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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창작론

가장 기본적인 수필창작 형태 / 이관희
2017년 10월 15일 16시 08분  조회:1543  추천:0  작성자: 강려
 

가장 기본적인 창작 형태

 

 

 

이관희

(시인 문학평론가 창작에세이 이론창안)

 

 

 

 

【  위의 글씨 

 

윤오영

 

어느 날 들에 나갔더니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나는 목필木筆을 들고 종일 들판으로 돌아다니며 마음 내키는 대로 눈 위에다 낙서落書를 하고 돌아왔다내 글씨는 옥판玉板의 전자篆字 같이 아름다웠다.

열흘 뒤에 가 봤더니 눈은 다 녹아 버려 자취도 없고 검은 흙만이 슬프게도 드러나 있었다. 내 글씨도 남아 있지 아니했다.

또 열흘 뒤에 가 봤더니 새싹들이 파릇파릇 아름답게 돋아나고 있었다. 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저 새싹들을 나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기뻐했다.

 

(필자주 본서는 55편의 작품에 대한 55가지의 창작양식을 분석강의하고 있다. 55편 모두 동일한 분석 항목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본 작품 눈 위의 글씨」 와 같은 상세 강의는 본 작품에서만 행하고 있다나머지54편에 대한 상세 강의가 필요 할 시는 눈 위의 글씨」 편을 참고 하도록 편집 되었다.)

 

창작 분석

 

1. 소재의 형상적 발견

1) 창작문학의 소재 발견과 일반산문문학(에세이)의 소재 발견은 다르다

문예 창작법의 첫 번째 단계는 소재의 발견에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야 말로 실제 문예 창작법의 ABC 중에서도 A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문예창작은 소재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작문학의 소재 발견과 일반산문문학의 소재 발견은 다르다.

문학에는 두 가지 직능의 문학이 있다하나는 창작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비창작)일반산문문학이다,소설희곡동화그리고 창작문예수필은 창작문학이다그러나 에세이는 (비창작)일반산문문학이다.

창작문학은 현실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문학이다그러나 (비창작)일반산문문학은 상상력의 세계가 아닌 이미 있는 현실의 것에 관해서 토의하는 형식의 문학이다.

창작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형상적으로 발견해야 된다왜냐하면 문예창작이란 상상적 형상을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비창작)일반산문문학(본고에서는 그 대표적 형식인 에세이를 예로 들것이다이하 동일)을 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개념적으로 발견해야 된다에세이는 형상적 존재 창작에 목적이 있는 문학이 아니고이미 있는 것에 관한 개념적 논의에 목적이 있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작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형상적으로 발견해야 되고에세이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개념적으로 발견해야 된다는 말은 마치 콩 심은 데 콩 나고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밭에다 팥을 심어 놓고 콩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 없고콩을 심어 놓고 팥이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 없다.

창작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원고지에 형상을 심어야 되고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개념(논리)을 심어야 된다.

 

2) 소재의 상상적 발견

소재를 형상적으로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재를 상상적으로 발견해야 된다왜냐하면 문학의 형상은 상상적 형상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문학의 소재는 삼라만상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삼라만상이 그대로 다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문학적으로 발견된 것만이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문학적으로 발견 된 일이 없는 소재의 나열이 잡문신변잡기가 된다.

소재의 문학적 발견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가?

문학적 발견이란 자연 상태의 소재를 예술작품으로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고소재를 예술작품으로 발견한다는 뜻은 소재를 상상력의 세계로 발견한다는 뜻이 된다왜냐하면 예술이란 본질상 작가가 상상한 상상력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예창작의 실제는 한 마디로 [이것]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저것]이라는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이 때 [이것]이라는 소재는 현실이며사실이며자연 상태의 것이다자연 상태의 사실은 그것이 아무리 예술적으로 생긴 것이라 해도 창작물은 아니다.

창작물이란 상상력의 산물이어야 창작물이 될 수 있다설사 어떤 예술작품이 사실보다도 못한 조잡한 작품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래도 그것이 예술이고 작품이지 사실이 그보다 낫다고 해서 사실을 예술이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현실의 사실이나 자연 상태의 어떤 것이 아무리 훌륭하고멋있고,기가 막힌 것이라 해도 그것 자체에 반해서는 안 된다그 사실의 훌륭함을 뛰어 넘어 그보다 더 나은 상상력의 세계를 볼 줄 알아야 된다.

만약에 어떤 작가가 금강산에 가서 야아기가 막히네!’라고 감탄만 하다가 온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금강산에 관해서 아무 글도 쓸 수 없을 것이다설사 쓴다고 해도 야아금강산에 가 봤더니 입이 딱 벌어져서 할 말이 없더라.’는 식의 글 이상은 쓸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그래서는 안 된다작가는 호랑이한테 잡혀 가도 정신만은 예술적으로 똑바로 차려야 되는 사람이다금강산이 아무리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하더라도 작가는 거기에 넋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그 보다 더 아름다운 상상력의 금강산을 볼 줄 알아야 된다작가가 [이것]이라는 소재에서 발견해야만 하는 [저것]이라는 창작의 세계가 다름 아닌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상상력의 금강산인 것이다.

문학이란 본질상 상상력의 세계다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이 사실부터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해해야만 된다작가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대답은 작가란 상상력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되어야 한다작가는 아침에 눈을 뜰 때도 현실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에서 눈을 떠야 되고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도 상상력의 세계에서 잠이 들어야 된다그리고 꿈속에서도 상상해야 된다.

작가의 책상머리에는 상상하라는 한 마디가 좌우명으로 평생 붙어 있어야 된다가장 높고가장 깊고가장 넓은 상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재의 형상적 발견이란 첫째로 [이것]이라는 사실의 소재를 [저것]이라는 상상력의 세계로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오영의 눈 위의 글씨에서, 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저 새싹들을 나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소재를 상상적으로 발견하고 있는 장면이다이곳의 생각했다는 상상했다는 뜻이다이것이 소재의 상상적 발견이다.

 

3) 소재의 형상적 발견*

소재를 상상적으로 발견한다는 것과 개념적으로 발견한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소재를 상상적으로 발견한다는 것은 사실의 소재를 상상적인 시각에서 보고 상상적 형상으로 발견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소재를 개념적으로 발견한다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적 문제(개념)로 발견한다는 뜻이 된다왜냐하면 (비창작)일반산문문학은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문학이 아니고, ‘이미 있는 사실의 것을 가지고 사실적인 토의를 하는 문학이기 때문이다에세이가 그 대표적인 형식이다.

그러면 소재를 상상적 형상으로 발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 하는가?

상상적 형상이란 형상적 존재 혹은 사물을 의미한다왜 그런가문예창작이란 존재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문학의 존재는 상상적으로만 존재 할 수 있는 형상적 존재일 뿐이다그러므로 문예창작이란 형상적 존재를 창작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창작 작품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세계다이 때 독립된 세계란 현실의 세계가 아닌 상상의 세계라는 뜻이다.

하나의 문학작품이 진정으로 하나의 독립된 세계라면 그 세계는 반드시 존재하는 것들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왜냐하면 세계란 존재하는 것들의 세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고 할 때 그 대답은 존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라는 것이 되어야 한다현대문학 이론에서 말하고 있는 창작개념인 존재의 총계에 부가하는 새로운 존재의 창조라는 말이 바로 이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몰톤 · 조연현이때의 새로운 존재란 말 할 것도 없이 현실의 존재가 아닌 상상적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소재를 문학적으로 발견한다는 것은 현실의 소재를 상상력의 세계인 예술작품의 대상으로 발견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소재를 예술작품으로 발견한다는 것은 첫 번째로는 자연 상태의 소재를 자연 상태가 아닌 상상력의 세계로 발견한다는 뜻이고두 번째로는 상상력의 세계로 발견한다는 뜻은 상상적 형상으로 발견한다는 뜻이고,세 번째로는 상상적 형상으로 발견한다는 뜻은 형상적 존재로 발견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창작수필 작가가 산문수필 작품이나 에세이 작품을 쓰고자 한다면 소재를 형상적으로 발견해야 할 필요는 없다소재를 개념적으로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비평문 형식의 에세이를 쓰려고 하면서 소재를 형상적으로 발견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왜냐하면 개념적이고 논리적인 전개가 필요한 비평문에 은유와 같은 비개념적인 형상적 표현이 다량으로 표출된다면 그 글은 개념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작문예수필 작가가 처음부터 어떤 소재를 가지고 창작 작품을 쓰기로 작정하였다면 반드시 소재를 형상적 존재로 발견해야만 된다콩 심은 데 콩 나는 법이고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다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형상을 심어야 되고에세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개념을 심어야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작 작품이 될성부른 소재는 그 떡잎이 되는 소재의 발견에서부터 예술적이고상상적인 형상적 존재로 발견하게 되고에세이 작품이 될성부른 소재는 그 떡잎이 되는 소재의 발견에서부터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대상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에세이는 무엇에 관한 생각을 짓는 문학이고창작문학은 무엇’ 자체를 존재론적으로 형상화하는 문학이다다시 말하면 에세이는 작가가 무엇에 관하여 생각한 것을 진술하는 문학이고창작문학은 작가가 상상한 존재ㆍ사물을 형상화하는 문학인 것이다.

그러므로 형상화라는 말의 본질적인 뜻은 형상적 존재를 형상화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다에세이는 형상적 존재를 형상화하는 문학이 아니다그러므로 에세이 작품을 써 놓고 형상화 운운하는 것은 광의적 의미로는 형상적이라는 뜻으로 이해 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 의미에서는 잘못된 논리인 것이다에세이는 그 주제를 형상적으로 구현하기는 하지만 어떤 형상적 존재를 창작하지는 않는 문학양식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에세이를 읽는 목적은 어떤 문제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 읽는 것이고반대로 창작문학을 읽는 목적은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상상한 상상력의 세계를 읽기 위해서 읽는 것이다.

그러므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야 말로 문학 창작법의 ABC 중에서도 A에 해당하는 원리가 되는 것이다만약에 창작문예수필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이 말을 문학의 ABC 중에서도 A의 원리와 원칙으로 삼아 책상머리에 걸어둔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창작 작가가 될 것이다.

윤오영의 눈 위의 글씨의 소재는 제목 그대로 눈 위에 쓴 글씨그런데 작가는 눈 위에 쓴 글씨라는 소재를 봄에 돋아나는 새싹이라는 존재론적 형상으로즉 형상적 대상으로 발견하고 인식하고 있다다시 말하면 [이것]이라는 눈 위의 글씨를 [저것]이라는 봄에 돋아난 새싹으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이것이 소재의 형상적 발견이다.

 

2. 창조적 창작발상

1) 창작문예수필의 창작발상과 에세이의 작품발상은 다르다

문예 창작법의 두 번째 단계는 창조적 창작발상에 있다.

이 항목에서도 먼저 분명하게 인식해야 될 것은 창작문예수필의 소재 발견과 에세이의 소재 발견이 다른 것처럼 창작발상도 창작문예수필의 창작발상과 에세이의 집필발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에세이의 집필발상은 개념적인 발상이 되어야 한다가을 달밤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와고교한 달빛과,툭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감상에 흠뻑 빠져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에세이 작품을 쓰겠다고 한다면 한 줄의 생각도 지을 수 없을 것이다달밤에 관한 에세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달밤의 감상에 잠길 것이 아니라 달밤에 관한 개념적 생각에 빠져 들어가야 된다.

반대로 달밤에 관한 개념적 생각에 깊이 빠져 있던 사람이 달밤을 소재로 창작 작품을 쓰겠다고 한다면 이 역시 한 줄의 작품도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창작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달밤에 관한 개념적 생각을 파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달밤을 상상적이고 형상적인 달밤으로 발견하는 일부터 해야 되고거기서 상상적이고 창조적인 창작발상을 길어내서 그것을 형상화하는 구상작업을 해야 되는 것이다.

 

2) 창조적 창작발상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소재를 상상적이고형상적으로 발견하였다 하더라도 그 소재로부터 아무 창조적 창작발상을 얻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된다면 혹 산문수필 작품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창작 작품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창작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재로부터 창조적 창작발상을 발견이끌어 내야지만 된다창작발상이란 창작의 씨앗이기 때문이다밭에 콩씨도 팥씨도 심은 일이 없는데 김만 열심히 맨다고 콩이 나겠는가팥이 나겠는가?

창작수문예필의 창조적 창작발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창작문예수필의 기본적인 창작발상은 소재에 대한 창조적 비유(은유 · 상징)의 발견을 의미한다필자가 지금 창작발상에 관한 말을 하면서 창작문예수필의 기본적인 창작발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즉 지금 논의하고 있는 창작발상은 기본적인 논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소재에 대한 창조적 비유의 발견이란 [이것]이라는 소재를 비유적으로 말하면 무엇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직유적 관계나 혹은 ‘[이것]은 [저것]이다’, 라는 은유적 관계의 발견을 의미한다이를 T.S. 엘리엇의 객관적 상관물*의 발견’ 이론으로 이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 작품의 경우에는 눈 위에 쓴 글씨라는 소재에 대한 비유가 무엇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객관적 상관물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정서나 사상을 그대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그것을 나타내 주는 어떤 사물정황혹은 일련의 사건을 발견하여 표현하는 창작기법.(현대시론」 박진환)

윤오영의 눈 위의 글씨에서는 봄에 돋아 난 새싹을 지난겨울 눈 위에 썼던 글씨의 은유(창작발상)로 발견하고 있다.

창작문예수필의 문학 이론적 해석은 산문의 시’ 문학이라는 것이다. ‘산문의 시’ 문학이란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시적 발상이란 무엇인가시적 발상의 실제가 무엇이든 그것은 시적 대상이라는 원관념에 대한 존재론적 보조관념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즉 내 마음은 호수요의 호수라는 은유 발견이 그것이다.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구조는 소재의 문학화 곧 구성작업과 그 소재에 대한 비유 발견이라는 2중적 구조 창작에 있다이 문제는 아래 구성 항목에서 자세하게 논하게 될 것이다본 항목에서 논하고 있는 소재에 대한 창조적 비유 발견이란 다름 아닌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개념인 구성적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 발견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발굴해 내고 있는 창작문예수필의 공통적인 창작양식은 소재에 대한 은유나 상징 창작으로 나타나고 있다이 작품의 경우 봄에 돋아 난 새싹을 지난겨울에 눈 위에 쓴 글씨가 새싹으로 돋아난 것으로 보는 은유 창작이 그것이다.

작가들은 많은 경우 소재의 발견과 창작발상이 동시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그러나 작법상으로는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다왜냐하면 소재의 문학적 발견이란 소재를 형상적으로 발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창작발상에까지 이르게 되어야 진정한 문학적 발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발상이 없이 그것 참 멋있는 얘기가 되겠는데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문예창작이란 창작발상의 형상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창조적 창작발상이 없는 글은 창작문학작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창작문학과 에세이 문학이 갈라지는 첫 번째 지점은 소재의 발견에 있고두 번째 지점은 창작발상에 있다작가가 소재로부터 얻는 창작발상이 형상적이고 창조적인 것이면 창작 작품을 쓰게 될 것이고개념적이고 토의적인 발상을 얻게 된다면 에세이 작품을 쓰게 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비유 발견은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양식 일 뿐이라는 점이다창작양식은 삼라만상만큼 다양하다그러나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작품의 제재가 되고 있는 소재에 대한 비유적 등가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양식이라는 사실이다.

 

3. 주제의 형상적 파악

문예 창작법의 세 번째 단계는 주제 파악에 있다주제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지 못하면 무슨 말을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이 되고 말 것이다.

작가가 소재와 창작발상을 어떻게 발견하고 인식 하느냐에 따라서 창작 작품을 쓸 수도 있고에세이 작품을 쓸 수도 있듯이 주제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서도 창작 작품을 쓸 수도 있고 에세이 작품을 쓸 수도 있다창작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도 형상적으로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주제의 형상적 파악은 소재의 형상적 발견과 창조적 창작발상만큼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다시 말하면 설사 주제를 개념적이고 토의적으로 파악하였다 하더라도 작가가 소재와 창작발상을 창조적이고 형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매우 창작적인 산문수필 작품을 쓰거나 혹은 창작 작품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이 말은 소재의 형상적 인식과 창조적 창작발상이 그만큼 창작의 절대 조건이 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작가가 처음부터 창작 작품을 쓰기로 의도하였다면 주제도 자연히 형상적이고 창조적으로 파악하게 될 것이고또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를 개념적으로 파악한다면 새봄을 맞이하는 기쁨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주제를 형상적으로 파악한다면 새봄을 맞이하는 기쁨을 지난겨울 눈 위에 쓴 글씨가 새싹으로 돋아났다고 보는 경이로움으로’ 형상화화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야 될 것이다.

 

4. 창작 대상의 발견

문예 창작법의 네 번째 단계는 창작대상의 발견에 있다창작대상이란 작가가 형상화하고자 하는 형상적 존재를 의미한다형상적 존재는 좁은 의미에서는 작품 속의 인물이나 사물이다그러나 인물과 사물을 포함한 작품 자체로 보는 시각도 가져야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문학예술 작품이 창작하는 형상은 그 존재 양상이 반드시 현실적 사물과 같은 모양으로 존재할 필요는 없다예술이 창작하는 형상은 본질적으로 비유적 형상으로서의 존재다따라서 많은 경우 은유적 존재로서의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다특별히 시와 창작문예수필 작품의 경우가 그렇다그러나 소설의 경우는 가공의 인물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항목에서 말하는 창작대상의 발견이라는 말을 질문형식으로 표현한다면, ‘이 작품은 이 같은 소재와 창작발상을 가지고 무엇을 창작(형상화)하고 있는가.’라는 말이 된다.(필자주 : ‘형상화라는 말의 뜻을 분명히 알고 공부를 진행하자형상화의 바른 뜻을 다시 보라.)

창작대상의 발견과 창작발상은 본질상 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창작법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왜냐하면 많은 경우 창작발상은 이거다하는 막연한 느낌 가운데서어떤 확실한 것으로 떠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즉 분명히 무엇인가를 보기는 보았는데 마치 안개 속에서 본 것처럼그것이 사람인지 짐승인지남자인지 여자인지 분명치 않은 막연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같은 창작발상을 가지고 창작구상을 계속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차츰 그 윤곽이 분명하게 떠오르게 된다이 같은 구상과정을 통해서 분명한 모습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 창작대상이다.

창작대상이 분명한 형상적 존재로 발견되지 못한 상태즉 막연하게 이것이다라는 창작발상 상태에서 글을 쓴다면 혹 산문수필 작품은 될 수는 있겠지만 창작 작품은 될 수 없을 것이다창작이란 형상적 존재를 형상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창작양식은 삼라만상만큼 다양하다창작문예수필은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양식의 문학이다그 기본 창작개념은 구성적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 창작이다실제 작품창작에서는 크게 세 가지 양식으로 나타나고 있다첫째는 소재에 대한 비유(은유 · 상징)창작두 번째는 시적 정서의 산문적 형상화세 번째는 서사(소설 · 동화 · 희곡구성법 등이 기본 창작양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 작품은 눈 위에 쓴 글씨가 봄이 되자 새싹으로 돋아났다고 보는 은유를 창작하고 있다즉 [이것]이라는 소재인 눈 위에 쓴 글씨를 가지고 새싹이라는 [저것]으로 만들어 내는 은유를 창작하고 있는 것이다.

은유란 두 이질적인 대상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동질성에 근거한다은유 창작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적 창작론에서부터 문예창작법의 중요 창작 요건으로 여겨져 왔다현대 시작법에서는 은유 창작이 없는 시창작이란 생각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시작법의 중심 작법으로 여긴다.

 

5. 창조적 구성 작업

1) 소재의 문학화

창작문예수필은 무엇을 어떻게 창작하는 문학인가창작문학이란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시는 창조적 언어(시어)의 상상력 세계를 만들어 내고소설은 허구적 이야기(인물 · 서사)의 상상력 세계를 만들어 낸다창작문예수필은 시어도허구적 이야기도 아닌 사물의 마음의 이야기즉 사물과 교감의 상상력 세계를 창작하는 문학이다현재까지 발견되고 있는 그 대표적인 창작양식은 소재에 대한 은유 창작으로 나타나고 있다즉 구성적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 창작이 그것이다.

문학 창작법의 다섯 번째 단계는 구성작업에 있다구성이란 문학적으로 발견한 소재와 창작발상을 어떻게 작품화(상상력의 세계화)할 것이냐의 문제다.

소재의 작품화란 문학화를 의미하고 문학화란 곧 상상력 세계화를 의미한다문학을 하고자 하는 문학도에게 작품화’, ‘문학화’, ‘상상력 세계화라는 말의 뜻을 문학 이론적으로 바로 이해하는 일은 초등학생이 한글을 깨우치고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일만큼 절대로 중요한 기초 작법이론이다구성작업이란 다름 아닌 소재의 작품화즉 상상력 세계화 작업을 의미한다.

창작문예수필이 에세이로부터 진화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어려웠던 난제는 작품의 제재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의 소재에 대한 상상력화 방법론에 있었을 것이다그 이유는 창작문예수필의 전신인 에세이 문학은 이미 있는 것을 가지고 현실적 토의를 하는 형식의 (비창작)일반산문문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세이 집필 개념은 내 집 안 일이나 사사 일(몽테뉴 essai의 서문)이라는 사실의 소재를 작품의 제재로 삼아 그 소재에 관해서 현실적인 토의를 하는 형식의 생각을 짓는’ 데에 있다.

상상력화즉 창작화 시키지 않은 내 집 안 일이나 사사 일의 세계는 사실의 세계다따라서 에세이 작품 속의 와 나의 세계는 곧 작가 자신과 작가 자신의 사실적 세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에세이문학의 창작성은 창작적인 변화(몰톤 · 조연현)’, 즉 창작적인 표현’, 혹은 창작적인 구현’ 이상이 될 필요도 없고될 수도 없는 것이다따라서 에세이(산문수필작품은 아무리 풍부한 상상적인 형상적 문장법으로 제작된 작품이라도 여전히 소재의 문학화소재의 상상력 세계화가 안 된 일반산문문학 작품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왜냐하면 에세이 작품 속의 와 나에 관한 이야기나 생각은 모두 사실의 세계인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작문학의 세계는 사실의 세계가 아닌 상상력의 세계즉 비현실의 세계다그러므로 문학화*란 소재의 비현실화를 의미하게 된다.

 

소재가 아직 소재인 상태로 있을 때그것은 조잡함을 면치 못한다조잡하다는 것은 비현실화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문학에의 초대」 齊藤勇저 이철범역 경서출판사 53)

 

창작문예수필은 에세이문학이 아니다소설 같은 창작문학이다그러므로 소재를 문학화즉 상상력 세계화 시켜야 된다.

창작문예수필이 사실의 소재를 작품 속에 끌고 들어와서 작품의 제재로 삼는 점에서는 에세이 문학과 같다그러나 소재를 상상력화 시킨다는 점에서는 에세이 문학과 완전히 다른 창작문학이 된다다시 말하면 창작문예수필은 사실의 소재를 문학화상상력 세계화 시키는 창작문학인 것이다.

사실의 소재를 문학화상상력 세계화 시킨다는 것은 사실의 세계를 상상력 세계로 만든다는 뜻이다.

소재의 출처는 주관적 경험에 있다그러므로 소재가 소재 상태로 있는 동안은 주관적 경험의 현실적 세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 집 안 일이나 사사 일이 문학화가 된 후에는 더 이상 내 집 안 일이나 사사 일이 아닌 객관적 세계인 창작된 세계의 일이 되는 것이다.

내 집 안 일이나 사사 일’, 즉 사실의 소재가 구성작업을 거쳐서 문학화(상상력화된 후에는 더 이상 사실의 세계와 1:1의 관계가 아닌 개연성(蓋然性 probability )의 세계즉 상상력의 세계의 이야기가 된다는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롯론에서부터 시작 된 가장 오래된 창작론이다.(참고 문학이론의 역사적 전개」 이상섭현대에 와서는 포스터의 구성론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론이다.(참고 소설의 양상」 E.M.Forster)

그러므로 구성된 창작문예수필 작품 속의 와 나의 이야기들은 더 이상 작가 자신과 작가 자신의 사실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창작문예수필 작품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특별히 이 점에 관한 명확한 이론적 이해를 해야만 된다창작수필을 쓴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에세이 작품(혹은 기존의 수필)을 쓸 때와 같이 작품 속의 와 작가 자신을 동일시하는 인식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위에서 지적한 비현실’ 작업이 덜 된 조잡한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의 소재를 문학화상상력 세계화창작문학화 시키는 본질적인 방법이 창조적 구성작업이다.

위에서 말한 창작의 네 가지 단계는 구상단계라고 할 수 있다구상 단계에서는 아직 한 줄의 작품도 만든 것이 없다물론 많은 메모는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아직 원고지를 펴 놓고 본격적인 집필단계에 들어 간 것은 아니다실제 집필단계는 구성작업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필을 가리켜서 처음부터 여기의 문학이니 서자문학이니 혹평하다가 오늘날에 와서는 신변잡기에 그것도 문학이라고 하고 있느냐라고 노골적으로 조롱을 하게 된 문학 이론적 원인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작품화(문학화), 상상력화 즉 구성작업이 안 된 글을 써 놓고 창작문학이라고 우겨 온 데에 있다.

작품화*란 한 마디로 문학화를 의미하고문학화란 소재의 비현실화를 의미하고소재의 비현실화란 사실의 소재를 상상력의 세계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왜냐하면 문학이란 본질상 상상력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왜 상상력의 세계 일 수밖에 없는가인간은 신적 창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신적 창조란 사실적 창조다곧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다(창세기13)는 성경의 창조론 같은 사실적 창조는 신만이 하실 수 있는 창조다.

문학적 창조란 신적 창조가 아닌 인간이 상상력 속에서 할 수 있는 창조를 의미한다즉 사실적 창조가 아닌 상상력의 세계에서의 상상적 창조인 것이다.

창작문예수필도 기존의 수필과 다름없이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의 제재로 삼는 문학 양식이라는 점에서는 똑 같은데 사실의 소재가 어떻게 작품화문학화상상력 세계화 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답이 구성작업인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 이래 문예창작 방법론의 핵심은 구성법(플롯)에 있다.

 

호메로스는 플롯을 만들었기 때문에 시인이고엠페도클레스는 그 철학사상을 단지 운문으로 서술한 까닭에 시인이 될 수 없다.(문학이론의 역사적 전개」 이상섭 23)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시작된 창작 방법론의 첫 번째 개념이다즉 플롯을 만들었다면 창작문학이고그렇지 않으면 창작문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의 소재를 작품화문학화상상력 세계화 시키는 그 구성(플롯)*이라는 것은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롯론은 필연성과 개연성(蓋然性)을 중요하게 여기고포스터의 구성론은 인과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그러나 필연성개연성인과율은 서로 분리 될 수 없는 동질성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포스터의 구성론에 의하면 왕이 죽고 다음에 왕비가 죽었다는 것은 구성이 안 된 시간적 순서에 의한 사실적 진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구성이란 어떻게 하는 것이냐? ‘왕비가 죽었다아무도 그 까닭을 몰랐는데 왕이 죽은 슬픔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구성이라고 E.M 포스터는 말하고 있다.(소설의 양상」 E.M 포스터 94)

왕비가 죽었다아무도 그 까닭을 몰랐는데 왕이 죽은 슬픔 때문에 왕비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왜 구성인가그것은 왕이 죽고 다음에 왕비가 죽었다는 시간적 순서가 깨어져 왕비의 죽음이 서두에 나서고 있고그 왕비의 죽음과 왕의 죽음 사이에 인과율이 개입되어 인과율에 의한 사건이 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요점은 첫 째로구성이란 사실의 소재의 시간적 순서를 깨트려 버린다는 것이다시간적 순서에 의하면 왕이 죽고→ 다음에 왕비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중요한 구성요소는 시간적 순서를 깨트린 대신에 사건과 사건 사이를 인과율로 연결시킨다는 점이다그 결과 시간적 진술에서는 왕의 죽음이 서두에 나섰는데 시간적 순서가 깨어지고 대신 인과율이 그 자리에 들어서자 왕비가 죽었다.’가 서두에 나서고그 원인(인과율)이 왕의 죽음에 있었음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시간적 서술에 의한 옛날식 이야기를 듣고 있는 청중은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었느냐를 물으며 이야기를 듣고현대식 구성된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왜 그렇게 되었느냐를 물으며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포스터의 구성론이다.

창작문예수필작품 속의 제재는 기존의 수필작품 속의 사실의 소재로서의 제재와 다르다기존의 수필작품 속의 제재는 구성이 안 된있었던 사실의 시간적 순서에 의한 진술즉 사실의 소재의 모사(模寫)적 재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창작문예수필작품 속의 제재는 구성작업을 통하여 문학화즉 시간적 순서가 깨어진 자리에 인과율과 필연성이 개입하는 구성작업을 통하여 개연성이 성립된더 이상 사실의 소재의 사실성과 관계가 없는 상상력 세계화곧 소재의 비현실화가 이루어진 창작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다음 문장 속에서 창조적 구성법을 찾아 볼 수 있다.

열흘 뒤에 가 봤더니 눈은 다 녹아 버려 자취도 없고 검은 흙만이 슬프게도 드러나 있었다내 글씨도 남아 있지 아니했다.

또 열흘 뒤에 가 봤더니 새싹들이 파릇파릇 아름답게 돋아나고 있었다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저 새싹들을 나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눈과 함께 녹아서 없어진 글씨가 새싹으로 돋아났다는 발상이 창조적 상상력의 구성이다이곳의 생각했다’ 는 상상했다이다.

만약에 작가가 이 같은 창조적 상상력에 의한 구성을 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평범한 사실적 진술에 그친 산문수필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또 열흘 뒤에 가 봤더니 온 들판에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서 지난겨울 눈 위에 썼던 글씨는 자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2)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구조

시와 소설은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오지 않는다즉 사실의 소재를 직접 작품의 제재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창작문예수필의 절대 창작조건은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의 제재로 삼아야 된다는 것이다그렇지 않고 시나 소설처럼 소재를 작품 밖에서 허구화하여허구화한 그곳에서부터 창작을 시작할 것이라면 차라리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쓸 일이지 굳이 수필이라는 이름의 문학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필이 수필인 까닭은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의 제재로 삼는 문학이라는 점에 있다이 한 가지 수필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수필문학이 존재하는 한 영구히 변할 수 없는 수필의 태생적 본질이다.

소재를 작품 밖에서 허구화 하여 그곳에서부터 창작 작업을 시작하는 일과 소재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서 작품의 제재로 삼아서 문학화 하는 일은 전혀 다른 양상의 창작행위이다.

이를 비유적으로 말하면 시와 소설이 작품 밖에서 소재를 허구화하는 일은 화가가 꽃이라는 사실의 소재를 보고 그림을 그릴 때 그것이 화판 위에 색깔과 선으로 표현되기 이전에 먼저 화가의 뇌리 속에서 눈앞의 실제 꽃과는 다른 새로운 꽃으로 변용(變容)된 그것(예술작품화)이 화판 위에 표현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창작문예수필이 사실의 소재를 작품 속에 끌고 들어와서 작품의 제재로 삼아 문학화 하는 작업은 조각가가 돌덩이라는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의 제재로 삼아서 새로운 창조적 형상으로 깎고 다듬어 내는 창작행위와 같다고 비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화가의 소재인 실제 꽃은 직접 작품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작품 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작품 밖에서 허구화(變容)된 그것이 화판 위에 표현되고조각가의 돌덩이는 그것 자체가 작품 속으로 들어와서 작품의 제재로 사용되어 작품화 되어가는 것이다.

조각가가 돌덩이라는 사실의 소재(제재)를 직접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서 작품의 제재로 삼아 작품화하듯 창작문예수필 작가도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서 작품의 제재로 삼아 작품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작문예수필의 구성*은 엄밀하게 해부하면 크게 두 가지 구조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첫 번째 구조는 사실의 소재 자체의 구성작업이고두 번째 구조는 그 사실의 소재에 대한 존재론적 비유(은유ㆍ상징창작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 같은 창작문예수필만의 독특한 창작 구조를 다음과 같이 잘 보여주고 있다.

(1) 이 작품의 소재부분즉 작품의 제재가 된 [이것]이라는 소재부분은 다음과 같이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① 어느 날 들에 나갔더니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나는 목필木筆을 들고 종일 들판으로 돌아다니며 마음 내키는 대로 눈 위에다 낙서落書를 하고 돌아왔다내 글씨는 옥판玉板의 전자篆字 같이 아름다웠다.’

② 열흘 뒤에 가 봤더니 눈은 다 녹아 버려 자취도 없고 검은 흙만이 슬프게도 드러나 있었다내 글씨도 남아 있지 아니했다.

또 열흘 뒤에 가 봤더니 새싹들이 파릇파릇 아름답게 돋아나고 있었다.’

번은 최초 소재부분으로 작품의 발단 부분에 해당한다.

번은 최초 소재가 발전된 부분으로 작품의 전개 부분에 해당한다.

(2) 이 작품의 [저것]이라는 소재에 대한 은유적 창작 세계는 다음 문장에 있다.

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저 새싹들을 나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기뻐했다.’

이 부분이 작품의 제재로 삼고 있는 소재에 대한 존재론적 비유 창작이 되는 까닭은 눈 위에 쓴 글씨라는 소재가 새싹이라는 은유적 창조물로 돋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눈 위에 쓴 글씨가 새싹으로 돋아나고 있는 창조적 구성 방법이 다름 아닌 생각했다에 있다. 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의 생각했다가 그것이다.

이곳의 생각했다는 상상했다는 뜻이다문예창작의 본질적 발상법은 상상력에 있다상상하는 것이 곧 창작하는 것이다.

문예작품의 구성작업이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이 상상적 구성작업을 의미하는 것이다그것은 실제 건물의 설계도 같은 것이 아니다실제 건물의 설계도는 실제 건물을 짓기 위한 설계도다그러나 문예작품의 구성작업은 실제 건물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를 짓기 위한 설계 작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예작품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과정을 구상작업이라고 하는 것이다작품구상*을 한다는 뜻은 사실의 소재를 상상력의 세계로 만들기 위해서 상상적으로 이리 저리 얽어 짠다는 뜻인 것이다얽어 짜는 작업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사건의 배열(配列)이라고 말하고 이를 플롯이라고 한다.

 

3) 창작문예수필의 대표적인 두 가지 서술 양식

지금까지 발견되고 있는 창작문예수필의 서술 양식*은 크게 두 가지로 발견되고 있다그 첫째는 서사(사건 · 이야기)적 서술 양식이고두 번째는 서정적 서술 양식이다.

서사란 사람의 행위에 근본을 두고 있는 이야기 세계이고서정이란 사람의 감정에 근본을 두고 있는 이야기 세계다행위는 성격에 근거를 두고 있고감정은 마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소설은 성격적인 이야기 세계라 할 수 있고시는 감정적인 이야기 세계라고 할 수 있다창작문예수필은 서사적 이야기 세계와 서정적 이야기 세계 모두를 다룰 수 있는 복합융합접목 양식의 문학이다.

그러나 창작문예수필의 본질은 소설적 허구의 서사 이야기 세계가 아닌 시적 서정의 이야기 세계다이를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라 한다따라서 소설적 행위 사건도 정서로 풀어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봄이 되자 돋아난 새싹’(원관념)을 지난겨울 눈 위에 썼던 글씨’(보조관념)로 보는 은유적 창작발상을 형상화하고 있는 서정적 서술 양식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4) 창작문예수필의 문장

창작문예수필은 본질상 서사문학이 아닌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문학이다그렇다고 창작문예수필은 서사를 창작(구성적 창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다만 사실의 소재 자체를 작품의 제재로 삼아 구성작업을 통한 서사창작이라는 점에서 소설의 허구적 서사와 구분 될 뿐이다그렇다고 해서 창작문예수필이 소설적 허구서사를 창작하지 않는다는 뜻은 또한 아니다소설적 허구서사 창작을 위해서는 액자수법 등의 문학적 장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소설 창작과 다른 점이다그러나 현재까지 발굴되고 있는 창작문예수필의 서사 창작은 서사도 서정으로 풀어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적 서사는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시적 서정은 이야기를 압축하여 말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문장이 응축함축적인 문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아주 짧은 길이의 작품이다따라서 이야기(사건전개의 호흡이 짧고밀도는 긴박하다창작문예수필은 대개 원고지 10장 안팎 길이의 문학양식이다시 보다는 길지만 소설보다는 훨씬 짧은 문학이다.따라서 창작문예수필의 문장은 호흡이 짧고 밀도가 함축적인 문장이 될 수밖에 없다소설적인 완만함과 산만함의 문장세계가 아닌 것이다.

 

5) 세부 구성

작가는 눈 위에 쓴 글씨를 새싹의 이미지로(반대로 새싹을 눈 위에 썼던 글씨의 이미지로 보게 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형상화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이 작품의 발단은 어느 날 들에 나갔더니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이다. ‘들에 눈이 하얗게 덮여있는’ 사건(서정적 이야기)이 다음 전개문장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원인(발단)이 되고 있다.

작중 화자 는 들에 눈이 하얗게 덮여있는’ 정서적 사건에 이끌려서 목필을 들고 나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눈 위에다 낙서落書를 하고’ 돌아온다이것이 이 작품의 전개부분이다.

열흘 뒤에 가 봤더니 눈은 다 녹아 버려 자취도 없고는 사건(정서ㆍ이야기)의 위기 부분이다.

내 글씨도 남아 있지 아니했다.’는 사건(정서)의 절정부분이다.

새싹들이 파릇파릇 아름답게 돋아나고 있었다.는 사건(정서)의 전환점이다.

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저 새싹들을 나게 한 것은 사건(정서)의 반전이다.

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조적 발견이다.

기뻐했다.’가 이 작품의 대단원이다.

창작문예수필의 문학 이론적 해석은 산문의 시라는 것이다산문의 시란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봄에 돋아난 새싹(원관념)을 지난겨울 눈 위에 쓴 글씨(보조관념)가 새싹이 되어 돋아난 것으로 보는 시적 발상을 운문 형식이 아닌 산문형식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6. 서두문장종결문장집필퇴고

창작문예수필 작법의 여섯 번째 단계는 서두 찾기다.

위에서 살펴 본 대로 창작문예수필은 시나 소설과는 다른 창작문예수필만의 독특한 창작구조를 가지고 있는 문학이다따라서 소재의 발견창작발상구성법 모두가 시소설과는 다른 창작문예수필만의 독특한 창작양식을 가지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창작문예수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학이 탄생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창작문예수필이라는 새로운 장르 문학이 탄생해야 하였겠는가?

이상에서 말한 여러 창작 조건들이 모두 준비되었다면 곧 작품 집필을 시작 할 수 있는가그렇지 않다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준비가 되었어도 아직 한 가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서두와 종결 문장 찾기라는 것이다.

 

1)서두 문장 찾기

짚신짝도 제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문예 창작이란 잃어버린 짚신짝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형상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창작의 숙제다그 어떻게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짚신짝 찾기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두 찾기야 말로 짚신짝 중의 짚신짝이라고 할 수 있다서두가 그 작품에 딱 들어가 맞는 짝이 아니면 제 짝을 찾은 짚신 한 켤레 같은 작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억지로 짝을 맞춘 신발 한 켤레는 곧 독자의 눈에 띄어 졸작 비평을 면치 못하게 된다따라서 창작수필 작가가 작품구성을 하는 일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 다름 아닌 서두 찾기인 것이다.

창작문예수필의 서두는 작품의 전개 내용과 딱 들어가 맞는 짚신짝이 되어야 한다내용과 서두가 딱 들어가 맞을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가.

첫 번째는 서두가 전체 작품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두 번째는 서두가 전체 작품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즉 작품의 서두는 사건(이야기)의 문을 열어 주기도 하고사건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는 2중 역할을 수행하기에 딱 알맞는 부분이 되어야 된다는 것이다여기에 한 가지 더 필수 조건을 더한다면 작품의 서두는 독자를 단번에 작품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흥미를 유발해야 된다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의 서두는 어느 날 들에 나갔더니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이다이 서두 문장은 작품의 문을 열어주고 있는 역할과 함께 다음 문장, 나는 목필木筆을 들고 종일 들판으로 돌아다니며의 사건으로 작품을 밀어내서 전개 부분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목필木筆을 들고 ··· 눈 위에다 낙서落書한 행위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 열흘 뒤에 가 봤더니 눈은 다 녹아 버려 자취도 없고의 사건으로 발전하여 전개되어 가고 있다.

 

2) 종결 문장 찾기

지금까지 발굴되고 있는 창작문예수필 작품들의 종결문장은 작품의 제재로 삼은 소재에 대한 은유의 완성이 되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양식으로 발견되고 있다이 작품의 경우 그 속에는 내 글씨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그것이다새싹은 지난겨울 눈 위에 썼던 글씨의 은유다.

따라서 창작문예수필의 종결문장은 창작발상에서 결정되는 것이 통상적인 작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창작문예수필의 창작발상은 소재에 대한 시적 발상이 그 기본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3) 집필

소재의 형상적 발견창작발상창조적 구성법 등 작품 구상단계를 거쳐서 어디서부터 작품 집필을 시작해서 어디서 끝은 내야 할지 그 가장 알맞는 서두와 종결문장까지 찾아내게 되었다면 곧 집필에 들어가도 좋을 것이다.

초고는 가능한 앉은 자리에서 완성하는 것이 좋다그러나 집필태도는 작가에 따라 다 다르기 마련이다.그러므로 앉은 자리에서 집필은 작법은 아니다그러나 창작문예수필의 특성으로 알아둔다면 창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시는 단 한마디의 시어만 착상된 상태에서 더 이상 글이 안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일반적인 창작과정이다소설의 경우는 쓰다 말다 쓰다 말다 하는 일을 수 없이 되풀이 하는 과정을 통해서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다그러나 창작문예수필의 경우는 이 같은 시창작과정과도 다르고 소설과도 다르다.

그 이유는 창작수필의 창작세계는 때에 맞는 말 한마디’, 혹은 제 철 꽃과 같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벚꽃은 봄에 펴야 어울리고코스모스는 가을에 펴야 어울린다남들 다 웃은 다음에 똑 같은 농담을 또 던진다면 썰렁해 질 것이다말은 때에 맞추어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언어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자 본질적인 기능일 것이다나오라고 소리 쳐야 할 때에 들어가라고 소리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문학은 언어를 재료로 한 예술이다그 가운데서 창작문예수필은 소재의 발견에서부터 인생의 어떤 특정 때(경우)에 가장 알맞는 소재를 발견하여그 소재에 가장 알맞는 비유를 찾아내서 형상화 하는 문학이다.

꽃이 제철을 놓치면 꽃으로서의 운치를 잃게 되는 것과 같이 말도 때와 경우를 놓치면 소용에 닿을 수 없다제철 꽃과 같은 문학이므로 자연히 그 집필방식도 꽃들이 때를 맞추어 다투어 피어나듯 앉은 자리에서 집필을 끝내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집필에 관한 이 같은 필자의 생각은 이론이 아니므로 참고만 삼고각자의 집필 방식대로 하면 될 것이다.

때에 맞는 말과 같은 문학이라든지 제철 꽃과 같은 문학이라는 말은 모두 다 창작문예수필이라는 새로운 양식의 특징을 나타내는 비유적 표현들일 뿐이다참고삼아 한 가지 더 예를 든다면 창작문예수필은 비빔밥과 같은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빔밥은 비비기 시작한 이상 앉은 자리에서 비벼서 먹어야 되는 음식이다비비다 말고 두었다가 다시 먹으면 맛이 변해서 먹을 수 없다또 비빔밥은 아무리 여러 가지 나물과 재료를 동원한다 해도 한 그릇 안에서 비벼서 먹게 되어 있는 음식이다정식 코스 음식처럼 한 가지 음식이 나오면 먹고 기다렸다가 다음 코스가 나오면 또 그것을 먹고 하는 식의 요리가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작가 윤오영이 이 작품을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은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집필은 앉은자리에서 끝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4) 퇴고

퇴고는 시나 소설 등의 퇴고 과정과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초고가 완성되면 서랍 속에 넣어 놓고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필자의 경험으로는 적어도 2,3주가 지난 후처음 초고를 쓸 때의 분위기와 감정생각 등을 잊어버릴만할 때 까지 덮어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그런 후에 다시 열어 보면 고쳐야 할 부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즉 퇴고는 객관적인 눈이 준비 되었을 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시간이 넉넉하다면 같은 과정을 작품에 만족 할 때까지 몇 번이든 되풀이 하는 것이 좋다.

 

7. 이 작품에서 배울 작법상의 힌트는 무엇인가?

수필을 몰라도 시는 쓸 수 있지만 시를 모르고는 수필을 쓸 수 없다는 윤오영의 말뜻이 무엇이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윤오영의 이 말은 창작문예수필의 창작이론의 핵심이다필자는 윤오영 선생이 수필문학에 남긴 업적은 이 한마디 말만으로도 영구히 기억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8. 창작에 적용하기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양식은 소재에 대한 비유적 형상 발견에 있다이 작품의 경우 봄에 돋아난 새싹을 겨울에 눈 위에 썼던 글씨로 보는 은유가 그것이다이 같은 창작방식을 자신의 작품창작에 적용하는 것이 창작문예수필 작법의 시작이다.

 

9. 참고 할 점

1) 그러나 소재에 대한 비유적 형상 발견이라는 것은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양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창작양식은 삼라만상만큼 다양한 것이다그러나 1백층 건물도 기초공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예술본능*

문학의 기원을 인간의 예술본능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은 문학론의 기초이론이다. ‘자기표현본능설’, ‘모방충돌설’, ‘유희본능설’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본능에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요건들을 갖추고 있는 예술본능이 있다는 것이 자기표현본능설’, ‘유희본능설’, ‘모방충돌설의 근거인 것이다필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그 실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발굴 해 내고 있는 창작문예수필 작가들 중에서 대표적인 작가는 윤오영과 피천득이다.

그런데 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인가그토록 뛰어난 창작양식을 보여 주고 있는 윤오영과 피천득이 현대문학의 창작론의 중심이자 핵심론인 플롯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수필은 소설과 달리 플롯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수필문학입문」 윤오영 230)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수필」 피천득)

 

이처럼 창작론의 핵심인 플롯론을 부정하고 있는 윤오영과 피천득이 정작 자신의 작품에서는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뛰어난 창조적 구성법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그러나 그 대답은 조금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그 첫 번째 대답이 바로 예술본능에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필자는 문학 이론은 작품 자체에 있음을 늘 강조하여 오고 있다작가는 그 자신도 이론적으로 끄집어 내지 못하고 있는 창작 논리를 자신의 작품 속에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이는 마치 복중의 어린 아이와 같다고 비유 할 수 있을 것이다어머니는 자신의 태중의 아이가 어떤 과학적 원리로 잉태되어 배속에서 자라고 있는지 그 이론적 원리는 모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스런 아이를 분만 할 수 있는 것이다예술작품도 마찬가지다.

예술이 예술 일 수 있는 본질적인 원인은 인간의 예술본능에 있다는 것이 모방충돌설’, ‘유희본능설’, ‘자기표현본능설인 것이다흔히 너는 그림에 소양이 있으니 장차 화가가 되라’ 든지, ‘음악적 소질이 풍부하니 음악가가 되라는 등의 말이 바로 이 같은 예술본능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훌륭한 예술작품은 이 같은 예술본능을 일깨워서 과학적 훈련을 거쳐서 계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창작문예수필이 어떻게 창작수필론 자체가 없는 기존의 잡문 쓰기(홍매의 붓 가는 대로’) 속에서 창작의 꽃을 피워 낼 수 있었느냐에 대한 원천적인 대답도 이 같은 인간의 예술본능에 그 대답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두 번째 대답은 말 할 것도 없이 후천적 창작훈련에 의한 것임이 분명 할 것이다후천적 창작훈련은 문학과 회화음악 등 창작예술로부터 얻게 되었을 것이다그 분명한 증거가 창작문예수필 작품으로 발견되고 있는 상당수의 작품이 선배 시인소설가미술가음악가 등 창작예술을 하는 작가들에 의해서 창작된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윤오영과 피천득이 명문화하여 플롯을 부정하므로 기존의 수필의 신변잡기화에 결과적으로 앞장 선 셈이 된 것은 수필문학의 큰 두 선배의 문학 족적에 남겨진 오점으로 지적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작문예수필을 공부하고자 하는 창작문학 지망생은 기존의 수필의 이론 아닌 이론들은 깨끗이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문예창작의 본질적 방법은 창조적(상상적구성작업에 있다글 쓰는 일에 구성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마치 빌딩을 세우는 데 무슨 설계도가 필요하냐는 억지 주장과 같은 것이다만약에 창작문예수필 지망생이 창조적 구성이라는 실제 창작법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빼어난 창작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윤오영의 수필문학론에는 수필을 모르고 시는 쓸 수 있어도 시를 모르고는 수필을 쓸 수 없다.’(수필문학입문」 윤오영 태학사 194)는 말 외에는 구체적인 창작론이 없다소설을 밤()시를 복숭아에 비유한다면 수필은 곶감에 비유될 것이다.’(상동 175)의 곶감론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아직 이론 전개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수필에 관한 교양론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윤오영은 오히려 다만 나는 수필에서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보다는 무드의 문학이라고 한다’(동상 245)라고 하여 수필을 형상화(사물 · 존재 · 이미지)의 문학이 아닌 무드(정서 · 감정의 유로)의 문학으로 봄으로써 현대문학의 창작론을 19세기 낭만주의론으로 퇴보시키고 있다더구나 수필은 소설과 같이 플롯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동상230)라고 하여 플롯을 부정하므로 수필을 창작론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고 말았다.아리스토텔레스 이래 플롯론은 창작론의 중심 방법론이다플롯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혹 철학서나 역사서(사실적 기록)일 수는 있어도 창작문학은 될 수 없다창작이란 곧 플롯(구성)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10. 이 작품이 창작문학이라는 문학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1) 이 작품은 봄에 돋아나는 새싹을 겨울에 눈 위에 쓴 글씨가 녹아서 새싹으로 돋아나는 것이라고 보는 시적 발상곧 창조적 발상을 산문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곧 산문의 시’ 문학이다.

2) 산문문학으로서 갖춰야 할 창작 작업의 조건은 구성작업(플롯)에 있다이 작품은 위에서 살펴 본대로 발단전개위기절정발견대단원까지 구성작업의 여섯 단계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11. 이 작품의 창작양상을 [가장 기본적인 창작 형태]라고 한 까닭이 무엇인지 파악 되었는가?

창작문예수필의 기본 창작개념은 구성적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 창작이다이 작품은 그 같은 기본 창작개념을 구체적인 작법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12. 창작 팁(Tip · 비결). ‘문예창작이라는 말은 존재론적 '형상화'를 의미한다.’

 

작품 속의 사실적 존재나 현상은 (중략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형상적 존재들이다작가는 이런 형상이런 형상화를 통해서 말한다.(현대시 작법」 오규원 문학과 지성사 50)

 

창작문학이란 존재(사물 · 형상)를 만들어 내는(형상화문학이라는 뜻이다문예창작이 존재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면 그 방법은 반드시 존재론적 형상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존재론적 형상화 작업이란 정서나 관념도 사물화 하여 형상적 존재로 드러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므로 창작문학 작품 속에는 반드시 작가에 의해서 형상화(창작된 존재론적인 어떤 구체적 사물이나 존재 혹은 세계가 있어야 된다.

 

* 글은 쓰는 것이고작품은 만드는(창조것이다.

창작은 형상을 만들어 내는 일(형상화)이고일반산문문학(에세이)은 개념(사상)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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