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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6)
2019년 02월 27일 14시 52분  조회:868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6)
 
 
첫번째 노래(6)
 
(6) 보름 동안 손톱을 길러야 한다. 오! 윗입술 위에 아직 아무 것도 나지 않은 아이 하나를 침대에서 거칠게 끌어내어, 눈을 아주 크게 뜨고, 그 이마 위를 다정하게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 아름다운 머리칼을 뒤로 쓸어주는 척하면 즐겁지 않은가! 그러나 갑자기, 아이가 가장 예기치 않은 순간에, 긴 손톱을 그의 부드러운 가슴팍에 쑤셔박되,1) 죽지는 않을 정도로 박아야 할 것이니, 만약 아이가 죽는다면, 나중에 그의 비참한 몰골을 구경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상처를 핥으면서 피를 마시는데, 역겁이 지속되는 것만큼이나 지속될 것이 분명한 그 시간 내내, 아이는 운다. 소금처럼 씁쓸한 아이의 눈물이 아니라면, 내가 방금 말한 것처럼 뽑아낸, 아직도 제법 뜨뜻한 그의 피만큼 맛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람아, 내가 우연히 손가락을 베었을 때, 내 피의 맛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가? 얼마나 맛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왠가 하니 그것은 아무런 맛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너는 어느 날, 네 음울한 상념에 빠져, 두 눈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인해 젖어 있는 네 병약한 얼굴에, 바닥이 움푹한 손을 가져다 대니, 그 손이 곧 숙명적으로 임을 향해 내려가고, 자신의 숨통을 조이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자를 곁눈길로 바라보는 초등학생의 이처럼 떨리는 그 잔에서. 그 입이 눈물을 길게 들이켰던 일이 생각나지 않는가? 얼마나 맛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왠가 하니 그것은 식초의 맛이기 때문이다. 혹간은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 여인2)의 눈물을 말할 터이지만, 아이의 눈물이 미각에는 더 좋다. 아이는 아직 악을 알지 못하기에, 배반하지 않는다. 가장 사랑하는 여인은 빠르게건 늦게건 배반한다고--- 우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내가 비록 알지 못하나, 나는 유추에 의해 그러리라고 짐작한다(적어도 인간 족속의 편에서라면, 내가 결코 우정이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너의 피와 너의 눈물이 너에게 역겹지 않으니, 섭취하라. 그 소년의 피와 눈물을 안심하고 섭취해라. 네가 그의 파닥거리는 살을 찢는 동안, 그의 눈을 붕대로 가려라. 그리고 진창에서 죽어가는 부상병의 목구멍이 내지르는 날카로운 헐떡임과도 방불한 그의 진진한 비명을 오랜 시간 듣고 난 다음, 눈사태처럼 비켜났다가, 옆방에서 서둘러 달려나오며, 그를 구조하러 온 척해라. 신경과 혈관이 부어오른 그의 손을 풀어주고, 그의 눈물과 그의 피를 다시 핥기 시작하면서, 그의 넋 빠진 눈에 시력을 되돌려주어라. 너무 늦게! 나타나는 신성한 불꽃이 그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너무 늦게! 악행을 당한 그 죄 없는 자를 위로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소년이여, 끔찍한 고통을 겪었구나. 무어라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를 이런 범죄를 도대체 누가 그대에게 저지를 수 있더란 말이냐! 그대는 참으로 불행하구나!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 그대의 어머니가 이 일을 한다 해도 죄 많은 자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저 죽음에 지금의 나보다 더 가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슬프다! 선과 악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쪽이나 우리의 무력함을, 그리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라도 무한에 이르려는 열망을 맹렬하게 증명하게 해주는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것인가? 그렇지 --- 그것은 어쨌든 동일한 것이어야 하리라 --- 그렇지 않다면, 심판의 날에 내가 어찌 될 것인가! 소년이여, 나를 용서하라. 내 뼈를 부수고 내 몸의 서로 다른 부위에 달려 있는 살을 찢은 녀석은, 바로 고결하고 성스러운 내 얼굴 앞에 있는 인간이란다. 이런 죄악을 저지르도록 나를 부추긴 것은, 내 병든 이성의 착란인가, 자신의 먹이를 찢는 독수리의 본능이 그렇듯, 나의 이성적 사유로는 제어할 수 없는 어떤 은밀한 본능인가. 그렇지만, 내 희생자만큼, 나는 고통스러웠노라! 소년이여, 나를 용서하라, 덧없는 이생을 일단 벗어나면, 나는 우리가 영원토록 서로 얽혀 있기를 바라노라. 내 입을 네 입에 붙이고, 오직 하나의 존재를 이루어. 그렇더라도, 그런 방법으로도, 나의 징벌이 완전하지는 않으리라. 그러니, 너는 나를 찢을지어다. 동시에 이빨과 손톱으로, 결코 멈추지 말고. 나는 이 속죄의 희생제의를 위해 내 몸을 향기로운 꽃줄로 장식할 것이니, 우리 두 사람 모두가 고통스러워하리라. 나는 찢기며, 너는 나를 찢으며--- 네 입에 내 입을 붙이고, 오, 금발머리에, 그렇게도 부드러운 눈을 가진 소년이여, 내가 너에게 권고하는 것을 지금 하겠는가? 네 뜻이야  어떻든, 나는 네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바이고, 너는 내 양심을 행복하게 해주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면, 너는 한 인간 존재에게서 악행를 저질러놓고 같은 시간에, 같은 존재에게서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야말로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후에, 너는 그 아이를 병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움직이지 못하는 불구자는 밥벌이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너를 선인이라고 부를 것이고, 월계관과 금메달이 모습도 낡은 거대한 무덤 위에 너부러진 네 발거벗은 발을 숨겨줄 것이다. 오, 너, 죄행의 성스러움을 기리는 이 페이지에 네 이름은 쓰고 싶지 않은 너.3) 나는 너의 용서가 우주처럼 무한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로 말하면, 나는 아직 존재한다!
 
1) 뒤카스는 이 구절을 쓰면서 보들렐의 시 <축복> <악의 꽃>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 시인을 학대하는 시인의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이 불경한 장난에도 싫증이 나면 / 내 가냘프고도 억센 손을 그에게 얹어 / 하르퓌아의 발톱 같은 내 손톱으로 / 그의 심장까지 길을 낼 수 있으리."
 
2) 어머니이거나 애인일 텐데, 여기서는 거짓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가리킨다는 것이 뒤따르는 두 문장으로 밝혀진다.
 
3) 로트레아몽이 프랑스에 들어와 타르브 리세에서 공부할 때. 그의 후견인었던 공증인 장 디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 다제는 1864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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