승리도 아니다: 
song is being. A simple thing for a god. 
노래란 존재이고. 신에겐 단순한 것. 
But when are we in being? And when does he 
그러나 우리는 언제 존재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는 언제 
turn the earth and stars towards us? 
대지와 별을 돌려서 우리에게 향하게 해 줄 것인가? 
Young man, this is not your having loved, even if 
젊은이여, 이것은 네가 사랑을 간직하는것만으로 될 수 없다.비록 
your voice forced open your mouth, then – learn 
그때, 네 목소리가 네 입을 열도록 만든다 할지라도. 
to forget that you sang out. It fades away. 
네가 불렀던 노래를 잊어버리도록 배워라. 그건 사라질것이다. 
To sing, in truth, is a different breath. 
노래한다는건. 사실은, 또 다른 호흡이며 
A breath of nothing. A gust within the god. A wind. 
아무것도 호흡하지 않는 것이며. 신 안의 돌풍이고. 바람이기 때문이다. 


~~~~~~~~~~~~~~~~~~~~ 
과수원 




내가 만일 빌려온 언어로 그대에게 
편지를 쓸 용기를 냈다면, 
그것은 아마도 
과수원이라는 이 소박한 명사를 사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그 명사 하나에 사로잡혀 오래 전부터 고통스러워했다. 

이 명사가 포함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위해서 
흔들리는 너무나 막연한 하나의 의미나, 
또는 그보다 못한 방어하는 울타리라는 의미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가엾은 시인이여. 

과수원 : 오, 너를 단순하게 이름 부를 수 있는 
리라의 특권이여 ; 
꿀벌들을 매혹하는 비할 데 없는 말, 
숨쉬고 기다리는 말... 

고대의 봄을 숨기고 있는 명료한 명사, 
가득 차 있으면서도 투명한 말, 
그 대칭적인 음절 안에서 
모든 것을 배가시킴으로써 풍요로워지는 말. 

~~~~~~~~~~~~~~~~~~~~ 
두이노의 비가-제 4 비가 (1-18) 


오 생명의 나무여, 겨울은 언제이뇨? 
우리는 한 마음이 아니다. 철새들처럼 그렇게 
때를 알지도 못해 뒤쳐지고 늦어서야 우리는 
느닷없이 억지 바람을 일으켜 
무심한 못 위로 떨어질 뿐이다. 
피고 지는 것을 우리는 동시에 의식하고 있다. 
어디에선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가고 있는 사자들은 무기력을 모르련만. 

그러나 우리가 서로 아주 하나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도 
이미 상대편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다. 
적대감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것, 여인들도 
언제나 서로 안에 하나가 되어 
가장자리로 나아가지 않는다. 
거기 아득한 넓이와 사냥과 고향이 약속되어 있건만. 
한 순간의 그림을 위한 여기에도 
애써 대조의 바탕이 마련된다. 
우리가 그것을 보기라도 하듯, 사람들은 아주 분명하게 
우리를 아니까. 우리는 감정의 윤곽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곤 
밖에서 그것을 형성해 주는 것일뿐. 

~~~~~~~~~~~~~~~~~~~~ 
두이노의 비가 


내가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 주리오? 설령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는다 해도, 나보다 사뭇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는 무서움의 시작에 다름아니니까.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나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어두운 흐느낌의 

유혹소리를 꿀컥 삼키는데, 아, 대체 우리는 그 누구를 
부릴 수 있을까? 천사들도 아니요 인간들도 아니다. 

영리한 짐승들은 해석된 세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마음 편치 않음을 벌써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산등성이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어 날마다 볼 수 있을런지. 
우리에게 남은 건 어제의 거리와, 우리가 좋아하는 

습관에의 뒤틀린 맹종, 그것들은 남아 떠나지 않았다. 
오 그리고 밤, 밤, 우주로 가득찬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파먹어가면, 누구에겐들 밤만 남지 않으랴, 

그토록 그리워하던 밤, 모든 이의 가슴 앞에 힘겹게 드리운, 
약간 환멸을 느끼는 밤. 밤은 사랑하는 이들한테는 더 쉬울까? 

아, 그들은 그저 몸을 합쳐 그들의 운명을 가리우고 있구나. 
너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가? 우리가 숨쉬는 공간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네 공허를 던져라. 그러면 새들은 
더욱 당찬 날갯짓으로 넓어진 대기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봄들은 너를 필요로 할지 모르지. 수많은 별들은 
네가 저희들을 느끼기를 바랐다. 과거 속에서 

파도 하나 일어나고, 혹은 
열려진 창문 옆을 지나갈 때 
너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겠지. 그 모든 건 사명이었다. 

그러나 너는 그것을 완수했는가? 모든 것이 
네게 애인을 점지해줄 듯한 기대감에 

너는 언제나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는가? (네가 그녀를 
어디에 숨겨도, 크고 낯선 생각들은 네 가슴속을 
들락거리며 밤이면 어김없이 네 안에 머무르는데.) 

그리웁거들랑, 사랑을 하는 자들을 노래하라, 하지만 
그들의 유명한 감정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라. 

네가 시기할 지경인 그 사람들, 너는 그들이 사랑의 
만족을 맛본 이들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움을 알았으리라. 

결코 다함이 없는 칭송을 언제나 새로이 시작하라, 
생각하라, 영웅이란 영속하는 법, 몰락까지도 그에겐 
존재하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그의 궁극적 탄생이었음을. 

그러나 지친 자연은 사랑에 빠진 자들을, 
두 번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듯이, 

제 몸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너는 가스파라 스탐파를 
깊이 생각해 보았는가, 사랑하는 남자의 버림을 받은 

한 처녀가 사랑에 빠진 스탐파의 드높은 모범에서 
자기도 그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언젠가 이처럼 가장 오래 된 고통들이 우리에게 
열매로 맺지 않을까?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면서 

연인에게서 벗어나, 벗어남을 떨며 견딜 때가 아닌가? 

발사의 순간에 힘을 모아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 
화살이 시위를 견디듯이. 머무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목소리, 목소리들, 들어라, 내 가슴아, 지난날 성자들만이 
들었던 소리를, 엄청난 외침 소리가 그들을 

땅에서 들어올렸지만, 그들, 불가사의한 자들은 
무릎꿇은 자세 흐트리지 않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니, 

바로 그렇게 그들은 귀 기울이고 있었다. 신의 목소리야 
더 견디기 어려우리. 바람결에 스치는 소리를 들어라, 

정적 속에서 만들어지는 끊임없는 전언을. 
이제 그 젊은 주검들이 너를 향해 소곤댄다. 

네가 어디로 발을 옮기든, 교회든 로마든 나폴리든 
그들의 운명은 조용히 네게 말을 건네지 않았던가? 

아니면 얼마 전의 산타 마리아 포르모자의 碑文처럼 
비문 하나가 네게 엄숙히 그것을 명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내게 무엇을 바라는가? 내 그들의 영혼의 
순수한 움직임에 가끔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옳지 못한 인상일랑 조용히 버려야 하리라. 


이 지상에 더 이상 살지 않음은 참으로 이상하다, 
겨우 익힌 관습을 다시는 행할 수 없음과, 

장미들과 그밖의 무언가 나름대로 약속하는 사물들에게 
인간의 장래의 의미를 선사할 수 없음과, 

한없이 걱정스런 두 손 안에 들어 있는 존재가 
이제 더 이상 아님이, 그리고 자기 이름마저도 마치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리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서로 
연결되어 있던 모든 것이 그처럼 허공에 흩어져 날리는 것을 

보는 것은 이상하다. 그러므로 죽어 있다는 것은 
점차 조금이나마 영원을 맛보기 위한 힘겨움과 만회로 

가득 차 있는 것 ――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은 
모든 것을 너무나 뚜렷하게 구별하는 실수를 범한다. 

천사들은 살아 있는 자들 사이를 가는지, 죽은 자들 
사이를 가는지 때때로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영원한 흐름은 두 영역 사이로 
모든 세대를 끌어가니, 두 영역의 모두를 압도한다. 


끝내 그들, 일찍 떠난 자들은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니, 
우리는 어느 덧 자라나 어머니의 젖가슴을 떠나듯, 조용히 

대지의 품을 떠난다. 그러나 그토록 큰 비밀을 
필요로 하는 우리는, 슬픔에서 그토록 자주 복된 진보를 

울궈내는 우리는 ―― 그들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언젠가 리노스를 잃은 비탄 속에서 튀어나온 첫 음악이 

메마른 단단함 사이를 꿰뚫었다는 전설은 헛된 것인가, 
거의 신에 가까운 한 젊은이가 갑작스레 영원히 

떠나버려 깜짝 놀란 공간 속에서 비로소 공허함이 
우리를 매혹시키고 위로하며 돕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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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Rainer Maria Rilke) 

평가 : 열정적인 몸부림과 영감, 충일한 언어로 20세기를 감당하고자 했던 세계문학사의 거장 
약력 : 1875년 체코 프라하(당시 오스트리아, 헝가리 영토) 출생 
1890년 메리시 바이스키르헨의 육군사관학교 입학 
1891년 사관학교 퇴학 
1894년 처녀시집 <인생과 노래>를 발레리의 도움으로 출간 
1895년 프라하 대학 입학 
1901년 여류 조각각 클라라 베스트호프와 결혼 
1902년 <형상시집> 출판 
1910년 <말테의 수기> 출판 
1923년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출판 
1926년 장미가시에 찔려 급성 백혈병의 증세로 사망 

작가 이야기 

열정적인 몸부림과 영감, 충일한 언어로 20세기를 감당하고자 했던 세계문학사의 거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실존의 불안과 예감의 고뇌 속에서 자신의 영감이 폭풍을 일으키고 그것을 언어로 춤추었던 불세출의 서정시인이요 작가였다. 그는 매우 열정적인 몸부림과 영감 그리고 충일한 언어로 20세기를 감당하고자 했던 세계문학사의 거장이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 출신의 독일 시인이었던 그는 일찍부터 고향 상실의 비애와 감상에 젖어야 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유년학교를 거쳐 예비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퇴학한 것도 그의 우수를 더해 주는 요소였다. 군사교육에 대한 지독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로 인해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평생 극복할 수 없었노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뮌헨대학을 졸업하던 22살 무렵 만난 루 살로메와 더불어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부터 그의 삶은 사랑과 고독, 방황과 편력, 여행과 발견, 그리고 그에 따른 문학적 탐색의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릴케의 문학은 정신적 순례를 통해 영혼의 초월을 모색하고자 했다는 특성을 지닌다. 신을 찾고 신에게로 다가서고자 하는 순수 영혼의 열정적인 동경을 형상화한 <시도시집>을 비롯하여 사물의 존재를 관조적으로 성찰한 <형상시집>, 무한한 우주 공간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과 고뇌를 그린 <두이노의 비가>, 존재와 세계의 아름다움과 조화 세계를 노래한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등의 시편들로 현대시인으로서의 불멸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의 대표적인 소설인 <말테의 수기>는 <로댕론>을 집필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했던 기간에 쓰여진 대표적인 소설이다. 말테라는 청년 주인공의 내면 영혼의 심층을 깊 있게 보여준다. 

<두이노의 비가>를 완성하던 날, "마침내 축복받은, 축복받은 듯한 날이 왔습니다"라며 열광적인 편지를 쓰기도 했던 그는 장미 가시에 찔려 그 상처가 깊어져 숨을 거둔다. 51세의 나이로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라고 스스로 쓴 묘비명 아래 누웠다. 누구의 꿈도 아닌 깊은 잠을 포근히 감싸주는 장미꽃에 덮혀, 그렇게 20세기의 순수 열정과 운명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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