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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환은유와 병치은유 [자료 두편]
2018년 11월 12일 17시 29분  조회:1668  추천:0  작성자: 강려
치환은유와 병치은유 (은유에 관한 보고서)
- 홍문균선생의 '시어론'에서






1) 옮겨놓기


비유가 단순히 유추에 의한 유사성의 발견이나 말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장식이거나 새로운 말의 창조라는 수사학적 논리로는 미흡한 것이며 차라리 비유의 현대적 논의에서 보여주고 있는 언어의 상호작용이나 긴장관계에서 그 가능성의 단서를 발견케 되는 것이다.


동일성이니 유추적이니 하는 사고나 상상의 범주에서 이해하려는 비유의 기능이란 결코 시어법의 전유물이 아니라 산문을 포함한 일반적 어법에서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의 본질은 어떤 사물을 드러내기 위해 그와 유사한 다른 사물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어법이다. 비교를 위해서는 먼저 설명하려는 대상이 있어야 하고 그것과 빗대어 볼 보조대상도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두 사물간의 유사성이나 이질성을 통하여 대상을 보다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비유를 의미의 전이로 설명했고 이러한 의미의 이동을 대치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대치론의 맥락에 치환은유, 즉 옮겨놓기 은유가 있다. 치환은유란 두 사물간의 비교가 아니라 A라는 사물의 의미가 B라는 사물에 의해 자리바꿈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형태상으로 보면 'A는B이다'라는 구문이 성립한다.




이상은
아름다운 꽃다발을 가득 실은
쌍두마차였습니다.


현실은
갈가리 찢겨진 두개의
장송의 만가였습니다.


아하! 내 청춘은
이 두 바위틈에 난
고민의 싹이었습니다.


- 김용호의 '싹'




이 시는 옮겨놓기의 일반적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제목이나 관념자체가 일상적인데다 이를 해명하는 유추의 매체도 현실에서 선택한 옮겨놓기의 형태다. 첫 연에서는 이상은 쌍두마차, 둘째 연에서는 현실은 만가, 셋째 연에서는 매체 상호간에 어떤 유사성을 토대로 해서 그 의미를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유사성이란 덜 알려진 것과 잘 알려진 것의 종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 현실, 청춘이란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모호한 관념의 세계다. 그러나 쌍두마차, 만가, 싹은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사물들이다. 이와 같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원관념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이미 잘 알려진 여러 개의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의미의 변용 내지 확대를 가져온다. 그러나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도 물론 동일성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이며 이 동일성은 단순한 외형상의 근사한 특질이라기보다 정신적이고 정서적이며 가치적인 동일성이다.




2) 마주놓기


그러나 휠라이트는 시에서 은유의 진수는 의미의 옮겨놓기가 아니라 병치, 즉 마주놓기의 관계에서만 보다 철저히 밝혀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치환은유와 병치은유를 epiphor 와 diaphor로 표기한다. 여기서 phor가 의미론적 전환change를 뜻하며 접두사인epi 는 포개어짐, dia는 통과함 through라고 할 때 치환과 병치의 근본적 속성을 확인케 된다.


그는 의미론적 전이가 신선한 방법으로 어떤 경험, 실제적이거나 상상적인 것의 특수성을 통과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것은 치환에서처럼 어느 한쪽으로의 합침이 아니라 서로 각각 대결 상태를 유지하면서 제 3의 효과나 의미나 정서를 자아내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예술의 형식 가운데 비 대상 음악과 추상회화가 추구하는 의미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수단으로서의 리듬이나 선 혹은 색채가 거의 완벽하게 목적으로서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시의 경우 이러한 견해는 일찍이 사르트르에게서 천명된바가 있다. 그는 시는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사물로서의 언어를 특질로 한다는 것이다.




식당의문깐에방금도착한X웅같은붕우가헤어진다.
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적하된다.
명각을짓밟는군용장화……(생략)


-이상의 '건축무한육면체각체'에서




이시는 ‘X웅 같은 붕우의 헤어짐', '삼륜차에 적하되는 각설탕', '명각을 짓밟는 군용장화'라는 전혀 유사성 없는 사건들이 폭력적으로 병치되어있는 시다. 따라서 이러한 시에서는 의미를 암시한다기보다 존재를 표상하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질적인 사물들이 이렇게 대치하여 무질서하게 병치됨으로써 의미나 정서의 충돌을 느끼게 한다.


병치은유의 진가는 이처럼 시 속에서 새롭게 고안된 배열, 곧 병치의 형식에 의해서만 드러나는 어떤 다양한 특수성의 세계 인식에 있다.




한 모퉁이는 달빛 드는 낡은 구조의
대리석, 그 마당(사원) 한 구석
잎사귀가 한잎 두잎 내려앉는다.


- 김 종삼의 '주름간 대리석'




이 시는 마당을 무대로 하여 두 개의 상반된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마당 한 모퉁이에 '달빛 드는 낡은 구조의 대리석'이고 다른 하나는 마당 한 구석에 내려앉는 한잎 두잎의 잎사귀이다. 이처럼 마당 모퉁이와 마당 구석이 대칭된 자리에 대리석과 낙엽이 당돌하게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유사성이나 동일성으로 옮겨보기 되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전혀 이질적인 사물들이 마주보기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병치의 상황은 결코 한 사물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새로운 분위기나 의미를 창조하려는 계획이다.


여기서 존재의 리얼리티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군중 속에 낀 이 얼굴들의 환영
비에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


- 파운드의 '지하철 정류장'에서




첫 행의 '얼굴들'과 둘째행의 '꽃잎들'이라는 이미지는 단순히 하나의 인상적 대조를 보일 뿐이다. 이들 두 이미지의 관계는 표시적이라기보다는 제시적이라 하겠다. 두 이미지의 사이에서 독자가 포착하거나 포착한다고 생각하는 유사성은 전체적이 아니라 귀납적이다. 그러나 대조적인 시행임에도 불구하고 옮겨보기의 뉘앙스가 어느 정도 내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얼굴들의 환영과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은 서로 병치된 인상을 주면서도 얼굴이 꽃잎으로 대치된 치환적 구성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병치와 치환의 어법은 엄격히 구분될 것이 아니라 병치에 가까운 치환의 시법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병치은유 자체가 치환은유적 배음(Over Tone)을 환기하거나 상이한 치환은유들이 단순한 관념을 위한 매체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매체적 이미지들의 신선한 병치를 통해 독자의 세계를 보여주거나 병치은유처럼 고립된 것이 시 전체의 문맥에 따라 치환은유가 되며 그 역도 가능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치환은유가 시 속에서 맡는 역할은 의미 significance를 제시함에 있고 병치은유의 역할은 존재 presence를 창조함에 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적 시어의 은유적 어법은 치환과 병치 양자를 동시에 조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에 있어 비유어의 정당한 의미는 비교나 대조나 유추에 의한 동일성의 발견이라는 차원을 넘어 비동일성에 의한 폭력적 결합과 창조에 있으며 어떤 사물을 쉽게 인식하고 표현하려고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동원하거나 주지와 매체의 형식을 빌었던 수사학적 방식이 아니라 이질적 언어를 병치시켜 언어의 상호작용,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이로써 새로운 의미와 정서와 리얼리티를 창조하는 독특한 어법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스크랩] 시창작 강의 178강 – 치환은유(옮겨놓기)와 병치은유(마주놓기)- 목동 포레스트카페 임승천시창작교실 강의 교재 중에서
 
시창작 강의 178 치환은유(옮겨놓기)와 병치은유(마주놓기)
 
■ 치환은유(옮겨놓기)와 병치은유(마주놓기)
전통적인 은유법(metaphor)은 'A는 B이다.(A=B)' 형식이다. 이 경우에 A를 원관념, B를 보조관념이라 한다. 또는 전통적인(고전적인)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어 온 'B같은 A' 형식의 직유법(simile) 도 있다. 보통 국어에서는 '처럼, 양, 같이, 듯'의 말을 사용하여 비유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 치환은유(置換隱愉, epiphor) 
 의미의 탐색과 확대 작용에 의한 은유. 대상을 비유할 때 동일성에 기초할 때보다는 이질성에 기초하여 비유하면 신선함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 은유는 일반적으로 단일은유(원관념에 하나의 보조관념이 연결),확충은유(원관념 하나에 두 개 이상의 보조관념이 연결),액자은유(은유 속에 또 은유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 일반적인 은유 :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이 유사성에 근거한다 
◈ 단순은유, 확장은유, 액자식 은유 
  
 •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     (微風)에 날아갔습니다. 
                                                                   - 한용운 「님의 沈黙」부분 
  (황금 = 꽃) = 굳고 빛나던 옛 盟誓 = 차디찬 티끌 → 한숨=微風에 날아가다 
 
■ 병치은유(倂置隱愉, diaphor) 
 
병치와 합성에 의한 은유. 전통적인 수사법상 '열거법'에 해당하는 개념인데, 열거된 둘 이상의 사물이 서로 의미상 하나의 의미를 창출할 때 이를 병치은유라 한다. 
]
• 유사성을 배제한 은유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유사성이 없다 
• 수소와 산소는 별개의 요소이지만 결합하면 물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만든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 어린 純潔이다 三月에 젊은 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 김춘수 「나의 하나님」 
  쓰레기 봉지들이 부풀어 올라 올 때
  참기름 바른 말에 썩은 냄새 풍긴다
  국민의 뜻이라 하내 제 언제 물어 받는지.
  전깃줄 참새들이 조용하라 눈짓하며
  조금만 기다려라 잔치판이 열린단다
  찢어진 봉지 주변에 오염된 먹이 널렸다.   - 전선구의 ‘여의도 방송’            
  군중 속에 이 얼굴들의 홀연한 나타남 비에 젖은 검은 가지에 꽃 이파리(잎사귀)들 
                                                   - 에즈라 파운드 ‘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의 시에서 지하철 정거장의 군중 속에서 화자가 발견한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갑자기 나타난 얼굴들이 때로는 비에 젖은 검은 가지에 걸린 꽃잎사귀로 인식되고 있다. 이질적인 두 개의 행이 하나의 의미 맥락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이질적이지만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의미 있는 열거, 곧 병치은유가 될 수 있다.
 
 3. 치환은유와 병치은유의 결합  
 
휠라이트는 가장 바람직한 은유를 치환은유와 병치은유가 결합하는 경우로 보았다. 
  
  한용운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읍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가 무거웁고 황금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십니다.
  약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 한용운 시 ‘찬송’
 
 강이 얼었다면 녹일 수 있는 방법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강원도에서 빙어 낚시 하는 분들을 보니까 얼음끌로 톡톡쳐서 구멍을 동그랗게 뚫더군요.......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바다가 얼었다면 어떻게 녹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답이 시인의 노래 속에 있네요.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뜻밖이지요. 언 바다를 녹이는 것이 강한 힘이 아니라 부드럽고 여린 봄바람이라는 진실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것이 깨달아지는 아침입니다. 그만큼 긴 ‘마음의 겨울’을 지내 온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찬송’이란 작품은, 사랑하는 대상을 아침의 첫 햇살로, 거문고에 깃든 가락으로, 또 봄바람으로 비유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이런 송축을 드리는 게 아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은
첫째, 고통스런 정련 과정을 백 번이나 거친, 그래서 정금이 된 님이다. 그 금빛을 아침의 최초의 금빛햇살에 비긴 것이다
둘째, 옳은 것, 의를 따르며 사는 삶의 가치를 너무 잘 알기에 어떤 미끼나 회유로도 절대로 변질되지 않는 님이다. 그런 님은 나에게 끊임없이 노래를 흘러나오게 하는 거문고와 같다고 한다
셋째, 봄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는 님이다. 오랜 겨울, 오랜 어둠, 오랜 전쟁의 상황과 전혀 상관이 없는 님은, 바다가 얼어붙은(있을 수 없는) 이 기막힌 현실을 걷어낼 유일한 해결자, 바로 봄바람에 비겨 찬양을 받고 있다. 시인이 찬송해 마지않는 님, 그 모습은 바로 시인이 꿈꾸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 치환은유(옮겨놓기)와 병치은유(마주 놓기) • 2
 
◎ 치환은유(옮겨놓기)  비유가 단순히 유추에 의한 유사성의 발견이나 말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장식이거나 새로운 말의 창조라는 수사학적 논리로는 미흡한 것이며 차라리 비유의 현대적 논의에서 보여주고 있는 언어의 상호작용이나 긴장관계에서 그 가능성의 단서를 발견케 되는 것이다. 동일성이니 유추적이니 하는 사고나 상상의 범주에서 이해하려는 비유의 기능이란 결코 시어법의 전유물이 아니라 산문을 포함한 일반적 어법에서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의 본질은 어떤 사물을 드러내기 위해 그와 유사한 다른 사물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어법이다. 비교를 위해서는 먼저 설명하려는 대상이 있어야 하고 그것과 빗대어 볼 보조대상도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두 사물간의 유사성이나 이질성을 통하여 대상을 보다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비유를 의미의 전이로 설명했고 이러한 의미의 이동을 대치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대치론의 맥락에 치환은유, 즉 옮겨놓기 은유가 있다. 치환은유란 두 사물간의 비교가 아니라 A라는 사물의 의미가 B라는 사물에 의해 자리바꿈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형태상으로 보면 'A는 B이다'라는 구문이 성립한다.   이상은   아름다운 꽃다발을 가득 실은   쌍두마차였습니다.   현실은   갈갈이 찢겨진 두개의   장송의 만가였습니다.   아하! 내 청춘은   이 두 바위 틈에 난   고민의 싹이었습니다.                                                                 - 김용호의 '싹' 
 
이 시는 치환은유(옮겨놓기)의 일반적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제목이나 관념자체가 일상적인데다 이를 해명하는 유추의 매체도 현실에서 선택한 옮겨놓기의 형태다. 첫 연에서는 이상은 쌍두마차, 둘째 연에서는 현실은 만가, 셋째 연에서는 매체 상호간에 어떤 유사성을 토대로 해서 그 의미를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유사성이란 덜 알려진 것과 잘 알려진 것의 종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 현실, 청춘이란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모호한 관념의 세계다. 그러나 쌍두마차, 만가, 싹은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사물들이다. 이와 같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원관념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이미 잘 알려진 여러 개의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의미의 변용 내지 확대를 가져온다.   그러나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도 물론 동일성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이며 이 동일성은 단순한 외형상의 근사한 특질이라기보다 정신적이고 정서적이며 가치적인 동일성이다. ◎ 병치은유(마주놓기) 휠라이트는 시에서 은유의 진수는 의미의 옮겨놓기가 아니라 병치, 즉 마주놓기의 관계에서만 보다 철저히 밝혀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치환과 병치 은유를 epiphor 와 diaphor로 표기한다. 여기서 phor가 의미론적 전환 change를 뜻하며 접두사인 epi 는 포개어짐, dia는 통과함(through)라고 할 때 치환과 병치의 근본적 속성을 확인케 된다.  그는 의미론적 전이가 신선한 방법으로 어떤 경험, 실제적이거나 상상적인 것의 특수성을 통과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것은 치환에서처럼 어느 한쪽으로의 합침이 아니라 서로 각각 대결 상태를 유지하면서 제 3의 효과나 의미나 정서를 자아내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예술의 형식 가운데 비 대상 음악과 추상회화가 추구하는 의미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수단으로서의 리듬이나 선 혹은 색채가 거의 완벽하게 목적으로서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시의 경우, 이러한 견해는 일찍이 사르트르에게서 천명된 바가 있다.는 시는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사물로서의 언어를 특질로 한다는 것이다.  그식당의문깐에방금도착한X웅같은붕우가헤어진다. 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적하된다. 명각을짓밟는군용장화~(한자가 어려워 더이상못쓰겠음)                                                        - 이상의 '건축무한육면체각체'에서 이시는 X웅같은
 
붕우의 헤어짐', '삼륜차에 적하되는 각설탕', '명각을 짓밟는 군용장화'라는 전혀 유사성 없는 사건들이 폭력적으로 병치되어있는 시다.따라서 이러한 시에서는 의미를 암시한다기보다 존재를 표상하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질적인 사물들이 이렇게 대치하여 무질서하게 병치됨으로써 의미나 정서의 충돌을 느끼게 한다. 병치 은유의 진가는 이처럼 시 속에서 새롭게 고안된 배열, 곧 병치의 형식에 의해서만 드러나는 어떤 다양한 특수성의 세계 인식에 있다.   한 모퉁이는 달빛 드는 낡은 구조의  대리석, 그 마당(사원) 한 구석  잎사귀가 한 잎 두 잎 내려앉는다.                                                              - 김종삼의 '주름간 대리석' 
 
이 시는 마당을 무대로 하여 두 개의 상반된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마당 한모퉁이에 ‘달빛 드는 낡은 구조의 대리석'이고 다른 하나는 마당 한 구석에 내려앉는 한 잎 두 잎의 잎사귀이다. 이처럼 마당 모퉁이와 마당 구석이 대칭된 자리에 대리석과 낙엽이 당돌하게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유사성이나 동일성으로 옮겨보기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전혀 이질적인 사물들이 마주보기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병치의 상황은 결코 한 사물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새로운 분위기나 의미를 창조하려는 계획이다. 여기서 존재의 리얼리티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군중 속에 낀 이 얼굴들의 환영 비에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                                                           
 
-파운드의 '지하철 정류장'에서 첫 행의 '얼굴들'과 둘째행의 '꽃잎들'이라는 이미지는 단순히 하나의 인상적 대조를 보일 뿐이다. 이들 두 이미지의 관계는 표시적이라기보다는 제시적이라 하겠다. 두 이미지의 사이에서 독자가 포착하거나 포착한다고 생각하는 유사성은 전체적이 아니라 귀납적이다.  그러나 대조적인 시행임에도 불구하고 옮겨보기의 뉘앙스가 어느 정도 내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얼굴들의 환영과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은 서로 병치된 인상을 주면서도 얼굴이 꽃잎으로 대치된 치환적 구성임을 알 수 있다.따라서 병치와 치환의 어법은 엄격히 구분될 것이 아니라 병치에 가까운 치환의 시법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병치 은유 자체가 치환은유적 배음(Over Tone)을 환기하거나 상이한 치환은유들이 단순한 관념을 위한 매체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매재적 이미지들의 신선한 병치를 통해 독자의 세계를 보여주거나 병치 은유처럼 고립된 것이 시 전체의 문맥에 따라 치환은유가 되며 그 역도 가능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치환은유(옮겨놓기)가 시 속에서 맡는 역할은 의미(significance)를 제시함에 있고 병치은유(마주놓기)의 역할은 존재(presence)를 창조함에 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적 시어의 은유적 어법은 치환과 병치 양자를 동시에 조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에 있어 비유어의 정당한 의미는 비교나 대조나 유추에 의한 동일성의 발견이라는 차원을 넘어 비동일성에 의한 폭력적 결합과 창조에 있으며 어떤 사물을 쉽게 인식하고 표현하려고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동원하거나 주지와 매체의 형식을 빌었던 수사학적 방식이 아니라 이질적 언어를 병치시켜 언어의 상호작용,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이로써 새로운 의미와 정서와 리얼리티를 창조하는 독특한 어법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이형기의 ‘폭포’ 전문
 
 * 단말마(斷末魔):[불교] 숨이 끊어질 때의 마지막 고통
 
 이 시는 치환은유와 병치은유가 함께 어우러져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원관념 폭포가 '시퍼런 칼자국', '질주하는 전율', '벼랑의 직립', '석탄기의 종말', '장수잠자리의 추락' 등의 자리이동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이질적인 보조관념들의 조합으로 폭포가 새로운 의미체로 부상되기도 한다.
 
     이형기시인 약력
   (1933.1.6-2005.2.2)
                    • 1933 경남 진주 출생.   
                    • 동국대 불교과 졸업.
                    • 1949 <<문예>>지에 시 <비오는 날> 외 2편으로 등단.  
                    • 1957 제2회 한국 문학가 협회상 수상.  
                    • 시집 『해 넘어가기 전의 기도(祈禱)(1955) ,『적막강산(寂寞江山) (1963)』
                              『적막강산(寂寞江山)  (1963)』,『돌베개의 시(詩)   (1971)』
                              『꿈구는 한발(旱魃)   (1976) 』,『풍선심장 (1981)』 
                             『보물섬의 지도(地圖) (1985) 』,『그 해 겨울의 눈(1985)』 
                   • 수필집 :『바람으로 만든 조약돌』
 
 
출처 :한국문인협회 구로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 임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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